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실장의 낙원 -후편-

드디어 아침 해가 비치기 시작했다.

[...레칫...]

아침 안개와 차가운 공기 속에서, 선두에 가고 있는 엄지가 한 손을 올리고, 작게 울어서 신호를 보낸다.
입구 옆에는 자실장이 먹다 남은 엄지의 잔해로 뒤덮혀서는 크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그 상황을 살피며, 발소리를 죽이고 벽 주위를 살금살금 이동하는 엄지 몇 마리.


그로부터 하룻밤이 지났지만, 그들의 굶주림은 이제 한계였다.
몸이 작은 엄지실장은 체내에 영양을 저장해두는 용량보다 소비하는 양 쪽이 커서 소량이라고는 해도 반일에 한번은 식사를 하지 않으면 금새 쇠약해져 죽어버리는 것이다.
특이 이번 같은 겨울에는 추위가 그것에 박차를 가한다.

[...레히이!]

입구까지 앞으로 30 센치 정도.
앞으로 얼마 안남은 거리이지만,
자실장에게 다가가는 공포감에 견딜 수 없게 된 한 마리가 갑자기 튕기듯이 달려 나간다.
그 놀라움과 공포는 금새 전염되어,
패닉과 초조함에 떠밀리는 상황이 된 엄지들이 입구로 향해서 일제히 달려나간다.

그러나, 그 짧은 보폭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움직여도
그 속도란 것은 거북이가 걷는 속도 같은 것이다.
다행이도 배가 가득차서 잠에 빠진 자실장은 엄지들이 내는 기척에 일어나는 낌새는 없다.
발견되버리면 틀림없이 붙잡힌 동료들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다.

[레, 레츄우!?]

도망갈 수 있다!?

도주의 성공을 확신한 선두 엄지가 입구에 뛰어들려고 한 순간,
거기에 있던 뭔가에 얼굴을 부딛혀서, 그 반동에 뒤로 튕겨 나간다.

[지에엣!]

[[[챠아아아-!]]]

뒤를 따르던 후속엄지들도 그 모습에 멈추려고 하지만 때를 못 맞춰서,
구른 엄지에 걸려서는 차례차례 넘어져 간다.

[...테츄우...]

[[레에에엣!]]

느릿하게 일어선 자실장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려고 버둥대는 엄지들을 내려다본다.
엄지들이 자신이 자고 있는 사이에 도망가려고 하는 것은,
가벼운 스폰지 바닥이 그 움직임을 진동으로 전해 주었었다.

설사 눈을 뜨지 않았다 해도,
입구에는 엄지들의 사체로 채운 먹이 운반용 상자를 놓아두었기에,
힘이 없는 엄지들로서는 몇 마리가 달려들어도 이것을 밀어내고 탈출하는 일따위 가능할 턱이 없다.

[레히이이-!]

[레챠아아!]

[치에엣! 치에에-ㅅ!]

엄지가 일어나려고 하자, 그 옆의 엄지가 동료의 몸을 밀어젖히고 일어서려고 해서,
서로의 발목을 잡는다.
누군가 하나를 일어서게 해서, 나머지를 돕게 하면 금방 전원이 일어날 수 있을 테지만,
남을 앞으로 밀어내고서 내가 먼저 도망가려고 하는 것 밖에 머리에 없게 된
지금 상황에서는 도저히 무리인 이야기다.

[[[레삐이이이-!!!]]]

자실장이 한발 내딛자 드디어 닥쳐오는 죽음의 공포에
엄지들은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지른다.

마마, 그만둬!

엄지 한 마리가 외치자, 눈 앞까지 뻗어온 자실장의 손이 망설이는 것처럼 멈춘다.

와타시, 좋은 자가 될 테니까
먹이 옮기는 것도 제대로 마마를 도울께.
제대로 마마가 말하는 대로 따를께.

때는 이때다라는 듯이, 마마로 있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말을 계속해서 나열하는 엄지들.
그러나, 그것을 입에 담는 엄지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을 위해 일해 주었던 자실장에게 해댄 짓이나 어제의 비웃음 등 따위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그것이 엄지들의 본심으로부터 우러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마마" 를 연상케하는 내용의 말이, 자실장을 속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눈치채고는,
순간 떠오른 그때뿐인 말을 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자신에게 이득이 있다면,
그것이 어떤 낯두껍고 추악한 짓이라해도 해치우는 존재... 그것이 실장석.
겉보기에는 작지만, 그 본질은 역시 성체와 큰 차이 없는 것이다.

[[[레츄-!]]]

마마-!

움직임을 멈춘 자실장을 보고 이거라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엄지들이 눈물을 흘리며, 양손을 뻗어서 슬픈 듯이 레츄레츄 하고 울어 보인다.

여하튼 소중한 "마마"인 것이다, 여기서 없어지면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이 먹이를 구하러 가지 않으면 안되고,
무엇보다 굳이 "집"을 떠나, 춥고 위험한 바깥따위에 가는 일따위 하고 싶지 않다.
그런 일을 할 정도라면 마마의 기분에 맞추어 주며 동료와 노는 쪽이 낫다.

한번 멈춘 자실장의 손이 돌아와서는 양손으로 엄지실장 한 마리를 살짝 들어 올렸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연기로 자실장을 속일 수 있었다는 것을 확신하고는, 내심 득의의 미소를 짓는다.

[테지이이이잇!!]

[[부욱!!]


웃지마아아아아아!!

다음 순간,
높이 들어 올려진 엄지는 다리 밑에서 교성을 울리는 동료에게 있는 힘껏 부딛혀져서는,
서로 머리를 함몰시키고는 숨이 끊어진다.
히죽거리는 표정인 채로 마마, 마마 라고 반복하는 엄지들의 모습이,
그 때와 같은 표정이 자실장을 격앙시켰다.
말과 표정이 일치하지 않다니, 연기라고 말할 수도 없는 싸구려다.

그만둬, 마마!

그 분노의 창끝이 자신들에게 향하게 되자,
남은 엄지들은 드디어 연기였던 표정과 말을 버리고,
공포로 표정과 소리를 일치시켰다.
더 이상 목소리가 되지 않는 쉰 비명을 지르며,
남은 엄지 세 마리는 헤엄치듯 손발을 버둥거리며 도망치려 한다.

엄지실장은 네발로 엎드린 자세에서는 커다란 머리가 방해되는 탓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짧은 팔다리로 바닥을 긁어서 기어가려고 해 보아도
걸리는 데가 없는 매트리스 바닥인 탓에
단지 버둥댈 뿐 전혀 앞으로 나아갈 것 같지 않다.

가장 뒤에 있던 한 마리가 양손에 붙들려, 머리까지 들어올려져서는 두 마리에게 내리쳐진다.

[테베악!]

[지히이이!]

맞은 각도가 안좋았는지, 내리쳐진 엄지가 묘한 각도로 튕겨서는,
얼굴이 바라볼 수 없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숨이 끊어진다.
밑에 깔린 두 마리도 한쪽은 후두부가, 다른 한족은 동체가 찌그러져,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를 뿜으며 경련하며,
전신으로 단말마의 형상을 표현해 보인다.

[[...레치이이...레치이이이...]]

용서해줘... 용서해줘...

잠꼬대처럼 "용서해줘"를 반복할뿐인 엄지를 한손에 한 마리씩 멱살을 쥐고는 눈 앞까지 들어 올린다.
거기에는 넘어져서 우는 자신들을 상냥하게 안아서 일으켜주었던 자실장의 모습은 이미 없다.

[[...레츄우우...레치이아아...]]


마마... 그 때의 상냥한 마마로 돌아와...

그 말에, 자실장은 친실장과 지냈던 일주일을 떠올린다.
뭐가 마음에 안들은 일이 있으면 시끄럽다며 때리고 차고 던지고,
젖은 제대로 주지도 않고, 모친의 변덕에 식사로 선택되던 매일.

마마라고 불리게 되어서부터, 자신은 그런 녀석 처럼 되지 않겠다고 노력을 해 왔다.
...셈이었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틀렸던 모양이다.
그것이 옳다.
이런 건방진 꼬맹이들의 취급에는 그 마마가 하던 방법이 옳바른 것이다.

[...테츄우...텟츄-...]

와타시가 알고 있는 마마라고 하는 것은 말이지...
아무리 울어도 바래도, 아픈 일을 멈추지는 않는 것이란다.

자실장은 그 양팔을 크게 벌린다.
동료의 고기를 먹게 되고 부터는 힘이 세진 기분이 든다.
이런 것도 간단히 할 수 있다.

[테치잇!]

[[치붓!!]]

힘을 주고, 눈 앞에서 그 머리끼리 힘껏 부딛치자,
퍽, 하고 후련한 소리를 내며 두개골이 예쁘게 터져나갔다.
엄지들의 그 비참하게 죽는 모습에, 자실장은 자기도 모르게 뿜어대며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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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빠른 아침 식사였지만,
4 마리 분량의 엄지 고기를 비우고 통통하게 부풀은 배를 문지르며,
자실장은 꺼억하고 트름한다.

[테프프프]

문득 어제부터 간간히 반복되는 탈주극과 엄지들의 필사적인 모습을 떠올리며,
자실장은 비웃듯이 웃음 소리를 낸다.

아무 생각 없이 입구를 향해서 전력질주.
약해진 동료를 미끼로.
개심하는 것처럼 속여서 용서를 구한다.

불쌍할 정도로 광대짓하는 엄지들은 예외없이 두둘겨 부숴서 먹이로 삼았다.
이런 간단한 일이라면 좀더 빨리 해버릴 것이었다.
녀석들의 처우에 잠자코 견디며 먹이를 가져다주지 않았아도,
때때로 이렇게 마마를 흉내내서 말을 듣지 않는 자를 모두의 앞에서 잘근잘근 씹고,
위협해서 말을 듣게 했으면 되는 것이다.
아아... 좀 거 빨리 진짜 마마가 되었으면 그런 비참한 기억은 하지 않았을텐데.

그러나 아까 전의 4 마리가 최후의 생존자인 모양이다.
큰 소리로 위협해도 아무런 반응도 없고,
일부러 한바퀴 돌아서 둘러보았을 때,
넝마 아래나 그늘에서 굶어죽은 엄지가 2~3 마리 구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느 쪽도 식량으로 삼으려고 깨물은 흔적은 있지만,
이빨로 제대로 나지 않은 엄지에게 있어서 고기를 물어 뜯는 것은 무리였던 모양이다.

그것도 식사로 삼으려고 자실장은 그 긴 머리털을 몰아서 쥐고, 질질 끌면서 침실로 향한다.

[테엣!?]

가까이 가자 과자 포장 상자 안에서는, 화악 하고 실장석 특유의 똥 냄새가 풍기고 있다.
보복할 셈으로 엄지들은 이곳에서 용변을 본 것이다.
이불로 쓰고 있던 맘에 들었던 손수건은 엄지들의 배설물 투성이라,
아무리 지능이 낮은 실장이라고 해도 그걸 뒤집어쓰고 잘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텟츄우-!!]

자신의 침실이 엉망이 되버린 자실장은 과자 상자를 걷어 차 버린다.
그걸로는 분노가 가라앉지 않아서, 손에 든 엄지의 시체를 몇 번이나 벽에 쳐 댄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에는 엄지실장의 사체가 식량으로 삼지 못할 정도로 뭉개진 것에 대해 후회하고는,
찰흙덩어리가 된 그걸 침실안의 똥에다가 던져 넣었다.

한동안 난리피운 후에, 갑자기 졸려왔다.
해뜰 무렵부터 엄지들이 도망가는 것을 눈치채고 잠을 깨버린 탓인지 엄청 졸린다.
하품을 한번 하고서 자실장은 엄지들이 잠자리로 쓰던 낙엽을 "집"의 한 가운데 모아서
그 위에 넝마를 깔고 데굴 하고 눕는다.

[...프프프...]

그만 웃음이 새어 버린다.
너무나 즐거운 일이어서 억누르지 못하고, 넝마를 두르고는 좌우로 크게 굴러가며,
마침내 큰 소리로 들뜬 듯이 웃어 댄다.

엄지들이 없어지고, 명실공히 자실장이 이 "집 "의 주인이 된 것이다.
이만큼 커다랗고, 안전하고, 지내기 좋은 집을 갖고 있는 들실장석은 자기 말고는 없을 것이다.
오늘부터 여기는 자신만의 "집"... 아니, 훌륭하고 커다란 성이다.
그리고 자신은 여기의 왕이 되는 것이다.

저 입구의 크기로 보아 어른들이나 개 고양이는 들어올 수 없고,
골판지상자로 된 약한 집과도 다르게 비바람에도 영향받지 않는다.
닌겐도 이 집에 들어오려고 했지만,
저 튼튼한 문은 열지 못하고, 덜컹덜컹 흔들기만 했을 뿐 안에는 들어오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에 도망쳐 들어오면, 결코 손을 대지 못하는 안전한 장소다.

이제부터 저 꼬맹이들을 돌보지 않아도 되는 만큼 편해질 것이다.
빨간 열매의 가지가 없어졌지만, 자기 혼자에게 필요한 만큼의 먹이라면 어떻게 든 될 것이다.
여태까지는 무서워서 못했지만, 근처에 있는 닌겐의 집에서 빼앗아 오면 된다.
발견되어도 여기로 도망쳐 오기만 하면 괜찮다.

[...텟츄우...♪]

히죽히죽대면서, 눈 앞에 손을 뻗어 본다.
꼬맹이들의 고기를 먹은 덕분에, 자신은 꽤 강해진 기분이 든다.
고기를 먹고 나서 진심이 된 자신은
꼬맹이들을 그처럼 간단하게 때려 죽이는 일이 가능할 정도로 강해진 것이다.

입구 쪽에 눈을 돌리니, 거기에는 아직 엄지실장들의 사체가 산처럼 쌓여 있다.
그것을 잔뜩 먹으면 좀더 좀더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먼저 저것을 전부 먹고 좀더 강해져서, 그 뒤에는 닌겐이 있는 곳에 가서 먹이를 잔뜩 빼앗아 오자.
그 때는 혹시나 닌겐보다 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테프프프...]

자실장은 그로부터 즐거운 생활을 예상하며 또 다시 히죽히죽 웃으며 자기 시작했다.
현실에서는 그 망상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 일인지도 예상하지 못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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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한파가 닥치고 동시에 큰 눈이 내렸다.

눈은 다음날 아침까지 내려대고, 자실장이 눈을 떴을 때에는 공터는 완전히 하얀 눈으로 덮여서,
두껍게 쌓인 눈은 "집"의 입구도 완전히 묻어 버렸다.
입구를 막힌데다가,
처음으로 보는 눈을 만지고서 그 차가움에 몸을 떤 자실장은
밖으로 나가는 것을 간단히 포기하고는
아침밥용으로 엄지의 시체를 양손에 쥐고 잠자리로 파고든다.

태양이 뜨고서, 한동안 있으면 눈은 없어질 것이다.
자실장의 머리 속에 처음부터 있는 지식은 그렇게 알려주었다.

그로부터 눈이 녹아서 동그란 입구 건너편에 밖의 경치가 보일 때까지의 기간동안,
자실장은 잠자리에서 넝마를 두르고 남은 엄지의 고기를 씹으며,
배가 부르면 잘 뿐인 나태한 생뢀 사이클을 반복했다.

"집" 안에 흥미를 끌만한 오락이될 만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혼자서 놀기에도 이 추위에는 귀찮아서 싫었다.
필연적으로 낙엽 잠자리에서 넝마를 뒤집어 쓴채로의 생활이 된다.

본래는 "집" 밖에 있는 도랑에 하던 배설도 엄지들의 변소가 되버린 예전의 침실에서 하게 되어,
마실 물도 창가에 맺혀서 떨어지는 이슬방울을 핥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 단조롭고 변화가 없는 생활 덕분에 자실장은 자신의 몸에 일어나고 있는 어떤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 채,
4 일 후의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테츄우? ... 테치이이!?]

나갈 수 없어? ... 어째서, 나갈 수 없는 거야!?

엄지들을 깨끗이 먹어치운 자실장은 새 먹이를 찾으러 밖에 나가려고,
언제나처럼 엎드려서 입구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입구 둘레에 머리를 부딛혔다.

머리가 이마가 상처투성이가 될 정도로 반복하고서는,
머리가 안되면 다리부터라면...라고
발끝부터 신체를 밀어넣어 가다 허리 부근에서 끼어버렸다

[...테츄우...♪]

고기를 너무 먹어서 배가 꽉 찼기 때문이다!

자실장은 손을 치고서, 자신에게 들려주려는 듯이 애써서 활기차게 말하고는 변소로 간다.
빤쓰를 내리고, 힘껏 힘주어 뱃속에 남은 똥을 전부 배출하고는 다시 입구로 가지만,
그래도 역시 무리인 이야기였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테츄우, 테치이이아아아아-!!!]


꺼내줘-, 여기서 꺼내줘-!, 누군가-!! ... 마마-, 마마아-!

소용없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울먹이며 몇번이나 몇번이나 반복하다가,
"여기에서 나가자" 라는 의욕보다도
"여기에서 나갈 수 없어" 라고 하는 현실과 절망감이 마음 속에 커졌을 때,
창백해진 자실장은 있는 힘껏 큰소리를 내며 울었다.

미친듯이 근처를 뛰어다니며 벽을 두둘기고,
엄청 소란을 피워 날뛰며 소음을 내고,
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채게 하려 했지만,
콘크리트로 사방이 둘러싸인 내부의 소리가 그 정도로 간단히 밖에 새어나갈 턱이 없다.
마지막에는 무서운 나머지 도망쳐 나온 모친마저 부르게 되었다.

[테히이이이, 테히이이이!]

반쯤 미쳐서, 입구에 머리를 눌러대던 자실장의 체구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두부나 동체의 크기가 저 둥근 구멍보다 명확히 크게 성장해 있다.
그래서는 밖에 나갈 수 있을 턱이 없다.

이 급격한 성장의 이유는 매우 단순한 것이다.
성장 호르몬, 그 근원이 되는 위석을 엄지실장의 고기과 함께 섭취했기 때문이다.

본래, 구성 성분이 같은 동족의 고기라는 것은 이상적인 영양밸런스를 갖춘 것이다.
그것을 자실장이 필요로 하는 영양량을 훨씬 넘도록 포식하고,
미량이라고는 하지만 성장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는 위석을
단시간에 대량으로 섭취한 결과가 이 급성장이다.

토실토실하게 살쪄서, 신장도 체중도 이 공터에 도착한 직후보다 두배는 될 것이다.
그 작고 메마른 자실장의 모습은 이미 어디에도 없다.



[뎃쥬... 데쥬우우...]



더 이상 소리가 안나올 때까지 외치고 나서야,
자실장은 "집" 안에 있을 턱이 없는 다른 출구를 찾는다.
금이 가서 갈라진 부분으로부터 빛이 새어나오는 장소를 발견해서는
그 주변를 전력으로 누르고, 두둘기고,
마지막에는 쇠사슬과 자물쇠로 잠겨진 철문에 몸통박치기를 반복한다.


[...ㅅ쥿! ...ㅅㅅ쥬웃!]


고기를 잔뜩 먹어서 닌겐보다도 강해졌을 터인데!

거리를 두고, 도움닫기를 하여 부딛히지만
체중이 가벼운 자실장으로서는 신체의 탄력 덕분에,
마치 공처럼 튕겨 나와서 굴러가는 것을 반복한다.
자신의 전력을 다해도 1 미리도 움직이지 않은 빨갛게 녹슨 철문,
이 명확하기까지 한 현실의 상징에 거절당해서,
자실장 안의 망상은 조금씩 소리를 내며 부서져 간다.

몇번째인가의 몸통박치기 후, 파킹,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팔의 뼈가 부러진다.
더 이상 소리가 안나올터였던 자실장의 목이 이 이상 없을 정도의 비명을 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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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확실히 엄지실장이나 자실장에게 있어서 낙원이었다.
이 튼튼한 "집"에 있는 한, 험난한 바깥 세상의 환경이나 위험한 것은 차단되어,
내부의 주민들은 그것들로부터 위협당하는 일 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유일한 둥근 입구는 이 낙원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자를 선별하고 있다.
이 조그만 상자정원에 들어가는 일이 허락되는 것은 같은 정도로 작은 신체를 가진 자뿐이었다.

그렇다면, 이 낙원에 거절당한 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밖의 세계에 있는 자는 다행인 것이다.
여기를 단념하고, 새로운 낙원을 찾기 위해 고통이 넘치는 바깥 세상을 방황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낙원 안에 있던 채로 거절당한 자는 어떨게 되는 것일까?
바깥 세상의 힘든 비바람이나 외적을 막기 위한 콘크리트 제의 벽은,
그 역할을 완수하면서도 동시에 그 의미를 바꿀 뿐이다.

들실장에게는 과분다고 할 정도의 성은, 그 순간 안의 주인을 다양한 위기로부터 지키는 것과 동시에,
주인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유폐하는 감옥으로 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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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 역시, 잠깐 기다려, 멈춰! 멈-춰!]

동료의 목소리에 작업원은 레버를 되돌려서 소형 중장비의 팔을 멈추고, 엔진을 끈다.

[어찌된 거야, 가스관이라도 있어?]

[이틈을 타서 보물찾기를 하는 거야, 보물찾기. 그때부터 어째선지 신경이 쓰이더라고]

작업원은 손에 든 대형 와이어커더로 문을 막고 있는 쇠사슬을 절단하고는
삐걱거리는 그 문에 빠루를 끼워 넣어서, 녹이 슨 경첩을 비틀듯이 열어간다.

[우와, 냄새!]

[우에에에]

작업원은 당황해서 튀어나와, 떨어진 장소에서 둘이 함께 욕지기를 한다.
고기 썩는 냄새와 실장석 특유의 똥 냄새다.
요즘 몇 일간 봄처럼 따뜻한 탓에 고여 있던 썩은 내가 한층 강해진 것이 틀림없다.

멀리에서 보아도 실내에는 잡동사니나 쓰레기가 흩어져서,
황폐한 실내에는 빈말이라 해도 보물이라는 것이 될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보물 같은 거 있을래나 여기...]

[시끄러... 아니, 역시 아까 건 없던걸로. 얼른 부숴버리는 걸로 결정]

[지가 멈추라고 해 놓고 뭐야 이건...]


두 사람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중장비의 엔진에 다시 시동이 걸린다.
거대한 흙삽은 콘크리트 제의 벽을 거리낌 없이 쓰러뜨리고,
강철의 손톱은 쉽게 그것을 부수어 간다.
두 시간 정도에 오두막은 모습을 잃고, 토대의 기초부분까지 깎여나가,
그걸 덤프트럭에 실려서 운반된 후에는
이 공터에 오두막이 있었다는 흔적은 푹 패인 지면 말고는 없게 되었다.



[............테치-............]


수풀 속에서 조그마한 소리로 뭔가가 울었다.
꿈틀꿈들 더러운 녹색의 메마른 몸을 떨면서, 힘없이 애벌레처럼 기기 시작한다.
사지의 끝을 잃고, 때와 먼지로 더러워져 있지만 그것은 확실히 자실장이었다.

그로부터 자실장은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집"안에 남은 엄지들의 얼마 안되는 파편을 줍고,
변소에 남은 마르기 시작한 똥을 토할 것 같은 것을 참고 삼키기까지 해서 살아남으려고 했다.
마지막에는 공복이 보여준 엄지실장의 고기를 맛보는 환각에 져서
자신의 사지를 재생하지 않을 때까지 먹어치워,
말 그대로 손도 발도 내밀지 못하게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그러다 결국엔 굶어서 죽음을 기다릴 뿐이었던 상황에, 오늘 해체작업이 있었던 것이다.
그 도중에, 운 좋게 오두막에서 밖으로 튕겨나가,
구사일생을 얻었으니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테츄-......테치......]


자실장은 근처에 있는 풀을 닥치는 대로 집어 삼키고는,
오랜동안 공복이었던 위 속에 음식이 흘러 들어가는 감각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그때, 문득 고개를 든 자실장의 시선에 그리운 붉은 열매가 보인다.
전부 잘려나갔을 터인 남천 가지가, 옆집의 울타리 사이로 이쪽의 공터 쪽에 늘어져 있다.
눈의 무게에 눌려서 이쪽에 내밀어진 거겠지.
눈부실 뿐인 새빨간 열매를 휠 정도로 매달고 있다.


[...텟츄우...]


꿀꺽 하고 침을 삼킨다.
흐릿한 자실장의 기억 속에서, 이 공터에서 처음으로 먹은 남천의 맛이 끌어올려진다.
매일 먹기는 했지만, 맛있다고 하는 기억은 없었지만,
기억 속에서 미화된 추억은 자실장을 그곳으로 향하게 했다.

[...테치...테치...]

머리속은 이미 남천 열매로 가득했다.
미화된 빨간 열매의 맛에 침을 흘리며,
거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채,
자실장은 익숙하지 않은 자벌레처럼 기는 방식으로 전신을 사용하여 기어서,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테칫!? ... 테챠아아아아아아...!!]

앞으로 조금, 앞으로 조금...
남천 가지가 바로 위에 가깝게 보일 정도가 되었을 때,
자실장의 몸이 갑자기 옆으로 쓰러져, 어디론가 경사면을 데굴데굴 굴러간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눈이 빙글빙글 돌아,
몇 분 후에 의식을 되찾은 자실장은 주변을 둘러보고 놀란 소리를 지른다.

거기는 주위를 경사면이 둘러싼, 넓고 평평한 구멍의 바닥.
올려보면 거기에는 향해서 가고 있던 남천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오두막의 토대를 철거한 구멍에 떨어져 버린 것이다.

기어서 올라가려해도 고정되지 않은 경사면은 물러서,
개미지옥의 구멍처럼 사각사각 무너져내려가는 탓에
기는 것 밖에 못하는 자실장에게는 그것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테챠아아아!!]


그러나 자실장은 구멍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풀을 씹은 탓에, 다시 식사하는 것을 떠올린 자실장의 뇌리에는
망막에 강하게 새겨진 머리 위에 있는 빨간 열매를 먹는 것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때까지 갇혀 있던 장소에서 드디어 해방되었는데,
모습은 바뀌었지만, 다시 탈출할 수 없는 같은 장소에 갇혀버리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차라리, 까마귀나 고양이에게 들키면 편해질 터인데.


[테치이이이...테치이이이...]


올라간다... 미끌어져 떨어진다... 올라간다... 미끌어져 떨어진다...
그래도 변함없이, 자실장은 빨간 열매를 향해 경사면에 도전을 계속한다.
뇌리에 떠오른 남천 열매의 맛을 상상하여, 그것을 맛보지 못하는 분함에 눈물을 흘리는 자실장.

서쪽하늘에 핏빛을 띄운 저녁노을이 사라져간다.
머지 않아 어둡고 차가운 밤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끝

댓글 3개:

  1. 이 띵작에 댓글이 없네... 학대파 닌겐이 없이도 얼마든 학대물 명작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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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실장석의 본성인 분충성을 잘 드러낸 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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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래서 엄지들은 자가 아니라고 하는거였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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