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사육



"레후"
"레후"
"레후"

방 안에는 작은 샬레가 수십개 있고
그 안에 한마리씩 구더기 실장이 있다.
갓 낳은 구더기 실장이다.

친실장은 새끼 실장으로,
산후조리가 안되어 죽고 말았다.


방에 들어온 나를 보고
구더기 실장들은
일제히 울기 시작했다.




"레 〜 후"
"레후 〜 "
"레후 〜 "

배가 고픈지,
아니면
배 프니프니를 받고 싶은지,
링갈이 없으니 모른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곤
그대로 방을 나온다.

이틀째도 마찬가지.
방안에 들어 가니
구더기 실장들은
또 일제히 울기 시작한다.

"레히 〜 "
"레햐 〜 "
"레히 〜 "

어제보다 약간 절실한 느낌의 울음 소리.
작은 혀를 내밀고 조르는 듯한 얼굴.
링갈이 없어도 알 수 있다.
배가 고프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난 또 모습만 비추고
방을 나온다.

사흘째 방에 가니
약간 변화가 있다.
몇몇 샬레에서
구더기 실장들이
뛰쳐 나와 있다.
어떤 것은
탁자에서 떨어져
바닥의 얼룩이 되었고,
어떤 것은
테이블 위에서 울고 있다.
어느 구더기 실장이든
내 모습을 발견하자

"레히이이이!"
"레히이이이!"
"레히이이잇!"

하고 힘껏 울어댄다.



엄청난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모두 한결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테이블 위로 뛰쳐나온
구더기 실장들을 붙잡았다.

"레후 〜 ♪ 레후 레후 〜 ♪"

먹이를 받게 된다고 생각했는지
눈물을 흘리며
응석섞인 목소리로 우는
구더기 실장들.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아양떠는 구더기 실장들을,
으깬다.

퍽 소리와 함께 울리는

"레퍄 !?"

하는 비명에
구더기 실장들의 대합창이
한순간 멈춘다.
하지만 곧 다시 울기 시작하다.

구더기 실장의 지능이란게
결국 이 정도인 것이다.
달아난 구더기 실장들을
마저 잡아 죽이고,
바닥의 얼룩을 청소하고,
역시 먹이를 주지 않은 채
그대로 방을 뒤로 한다.

4일째도 같은 작업을 반복.
변화라면
4일 만에 구더기 실장들이
겨우 배설을 했다는 것.
완전공복 상태에서
배설을 했다는 건
구더기 실장들이
상당히 생명의 위기를
몸으로 느꼈다는 것.
실장석 본능인
"긴급 사태 중의 탈분" 이다.

사흘 더 방치한다.
구더기 실장들이 태어나고
일주일.

그때쯤 되니
내가 방에 들어가도
구더기 실장들의 대합창은 없다.
샬레 속에서 뒹굴다
자신의 똥을 먹고 그냥 잘 뿐인,
그런 생활 사이클이 완성된 것이다.

그렇게 된 구더기 실장들의 샬레를 덮고,
점포 지정의 라벨을 붙여
상자 포장해
계약한 실장 숍에 출하한다.
구더기 실장은 작은데다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아서
키우기가 쉽다.
그래서 요즘
구더기 실장을 기르는 것이
약간의 붐을 이루고 있다.
그런 애완용 구더기 실장을
브리딩하는 게
나의 용돈벌이다.

구더기 실장중에도
새끼 실장에게 낳게 한 것들이
크기가 적당해서
독신자들도 편리하게
샬레 하나로 키울 수 있다.
물론
샬레에서 달아나는 개체도 있지만
그런 것은
브리딩 과정에서 선별하고 있으니
문제 없다.
또 대변식을 습관화시키면
똥처리와 급식의 수고도 없어져
간편하게 애호 할 수 있다.

상품명은
"미니어처 가든 구더기 실장"
컨셉은
"화초보다 쉽게".

내가 만들어 놓고
이런 말을 하긴 무엇 하지만,
애호? 사육?

전혀 돌보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주인.
정말 구더기 실장을
귀엽다고 생각하고 키우는 것일까?
그런걸 애호라고 생각하는
감성을 전혀 이해 못하겠네.

나는 자조의 웃음을 흘리고,
다음 출하를 위해 잡아온
새끼 실장에게 준비작업을 한다.

"자, 또 돈 좀 벌어볼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새끼 실장의 왼쪽 눈에
빨간 잉크를 떨어뜨린다.

"레챠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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