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분리대 실장

"데에에... 나갈 수가 없는 데스우..."

여기는 모 국도의 중앙 분리대. 거기에 한마리의 실장석이 꼼짝 못하고 있다. 원래 인근 공원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아이의 장난으로 여기에 던져진 것 이다. 차량통행은 극심하고 게다가 3차선인 도로는 실장석의 다리로 횡단하려면 엄청난 거리이다. 필시 다 건너기 전에 도로의 얼룩이 될 것이다.


잠시 중앙 분리대 안을 쏘다니지만 나갈 만한 포인트는 없다.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은 나무에 걸린 봉투 하나. 안을 보니 도시락의 빈 용기와 깡통이 들어 있다. 도시락 빈 용기에는 썩긴 했지만 새우 튀김의 꼬리나 완자 등이 남아 있다. 빈 깡통을 흔드니 미미하지만 달콤한 커피 방울이 떨어진다.

음식물 쓰레기를 주식으로 삼는 실장석에 있어서는 최상의 식사다. 주위를 보니 곳곳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다. 운전자들의 매너가 나쁜 듯 수목에 꽂힌 빈 깡통과 페트병, 봉지째 버려진 쓰레기, 너덜너덜한 잡지가 공원에서보다 더 많이 굴러다닌다.

"...잔뜩 떨어져 있는 데스."

쓸 만한 쓰레기를 줍는 실장석. 그렇게 모은 쓰레기로 근근이 배를 채운 실장석은 나갈 기회가 올 때까지 여기서 살아가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몇주일이 경과했다. 그 실장석은 아직 중앙 분리대에서 살고 있다.

차량 통행이 적은 밤이든, 체증으로 차의 흐름이 멈춰 있을 때든, 나갈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장석 자신이 이곳을 거처로 삼기로 했다.

쓰레기를 모으고 있는 동안 깨달은 것이지만, 떨어진 쓰레기의 양은 공원보다 많다. 다른 동종도 없어서 가로채일 염려도 없다.

또, 신호대기로 서 있는 차를 향해 아양을 떨면

"아빠! 봐! 봐! 이런 곳에 실장석 있어! 과자 먹을래?"

하고 과자를 주는 아이도 있었다. 과자의 단맛을 떠올리며 뎃스-웅하고 입맛을 다신다.

물론 어떤 때는,

"우와, 왜 이런 곳에 분층이 있는 거야?"

하고 캔을 던지기도 하지만, 푹 패인 머리를 쓰다듬고, 캔을 주워 보면 내용물이 많이 남아 있었다.그러면 달콤한 주스를 쥬루쥬루 홀짝거리며

"공물 바치는 방법을 모르는 닝겐인 데스우, 그래도 달콤하고 맛있으니까 용서해 주는 데스!"

하고 기뻐했다.

주운 비닐 봉지와 신문지, 잡지 등을 써서 덤불 속에 간단한 하우스도 만들었다.

"공기는 나쁩니다만 아주 좋은 곳인 데스. 여기서 자들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데스."

이래저래 이곳 생활에 적응해 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덤불 옆에 핀 작은 민들레 꽃을 사용해 임신. 땅을 파고 페트병에 받아 둔 물로 웅덩이를 만들어 거기에서 네마리의 자와 구더기 한마리를 낳았다.

"이것으로 나도 마마 데스우, 내일부터는 더 열심히 먹이를 모으는 데스우."

귀여운 자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기분으로 잠든 실장석. 그 머리 속에선 중앙 분리대에서 온 가족이 나란히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운전자들의 갈채와 별사탕, 스테이크를 받는 행복회로 망상이 펼쳐진다.

그러나, 그런 행복한 꿈이 실현될 리가 없다. 파멸의 때가 왔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에 잠을 깼을 때.

"데... 시끄러운 데스우... 뭐인 데스우?"

하우스를 둘러싼 덤불 밖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출입구에서 밖을 보니 뭔가 긴 막대 달린 납작한 원반 모양의 것이 주위에 풀을 내뿜으며 땅을 기어가고 있다. 저것이 소음의 주인인 듯하다.

"성가신 녀석 테치! 와타치가 혼 내 주는 테치!"

자 한마리가 박차고 뛰쳐나간다.

"기다리는 데스! 본 적 없는 놈인 데스! 위험한 데스우!"

친실장이 황급히 말렸지만, 그때는 이미 새끼 실장이 원반에 도달해서

"시끄러운 테치, 고귀한 와타치의 잠을 방ㅎ 치벳!"

머리가 날아간다. 탱-탱-하고 2, 3번 바운스한 뒤 목만 하우스 안으로 돌아온 새끼 실장. 분노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진 그 목을 보고 한순간 굳은 후에

"데에에에에에에!"
"""테챠아아아아!"""

비명을 지른다. 밖에서는

"뭐야 이거, 실장석?"
"왜 이런 곳에 있지?...또 없나?"

하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새끼실장의 목없는 시체가 쓰레기 봉투에 버려진다.

이 중앙 분리대는 한해에 몇번 제초를 한다. 오늘이 그날이다. 새끼 실장의 목을 벤 것은 벌초기였다.

"마마아아! 오네챠아아!"
"오오 오오, 침착하는데스! 마마 곁에 있는 데스우 !"

친실장이 새끼들을 끌어안자 하우스 안에서 굳어 버린 실장 일가.

"집에 있음 되는 데스. 절대 밖에 나가면 안되는 데스우..."

덜덜 떨면서 새끼들들을 안심시키려는 친실장.

그러나 덤불쪽으로도 벌초기가 육박한다. 하우스의 벽 역할을 하던 관목들이 점점 베어져 나간다.

"마마맛마! 집이, 집이"
"오네챠? 배 프니프니 해주는 레 후"
"구,구,구,구더기짱에게 프니프니라도 해주는 데스우"
" 아,아,알겠는 테치"
프니 프니 프니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 pppppppppp
"오오오네챠 너무 심한 레후후후후후후후 레퍄" 파킨-
"구더기짱? 구더기짜아앙~!?"
덜덜 떨며 프니프니한 덕분에 16연발 프니프니가 되고 말았다.
순식간에 오버플로우된 구더기는 즉시 파킨했다.

"테챠아아! 이제 싫은 테치이!"
"테에에에엥!"

구더기의 죽음으로 더욱 혼란에 빠진 새끼 실장들은 그 자리를 못 견디고 밖을 향해 달려가고 만다.
"기다리는 데스! 나가면 안 되는 데스우!"

간신히 한마리만은 손을 잡아 붙들었지만 나머지 두마리는 밖에 나갔다가

"짓"
"츄봇"

벌초기의 먹이가 됐다.

"언니짱! 동생짜아아앙!"

유일한 생존자가 되어 버린 새끼 실장이 외친다.

"너만은 죽게 하지 않데스우..."

하며 꼭 끌어아는 친실장, 하지만 벌초기가 더욱 관목을 깎아 들어와 친실장의 옷자락을 스친다.

"데에? 벽 옆은 위험한 데스우!"

벽에서 물러난 친실장이 새끼 실장을 머리 위에 얹은 그 순간.

가가가가가보츄쯔

하우스의 위쪽에서 소리가 울리며 친실장의 손에 불길한 진동이 전해져 왔다. 얼싸안고 있던 손을 내리니 거기에는 목 없는 새끼의 모습이 보인다.

"데...?!"

"아, 뭔가 또 걸렸어"
"우와, 또 실장석?"
"아까부터 어디서 이런 것들이 튀어 나오지?"

덤불 하우스의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인간들이 들여다 본다.
멍하니 새끼의 시체를 안고 있는 친실장을 발견한 업자는 목장갑을 꽉 조였다.

"네가 친실장인가..."
"이런 곳에다 새끼를 씀풍씀풍 낳다니..."
"아까 밟았던거 그거 니들 똥이지.."

살기등등한 시선에 꿰뚫린 친실장은 덜덜 떨면서

"데...뎃스?웅 ♪"

생애 마지막의 아양을 시전했다.


-끝


댓글 1개:

  1. 실장석 말투가 너무 재밌는레후후후후후후후후후ppppppppp 레뺘아앗 빠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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