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않는 신의 손

창문을 열자, 키우던 카나리아가 죽어있었다.
카나리아 새 말이다. 너무나 소중히 키운 녀석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 나는 눈물을 흘리기에 앞서 그저 멍해졌다. 그리고 토했다.

슬픔과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더 직접적인 원인으로 토했다.

냄새였다. 지독한 냄새였다.
집 앞에 펼쳐진 마당 한 구석의 성장해버린 마른 풀로 가려진 공터. 그 안에서 흘러나와 카나리아를 직격한 독가스의 정체는 실장석의 똥냄새였다.
보이지 않는 기습에 당황했지만, 나는 곧 보복의 화신이 되었다.

똥벌레 놈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리라.



공터에 정착한 실장석 가족은, 다른 실장석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환경을 차지한 상태였다.
골판지 대신, 두 개의 큼지막한 스티로폼 빈 상자가 있었던 것이다.

녀석들은 그것을 하나는 빗물을 보으는 미니 저수지로, 또 하나는 보온성 발군의 집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풍족한 환경은 들실장 가족의 왕성한 번식을 불러왔다.

자실장이 5마리, 엄지실장이 2마리, 구더기가 3마리.

엄지와 구더기를 제외한, 친실장과 자실장 6마리가 물을 긷는 것이 그 실장석 일가의 아침 관습이었다.


"모두 손에 그릇은 든 데스?"
"테찌~~~~~"


그 날도 아무 일 없이 6마리는 일과를 시작했다.




"데스?"
"테챠?"

물을 받아놓은 스티로품 상자 위에 오른 실장석 일가. 평소대로라면 여기에서 물을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오늘따라 물에 다가갈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가로막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인데스? 왜 물을 마실 수없는 데스?"
"마마, 목이 마른 테찌!"


지난 밤, 그 위에 투명 플라스틱을 끼운 급수대는 실장 일가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데에에에....이런 일은 처음인 데스. 뭐가 뭔지 전혀 모르는 데스"
"테에에에"


아무리 누르고 흔들어도, 심지어 배설물을 집어던져도 플라스틱 판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친실장은 포기하지 않는다.
집에 돌아가면 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 집요하게 정체불명의 벽에 덤벼든다.

그러나 자실장들은 다르다.

물을 마실 수 없으니 스트레스가 쌓인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사이, 관심이 가는 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

"데뎃!"
"이모우토챤!"
"테에에에엣?"

무리에서 이탈하여 풀숲에 발을 디딘 한 마리. 녀석의 절규에 가족이 돌아보자, 그 자실장은 하늘에 떠있었다.


"마마! 아픈테치! 무서운테치! 도와주는테챠아아아아!"
"알겠는데스, 삼녀! 마마가 어떻게든 하는 데스! 조금만 참는 데스!"
"테에에에에! 아픈 테챠!!! 배가 너무 아픈 테챠!!!"
"데에에에"

친실장은 주변을 살피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저히 파악할 수가 없다. 자실장의 몸을 파고든 낚시줄과 바늘은, 실장석의 시력으로는 아침햇살을 뚫고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부우우웅-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데에에에에에!"
"이모우토챠!!!!!!!!"

나의 보복은 우선 자실장이 하늘을 나는 것으로 시작했다. 글라이더처럼 원형을 그리며 보기 좋게 날아가 방향 전환, 자유 낙하, 추락. 그리고 재도약, 빨간색과 녹색의 다양한 체액이 우왕좌왕하는 친실장에게 쏟아진다.

마침내 자실장의 몸은 찢어져 너덜너덜해진채로 저 편으로 날아간다.

"오로로로롱, 무슨 일인 데스, 너희들은 아는데스우?"
"테챠..."
"테찌..."
"테..."


그보다, 돌아온 대답은 3개 뿐이다.


"...응? 차녀는 어디간 데스?"
"테체?"

목 없는 몸통. 그것이 일가의 시선 끝에 있었다. 천천히 무너지는 몸통, 그리고 살짝 떨어진 곳에, 아까까지 차녀의 몸통에 붙어있던 무엇인가가 데구르르르 굴렀다.

"데에에?"
"테치!"
"테!"
"테!"

토끼 사냥용의 와이어 트랩은 자실장의 몸을 양단해버린 것이다.



"이런 참사가! 오로로로롱, 오로로로롱!"
"오네챠아아아아아아!"
"이모우토챠! 아아아!"
"테에에에에에에!"


이윽고 친실장은 결단을 내린다.


"집에 돌아가는데스, 다른 새끼들이 걱정인데스"
"구더기들은 잘 있는테치?"
"모르는데스! 그러니 빨리 집에 가는데스! 부디 마마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데스!"
"테!"

대충의 광란을 견디어 내고 지친 가족은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을 잃은 고통과 경계로 체력을 소모한 일가였지만, 익숙한 집이 가까워지지 기력도 되살아난다.

"집인테치!"

긴장의 끈이 팔린 오녀가 집 근처에서 뛰다가 갑자기 피를 튀긴다.


"오녀!"
"이모우토챠!!!!!!!!"

게다가 집 안에서도 레치, 레후 같은 비명이 들려왔다. 실장석의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미세 와이어로 둘러쌓인 스티로폼 하우스가 서서히 하늘로 떠오른 것이 바로 그 순간.

"데에에에에,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 데스"

절규하는 부모의 눈 앞에서 집에 공중으로 계속 떠오른다. 중간에, 와이어 사이로 구더기 하나가 흘러 떨어진다.

"레히이이이이이"

녀석은 오녀의 유해와 함께 바닥에 녹색의 불꽃을 피운다.




"모두 집 안으로 붙는데스! 떨어지지 않도록 입구에서 멀어지는데스!"
"레히"
"레치이이"

아래에서 외친 친실장의 의도가 통했는지, 다음의 낙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복수자는 그 손속을 풀지 않는다.


"데?"

파파파파파파파, 파파파파파파파파!

귀 따가운 소리와 함께 스트리폼의 벽에 무수히 구멍이 뚫린다. 마치 눈처럼 스티로폼 하우스의 파편이 지상의 세 마리 위로 춤추듯 떨어진다.





원래부터 방치되어 썩어 가던 스티로폼.
전동 연사되는 BB 탄 앞에는 전혀 무능력 하다.

물론 안에 있는 작은 생물 4마리가 안전할 리가 없다.

"렛뺘아아아아!"

벽면의 균열에서 구더기가 추락한다.

"렛삐이이 테피, 빼부와"

BB탄의 직접 사격을 온 몸으로 받아버린 엄지는 무엇인가를 말하다가 그렇게 손이 공중에서 흩날린다.



"테챠아아아아!"

고통에 몸부림 치던 엄지는 다시 한번 노출된 와이어에 닿아 손이 잘린다.

"...."

파킨한 구더기는 차라리 행복한 편이었을 것이다. 흩어지는 스티로폼 하우스 조각이 멍해진 친실장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왜 이러는 데스...와타시들은 아무 것도 잘못하지 않은 데스.... 단지 이 곳에서 조용히 살고 싶었던데스,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고 있지 않은 데스..."

하늘을 올려다보며 친실장이 멍하니 중얼거린다.



"이젠 싫어!! 데챠아아아아아!"

패닉에 빠져 덤불로 도망치는 4녀.

"데에? 멈추는데스!'

제정신으로 돌아와 4녀를 불러세우는 친실장.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뻗은 팔은 4녀의 머리칼을 스치고, 그렇게 부모의 손을 벗어난 4녀는 수풀로 사라져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교묘하게 숨겨진 함정은, 부모의 눈 앞에서 4녀의 생명을 빼앗았지만 아직 그 사실을 부모는 모른다.



이번에는 친실장의 손을, 장녀가 슥 당긴다.

"마마, 여기는 굉장히 위험한테치! 안전한 곳으로 도망간 뒤, 다시 가족을 늘리는테치!"

"너..."
"여동생들은 유감인 테치! ...하지만 엄마한테는 내가 있는테치! 둘이 있으면 반드시 어떻게든 하는데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

마지막까지 비교적 냉정했던 장녀도 땅에 뿌러져 있던 코로리 압정을 밟고 말았다.

"이건 안되는데스, 아닌 데스, 장녀어어어어어어어!"

장녀의 유해를 꼭 껴안으며 친실장은 통곡했다.





"복수 완료"

2층 베란다에서 쌍안경으로 가족의 모습을보고 있던 나는 만족스럽게 끄덕했다.

덫은 지난 밤에, 나머지는 친실장이 집을 떠나 있는 동안에 걸쳐 와이어를 걸친 것이다. 제 역할을 다한 장비들과 전동 에어건을 버리고 마무리.

하늘의 신은 그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징계는 반드시 내리는 법이다.


하지만 그 여운을 다 느끼기도 전에, 초인종이 방해한다.

"누구십니까"
"경찰입니다"

아무래도 누군가 베란다에서 에어컨을 쏘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관찰하는 모습을 본 것 같다. 누가 보아도 수상하고, 신고도 당연하다. 결국 그 날은 길게 조서를 쓴 것도 모자라, 적당히 나이 값을 하라는 설교까지 들었다.

그렇다.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은 누군가 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든, 실장석이든.


-끝

댓글 9개:

  1. 마당구석에 스티로폼박스까지 갖다놓고 둥지트는것도 모르는 닝겐이 무슨 잘난척인지 모르겠는데스
    고졸무직동정이 분명한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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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니 그전에 저 실장들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있는데스? 헛다리 짚은 학대파인데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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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카나리아는 냄새에 민감한데스 분충들이 풍기는 똥냄새에 죽어버린게 틀림없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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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애초에 똥냄새 뿌리면서 멋대로 자리잡고 사는 것 부터 이미 모기나 바퀴벌레 같은 해충짓이니 싹 쓸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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