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의 날

실장의 날 - 나루 - 그 날에 - 르피너스의 꽃  으로 이어지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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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실장이 목요일까지 검은 매직으로 ×표가 그어진 달력을 보면서 안절부절못하며 케이지를 서성거린다.

몇 번이나 표시된 붉은 동그라미를 올려다보면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다.

한밤중에 울음 소리를 내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그것을 잊었는지 작게 데프프하고 웃음소리를 흘렸다.

내일이 기다려지는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공원에서 주워진 친실장은 지독히도 무능한 탓에 격렬한 훈육을 받으며 발광 직전까지 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주인의 훈육에 저항했지만 점차 주인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훈육받은 내용은 전혀 기억하지 않았고 대신 겉으로 반성하는 척만했다.

벌을 받지 않기위해 아첨을 하는 것이다.

마음에도 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기 때문인지 친실장의 스트레스는 한계에 다달아 마침내 자학 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팔을 씹어대며 예전으로 되돌려달라고 비통한 절규를 하는 것이다.

그런 친실장을 보고 주인이 제안을 하나 했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은 실장의 날로 정한다.

　그 날은 제멋대로 굴어도 상관없다.

　네가 말하는 '예전 주인에게 하던대로' 되돌아가도 좋아.」

친실장에게는 끝없는 지옥에 내려온 한 가닥 동아줄이었다.

희망의 빛이 비추는 것 같았고 삶에 대한 활력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친실장은 자실장시절을 다시 떠올렸다.

맛있는 고기와 별사탕을 배가 터질때까지 먹고 

인간에게 명령해서 산 비싼 옷과 멋진 장신구로 치장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대단히 귀엽다고 믿으며 기뻐하던 일을.

임금님이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세상은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날들을.

무엇보다 자신의 끝없는 욕망때문에 원래 주인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이 친실장은 모르는 것 같다.

어쨋든 내일이면 그 즐거움이 가득하고 행복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친실장은 조금 전보다 큰 소리로 데프프 웃었다.

자실장들도 어미에게 듣고 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테치치하고 웃는다.

친실장이 말하는 꿈과 같은 이야기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 웃음소리를 들은 주인이 방에 들어오더니 케이지를 난폭하게 걷어찬다.

「밤에는 조용히하라고 가르쳤을텐데.」

조금 전까지 들떠있던 자실장들은 금세 굳어서 덜덜 떨기 시작했고

기분 나쁜 표정으로 웃고있던 친실장은 온몸을 떨면서 바닥에 엎드려 빌기 시작했다.

주인에게 거역하면 어떻게 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친실장은 반성하는 척 하는 것이다.

그렇게 엎드려 사과하는 친실장의 얼굴에 미소가 떠 있는 것을 주인은 눈치채지 못했다.

주인이 나가자 방이 어두워진다.

폭풍우가 지나간 방에 또 다시 테프프하는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엎드려 빌던 일은 곧바로 잊어버리고 내일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첫 소풍 전날밤인 초등학생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친실장은 자리에 누웠다.

아침이라기보다는 점심에 가까운 시간에 친실장은 눈을 떴다.

어젯밤에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좀처럼 잠들 수 없었던 모양이다.

케이지 너머에 있는 달력을 보고 실장의 날이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미친 것처럼 계속 우는 어미를 보며 방금 일어난 자실장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이런 짓을 저지르면 지독한 벌이 기다리고 있다.

계속 짖어대는 어미를 필사적으로 말린다.

그 소리를 우연히 들은 주인이 귀신같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죽고싶은 모양이군.」

친실장을 잡아채고 잡아먹을듯한 표정으로 노려보며 주먹을 치켜 들었다.

당황한 친실장이 주인에게 데스데스하고 짖으며 오른손으로 달력을 가리킨다.

붉은 동그라미가 붙은 토요일이 주인의 눈에 비쳤다.

「아, 그런가 오늘은 실장의 날이었던건가.」

그렇게 말하면서 주인은 케이지에 친실장을 다시 내려주었다.

평상시에는 사용하지 않는 실장 린갈을 손에 가지고오더니, 매직으로 금요일에 크게×표를 그렸다.

「오늘은 실장의 날이다.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해도 화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원하는 것을 뭐든지 들어주지.

　어떤 죄를 지어도 봐주겠다. 그 죗값을 내일 묻는 일도 없을거야.

　오늘 일어나는 모든 일은 없던 일로 해 줄 것을 약속하지.」

이 순간부터 실장의 날이 시작되었다.

친실장은 테치테치 기쁨을 표현하는 자실장들을 입다물게 하더니  

「주인님 우선은 여기에서 나갔으면 하는데스. 넓은 방으로 나가고 싶은데스.」

조심조심 첫 번째 소원을 빌었다.

주인은 곧바로 굳게 닫혀있던 케이지의 문을 열었다.

고작 다다미 한 장 크기의 케이지가 세상의 전부였던 실장가족의 눈 앞에 매우 넓은 방이 펼쳐진다.

데스 테치 기쁨의 소리를 지르면서 방안을 바쁘게 돌아다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돌아다니는 것이 상당히 기쁜 모양이다.

자실장 한 마리가 환희에 휩싸여서 오줌을 지리더니 그 자리에서 굳어져 온 몸을 떨기 시작한다.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배설을 하면 의식이 끊어질 때까지 맞고 자신의 혀로 배설물을 핥아서 깨끗이 한 후, 똥무더기 안에 하루종일 갇히는 끔찍한 벌이 기다리고 있다.

그 공포를 떠올리며 더욱더 오줌을 지린다.

주인은 티슈를 한 손에 들고 오줌을 지린 자실장에 다가더니 바짝 쫄아있는 자실장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줌을 닦아내기 시작한다

케이지안에서 돌아다니기만 해도 무자비한 벌을 받는데 오늘은 오줌을 지려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을 보면서 실장가족은 오늘이 '실장의 날' 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벌을 주긴 커녕 아무 말도 없이 청소를 하고 있는 주인을 보고 친실장은 '예전'을 떠올렸다.

자신이 방 안에 뿌려놓은 똥오줌을 지친 얼굴로 청소하고 있던 예전 주인의 모습을.

그 모습이 지금의 주인과 겹쳐 보인다.

"인간은 원래 이래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다."

폭력이라고 하는 위협이 없어지자 친실장의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동안 억압돼있던 욕망이 뛰쳐나온다.

자실장 시절의 기억이 머릿속에 가득찬다.

주인이 철저히 가르친 예의 범절이 머릿속에서 사라져갔다.

그런 친실장이 주인의 앞에 서 데스데스 아우성친다.

평상시라면 주인의 모습만 봐도 '주인님 주인님'하고 아첨하며 어떻게든 귀여움 받아서 단 것을 받아보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렸겠지만, 오늘은 아양도 떨지 않고 응석부리지도 않고 화난 표정으로 주인을 향해 짖는다.

주인은 린갈로 번역된 문자를 확인한다.

「뭘 멍때리고있는데스, 빨리 식사를 가져오는데스.

　이런걸 일일히 말해줘야 하다니, 이래서 바보 인간은 귀찮은데스」

사람이 바뀐 듯 고압적인 태도로 돌변한다.

그 모습은 친실장이 말하는 훌륭한 '예전'으로 돌아가고있었다.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주인에게 위협을 느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님'에서 '바보 인간'으로 격하된 주인의 눈썹이 조금 움직이더니 친실장을 노려본다.

주인이 저런 눈빛을 하면 얼마 안있어서 격렬한 벌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친실장이 떠올린다.

그 눈을 보고 친실장이 뒷걸음질치니 테치테치 까불던 자실장들도 조용해진다.

「오늘은 실장의 날인데스, 괜찮을 것인데스.」

친실장은 마음 속으로 간절히 빌어왔던 소원을 입밖으로 계속 내뱉었다.

잠시동안 친실장을 노려보던 주인은 친실장의 얼굴에 초조한 빛이 비치기 시작했을 때 쯤에야 입을 떼었다.

「곧바로 아침 식사를 가져오지.」

식은땀을 흘리던 친실장이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와 동시에 자신을 초조하게 만든 주인에 대한 분노가 싹터온다.

발걸음을 돌려 방에서 나가는 주인을 불러세우더니

「오마에 때문에 기분이 엉망인데스.

　귀엽고 고상한 와타시 앞에서 그렇게 함부로 굴다니 하인주제에 건방진데스.

 똑바로 사과하는데스.」

라고 외친다.

어느새 하인이 돼버린 주인은 친실장을 보지도 않은 채 내뱉는다.

「미안하군.」

그렇게 대충 대답을 한 주인에게, 친실장이 소리를 지른다.

「오마에는 바보인데스, 그런 대답은 허락할 수 없는데스,

　진심으로 사과를 하려면 땅에 엎드려 고개를 조아리는것이 당연한데스.

  빨리 제대로 사과하는데스.」

친실장은 푸드득 손을 흔들면서 주인에게 명령을 한다.

주인은 못들은 체 하며 방에서 나갔다.

헤겍-헤겍- 숨을 헐떡이는 친실장 옆에서 둘 사이의 말다툼을 보고 있던 자실장들이

「마마 대단한테치, 근사한테치」

라고 칭찬한다.

주인에게 항상 아양을떨고, 아첨하고, 훈육을 받을 때는 보기 흉한 비명이나 질러대면서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어미를 마음 속으로 업신여기며 경멸하고 있던 자실장들이 그렇게 무서운 주인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친실장에게 처음으로 존경심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머리나쁜 하인을 가르치는 일도 꽤나 힘든 데스.」

그 말을 들은 자실장들이 한층 더 떠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미를 둘러싼 채 텟치텟치 매우 기뻐하고 있는 자매들을 한쪽 귀가 없는 자실장 한 마리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실장의 날이라고 해도 주인님에게 거역하면 안 되는테스.」

영리한 그 자실장은 혼자 케이지안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실장가족들 때문에 시끄러운 방의 문이 열리더니 실장푸드 봉투를 들고 주인이 들어왔다.

그리고는 여느 때처럼 접시에 푸드를 담아냈다.

배가 고팠던 자실장들이 기뻐하면서 푸드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친실장은 푸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 나올지 기대하던 친실장은 평상시와 같은 음식이 나오자 격노한다.

「이런 더럽게 맛이 없는 것을 와타시에게 먹이려고 하다니 터무니없는 바보인데스

　식사는 콘페이토를 수북히 대접하는 게 당연한데스우, 꾸물거리지말고 어서 가져오는 데스.」

그리고는 푸드가 담긴 접시를 주인에게 내던졌다. 주인에게 맞지는 않았지만, 마루에는 실장푸드가 흩어진다.

콘페이토라는 어미의 말을 듣고 자실장들은 먹던 입을 멈추고 그 단 음식을 떠올린다.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마루에 흩어진 푸드를 본다.

지금까지 먹고 있던 푸드가 갑자기 맛이 없는것처럼 느껴졌다.

자실장들도 친실장의 흉내를 내며 똑같이 접시를 주인에게 내던지기 시작했다.

화가 가라앉지 않은 친실장이 주인의 다리를 토닥토닥 두드린다.

「더 이상 아픈 꼴 당하고싶지 않으면 조금은 머리를 굴리는데스, 개똥멍청이인간.」

그리고는 폭언을 내뱉었다.

그동안 당했던 격렬한 훈육 때문인지 주인에게 큰 불만을 가지고 있던 친실장이 마침내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미안하군, 곧바로 별사탕을 가져오지.」

주인은 부엌에서 별사탕을 가져와서 비워진 접시에 담았다.

실장가족은 접시 가득 담겨진 별사탕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한다.

누가 뺏어가기라도 하는지, 넙죽 엎드려서 양손으로 접시를 가리면서 굉장한 속도로 별사탕을 먹는다.

깨끗하게 접시를 비우고 난 후 친실장은 마루에 흩어진 푸드를 주인에게 내던지면서 더 가져오라고 아우성쳤다.

주인이 별사탕을 가지러 방을 나오려 했을 때

한쪽 귀가 없는 자실장이 마루에 흩어진 푸드를 열심히 모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비쳤다.

주인과 시선이 마주치자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테스테스 소리를 낸다.

「주인님 미안한테스, 마마와 이모토챠타치를 봐주셨으면하는테스.」

발육이 늦어서인지 다른 자매들보다 조금 작은 한쪽 귀가 없는 자실장은 고개를 조아리면서 주인에게 이야기했다.

「봐달라고?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오늘은 실장의 날이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을텐데. 내 말을 안 듣고 있었나?」

스스로 청소를 시작하고 있는 한쪽귀에게 주인이 말을 걸었다.

「듣고 있었던테스. 그렇지만 실장의 날이라고 해도 주인님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는테스」

고개를 조금 들고 주인에게 그렇게 대답을 했다.

「이상한 놈이군, 네가 그러는 사이에 네 어미가 네 몫의 별사탕을 먹고있는데 괜찮나?」

주인이 가리킨 곳에선 침을 마구 뿌리면서 한쪽 귀의 별사탕 접시에 달라붙은 친실장의 모습이 있었다.

「와타치는 별사탕은 없어도 되는테스. 평소처럼 푸드로 충분한 테스.」

한쪽귀는 주인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폭력을 수반한 훈육을 받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것인지

"주인에게 반항해선 안 된다"

"주인이 정한 규칙은 절대적이다"

라는 것을 한쪽 귀를 잃었을 때부터 마음 속에 새기고 있는 자실장은 실장의 날에도 평상시와 같이 행동했다.

실제로 이 자실장은 한쪽 귀를 잃고 난 이후로는 한 번도 폭행당한 적이 없었다.

 나쁜 일을 한다 = 귀가 없어진다

 주인이 말하는 대로 한다 = 아픈 일을 당하지 않는다

이렇게 인과관계가 뚜렷한 것도 이 자실장의 성격을 형성한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주인은 다 모은 실장 푸드를 다시 봉투에 넣고 한쪽 귀의 푸드를 준비했다.

평상시보다 넉넉하게 푸드를 담은 접시를 한쪽 귀 앞에 두었다.

「수고했다. 그것은 네가 한 행동에 대한 정당한 보수다.」

그렇게 말하면 한쪽 귀의 머리를 두세번 가볍게 어루만졌다.

다른 자매들은 이런 일을 싫어하지만 한쪽 귀는 기뻐보이는 얼굴을 하며 작게 울었다.

절대로 거역해서는 안 되는 공포의 대상임과 동시에 이와 같이 잘한 일은 칭찬하고 인정해 주는 주인을 한쪽 귀는 싫어하지 않았다.

별사탕을 한 접시 더 받아 와구와구 처먹는 가족에게 등을 돌린 채, 평상시보다 조금 많은 실장 푸드를 앞에 두고 배가 채워지는 행복을 음미하면서 한쪽 귀는 식사를 시작했다.

한쪽 귀를 제외한 나머지 실장가족은 배가 가득 차자 '데후'하고 더러운 트림을 뱉으면서 드러누웠다.

보름 치 별사탕을 한 번에 먹어 버렸기에 숨을 쉴 때마다 잔뜩 부풀어 오른 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평생동안 두세 개 밖에 먹어 본 적 없는 별사탕을 잔뜩 먹은 자실장들은 만족스럽게 트림을 했다.

한 자실장은 다른 자매들에 비해 약간 머리가 모자라서 지금까지 한번도 별사탕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자매가 포상으로 받은 별사탕을 군침을 늘어뜨리면서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 자실장은 입속에 퍼지는 달콤한 향기에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포식한 것은 친실장에게는 오래간만의 일이었고 자실장들에게는 처음 겪는 일이다.

그런 와중에 배를 쓰다듬고 있던 자실장이 자신의 침으로 더러워진 옷을 보고 일어서더니 타박타박 주인에게 다가가 보란듯이 지저분한 옷을 내밀었다.

주인은 입을 다물고 가만히 지켜본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자실장이 채근했다.

「옷이 더러워진 것이 안보이는테치?-, 빨리 다른 옷을 준비하는테치.」

제 어미가 주인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인지 주인에게 불평하기 시작한다.

「다른 옷이 있을 리 없지.」

냉정하게 대답하는 주인.

그 대화를 듣더니 친실장이 일어나 아우성친다.

「옷이 가득 있는 곳이 있을 것인데스.

　거기에 데리고 가는데스, 와타시타치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사서 바치게 해주는데스.」

단순한 규칙 하나조차 기억하지 않는 친실장이지만 자실장 때 간 적이 있는지, 실장숍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미가 말을 끝마치자 누워있던 자실장들이 모두 일어나 주인에게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아무 말도 없는 주인을 밀쳐내고 열려 있는 문을 통해 현관으로 나가는 친실장.

어미를 따라서 자실장들도 현관으로 나간다.

한쪽 귀 만이 가족들이 어질러놓은 별사탕 때문에 끈적끈적해진 마루를 혀로 핥아서 청소하고 있었다.

케이지 안에 있을 때도 혼자서 다른 자매들이 어질러놓은 것 까지 청소를 하던 녀석이었다.

한쪽 귀가 청소하지 않았다면 자매들은 식사를 할 때마다 벌을 받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일 안 해도 되니까 너도 빨리 현관으로 가라.」

그 한마디를 듣고는 한쪽 귀도 허둥지둥 현관으로 간다.

벌써 도착한 실장 가족이 빨리 문을 열라고 주인을 닥달했다.

주인은 현관문을 천천히 열었다.

근처의 실장숍에 도착한 일행은 제각각 옷을 골랐다.

그 자리에서 옷을 벗어 던지더니 계산도 안 한 옷을 함부로 입는다.

눈이 아플 정도로 선명한 핑크색이나 노란색 옷을 고른다.

두건을 벗고 챙이 큰 모자를 쓰는 실장, 구두를 사는 실장, 실장석 얼굴 그림이 그려진 파우치를 집는 실장.

하나같이 빈말으로라도 센스가 좋다고 할 수 없는 코디를 시작한다.

그리고는 모두 거울 앞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넋을 잃은채 잔뜩 치장한 자신의 모습에 만취해버린다.

점원도 이런 실장석들에게 익숙해져 있는지 별로 당황하지도 않고 휴대식 스캐너로 바코드를 찍는다.

대개~, 테치~ 자화자찬을 시작하고 있는 실장가족들 중에 한쪽 귀가 사라진 것을 눈치챈 주인이 가게를 둘러봤다.

한쪽 귀가 사라져버린 자신의 귀 근처를 더듬으며, 자실장에게는 조금 큰 리본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게 갖고 싶나?」

계산을 끝낸 주인이 그렇게 한쪽 귀에게 물었다.

갑자기 말을 걸자 깜짝 놀란 한쪽 귀는 주인을 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가게를 나서는 가족들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한쪽 귀가 보고있던 푸른색 리본은 주인이 지나가자 약간 흔들렸다.

새 옷을 입어 기분이 좋은 실장가족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간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깥에 나온 자실장들도 새 옷을 입어서 기분이 좋아졌는지 테테스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평범한 한쪽 귀를 바보취급 하면서 걷는다.

어미의 일상적인 묵인 속에서 한쪽 귀는 다른 자매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있었다. 

어미는 데스데스거리며 주인의 뒤에서 걷고 있다.

공원으로 들어서자 친실장은 '젝!'하고 자실장들에게 무엇인가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어미의 말을 듣는 자실장들의 얼굴에 더러운 미소가 번졌다.

실장가족은 주인을 거느리고 공원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모습을 동족에게 과시하기 위해서인지 천천히 걸었다. 

이질적인 모습을 하고있는 실장가족은 공원에 들어가면 당장 린치를 당하겠지만 주인을 끼고 있어서인지 들실장들은 보고만 있을뿐 손을 대지는 않는다.

벤치에 앉은 실장가족은 들실장이 무서워서인지 주인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쪽 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방금 전 가게에서 산 초콜릿 쿠키를 꺼내 큰 소리를 내면서 먹기 시작했다.

벤치에 모인 들실장들에게 '먹고싶지?'라고 말하는 것 처럼 과시하는 모습이다.

배가 고픈지 한 들실장의 침 삼키는 소리가 주인의 귀에 들려 왔다.

참지 못하고 마라실장 한 마리가 쿠키를 빼앗으려고 벤치로 기어 오른다.

그것을 본 친실장이 주인에게 명령한다.

「이 괘씸한 것을 박살내는데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인은 벤치에 달라붙은 들실장을 잡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죽지는 않았지만 당분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들실장들은 동족이 당한 것보다, 공포의 대상인 인간에게 거만하게 구는 친실장에게 더 놀란 것 같다.

들실장의 시선을 눈치챈 친실장은 비길 데 없는 우월감에 잠겼다.

쿠키를 게걸스럽게 먹으며 일부러 조각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작은 쿠키조각을 둘러싸고 야비하게 서로 다투는 들실장들을 내려다보며 자신은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어미를 본 자실장이 쿠키를 손에 쥐고 근처에 있는 들실장에게 손짓한다.

쿠키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기뻐하면서 다가온 들실장의 눈앞에서 자실장이 쿠키를 먹어치우고 트림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실장가족이 크게 웃었다.

웃음거리가 된 들실장의 눈에 불길이 타오른다.

분노에 찬 괴성을 지르는 들실장을 보더니 자실장은 주인을 부르며 시치미를 뗀다.

깜짝 놀라 제정신을 되찾은 들실장의 눈에 인간의 모습이 들어온다.

들실장은 분노를 삼킬 수 밖에 없다.

덜덜 떨고 있는 들실장의 얼굴에 자실장이 발길질을 한다.

눈을 맞은 들실장은 비명을 지르면서 데굴데굴 구른다.

그것을 본 실장가족의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가 공원에 울렸다.

다음 순간 벤치 위에서 데굴데굴구르는 실장가족에게 녹색 물체가 날아와 친실장의 옷에 얼룩을 만들었다.

두들겨 맞은 들실장의 자식이 어미의 복수로 대변을 던진 것이다.

친실장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더니 곧바로 주인에게 명령했다.

「똥을 던지는 저 녀석을 아프게 하는데스.」

주인은 빈 쿠키상자를 들실장에게 내던졌다.

그 상자에 맞은 들실장은 바닥에 푹 고꾸라진다.

벤치에서 내려온 실장가족은 들실장을 둘러싸고서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인간이라는 보험을 들어놓은 강자가 일방적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처절한 린치가 시작되었다.

주인도 무심코 「잔혹한데.」라고 혼잣말을 할 정도로 끔찍한 연회가 한쪽 눈을 맞아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어미 들실장의 눈앞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자가 고깃덩어리로 변하는 모습을 비명을 지르면서 나머지 하나 남은 눈으로 보는 어미들실장.

들실장의 절규가 주위에 있던 다른 들실장들의 시선을 공원 안쪽으로 끌었다.

「쓰레기의 분수를 가르쳐주는데스. 수풀 안 쪽에 있는 다른 자식도 잘 봐 두는데스.

　와타시타치는 훌륭한데스. 특별한데스. 오마에같은 쓰레기들이 똥을 던진다는건 있어서는 안되는데스.

  그 죄는 죽음으로 갚아야하는데스.」

콧노래를 부르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들실장을 차는 자실장들과는 달리 친실장은 핏발이 선 눈으로 침을 튀겨가며 들실장을 걷어찬다.

잠시나마 이 공원에서 살았던 친실장은 그 시절의 굴욕을 떠올린 것이다.

먹이 구하는 법도 몰랐던 친실장은 어리석게도 공원에 있는 동족에게 음식을 바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친실장이 얻은 것은 원하던 음식이 아닌 몸이 찢어지는 고통과 마라,

도와달라며 비명을 질러도 돌아오는것은 비웃음 뿐이었다.

마라실장에게 질릴 때까지 당한 친실장은 마침내 풀려나 걸레짝이 된 몸을 이끌고 골판지 상자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다른 들실장들이 차지해 버렸었다. 돌려달라고 항의해 보았지만 돌아온것은 똥세례였다.

무심코 똥을 삼켜서 기절한 친실장에게 들실장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루종일 비웃음당하고 맞은 일 밖에 없는 친실장은 해가 진 어두운 공원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쪼그려앉게 되었다.

온 몸의 상처에서 느껴지는 고통,눈을 감으면 들려 오는 동족의 웃음소리.

원치 않은 상대에게 얻은 새로운 생명.

˝자신은 행복해지는게 당연하다.〃

˝자신 이외의 생물은 자신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친실장에게 있어서 걸레짝이 될 때까지 두들겨 맞은것도 모자라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하고 동족에게 비웃음까지 산 일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귀여운 자신을 이 모양으로 만든 들실장들은 쓰레기, 살아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친실장의 성격은 더욱 더 꼬여만 갔다.

언젠가 반드시 이 공원의 쓰레기들에게 복수해주겠노라고 다짐했었다.

그 때 한 맹세가 이런 잔혹한 일을 벌이게 만든 것이다.

어미의 흉악한 모습을 보더니 덜덜 떨면서 주인의 바짓자락을 놓지 않는 한쪽 귀.

옷이 찢어지고 머리카락은 죄다 뽑힌 채 온몸이 멍투성이가 된 들실장은 미동조차 없다.

친실장은 겨우 숨만 쉬는 들실장의 다리를 잡아 질질끌면서 아직도 누워있는 어미들실장에게 다가갔다.

자식을 돌려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어미들실장이 손을 내밀자, 그 눈앞에서 친실장은 들실장의 얼굴을 물어뜯었다.

들실장은 사망했다. 그리고 어미들실장은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굳어버렸다.

친실장은 물고있던 들실장의 시체를 어미의 얼굴에 내뱉으며

「똥이나 던지던 녀석이라 그런지 고기에서도 똥맛이나는데스.

　이런 더럽게 맛없는 놈이 살아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똥같은일이 아니고 무엇인데스?

  특별히 와타시가 죽여줬으니 감사하는데스.」

이렇게 말하고는 남은 시체를 어미들실장에게 집어던졌다.

자식의 시체에 맞아서 남아있던 한 쪽 눈마저 튀어나온 어미들실장은 양 쪽 눈을 모두 잃었다.

친실장은 아픔과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며 데굴데굴 구르는 어미들실장의 옆구리를 차면서

「감사인사를 아직 못 들은데스. 어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는데스.」

라며 너무도 가혹한 요구를 한다.

생명의 위기를 느낀 어미들실장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인지 엉뚱한 곳을 향해 데데데스데스우우우라며 절규했다.

「자식을 죽인 와타시에게 감사인사를 하다니 역시 오마에는 똥벌레인데스.

　오마에타치도 이녀석을 보고 비웃는데스♪」

너무나도 추악한 웃음소리가 실장가족의 입에서 빠져 나왔다.

웃을 만큼 웃은 후에 친실장이 자실장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니 실장가족 모두가 속옷을 벗어 던지고 어미들실장에게 배설을 시작했다.

「오마에같은 똥벌레는 똥투성이가 어울리는데스.」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되면 실장 사회에서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옷에 똥이 조금 튀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어미들실장과 수풀에 숨어 울면서 어미를 보고 있는 들실장 4마리의 미래를 빼앗은 것이다.

실장석은 동족을 해치는것으로 유명하다. 가끔은 자신의 자식마저 먹어치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식욕을 채우기 위해 저지르는 행위다.

이 실장가족은 분명하게 들실장들을 장난감 취급했다.

자신의 울분을 풀기 위해 들실장가족의 생명과 미래를 빼앗은 실장가족의 얼굴은 들실장의 아첨하는 얼굴이 귀엽게 보일 만큼 비뚤어져 있었다.

이 일방적인 살육이 끝난 후 조용해진 공원에는 들실장가족의 울음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실장가족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식사 준비가 안돼있다는 이유로 분노하더니 주인의 다리를 두들기며 괴성을 질러댄다.

「어째서 밥을 준비하지 않은데스 이 똥닌겐.

　조금 전에 본 쓰레기같은 꼴 당하기 싫으면 빨리 준비하는데스.」

「와타치타치를 기르는 행복을 주는데도 건방지게구는테치, 바보닌겐.」

방금전에 들실장을 린치하고나서 여운이 남았는지 실장가족은 자신들이 강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빠졌다.

어제까지만해도 눈도 제대로 못마주치던 주인에 대한 공포마저 완전하게 잊어버린 것이다.

폭주하기 시작한 실장가족은 지금까지 금지되었던 일들을 다 저지르고있다.

밤중인데도 시끄럽게 짖어대며 방 안에 똥을 마구 뿌리고는 그 똥을 주인의 바지에 발라 노예의 증표로 삼는다.

밥을 기다리다 지쳤는지 냉장고를 헤집어놓고는 맛이 없다며 채소를 죄다 마루에 집어던졌다.

팩에 담겨있는 고기를 꺼내 입가에 피를 흘려가며 생으로 먹는가하면 우유를 두고 서로 실랑이를 하더니 마루를 엉망으로 만든다.

냉장고의 식료는 모두 실장가족이 손대서 못쓰게 되었고, 부엌은 똥과 음식 그리고 실장가족의 체취가 뒤섞인 이상한 냄새로 범벅이 되었다.

「너희들 적당히하지 그래. 내 저녁 식사가 없어지는데.」

그 말을 듣자 친실장이 주인에게 다가가서는 건조 실장 푸드를 가리키며

「저거라도 먹는데스 하인에게 어울리는 음식인데스♪」

한 손에는 햄을 쥐고 능글맞게 말한다.

그 말을 듣고 배가 잔뜩 부푼 자실장이 실장 푸드를 세 알갱이 정도 가져와서는

「자비 깊은 와타치타치가 배푸는테치, 사양말고 먹는텟치♪」

어미와 꼭 닮은 얼굴을 하면서 주인에게 실장 푸드를 내민다.

주인이 그 푸드를 받지 않자 자실장이 화를 내며 푸드를 내던진다.

「와타치타치의 상냥함을 모르는 터무니없는 똥노예인 텟치.」

말을 듣지 않자 어느새 자실장들이 몰려와 주인의 양 다리를 두들겼다.

그걸 보고 있던 친실장이 햄을 다 먹어치우고 자실장들에게 말했다.

「그쯤 하고 봐주는데스, 오마에타치 주위를 보는데스.

　하인이 무서운 나머지 지저분하게 똥을 흘린 것 같은데스.」

물론 주인은 똥같은 건 흘리지 않았다.

조금 전 자신들이 똥을 흘렸다는 사실을 완전하게 잊어버린 친실장이 주인이 흘린 것이라고 착각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흘린 똥은 자신의 혀로 깨끗이 핥는데스.」

자신들이 흘린 똥을 가리키며 주인에게 명령을 내렸다.

주인이 가만히 있자 발을 동동 구르며 재촉하는 친실장,

오늘은 친실장의 분노의 비점이 낮은 것인지 자실장들과 함께 명령을 듣지 않는 주인을 때리기 시작했다.

실장석들이 때려봤자 아무렇지도 않지만 실장가족의 비명소리는 주인의 귀에 거슬리는듯하다.

그렇게 주인을 마음껏 때린 후

「너같이 명령도 제대로 못 듣는 바보인데다가 똥까지 흘리고다니는 하인하고 같이 살다가는 와타시타치까지 바보가 되는데스.

　내일 아침까지 더 유능하고 와타시타치에게 어울리는 하인을 준비해두는데스.

　이런 좁고 추접스러운 집과도 오늘로 작별인데스..」

라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해왔다.

실장가족은 그렇게 한참을 설치더니 피곤해졌는지 케이지가 있는 방으로 가서 잠이 들었다.

방에는 고요함이 돌아온다.

더러워진 방에서 한쪽 귀가 자신의 옷으로 마루를 닦는다.

자매들의 똥오줌과 음식 찌꺼기를 닦아낸 그 옷은 두 번 다시 못 입을 정도로 더러워졌다.

청소 도구를 가지러 간 주인이 방으로 돌아왔다.

주인과 눈이 마주치자 한쪽 귀가 달려 와서 땅에 엎드려 빌기 시작했다.

「주인님 안녕하신테스, 아무쪼록 마마와 이모토챠타치를 봐주셨으면 하는테스.」

그런 한쪽 귀를 보고 주인은 곤혹스러워했다.

「너도 참 바보같이 구는군, 오늘 아침에 말한 걸 이해하지 못했나?

　실장의 날이니까 무슨 일을 하든지 상관없다고 설명했을텐데?」

주인의 말을 듣고도 땅에 엎드려 계속 비는 한쪽 귀. 알몸이라 그런지 아니면 불안해서 그런지 몸이 조금씩 떨리고있다.

주인은 그런 한쪽 귀에게 다가가 머리를 두세번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알몸이 되어 있는 한쪽 귀의 몸에 주인이 만든 적 없는 상처나 멍이 있는 것을 눈치챘다.

「너니까 그렇게 저 애들을 감싸지.

　네가 자매들에게 괴롭힘당하는 것도, 네 어미가 그것을 묵인하고있는것도 알고있겠지.

  오늘 하루 함께 다니며 그녀석들의 본성을 보았을 것이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뭐 하지만, 나보다 성질이 더러운 것들이다. 왜 포기하지 않는거지?」

주인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설득에 가까운 말을 건냈다.

실장석의 성질을 잘 아는 주인에게 있어서 항상 독박을 쓰는 한쪽 귀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주인의 질문에 한쪽 귀는 얼굴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중요한 가족인테스, 서로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인테스」

아주 어린 시절에 한쪽 귀를 잃은 자실장은 가족에게 따돌림 당해서인지 애정에 굶주려 있었다.

괴롭힘당한다고 해도 자매들과 함께하는 것이 기쁜 것이다.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가족이 범한 실수를 혼자서 처리해온 것이다.

어쭙잖게 영리한 탓에 그 채워지지 않은 애정을 깨닳은 것은 한쪽 귀를 잃은 일보다 괴로운 일이었다.

자신만 좋다면 가족이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린다.

"함께 하는" 것은 있어도 "서로 돕는" 것은 하지 않는 생물,

실장석에 대해 그렇게만 알고 있던 주인은 한쪽 귀의 대답을 듣고 동요했다.

「이대로 계속 생활하면 괴롭힘이 더욱 심해져서 결국 죽게 될 것이다.

　네가 원한다면 가족들과 격리된 상태에서 특별 대우로 길러 줄 수도 있다.」

스스로도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면서도 주인은 한쪽 귀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런 주인의 말을 들은 한쪽 귀는 도리질하며 거절했다.

「그런가, 그것이 너의 대답인가.」

그렇게 대답하는 주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있었다.

특별 대우보다 가족을 선택한 한쪽 귀에게 방금 전보다도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오늘은 너무 늦었다. 방에 가서 쉬어라.」

이렇게 동요를 숨기며 한쪽 귀에게 명령했다.

한쪽 귀는 허겁지겁 더러워진 옷을 입더니 한 마디 작게 울고서 가족들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는 방으로 돌아갔다.

주머니 속의 린갈에

「주인님 걱정해 주셔서 고마운테스.」

라고 표시된 것을 주인은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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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시간에 실장가족은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도 실장의 날이라고 착각하고있는지 너나할것없이 큰 소리로 짖어댄다.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쪽 귀를 제외한 모든 실장석이 대합창을 한다는 것과 오늘은 실장의 날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인이 거칠게 문을 열며 방으로 들어왔다.

주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게 된 자실장 하나가 주인을 걷어찬다.

어쩌면 자신들이 부르는데도 늦게 찾아왔기에 화를 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인을 완전히 바보취급 하고있는 친실장은 주인을 향해 괴성을 질러댔다.

주인은 조용히 매직을 꺼내 동그라미 표시가 된 토요일, 실장의 날에 × 표시를 한다.

이걸로 실장의 날은 완전히 끝난 것이다.

주인은 도망칠 수 없게 문이 제대로 닫혀있나 확인하고는 다리를 걷어차는 자실장의 옷을 벗겼다.

신나게 주인을 두들겨 패던 자실장은 갑자기 변한 주인의 행동에 당황한 모습이다.

산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랑스러운 옷을 빼앗겨서 알몸이 되자 시끄럽게 비명을 지르며 소란을 피운다. 

주인은 그 자실장을 케이지 안으로 집어 던졌다.

머리부터 바닥에 부딪힌 자실장은 목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서인지 갑자기 조용해졌다.

주인은 어느새 실장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데이!]

어미가 구령을 외치자 온 가족이 주인의 다리에 달라붙어 공격을 시작한다.

자매를 간호하던 한쪽 귀가 그 광경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어제 공원에서 들실장을 해치운 이후 자신들이 강하다는 착각에 빠진 모양이다.

노예주제에 자신의 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다니 있을 수 없는 일.

친실장이 분노에 휩싸여 소리를 질렀다.

「당장 바닥에 엎드려 사과하는데스!」

주머니에 있는 린갈을 꺼내자 이런 내용이 표시된다.

주인은 한숨을 내쉬며 친실장을 걷어찼다.

발끝이 친실장의 얼굴에 정통으로 박혔다.

코 근처가 함몰된 친실장이 벽으로 날아가더니 그대로 드러누웠다.

주인은 친실장을 자실장과 똑같이 알몸으로 만들고는 케이지 안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평상시처럼 차분한 어조로 굳어버린 자실장들에게 친실장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옷을 못 벗겠으면 도와주지.」

자실장들은 어제 산 옷을 전부 벗었다.

주인은 알몸이 된 자실장들을 케이지안에 밀어넣고는 딱딱하게 문을 닫았다.

「나는 분명히 어제 '오늘 일어나는 모든 일은 없던 일로 해준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너희들에게 사준 옷도 '모든 일'에 포함되지.」

그 말을 듣고 자실장들이 항의라도 하는지 시끄럽게 소리를 지른다.

주인은 그 중에 한 마리를 집어 올리고는 그대로 떨어뜨린다. 두 다리가 부러져서 비명을 지르는 자실장.

「다쳤을 때 지르는 비명소리는 조금 봐 주지만, 마음대로 소란을 피우면 용서하지않는다고 몇 번이나 가르쳤을텐데.

　옷을 입고 싶으면 원래부터 입고있던 녹색 옷을 입어라. 지금은 실장숍 소각로 안에서 잿더미가 됐겠지만.

　그건 그렇고 이 옷도 빨리 처분해야겠군.」

그렇게 내뱉고는 커터칼로 옷을 조각낸다.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했는데도 한 마리가 큰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케이지 문에 있는 힘을 다해 달려들면서 옷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든 밖으로 나오려고 난리를 피운다.

주인은 그 자실장의 목 주위를 커터칼로 짓눌렀다.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던 자실장은 기절해버린다.

「시끄럽게 굴면 이렇게 된다.」

거품을 물고 자빠진 자실장을 가리키면서 주인이 말했다.

다른 자실장들은 입을 다물고 마음에 드는 옷이 걸레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눈물을 흘리며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어제 하루종일 가족들을 지켜 본 한쪽 귀는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오지 못할까 봐 걱정하였다.

그리고 그 불안은 현실이 되어 순식간에 어미를 포함한 네 마리가 엉망진창이 되었다.

실장의 날 이전에는 한 마리가 다치면 다른 가족들은 바짝 쫄아서 서투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가족들의 행동이 확실히 이상하다.

움직일 수 없게 된 네 마리 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자매들조차도 평소처럼 서로 끌어안고 떠는게 아니라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주인을 노려보며 위협을 한다.

비록 린갈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작은 신음소리지만.

「하인의 분수를 깨닫게 해 주는테치, 죽여버리는테치, 다진고기로만들어서 먹어버리는테치!」

주인이 쳐다 보기만 해도 멈추는 걸 보면 어디까지나 허세인것 같으나 옷을 다 찢은 주인이 방을 나가자 언제 쫄았냐는 듯 다시 위협을 한다.

상처입은 네 마리가 회복됐을 무렵 주인이 다시 방에 들어왔다.

일제히 위협을 하는 실장가족, 케이지를 두세번 걷어차니까 조용해진다.

「식사 시간이다.」

오늘은 먹이를 거를 것이라 생각했던 한쪽 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식사라는 말을 들은 가족들도 기쁜듯 소리를 지른다.

주인이 평소처럼 실장푸드를 접시에 담아주자 한쪽 귀만 기쁘게 푸드를 먹기 시작한다.

다른 가족들은 손도 대지 않은채 팔을 흔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케이지 창살 밖으로 푸드를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어제 맛있는 것을 잔뜩 먹어버려서 맛없는 실장푸드를 먹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번 사치스러운 생활에 길들여지면 낮은 생활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참을성 없기로 유명한 실장석들에게는 오죽하겠는가.

평범한 식사로 돌아오는것만으로도 학대를 받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이런 똥같이 맛없는 것을 먹을 수 있을 리가 없는데스. 당장 콘페이토를 가져오는구아아악~」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주인의 철권이 날아왔다.

머리가 뭉게진 친실장이 그 자리에 고꾸라진다.

「싫으면 먹지 마라.」

잠깐 동안 침묵.

주인의 태도를 보고 사태가 좋아질 것이 없다고 판단한 자실장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얼마 남지 않은 푸드에 손을 댄다.

먹는 게 굉장히 고역인지 헛구역질도 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먹는다.

그와중에는 푸드를 거들떠보지도않고 자존심을 세우는 자실장도 있다.

「그저께까지는 기뻐하면서 먹더니 꽤나 음식을 가리게 되었군.」

주인이 중얼거린다.

어제 포식을 해서 위가 커진 자실장들은 감질나게 먹은 탓에 오히려 더 배고픔을 느끼게 되었다.

텅 빈 접시를 날름날름 혀로 핥는 자실장. 먹이를 먹지 않은 자매의 푸드를 가지고 싸우는 자실장.

배를 채우기 위해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자실장.

창살사이로 손을 뻗어 내버린 푸드를 주우려고 버둥대는 자실장도 있다.

질리지도 않았는지 주인에게 별사탕을 내놓으라고 불평하던 자실장은 배를 얻어 맞아 얼마 없는 내용물마저 다 게워내고 기절해버렸다.

주인은 지금 학대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평상시처럼 훈육을 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한쪽 귀는 평범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벌을 받는 이유가 자신들 때문이라는걸 이 실장가족은 모르는 모양이다.

식사가 끝나자 자실장들이 공복감에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실장의 날 이후 엿새가 지났다.

한 밤중에 시끄럽게 굴어서 벌을 받는 녀석, 식사 시간에 주인에게 푸드를 던지는 바보같은 녀석,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을 하다 두들겨 맞는 녀석들도 있었다.

케이지는 언제나 비명소리와 피냄새로 가득 차게 되었다.

한 번 하인으로 신분이 떨어진 주인을 따르는 실장석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매일 주인에게 위협을 하다가 벌을 받을 때만 반성하는 흉내를 낼 뿐, 그마저도 상처가 나으면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아직 한 마리도 죽이지 않은 주인의 상냥함이 실장들의 폭동을 낳고 있는 원인일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실장가족은 조금 이상해졌다.

하루종일 달력만 바라보게 된 것이다.

주인이 보이기만 하면 아무런 표시도 없는 달력을 가리키며 짖어댔다.

「오늘은 실장의 날인데즈우, 콘페이토를 대령하는데쟈아.」

「실장의 날인텟치, 추운테치, 옷을 갖다바치는테치.」

그 이후 실장가족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었다.

몇 개월이나 혹독한 학대를 받은 것처럼 여위었고, 자신의 대변을 별사탕으로 착각하여 먹는 일도 있었다.

허공에 대고 '그 날'로 되돌리라고 중얼거리더니 어미만 하던 자학행위를 자식들까지 따라하게 되었다.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주인, 항상 비어있는 배, 반복되는 폭력, 

제멋대로 굴 수 없어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다.

잊을 수 없는 쾌락을 맛 본 후 평범한 생활로 돌아 올 수 없게 된 실장가족은 케이지에 갇혀있는 것 만으로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버렸다.

그 중에서도 제일 상태가 심한 것은 한쪽 귀다.

가족들의 스트레스를 그 작은 몸으로 받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괴롭힘은 장난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괴롭힘, 아니 학대를 당하게 되었다.

주인이 눈치채지 못했다면 벌써 몇 번은 죽었을 것이다.

주인은 그런 한쪽 귀에게 가족들로부터 떨어져서 살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한쪽 귀는 고집스럽게 가족들 곁을 지키려고 하였다.

한쪽 귀는 자신마저 없어진다면 스트레스를 배출할 방법이 없는 가족들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아챈 모양이다.

그러나 끊임없는 재생을 통해 약해진 위석에는 점점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스트레스는 별사탕을 못 먹는다거나 화려한 옷을 못 입어서 생기는 스트레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몇 번이나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다짐하였으나 자신의 팔을 씹고있는 자매나 벽에 머리를 계속 부딪치는 어미의 모습을 보면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을 혼자 삭이던 한쪽 귀는 당장 죽어도 이상할게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던 중 저녁식사 시간에 자실장 한 마리가 죽었다.

아마도 스트레스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늘은 하인이 반드시 별사탕을 대령할것이라고 마음대로 믿고 있던 자실장은 눈 앞에 실장푸드가 놓이자 짧은 비명을 뱉더니 곧바로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높은 이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현실의 괴리에 참지 못하고 작은 위석이 부서져버린 것이다.

친실장이 자식의 시체를 품에 안은 채 울부짖었다.

「이 자가 죽은 건 괴로운 생활때문인데즈,

　닌겐 때문인 데즈, 그 하인이 말을 똑바로 들었다면 이 자는 죽지 않았을 것인 데즈.」

길러지는 주제에 헛소리를 지껄인다.

자신들의 잘못은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잘못을 주인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확실히 실장석다운 사고방식이었다.

그 자실장의 죽음이 도화선이 되어 케이지 안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더는 이런 생활을 못 참겠다. '그 날'로 되돌려라.

온 가족이 한몸이 된 것처럼 케이지를 두들기며 핏발이 선 눈을 하고 침을 마구 뿌리며 비명을 지른다.

이 심상치 않은 모습에 주인이 린갈을 꺼내 친실장의 말을 번역한다.

「오마에같은 닌겐은 너무 싫은데스, 와타시타치에게 어울리는 하인을 준비하라고 말했을 것인데스,  와타시타치는 훨씬 더 사랑받아야하는데스, 이런 좁은 곳에 갇혀서 맛대가리없는 음식이나 먹으면서 살아서는 안되는데스.」

세상에는 더 좁은 유리 케이스 안에서 살면서 먹이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학대당하기위해 사육되는 실장석도 있다.

그런 실장석들에 비하면 이 실장가족은 몹시 풍족한 환경 속에서 사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알 턱이 없는 친실장은 온 몸을 버둥대면서 날뛰기 시작했다.

그런 어미를 보고 자실장들도 따라서 소란을 피운다.

마치 자신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주인이 불쾌한 표정을 짓고 그 머리 속에 '처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을 때 쯤. 케이지 안에서 한쪽 귀가 새된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지금까지 식물처럼 조용히 살던 한쪽 귀가 비명을 지르자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린다. 

「주인님 부탁드리는테스 이대로 가다가는 마마와 이모토챠타치가 죽어버리는테스

　부탁이니 제발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셨으면 하는테스.」

이걸로 한쪽 귀는 두 가지의 규칙을 어긴 것이다.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주인에게 함부로 부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반항한 적 없는 한쪽 귀의 행동에 주인이 관심을 가졌다.

주인의 그 시선에 한쪽 귀가 속옷을 적신다.

다른 자실장이었다면 이걸로 벌써 언제 건방지게 굴었냐는 듯 아양을 떨면서 사과를 했겠지만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도 주인의 시선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

「이거 참 안타깝군, 아무리 영리하다고 해도 결국은 실장석인가.

　잘못했다고 빌면 한 번 쯤 봐줄 수도 있는데, 끝까지 나를 보채다니, 　너같은 건 필요없다. 버려야겠군.」

주인이 차갑게 내뱉는다.

그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던 한쪽 귀에게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주인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하지만 너의 그 배짱은 마음에 들었다.

　특별히 네 소원을 들어주지.

　하지만 네가 입고있는 옷과 위석을 바쳐야 해.」

주인은 이어서 커터칼을 케이지 안으로 집어던졌다.

거무스름한 그 커터칼은 자실장의 귀를 구워서 잘라낼 때 사용했던 것이다.

실장석에게 있어서 옷과 위석을 내 놓으라는것은 죽으라는 것 과 마찬가지이다.

주인은 한쪽 귀가 곧바로 땅에 엎드려 잘못을 빌 것이라 기대하였지만 한쪽 귀는 희미하게 미소를 짓더니 옷을 벗으려고 손을 댔다.

「말도 안 돼.」

주인이 그렇게 입을 뗀 순간,

어미의 주먹이 한쪽 귀의 얼굴을 후려쳤다.

코피를 흘리며 넘어진 한쪽 귀에게 나머지 가족들이 달라붙어서 억지로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한쪽 귀의 옷과 위석만 넘기면 자신들의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자마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가족을 해치는 것이다.

어미는 마치 들실장을 바라보는 것 같은 눈을 하고 한쪽 귀를 공격한다.

그동안의 희생이 무색하게도 한쪽 귀는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두들겨맞아 입으로 적록색 액체를 토하면서 쓰레기처럼 버려진 한쪽 귀,

자매들이 팔다리를 붙잡고 어미가 커터칼을 사용해 위석을 파낸다.

한쪽 귀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 아무 소리도 내지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큰 소리를 내지 말라던 주인의 말을 마지막 순간까지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

마침내 위석을 꺼내자 고통을 참지 못하고 한쪽 귀는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젞!.」

어미가 자랑스럽게 한쪽 귀의 옷과 위석을 주인에게 넘긴다.

그것을 건네받은 주인에게는 똥오줌과 피로 얼룩진 그 옷이 그 어떤 고급 실장옷보다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족을 위해 큰 소란을 피우면서 떼를 쓰더니 마지막까지 비명 한 번 안지르다니, 내 말을 제대로 듣는건지 아닌건지, 조금 모자란 녀석인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위석을 향해 작게 중얼거리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 곳에서는 새로운 하인을 얻게 된다는 기쁨에 취해 케이지를 돌아다니는 실장가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누구에게도 죄악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본 주인은 눈물로 엉망이 된 한쪽 귀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자신의 위석과 바꿔가면서까지 네가 지키려고 한 것은 똥벌레보다 못한 저 티끌들의 생명이다.」

테캐캐 기쁘게 웃는 가족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한쪽 귀는 무의식 중에서도 만족한 듯 작은 소리를 냈다.

「이 녀석이 목숨을 건 소원을 들어주지.」

한쪽 귀를 가리키며 주인이 실장가족들에게 입을 열었다.

당연하다, 빨리 새로운 하인을 준비해라.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건 한쪽 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신이나서 떠는 실장가족.

주인은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하인이 어디에 있는지 나는 모른다.

　소원을 들어주고 싶지만 나에게도 한계가 있다.」

어떻게든 하라고 마구 아우성치는 실장가족, 잠시 후 주인 에게 마구 화풀이를 한다.

답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친실장이 입을 열었다.

「공원으로 데리고 가는데스. 거기서 와타시타치가 하인을 찾아내는데스.

  지금처럼 귀엽고 기품이 넘치는 와타시라면 오마에같은 바보닌겐은 송구스러워서 함부로 다가오지도 못할 것인데스.

  와타시타치의 매력에 메로메로 된 유능한 하인을 구해서 이번에야말로 행복한 생활을 손에 넣는데스.」

한 번 주인에게 주워진 경험이 있는 친실장은 이번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않았다.

「공원에서 하인을 찾는게 너희들의 소원인가, 알았다. 그 소원을 들어주지.」

주인이 자신들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자 더욱 기뻐서 떠드는 실장가족.

방금 전 죽은 자실장이나 거의 죽어가는 한쪽 귀는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 모양이다.

주인은 내일 공원에 데려가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음날, 약속대로 공원으로 가는 실장가족.

알몸이 된 실장가족은 반드시 하인을 찾아서 행복한 생활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믿으며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냈다.

매서운 바깥바람이 벌거벗은 실장가족의 살을 매섭게 파고들지만 앞으로 일어날 행복한 일을 생각하면 그정도는 참을 수 있는 모양이다.

주인의 뒤를 따라 걷는 모습은 어딘가 경쾌해 보인다.

걸으면서 어미가 자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한다. 주인이 린갈로 번역해 보니 별 대수롭지않은 내용이다.

아무래도 새로운 하인을 유혹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마침내 공원에 도착해 벤치에 올라서는 실장가족.

인간과 함께 있어서인지 들실장들도 함부로 접근하지 않는다.

「오마에가 있으면 방해되는데스. 바보닌겐은 빨리 사라지는데스.」

손을 휘저으며 주인에게 사라지라고 말하는 친실장.

벌거벗은 실장석이 눈에 띄는 장소에 서서 주인까지 내쫓아 버리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 실장가족은 모르는 것 같다.

주인은 맞은편 벤치에 앉아 캔커피를 한 손에 들고 실장가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발 밑에 모여든 들실장들에게 벤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으로 가 봐라 재밌는 일이 일어날거다.」

「데?」

그 말을 듣고 들실장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맞은 편 벤치 위에서는 벌거벗은 실장가족이 괴성을 지르면서 본인들은 춤이라고 생각하는지 낙지흉내를 내고있다.

인간을 유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기가 막히게 하는 것이라면 충분할 것 같다.

보나마나 자기들이 귀엽다고 생각하고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이겠지.

적어도 저 녀석들이 바보라는것은 확실하게 주인에게 전달되었다.

그런 실장가족에게 흥미를 가지고 벤치로 모여드는 것은 훌륭한 하인이 되어 줄 인간이 아닌 들실장 무리 뿐이다.

계속 괴상한 동작을 하는 실장가족을 가리키고는 크게 웃는다.

실장가족은 꿋꿋하게 자신들을 비웃는 들실장들을 위협하면서 공원을 지나다니는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매력을 과시하고있다.

하지만 모두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 기분나쁜 벌거숭이 실장석에게 가까이 다가가려하지 않았다.

인간따위는 금방 하인으로 만들 줄 알았던 실장가족은 점점 초조해진다.

그 공원에 주인이 손수 만든 것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직접 뜬 머플러를 한 사육실장이 별사탕을 먹으면서 여자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옷차림만 봐도 주인의 사랑이 흘러넘친다는 게 느껴진다.

안타깝게도 훈육은 잘못되었는지 자신의 화려한 모습을 들실장들에게 과시하고있다.

별사탕을 다 먹자 빈 봉투로 주인의 다리를 두드리며 소리를 지른다.

「완전히 주종관계가 역전되면 안 되지.」

마음약해보이는 여자를 보고 벤치에 앉아있던 주인이 중얼거렸다.

조금이나마 귀엽기라도 한 자실장이면 몰라도 바보같은 성체실장은 기를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여자는 사육실장의 목소리를 듣고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벤치에 있던 들실장들의 시선이 일제히 여자에게 몰린다.

그 손에는 팝콘 봉투가 쥐어져있다. 산책 온 김에 들실장들에게 먹이를 주려는 것일까?

여자에게 봉투를 건네받은 사육실장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들실장들을 보는 걸 봐서는 아닌 것 같다.

다음에 무슨 일을 저지를지는 쉽게 상상이 된다.

「불쌍하게도 착각을 한 들실장 하나가 일을 벌이겠군.」

미지근해져 버린 커피에 입을 대면서 주인이 중얼거린다.

실장가족은 잠시 춤을 멈추고 여자를 평가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사육실장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다루기 쉬운 인간이라는 판단이 섰는지 좀 더 격렬하게 춤을 춘다.

입에서는 군침을 흘려가며 온 몸에서 김이 나올정도로 격렬하게 큰 소리를 질러대면서 춤을 춘다.

보기 싫어도 눈에 띄는 그 모습을 보고 여자가 놀란다. 사육실장도 정체를 모르는 그 춤을 보고 놀랐는지 주인 뒤로 숨는다.

낙지 춤을 다 추고는 총배설구를 과시하는 요염한 춤을 추면서 괴성을 지르더니 춤이 끝났다.

춤을 다 춘 실장가족은 콧김을 내뿜으며 벤치에서 내려오더니 들실장들을 밀쳐내면서 여자 앞으로 나선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나머지 말도 안 나오는데스? 그 기분을 모르는것도 아닌데스.

  하루 세 끼 콘페이토를 바치고 호화스러운 옷을 입혀준다고 맹세하면 특별히 와타시타치를 모시는 하인으로 삼아주는데스. 영광으로 여기는데스♪」

어딘가의 독재자가 연설을 하는 것처럼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거리가 떨어져 있는 주인의 린갈에도 번역이 될 정도로 큰 소리다.

먹이를 구걸하는 다른 들실장들과 다른 고압적인 태도에 여자는 크게 당황한다.

잠시 정신을 팔고 있었더니 여자의 비명소리가 주인에게 들려온다.

비명이 난 곳을 바라보니 벌거숭이 자실장이 사육실장을 씹어 대면서 옷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와타치타치를 기를테니 그 머리 나빠보이는 놈은 이제 필요없는테치♪

　이런 놈과는 함께 살 수 없는테치.」

아무래도 실장가족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길러지기로 결정이 난 모양이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는 사육실장을 구하여 서둘러 공원을 나섰다.

그 모습을 보던 주인은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중얼거렸다.

「그 자실장, 위석에 송곳니가 들어갔군.

　위치가 안좋아. 부분적으로 마비가 남아 결국에는 죽겠는걸.」

담배 연기를 토해내자 벤치 쪽의 분위기가 변한 것이 느껴진다.

팝콘을 먹을 기회를 날린 들실장들이 분노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실장가족들을 쳐다본다.

실장가족은 벤치에 올라가려고 버둥대지만 결국에는 들실장들에게 둘러싸였다.

자실장들은 불안한 기운을 느꼈는지 어미의 다리를 붙잡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마침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깨달은 친실장의 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온다.

「와타시타치에게 손을 대면 저기있는 닌겐이 가만히 있지 않을것인데스.」

스스로 쫓아버린 주인이 있는 벤치를 가리키며 말한다.

실장가족이 인간과 함께 공원에 들어온것을 본 들실장들은 동요한다.

그 가운데서 유난히 더러워 보이는 들실장 하나가 비척비척 불안한 발걸음으로 친실장에게 다가간다.

동족들로부터 린치라도 당했는지 꼴이 말이 아니다.

그 들실장이 친실장에게 주먹을 날린다. 

아프지는 않지만 쓰레기 주제에 함부로 자신에게 덤볐다는 사실에 친실장은 핏대를 세우며 반격했다.

피를 흘리면서 쓰러진 들실장은 망령처럼 다시 일어나 친실장에게 덤볐다.

친실장에게 상대가 안 되는 들실장은 얼마 안 있어서 바닥에 드러누웠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뭘 쪼개는데스. 기분나쁜 그 얼굴을 박살내주는데스!」

친실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넘어진 들실장의 얼굴에 발길질을 한다.

지쳤는지 숨을 몰아쉬는 들실장이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한다.

「내가 이만큼 공격을 했는데 벤치에 있는 저 닌겐은 왜 구경만 하고있는데스?」

그 말을 들은 실장가족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진다.

잠깐 동안 침묵.

그 들실장의 말이 연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인간이라는 든든한 보험이 없는 실장가족은 벌거벗고 괴상한 춤을 추던 바보들일 뿐이다.

언젠가 자신들이 저질렀던 일을 그대로 돌려받는 실장가족.

어미의 눈앞에서 범해지는 자실장, 온 몸을 찢어놓은 마라가 입으로 튀어나와 눈물을 흘리며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낸다.

들실장들이 자실장 하나를 붙잡아 사지를 하나씩 찢더니 다진고기가 된 자실장을 맛있게 먹었다.

도망치려는 자실장을 둘러싼 채 군침을 흘리는 들실장들, 자실장은 제발 살려 달라고 엎드려서 빈다.

들실장에게 붙잡혀 다리부터 뜯어먹히는 자실장, 반 정도 먹어치우자 비명을 너무 질렀는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소중한 머리를 모두 뽑힌채 들실장들에게 걷어차이는 친실장과 그 눈 앞에서 머리부터 뜯어먹히는 자실장.

들실장 하나가 씹던 고기를 게워내더니 어미에게 억지로 자식의 고기를 먹였다.

다리가 부러진 어미는 도망치지도 못하고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엄청난 아픔을 참는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울어도 폭력은 멈추지 않는다.

들실장들은 콧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놀이라도 하는 것 마냥 린치를 한다.

어느 새  벤치에서 일어난 주인이 그 현장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 모습을 보고 실장가족이 비명을 지른다.

「바보닌겐 뭘 멍청하게 보고있는 테치- 빨리 돕는 테게엥아ㅏ아악-

  그만두는 테쥬아아아아아악- 테게에에에 주인님 도와-」

뿌리부터 팔을 뜯어먹힌 자실장의 다른 팔도 뜯겨나간다.

「하인, 나를 빨리 돕는데스 이러다가 죽는데궠귢데개얏야야

　너무 아픈데스우우- 마시자 혐데즈

　주인님 부탁 부탁 도움 관데쟈야야」

주인은 이렇게 괴상한 문자가 표시되는 린갈을 보고 발걸음을 돌려 벤치로 가며 말했다.

「실장의 날도 아닌데 내가 왜 너희들의 소원을 들어줘야 되지?

  안심해라. 아무리 심한 고통을 받아도, 아무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도 죽지는 않을거다.

  너희들의 위석은 영양제에 담겨서 냉장고에 잘 보관돼 있으니까.

  이렇게 될 줄 알고 너희들이 잠들어 있을 때 미리 꺼내놓았지.

  거기다가 이 공원 근처에는 쓰레기 처리장이 있더군, 밥 걱정은 안 해도 될 거다.

  죽는 일도 없을테니 여기 있는 친구들하고 즐겁게 놀아주라고.」

떠나가는 주인의 뒷모습을 보면서 친실장이 비통한 절규를 내뱉었다.

벤치에 다시 앉은 주인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그 모습을 한가롭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 시간정도 지난 후 주인은 똥무더기에 묻혀 있던 실장가족을 편의점 봉투에 담아서 돌아갔다.

들실장의 뱃속에 들어갔는지 자실장의 수가 줄어들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집에 들일 수 없기 때문에 주인은 수돗가에서 실장 가족을 씻긴다.

그 사이에 친실장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머리카락은 죄다 뽑혀서 매끈한 독라가 되었고

원래 눈이 있던 자리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으며 왼발을 뺀 나머지 팔다리는 사라졌고 옆구리가 뜯겨서 내장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공포에 가득 찬 표정으로 힘없게 우는 친실장.

「이 지경이 됬는데도 살아있다니.」

주인이 실장석의 경이로운 생명력에 감탄하며 말했다.

다 씻긴 실장가족을 봉투에 담던 주인은 바닥에 떨어진 수첩을 발견하였다.

아마도 사육실장을 데리고 온 여자가 흘린 것 같다. 주인은 그 수첩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편의점 봉투에 맺힌 물방울이 노을빛에 반짝거리고 있었다.

다음 날, 주인은 골판지 상자와 봉투를 가지고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귀찮게 구는 들실장의 얼굴에 담배빵을 하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으니

여자 한 명이 공원에 들어오더니 주인에게 다가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수첩과 골판지를 건네주면서 주인이 말을 꺼낸다.

「들실장에게 당한 자실장의 몫까지 이 녀석을 귀여워해주세요.

　한쪽 귀가 없습니다만 정말로 영리한 녀석입니다. 귀찮게 굴지 않을겁니다.」

그리고는 새로 산 녹색 실장옷도 건넨다.

어제 전화를 통해서

「또 실장석을 기르려고 생각합니다.」

라는 여자의 말을 듣고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제가 키우는 자실장을 한 마리 드릴까요?」

라고 주인은 대답했다. 의외로 여자는 흔쾌히 대답했다.

「그 아이의 환생이라고 생각하고 소중히 기를게요.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며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 여자를 주인이 불러세웠다.

「잠깐만요. 없어진 귀 근처에 장식 하나만 해 줘도 될까요?」

그렇게 말하고 주인이 꺼내 든 것은 자실장에게는 조금 큰 푸른색 리본이었다.

리본을 붙여 주겠다고 약속한 여자는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인사를 하고 공원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인이 입을 열었다.

「너는 내 기대를 저버렸다. 

  화장실만 가릴 줄 알아도 우수하다는 소리를 듣는 실장석들에게 나는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의 훈육을 했지. 

  네 가족들처럼 구는게 당연한 일이다. 

  실수할까봐 두려워하면서 사는 네 가족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너는 한 번도 규칙을 어긴 적이 없었지, 일부러 과장된 칭찬을 해도 가족들에게 우쭐대지 않았고 분충짓도 하지 않았다.

  네 가족들은 공원에서 주워 온 이후로 나를 계속 즐겁게 해 주었는데 말이지. 

  너의 그 한결같은 태도가 내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주인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한 모금 피고는 혼잣말을 이었다.

「나는 너의 본성을 보고싶어서 실장의 날을 만들었다.

  묘하게 얌전해진 나머지 놈들이 다시 건방떠는 모습을 보고싶기도 했고 말이야.

  네 가족들은 보기좋게 똥벌레로 되돌아갔다.

  하인취급하던 나에게 당해서 분한 표정을 짓고, 얄팍한 자존심을 세우면서 반항하다가 두들겨 맞고,   제 마음대로 환상에 빠져서 허우적대다 절망하는 꼬라지는 걸작이었지.

  그렇게 조금씩 스트레스로 죽어가는 걸 보는 것 만큼 재밌는 건 없으니까.」

들실장들이 이상한 걸 보는 표정으로 계속 혼잣말을 늘어놓는 주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본성이 보고 싶었는데 너는 변하지 않았다.

　훌륭히 나의 기대에 부응해 준 네 가족들은 정말로 우수했어.

　너처럼 내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놈은 나는 필요 없다.」

여자의 품에 안겨 떠나가는 골판지 상자를 보며 그렇게 말한 주인은 여자가 완전히 안 보이게 되자 담배를 비벼껐다.

「네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주는 하인을 찾고 싶다고 했지?...

　저 녀석이 목숨을 걸고 빈 소원이니 나도 그 하인을 찾을 때까지 도와주도록 하지.」

주인은 봉투안에 손을 넣어 껌테이프에 칭칭 감긴 실장가족을 꺼내 테이프를 난폭하게 떼기 시작했다.

여자 앞에서 소란을 피우면 곤란하니 온 몸을 껌 테이프로 붙여놓았던 것이다.

봉투에 넣어 온 것은 제 발로 공원에 오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은 벤치 위에 실장가족을 앉혔다.

독라가 된 실장가족은 공포와 굴욕을 맛보았던 공원에 다시 돌아온 것 만으로 빵콘해버렸다.

「그러면 그 '하인'이라는 걸 한 번 찾아봐라.

  나같으면 너희같은 독라를 키우느니 여기 있는 들실장이나 몇 마리 집어 가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희망은 버리지 말라고.」

주인은 가볍게 말하면서 맞은편에 있는 벤치로 발걸음을 옮겼다.

실장가족은 자기들을 지켜달라고 떠나가는 주인의 뒷모습을 향해 비명을 질러댄다. 

어제 입은 상처도 회복 못한 실장 가족은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그렇게 시끄럽게 굴면 친구들이 몰려들텐데 괜찮겠나?」

주인이 맞은편 벤치에 앉자 어제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인은 캔커피를 손에 쥐고 그 모습을 구경한다.

「하인을 찾는다더니 친구들을 불러서 놀고있네, 하인 찾을 생각이 있긴 있는건가.」

주인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미소 지었다.

「'쓰레기'들에게 그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기분은 어때?」

어제 봤던 더러운 들실장이 친실장의 얼굴에 배설을 하고 있다.

'실장석은 대체적으로 원한을 잊지 않는 생물이군'

억지로 친실장에 똥을 먹이고있는 들실장을 보면서 주인은 생각했다.

「디에제-」

그렇게 외치는 친실장은 마치 죽여 줘- 라고 절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주인이 혼잣말을 중얼댄다.

「내가 어째서 너희들을 훈육하면서 죽이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왜나면 그렇게 죽여버리는 순간 너희가 학대에서 해방되기 때문이지.

  그래서 일부러 대충 한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때 죽어버리는 게 더 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그렇게 중얼대는 주인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웃고있었을 것이다.

잠시 후 자실장 한 마리가 운 좋게 린치에서 벗어나 울면서 주인에게 달려들었다.

주인은 체액과 배설물로 범벅이 된 자실장을 상냥하게 안아 올린다.

그리고는 흐느껴 우는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심시킨다.

양손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치면서 딸꾹질을 하는 자실장.

상당히 무서웠을 것이다. 아직도 덜덜 떨면서 주인의 팔을 놓지 않는다.

주인이 자실장의 등을 상냥히 어루만지자 점점 진정된다.

살아났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인간을 두려워하지않는 어리석은 마라실장이 주인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자실장을 내 놓으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실장은 충혈된 눈으로 소리를 지르더니 마라실장에게 침을 뱉었다.

주인의 팔이라는 안전한 곳에 있어서인지 자기를 이 꼴로 만든 들실장에게 복수를 한 것이다.

침을 맞은 마라실장이 분노에 휩싸여 짖어대자 자실장이 그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

그 순간 주인이 자실장을 마라실장에게 집어던졌다.

살아났다고 생각하던 자실장은 바닥에 떨어진 아픔보다 주인의 행동에 놀라 비명을 지른다.

도망치려고 버둥대는 자실장을 마라실장이 걷어 찬다.

자기 얼굴에 묻은 자실장의 침을 훔쳐내 자신의 마라에 열심히 바른다.

그리고는 자실장의 키보다 큰 마라를 사용해 자실장을 괴롭힌다.

자실장의 비명이 절규로 변했다.

그런 자실장을 내려다보며 주인이 웃었다.

말 그대로 '올렸다 떨어진' 자실장을 향해 주인이 말한다.

「스트레스로 죽을 일이 없어진 너희들에게는 이런 간단한 방법이 제일 효과가 좋겠지.

  나도 인간이라서 무의식적으로 선을 넘는 짓은 못하게 막고 있다.

  내 손으로 하는 학대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단 말이지.

  그런 점에 있어서 너희 동족들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같은 놈들이다.

  내가 도저히 못하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는거다.

  무엇보다 인간인 나보다 동족들에게 당하는 게 훨씬 더 굴욕적이겠지.

  차라리 죽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위석이 뽑혀있으니 그조차 마음대로 안 되지.

  나도 더 이상은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다. 힘내라.」

주인의 말은 자실장에게 들리지 않는다.

비명소리는 서서히 작아지더니 마침내 공원에는 웃음소리와 타격음, 마라의 신음소리, 그리고 고기를 씹는 소리만 울려퍼진다.

오늘은 몇 마리나 살아남을 것인가? 그것은 들실장들의 기분에 달려있다.

얼굴 반쪽이 사라진 채 똥 범벅이 된 친실장과 시선이 마주치자 주인이 중얼거린다.

「한 조각도 남김없이 먹혀 없어지는 게 먼저일까, 아니면 하인을 찾는 게 먼저일까? 

  너희들이 바란 소원이다. 어느 쪽이 먼저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매일 공원에 데려와주마.」

한쪽 귀가 위석을 바쳐가면서가지 지키려 했던 소중한 가족은 이제부터 매일 들실장의 장난감이 된다.

주인은 왼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빙긋 웃었다.

「나는 네게 거짓말을 했다.

  "나보다 성질이 더러운 것들이다" 라고 했었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주인이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단단히 닫혀있는 강화유리병이었다.

안에는 떠오르는 태양같이 반짝이는 위석이 영양제에 담겨있었다.

그 여자가 위석이 없어진 것을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치 챘다고해도 손을 쓸 수 없다.

주인의 연락처도 모르고 공원으로 찾아온다고 해도 주인을 만날 수 있을거라는 보장이 없다.

우연히 마주친다고 해도 그 때쯤 되면 한쪽 귀가 가족들에게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전에 가족들이 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주인은 가족들을 계속 사랑하는 한쪽 귀가 이 공원에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사랑하던 가족들이 이런 꼴이 된 것을 보면 한쪽 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렇게 괴롭히던 한쪽 귀가 다른 주인을 만나 사랑받는 것을 보면 가족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위석까지 바쳐가면서 처절하게 빌었던 한쪽 귀의 소원이 가족들을 이 꼴로 만든 것이라고 알려주면 어떤 비명을 지를까?

감동적인 가족상봉을 그리자 주인의 마음이 한껏 들뜬다.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위석을 바라보면서 주인은 그 날이 머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리병을 주머니에 넣자 공원이 꽤나 조용해진 것이 느껴진다.

자실장을 범하고있는 마라실장과 친실장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더러운 들실장만이 연회를 계속 즐기고 있을 뿐 반응이 없어진 실장가족에게 질린 들실장들이 주인의 주위에 모여 짖어대고있었다.

똥 범벅이 된 실장가족을 보고 주인이 살짝 웃는다.

「그건 그렇고, 내가 이렇게 너희들의 소원을 매일 들어주다니, 매일매일 실장의 날이 된 것 같겠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주인은 실장가족을 줍기 위해 벤치에서 일어난다.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 표정을 볼 수 있는 것은 주인 주변에 모인 들실장들 뿐이었다.

 -끝

 와 개정할 부분도 별로 없는데 왤캐 힘들지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