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처리장의 풍경


실장 처리장의 풍경 1

"데프프프프-"

공원에서 자주 듣는 실장석의 비웃음 소리가 들린듯해, 오늘 발표할 자료를 읽다가 차창 밖으로 눈을 돌려보니, 실장석을 가득 실은 트럭이 지나가고 있다. 트럭 짐칸이 철망으로 둘러친 우리처럼 되어 있다.

택시는 곧 트럭을 제쳤고, 난 백미러로 풍경을 바라보며 택시 기사에게 물었다.


"기사님, 저건 뭔가요?"
"저 앞에 실장석 식육 처리장이 있거든요. 저 놈들은 거기서 갈아 뭉개져서 고기가 될 겁니다. 손님 목적지인 떡잎 전기 공장과 처리장이 같은 방향에 있으니 아마 저런 트럭을 2,3대 더 추월해야 할 거예요."

한참 달리자 기사 말대로 아까와 같은 트럭을 만났다. 추월하면서 짐칸의 철망 너머로 실장석들의 모습을 얼핏 보니,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른 것 같다. "데갸ー데갸ー"하는 고통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기사님, 왜 저 실장석들은 아까와 상태가 다르죠?"
"5분쯤 앞에 처리장이 있어요. 이렇게 가까와 지면 냄새로 동족들이 많이 죽어 있는 걸 알아채고는 저렇게 법석을 떨어요."

운전수의 말대로 5분 정도 더 가니 처리장이 나오고, 그리로 들어가려고 몇대의 트럭이 대기하고 있다. 나는 기사에게 그 옆을 천천히 지나가도록 부탁하고, 실장석들을 눈으로 쫓았다.

대부분은 피눈물을 흘리며 "데에ー데에ー" 하고 있을 뿐이지만, 몇마리는 끈질기게 철망을 두드리다 앞다리가 피투성이가 되거나, 철망 틈에 몸을 밀어 넣어 묘한 형태로 비뚤어지거나 하고 있다.

천천히 달렸다지만 실제 관찰한 것은 겨우 십 수초 정도? 그 녀석들이 곧 뭉개져서 고기가 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발기됐다.



실장 처리장의 풍경 2

털썩-

짐받이쪽에서 뭔가 떨어진 듯한 소리가 났다. 실장 식육 처리장에 들어가려 대기하던 차량 대열의 맨 끝에 있던 트럭 운전기사는 "또?"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남자, 회사에 계약된 실장석 축산 농장에서 출하된 실장석을 처리장으로 이송하는 일을 맡고 있다.

"놓치면 또 시말서구나. 아이고-"

트럭이 처리장에 다가가자, 죽음을 깨달은 화물 실장석들이 법석을 떨고, 드물게 느슨해진 우리의 이음매를 뚫고 도망 가려는 놈들이 나온다.

뼈를 연골보다 더 부드럽게 품종 개량한 식용 실장석들이라서 좁은 틈새에 몸을 무리하게 밀어대면 신체가 심하게 변형되고 상처 투성이가 되어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거기다, 배송서류에 기재된 개체 수와 차이가 나면 서류상으로도 문제가 생긴다.

운전기사가 백미러로 확인하니, 분명 녹색의 덩어리가 땅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저것, 잡아서 우리에 처넣어야 되는데...아, 안 되네.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는걸"

운전석에서 내리려던 때, 마침 차량 대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쓴 입맛을 다신 남자는 트럭을 몰아 갔다.

트럭 도크는 바로 눈앞이고, 접수 여직원하고는 안면이 있다. 이유를 말하고 트럭을 두고 여기에 달려와서 회수하면 된다. 실장석이 달아나는 속도래야 뻔하다. 운전기사는 엉겁결에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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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들이 떠나고 아주 짧은 동안 정적을 되찾은 처리장 문 앞에서 한마리의 실장석이 몸부림을 치고 있다. 탈주 실장 석은 짐받이에서 낙하한 충격으로 찌부러진 뒷다리를 끌면서 두개의 앞발로 필사적으로 포복 전진을 해나간다.

(...도망 가는 데스. 여기는 절대 낙원 따위가 아닌 데스. 모두의 비명과 슬픈 냄새가 가득한 데스.)

실장석은 피눈물로 적셔져 흐릿한 눈으로 필사적으로 몸을 감출 곳을 찾는다.

(...어딘가 숨을 곳이 ...)

통증을 참으며 머리를 들고 전방을 살피니 몸이 가릴 틈이 보였다. 물론 실장석은 그것이 빗물 도랑인 것을 알지 못한다.

저기에 숨자. 실장석은 체액의 흔적을 남기며 조금씩 기어간다. 간신히 도랑 가장자리에 도착한 실장석은 떨어지듯 도랑에 뛰어든다.

철벅-

U자 모양 콘크리트 도랑의 바닥에 몸을 강타한 실장석은 아픔을 참으며 더 안전한 은신처를 찾아 주위를 둘러봤다.

(저기는 뭐인 데스?)

실장석은 전방에 10센티미터 정도 틈새가 여럿 나있는 검은 판자를 발견했다. 그것은 도랑과 지하 빗물 저수조 사이에서 쓰레기를 막는 무쇠 뚜껑이었다.

(저 아래는 어둡고 무서울 것 같은 데스. 하지만 이곳에서 잡히는 것보다야 좋을 거인 데스.)

그때, 실장석의 귀가 실룩- 움직였다. 인간은 느끼지 못하는 실장석 비명의 잔향과 처음 들어보는 기계의 저음 속에 섞여 "탓탓탓" 하는 발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점점 커진다.

(...발소리가 내쪽으로 오는 데스.)

실장석은 그렇게 판단하고, 급히 뚜껑까지 기어가 부서진 뒷다리를 틈새에 들이 민다. 아까 몸을 변형시켜가며 빠져나온 우리의 틈새보다는 다소 넓지만, 역시 온 몸을 통과시키는 건 보통 수단으로는 힘들다.

그래도 어떻게든 목까지 통과한 시점에서 실장석은 머리 위에서 울리는 큰 목소리를 들었다.

"앗! 이 녀석 이런 데까지 도망왔는걸. 주임님도 적당히 좀 하시지. 빨리 열어 주지 않으니까 이렇게 됐죠"

운전기사가 달아난 실장석을 발견한 일성이다. 항상있던 그 여직원은 없고, 현장 주임이 입고업무를 대행하고 있었는데
주임은 화물 반입 중에 운전기사가 현장을 못 떠나게 한 것이다.

"주임님, 어떻게 하죠? 이 녀석은 이렇게 망가져 있고......목만 나와있네요...아, 또 시말서 써요?"

"시말서는 이번 여기에서 쓸테니 괜찮아. 윗선에서는 이전부터 우리 개선 제안에 반응하질 않았으니, 이건 한번 강하게 제안하는데 좋은 소재야"

실장석은 위에서 들리는 인간의 목소리에 초조해졌다.

(아마도 이 인간은 그 발소리의 인간인 데스. 나를 잡으러 온 데스.)

아래로 도망치려고 버둥대는데, 큰 머리가 방해가 되어 좀처럼 빠져나갈 수가 없다.

"주임님, 이 녀석 이런 상태에서도 아직 도망 치려고 해요. 잡아 놓을까요?"

주임은 뭔가 생각하더니,

"아니, 이건 여기서 처분한다. 이렇게 되어서는 식육으로 유통시킬 수 없다. 게다가, 달아난 것으로 하는게 서류처리도 더 편하고"

"주임님은 엄격한 건지, 느슨한 건지 잘 모르겠네요 ".

"하하, 현장의 관리직은 유연함이 필수지. 공범자 이외의 눈이 없는 곳에서는 "적절하게" 손을 빼야지"

주임은 실장석의 머리에 발을 대고선 푹 밀어 넣었다.

풍덩-

실장석은 비명을 지를새도 없이 빗물저수조에 떨어졌다. 본능적으로 물에 들어가는 걸 두려워하는 실장석은 발 딛을 곳을 찾으려고 아픈 몸을 돌보지 않고 찌부러진 뒷다리로 힘껏 버틴다.

운 좋게 수심은 키보다 얕아 머리가 수면에서 나왔다. 그러나 상처입은 발이 바닥에 닿을 때 마다 통증이 온몸을 관통한다. 너무 아파서 눈 속에 불꽃이 튄다.

"...주임님, 뭔가 밑에서 날뛰고 있네요"

"아아, 그 녀석들은 쉽게 죽지 않아. 그렇지만 뭐, 이 근처는 산중이라 여러 짐승들이 있다. 죽기 전에 산 채로 파먹히고, 아마 뼈도 남지 않을 거야"

운전기사는 덮개 빈틈으로 빗물 저수조 속을 들여다 본다.어두컴컴한 안에 일그러진 인형 같은 것이 보인다. 순간 그 인형과 눈이 마주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고생을 시킨 실장석에 싫은 소리 한마디를 하려고 말을 걸었다.

"들리나? 결국 떨어져서 찬물에 잠겨있을거면, 그냥 조용히 처리장으로 반입되는게 나았을 거야. 처리장이라면 단번에 죽인니 오히려 편했을지도..".

주임은 작업복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기사에게 권했다.

"이제 좀 살것 같다. 식용 실장석은 말을 이해 못하니 뭔 소리를 해도 소용없어"

"아는데...뭔가 말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질 않아요 "

두 사람 사이에서 담배연기가 감돌았다.

실장석은 자신을 밀어 넣고, 뒤쫓지 않는 인간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좋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여기에 숨어 있으면 꼭 도망 칠 수 있을 것이다. 도망치려면 어찌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틈새로 스미는 눈부신 빛에 눈을 돌렸다.

"담배 다 피웠으면, 업무 복귀해!"

주임은 절반 정도 피우던 담배를 아까 실장석을 밀어넣은 틈새에 던지면서 트럭 도크로 향했다.




...쥬




이마에 불이 붙은 담배 꽁초를 맞은 실장석이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실장처리장의 풍경 3

꼬르륵-

그녀는 순간 주위를 둘러보곤 얼굴을 붉혔다. 다행히 아무도 알아채지 못 했다.

그녀는 실장석 식육 처리장의 자실장 누드튀김 생산 라인에서 자실장을 기구에 고정하는 일을 하고 있다. 총배설구부터 입까지 스테인리스 막대기에 꽂힌 자실장이 컨베이어가 움직이는 달그락 소리와 함께 조용히 그녀의 눈 앞을 흘러간다.

(아, 배고프다. 이 놈들은 배가 막대기로 꽉 차기나 했지.)

그녀는 스스로도 별로 재미도 없다고 여기는 농담을 생각하며 배고픔을 달랬다. 안자던 늦잠을 자서 아침을 걸렀기 때문에 휴식시간이 멀었는데, 공복이 절정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회사의 "화재 훈련의 날" 이다. 분명 휴식 시간 전에 작업이 한번 중단될 것이다. 그때 틈을 봐서 자신의 사물함에 있는 과자를 먹으면 낮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일하는 실장석 식육 처리 생산 라인은 이 회사가 살코기에 부가 가치를 부여할 신규 사업의 시험 라인으로 설치한 것이다. 여기서 제조된 자실장 누드튀김은 일반 소비자용 아니라 주로 외식 산업의 식재료로 공급되고 있다.대량 생산인데 수제품 같은 맛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아, 곧 시험 단계에서 사업 단계로 승격되려 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냉각실에서 나와 가사 상태인 알몸 자실장들이 직사각형의 깊은 스테인리스 트레이안에 던져진 것처럼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그 자실장들은 전날에 옷을 뺏기고, 똥뽑기를 한뒤 세척되고, 스트레스성 육질 향상을 통한 "숙성"을 목적으로, 하룻밤 저온 상태에 놓아 뒀던 것들이다.

자실장들은 추위로 한밤중을 지나면 가사 상태가 되는데, 그러면 그 뒤의 탈모 작업이 쉬워지므로 일석이조였다. 그녀는 그 자실장들이 가사에서 깨어나기 전에 한마리씩 집어 재빨리 대머리로 만든다. "숙성"전에 하지 않는 이유는, 탈모로 손상된 부분의 피부가 재생했을 때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식육용으로 품종 개량된 자실장은, 뚝하고 머리를 쉽게 잡아 뜯을 수 있다. 그리고, 흐르는 듯한 솜씨로 총배설구부터 스테인리스제 막대를 꽂고, 입에서 그 막대의 끝이 얼굴위로 튀어나오기까지 삽입해서, 여기에 세팅한다.

그녀가 담당하는 공정의 다음 단계에서는 기계가 자실장의 손발의 힘줄을 끊고 누드튀김 중에 날뛰지 못하도록 처리를 한다. 이를 위해 "자실장 꼬치"를 정위치에 세트 할 필요가 있다. 그녀의 일은 숙련이 필요한 것이다.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도대체 몇마리의 자실장을 꽂았을까?)

그녀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규칙적으로 자실장을 처리한다. 이 일은 빠르게 안 하면 자실장이 소생해버려 작업이 귀찮게 된다.

그녀가 여기 와서 얼마 안된 때에는 몇번 그런 일이 있었다. 하지만 갓 소생해 힘도 없으면서도 "싫어-싫어-" 하고 버티는 자실장을 처리하는 것은 꽤 시간이 걸리고 무엇보다 기분 이 안좋다.

"그럴 때는 이렇게 목을 비틀어 정말 죽여 버리면 처리가 편해야. 하지만 맛이 떨어지고 매뉴얼에 적혀있지 않은 방법이라 가능한 소생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익숙해져야해"

배속되어 얼마 안된 때에 지도해준 라인 반장은 테치-테치- 우는 아기 실장의 목을 아무 주저함 없이 비틀어 죽여 보인 적이 있었다. 그녀 자신도 몇 차례 해 봤지만 손바닥에 약간 느껴지는 뭔가가 찌부러지는 것 같은 작은 반응이 하릴없이 생명을 뺏기는 새끼 실장들의 최선을 다한 항의 같아서, 어쩐지 싫고,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작업 속도도 아주 빠르고 한번에 할당된 모든 자실장이 눈을 뜨기 전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정말 단순히 식재료를 처리한다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도 되었다.

힘줄이 잘린 자실장을 꿴 꼬챙이는 부글부글 작은 기포를 내며 끓는 기름통에 천천히 들어간다. 그리고 아마색의 기름에 들어간 자실장은 곧 가사에서 급격히 소생한다.

기름통의 자실장은 소생의 기쁨을 찰나도 맛보지 못하고 온몸을 감싸는 열과 총배설구로부터 구강까지 온몸을 꿰뚫린 아픔을 느낀다. 목소리를 내도 구강을 가득 막은 꼬챙이 때문에 소리가 나지 않는다. 수족을 놀릴 수도 없다.

아무 저항도 못하고 자실장은 생으로 서서히 뜨거운 기름에 절여져 기름통에서 건져질 직전에 위석이 폭발하는 걸로 가사가 아닌 정말 죽음을 맞는다.

(조회에서는 오전중에 화재 훈련이라고 했잖아. 훈련 개시의 비상벨은 언제나? 또 배가 울리면---어머 어머.)

자실장들 위석은 파열되는 순간까지, 죽음의 위기에 처한 자실장의 육체에 내포된 에너지를 준다. 그러나 그 에너지는 위기 탈출에 아무 도움이 안되고, 그저 자실장의 육체적 잠재력을 남김 없이 뛰어난 맛으로 변화시키는 데에만 소비된다.

"괴롭혀 죽이기"라 불리는, 자실장을 산 채로 조리하는 전통요리법을 교묘하게 재현한 이 생산 시스템은 회사에 큰 이득을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녀, 아니, 이 라인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사실 이 생산 시스템의 중심에 있었지만 그것을 알지 못한 채, 묵묵히 처리를 계속하고 있다.

지금 기름에 잠긴 듯한 자실장은 어디쯤에서 살아날까. 아니면 가사 상태에서 튀겨져 시달리지 않고 죽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자는...우리 손으로 사전에 죽인 자 이외에는 없었다.... 그녀는 항상 생각하던 것을 다시 떠올리며 손을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끓는 기름 속에서, 전신에 기포를 만들어 올리고 있는 자실장들은 몸을 뒤틀며, 단말마를 지르며, 생애 최후의 춤을 펼치고 있다.

"삐이이이이이이"

공장 전체에 비상벨 소리가 울리더니 구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지금 제2공장 제5라인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종업원들은 당황하지 말고, 반장의 지시에 따라 대피를 시작하세요".

화재 훈련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작업 메뉴얼대로 처리 대기 자실장이 든 트레이를 덮고, 집합 장소인 공장의 뜰로 향한다. 그녀의 작업라인 반장도 라인이 수동으로 긴급 정지된 것을 확인하곤 부서를 떠났다. 직원들이 대피한 공장의 안뜰에서는 구내방화팀의 소화 시연회가 있었고, 그 뒤 공장장의 간단한 훈시가 시작됐다.

"...제2공장이 가동을 개시하고 처음인 화재 훈련이었지만 완전 대피에 걸린 시간은 목표인 5분을 밑돌....올해 봄부터는 예정대로 누드튀김 자실장 증산의 체제가...".

(아! 뭔 재미 없는 이야기일까. 배 고파. 하지만 눈이 있으니 규칙상 로커에 돌아갈 생각은 못하겠네)

그녀는 멍하니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을하면서 공장장의 훈시를 들었다. 훈시 후 화재 훈련이 종료되어 직원들을 포함한 사원들은 삼삼오오 자기의 일터로 돌아갔다.

그녀가 일터로 돌아왔을 때, 훈련으로 멈췄던 라인에서는 다시 시작 전 확인 작업이 시작되고 있었다.

(결국 라커에 못 갔어. 휴식 시간도 소화 훈련의 견학과 재미 없는 이야기로 지나가 버렸고. 점심 때까지 참아야 되나?)

그때 "어라!" 하고 기름통 쪽에서 사원들의 소리가 높아졌다.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생각하며, 기름통의 주위에 선 동료들 사이에서 그 속을 들여다봤다.

그녀의 시야에 흔들-흔들- 흔들리며, 아마색의 기름속에서 자실장들이 몸을 뒤틀고 힘들어 하는 광경이 들어왔다. 게다가 자실장들의 몸은 기름을 많이 먹어서, 본래 크기보다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아니, 커졌다는보다 부풀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라인 끝에 가까운 몇마리의 자실장은 완전 사망했으나 기름 속에 푹 빠져 있는 대부분의 자실장은 죽지 못하고 바둥거리고 있다. 소리를 낼 수 있다면 "테치이! 테치이!" 하고 작은 비명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훈련 중 기름통에 방치된 채 자실장들을 뒤덮은 기름은 가열 중단에 의한 온도 저하 때문에 자실장을 고통에서 조속히 해방시키지, 즉 죽이지, 못했다. 미지근하게 된 기름은 산소를 차단해 호흡을 못하게 하고, 또 어설프게 열에 상한 육체에 침투해 고통을 줄 뿐이었다.

"음, 이런 사태는 예상 외였어. 이 라인이 생긴 후 처음 화재 훈련이라서"

사원들이 떠드는 것을 보고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러 온 과장은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그래, 하여간 지금 기름통에 잠긴 자실장들은 매물이 되지 않으므로 폐기한다. 각 라인의 반장은 폐기되는 개체수를 확인하고 추후에 보고한다. 자실장은 버킷에 모아 재활용 폐기물 하치장에!".

과장의 지시 후, 사원들은 각각 부서로 돌아갔다. 그런 과장의 지시를 어렴풋이 들으며 그녀가 자리를 뜨기 전에 덮었던 트레이의 뚜껑을 열자 "테치-테치-" 하는 울음 소리와 함께 코를 찌르는 악취가 피어 올랐다.

트레이 안에 방치되었던 자실장들은 가사에서 깨어나, 동족상잔과 탈분을 하고 있었다. 개체 수는 뚜껑을 덮기 전의 절반 정도로 줄어 있을까. 멍한 그녀의 뒤에서 과장이 실망한 기색으로 말했다.

"아, 역시 여기도 마찬가지. 옆 라인에서도 가사에서 깬 자실장이 동족상잔과 탈분을 했더라구. 이것도 계산 밖이었다..이 녀석들은 이미 매물이 안 되기 때문에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어".

과장은 미리 이 사태를 예측 못한 일에 대한 보고서를 쓸 일이 좀 지겹다는 표정이었다. 동족상잔을 해버린 자실장은 식품 위생법상 출하를 못하니, 비료용으로 재활용 사업자에게 파는 수밖에 없다.

"30분 정도 라인을 멈추고 이 뒤치다꺼리를 해야 되나?"

과장은 점심 시간까지 남는 시간과 오늘 예정 출하 수를 생각하면서 그녀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 라인 기름통 속 녀석들을 버킷에 넣어 바깥의 재활용 폐기물 하치장에 가지고 가 주지 않겠나?"

그녀는 좀 기뻤다. 업무라면 당당히 자리를 뜰 수 있다. 어쩌면 로커에 가서
군것질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름에 어설프게 튀겨진 빈사의 자실장을 채운 버킷을 카트에 싣고 왠지 들뜬 마음으로 공장의 복도를 걸어가니, 뒤에서 동족식을 한 자실장들의 작은 비명도 들렸다. 아마 과장과 반장이 목을 비틀어 마무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카트와 함께 밖으로 나오자 작은 구름이 떠오르는 파란 하늘이었다. 이런 예쁜 하늘이 펼쳐지는 날에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있어. 그렇게 생각하니 손해 보는 기분이다.

또 꼬르륵-.

형광등에서 비추어진 라인에서 밖으로 나와서 그런지, 왠지 개방적인 기분이 되어 있던 그녀는 가끔 꿈틀꿈틀 움직이는 빈사의 누드튀김 자실장들을 바라보고 생각했다.

(어차피 버릴 것이고, 한 입 먹어 볼까.)

완전 죽어있는 자실장부터, 적당히 한마리 잡아 발을 씹어 보자.

닭고기 같은 담백한 육질 사이에서 은근히 기름이 배어나오다. 루즈를 칠하지 않은 입술에 기름이 돈다. 2,3번 씹어 삼키고, 한숨을 돌린다.

(어?)

무심코 먹고나 단면을 보니, 그 중심부는 빨강과 초록의 체액이 투명한 육즙과 기름에 결합되어, 혼탁한 액체로 젖고 있었다.

(뭐야 이거? 아직 익지 않았잖아?)

공복탓에 기름진 자실장의 생고기를 삼킨 그녀는 뱃속에서 얇은 불쾌감을 느꼈다.

"테에에에"

갉아먹힌 자실장이 갑자기 작은 목소리를 냈다. 그녀는 완전히 죽었다고 믿고 있는데, 이 자는 아직 죽지 못한 듯.

(너? 살아 있었니?)

그녀는 놀라서 손에 든 자실장을 버킷에 떨어뜨렸다.

"텟!"

버킷에 쌓아 올려진 다른 자실장 위로 떨어진 자실장이 작은 비명을 질렀다.

(내가 아직 살아 있는 자실장을 갉아 삼킨거야?)

뱃속에 희미하게 산재했던 불쾌감이 급격히 무게를 더해 한점에 모여들었다.혓바닥 위로 서서히 침이 올라오는 감이 이어진다.

"우욱! 우욱!"

그녀는 마침내 참을 수 없게 되어 토했다. 아침을 거른 위는 노란 위액과 아까 삼킨 대로 형태를 유지한 자실장의 발목을 역류시키고, 그것들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듯 흘러내린다. 그리고 그녀의 토사물을 얼굴로 받은 만신창이의 자실장은 다시 "테-ㅅ" 하며 울음을 거두고 위액을 빨아 삼켰다. 자실장은 짓무른 눈을 천천히 뜨고 만족한 듯한 표정을 보이고, 새파란 하늘을 바라본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구토는 한참을 멈추지 않았다.


댓글 2개:

  1. 닌겐상 발기한데스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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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닝겐상..개빡대가리데스?
    나가 뒤지는데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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