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이 있는 풍경 5 돗쿠리 실등

집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뒤뜰 처마에 둥근 것이 매달려 있었다.
여름 귤 정도의 크기다. 아마도 말벌이나 대형 쌍살벌 둥지일 것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여러 종류의 벌들이 집 주변에 둥지를 만든다.
벌들은 위험한 곤충이지만, 밭의 해충을 잡아 주는 익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집 가까이에 둥지를 만들어버리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구제하지 않을 수 없다.


둥지가 작은 지금이라면, 벌집을 쳐서 떨어뜨린 다음 살충제를 뿌리면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다.
가을에 감을 딸 때 사용하는 긴 대나무(자가제품)를 가져온다.
만일의 경우에는 바로 대피할 수 있도록 가까운 샤시문을 열어 둔다.
바로 옆에 살충제를 놓고 슬슬 대나무 끝을 갖다 대자, 둥지의 뒤에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파수꾼일까.
그러나 자세히 보자 검은 생물은 장수말벌이라고 쳐도 상당히 큰 데다, 모양이 이상하다.
어느 쪽인가 하면 새를 닮은 것 같다.
대나무를 일단 아래로 내리자, 검은 그림자가 탁탁 이쪽으로 급히 날아왔다.


루토― 루토― 하고 울고 있다.


실장등이었다. 헷갈리기 쉬운 녀석이다.


실물은 처음 보지만, 이 녀석은 『 돗쿠리 실등(*とっくり 차분한, 신중한이란 뜻이 있는데 발음나는대로 적음) 』이라는 실장등의 아종 같다.
일반 실장등은 기생 말벌처럼 산 실장석의 체내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아종은 사냥 벌처럼 구더기 실장과 엄지 실장을 마비시키고 붙잡아서 둥지로 가져가 알을 낳는 모양이다.
일반 실장등은 가급적 대형인 성체 실장에게 알을 낳고 싶어 한다.
포식될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성체를 노리는 것은, 자에다 알을 낳으면 다른 생물에게 포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 돗쿠리 실등 』은 안전한 둥지로 확보한 먹이에 산란함으로써 이런 리스크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실장 생물의 다양한 생존 전략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나올 때, 이 『 돗쿠리 실등 』의 생태를 본 적이 있다.


아종이라도 실장등이라면 이야기가 통할 것이다. 링갈을 기동해서 대화를 해 본다.

"루토루토―"
(그만두는 루토― 모처럼 만든 집을 부수면 이야 루토―)


벌이라고 해서 집 근처에 둥지를 만든다고 해서 다 구제하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해충 퇴치를 돕는 실장등은 제비 같은 것이다.
일단 집 안에는 들어가지 말 것과, 창문이나 벽에 똥을 싸서 더럽히지 말라고 명령해 보았다.

“(알겠는 루토. 집은 깨끗한 것이 좋은 루토. 오야카타사마(*나으리 뭐 이런 말임)의 집도 더럽히지 않는 루토)”

이 실장등은 위생 관념이나 성격이 나쁜 개체는 아닌 것 같다.
변종 실장등의 생태에 흥미가 있기도 해서, 둥지 만들기를 허용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따금, 마비시킨 독라 구더기 실장이나 엄지 실장을 안은 실장등이 날아다니는 것이 보인다.
마비되어 있어도 공포로 뚝뚝 똥이 떨어지고, 완전히 똥빼기 되고 있는 것 같다.
일부러 독라로 만드는 것은 중량 경감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둥지에 집어넣을 때의 부피 삭감의 뜻도 있을 것이다.
정확히 제비 정도의 크기인 친실장등은 둥지 안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
둥근 둥지 위쪽에 창이 열려 있어서 거기로 먹이를 담고 있다.


어느 날, 뒤뜰을 향한 울타리 주위에서 들실장석 친자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내가 집에서 나오자, 데쟈테쟈 떠들어 댄다.

"(여기서 우리 자의 냄새가 나는 데스. 고귀한 와타시를 기다리게 한 사과로 스시와 스테이크를 바치는 데스)"

"(엄지쨩을 돌려주는 테치. 그리고 콘페이토도 내놓는 테치. 와타치도 키우는 테치.)"

"(유괴범은 이 우지챠가 보고 있었던 레후. 단념하고 푸니푸니하는 레후.)"


제비가 인가에 둥지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둥지를 습격하러 오는 뱀과 족제비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것도 비슷한 것이다.
성체와 자실장은 꽤 쓸모가 있으니 죽이지 말고 잡아 놓기로 한다.
구더기 실장은 컵라면 사발에 넣고 둥지에서 잘 보이는 곳에 둔다.

"(유괴범 각오하는 레후. 이 우지챠가 상대하는 레후.)"

"(오야카타사마, 고마운 루토―)"

"(연공(*해마다 바치는 공물)의 바칠 때 레후. 엄지오네챠를 돌려주는 레후.)"

"(싱싱한 구더기쨩 기쁜 루토)"

"(레뱌아아앗! 이타이레훗 이타이레훗! 콕콕 하면 이야 레후――웃!)"

"(빨리 마비되는 루토.)"

"(무언가 저리는 레후? 우지챠 몸이 움직이지 않는 레 레? 레 레후 레...)"


조금 떨어진 그늘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돗쿠리 실장등은 몸에 있는 가느다란 칼로 정확히 구더기 실장의 신경절을 찌른다.
그 칼은 실창석의 가위처럼 태어날 때부터 있는 것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체내에 수납되어 있어서 비행할 때 방해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칼의 마비 독은 체내에 수납되어 있는 사이에 보충된다.

"(마마―― 오네챠―― 어디에 있는 레후――? 도와주는 레후―― 우지챠 핀치 레후――웅!)"

"(오―케이, 쏘리쏘리. 옷을 찌릿찌릿 벗―기고 잡아 뽑으면 독라――♪)"

"(그만두는 레후―― 레헤... 우지챠 독라가 되버리는 레후 레에에...엥 레에에―......)"


돗쿠리 실장등의 사냥은 순식간이다.
구더기 실장은 아직 허약한 입을 움직여 올 리가 없는 도움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실장등은 무저항의 사냥감을 칼로 머리를 깎아버리고, 옷을 가른 다음 쥐어 뜯었다.

실장석을 마비시키는 실장 시비레의 기초 성분은 실장등의 마비 독 연구에서 나왔다고 들었다.
마비되어 경련하는 실장석 친자를 매단 끈을 묶으면서, 깊은 지식을 상기한다.
성체와 자실장은 최근 발매된 신제품 『 모기 실장 』으로 사용했다.
이것은 실장 시비레와 살충제를 조합한 것이다.
약물을 주사한 실장석을 굴려 두면 피를 빨린 모기를 구제해 준다.
반신반의하지만 CM에 끌려 사왔다.


"(닌겐사――앙. 이러다가 우지챠 죽어버리는 레후― 어째서 구해주지 않는 레후――?)"

"(이제 똥만 빼면 되는 루토. 얼른 똥을 배출하는 루토.)"

"(높은 레후 무서운 레후 우지챠 운치 지리는 레훗――!)"


그러자 실장등은 구더기 실장을 들고 몇 번이나 고도를 떨어뜨려 똥이 나오게 한다.
제대로 사발 위에서 오르내리며 가급적 정원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것이 부지런해 보인다.
여기까지 되면 일반적인 구더기 실장이라면 공포로 위석이 깨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돗쿠리 실장등의 마비 독에는 취석 안정 성분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먹이가 멋대로 죽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자연이라는 것은 대단하다. 이 구조는 『 모기 실장 』에도 응용되고 있다.
목소리를 낼 힘도, 배출할 똥도 없어진 구더기 실장을 실장등이 둥지로 가져간다.
오늘은 좋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윽고 1주일이 지나자, 둥근 둥지의 창이 막히고 친실장등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실장등은 안전한 장소를 빌리러 왔을 뿐, 달리 먹이를 기대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관찰을 위해서 뒷마당의 샤시를 열면 루로루토 울면서 근처까지 날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손이 닿는 거리까지는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제비가 인간을 따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야생 동물과 인간의 적절한 거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달 쯤 됐을 때의 저녁, 둥지 위쪽으로 창이 열리고, 안에서 작은 실장등이 얼굴을 살짝 내비쳤다.
두리번 두리번 창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다. 아마 독립은 안전한 밤이 되고 나서일 것이다.


인간과 야생 동물의 관계는 어렵다.
그러나 서로의 거리를 틀리지 않으면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다.


모기 실장으로 쓰던 실장석 친자의 시체를 치우면서, 떠나는 실장등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빌기로 했다.


-끝

댓글 1개:

  1. 산실장의 친구사냥이랑 동일작가인거로 아는데, 이런 애호 느낌도 쓸 수 있군요.. 물론 상대가 실등석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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