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이 있는 풍경 6 여름의 해질녘

 오늘은 우중충한 하루였고, 해질녘이 되어도 찌는듯이 덥다.
 이 시기에는 밭의 풀뽑기가 큰 일이다.
 잠시만 눈을 떼면 금방 풀이 무성하게 자란다.

 풀뽑기에 아들과 식객인 실장홍을 징발한다.
 투덜거리기 전에 손을 움직이라구.
 실장홍도 트윈테일로 풀 베지마라. 제대로 뿌리까지 뽑지못할까.



 내가 호미로 잡초의 뿌리를 뽑아냈더니 실장홍이 다와다와 떠들면서 이쪽으로 왔다.

 링갈을 켜서 무슨일인지 들어본다.

 「대단한다와 보는다와 개미씨가 이사하고있는다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아 그렇군, 그러고보니 찌는듯이 더우니까.

 아들이 재미있다는듯이 지면을 바라보고있다.
 몇번을 보아도 재미있는 광경이니까 보고싶다는 기분을 모르는바는 아니다.
 나도 어릴때에 해가 질때까지 그 행렬을 따라다니던 것을 떠올렸다.
 아마도 이런 상황이라면 풀뽑기도 진척되질 않겠지.
 어서 풀뽑기를 재개할수 있도록, 이것은 이사가 아니라 사무라이개미의 노예사냥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결혼비행 후, 사무라이개미의 여왕개미는 단신으로 곰개미의 둥지에 돌입한다.
 이 습격이 실패하는 때도 있지만, 운좋게 둥지의 여왕개미를 쓰러뜨린 사무라이개미의 여왕개미는 여왕의 냄새를 몸에 배게해서 자신이 여왕이라고 위장한다.
 이 위장에 의해 둥지의 곰개미는 지금까지의 여왕과 마찬가지로 사무라이개미의 여왕개미를 모시게된다.
 사무라이개미의 여왕개미가 낳은 알에서는 사무라이개미가 태어난다.
 하지만 사무라이개미는 스스로 먹이를 구하거나 유충을 돌보거나 하는 노동을 하지않는다.
 그러니까 이 시기가 되면 사무라이개미는 새로운 노예로 할 일개미를 확보하기위해 다른 개미집을 습격한다. 사무라이개미가 스스로 일을 하는 것은 이 때 뿐이다.
 물론 곰개미는 보통의 생물이 둥지를 습격해오면 병정개미등이 대응한다.
 하지만 사무라이개미는 곰개미의 방어체계를 효과적으로 무력화하는 수단을 가지고있다.
 사회적곤충인 개미는 페로몬에 의해 행동한다.
 사무라이개미는 습격할때 곰개미를 현혹하는 페로몬을 분비한다.
 그 결과로 곰개미는 사무라이개미의 습격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못하고 둥지에 침입해온 사무라이개미에게 유충과 번데기가 들려나가는 것을 구경만 하고있을 수 밖에 없다.
 들려나간 유충과 번데기는 사무라이개미의 둥지에서 성충이 된 후 사무라이개미의 새로운 일개미로 살게된다.


 사무라이개미의 사냥은 몇번인가 본 적이 있다.
 검은 덩어리같은 사무라이개미의 무리가 개미집에 빨려가듯이 쇄도해간다.
 그리고 2,3분이 지나면 하얀 유충과 번데기가 든 고치를 턱으로 물고 나온다.
 확실히 개미가 이사하는것으로 보인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


 설명을 들은 실장홍이 「그래도 이사라고 말하고있는다와」 라고 말한다


 말하고있다고?

 
 자세히 보니 사무라이개미의 턱에 물려있는 개미 고치가 왠지 이상하다.

 눈을 가까이해서 보니…… 번데기가 들어있는 고치라고 생각한것은, 대부분이 작은 저실장이었다.

 링갈을 집음모드로 해서 목소리를 들어본다.


 「와ー이 와ー이 이사가는레후ー 새로운 집에 이사가는레후ー」


 「개미씨 고마운레후 산책정도 가뿐가뿐한레훗」


 「오랫만의 바깥인레후ー 그런데 햇님이 기운이 없는레후」 

 

  ……… …… … … ・・ ・  결국 이 다음에도 밭의 풀뽑기는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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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집에 도착한레후ー」

 「긴 여행으로 우지쨩 피곤한레후 배고픈레후」

 「개미씨 밥을 원하는레후ー 우지쨩 배가 꼬륵꼬륵하는레후ー」

 「개미씨 어디가는레후ー?」

 「다들 나가버리는레후?」
 
 「내버려두면 싫은레후ー」



 「개미씨가 돌아온레후ー」

 「어서오시는레후 빨리 밥을 주는레후ー」

 「레후? 개미씨가 친구를 데려온레후」

 「새로운 집인레후ー」

 「잘부탁하는레후ー」

 「와ー이 친구가 잔뜩있는레후ー」



 「빨리 밥을 줬으면 좋겠는레후ー」

 「개미씨 개미씨ー」

 「레후? 개미씨 또 이사인레후?」

 「레후ー 우지쨩 이젠 지쳐버린레후ー」

 「이번엔 다른 방으로 움직인것 뿐인레후」

 「이 방, 개미씨의 우지쨩도 있는레후」

 「레후레훗 드디어 밥을 받는레후」

 「개미씨 밥이 늦는레후 뭐하고있는레훗」

 「그래도 다행인레후 제대로 밥을 먹을수 있는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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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알아보니 그것은 최근에 발견된 쿠소우지미라는 실장생물이었다

 실장석의 카오스속성에 의해 생겨난 실장석의 변종이다.
 끝없이 타인에 의존해서 놀고먹으려는 실장석의 본질 그대로 진화한 실장생물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소개되어있다.

 쿠소우지미는 곰개미의 둥지에 기생하는 실장생물이다.
 그 생활환은 부전나비라는 나비와 비슷하다. 하지만 부전나비의 유충의 대부분이 개미에게서 먹이를 얻는 대신에 달콤한 꿀을 내놓는 대가를 지불하는 상리공생을 행하는데 비해 쿠소우지미는 똥 밖에 내놓지않는다.

 봄, 녹색의 진딧물로 의태한 쿠소우지미의 유생은 곰개미에게 달라붙어서 둥지로 숨어든다.
 그리고는 맹랑하게도 개미의 유충인척 해서 일개미에게 먹이를 타낸다든가 몸을 돌보게 한다든가 하면서 유유자적하게 성장한다.
 쿠소우지미는 개미의 유충이 분비하는 페로몬과 비슷한 성분을 가지고있기때문에 일개미는 둥지의 유충을 돌보는것처럼 쿠소우지미를 돌보는 모양이다.
 개미도 이런 니트족이 들러붙어있으면 버티지 못할거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인간에 대해서 실장석의 장기(라고 스스로는 생각하고있는)인 아첨이 통용되지않는것과 마찬가지로, 실제로는 곰개미에 대한 쿠소우지미의 의태도 충분하지 않다.

 자연쪽도 만만치 않은것이다.
 이유는 판명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반자연적 존재인 실장석이 연관되면 자연도 과잉할 정도의 카운터를 날리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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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이 부족한레훗」

 「우지쨩 배가고픈레후ーー!」 

 「더 많은 밥을 원하는레후ー」

 「프니프니도 별로 안해주는레후ーー웃」

 「운치도 치워주지않는레훗」

 「왠지 이상한레후? 일하는 개미씨가 적은레후」
 
 「니트족인 개미씨가 잔뜩있는레후」

 「점점 일하는 개미씨가 없어져가는레후」

 「전의 집이 좋았던레후ーー」

 「좁은레훗 오마에 저리가는레훗」

 「싫은레훗 우지쨩이 넘치는레후 오마에야말로 저리꺼지는레훗!」

 「이렇게 된 이상 개미씨의 우지쨩을 먹는레후」

 「안되는레후 개미씨를 먹으면 우지쨩의 시중은 누가 드는레훗」

 「그러면 오마에가 우지쨩의 밥이 되는레훗」

 「레에에엣! 우지쨩 밥이 아닌레후ーー!」

 「얌전히 잡아먹히는레후ーー웃!」

 「레뺘아앗ーー!」

 「레에에ーー엥 다들 그만두는레후ー」」

 「다들 배고파서 짜증내는레후ー」

 「개미씨ーー 어떻게 좀 해주는레후ー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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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개미는 쿠소우지미를 되도록 둥지 상층에 모아서 키운다.
 쿠소우지미는 곰개미의 고치와 거의 같은 크기와 모양을 하고있다. 사무라이개미는 습격하면서 성충이 되기까지 기간이 짧은 번데기를 우선적으로 약탈한다. 그렇기에 쿠소우지미는 사무라이개미의 습격에서 납치되기 쉽다.
 곰개미는 자신들의 유충과 번데기를 안전한 위치에 놓는 한편으로 미끼로 삼았던 쿠소우지미를 사무라이개미에게 떠넘긴다.

 사무라이개미는 노예사냥으로 납치해온 고치와 유충을 둥지에 가져와서는 아무것도 하지않는다.
 뒷일은 둥지에서 일하는 노예 일개미에게 떠넘겨버린다.
 노예개미는 쿠소우지미를 번데기가 아닌 유충으로 인식한다.
 그렇기때문에 노예개미는 쿠소우지미를 개미의 유충과 마찬가지로 식량을 주어 돌본다.
 하지만 쿠소우지미는 납치해와도 절대로 둥지의 노동력이 되지않는다. 오히려 도움이 안되는 밥벌레가 늘어나기때문에 둥지의 노동력부족에 박차를 가하게된다.
 미처 돌보아지지못한 쿠소우지미의 배설물이 둥지의 위생환경을 극단적으로 악화시킨다. 게다가 배가 고파진 쿠소우지미는 개미의 유충을 먹어 죽여버리는 일도 많다.

 처음부터 사무라이개미 자신도 생산성이 없는 기생생물이라고 한다. 거기에다가 또다시 니트족을 떠안아버린 사무라이개미의 둥지는 녀석들이 먹어서 파산하여 붕괴하게된다.
 곰개미는 일방적으로 기생되는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쿠소우지미를 유효하게 이용하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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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에에… 우지쨩 운치에 빠져죽는레후……」

 「개미씨도 없어져버린레후… …」

 「운치 이제는 싫은레후 밝은 바깥에 나가고싶은레후」

 「좀 더 빛을… 레 후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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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론을 초월한 생물이랄까 오물이랄까의 엉터리스러움, 그리고 거기에 맞춰주지않으면 안되는 대자연에 동정하게 된다.

 왠지 머리가 아파져온다.


 어서 맥주 마시고 자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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