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이 한통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입니다.
저번에 얘기했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실장석을 관찰하러 갔었습니다.
역시 시골은 좋더군요. 저런 한적한 곳에 살고 싶습니다.
물 맛이 좋다는 건 참으로 사치스러운 일이었지요. 저는 이제 수돗물은 못마실 것 같습니다.
공기도 맛있고, 이쁜 색시만 하나 있으면...


앗차, 망상을 끄적거릴 때가 아니지요.
결과는 제법 괜찮습니다.
시골까지 내려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말하도록 하지요.


음, 자를 사랑하는 친실장석이 정말로 늘고 있느냐, 말이지요.
이건 틀림없습니다.
확실히 늘고 있습니다. 정말로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그 머릿속까지 위장으로 차 있는 것 같은 생물이 그런 행동을 할 줄이야.
실장애호파는 그걸 근거로 보호 캠페인 따위를 전개하고 있고.
그래도, 실제로 저런 흐뭇한 광경을 본다면 평범한 사람은 공존을 바라겠지요.
실장을 괴롭히며 노는 사람도 줄었고 말이지요.

그렇게 말하고 있는 저도, 실장 친자간의 애정이라는 것을 확인하면 실장 학대를 그만둘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거북하니까요.

그러면 관찰 세부 내용입니다.
처음에 간 곳은 시내의 큰 공원이었습니다. 실장석이라고 하면 역시 공원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실장석은 어째서 공원에 모이는 걸까요? 그건 뭐 다음 기회에라도 조사해 보도록 할까요.

그래서, 실장석을 보고 다녔는데요, 역시나 제대로 아이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전원이. 인간이 하는 것처럼 어르고, 먹이를 주며 말이지요.
뭐 그 먹이란 것은 공원에 온 선량한 시민 여러분에게서 받은 것이지만요.

그런데 그런 광경을 바라보며,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실장학대로 키워온 경험, 이라는 녀석이 경고음을 웅웅 울리며 내게 알려왔습니다. 뭔가 수상하다고.
더욱 주의 깊게 관찰해서... 간신히 알아챘습니다.
한 마리씩 밖에 없었던 겁니다, 자가.

실장석이 다산하는 생물이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지요.
그래서 그 광경이 수상했던 겁니다.

뭔가 있구나 라고 생각해서, 살며시 그 중 한 마리의 뒤를 밟기로 했습니다.

받은 먹이를 자에게는 조금만 주고는, 남은 것은 전부 자신이 먹으면서 사람의 통행이 드문 곳으로 가는 실장석.
한동안 가더니, 자실장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닌 숫자의 울음소리가 말이지요.
그 소리는 골판지 상자 안에서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미행당한 실장은 그 안에다가 자를 질려버린 장난감처럼 휙 하고 던져 넣더군요.
그리고는, 서툰 콧노래를 부르면서 어디론가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로 말하자면, 완전히 혼란에 빠져버렸습니다.
원래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생물,
...이라고 할까 아예 이해할 이치라는 것 조차 없는 생물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았었으니까요.
아니, 오히려 녀석들도 제법 머리를 쓰기는 합니다.
단지, 도덕관은 전무하지만요.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혼란스러워하는 제 앞에 또 다른 실장석이 나타나서,
상자에서 자를 한 마리 안아 들고 가버렸습니다.
왠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뒤를 밟아 봤습니다.
그래도 그 실장석이 향해 가는 곳을 알았을 때는 냉정해져 버렸습니다.

벌써 아시겠지요.
목적지는 아까의 공원입니다. 목적은 물론, 먹이를 받아내기 위해서.

그 트릭의 정체는 지극히 단순,

녀석들은 "친과 자가 화기애애한 풍경" 을 연기하면 먹이를 받기가 쉽다,
라는 것을 학습했을 뿐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저의 추론이 됩니다만,
그 사실을 안 실장은 자가 딸린 실장으로부터 자를 빼았아,
인간으로부터 먹이를 졸라서 받아내고 나서는 자를 버렸던게 아닐까요.
돌볼 생각 따위는 털끝만큼도 없는 생물이니까요.

물론 그런 페이스로 자를 잃어버려서는, 아무리 실장석이 다산한다고 해도 출산량이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거기서 그녀석들은, 자를 일괄관리하기 시작했던 겁니다. 그것이 바로 그 골판지입니다.

골판지가 있는 장소에 돌아온 저는, 자의 울음소리가 엄청나게 들리기에 서둘러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벌써 지옥도가 되었더군요. 동족식, 이라는 말은 그 광경을 정확히 표현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강자가 약자를 먹이로 삼는다. 자연의 규칙이라고 말하면 뭐 그렇기는 하지만, 굳이 동족끼리 할 필요는....

아까 전에 보았던 숫자의 1/6 로 줄어들고서야, 간신히 지옥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라고 해도, 배가 고파지면 다시 시작하겠지만요.
어려도 실장은 실장이라고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대로라면 자가 아예 없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했겠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말이지요, 의문은 금방 해결됐습니다.
그곳에 양눈 모두 같은 색을 한 실장석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녀석은 제대로 상자 안에 자를 보충하고, 양수를 핥아서 떼주지도 않고 이상한 춤을 추면서 가버렸습니다.

뭐, 여기까지가 자를 사랑하는 실장석에 관한 관찰 결과입니다.
일단 증명 사례가 하나 정도 더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골 쪽에도 가보았습니다.
당연하게도 친이 자를 돌보는 모습따위 거의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태어나면 곧 방치입니다.

자를 얼르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먹이를 주는 인간이 없다, 라고 하기보다는
인간과의 접촉 자체가 적기 때문에 당연하겠지요.
예외는 있어도, 역시 실장은 머리 속까지 위장으로 차 있는 생물이었던 것입니다.

그럼, 이 관찰결과를 어떻게 할까요.
매스컴에 흘리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어차피 갈 거면 좀더 센세이션을 일으켜 보지요.

실은 한 가지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그 골판지 박스 안에, 자와 크기가 거의 비슷한 것을 집어 넣어 봤습니다.
미니카 라던가 건전지 라던가 하는 것 말입니다.
결과는 대성공, 그녀석들은 미니카를 안고서 얼르고 있었던 겁니다!
그건 정말로 웃겼습니다.
당연히 먹이를 받을 수도 없었고,
돌아가는 길에 미니카에게 엄청 분풀이를 해대는 꼴이 우스웠습니다.
마지막에는 힘껏 물어뜯는 바람에 이빨이 부러져서 울어댔는데, 그 울음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어이쿠, 이야기가 샜네요.
즉 녀석들은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이라면 그게 뭐든 상관 없다는 것이지요.
자라는 인식이 없었던 겁니다.
굳이 말하자면 인간으로부터 먹이를 낚기 위한 루어 (미끼) 입니다.
그러나 저도 하마터면 걸려들뻔 했을 정도니, 대단한 것이지요.

그래도 당하기만 하는 것 분하기도 해서, 반격의 수단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를, 한번 태워 볼까, 하고요.
대단할 겁니다,
다음날 공원에 나타난 실장석이란 실장석은 전부, 통구이가 된 자의 사체를 안아들고서 얼르고 있을테니까요.
데스우 하며 머리를 쓰다듬을 때마다 너덜너덜한 시체가 뭉개질 겁니다.
먹이를 주려 왔던 애호파가 지르는 비명이, 지금 이순간도 기대돼서 견딜 수가 없을 정돕니다.
 

이 계획, 이번주 주말 정도에 예정인데 괜찮으시면 같이 하시겠습니까?
편하신 날짜가 있으면 가르쳐 주세요.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끝

댓글 2개:

  1. 얉팍한 가족애가 아니라 그냥 딱 진짜 분충답다고 표현되는 작품이라 맘에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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