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양식장의 이야기 -가을 단합대회-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테츄 테츄 테츄 테츄 테츄 테츄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테츄 테츄 테츄 테츄 테츄 테츄

사방에서 실장석의 울음 소리가 파도처럼 울리는 이 시설은 도호쿠 지방의 한 실장 양식업자의 사육장.



도시 근교의 기업처럼 자동화된 대규모 생산도 아니고홋카이도의 축산가처럼 광대한 목장에서 하는 본격 방목도 아니고 콘크리트 바닥에 함석 판자 지붕이라는극히 흔한 단층 사육장 내에서 벌어지는인간과 실장석들의 이야기.


"이런 쓰레기만 낳게 되면 저 친실장도 끝이로군..."

2미터 사방으로 칸막이가 된 사육실에서10cm 남짓 한 자실장들을 끌어낸 종업원이 혼잣말을 했다.이 사육장에서 사육·출하되는 것은 식용 자실장이다,친실장들은 임신, 출하를 1개월 주기로 하게 되어 있는데,이 과정에서 친실장의 위석은 점차 소모되고빠른 개체는 2년, 잘 유지한 개체도 4년 정도에 미숙아 비율이 증가하거나 출산 수 자체가 감소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데스데스우..." (그 자들은 꼭 주인님 마음에 드실 데스우...)

아까 종업원에 자실장들을 맡겼던 그 친실장의 이름(식별용)은 미도리. 이 사육실에 들어온지 3년째인 개체이다. 대부분의 자를 엄지실장 수준의 미숙아로 출산할 정도로 위석을 소모했지만, 2주간의 교육으로 훌륭하게 노래와 춤을 가르치면 한발 먼저 떠난 큰 딸 못지않게 사육실장으로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한번 보내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몸이긴 하지만 그것은 딸들이 사육실장으로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슬퍼할 일은 아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며 종업원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딸들에게 덕담을 하는 미도리.


삐삣…삐삣...


사육장의 옆의 출하동부터 거듭 울려 퍼지는 전자음. 소리의 발생원은 종업원이 들고 있는 휴대 전화 크기의 계측기이다. 농작물의 당도를 재는 당도계에 착안해 개발된 이 계측기는 실장석의 육질을 잰다. 즉, 당도계의 실장육 버전이다.

검출부의 음향신호에 따라 고기의 숙성도, 지방함량(맛)등을 계측해 그 결과를 바코드로 프린트하는 시스템.
전문 지식이 없는 소비자도 생산자와 실장육질을 판별할 수 있게 하므로『식품 원산지 위장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장석 양식 업계에선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아이템이다.

"텟츄ー웅♪" (이걸로 와타치들도 사육실장 텟츄ー웅♪)

출하동에 모인 자실장들은 속속 계측 결과를 적은 바코드 태그를 목에 감고 특급은 푸른 바구니, 고급은 초록색 바구니라는 식으로  품질별로 나눠 진다. 품질 보증 태그를 사육실장의 증표인 목걸이로 착각해 붉힌 뺨에 손을 대고 바구니 안에서 제각기 망상에 빠지는 자실장들.

언뜻봐선 작은 무늬밖에 보이지 않는 이차원 바코드에

『육질 최상급: 출하직후는 생식, 며칠 지나면 다진고기로!』
『기름 듬뿍, 스테이크로 넘치는 육즙을 즐기세요』

따위의 자실장들의 미래를 암시하는 글들이 새겨져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 못한다.

뿌-뿌-

"테치이?— — — — 치벳!"

계측이 속속 진행되어 드디어 미도리네 딸들의 차례가 왔지만 종업원이 들고 있던 기계에 표시된 결과는 빨강. 출하 규정에 못 미치는 부적합 아이템을 나타내는 표시이다.

종업원의 손에 있던 미도리의 차녀는 앞서간 자실장들과 달리 바닥 위의 적갈색 헌 바구니에 마구 던진다. 품질 부적합의 경우 바코드도 발행되지 않기 때문에 태그도 물론 없다.

갑자기 작업대 높이에서 바닥까지 떨어진 통증과 방금까지 손에 닿을 듯 했던 목걸이를 왜 못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차녀. 바구니 바닥에서 orz의 포즈로 코피를 흘리며 『?』의 상태이다.

뿌-뿌----뿌-뿌-

"테챠아앗 — — — — 지이잇-!"
"츄아아앗 — — — — 치베에!"

낯익은 울음 소리에 머리 위를 올려다본 차녀의 눈에 띄는 것은 삼녀과 사녀. 삼녀는 차녀의 왼쪽에 떨어지고
사녀는 차녀의 오른쪽에 떨어져 각각 몸 어딘가가 찌그러진 모양이다. 동생들의 피가 튀어 빨갛게 물든 차녀의 두 뺨. 그 붉게 물든 양볼에 떨리는 손을 얹는 모습은 작업대 위의 특급·고급 식용 자실장들과 다르지 않지만 그 눈에 비치는 것은 결코 장밋빛 앞날이 아니다.

바구니 안의 차녀의 눈에 비친 것은 무수한 적갈색 얼룩들. 그것들이 전에 여기 던져진 자실장들의 체액인걸 알아차린 순간 차녀는 자신의 사타구니에서 기세 좋게 물똥이 나오는 것을 참지 못했다.


"미도리"
"뎃데로게ー ♪ 뎃데로 — — — 데?"
(훌륭한 사육실장이 되어, 상냥한 주인님께 귀여움 받는 — —데?)

방금 자실장들을 보낸 미도리의 등뒤로 종업원이 나타났다.

올려다보는 미도리의 두 눈은 녹색. 비록 딸들을 보낸 날이라 할지라도 출산석인 미도리에게 휴식 시간은 없다. 새로운 씨받이를 마치고 건초 잠자리에서 태교에 힘쓰고 있던 중 이었다.

예상 밖의 일에 멍하게 굳은 미도리. 오랜 세월에 걸친 출산석 생활에 의해 생물로서 가져야 할 자세와 감각이 (임신 특유의 경계심 같은) 이미 마비되어 있어 자신의 눈앞에 위협적인 종업원의 손이 다가와도 움직이지 못한다.
이윽고, 종업원의 장갑낀 투박한 손이 미도리의 머리 위로 다가와…….






— 몇분 전 —

"어이, 준비는 끝났나-"
"아, 돼지 고기가 아직 안 왔어요."
"돼지 고기를 가져오기로 한 후타바 씨가 아이가 아파서 못 온다네요."
"에, 어쩔 수 없지. 그럼 올해는 고기 없는 단합대회?"
"아니……어이! 토시아키, 조금 이르지만 미도리를 데리고 와"
"아버지 — — — 아니, 사장님, 출산석 따위 맛이 없지 않나요?"
"일단 데리고 와……"

동북 지방에서 봄의 벚꽃놀이와 함께 계절 풍물로 치는 가을 단합대회. 겨울의 발소리가 들려 온 이날,
회사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회사 현관 앞에서 사원(가족)과 임시직 종업원 (이웃들)간의 단합대회를 갖고 있다. 야외에 마련된 조리대 위에는 토란, 파, 곤약 등의 식재가 펼쳐져 있다.

"데즈앗! 데스우 — — —웃!"
(거칠게 하지 마는 데샷! 뱃속의 자들에게 나쁜 데스웃!)

사육장에서 단합대회의 무대로 끌려 나온 미도리. 토시아키라 불린 종업원의 손에 거칠게 잡혀 올려지고,
발이 허공에 떠 있어, 긴장감이 없이 아래로 쳐진 뱃살은 미도리가 손발을 버둥거릴 때마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흔들리고 있다.

사장님께 넘기자, 조리대 위에서 재빨리 식칼 칼등으로 두 손 두 발을 으깨고 식칼의 자루 끝으로 등뼈를 부러뜨린 후 똥빼기도 완료.

그런 와중에도 온몸을 웅크리듯 해서 새끼 밴 몸을 지키려 하는 건 친실장으로서의 본능일까?

하지만, 그 바로 옆의 냄비에서 올라오는 짙은 향기에 미도리의 후각이 자극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침을 흘리는 모습은 해학적이다. 아아, 슬프도다. 실장석의 본성.

"자, 냄비를 이리 가져와-"

사장님의 신호에 만두소를 삶던 냄비에 미도리의 엉덩이가 올려진다. 동시에 칼로 이마를 죽 찢어 미도리의 두 눈을 피로 물들인다.
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미도리는 인간들의 의도를 이해했지만 이미 늦었다.

"텟테레ー"
"텟테레ー"
"텟테레ー"
"텟테레ー"

사육장에서 주어진 사료(인체에는 무해합니다 by 로젠사)의 영향으로 독라 상태로 태어나는 엄지 실장과 구더기 실장들.

위석도 소모되었고, 불과 반나절만의 강제 출산이므로 자실장은 한마리도 없었지만 자실장이 포함돼 있더라도 그 운명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미도리의 총배설구로부터 나온 영쩜 몇초 후에는 설설 끓는 냄비 속으로 전원 다이브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텟테레 — — — 레퍄아아아아앗!?"
(마마, 반가운 레 — — — 레퍄앗-!)
"텟테레 — — — 레챠아아아아앗!"
(금방 사육실장이 레 — — — 레치앗!!)
"텟테레 — — — 레지이이이이이잇-!?"
(탄생 축하로 맛난 음식을 헌상 레— — 칫!)

강제 출산은 계속돼, 언니들이 익는 냄비 속으로 동생들이 차례차례 뛰어들어간다. 공교롭게도 배를 감싸고 웅크린 미도리의 자세는 엉덩이 위치에 냄비를 놓기에 안성맞춤. 조금도 어김없이 냄비의 중앙으로 빨려 들어가는 미도리의 딸들.

똑똑한 자도,
멍청한 자도,
똥벌레 자도,
죽음은 동일하게 방문한다.

안녕하세요 새끼 실장,
안녕히가세요 새끼 실장.
냄비를 둘러싼 단합대회 참가자들은 두손을 모으고 음식의 소중함에 감사했다.

"데에에에 — — —? 오로롱 오로롱"
(구더기 짜아아앙~!? 맛있게 되면 안 되는 데스우우우!?)

강제 출산으로 위석이 한계에 이른 미도리. 사지와 허리가 망가져 있기 때문에 냄비 쪽으로 돌아설 수는 없었지만, 배후에서 잇따라 들려 오는 딸들의 단말마와 고기가 익는 냄새로 뱃속의 자들을 임신 당일에 잃어 가는 것은 이해하고 있었다.

총배설구를 닫아서 더 이상의 희생을 막으려고 시도는 했지만 허리뼈가 꺾인 탓에 아까부터 하반신의 감각이 전혀 없다. 전혀 조여지지 않는 총배설구에서 건강하게 뛰쳐나가는 딸들의 탄생의 환성과 공포의 단말마의 콘체르토를 들으며 그냥 울 수 밖에 없는 미도리.

"아버지 — 아니 사장님, 이제 슬슬 끝내야 할 것 같은데요."
"글쎄? 폐출산석의 고기 따윈 먹을게 못 돼."

"이렇게 강제 출산시키면 약간 남은 힘과 영양이 자에 응축되는 거요."
"폐실장석 한마리라도 헛되이 하면 안 돼. 젊은 사장님도 잘 기억해 둬요."
"『폐실장석으론 불을 지피고, 그 재는 밭에 뿌려라』란 옛말도 있잖아?"

젊은 사장으로 불리긴 해도, 실제 직책도 아니고, 그냥 애칭 같은 것이다. 고생해서 도쿄에서 대학을 나오기는 했지만 학문과 현장은 완전히 별개이다. 게다가 사원들은 모두 자신보다 연상으로 오랜 경험을 가진 베테랑들.

뭘하든 금방 "배우는 상태"가 되는 걸 부끄럽게 여긴 토시아키는 조리대 위에서 한참 시들어 버린 미도리를 잡아 올려서, 확인사살도 생략한 채, 드럼통 안으로 던져 넣었다. 미도리의 울부짖는 소리로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데갸아아아아아앗 — — —!"

불길 속으로 미도리가 던져짐과 동시에영혼을 찢는 것 같은 절규와 불똥이 드럼통에서 일었다.



보글 보글

"레츄-! 츄아앗!"

"이봐, 이봐, 만두소가 늘었기 때문에  냄비의 온도가 내려가고 있어"
"도쿄의 대학이라면,  찌개 만드는 법쯤은 배웠겠지?"

하지만, 모두의 시선은 냄비 쪽에서 1밀리도 돌아가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토시아키의 시도는 실패로 끝난 것 같다. 토시아키는 민망한 표정으로 철망을 드럼통 위에 씌우곤 즉사를 면한 몇마리의 엄지와 구더기들이 빠져 있는 냄비를 그 위에 올려 놓았다.

"레퍄아아아아아아앗 — — —!"
"레챠아아아아아아앗 — — —!"
"레햐아아아아아아앗 — — —!"
"데즈우우우우우우웃 — — —!"

온도가 순간적으로 올라가자 비명을 지르는 미도리의 딸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듣고 불길 속에서 다시 절규하는 미도리. 엄지와 구더기 특유의 "레치-레히-" 하는 날카로운 톤과 성체 실장의 "데스-데스-" 하는 굵고 낮은 톤의 콘체르토는 마치 드럼통이 거대한 악기가 되어 가을소식을 주위 산들에 전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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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그 자리를 지나던 파출소 순경은 나중에 술회했다 (물론 대접을 받았다).


[우자회/단합대회]
주로 일본 동북 지방에서 가을에 행해지는 계절 행사로 하천 부지 등 야외에 모여 토란을 사용한 찌개를 만들어 먹는 일. 서로 우애를 다지는 행사로서, 가족, 친구·지역·학교·직장에서 실시한다. 오래 전부터 동북의 가을의 풍물이 되어 있고, 봄의 꽃놀이와 쌍벽을 이룬다. 이런 『가을』에 『야외』에서『집단』으로『찌개』를 먹는 풍습은 아오모리 현을 제외한 동북 지방 및 니가타 현에 보인다. 만두소는 근채류 외, 각종 야채와 육류가 사용되지만, 엄격히 정해진 규칙은 없다. 육류는 주로 돼지, 닭, 소, 생선의 순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실장육도 사용한다. 특히 즉석에서 강제 출산시킨 자실장·엄지실장·구더기 실장은 부드러운 몸안에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으며 이를 특히 선호하는 호사가도 존재한다. 출처:지소페디아

댓글 2개:

  1. 언제봐도 좋은 필력인데스우 서민들의 단촐한 식사의 풍경이 담겨있는 좋은 문학인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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