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실장석

댐의 저수율이 16%를 넘는 일이 없었던 여름.

농민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오늘도 댐의 사무실에 소형 트럭으로 밀려드는 농민들. 물을 언제쯤 쏘아 줄 것인지, 농민들은 핏발선 눈으로 댐의 직원에게 물었다.

취수 우선도는 옆 동네의 공장이 위라고?
웃기지 마!

농협 마크 모자를 쓴 아저씨가 책상을 두드린다. 젊은이들은 모두 JA마크 모자를. 아무래도 그가 보스 같다.


"건설 부담금은 이쪽이 많았잖아!"

댐 직원에게 다가서는 농민들은 필사적이었다. 올해는 두번이나 논에 물댈 시기를 놓쳤다. 벼가 탄다. 농민들에게는 문자 그대로 사활 문제였다.

결국 담판이 실패로 끝났다. 농민들은 소형 트럭을 천천히 한쪽으로 몰고 귀로에 올랐다. 결국 최후의 수단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한심하다.

농민들의 소형 트럭이 중앙 미나리 시장으로 속속 몰려들었다.

"결행은 오늘 밤이다"

농협 마크의 모자가 무겁게 선언했다.



중앙 미나리 시장.

거기에 말라서 상품 가치가 없어진 식용 실장석들이 모아지고 있다. 폭음폭식의 덩어리 같은 실장석에게 이 여름의 가뭄은 잔혹했다. 출하체중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폐업한 실장석 목장도 있다. 그런 폐업한 목장, 야반도주한 생산자들이 남긴 폐기물들이 여기 모인다.

이제 울 기력마저 잃은 실장석들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난다. 농민들의 최종 병기가 발동될 때가 됐다.

소형 트럭의 행렬은 엄숙히 댐으로 향한다. 수척해져 울지도 않는 실장석들을 태운 차량들. 귀여운 송아지와 달리 그들이 가는 것은 댐의 바닥이다.

차례로 댐에 퍼부어지는 실장석들. 가냘픈 비명 소리가 수심이 얕은 댐 호수로 울리지만 얼마 되지 않아 실장석들은 가라앉았고 하나 하나 방수구를 향해서 흘러갔다.

탄성우레탄. 자르기 쉽고 떼기 쉽지만 충격에는 꽤 강한 소재. 이것이 댐의 방수구를 막은 셈이다. 게다가 실장석의 시체는 흡입 압력에 의해서 변형되어 빈틈없이 꼭 방수구를 막아가고 있었다. 드디어, 공장 쪽의 방수구가 막혔다.




다음날.

수위가 약간 회복된 댐에서는 직원들이 공장의 민원에 쫓긴다. 방수구를 막은 것은 실장석. 누구 소유인지도 불분명한 실장석 덩어리다.

공장 경영자들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빨리 물을 달라하지만 하류의 수도국이 그것에 No 를 들이댔다.

그렇지 않아도 불결한 실장석. 뭉개서 다 함께 흘려 버리면 처리도 편하다. 하지만, 그러면 물은 실장석에 의해 확실하게 오염되다. 그러한 오염된 물이 하류로 흐른 데서 생긴 손해를 당신이 보상하는가? 수도국의 주장에 공장 경영자는 데꿀멍.




결행 이틀 후.

농민 측의 방수구가 열렸다. 댐에서는 우선 수위를 낮추고 수작업으로 배수구를 막은 실장석을 치우기로 한 것이다. 환호하는 농민들의 눈앞에서 오랜만에 용수로에 물이 흐르고 메마른 논에 물이 찬다.

농민들의 공식입장은, 그날 밤의 실장석들은 야반도주한 실장 목장 경영자가 던진 것이라는 것이다.
농민들은 입이 무겁다. 이 사건은 진범을 찾지 못하고 끝날 것이다.

용수로에 둥둥 녹색 컵이 떠다닌다. 실장석의 신발이다. 농협 마크의 모자를 쓴 아저씨는 그것을 집어 들고 논둑에 내동댕이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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