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일상 풍경 2


[점장님, "지로씨" 가 가게에 오셨습니다]

[언제나처럼 개인실로 안내해드려]

[예]

편의점 입구에 울려퍼지는 일상적인 평범한 대화.
일주일에 몇 번, 많을 때는 하루에 두 세번, 이런 회화가 반복된다.


전국 각지의 지점에서 나날이 올라오는 실장석 관련 피해나 대책의 요청으로 인하여,
본사가 업무내용에 "점포주변을 둘러보고, 점포 내의 상품 내지는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특정생물의 구제"라고 하는 작업을 추가한 뒤로 약 반 년이 지났다.

전국의 지점에 새로운 비품으로서 포획한 실장석 전용 폐기 콘테이너가 배치되고,
소모품으로서 몇가지 포획이나 구제를 위한 도구도 지급되었다.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점포측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인재과 계약하거나 장비를 설치하는 것도 허가되었다.

당초에는 쓸 데 없는 예산의 증가로 적자가 될거라고 생각되었지만,
그 통지가 내려온 후 1주일만에 지점으로부터의 피해보고나 고객센터의 클레임이 줄어들기 시작해
현재에는 오히려 실장석 대책이 시행되어 안심할 수 있는 편의점으로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다소 문제가 있는 언동을 하는 사람과의 충돌이 있는 모양이지만, 편의점은 대체로 평온한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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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올 무렵의, 어느 날 밤의 일.
점원의 인사로 배웅받은 손님이 문을 밀어서 열었을 때, 쓰레기통 뒤에서 실장석 한 마리가 구르듯 뛰쳐나온다.
뒤에는 자실장이 몇 마리 있고, 그 중 한 마리를 손에 들고 있다.
그 아이를 미끼로 손님으로부터 식사를 조르던가, 아이를 떠맡기려고 할 셈일 것이다.

[토시씨, 밖에 "지로씨" 와있어요]

손님은 뒤돌아보며, 낯이 익은 점장에게 말을 건다.
언제나처럼 익숙한 광경에, 손님은 스쳐지나가면서 아이를 탁아당하는 게 싫다는 듯이 잊어버리지 않고 봉투를 위로 들어올린다.

[알겠어요... 아키쨩, 부탁해]

[예, 알겠습니다. 정중하게 모시겠습니다]

카운터에서 여자말투를 쓰는 점장이 부르자, 아르바이트 여대생이 사무실 쪽으로 향한다.
그 때, 손님의 발밑에 무언가 스쳐가는 것이 보였다.

[테챠아!]

정신이 들어보니 자실장이 한 마리, 이마에서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지르며 가게 안에 구르고 있다.
어찌된 일인가하고 생각해보니 손님이 절반정도 연 문 사이를 노리고, 친실장이 자실장을 던진 것이다.
이미 3 마리 정도 던진 모양인지, 한 마리는 유리문에 부딛혀서 피를 뿜으며 자빠져있고,
또 한 마리는 문의 모서리에 직격해서 이미 숨이 끊어져 있다.

요즘 들어 실장석이 빈틈을 노리고 자신의 아이를 편의점 안에 던지는 사건이 전국에서 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추운 계절이 다가옴에 따라,
따뜻하고 언제나 먹을 것이 있는 가게 안에 던져 넣어서 아이만이라도 겨울을 넘기게 하려는 탓인 모양이다.

이 계열의 편의점에서는 실장석이 입구에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점원에게 포획되어 개인실에 보내지기에 죽음을 각오한 행동이겠지만,
친실장에게 있어서는 아이를 가게 안에 던져 넣는 행위 자체만이 중요한 모양이다.

뉴스 프로그램에서, 아이를 위해 목숨을 거는 모친을 연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었지만,
들여 보낸 후에 자실장이 어떻게 되버리는가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 탓에,
해설자가 마지막에 "저녀석들 실장석이니까요"라고 한 마무리 멘트가 가장 적절할 것이다.

[어이쿠, 이럼 안되지]

서둘러 문을 닫으려고 하자, 재수없게 타이밍이 맞아버린 4 마리째가 문 밑에 끼어버려,
살짝 걸리는 느낌만을 손에 남기고는 신발 터는 매트에 갈려버렸다.

거의 동시에 아키가 이쪽으로 다가오자, 그걸 눈치챈 실장이 남은 자를 옆구리에 끼고, 도망쳐 간다.
평소라면 간단히 잡았을테지만, 마침 그때 들어온 손님의 차와 헤드라이트 불빛에 차단되어, 실장친자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아까비]

그 손님이 가게 안에 들여보내진 자실장을 집어서 아키에게 다가온다.
운좋게 인간에게 주워져, 길러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자실장은 입가에 손을 대고 테프프프하고 웃고 잇다.
따뜻한 잠자리에, 맛있는 먹이가 잔뜩. 여태까지의 비참한 생활이 아니라, 안락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고,
운좋게 살아남아, 인간에게 선택된 자신의 우월함에 취해있다.

[다음번엔 놓지지 않겠습니다.]

[고생이 많으네, 수고하라고... 그럼 이만]

아키가 마대자루를 열고, 자실장이 자루 속에 떨어진다.
마지막에 말한 "그럼 이만" 이란 건 누구에게 말한 것일까.
가족이 차에서 내리기 전에 잽싸게 자실장이었던 것을 마대자루에 담고, 입구의 끈을 조인다.

[어서오세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밝은 인사가 가족동반 손님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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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실장은 잘도 인간을 따돌린 일에 웃음을 숨기지 못한다.
단순한 우연이지만, 실장은 그런 건 알지 못한다.
먹이를 구하러 다가간 동족이 차례차례 잡혀갔던 그 가게에서,
인간이 쫓아왔는데도 탈출할 수 있었다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얼른 공원에 돌아가, 동족들에게 자랑해 주마.
도망가는 자신을 보고 있던 점원의 아쉬워하는 얼굴이라니...
친실장은 그 모습을 떠올리며, 데프프프 하고 사람을 비웃는 웃음을 짓는다.
그 뒤를 2 마리밖에 남지 않은 자실장이 쫓아간다.

[테츄- (마마, 배가 고픈테츄)]

[뎃스우! (아침까지 참는데스우)]

[텟츄-! (참지 못하겠는테츄!)]

[데스우 (그럼 죽어데스우)]

친실장도 빈속이지만, 오늘밤은 기분좋게 잠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못참겠으면 뒤에서 떠들고 있는 아이를 씹으면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때, 길 뒤에서 실장친자를 바라보고 있던 부랑자가 뛰쳐나와, 그 기세를 살려서 점프해 단숨에 자실장을 밟아서 으깬다.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두 마리가 녹색 얼룩이 되자, 갑작스런 기습에 도망치지도 못한 친실장의 주둥이에
비닐봉투를 뭉쳐놓은 것을 쑤셔 넣고 마대자루에 던져 넣는다.

잠시 후에 편의점 뒷문에 노크소리가 들린다.
아키가 얼굴을 내밀자, 부랑자가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꿈틀대는 마대자루를 건네준다.
배에서 거하게 소리가 울린다.

[아, 수고하십니다. 도시락말이지요]

[신세지누만, 언니쨩]

유통기간이 지난 도시락들은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점장 재량으로 공원의 들실장과 교환하도록 하고 있다.
예방책이지만, 여기서 잡히던가, 서식지에서 잡히던가의 차이밖에 없다.

잠자리용 새로운 골판지와 도시락이 든 봉투를 들고서, 부랑자는 자기 보금자리로 떠난다.
오늘밤은 기분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끝

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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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부랑자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훌륭한 점장인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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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분충도 노숙자상의 음식과 교환될정도는 가치있으니 다행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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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정말 좋은 생각 아니냐. 노숙자는 일을 해서 보상을 얻고 가게는 근처의 분충들을 거저 잡으니까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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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실장석이 노숙자들한테서도 모티브를 따왔단걸 생각하면 아이러니해서 웃음이 나오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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