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이 UMA(미확인생물체)라면

초여름 밤.

"보세요! 이 사진! 쓰레기장 구석에 찍힌 이 녹색! 이게 실장석입니다! 실재한다는 증거 사진이라고요!"
"그런 생명체가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암만 봐도 버려진 인형이잖아요!"

침을 튀기면서 사진 패널을 가리키는 자칭 오컬트 연구가와 지겹다는 얼굴로 고개를 젖는 모 대학 교수.

그렇다. 나는 "UMA는 실재하는?!" 풍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컵라면을 홀짝거리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오컬트를 좋아해 왔고, 그 쪽의 사이트들도 이따금 순례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쓰치노코, 스카이피시와 함께 이제 막 실장석에 대해 논하려는 참이다.


 쓰치노코

남극해 인간





실장석.

"남극해 인간"과 마찬가지로 최근 몇년 인터넷에서 소문이 퍼진 새로운 UMA다.

키, 등신대는 인간의 아기 정도.
머리의 좌우에는 뾰족귀 같은 삼각형의 큰 돌기.
눈은 빨강과 초록의 둥근 오드 아이.
역삼각형의 입.
지면에 닿을 것 같은 긴 머리에 녹색 옷을 입고 있다.

산속이나 비경이 아닌 도시에 출몰하는, 인면견이나 모스맨 같은 도시형 UMA로 인기척 없는 공원과 쓰레기장에 나타나 데스-데스- 하고 울며 특유의 악취를 풍긴다.
때로는 똥을 집어던지며 그 똥은 초록색으로 대단한 악취가 난다.

인터넷에 목격 제보가 다수 있다. 멀리서 다가와 쫓아다니면서 활발하게 뭔가 외치더니 갑자기 데샤-데샤- 하고 울면서 똥을 던져 왔다던가, 새끼 딸린 실장석과 마주쳤더니 무슨 이유에선지 새끼를 내밀어 왔다던가, 개구리 같은 울음 소리를 내며 공중화장실 변기 속에 유충같은 것을 낳는다던가, 심야에 쇼핑을 하고 돌아오니 샀던 것들이 작은 실장석으로 바뀌었고봉투 안은 녹색 똥 투성이가 되어 있었다던가....

그럭저럭 사실적인 것부터 명백한 주작 까지 모두 전형적인 UMA 목격담답게 수상쩍은 정보 뿐 이었다.

추파카브라 등과는 달리 고작 대변을 던질 수 있는 정도로 위험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개와 고양이에게도 진단다. 그 대신 생명력이 높고 손발이 끊어질 정도로 다쳐도 재생이 되는 것 같다나?

죽어버린 몸은 액체 상태가 되어 땅에 녹색의 얼룩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시체도 못찾는 것 같다. 시체가 남지 않아 발견되지 않는 점에서 스카이 피시와 같다.

그 기원에 대해서도 여러 설이 있어서 우주인설, 옛날부터 존재했던 요괴설, 실험으로 태어난 신종 생물의 탈주설, 인형에게 영혼이 번진 빙의설 등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나는 그냥 없다고 본다. 스카이 피시처럼 고속으로 날아가든지 없는, 괴물처럼 물 속으로 숨어든 것도 아니고, 느린 움직임으로 자주 사람 앞에 나타났다면 벌써 잡혀 동물원 우리 속에 있어야 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클로즈 업된 사진들. 쓰레기봉투 뒤에 아기 정도 크기의, 녹색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비치고 있다...음, 인터넷에서 본 실장석 상상도와 같은 모습이 아닌 것도 아닌데. 아주 일부밖에 안 나왔고 애매하게 핀트가 안 맞았어. 왠지 질감이 싸구려 펠트 천 같은... UFO캐처의 인형인지 따위 아냐, 이거?

결국 어느 UMA도 정체 불명인 채, 프로그램은 끝났다. 뭐 그렇지. 다 먹은 컵라면 용기를 봉투에 버린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쓰레기 내는 날이지. 아직 쓰레기는 80%밖에 차지 않았지만 최근 따뜻해지긴 했고, 방심하면 금방 파리가 꾄다. 지금 빨리 버리러 갈까?

샌들을 신고 나선다. 지금이라면 날이 저물면 춥지도 덥지도 않고 밤바람이 기분 좋다. 아파트 앞의 쓰레기장에 가니 규칙을 위반하고 전날 쓰레기를 버린 작자들이 나만은 아닌 듯
이미 상당수의 쓰레기 봉투가 쌓여 있다. 대도시라면 더 엄할 것 같은데, 이런.

자, 빨리 버리고...응..?
문득 괴리감을 느꼈다.
냄새.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아니라 더 다른 종류의 악취가 난다.
무슨 냄새?

데스, 데스.

기묘한 목소리가 들렸다는 생각이 든다. 개구리를 짓밟은 듯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도둑 고양이와는 또 달라. 쓰레기 봉투의 산 너머에서 들린 듯한 생각이 든다. 심호흡을 하고 그 쪽을 들여다보자.

"데스 데스"

뭐야.
세상에나!
바보같은!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바닥에 흩어진 쓰레기를 일심 불란으로 먹고 있다.
아기 정도 크기의 녹색 짐승.
그것을 본순간, 놀라운 나머지

툭-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떨어뜨렸다.

그 소리를 듣고 얼굴을 든다.
눈이 마주쳤다.
좌우 다른 색상, 빨강과 초록의 구슬처럼 둥근 눈알과.

"실장석!"

허겁지겁 뛰어 나오려 했지만, 앞에 쓰레기 산이 있음을 잊고 있었다.
그 기세 그대로 쓰레기 산에 처박혀 버렸다.

"우와...!"

찢어진 봉투에서 유출된 음식물 쓰레기를 머리에 뒤집어 썼다. 얼굴에 붙은 바나나 껍질을 떼내고 다시 눈을 돌릴 즘에 그 생물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 후 다시 찾지도 못하고 쓰레기장 주위를 맴돌고 있다가 집주인에게 들켰다. 결국 나는 쓰레기를 미리 버리다 쓰레기장을 망쳤다며 주인에게 호되게 혼이 났다.

결국 뭔가를 오인한게 아닐까 생각 났지만 그렇지 않다.

집에 와서 깨달았다. 아직 그 악취가 난다. 내 바지 자락에는 녹색의 똥이 찰싹 붙어 있었다. 아무리 빨아도 냄새가 지지 않는 녹색의 얼룩. 이를 볼 때마다 내가 본 것은 진짜였다고 확신한다.

다음엔 놓치지 않는다. 절대로..... 하는 결의와 함께 나는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그때 그 녀석의 얼굴을 보았을 때 피어난 감정. 말할 수 없는 불쾌감.

쓰레기로 더럽힌 입가, 힘 없이 흐르는 침. 구지레한 전신에서 풍기는 똥 냄새. 그리고 그 눈. 그 얼빠진 오드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많은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 탐욕으로 거만하고 다른 모든 것을 얕잡아 보고 그러면서 그 모든 것들에 의존적인 타락의 덩어리. 그런 엄청난 비열함을 그 눈 속에 엿본 듯했다.

그 눈을 공포와 절망으로 물들이고 싶다. 취약한 쓰레기 주제에 거들먹거린 걸 죽도록 후회하게 만들고 싶다. 대단한 정도라는 그 생명력이 다할 때까지 학대하고 싶다.

미쳐 버릴 정도로 그런 욕구가 생겨나 온다.

그 생물은 발견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발견한 사람이 알리지 않은 게 아닐까? 그 생물을 발견하고 잡은 자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도 않고 넘기지도 않고 자신의 집안으로 학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때 느꼈던 나와 같은 욕구를 거스르지 못하고.

일순간 눈을 맞췄던 생물을 상대로 거기까지 억지스런 생각을 갖는 것은 스스로도 이상하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니, 다시 찾아내면 알 일이다. 그 눈을 다시 한번 보면 내 멋대로 착각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엔 놓치지 않는다.

절.대.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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