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구니의 내용물은 무엇인가

빠직…빠직…푸슉……


『에러를 감지. 승무원의 소생프로그램을 실행』
『해동조치… 액제주입… 활성제주입…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아, 또 우울한 무기질 소리야. 이번에는 어디가 망가진건가?

몸이 찌부드드 하고 굳어있다. 빨리 일 해치우고 잠들어버리자.

「하아ー…」

한숨만 늘어나는 자신이 싫다.




라커룸에 들어가서, 언제나의 슈트를 입는다.

사다리를 쓰지않으면 입을수도 없으니 더욱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입지않으면 일을 할수없다, 우울해도 어쩔수 없다.

「하아ー…」

『장착을 확인했습니다. 오늘의 작업은 D-28입니다』

입자마자 재촉하는듯이 안내가 흘러나오는 것도 한숨이 나오는 원인이다.

「…하아」

배, 우주선은 A~D의 외부블록과 중앙의 메인블록으로 구성되어있다.

그 넓기만한 우주선의 정비요원은 단 한사람.

오호라, 우울하도다, 일어나면 피곤한 일만이 눈에 들어오나니.

「엣……하ー아……」

빨리 끝내고 자자, 일어나 있어봤자 제대로된 일이 없어.










창이 없는 통로를 지나, D블록에 들어서서 목적지인 28번 유니트로.

상하좌우고 뭐고 없는 무중력상태의 방에 들어서니 안내가 흘러나온다.

『손상위치는 벽면패널, Ⅲ-23, 부품이 쇼트를 일으켰습니다』

안내는 정중하게 알려주긴 하지만, 거기까지 알고있을 정도면 자동으로 부품을 교환할수 있도록 만들면 안되었을까.

나사를 돌리고 덮개를 연다.

안에 하나, 칩의 다리가 검게 그을려있다.

기판째로 바꾸지않으면 안된다, 이게 다른 교체가능한 부품이라면 그것만 바꿔도 되었겠지만.

흠, 그런 유연한 사고는 기계한테는 무리인가?


기판을 바꾸고 패널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그 순간, 나사가 무중력의 바다로 나가버렸다.

「츳… 하아…」

잡는다, 도망친다, 잡는다, 도망친다, 잡는다, 도망친다.

나사는 마치 생물처럼 슈트의 손가락에서 도망친다.



「하아」

어쩔수없지, 맨몸으로 잡는다.

헬멧을 열고, 거기에서 나온다.

슈트의 팔 너머로, 맨몸의, 손가락이 없는 손으로 나사를 잡아, 그것을 슈트의 손가락에 끼운다.


이걸로 됐어, 어서 일을 끝내자.










D-28에서의 일을 끝내고 돌아올때 문득 창을 보아버렸다.

이러니까 외부블록의 일이 싫다니까.

외부블록에는 창이 붙어있으니까.

창에는 두 개의 물체가 비치고있었다.

하나는 우주, 또하나는 나 자신의 거울상.

내 거울상은 녹색의 오른눈과 빨간 왼쪽눈을 하고있어, 꼼짝없이 진실을 알려준다.

절실하게, 이 프로젝트를 생각한 녀석은 답이 없는 새디스트라고 생각한다.

「데…하아ー」

아아, 젠장, 목소리가 새어나와버렸네.

실장석이 되어버린 것을 인식하게 되어버리니까 말은 하지않고 싶었는데.

외우주에의 인류진출에 있어, 콜드슬립이 실용화되지 않은 세계.

그래도 인류는 밖으로 나가고 싶었기에, 없는 기술을 쥐어짜서 무모한 해결방법을 몇개인가 만들고, 실행했다.

그 중의 하나가, 나의 이 꼴이다.

이걸 생각한 녀석은, 정말로, 답이 없는 새디스트다.



실장석의 몸이라면, 바짝 말라버려도 물만 주면 금방 부활한다.

위석도 약간의 약액을 주면 몇년이고 계속해서 깨끗한 채로 있게 된다.

실장석은 바보이고, 세밀한 작업은 할수없다고?

그렇다면 인간을 실장석으로 만들면 되지. 마침 그건 이미 있으니까.


실장병따위, 잊혀진 채로 있었으면 좋았을것을.


덕분에 나는 바짝 말라있다가 되살아나는 꼴을 몇번이고 겪어야했다.










한가지 일을 끝내도 콜드슬립(푸훕)에서 깨어난 이상, 아직도 일은 남아있다.

자고 있던 동안의 로그 체크와 체력의 회복이다.

체력의 회복, 구체적으로 말하면 식사와 운동이다.

「하아…」

그 식사라는게 더할나위없이 우울하다.



식사조차도 실장석의 특성을 전면적으로 적용한 사양으로 되어있으니까.

이 배에 있어서 식사는 우울한 작업이고, 즐길꺼리는 없다.



식량구획으로 가니, 실장석이 몇마리 건조되어 얼음에 채워져 보존되어있다.

다른 승무원들이 아니다.

이것들은 전부 나의 딸이다. 절대로 인정하고싶지 않지만.



말인즉슨, 실장석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식량은 실장석이라나 뭐라나.

게다가 실장석을 사용한다면 조절하기 어려운 생명의 순환환경을 만들 필요도 없다.

실장석만의 콤팩트한 순환환경만으로 끝난다.

후대가 있게되는, 인간이 인간인 채로 타게되는 세대교체형 생명순환형 우주선은 콜로니보다도 약간 큰 정도가 되어버리는 모양이다.


얼린 건조물을 하나 꺼내서 작업대에 고정한다.

처음 작업을 했을때에는, 고정도 하지않고 작업을 했다가 여기저기 구더기나 똥이 흩뿌려져서 고생을 했다.

건조실장석에 물을 붓자 움찔움찔하다가 부풀어오르고 꿈틀꿈틀 움직인다.

「에엣…데갸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내 얼굴을 보고 절규한다.

칼을 들어서 실장석의 팔을 상처입혀 피를 취한다.

「싫은데스! 싫은데스! 마마 멈추는데스!」

「…하아」

이 작업의 싫은 점은 실장석의 말을 링갈 없이도 알아들을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놈이고 저놈이고 할것없이 나를 마마라고 부르며 애걸한다.

나는, 실장석따위가, 아니야.

취한 붉은 피를 실장석의 녹색 눈에 붓는다.

「야아아아아아! 이젠 싫은데스! 낳기싫은데스! 멈춰! 멈추는데스!」

불룩불룩하는 얼빠진 소리가 나면서 저실장석이 떨어진다.

자실장은 커녕 엄지실장도 없다. 그런가, 이녀석은 이젠 틀린건가.

「마마는 악마인데스! 자기 손녀를 먹는 악마인데스! 지옥에나 떨ㅇ」

뿌직 하는 소리가 나며 실장석의 고함이 멈춘다.

슈트에는 실장석의 머리가 쥐어져있다.

「하아…」

우울하다. 규정상으로는 나중에 한마리 더 낳아서 채워넣어야하는데.

누가뭐래도, 나는 원래 남자였는데.



분명히, 이 배의 사양을 정한 놈은 최악의 똥같은 자식이다.


「하아……데ー…하아」

지금, 절실하게 소금이 필요하다.

목이 없는 실장석의 가랑이 아래에는 저실장이 산처럼 쌓여있는 대접이 하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일주일정도, 로그 체크와 체력회복을 행한 후 다시 콜드슬립에 들어간다.



콜드슬립이라는건 말 뿐이고, 실제는 실장석의 특성에 따른 가사상태이다.

분명히 말해서, 매번 죽고싶을 정도로 괴롭다.



그래도 죽지않는다, 죽여주지 않는다.

그것을 위해서 위석만은 배의 AI가 관리하고 있다.

결국, 나는 배에 붙잡힌 수감자같은 것인가.

『콜드슬립, 개시합니다』

아아, 시작인가.

슈욱 하는 소리가 나면서 캡슐이 진공이 된다.

당연히 질식한다.

실장석의 몸이라고 해도 괴로운건 괴로운 것이고, 오히려 부서지기 쉬운 만큼 인간일때 이상으로 고통이 커지는 느낌도 든다.

「켁…케헥…데규…데기야아아아아아…」

진공이 된다고 해도 금방 빠지는 것도 아니고, 서서히 질식하는 모양새가 된다.

그러는 동안, 나는 가느다란 실장석의 비명을 지르면서 구멍이라는 구멍에서 즙을 흘리는 지옥에 있게된다.

서서히 공기가 빠지는 것으로 배의 오물과, 여분의 수분을 억지로 배출된다든가 하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나는 잊을수가 없다, 출발전의 최초의 콜드슬립에서, 그 망할자식이 괴로워하는 나를 보면서 분명히 웃고있었던 것을.

「켁…켁…츠………」

더 이상 소리다운 소리도 나오지않고, 마실 공기도 없다.

서서히 내 의식이 떨어진다.

바라건대, 목적지에 닿을때까지 더 이상 고장나는 일이 없기를.


더 이상 일어나고싶지않아, 살아나고싶지않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생사를 오가는 경험, 인간의 기억력과 정신으로는 견딜수 있는것이 아니다.

이런것을 견딜수 있는것은, 잘 잊어버리고 단순한, 실장석 정도가 아닐까?


「큐ーーーーㅅ」

목에서 폐의 마지막 공기가 빠져나오고, 기분나쁜 새된 소리가 들린다.


『내용물배출처리완료, 건조, 냉동… 위석 체크』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아아, 그러고보면 이 콜드슬립이라는 이름뿐인 물건에도 장점은 있다.

그것은 꿈을 꾸지않는다는 것이지.

죽어가는 한순간의 의식으로, 문득 그런 것을 생각했다.









다음은 어둠 속에서 낮은 모터소리가 들릴 뿐.

별의 저 끝까지. 실장석 한마리만을 위한 배는, 조용히 항로를 나아간다.


-끝


명작보소

댓글 3개:

  1. 인간이 실장석이 된다니 기발한 전제인데스 이런 식의 발상 작품을 더 보고싶은데스. 어떻게보면 매우 간단한 발상이었는데도 이런 소재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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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편 항목에서 분충사 0편에 같은소재로 나오는 레후
      나름 명작인 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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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자식들은 뭐만 보면 죄다 명작이래, 누렁이마냥 똥먹고 살았냐? 입맛 존나 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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