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잡이 실장석

해변길을 드라이브 하다 후미진 곳에서 자실장을 봤다.
근처에 차를 세우고, 졸음 쫓는 사탕과 뚜껑 달린 RV박스를 손에 들었다.
눈치채이지 않게 조심하며 솔방울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는 자실장에게 접근했다.

"야, 예쁜 자구나"

"테치? 테-챠!"

"도망 가지 않아도 괜찮아. 이걸 줄까?"

"테-츄-테츄테츄텟츄?"

"마음에 들었니? 하나 더 줄께 너같이 귀여운 자의 마마를 만나게 해 주지 않을래?"

"테츄-웅??"



자실장이 "텟치-텟치-" 하며 거북이 걸음으로 자기 둥지까지 안내해 준다.
그 사이에 익숙하지 않은 휴대폰 링갈를 구동했다.
자실장이 향하는 쪽에 만신창이로 낡은 어부 오두막이 보인다.

"마마 인간씨가 좋은 것 준 테츄-"

"데데-쯔! 인간에겐 절대 접근하면 안된다고 가르친 데스우! 무슨 짓을 한 데스우!"
"바보 동생 테치! 학대파라면 와타치들은 다 죽는 테치"
"언니짱 좋은 걸 가지고 있는 레치. 인간씨 와타치한테도 넘기는 레츄!"
"인간씨 반가운 레후. 우정의 표시로 프니프니 해주는 레후!"

"데에에~. 엄지짱도 구더기짱도 무례하지 마는 데스. 인간님 목숨만은 살려 주는 데스우?"
"마마. 왜 그러는 테츄? 이 인간씨는 좋은 인간이 분명한 테츄."

"들실장치곤 말을 많이 알고 있구나. 전에 누군가에 키워진 적이 있나?"

"옛날 마마는 특급 사육실장이었던 테츄. 독라라도 마마는 멋있는 테츄."
"인간님 제발 불쌍한 와타치들을 살려 주는 데스. 여기서 조용히 살고 있을 뿐인 데스."
"와타치도 달콤한 컨페이토우 먹고 싶은 레치. 아름다운 노래 들려줄테니 그 값으로 주는 레치."
"레후- 구더기 빨리 프니프니 해주는 레후!"
"와타치들은 누구한테도 폐를 안 끼친 테치. 동생짱들은 뭐가 뭔지 모를 뿐인 테치. 죽이지 마는 테-칫."

"그렇구나, 역시 전 사육실장, 게다가 특급이었다면 네 자들이 똑똑하고 귀여운 것도 당연하지."

"이 장녀가 가장 현명하고 상냥해서 자랑스런 자인 데스. 인간님께 폐를 안 끼치게 단단히 버릇을 가르친 데스. 마음에 든다면 부디 이 장녀를 키워 주시는 데스? 그것만 소망하고 살아 온 데스."
"언니짱만 가면 치사한 테츄. 인간씨를 첨 발견한 와타치가 키워지는 게 당연한 테츄!"
"와타치가 제일 귀여운 레츄! 인간씨, 이 멋진 춤을 보는 레츄."
"레후레후? 구더기 더 못 참는 레후-."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충분히 넓어. 귀여운 너희들이면 모두 와 줘도 좋다!"

"가..감사하는 데스, 인간님. 제발 그 자들을 행복하게 키워 주시는 데스우!"

"무슨 소리, 너도 같이 가는 거다. 사양하지 마라."

"데에? 나는 못생긴 독라 데스우. 상냥했던 주인님도 포기한 바보에 멍충이 데스우."

"나는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는 똑똑한 마마니까 꼭 같이 갔으면 좋겠어."

"데-스? 뎃뎃? 오로로롱! 살아있어서 다행인 데스. 희망을 버리지 않아서 다행인 데스우!"

"어둡고 좁지만 이 상자에 들어가 줘. 금방 내 집에 도착할 거야."


"다시 사육실장이 된 데스우-. 이번에는 절대 버려지지 않는 데스!"
"정말 와타치들 다 사육실장이 된 테치? 꿈이 아닌 테치?"
"착한 인간라서 고귀한 와타치를 만난 테츄. 착한 인간이 행복해지는 테츄."
"매일 컨페이토우 뷔페 레치."
"인간씨한테 프니프니 받는 레후? 구더기에도 행복 가득한 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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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녹아, 따뜻해지니 농사일로 바빠진다.
하지만, 따뜻해지면 곧바로 모기나 각다귀가 붙어서 짜증난다.
모기약을 뿌려도 효과는 미미하고, 여기저기서 들러붙는 벌레들을 일일이 살충제로 상대할 수도 없다.
하지만 올해부터 그런 고민은 사라졌다.
왜냐하면 봄에 후타바 제약에서 획기적 신제품을 발매했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작업 할 때, 근처에 실장석을 달아 "모기 쫓는 실장"으로 하는 것은 생활의 지혜.
실장석의 피로 배가 부른 모기들은 사람한테 까지 오지 않는다.
문제는 피로 배를 불린 모기가 알을 낳는 것이다.
근처에 모기의 발생원이 있으면 오히려 모기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후타바 제약의 신약 『모기 실장』은 이 "모기 쫓는 실장"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된 살충제다.


"예방 접종을 할테니 아파도 참는 거야. 전 특급 사육실장이라면 알고 있겠지."

"네 데스. 주인님. 너희들도 참는 데스. 사육실장이 되는 데스."

"테치?"
"테츄?"
"레치?"
"레후?"

『모기 실장』은 보통 스프레이 살충제 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프레이 살충제와 달리 분출구에서 분사되는 게 아니다.
첨부된 주사 노즐을 세팅해서, 실장석의 체내에 약물을 주입한다.

"데-규우우오오오오오오오오?! 걋-베-쯔.."

거품을 불고 기절한 뒤, 마비된 실장석들.
이 살충제는 곤충과 대사계가 다른 실장석한테는 거의 독성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실장석의 대사계에서는 분해도 되지 않아, 체내에 장기간 머무른다.
실장석이 마비된 것은 약물에 포함된 실장 시비레의 효과이다.
위석 안정제도 들어 있으니, 실장석 스트레스사의 위험도 줄어든다.
마비된 실장석을 놓아두는 것 만으로, 흡혈성 모기나 각다귀를 선택적으로 퇴치 할 수 있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저렴하게 해충만 죽이는 『모기 실장』은 친환경 상품으로 평판이 좋다.
『모기 실장』은 지구 온난화로 문제가 되고 있는 말라리아의 매개체인 학질 모기의 퇴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주사 무서운 테치 그...그래도 참는 테치이!"
"엄청 아픈 테츄. 마마 입에서 거품이 나오는 테츄!"
"아픈거 싫은 레츄. 너무 아픈 레챠-"
"레피-ㅅ!"

봄에 발매된 후 『모기 실장』은 당장 히트상품이 됐다.
그래서, 발매 당초엔 어딜 가도 매진이었다.
열풍이 다소 진정되데다 세계적인 증산이 있어서 이제 『모기 실장』 자체는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젠 들실장이 귀해 지고 말았다.
약국과 홈센터에서는 물론 『모기 실장』과 나란히 실장석을 팔고 있다.
어차피 실장석이니까 값은 싸지만, 사람 심리란 게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제 집 근처에 있던 들실장들은 모두 포획됐다.
TV에서도 방송했지만 전국 곳곳이 이런 상태인 것 같다.

"(모-몸이 안 움직이는 데스……이런 주사는 모르는 데스..절대 이런게 아니었던 데스...)"
"(참는 테치……이걸로 사육실장이 된 테치……그런데 뭔가 이상한 테치...)"
"(........마……마비된 테츄..목소리도 안나오는 테츄……)"
"(……엄청 아픈 레치...저 인간...학대파였던 레치이……)"
"(…레...)"


밭의 모퉁이에 실장 친자를 매단 뒤 구더기 실장에겐 실장 기생 식물의 씨앗을 박았다.
이걸 밭이랑 옆에 심어 두면 작물의 뿌리를 먹는 해충을 퇴치할 수 있다.

"(........희망이고 뭐고 믿을 수 없는 데스……행복 따위 아무데도 없던 데스우...)"
"(역시……거짓말 테치이……달콤한 콘페이토우는 어딨는 테치...너무 늦게 알아챈 데치이...)"
"(아…가려운 테츄... 그냥 죽게해 주는 테츄. 차라리 깨끗하게 죽여주는 테츄...!)"
"(인간은 악당 레치! 귀신 레치! 악마 레치이...!)"
"(레-후)"



-끝?

댓글 4개:

  1.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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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침내 실장석을 유용하게 쓸 수 있어 좋은데스... 하지만 등장한 실장들이 개념실장이라 살짝 안타까운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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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키워달라는 시점에서 분충인데스...빡대가리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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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일가 전부다 양충이었으면 살짝 양심에 찔릴뻔했는데 적절하게 분충개체 섞어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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