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냄비

토시아키는 긴장된 표정으로 주방에 서 있다.
철제 중국냄비를 센 불로 달구고, 기름을 두른다.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어 향을 돋운다.
중국냄비를 왼손에 파지하고 오른손으로 식재료가 든 그릇을 든다.



오늘의 식재료는 살이 잘 오른 독라 새끼실장 여러 마리이다.

텟츄?
텟치?
테챠!

잘 씻긴 새끼 실장들은 그릇에서 뛰어 놀고 있다.
토시아키는 식재료를 예열된 중국냄비에 던져 넣는다.

지지지지지지

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테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새끼 실장 3마리가 중국냄비의 뜨거움에 비명을 지른다.
새끼 실장들의 눈물과 침이 기름에 섞여 작은 폭발이 일어난다.


토시아키는 왼손으로 중국냄비를 까불며 새끼 실장들을 볶는다.

테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중국냄비 속에서 가볍게 구르는 새끼 실장들.
고기 익는 향기가 코를 찌른다.

"앗!"

새끼 실장 한마리가 다른 새끼 실장과 부딪히며 중국냄비 밖으로 내던져 졌다.

테걋!

조리대 위로 등부터 떨어지는 새끼 실장.
작열 지옥에서 해방되니, 도망 치려고 벌떡 일어난다.

"이 녀석, 기다려!"

토시아키가 중국냄비를 두고 달아난 새끼 실장을 잡으러 쫓아가려는데, 스승의 욕설이 날아들었다.

"바보 녀석!"
"헉, 죄송해요. 형님."

스승은 중국냄비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토시아키가 보니 중국냄비에서 새끼 실장 한마리가 탈출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한마리는 꿈틀거리지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요리사가 중국냄비에서 새끼 실장을 놓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토시아키?"
"네? 그...그..."
"그런 것도 모르나?!? 하룻밤에 소문이 퍼지고 망신살이 뻗쳐 가게를 접게 돼! 이 바보 녀석아!"
"헉!"

스승의 욕설에 몸을 움츠리는 토시아키.

과거, 손님의 눈 앞에서 오믈렛을 뒤집기를 실패한 가게가 있었다고 한다.
그 소문이 하룻밤에 옆 동네까지 번지면서 요리사는 사라졌다나.
주방은 전.쟁.터. 라고!.
어엿한 요리사를 지향하는 사람이 독라 새끼 실장을 중국냄비에서 흘리는 따위의 실수를 범해서야!

스승은 타버린 새끼 실장을 쓰레기 통에 버리고 식재료 그릇안에 남은 새끼 실장들에게 간사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새끼 실장들은 스승의 고함소리에 겁먹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던 것이다.

테칫...
테???
테츄...

"미안, 미안, 아까 독라들이 분충이라서 좀 꾸짖어 줬지. 너희들은 특별하니까 괜찮아."

테에?

"지금부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게."

텟치?
텟쪽-
텟치텟치

새끼 실장들을 치켜 세우면서 새로운 중국냄비를 꺼내 예열하고 기름을 두르고 마늘 생강을 볶아 간다.
물 흐르는 듯한 작업이다.
충분히 향이 일자 스승은 생기발랄한 새끼 실장들을 중국냄비에 떨어뜨린다.

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맛있게 볶아지는 새끼 실장들.
경쾌한 손놀림으로 중국냄비를 까부니 새끼 실장들이 가볍게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멋있다...)

토시아키는 스승의 솜씨에 숨을 삼킨다.
새끼 실장들은 자기들을 굽는 검은 철판을 피하려고 날뛰지만 도망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중국냄비 위에서 미친 듯이 춤출 뿐이다.

잘 구워져 노릇노릇 해진 새끼 실장들을 접시에 담는다.
세마리는 내천자(川)로 뻗어서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다.
미약하지만 가슴도 오르내려서 숨이 붙은 걸 확인할 수 있다.

스승은 중국냄비에 콩나물과 청경채를 육수와 양념에 삶는다.
한번 약한 불에 졸인 걸쭉한 국물을 뜨고, 중국냄비를 불에서 꺼내 새끼 실장 위로 가져간다.

테에에에...

새끼 실장들은 가냘픈 목소리로 운다.
아직 눈이 보이는지 한마리가 스승을 보며 오른팔을 움직여 턱에 대고 울었다.

텟츄 ?.

스승은 열린 새끼 실장의 입을 향해 국물을 부었다.

테보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나머지 두마리에게도 뜨거운 국물을 부어 새끼 실장 채소 찜을 완성한다.

"토시아키, 먹어 봐라."
"네? 아, 네."

젓가락으로 새끼 실장의 목을 집어 입으로 나른다.
새끼 실장은 뜨겁고 부드러웠고, 억지로 흘려넣은 국물이 흘러나와 입 안에 퍼진다.
맛있다.
새끼 실장의 굽힌 정도, 국물과 새끼 실장의 궁합, 콩나물과 청경채의 사각거림, 혀 위에서 새끼 실장의 마지막 저항, 모두 일품이다.

"맛있어요!"
"그래? 설거지해라."
"네! 감사합니다!"

토시아키는 스승에 공손히 머리를 숙인다.
중국냄비를 물과 스펀지로 닦으며 토시아키는 생각한다.

(나도 스승처럼 요리를..아니 스승보다 더 나은 요리를 언젠가는 만들테다!)

토시아키 요리수행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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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 대충 이런 느낌? 구더기짱들이 재료에 없는게 옥의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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