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실장

"바다실장"을 아시는지?

고급 식재료로 귀하게 여기는 산실장을 흉내내려고 양식실장에게 해초나 폐기예정인 생선을 주고 인공적으로 바다의 풍미를 내려고 시도중인 그 실장석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주로 오키나와 제도를 중심으로 서식이 확인되고 있는,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와 함께 사는 야생의 실장석이다.


이 바다실장은 태어난 직후에 친실장으로부터 모유를 받아 자란다는 점은 통상의 실장석·산실장과 비슷하지만 생후 1주일 정도부터 뭍에 올라온 해초를 친실장으로부터 받고, 그 후에는 갯바위와 여울에 나는 해초를 스스로 찾아 먹게 된다고 한다.

"텟테레? ♪" 퐁당
"텟후후? ♪" 풍덩
"텟츄? ♪" 텀벙
"테츄아? ♪" 찰싹
"텟치아? ♪" 철벙
"렛츄? ♪" 찰방
"텟치치? ♪" 찰랑
"데스우?..."

방금 그 바다실장이 바위투성이 해안에서 출산을 마친 것 같다. 새끼 실장 수는 7마리.

탄생과 동시에 바닷물로 목욕을 한다. 바다실장의 이름에 걸맞게.

주위를 경계하면서 즉시 점막을 핥기 시작하는 친실장.

원래 갯바위는 몸을 숨길 곳이 부족해 새끼 실장을 맹금류 등에 앗길 위험성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민물이 귀한 남태평양 여러 섬에서 내륙부의 물터는 예외 없이 인간의 생활권에 장악됐고 그런 장소에서 출산 하다간 친자전멸의 위험이 높다.

섬 주위에 펼쳐진 열대우림에도 1m를 넘는 무태장어를 비롯해, 열대가재 등 남양 특유의 대형화된 수서생물들이 숨어 있어 갓낳은 새끼 실장들을 처음부터 포식당할 위험성이 높다.

그런 비교 끝에 남은 물터가 백사장과 갯바위. 돌 사이의 요철에 겨우 몸을 감출 수 있는 후자가 출산의 장으로 택해진 것은 말하자면 당연한 결과다.

"데...데? 데스…데…?"

아까의 친실장은 열심히 새끼 실장들의 점막을 핥고 있지만 아무래도 싹수가 노랗다. 머리카락과 옷이 아직 바닷바람과 햇볕에 너덜너덜해지지 않은 걸 보면 아마 처음으로 출산을 경험하는 한살짜리 개체일 것이다.

본래라면 한시라도 빨리 출산을 마치고 바위 안쪽의 절벽 아래에 있는 둥지로 이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좀처럼 새끼 실장의 점막핥기를 못 끝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마지막 1마리. 시간이 걸렸지만 드디어 마지막 새끼 실장을
들어올린 그 순간,

""텟챠 아아 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배후에서 울려오는 대절규.

황급히 뒤를 돌아본 친실장의 눈에 비친 것은 두 마리의 새끼 실장들이 파도에 휩쓸려 가는 광경이었다.

"뎃!?…데갸아아아아아아!"

한 순간의 공백 후 그것이 자신의 자들임을 깨닫자 서둘러 2마리 쪽으로 향하는 친실장.

새끼 실장은 점막에서 해방된 즉시 돌아다닐 수 있고, 전혀 훈육이 되지 않은 호기심 덩어리이다. 친실장은 첫 출산에 시간이 걸린 나머지 먼저 점막이 취해진 새끼 실장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게을리 해 버렸던 것이다.

"...테츄풋! 테츄풋!……치에붓풋!"
"데스데슷! 데에?슷!"

친실장이 갯바위의 가장자리에 닿았을 때 이미 1마리의 모습은 사라지고 남은 한 마리는 간신히 파도에 머리를 내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바위에서 수면까지 약 1m. 수심도 아마 수십 cm 정도 될 것이다. 얕은 곳의 해초도 뜯어 먹이로 하는 것이 바다 실장이다. 뛰어들어 구해주지 못할 깊이는 아니다. 하지만 이 갯바위 위로 돌아오려면 여울이 있는 곳 까지 다시 빙 둘러가야 한다.

……아주 잠깐 눈을 뗐을 뿐인데 이 모양이다. 1마리의 새끼를 돕기 위해 몇분을 방치하면 남겨진 새끼 실장들은 틀림없이 죽는 것이다.

1마리와 5마리, 비교할 것도 없다.

"데이"

부모 실장은 한번 낮은 운 뒤 고개를 숙이면서 뒤돌아가기 시작했다.

불과 몇분 전에 이 세상에 생을 받은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던 자기 새끼의 절규가 서서히 파도 소리에 묻혀 가는 것을 들으며.

"테츄웃? 테테테테테츄웃프! 테쟈앗!"
"...텟...테츄쯔프...!"
"...테…"

꼬르륵

이 친실장은 출산 후에 순식간에 2마리의 새끼를 잃어버렸지만 그것은 별로 드문 일이 아니다. 바다는 많은 혜택을 주지만 그만큼 적도 많다.

가끔 찾아오는 밀렵꾼들은 특히 교활하다.
여름이 되면 태풍도 덮쳐 온다.
슬픔에 잠겨 있을 시간이 없다.

지금은 3월.
바다 실장의 새끼 교육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끝

댓글 1개:

  1. 초코보, 산초코보, 산천초코보, 해초코보... 우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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