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우렛훈

슈퍼에서 저녁 식사 재료를 고르고 있는데 '오늘의 대 특가'라는 상품을 발견했다.
싼 것이 최고다. 월급날 전이라면 더욱더 이런 기회를 이용해야지.

싸다. 확실히 싸다.
그런데 이거 샤우엣센(※주: 고급 소세지 브랜드)이 아닌가? 왜 이렇게 싼 거지?
이 정도로 싼 건 조금 이상하다.
이상하게 여기며 손에 들어보았다. 어쩌면 유통기한이 오늘까지라든지 그런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통기한은 아직 남아있었다. 이상하다.
다음으로 안에 든 내용물을 잘 확인한다. 그랬더니...


"우와!"

놀랍게도 비엔나인 줄로 알았던 것은 독라인 구더기실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상품명을 잘 확인하니

'샤우렛훈'

"..."

뭐야... 이건... 무슨 농담인가?
다시 한번 본다.
구더기실장이 한 팩에 열 마리 들어있다.
그리고 기재된 설명에 따르면 무균실에서 기른 식용 구더기실장이라고 한다.
물론 똥 빼기 완료.

그렇다면 품질에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전에 식용 자실장을 먹은 적도 있어서 그런 부분은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구더기실장은 먹은 적이 없었지~. 그래! 이참에 먹어볼까!

일단 한 팩만 샀다.
맛없으면 들실장들에게 주면 그만이고 이 가격이면 지갑에 별 타격도 없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조리에 착수한다.
그렇긴 해도 조리법은 샤우엣센과 완전히 똑같아서 프라이팬으로 굽기만 할 뿐이다.
봉투를 뜯어 독라 구더기를 프라이팬 위에 놓고 굽는다.
그러자

"렛뺘아아아아아아!!"

"레휘이이이이이이!?"

렛후ㅡㅡㅡㅡㅡㅡ!?"

이런, 이 녀석들 살아있었나! 그렇다면 그동안 계속 가사상태였다는 건가.
잘도 봉투 안에서 깨어나지 않았구나!
...그랬군. 그래서 그렇게 값이 쌌나.
나야 뭐 학대파이기도 하고 이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즐겁지만 말이지.
그러는 동안에도 프라이팬 위에서는 끊임없이 절규가 울리고 있었다.



뜨거운 바닥 위를 데굴데굴 구르는 놈.
조금이라도 뜨거움에서 벗어나려고 요령 있게 팔딱거리는 놈.
나를 보고 도움을 청하는 놈.
뜨거움을 참고 나에게 배 프니프니를 요구하는 강인한 놈.

봐도 봐도 질리지 않지만 나도 배가 고프니까 빨리 구워서 먹어버리자.
그나저나 질기군. 실장 중에서도 가장 덧없는 존재일 텐데 이렇게 장시간 구워져도 아직 살아있다니...
신선도를 조금이라도 길게 유지하기 위해 위석이 강화 코팅이라도 된 건가?
뭐 그다지 상관없다. 그것보다 마침 먹기 좋을 때다. 일단 한 마리 먹어보자!
간장에 살짝 담가 입으로 나른다.

"레후!? 레후! 레후! 렛후우우우우우!!!"

...아직 살아있었나...하지만 이제 끝이다.

"레삐!"

음, 그럭저럭이군.
샤우엣센에는 못 미치지만 비슷한 맛이 난다.
응, 충분히 먹을만해.
좋아! 다음으로 가자!

"레후우!? 레후레후레후!!!"

젓가락을 가까이하자 모두 일제히 프라이팬 위에서 사방팔방으로 달아난다.
여담으로 가스 불은 꺼져있어서 더 구워질 일은 없다.
그렇긴 해도 모두 온몸이 익었지만.

달아나는 독라 구더기 한 마리를 젓가락으로 집자 눈물을 줄줄 흘리며 나를 바라본다.

"도망치지 말라고."

"레삐!"

맛있다!
자, 이제 남은 건 여덟 마리.
이대로 먹어도 되지만 밥을 먹고 싶군.
오, 마침 어제 남은 것이 한 그릇 분량 남아있다.
밥이 있다면 된장국도 먹고 싶네.
그래, 만들자.


"잘 먹겠습니다."

식탁에 밥, 된장국, 샐러드, 그리고 샤우렛훈 여덟 마리를 접시에 담고 앉는다.
TV 버라이어티를 보면서 식사다.




"레...후..."

"레후ㅡ."

"레...레..."

"레에..."

아직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네 마리가 가냘프게 목숨 구걸하는 소리를 높인다.
그래그래, 쓸데없는 발버둥은 그만둬라.

"레삐!"

"레뺘!"

"레뿌!"

"레!"

샤우렛훈 네 개 동시에 먹기. 역시 이것은 힘들었다.
입속이 구더기로 가득하다.
천천히 잘게 씹어 단말마의 외침을 듣고 나서 흘러나오는 육즙을 만끽한다.
맛있다!

"잘 먹었습니다."

순식간에 다 먹고 배가 불렀다.
꽤 맛있었군. 다음에도 사볼까.

...구더기의 절규도 다시 듣고 싶고 말이지.


-끝

댓글 2개:

  1. 제품명이 참 ㅈ같은 뎃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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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 닝겐상는 식실장물을 참 담백하고 맛깔나게 써서 좋은뎃승~ 와타시도 어쩐지 이걸보고 군만두가 먹고싶어진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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