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이 있는 세계의 신문배달

신문배달의 아침은 이르다.
그 날도 남자는 모두가 잠들어있는 오전 2시가 넘은 시각에 눈을 떴다.

「……」

밖을 살핀다. 구름은 많지만 비는 아직 내리지 않으리라.
아침에 비가 온다고해서 우울해하고있었지만, 이 정도라면 배달에 지장은 없다.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배급소가 계약하고있는 연립주택을 나선다.

계절은 가을이다. 봄과 비슷할정도로 신문배달에 있어서는 비교적 편한 시기.

비가 많고 장마와 태풍이 오는 여름, 눈이 내리는 겨울은 이 일이 힘들게 느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배급소에 달려가서 동료와 인사하면서 놓여있는 신문을 탁자에 쌓아올리고 분배한다.
자신이 일하는 신문사의 신문이 제일 많고, 그 다음에 위탁분, 스포츠신문, 소잡지가 따른다.
이것들에 전날 엮어두었던 광고지를 끼워간다. 아침까지의 유예가 적다. 후딱 해치우자.
남자가 비와 눈의 시기를 싫어하는 것은, 그런 날에는 여기에 비닐봉투를 씌우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수고도 들고 포장하는 기계가 한정되어있기에 줄을 서서 기다리게된다.
일초가 아까운 아침시간에 장사진 속에서 기다리는 것은 상당히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이다.

어쨌거나 준비는 마쳤다.
비닐끈을 배달용 오토바이의 짐칸에 깔고, 그 위에 수가 많은 자사의 신문을 놓는다.
수가 적은 위탁분과 소잡지, 스포츠신문은 앞의 바구니에 넣는다.
바구니 옆에는 몇 장의 비닐봉투를 끼워두고 철제 집게를 틈에 끼운다.
주머니에는 길쭉한 스프레이캔을 넣어둔다.
짐칸에 쌓인 신문에 비닐끈을 두른 후 스쿠터의 타이어튜브를 활용해서 만든 끈으로 묶어 고정하면 아무때나 출발할수 있다.

하지만 출반 전에 할 일이 있다. 주변을 다시한번 둘러봐서 노면에 뭔가 있지않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배급소 옆에는 공원이 있다. 그래서 이 주변에는 실장석이 자주 나온다.

스프레이를 꺼내들고 길 근처의 덤불, 노면 위, 국도에 나서기 전에 있는 신호등 주변을 가볍게 확인한다.
좋아, 없다. 가자.
남자는 오토바이에 앉아서 기세좋은 킥으로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다른 배달원들이 차례차례 배급소에서 발진하여 어둠속으로 사라져가는 것은 꽤나 장관이다.
드디어 엔진이 걸리고, 남자도 배급소 앞에서 자신의 배달구역으로 달려간다.


신문배급소에 있어, 실장석은 해충이 아닐수 없다.

길 위에 느릿하게 튀어나와서 배달의 방해를 한다.
우편함과 배달구멍에 넣은 신문지를 훔쳐서, 둥지에 가져가 잠자리 대신으로 쓴다.
노상에 죽어있거나 치인 개체는 배달오토바이의 사고를 유발한다. 신문을 대량으로 실어 중심이 불안정할 때에는 특히나.
배달원에 엉겨붙어 아첨을 하고, 결국 똥을 던지거나 하면 배달물인 신문지가 못쓰게 된다.
실로 백해무익한 존재. 그렇기에 배달원들도 실장석에 대해서 굉장히 경계하고, 따라서 자비나 용서가 없다.


출발하고 30분이 경과.
지금으로서는 배달은 순조롭고, 짐칸과 바구니의 신문지도 순조롭게 가벼워져간다.
길 순서와 각 집에 배달할 물건은 완전히 파악하고 있으니 문제는 없다.

배달구멍에 있어서는, 신문을 완전히 밀어넣어 문 안쪽에 떨어뜨린다.
이전처럼 어중간하게 구멍에 끼워두면 실장석이 채어가기 때문이다.
우편함에 있어서도, 살짝 안쪽에 휘어지도록 해서 우편함 안에 수납시킨다.
이 때에 반드시 우편함 안을 확인하고 하지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가끔씩 『선객』이 있기 때문이다.

「테츄우……」
「……」

확인을 하기 위해 우편함의 뚜껑을 연 남자의 움직임이 멎는다.
안에는 꾀죄죄한 들자실장 한마리가 무릎을 안고 쭈그려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친실장이 던져넣었을것이고, 일종의 탁아이다.
자실장은 빼빼 마르고, 울다 지쳤는지 축 처져있다.
탁아되고나서 몇 시간동안, 사람에게 눈치채어지지 못한채로 있었으리라.

「……」

남자는 가볍게 한숨을 쉰다. 자실장의 사정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저, 수고가 늘었다는 점을 탄식한것 뿐이다.

「츄우?」

접근하는 「그것」에 눈치챈 자실장이 슬그머니 얼굴을 들어올린다.
그것은 하얀 손이었다. 하얀 손은 우편함 안에 파고들었다.

「테치푸!」

위험을 느끼고 소리지르려고 하던 자실장의 입을, 장갑의 안에 있는 남자의 손이 막았다.
별로 수상한 짓을 하는 것도 아니다. 바구니 옆에 늘어뜨리고있던 폴리에틸렌 장갑으로 자실장의 상반신을 쥔 것 뿐이다.
소리지르면 곤란하다. 새벽녘에 자실장의 새된 울음소리는 귀에 거슬리는 소음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자실장의 상반신을 감싸든이 쥔 남자는 실장회수 비닐봉투(5리터)를 펼치고 그 안에 쥔 손을 넣는다.
손 안에는 자실장이 손아귀에 잡혀있으면서도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손을 물어뜯으려고 한다.
실로 작은 저항을 이빨에 실은 티도 안나고, 남자는 단번에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부드러운 상반신의 뼈가 차례차례 부서지고, 얄팍한 두 팔과 몸통이 뭉개진다. 으직으직 하면서 압박된 내장이 구멍이란 구멍에서 새어나오고 파열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야말로 압살. 입을 놀릴수 있었다면 틀림없이 찢어지는 절규가 들렸으리라. 남자는 익숙한 솜씨로 입을 눌러서 단말마 하나도 새어나오지 않게했지만.
이윽고 「고갹!」하는 둔한 감촉이 남자의 손바닥에 전해진다. 아무래도 푹 고아낸 연골정도의 강도밖에 없는 두개골이 압괴된 모양이다.
동시에 자실장의 저항이 없어졌다. 뭉개지지않은 두 발이 가끔씩 움찔움찔 하면서 경직하고있다.
몸 전체가 이완하는 것인지, 뿌지직 하면서 화끈한 소리를 내면서 속옷이 부풀어오른다.

「…………」

남자는 재빨리 장갑을 뒤집듯이 해서 벗는다.
뭉개진 자실장은 뒤집힌 장갑에 감싸이듯이 담긴다.
녹과 적을 담은 폴리에틸렌 장갑은 아무렇게나 회부송투에 던져지고, 봉투를 바구니 옆에 짤게 조정해서 매단다.
남자는 시계를 본다. 소요된 시간은 1분 30초 정도. 우울함을 풀기위해 뭉개는것을 약간 즐겨버린 모양이다.
역시 가장 시간과 노력이 들지 않는 것은 목을 뽑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음부터는 시간단축을 위해 그렇게 하자.

남자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고는 빈 우편함에 신문을 넣고, 재빠른 동작으로 오토바이에 타서 액셀을 밟았다.





배달개시로부터 1시간 정도 경과.
이미 전반분량을 마친 남자는 나머지 절반을 싣기 위해 배급소로 돌아왔다.
배급소 안의 식당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된장과 반찬의 냄새가 희미하게나마 흘러나오자 남자의 배가 꼬르륵 하고 운다.

바구니에 담을 위탁신문과 스포츠신문을 안고 길에 나섰을 때, 자신의 오토바이 옆에서 짐칸에 실은 신문뭉치에 손을 뻗고있는 성체실장석이 눈에 들어왔다.
팔짝팔짝 뛰면서 어떻게든 신문을 덮고있는 비닐과 고무끈을 치우려고 하고있다. 운 나쁘게도, 가게 밖에는 사람이 없었다.
남자는 조용히 점내로 돌아와 위탁신문과 스포츠신문을 긴 테이블 위에 놓고, 발소리를 죽여 실장석의 등 뒤에 다가선다.
가게 주위에 다가오는 들실장은 싸그리 죽여버렸기에, 최근에는 배급소 가까이에서는 실장석의 모습을 볼 일이 없었다.
다른 곳에서 흘러들어와서 이 부근의 터부를 모르는 개체일까, 하고 남자는 머리 한켠에서 생각했지만 금방 지워버렸다.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중요한건, 저 분충을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한 번은 동료가 신문을 쌓는 도중에 화장실에 갔다가 그 사이에 신문을 어질러져서 고생을 한 일이 있다.
높이 쌓여있던 신문지는 길 전면에 널찍하게 흩어지고, 광고와 펼쳐진 지면이 바람에 실려 하늘에서 춤추었다.
그 가운데에서 신문지를 가로채는 실장석이 점유를 주장하고싶은 것인지 데프프 웃으면서 비닐끈과 오토바이에 똥을 발랐다.
피해는 막대했고, 예비의 신문을 모조리 동원하고도 모자라서 인근의 계열배급소에 고개를 조아리면서 배달할 분량의 신문을 얻어오는 고생을 해야했다.
실장석은 분기탱천한 배달원들에게 빈사직전까지 구타당한 후, 며칠간 가열찬 학대를 받은 후 독라가 되어 공원에 릴리즈되었다.

「데스우?」

뒤에서 뿌려지는 그림자를 눈치챈 실장석이 뛰는 것을 멈추고 뒤로 돌아선다.
그것은 커다란 인간이 만드는 그림자였다. 인간의 표정은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으로 그늘이 되어 볼 수가 없다.
일단은 아첨을 하려고 손을 입에 대는 실장석이었지만, 기선을 제압하는 것처럼 인간이 뭔가 길쭉한 통을 들이대었다.

뭘까, 하면서 아첨스타일인 채로 얼굴을 가까이해서 본다.
다음 순간, 길쭉한 통은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안개를 뿜어냈다.
얼굴, 눈의 점막, 콧구멍, 헤벌쭉 열린 삼각입에 안개가 기세좋게 뿌려진다.
온몸이 굳으면서 시야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그 자리에서 몸부림치려고해서 손발을 움직여보지만 마비는 점점 강해져서 몸이 움직이지 않데 되어간다.
삼각입 끝에서 거품을 뿜고, 피눈물을 흘리고, 뿌지직 빵콘을 하면서 실장석은 가해자인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대체 무엇을 했단말인가. 어째서 이런 심한짓을 하는것인가.
자신은 그저, 잠자리에 깔면 따뜻한 이 종이가 갖고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잔뜩 있으니까 고귀한 자신이 얼마간 가져간다해도 문제는 없을터이다.

링갈을 갖고있지 않은 남자는 실장석의 물음에 답하지않았다.
대신 하얀 장갑을 끼고 바구니에 매달아둔 비닐봉지를 떼어낸다.
숨이 끊어진 자실장이 세마리 들어있는 봉지 안에 실장석을 발부터 던져넣는다.
몸이 마비되어 무방비한 상태로 봉투 안에 부딛혀 두 발의 관절부가 부서진다.
어떻게든 항의의 시선을 향하려고 실장석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자, 남자의 두 손이 머리를 꽉 잡는다.
그대로 들어올리자 남자를 향해 강제적으로 얼굴을 마주하게된다. 남자의 얼굴이 확실히 보인다.
남자는 실장석의 얼빵한 얼굴을 구석구석 보더니 휴우 하고 한숨을 흘린다.

뽀각.

실장석의 머리를 옆으로 180도 회전시켜 목의 뼈를 꺾는다.
머리가 엉뚱한 방향으로 휘어진 실장석을 척수가 붙은 자실장의 머리가 두 개 굴러다니는 봉지 바닥에 떨어뜨린다.
남자는 봉지의 입구를 엄중히 묶은 후 소각로 옆에 있는 실장회수박스에 던져넣었다.




수십분 후, 남자는 순조롭게 후반의 배달을 하고있다.
시각은 5시에 다가가고있다.
다행히 후반의 배달구역에서는 실장석들의 방해가 적었다.
우편함에 들어있던 자실장을 한 마리 아작내고 엉겨붙는 성체실장을 한 마리 수로에 차넣은 정도이다.
점점 하늘이 하얗게 된다. 밤하늘이 약간씩 떠나간다.
그 아래에서 경쾌하게 오토바이 특유의 부르릉 하는 주행음을 내면서, 남자는 신문을 돌려갔다.

드디어 마지막 배달장소에 도달했다.
짐칸의 비닐끈은 진작에 바구니에 넣었고, 스포츠신문과 배급소의 신문이 한 부씩 남아있을 뿐.

어서 돌리고 배급소에 돌아가 밥먹고 자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남은 신문을 쥐고 신축한 집의 배달구멍을 향했다.
우편함도 있지만 일어나자마자 우편함까지 걷는게 싫었는지 배달구멍에 배달하도록 지정되어있다.

반쯤 열린 정문으로 몸을 통한 남자는 무심코 현관쪽을 보았다가 경직했다.

「데스, 데스스, 데ー스」
「츄츄, 츄ー웅, 치치?」
「데스스, 데프프……!」
「치프프」

언제나 신문을 넣고있는 배달구멍 앞에, 작은 골판지를 발판으로 하여 성체실장석이 뭔가 작업을 하고있다.
발치에는 세 마리의 자실장이 있다. 10cm도 되지 않는 크기로 보아 태어나서 열흘도 지나지 않았거나 엄지실장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남자가 상황을 보고있으니 친실장은 세 마리 중 한 마리를 손에 들고, 반대쪽 손으로 배달구멍의 뚜껑을 밀어 열었다.
열린 순간———우편물 등이 지나가는 장소에 슬쩍 자실장을 통하게한다.
옷이 약간 걸릴것같은 것을 보면 사이즈적으로는 아슬아슬한 것이리라.
머리가 통하고, 몸통에서 약간 걸리지만 아이는 포복하는 것처럼 해서 간신히 통과하고, 이윽고 발이 사라진다.
덜컹 하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문 안에 있는 박스에 들어간것일까.
수금하러 현관에 들어갔을 때에 배달구멍의 안쪽을 본 일이 있다. 그거라면 아마도 자실장이 추락사하는 일은 없겠지.

「…………!」

거기까지 생각하자, 남자는 얼굴을 슬쩍 굳혔다.
말하자면, 이 친충이 지금까지 몇 마리를 집어넣었는지는 알수없지만, 이 집 안에는 가택침입한 자실장이 확실히 있다는 것이다.
겨우 자실장이라고 우습게볼수 없다. 녀석들은 먹는것과 어지르는것과 더럽히는것과 똥싸는것에 있어서는 절대로 성체에 뒤지지않는다.
전반의 배달구역에 사는 영감님(78세, 50년 구독)의 방은 겨우 세 마리의 자실장의 침입에 의해 똥지옥으로 변해버렸으니까.
그 참상은 영감님의 말에 의하면 「마치 녹색의 거름이 가득찬 통을 뒤집은것같았다」라는 모양이다.
자실장들은 구일본군 군인이었던 영감님의 따귀제재를 받고 똥의 꽃으로 산화해버렸지만, 그럼에도 수지타산이 맞지않는 이야기이다.

「…………」

그런것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친실장은 또다시 한 마리의 자실장을 배달구멍으로 통과시켰다. 우물쭈물하고 있을수 없다.
어서 집주인에게 이 사태를 알리고, 우행을 저지르는 실장석에게 응당한 처분을 주자.
그렇게하면 감사 대신으로 다음 계약때에 장기구독을 해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부엌에 전기가 켜져있다. 집 안에 누군가가 일어나있으리라.
분명히 이 집에서는 부인이 실창석을 키우고있을 터이다. 그녀석이 일어나있다면 피해도 최소한으로 막을수 있을지도 모른다.

「…………」

일단은 마지막 한 마리를 배달구멍을 지나게하려는 친충에게 치하의 발차기라도 날려주자.
그 다음에 인터폰을 누르고 집안의 사람에게 자실장이 침입했다는 것을 알리면 문제없다.

남자는 생각을 실행하기 위해, 정문에서 문 쪽으로 천천히 이동을 개시

「기다려요」

하려다가 어께를 잡혀 움직임을 멈췄다.

「……?」
「조용히, 요?」

어느샌가 남자 옆에는 이 집의 부인이 서있었다.
계약때에 몇번인가 만났었지만, 언동이 조용하고 무척 미인이다.
그 부인이 자신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옆으로 와서 어께를 잡고있다.
입은 열지 않았지만, 남자는 당혹해하는 표정으로 부인과 배달구멍 앞에 있는 친실장을 번갈아보았다.

「괜찮아요. 저대로, 저대로」

평온하지만 이견을 허용치않는 박력이 깃든 말.
그러는 동안에 친실장은 마지막 자실장을 배달구멍 너머로 보내버렸다.

「데프, 데프프프!」

탁아가 성공했다는 유열愉悦에 차서 속 뒤집어지는 웃음소리를 내는 실장석.
그리고 발판으로 쓰던 골판지상자를 접어서 돌아가려고하다가 남자와 부인을 눈치챈다.

「데스!」

분명히 도망치거나 아첨할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않았다.
친실장은 뒤뚱뒤뚱 남자와 부인에게 다가오더니 가슴을 펴면서 데스데스 짖기 시작했다.

『이 집은 와타시의 자가 점령한데스. 따라서 이 집은 와타시의 것. 얌전히 와타시를 집 안으로 들이는데스. 우선 목욕을 시킨 후에 스테이크콘페이토스시(이하생략』

옆에서 들려온 합성음성에 남자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부인의 손에는 어느샌가 최신식의 실장링갈이 쥐어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부인은 링갈의 전원을 끄고 앞치마 주머니에 넣더니, 설거지용 고무장갑 너머로 실장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어울려주는게 기쁜것인지, 실장석은 얼굴가죽을 추악하게 일그러뜨린다. 웃는 모양이다.

「자, 이쪽으로 오렴. 집 안에 들어가기 전에, 일단은 깔끔깔끔하게 하지않으면안돼」
「데즈스, 데프프!!」

당혹한 표정을 띄우는 남자를 내버려둔 채, 부인은 실장석을 데리고 마당을 횡단해서 간다.
완전히 사육실장이라도 된 기분이리라. 친실장의 태도는 애호파에게 무턱대고 사랑받다가 타락한 사육실장의 그것이었다.

「괜찮아요, 그렇게 걱정하지 마세요」
「데프프픗!」

부인에게 고무장갑 너머로 머리를 쓰다듬어져서, 기고만장한 실장석은 남자에게 비웃음을 날린다.
그리고 부인에게 인도되어 뒤뜰쪽으로 걸어갔다.
남자는 그저 바라보고있을수밖에 없다. 건물의 모서리를 돌아 뒤뜰로 들어갈때에 부인이 보여준, 의미심장한 눈길을 받으면서.
뒤로 돌린 손에 들고있던, 자그마한 빠루같은(생략 만은 굉장히 신경이 쓰였지만.

「보쿠우」

잠시 어리둥절하고있다가 아래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헛 하고 정신을 차린다.
현관의 문이 어느새인가 열려있다.
그리고 신장 70cm 정도에 모자를 쓰고 오른눈이 녹색, 왼눈이 빨간색인 인간모양의 것이 왼손에 작은 양동이를 들고 남자를 올려보고있다.
이 집의 부인이 키우고있는 성체실창석인 아오이다. 덧붙이자면 잠옷차림이었다.

「보쿠」
「…………」

아오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 남자는 중요한 일을 알아챘다.
그 손에는 신문이 쥐어진 채. 아직 배달을 마치지 않았던것이다.

「……」
「보쿠우」

쑥쓰러워하면서 아오의 오른손에 신문을 넘겨주자 아오는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현관까지 가서 신문을 신발장 위에 놓았다.
그리고 현관에서 나와 문을 닫는다. 슬쩍 보인것 뿐이지만, 자실장이 침입했음에도 현관도 마루도 어질러지거나 더러워진 조짐은 전혀 없었다.

「보쿠보쿠우」

남자에게 대화같은 모양새를 취한 다음에, 아오는 양동이를 든 채로 정원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몇 분 전에 부인과 성체실장이 들어간 뒤뜰쪽으로 가버렸다.

「치, 치이이……」

아오가 뒤뜰쪽으로 사라지기 직전.
희미한 자실장의 소리가 들린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

애초에 남자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남자는 뭔가 얼버무리는것처럼 머리를 긁적이더니 터벅터벅 배달용 오토바이쪽으로 돌아왔다.

빨리 배급소로 돌아가서 밥먹자.
아오가 가지고있던 양동이 위에 덮인 광고지에 적과 녹의 얼룩이 약간 묻어있던것도.
"무언가에 덮어둔" 광고지가 희미하게 움직인것도, 어서 잊어버리자.

그래,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니까.



그렇게 남자의 아침일은 끝났다. 뒷처리도 끝났고, 남자는 아침식사에 착수했다.
오늘은 구운 이면수와 계란말이, 시금치 참깨무침과 흰밥, 식용저실장과 달걀을 푼 된장국이었다.
먹을수 있는 동안에는 세세한 점에는 구애받지 않는다. 식탁에 앉은 남자는 식사를 묵묵히 먹고, 두 눈이 뿌옇게 된 저실장이 몇 마리 떠있는 된장국을 홀짝인다.
요즘 시대, 식용실장은 진귀하지도 않다. 평소에는 실장석을 질색하는 사람도, 먹는 실장석은 평범하게 먹는, 그런 시대가 되어있다.

「테, 치이……치」

작은 울음소리가 들려오기에 밥을 먹으면서 그쪽을 바라본다.
부엌의 음식물쓰레기상자 입구에, 두 눈이 뿌연 적색이 되어있는 독라의 식용자실장이 걸쳐있다.
부엌아주머니가 던져넣은것이 입구에 걸린 채였던 것이리라.
아무래도 식용자실장에게 위석이 닳도록 된장국에 넣을 저실장을 출산시킨 후 버린 모양이다.
아직 살아는 있다. 앞으로 1시간 후에는 죽어있겠지만.

자실장은 아직도 울고있다.
자신의 운명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처럼. 누군가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몇 명인가 알아채고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상대하지않고, 묵묵히 식사를 계속한다.
고작 식용실장의 통곡 정도에 일일히 반응하는것은 실장에 익숙하지 않은 녀석이나 바보같은 애호파이다.

그들은 그 중의 어느쪽도 아니다.
그렇기에 고기로 먹히거나 구더기를 낳기위해 이 세상에 생을 받은 자실장따위는 신경도 쓰지않았다.

남자는 식사를 마치고, 아주머니에게 잘먹었다고 인사를 한 후 식기를 씻고 식당을 나섰다.
다시 한 번, 쓰레기상자쪽을 본다. 울음소리를 알아챈 아주머니가 이번에는 제대로 쓰레기상자 안에 밀어넣은걸까.
쓰레기상자의 입구에 자실장의 모습은 없고, 울음소리도 이미 들리지않게 되어있다.




서서히 사람의 왕래가 많아지는 거리를 걷는다.
남자는 이제부터 귀가해서 낮의 일 시간까지 아침잠을 잔다.
사람들은 이제부터 직장에 나선다. 그 중에는 남자가 배달한 신문을 읽고 일하러 나온 사람도 있으리라.

하지만 남자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남자는 생계를 위해 이 일을 하고있을 뿐이고, 신문 자체에는 애착이 없다.
가볍게 기지개를 펴고, 연립주택 입구에 있는 자판기에서 녹차를 사고, 느긋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방 안은 커튼이 쳐진 채라서 어두컴컴하지만, 전기를 켤 정도는 아니다.
자물쇠를 열고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근다. 사람 눈이 없어졌으니 크게 기지개를 펴니 칠칠치못한 하품이 한 차례.

딱, 딱, 딱, 딱……

「……?」

두시간 넘게 벗어던져둔 채로 있던 잠옷을 다시 입고, 담요에 들어가려고 하던 남자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커튼이 쳐져있는 창쪽을 바라본다. 아침햇살이 쬐이기때문에 커튼 바깥쪽이 희미하게 보였다.
커튼 너머에 짤따란 사람모양이 몇개 떠있는 것이.

「……」

남자는 힘빠진다는듯 관자놀이에 손을 대고 머리를 붕붕 휘둘렀다.
확실히, 2개월 전에 이런 시추에이션이 있었다.
일이 끝나고 휴일이라고 편하게 지내고있을 때에 같은 소리가 났었다.
무슨일인가 하고있으니 창문의 유리가 화끈하게 께졌다.
그리고 커튼을 가르며 남자의 방에 침입해온 열 마리 가까운 무례한놈들.

결과만 말하자면, 남자의 휴일은 유리의 교환과 화려하게 어질러진 방의 청소로 소비되었다.
결과만 말하자면, 무례한 놈들은 자신들이 깬 유리조각을 억지로 먹였고, 머리털과 옷을 빼앗은 후 자신들의 영역으로 강제송환되었다.
남자는 그 뼈아픈 사건을 교훈삼아, 방의 유리창 전부를 강화유리로 끼웠다.

남자는 한숨을 쉬고나서 방 옆에 놓인 묵직한 폐지뭉치를 들고 방을 나섰다.
발소리를 죽이며 주택의 창문쪽으로 돌아들어간다.

「데, 데데!」
「……」

자신의 방의 창문 앞에서, 갓난아이 주먹 정도의 돌을 손에 들고 강화유리와 격투를 벌이고있던 친실장과 눈이 마주쳤다.
몇 권의 주간지를 발판으로 삼아 꾀죄죄한 비닐을 손에 들고있고, 발치에는 두 마리의 자실장이 엉겨붙어있다.
내 방을 표적으로 삼은것이겠지. 평소라면 대낮에 가택침입을 하는것도 드물다고 하면 드물다.

정말이지, 사람이 이제부터 편안한 아침잠을 즐겨보겠다는데말이야.
실장석이라는 오물은, 왜이렇게 타이밍을 못맞추는 생물인걸까.

「데, 뎃수ー웅♪」
「「테츄ー웅♪」」

불법침입을 하려고 했던것을 얼버무리기위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조건반사인것인지.
실장친자는 손을 입에 대고 고개를 약간 기울여보였다.

「……」

아첨에의 대답으로, 남자는 신문지뭉치를 그녀들 위에 떨어뜨렸다.
뭔가가 뭉개지는 소리와 추악한 비명이 짧게 울린다.

이거, 치우지않으면 안되는거지…… 그래도 졸리니까 나중에 해도 괜찮겠지.
남자는 크게 기지개를 펴고, 머리를 긁으면서 방으로 돌아갔다.


-끝

댓글 3개:

  1. 온갖 쓰레기 같은 짓은 다 하네 주거침입에 절도에 ...그러고도 뭘 잘못했냐면서 뻔뻔하게 구는거 보면 얼굴가죽 벗긴 다음 먹이고 싶다

    답글삭제
  2. 실장석한테 신문 뭉테기 털린거 읽을때 읽는 사람도 열받게 만드네 ㅋㅋㅋㅋㅋ 필력굳

    답글삭제
  3. 실장석은 어설프게 머리가 좋아서 참... 원래대로 라면 다윈의 진화설에 의해서 도태 되었어야 될놈들인데 뻔뻔하게 얼굴 내밀고 다니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