엄지 실장의 낙원 -전편-

숨가쁘게, 때때로 뒤를 돌아보며,
그 자실장은 피로와 공포감에 쓰러질 것 같은 다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이며 달리고 있다.

그날 아침 일어났을 때의 기분에 따라 아침밥을 모으러 가기가 귀찮았던 모친의 손으로 골라져, 아침밥 대신 머리부터 씹혀서 위장 속으로 사라진 자매들.


그 수가 태어난 날로부터 1주일만에 절반으로 줄어버린게 바로 오늘 아침의 일이다.




자실장은 남은 자매들과 상담하여,
결심을 굳히고 모친으로부터 도망쳐 나왔다.
그것이 자살행위라고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침이 올 때마다 다음 번에 자신이 선택되지 않도록 기도하면서 잠드는 나날은
이제 사양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매 중 하나의 배신으로 인해 실패로 끝났다.
자신들을 모친에게 고자질하면 자신만은 살아남겠지,
모친을 생각하는 좋은 자로서 키워주겠지 라는 속셈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자매들의 눈 앞에서 맨 처음으로 먹힌 것은
모친의 옆에서 잘난 척 웃고 있는 그녀석이었다.

그리고는 모친이 덮쳐왔지만,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모두 동시에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도망쳐서,
뒤에서 모친이 분노하는 소리와 자매의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그 때는 뒤돌아 볼 수 없었다.

그로부터 자실장은 계속 달렸다.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른채,
단지 무서운 모습을 한 모친이 뒤에서 따라오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겨우 200 미터 정도의 거리지만,
자실장의 다리로는 영원처럼 느껴지는 거리였다.
그 사이에 동족의 어른과도, 고양이나, 개와도 마주치치 않은 것은 그런대로 행운이었던 것인가.

달리고, 달려서, 계속 달려서.
지쳐서 숨어든 공터의 수풀 속에서, 자실장은 마침내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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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휴-, 레휴-]

그로부터 얼마나 지난 걸까, 자실장은 누군가에게 흔들려 깨워져서 눈을 떴다.
아직 졸리다고 뒤척이는데, 여기는 그 골판지 상자의 안이 아니다.
애초에 거기는 도망쳐 나온 곳이지 않은가.

[테엣!!]

[[[치에에-!!]]]

벌떡 튀어오른 자실장의 옆에서 놀라는 소리가 들린다.
둘러보니 거기는 자신이 쓰려졌던 수풀로, 주위에 모친이나 자매의 모습은 없다.
대신 너무나 작은 동족이 몇 마리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아이인 자신보다도 더욱 작다. 키는 자실장의 절반 정도일까.
그 신장의 절반정도를 균형에 맞지 않게 커다란 머리가 차지하고,
남은 동체에 돌기 같은 팔다리가 살짝 자라 있다.
자실장을 강제로 임신시켜서 태어나는 엄지실장이라고 하는 것이었지만,
자실장에게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턱도 없다.

자실장은 엄지들에게 손을 내밀어 일어서는 것을 도와준다.
순간 배에서 꼬르륵 꼬르륵 하고 창피한 소리가 울린다.
모친에게서 도망친 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이다.
평소에도 별로 젖을 받아 먹지 못하고,
언제나 굶주린 탓에 생후 일주일이 된 자실장 치고는 꽤 말라 있는 것이다.

[...레츄우]




엄지들은 얼굴을 마주보더니 자신들이 안고 있던 남천 열매를 내밀어 온다.
겨울철에 가지가 휠 정도로 열매를 맺는 이 식물은,
먹을 것이 적은 이 시기에 새나 작은 동물들의 귀중한 식량이 되는데,
그것은 이 엄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자실장은 그것을 받아들고는 순식간에 먹어 치운다.
엄지실장이라면 한 알이나 두 알이면 양이 차지만,
자실장은 엄지의 4~5 배의 양이 있어도 배가 부르게 되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엄지 중 하나가 자실장의 손을 잡아 끈다.
따라오라고 하는 것이다.
배 넘게 차이나는 보폭에 고생하면서도 자실장이 따라가니,
옆집 마당으로부터 알루미늄 울타리를 넘어 뻗어 나온 남천 가지가 몇 개씩이나,
무수히 많은 열매의 무게에 늘어져서는 그 아래에 빨간 열매를 흩뿌리고 있다.

[텟츄-♪]

자실장은 거기로 달려가서 차례차례 남천 열매를 먹어 댄다.
맛은 그다지 별로지만, 모친의 젖처럼 다른 자매들에게 빼앗길 염려도 없어,
자실장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복감이라는 것을 맛보고 있다.

[...테푸-우...]


땅바닥에 드러누워, 배가 불러 튀어나온 배를 문지르고 있자,
아까 전의 엄지실장이 양손에 남천 열매를 안고서 쫄래쫄래 걸어가고 있다.
듣자하니 자신들은 오늘 식사당번이라 동료들이 있는 곳에 점심밥을 옮기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동료의 수가 많아서 몇 번이나 왕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양손에 남천 열매를 안고, 영차영차 걸어가는 엄지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실장은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둘러본다.
뭔가 쓸만한 것이... 있다.

[테츄-!]

엄지들을 불러 세우고는, 자실장은 끌고 온 것을 엄지 앞에 놓는다.
그것은 흙에 반쯤 묻혀 있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작은 상자였다.
주위에는 격자모양이 있어, 세탁 바구니를 미니어쳐로 만든 것 같은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아마도 아이들의 소꼽장난 세트 중 일부인 것이 아닐까.

[레류?]

[텟츄, 텟츄-]

자실장은 이것을 쓰는 게 좋겠다고 제안한다.
이것을 쓰면 몇번씩이나 왕복하지 않아도 열매를 한번에 많이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렛츄-웅♪]


지금까지 자신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묘안에 기뻐하며
엄지들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남천 열매를 주워서 상자에 담아간다.
자실장도 도와서, 상자 가득히 열매를 담은 후에,
엄지들은 손을 흔들고는 상자를 밀며 떠나간다.
헤어지는 게 아쉽지만 자실장도 손을 흔들고는,
엄지들이 안보이게 되면 그 후에 이 자리를 떠나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덜컹.


...그러나, 자실장의 시계에서 사라지기 전에, 상자는 높이차가 있는 바닥에 걸려서 기우뚱한다.
여기는 포장된 길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공터라 당연한 이야기이다.

[레츄-, 레츄-... 레에에엣!... 레챠아아!]

엄지들은 열심히 상자를 온몸으로 밀어서, 그 높이차를 넘어서려고 하지만
아무리 해도 힘이 부족한 탓에 어쩔 도리가 없다.
상자는 살짝 밀려 올라가다가, 기울었던 반동에 금방 다시 뒤로 밀려서
모두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게 되는 걸 반복한다.

[...텟...테츄-!]

보다 갑갑해서, 자실장은 떠나려고 하다가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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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엄지실장이 말하는 "집"이란 것은
남천 가지로부터 몇 미터 떨어진 위치에 있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네모난 오두막을 말하는 것이었다.
가로세로 2 미터 정도 밖에 안되는 유일한 입구인 정면의 낡은 철문에는
녹이 슨 쇠사슬과 실린더형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표면을 덮은 덩쿨로 보아 1~2 년은 사람이 출입한 흔적이 없다.
벌써 20 년도 전에 여기에 있던 공장에,
우물물을 퍼올려 공급하던 펌프를 놓아둔 오두막이 영락한 몰골인 것이다.

뒤로 돌아가면 지면에 가까운 벽부분에
예전에 우물과 공장을 연결하던 쇠파이프가 통과하던 둥근 구멍이 뚫려 있어서,
엄지들은 여기를 출입구로 삼고 있다.

내부에 있던 거대한 기계는 철거되고,
수년 전까지 여기에 살고 있던 부랑자가 들여온 두꺼운 매트리스가 바닥을 덮고 있다.
생물로서는 너무나 나약한 엄지실장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넘어져도 머리를 부드럽게 받쳐줘서 충격을 완화해주는
푹신푹신한 스폰지 위에 생활권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 공터에 그들이 버려졌을 당시, 100 가까이 되는 동료들이 있었다.
떠나버린 원 사육주와 어미인 자실장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근거없이 믿고서는,
안전한 장소와 먹이를 찾는 것을 포기한 동료들은
그 자리에서 "자신은 여기에 있어"라고 울어대다가 금새 까마귀 밥이 되었다.

그들의 일부는 석양무렵이 될 때까지 계속하여 걸어서,
기적적으로 저 남천 나무 가지 아래에 도달했다.
그 날은 나무 그늘에서 낙엽을 두르고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에 이 "집을 발견할 때까지
굶주림과 추위에 또 다시 많은 동료가 목숨을 잃고,
그 수는 절반 가까이까지 감소했다.

이렇게 해서 안전한 거주지를 손에 넣은 엄지들이었지만,
겨우 몇 미터 앞에 있는 남천 열매를 머리수만큼 손에 넣는 것이
엄청난 노동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엄지들이 한번에 옮길 수 있는 양은 손에 안아들고 3 개가 한계.
여럿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새들에게 자신들의 모습을 들키게 될 것이었다.

때로는 날씨 탓에 먹이를 가지러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는 나날도 있어서,
그 만성적인 먹이부족 탓에 동료가 굶어서 죽는 날도 있었다.
그래서, 동료들의 수는 결국 30 마리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그럴 때에 동료가 먹이를 잔뜩 든 자실장을 데리고 돌아온 것이다.
동료들의 배가 넘는 체구를 가지고,
혼자서 동료 전부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의 먹이를 모아서 가져오는 것이 가능한 도구에
먹이를 가득 채워서 온 자실장은 그들에게 있어서 구세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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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텟츄-!]

[레류- 레류-!]]]

상자를 당기는 자실장과 그것을 돕는 엄지실장 몇 마리가
망보기 겸 문지기인 대나무 꼬치를 든 동료에게 손을 흔들며,
일과인 먹이 수집을 하러 간다.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에 이걸 하는 것이 자실장의 주된 업무다.

그로부터, 자실장은 엄지들과 함께 살고 있다.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자실장을
엄지들은 영웅으로서 맞아들이고,
딱히 갈 곳이 없는 자실장도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고독하게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실장석의 습성으로 보건데,
그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테츄?]

언제나처럼 열매를 모아, 그 상자에 자실장이 끌고 가는 것이었지만,
상자가 평소보다 무겁다.
뒤돌아 보니
3 마리 있는 도우미 엄지 중에서 두 마리가 농뗑이 부리느라
뒤에서 밀어주지 않는 것이었다.

[텟츄-!]

[[레-, 레-]]

자실장이 화내며 소리치자
그 두 마리는 제대로 일 하고 있었다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부정한다.
처음 때와는 다르게
 최근에는 먹이를 모으는 일을 대충하기 시작하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
자실장이 있는 탓에,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먹이를 먹을 수 있다고
...하는 건방진 생각이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앞을 향해서, 당겨보지만 무게가 줄어드는 느낌이 없다.

[레츄, 레츄♪... 프프프]

뒤에서 [마마, 힘내] 하는 소리가 들린다.
시야 끝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엄지의 얼굴이 보이지만,
혼자서 상자를 밀고 있는 동료를 위해서 잠자코 "집"까지 옮기기로 한다.

그러나, 자실장에게는 보이고 있지 않았다.
숙이고 상자를 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엄지는,
몰래 상자의 안에서 남천 열매를 꼬불쳐서 입 안에 밀어널고 있었다.
그것을 동료들에게 들키지 않기위해서 고개 숙이고,
상자를 밀고 잇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 뿐이다.
빈틈이 있으면 아직 한 개나 두 개 정도 더 먹을 것이다.

[텟츄-!]

[[[레휴-, 레휴-♪]]]

[[[레츄-, 레츄-♪]]]

[[[렛츄-웅♪]]]

"집"에 들어가자, 엄지들을 불러 모은다
주위에서 [마마, 마마] 하고 엄지들이 모여들어, 자실장 앞에 일렬로 늘어선다.
이렇게 순서대로 늘어선 후가 아니면 먹이를 주지 않는다.
수가 많은 탓에 줄을 또 서서 먹이를 더 먹으려고 하는 욕심쟁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전원에게 남천 열매를 나누어 준 후, 상자에 남은 것이 자실장의 몫이 된다.

어느 사이엔가 자실장은 "마마"라고 불리우게 되었다.
도토리 키재기라 거의 차이가 없는 모습인 엄지실장 사이에서
혼자 커다란 체격을 하고 있고 믿음직하니 그럴만한 이야기다.
모친이 그리운 탓에 잘 때 반드시 그 옆에서 자는 엄지도 몇 마리인가 있는 데다가,
침식을 같이 하고 있는 사이에
자실장 자신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테후우...]

자신의 먹이를 입에 넣어가면서, 자실장은 한숨을 쉰다.


자실장은 엄지실장을 아직 성장하지 않은 자신보다도 작은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먹이를 잔뜩 먹고, 시간이 지나면 크게 자라서
자신을 대신하여 먹이를 모으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동료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엄지들은 만났을 때 그대로 전혀 성장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래서야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신이 먹이를 모으지 않으면 안된다.

[...테후우...]

먹이를 다 먹고서 자실장은 다시 한숨을 쉰다.
배는 부르지만, 이 개운치 않은 응어리진 기분이 풀리지 않은 상태다.
주위를 뛰어다니고, 굴러대다가 무슨 일에도 웃는 등의,
제 각각 행동하는 엄지들 사이를 빠져나와,
가장 안쪽에 준비된 자기 전용의 잠자리로 간다.

실내에는 전에 살던 사람의 일용품 등의 잡동사니가 몇 가지 남겨져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어디선가 주워온 듯한 여자 용의 손수건은
자실장 전용품으로 반쯤 부서진, 과자를 포장했던 종이상자 안에 깔려져 있다.

그 잠자리로 들어가서, 이불 속에 꿈틀꿈틀 파고들고는 자실장은 잠에 든다.
이러고 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고 되고,
저 개운치 않은 기분을 잊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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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실장이 알아채지 못한 사실이 있다.
실은 엄지실장뿐만 아니라, 자기자신도 거의 성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증거로 자실장은 처음에 여기에 방문했을 때와 같이,
그 작은 입구를 슥 하고 지나다닐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자실장이라면 당연히 지나갈 수 없게 되었을 무렵이다.

나날이 커지며 성장할 터인 자실장이 일주일 전의 사이즈와 큰 차이가 없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자실장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성장호르몬을 모유로부터 얻어서 급격하게 성장하여,
강한 재생력을 가진 성체로 성장해 간다.
이 호르몬양의 개체차가 엉망진창으로 달라지는 실장석의 임신기간의 차이를 만들어 내고,
모친의 태내에 있는 사이에 급격히 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장치를 위해서는 자실장 시기에 어느 정도 일정량의 성장 호르몬을 섭취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개체는 극단적으로 성장이 느려지고, 멈추거나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크기까지 성장하면 체내에서 성장호르몬을 분비하게 되어, 젖을 떼게 되지만,
엄지실장은 성장 호르몬이 부족한 자실장으로부터 태어난 탓에 그런 경향이 현저하게 나타난다.

자실장이든, 엄지실장이든, 친으로부터 떨어진 개체가 크게 자라는 데에는
매우 나약한 탓에 인간의 손에 의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고,
특히 버려져서 들실장이 된 엄지가 자력으로 성장호르몬을 분비할 수 있는 크기까지 성장하는 것은
이런저런 원인에 의해 천문학적인 확률, 즉 거의 없다고 일컬어진다.

만족스럽게 젖을 얻어먹지 못하고 자란 자실장에다가, 어미로부터 떼어내진 엄지실장들.
어느 쪽도 이대로는 성장하는 것조차 어렵다.
본인들은 자각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도, 이미 미래로 이어지는 찬스를 빼앗기고서는,
위험이 넘치는 세계에 연약하고 조그만 존재로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운명은 결정되어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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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그로부터 몇 번인가, 엄지실장들을 눈치챈 들고양이가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던가, 입구에 손을 들이 밀어 오는 사건이 있었지만,
그 입구가 작기에 안에 침입하거나,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들이 밀어온 손을 자실장이나 문지기 역인 엄지에게
유일한 무기인 대나무꼬치로 찔려서 뼈아픈 반격을 받고서는 격퇴되었다.

"집"은 엄지들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낙원이었다.

험난한 세계와 외적을 격리하는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그 더러운 유리창은 햇빛을 비추어 주고 찬바람을 막아주어 따뜻한 온기만을 전달해 준다.
바닥을 구석구석 덮은 스폰지는 설사 굴러 넘어져도 약한 자신의 신체를 받쳐주어서 지켜주는데다가,
동료들과 몸을 맞대고 자면 지면과는 다르게 너무나 따끈따끈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믿음직한 마마가 있다.

"집"에 있으면 마마가 가져다 주는 먹이를 먹고, 동료들과 놀고, 마주 웃으며,
어두워지면 모두 몸을 맞대고 낡은 천으로 된 이불을 말고서 자는 일이 가능했다.

실로 단조롭고 변화가 없는 생활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공터에 버려진 엄지실장들에게 있어서는
생각해낼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었던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런 꿈같은 생활이 어느날 갑자기 끝을 고하게 될 줄이야,
엄지들은 그 작고도 작은 뇌의 어느 한 구석에서조차 떠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 거만함과 건방진 탓에 생겨난 자실장의 고뇌를 알아채지 못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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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쪽에 튀어나온 부분을 잘라버리겠습니다.]
[예, 그러세요. 상관없으니까 싹 해치워주세요]
[좋-아, 시작들 해라]

옆집 사람의 허가에, 관리직인 듯한 작업원이 신호를 보내자,
작업원 몇 명이 톱으로 남천 나무 가지를 일제히 잘라간다.

수풀 속에서 그것을 멍하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자실장과 엄지들의 눈 앞에서,
옆집으로부터 이 "집"이 있는 공터로 삐져 나온 가지 부분이 작업원의 손에 의해 잘려져서는,
소중한 식량공급원이었던 것이 치워져 간다.
설사 가지는 잘려서 없어져도 땅바닥에 떨어져 남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빨간 열매도,
용의주도하게도 발 밑에 놓인 블루시트에 남김없이 모여져서, 남김없이 정리되었다.

그러나, 사태는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타케, 히로, 히요시, 너희들은 풀을 베라. 진 씨는 나랑 같이 베어낸 풀을 정리한다.]

[[[옛썰]]]

관리역의 지시에 따라 작업원들은 트럭에서 제초기를 꺼내어, 길게 자란 풀을 베기 시작한다.
회전하는 블레이드가 밀집한 잡초를 마구 잘라 간다,
한 시간도 안되어서 그 무성했던 공터는 깔끔하게 바닥이 드러나게 되었다.
무서운 까마귀들이 공중에서 쳐다보는 시선을 막아 주던 풀이 없어져서는
"집"으로부터 외출하는 것이 힘들게 되어 버린다.

[테, 테에에에...]

이 사태에 자실장은 할 말을 잃고, 창백해진다.
자신들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무릎을 꿇은 자실장을 몰아붙이듯이 "집"이 흔들렸다.
무슨 생각인지,
작업원이 쇠사슬로 막힌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억지로 잡아 당기거나,
벽이나 문을 걷어 차고 있었던 것이다.
철격자로 막힌 유리창에 빠직 하고 금이 간다.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노후화해서 반쯤 무너질 듯한 "집"은 벽에 틈이 생기고,
여기저기에 생긴 금에서는 콘크리트 파편이 떨어져 간다.

[테츄-!!]

좁은 실내에서 철문이 쾅쾅 두둘겨져 울려 퍼지는 굉음 속에서,
자실장의 외침에 엄지들이 매트리스 위에 엎드려서 몸을 웅크린다.

[치삑!]

[치뿍!]

[치뻭!]

너무나 거칠게 흔들리자 벽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벽 근처에 있던 몇 마리가 깔려서 무참하게 압사해 버린다.
여태까지 넘어져 구르는 엄지들을 지켜온 스폰지 바닥이라 할지라도,
위에서 떨어지는 콘크리트에 끼었을 때는, 지켜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멈췄다.

[등신, 쓸데없는 일 안해도 된다니까]

[어차피 부숴버릴 거지요? 그러면 상관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엄중한 걸 보면 보물이라도 숨겨놨을지 모르지요]

[그럴리 없다니까. 그건 부랑자 할배가 기어들어가면 곤란하니까,
 쇠사슬과 자물쇠로 잠가놨을 뿐이라더군]

[뭐야... 시시하게]

[우리들 말단은 그냥 시킨 것만 하면 되는 거라고. 자, 돌아가서 식사하자고]

[알겠슴다]

작업원은 마지막으로 벽에다가 발차기를 한방 날리고는 트럭에 타고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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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에

인간들이라는 바람이 지나간 걸 알아챈 자실장이
주위에서 덜덜 떨고 있는 엄지실장을 흔들어 안부를 확인했지만,
그 중에는 절대 안심이었던 "집"이 흔들리고 위협받은 공포에
정신적인 피로로 죽은 것도 있었다.

콘크리트 조각에 깔린 자도 포함해, 6 마리가 목숨을 잃어버린 것이다.

[...테츄-, 테-...]

자실장은 살아남은 엄지들을 모아서,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일을 들려주었다.

여태까지처럼 먹이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
풀이 없어져 버려서 간단하게 밖에 나가지 못하게 된 것.
그리고, 이제부터는 스스로의 먹이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

[[[렛, 레츄우-!?]]]

자실장의 마지막 말에, 엄지들은 일제히 경악과 비난이 담긴 소리를 지른다.

그것은 예전부터 자실장이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여기서는 자신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서, 매일매일 먹이를 옮겨 왔지만,
엄지들이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먹이를 가져다 주고, 편하게 살게 해준다면 누구라도 좋았던 것이다.
그래도, 저 남천 가지가 없어져 버린 이상, 그 관계도 이제 끝이다.

[...레츄-, 레츄-!]

마마,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배가 고픈 한 마리가 손을 내밀려 울기 시작하자
엄지들은 차례차례 손을 내밀며 몰려든다.


[[레츄-, 레츄-!]]

[[[레츄-, 레츄아-!]]]

[[[[렛츄-!!!]]]]

마마, 마마... 먹이를 원해요.
배가 고파요, 먹이를 주세요.
어떻게든 해 주세요, 먹이가 먹고 싶어요.

레후레후, 레츄레츄, 하고 엄지들의 혀짧은 소리가 자실장 주위를 채운다.
옷자락을 잡고 흔들고, 단지 먹이 재촉을 반복한다.

마마이면서 어째서 그런 소릴 하는거야?
마마이니까 아이들인 와타시들에게 먹이는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어서 먹이를 가져와요 마마, 어서 어서 어서.

[테, 테에에에...]

그런 모습에 자실장은 겁에 질린다.
이제 그것은 아이의 응석이라고 하는 레벨이 아니었다.
남에게 의존한다고 하기 보다는, 남에게 예속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엄지들이 원하고 있는 것은 보호자라고 하기보다는
자기를 위해서 뭔가를 해줄 노예 같은 존재인 것이다.
태어나서 얼마 안되어 모친으로부터 떼어진 엄지들에게 있어서
마마라는 것은 젖을 주는 것,
즉, 자신에게 먹이를 주어서 만족시켜주는 자의 명칭에 불과한 것이다.

[테에에에ㅅㅅㅅ!!]

싫어, 하고 엄지들의 목소리에 지지 않게 있는 힘껏 큰 소리로 자실장은 거절한다.
주변의 엄지들이 그 사나운 태도에 놀라 넘어져서는 주변에 둥근 테두리를 만든다.

자신은 그럴 생각으로 여기에 있던 것이 아니다.
마마라고 불려서 기뻤기 때문에 여기에서 함께 살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가족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까지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일해 온 자실장이 처음으로 한 거절에 엄지들은 잠잠해 진다.



[...레츄우...]

이 쓸모없는 것.



이제 여기에는 있을 수 없다고 등을 돌리고 나가려고 하는 자실장의 발을 멈추게 하는 말 한마디.

마마가 아니다.
뭐야, 마마가 아니게 되버렸어.
마마가 아니라면 이제 필요 없어.

작은 목소리의 울림이 파도처럼 엄지들 사이에 흐른다.
작은 엄지들의, 옷자락이 스치듯 작은 울림이었지만,
거기에는 숨길 수 없는 비웃음의 울림이 있었다.

무능.
쓸모 없는 것.
이제 필요 없어.

마치 자실장과의 여태까지의 생활을 잊어버린 듯한 말이 엄지들의 입에서부터 차례차례 내뱉어진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것은 무엇이었던가?
언제나 느끼고 있던 그 개운치 못한 것이 머리 속에서 점점 퍼져가서,
현기증과 함께 전부 다 새하얗게 물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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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츄우...?]

정말로 마마가 되어주길 바랬어?
발을 멈춘 자실장이 돌아보지 않고 조용히 묻는다.

빨리 먹이를 모아와, 배고파요.
마마라면 당연한 것.
마마가 되고 싶다면 어서어서, 어서 해.

아까까지와 뭔가 다른 자실장의 태도를 눈치챈 엄지도 있었지만,
앞 줄에 있는 몇 마리는 공복 탓에 그 불만을 드러내는 듯이,
다리를 걷어차면서 거만한 태도를 드러낸다.
뒤돌아본 자실장이 양 손으로 한마리 씩 엄지를 집어 올린다.

[[[레츄-, 레츄-]]]

얼래, 갑자기 귀여운 와타시를 안아들고 싶어졌어 마마?
안아드는 것고, 쓰다듬는 것도 하게 해줄 테니까, 먹이를 먹게 해줘요 마마.
먹이를 주면 함께 자는 것도 해줄테니까, 응 마마.

자실장 주위에 갑자기 엄지들이 몰려든다.
자신들이 아까 내뱉은 말의 의미도 잊어버린 건지,
먹이를 주는 거라면 응석부리는 몸짓으로 들러붙는다.
그러나, 한번 벗겨진 가면을 다시 쓸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식욕을 채워달라고 하는 노골적인 태도를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테츄, 테츄우...테칫!]

그럼 이제부터 진짜 마마가 되어 줄께.
와타시가 알고 있는 마마는 말이지... 이런 짓을 한단다!

자실장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른손에 들고 있는 엄지의 머리를 물어 뜯는다.
계속해서 왼손의 엄지에게도 마찬가지로 그 얼굴을 한입 문다.

[레뱌아아아-!]

얼굴이 깎여나가고, 양 눈을 잃어버린 어둠 속에서 엄지는 비명소리를 지르지만, 그것은 한번으로 끝났다.
당황하여, 아픔을 알아챈 순간 쌀알 크기도 안되는 위석이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자괴한 것이다.

계속해서 교대로 몇 번이나, 양손에 있는 엄지실장이었던 것의 머리를 씹어간다.
고기을 물자, 약한 머리뼈가 부서지는 오도독하는 식감과 독특한 감칠맛이 입안을 채운다.
그때, 자실장은 자신의 모친이 어째서 자매들을 즐겨서 먹었는지 이해한다.

맛있다... 동족의 고기라는 것은 이렇게 맛있는 것이었던 것인가.

[[[...레히이이이!]]]

머리를 잃고 경련하는 동체가 2 개 집어던져지자
갑자기 벌어진 일에 경직하고 있는 엄지들이 일제히 제 정신으로 돌아와서,
패닉을 일으키고는 자실장으로부터 떨어지려고 도망다닌다.
그러나, 머리가 커다래서 그러지 않아도 균형잡기 힘든 엄지실장이다.
달리던 도중에 밸런스를 잃어 머리를 부딛히고 주위를 말려들게 해서 구르는 녀석도 적지 않게 있다.

[텟츄--!]

도망가지마, 먹게 해줘!
그렇게 외치는 자실장의 얼굴에는
여태까지 모든 것을 참아왔던 수행승 같은 고뇌의 그늘은 더 이상 없었다.
대신에 동족의 고기를 즐겨서 먹는 비열한 실장석의 표정이 펼쳐져 있다.
지금 자신의 얼굴이 도망친 아이들을 쫓아오던 모친과 같은 종류의 것이라고 하면,
자실장은 납득할 것인가?

자실장은 도망다니는 엄지들을 쫓지 않고, 크게 뛰어서 엉덩이부터 착지한다.
부드러운 매트리스는 그것만으로도 크게 눌려서,
짧은 시간 동안뿐이지만 사발모양으로 패여서
경사에 발을 헛디딘 엄지들이 자실장쪽으로 굴러간다.
한번 넘어지면 일어나는 것조차 동료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힘든
엄지들의 발을 묶는 데에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레삐!]

[쟈아아!]

[푸부우!]

자실장이 차례차례 엄지를 때리고 밟자,
메추리 알의 껍질 정도도 안되는 강도를 가진 신체는 금새 찌그러지고, 부서져 간다.
자신의 주위에 움직이는 엄지가 없어지자 자실장은 입구 앞에 그것을 쌓아 올리고는
벽 주변까지 도망친 엄지들에게 보여주듯이 식사를 시작했다.

[레에에에... 레삐이이이...]

오독오독... 쩝쩝...

추접하고 끈적이는 소리를 내면서 엄지실장을 물어뜯고 씹는 것을 반복한다.
숨이 남아 있는 것이 먼저 붙들려 끄트머리부터 잘근잘근 씹혀서는,
약하디 약한 비명을 지르면서 자실장의 뱃속으로 사라져 가는 모습에,
엄지들은 동족끼리 몰려들어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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