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더기 실장을 기르고 있다.

산책 도중에 따 온 민들레를 들고 작은 수조가 놓인 창틀 앞에 섰다. 수조 안에서 구더기 실장을 잡아 올려, 두건에 민들레를 꽂아 줬다.

"레...?"

멍하니 있던 구더기 실장, 내 얼굴을 보더니 까딱-까딱- 꼬리를 흔들고 반갑게 실눈으로 웃어준다.



"렛후?웅 ♪"

구더기 실장을 수조에 되돌려 놓고 먹이접시에 컨페이토 한톨을 뒀다.

"레후-레후-♪ 레후-레후-♪"

구더기 실장은 까딱-까딱- 꼬리를 흔들며 컨페이토를 향해 기어가기 시작한다. 그 머리 위에서는 민들레 꽃이 흔들리고 있다. 아주 귀엽다.




나는 구더기 실장을 기르고 있다.




컨페이토를 완전히 끝낸 구더기 실장은 민들레 꽃을 꽂은 채 맥없이 누워서 작은 돌기 같은 네발을 흔들며 프니프니를 조른다.

"프니후? ♪ 프니후? ♪"

집게 손가락 끝으로 리듬을 실어 구더기 실장의 배를 가볍게 문질러 줬다.

"프니후? ♪ 프니후? ♪"

구더기 실장은 눈을 가늘게 뜨며 네발과 짧은 꼬리를 까딱-까딱- 흔들며 대만족이다. 이 정도로 이렇게나 좋아하다니 단순하기도 하지.

자실장이나 성체 실장이라면 어림도 없다. 상대해 주면 놀아 달라, 놀아 주면 밥을 달라며 데스-데스-, 테치-테치- 시끄럽기만 하다.

구더기 실장의 아랫배에서 브르르 무른변이 뿜어 나온다. 냄새가 나지만 자실장이나 성체실장에 비하면 양이 적고,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구더기 실장을 기르려면 이 정도는 각오해야지.

"...레...렛후우우우웅...♪"

배설욕구를 충족시킨 구더기 실장은 황홀해 하고 있다.



그날밤, 수조를 들여다보니 구더기 실장의 모습이 이상하다. 드러누워 있지만, 프니프니를 조르지 않는다.

"...렛후레후? ♪ 렛후레후? ♪"

잘 보니, 구더기 실장의 두 눈이 초록색으로 변해 있다. 설마, 민들레로 수분한 것?


구더기 마마가 된 레후 ♪
건강한 구더기짱들을 낳는 레후 ♪
주인님은 상냥한 레후 ♪
구더기를 이뻐해 주는 레후 ♪
구더기는 행복한 레후 ♪
구더기가 낳는 구더기짱들도
행복한 구더기가 되는 레후……♪





나는 구더기 실장의 두건에서 민들레를 뽑았다.

"레...?"

어리둥절해 하는 구더기 실장을 들어 올렸다 — 평소 같으면 몸통을 잡았을 집게 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으로 머리를 잡고.

"...레피이이...!?"

전 체중이 머리에 실리자 파닥-파닥-파닥-파닥-하고 저항하며 치열하게 발과 꼬리를 꿈틀거린다.

안락사밖에 없다고 나는 굳게 결심한 것이다. 구더기 실장이 새끼를 낳을 수는 없다. 미성숙한 구더기의 몸이 출산에 견딜 수 없다. 태어난 아기 구더기도 금방 죽고 말 것이다.

새끼가 죽는 슬픔을 맛보며 자신도 고통 끝에 죽어 가느니...차라리 지금 이 자리에서 죽게 하는 것이 주인으로서의 인정이다.....나는 구더기 실장의 머리를 집은 손가락에 힘을 실었다.


아픈 레후. 아픈 레후.
아파 아파 레후!
주인님, 그만 하는 레후!
구더기 죽는 레후!
죽고 싶지 않은 레후!
구더기의 배에는 구더기짱들이 있는 레후!
아파 아파 레후!
주인님, 그만 그만 레후!



"...레...레피이이이..."



……왜 아야-아야-시키는 레후?
주인님 구더기가 싫어진 레후?
구더기가 나쁜 구더기였다면 사과하는 레후.
구더기가 필요없는 구더기면 공원에 버려 주는 레후.
부탁인 레후. 죽이지 마는 레……!


"...레피잇!?"

손가락 사이에서 구더기 실장의 머리가 찌그러졌다. 포도알을 터뜨린 정도의 느낌일까? 포도알을 일부러 손가락으로 찌부러뜨릴 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최후의 순간, 구더기 실장의 두 눈이 붉게 되어 버렸는지 총배설구에서 무른 대변과 함께 극히 작은 구더기 실장이 몇마리 튀어나오며,

"...텟테레? ♪"

탄생의 기쁨의 목소리를 내자마자 툭-툭- 수조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찌그러져 갔다.

"...레, 레!..."

작은 구더기 실장들은 찌그러진 몸으로 잠시 떨다가 꼼짝 하지 않았다.




나는 구더기 실장을 기르고 있었다.

지금 내게 구더기 실장은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