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의 저실장


5년 전에 경찰을 퇴직한 이후, 유유자적한 매일을 보내고있다.
 오늘도 점심식사 후의 커피를 마시면서 애견 킁킁을 데리고 산책을 나선다

 그저께의 비로 물이 불어났던 강도 물이 빠져있다.
 킁킁도 그렇고 운동부족인것 같기에 변덕을 부려 강변으로 내려가본다.
 그러자 작은 비명같은 것이 어디선가 들려왔다.

 「레뺘〜 레뺘뺘아아아아〜」

 주위를 둘러보니 작은 녹색의 생물이 돌 위에서 소리지르고있다.
 가까이서 보니 저실장인 모양이다.
 사람이 장난을 친건지 실장석이 놓고간건지는 모르겠지만, 돌 위에서 떨고있는 저실장이 있다.
 돌의 높이는 지면에서 약 30cm. 경사가 심하기에 애벌레보다 빈약한 저실장의 손발로 여기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연약한 저실장이 여기에서 떨어지면 죽을지도 모른다. 내려가지도 못해서 도움을 구하고있던 모양이다.

 주위의 냄새를 맡던 킁킁이 물웅덩이 근처에서 멍멍 짖는다. 킁킁이 부르는 곳을 보니 물가에 실장복의 쪼가리와 약간이나마 남아있는 육편이 있다. 이건 사건의 냄새가 난다.
 요즘들어 아내에게 치매가 어쩌구저쩌구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치매예방으로 두뇌체조라도 할 겸 이 구더기벌레에게 무엇이 일어났는지 조사해보자.


 일단은 전화의 링갈을 기동해서 이 용의자를 심문해보기로 한다.



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



 「레후ー레후ー 우지쨩 피곤한레후 배가 꼬륵꼬륵하는레후 이젠 못 걷는레후ー」
 「참는테치 우지쨩 얼마 안남은테치 저기까지 힘내는테치」


 아타시도 공원에서 도망쳐나온 이후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했다.
 어느 날, 공원에서 살고있던 아타시들을 닝겐의 무리가 덮쳤다.
 우연히 아타시는 막내인 우지쨩과 함께 공원을 둘러싼 숲의 근처에 있었다.
 닝겐이 잔뜩 와서 모두의 집을 가져가버렸다.
 나서서 화내는 아줌마들은 모두 자루에 집어넣어졌다.
 방금까지 놀고있던 자들도 쫓아가서 잡아버렸다.
 누가 울어도 아첨해도 떠들어도 소용없었다. 마마도 이모토쨩들도 잡혔다.
 아타시는 우지쨩을 데리고 공원 밖에 있는 도랑에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어디를 어떻게 도망쳤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축축한 곳에서 자고있었다.
 높은 풀과 깎아지른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모래땅으로, 눈 앞에 물이 잔뜩 흐르고있었다.
 위를 보니 물이 떨어져내리는 크고 둥근 통이 있었다.
 저기에서 떨어져 흘러온 모양이다.
 우지쨩은 아타시의 옷 안에 있었기에 무사했다.
 여기는 마마가 가르쳐준 강이라는 곳인 모양이다.

 강가에서 머물기 시작해서 며칠이 지났다.
 뒤쪽의 깎아지른 하얀 벽은 올라갈수 없다.
 높은 풀의 수풀도 통과할수있을것같지가 않다.
 축축한 땅에 마른 풀을 깔아서 잠자리로 삼았다.
 강의 돌을 뒤집으니 꼬리가 두개 있는 벌레가 있기에 먹었다. 부드러워서 공원의 메뚜기나 쥐며느리보다 맛있었다. 강 안에 갈색의 달팽이가 기어다니고있었다. 껍질이 달팽이보다 단단했기에 돌로 깨서 먹었다. 고기도 단단했지만 우지쨩에게는 입으로 씹어 부드럽게 해서 먹여주었다.

 어느 밤, 비가 내렸다. 점점 물이 불어났다.
 하얀 벽에까지 물이 차올랐다. 어디로도 도망칠 데가 없다.
 그 때 눈 앞에 닝겐이 마실 것을 넣는 투명한 용기가 흘러왔다.
 우지쨩을 옷 안에 넣고 필사적으로 거기에 매달렸다.


 ……… 여기는 어디일까?
 눈을 떠보니 다른 강가였다.
 
 살았구나. 옷 안에서 우지쨩은 새근새근 자고있었다.
 매달려온 투명한 용기도 근처에 떨어져있다.
 어제까지 있던 데와는 다르게 높은 풀도 듬성듬성하고 하얀 벽에 올라가는 길이 붙어있다.
 배가 고팠지만 지친 몸과 마음에 약간이나마 희망이 돌아왔다.

 잠시 후 등에서 자고있던 우지쨩도 눈을 떴다
 「오네챠ー 잘 잔레후 밥은 어디인레후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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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웅덩이를 피하고 질퍽한 땅에 발이 빠지면서 하얀 벽을 향해서 걸어간다.
 아타시도 지쳐있기에 우지쨩에게 스스로 걷도록 하였다.
 해가 질때까지 안전한 곳을 찾고 싶다. 가능하면 먹을 것도 원한다.
 우지쨩이 힘들고 배고프다고 몇번이나 투정을 부린다.

 「레후? 레뺘아아아아앗!!! 오네챠ー 살려주는레후! 오네에챠아ーー!!!」

 몇번째인가의 우지쨩의 우는소리에 또인가 하면서 뒤를 돌아보자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우지쨩을 바위가 쫓아오고있어?

 아니야! 비늘에 덮인 뱀같은 머리가 보인다. 커다란 턱을 쩌억 하고 벌리고있다.
 마치 바위를 짊어진 뱀이다. 우지쨩을 씹어먹겠다는듯 성큼성큼 쫓아오고있다.
 공원에 있던 때에 뱀에게 이모토쨩이 한 명 삼켜진 적이 있다. 그런 빠른 생물에게 습격당하면 아타시라도 도망치지 못한다. 그래도 이녀석은 뱀보다 발이 느린 모양이다. 어쩌면 도망칠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지쨩을 안고 잽싸게 도망치려고했다.

 강가의 진흙에 발이 빠지면서 열심히 달린다.
 분명히 도망칠수있다. 이번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아파!
 발에서 격통이 느껴진다.
 괴물에게 물렸다.
 따라잡혔다? 어째서?
 아파!!
 넘어진 아타시의 발을 괴물이 물어뜯었다.



 팔에 안긴 우지쨩이 울어젖힌다.
 여기에서 끝인거야? 미안해 우지쨩.

 눈물로 흐려지는 눈 앞에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거대한 괴물이지만 키는 별로 크지않다.
 어쩌면 우지쨩만이라도 살수있을지도 모른다.
 녀석의 키가 닿지않기를 기원하면서 힘닿는대로 우지쨩을 던진다.

 「레삐이이이〜〜?! 오네에에에에챠아아아아아아아〜!!」

 우지쨩을 던진 다음 순간, 남아있는 발을 괴물이 물었다.
 몸을 돌려서 괴물을 때린다.
 토닥토닥 하면서 울리지않는 소리가 날 뿐이었다.
 그 팔도 괴물의 턱이 물어씹는다.
 조금씩 차가워져가는 어둠 속에서, 우지쨩의 울음소리만이 마지막까지 들려온다……





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레후래후


 「레후ー」

 명료하지 않은 발언이 많아서 심문에 시간이 걸렸다.
 강의 모래사장을 보니 거북이가 몇 마리인가 기분좋다는듯이 햇볕을 쬐고있는 것이 보인다.
 지난 주 일요일에 주민회의 자원봉사로 근처 공원의 구제에 동원됐었지.
 상황증거를 보건대 이 녀석의 발언에 거짓은 없다.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의심이 풀린 용의자를 원래 장소로 석방하기로 한다.

 「레뺘ー」

 돌아가자 킁킁. 간식시간에 늦겠어.


-끝

댓글 2개:

  1. 구더기에게 구원같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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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ㅋㅋㅋㅋㅋㅋㅋ적어도 바위에서 내려주긴 할줄 알았는데ㅋㅋㅋㅋ얼마나 분충발언이 섞인 말을 했으면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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