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애완동물용 먹이가 꼭 고급품이라고 맛있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맛없는 경우가 많다. 건강이라던가 밸런스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질병치료용 사료는 비싸기만하지 맛은 더럽게 없다.


그렇잖는가. 인간의 아이들조차 대부분 건강식들의 싱겁고 야채만 잔뜩 들어간 풀밭보다야
기름이 걸쭉하게 넘치는 정크푸드를 먹고 싶어하니까.

하물며 실장석이로서야.

인간들의 식사를 동경하는 사육실장들은 보통의 실장푸드도 싫어하는 것이다.

게다가 실장석용 건강푸드는 [진짜 더럽게 맛이 없는] 것이다.

분홍색 실장옷을 입은 세레브 사육실장.
비리디아(ヴィリディア)는 방을 천천히 데굴거리고 있었다.

[데, 초밥이 먹고싶은 데스!]

입안에서 살살녹는 참치!
달콤달콤 부드러운 즙이 나오는 계란!
반짝반짝, 번쩍번쩍 빛나는 것!(ギンギラ,ピカピカな光り物) (*무슨초밥인지 모르는듯.)
사르르 입안에서 녹는 연어!
입에 넣는 순간이 사르르 풀려오는 윤기나는 밥!
기적의 미라쥬!
이 화합을 어찌한단 말인 데스?
이게 바로 일본 음식의 정점인 것인 데스!

건방이 하늘을 찌를듯이 비리디아는 회상한다.
맛있던 그 초밥집은 회전하지 않는 초밥집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본차이나의 희고 고운 그릇에 담기는 것은 녹색의 조그맣고 따분한 알갱이 뿐이었다.

그 한주간.

상태가 좋지 않다. 아직 배가 고프지 않다
다이어트 중이다 등등 그렇게 말하고 식사를 피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보통 음식으로 바꿔 줄지도 모른다고 믿으며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다음 아침에 눈을 뜨면 이 악취를 풍기는 불결하고도 천한 맛없는 먹이 대신에
초밥, 스테이크, 콘페이토를 받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곧바로 배신당했다.
비리디아는 일단 생수를 마셨다.
배고픔을 달래며 분하게 이 먹이를 바라보았다.

이 비리디아는 그래도 예절교육을 받고 현명한 실장석으로 엄선된
학대 이상으로 힘들다고 하는 고급 훈육을 받아온 고급 개체이다.
주인님이 주신 음식에 흠을 잡다니! 그건 분충들이나 하는 짓!
하지만 그 인내심도 얇은 종이 한장. 곧 찢어지고 말 것이었다!

[이 먹이를 준비한건 오마에인 데스? 이 똥 닌겐!
얼른 식사를 체인지 하는 데스! 너도 함께 체인지 데스!]

그렇게 화나서 소리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똑똑한 개체인 비리디아는 아직 이성이 남아 있었다.

이러면 안돼! 안돼! 제발!


참고 팔레트형 음식을 입에 넣는다. 금붕어를 키우던 수조같은 냄새가 입안에 감돈다.
사치에 익숙해진 비옥한 혀를 유린하는 기분 나쁜 쓴맛. 입안에 들러붙는 난처함!
비리디아는 눈물을 흘리며 입안에 집어 넣었다.

가슴이 메스껍다. 위에서 올라오는 트림의 냄새또한 역겹다..
실장 샵에서 구입된 이후로부터 한번도 흘린적 없었던 색깔있는 눈물이 흘러 넘쳤다.

[데...데에엥 어째서 어째서 와타시가 이런 꼴인 데스우!]

모든 먹이를 먹였을 무렵 비리디아의 분홍 하늘거리는 드레스는 컬러 눈물로 적셔져 초록과 빨간 색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비리디아는 뒤뚱거리며 드레스를 벗고
실장석용 자동 건조기가 달린 세탁기 안에 옷을 던져넣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꿈 속에서 비리디아는 작은 자실장이었다.

[꿈에 그리던 음식인테치!]

곰팡이투성의 식빵에 달려든다. 입에 펼쳐진 푸른 곰팡이의 냄새
입술이 떨리고 기름 섞인 진흙의 맛이 난다.
그래도 그것은 맛있었다. 뇌가 하얗게 질려올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인간씨의 손이 자실장을 들어올려...

[5598번 실격!]
아 저 아이는 이제 끝장이다. 와타시는 감성돔(チヌ)이 먹고 싶다
저걸 너무나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싶다..
피눈물을 흘리며 발을 동동댄다.

천천히 회전하는 드럼이 그녀를 조금씩 갉아 간다!
[아픈테치! 아픈 테치!!! 아파 아파 아파! 아픈테치이!!! 닌겐상 미안한테치!! 용서해주는 테치!! 그만하는 테치이이!!]

심한 후회, 고통, 죽음에 대한 공포, 막혀버릴 장밋빛 미래, 다가오는 절망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검게 칠해진 마음. 위석.

알고있다. 저게 조교의 최종 테스트다.
훈육중의 식사는 극단적으로 제한된다. 굶어 죽기 빠듯하다.
성장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애완동물 가게에서 팔리는 건 자실장들 뿐이니까.
먹이에 쓸 지출을 줄이기 위해,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닌겐 씨의 사정에 의한.

아아, 그 시절 굶주림은 매우 친숙한 존재였다.

그 속에서 주어진 식빵. 그 식빵은 너무나도 빛나 보였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갓 구워진 군침이 도는 흰 빵.
하지만 실장석들은 명령받았다. 참아라.
브리더가 [먹지 마라] 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곰팡이가 피어버린 식빵. 그 빵이 부패하게 되면 [졸업] 이다.

하지만 도저히 참지 못한 동료가 나올수도 있다.
그렇다면 연대 책임으로 조교를 다시 받는 것이다.
잘못하면 전체 처분되는 경우도 있을수 있다.
여러번 반복해도 계속 분충이 나온다는 것은 그 그룹 자체의 질이 낮아지는 요소가 어딘가 있다는 것이다.
전체 처분도 어쩔수 없는 것이다

실장석들은 필사적이었다.
소중한 우리들의 꿈을 지키기 위해. 우리 스스로를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도 꿈에 그리던 사육실장이 될수 있기에..
그리고 거기서 조금더 행복의 끄트머리를 잡기 위해서.



비리디아가 꾼 꿈에서 그녀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배신자의 몸을 태우는 것은 심한 후회와 절망뿐.

일어난 비리디아는 새털 이불에서 자고 있었다.
눈앞에 준비된 것은 항상의 실장 푸드.
몰래 화장실에 흘려버려 야단을 맞은 적도 있는 그 실장푸드.

하지만 그런 실장 푸드도 지금은 반짝반짝 빛난다.
바삭바삭한 식감, 고소한 향기, 무난한 맛, 녹색의 이름모를 곡물.
초밥을 연상시키는 조금 시큼한 맛이 나는 달콤한 계란 색의 입자.
스테이크를 연상시키는 알맹이가 들어간 후추맛이 나는 붉은 입자.
거기에 악센트와 빛깔을 더하는 작은 콘페이토 모양의 토핑.

맛있다. 정말 맛있다.

어느새 눈물이 난다. 감사의 눈물이다.

[주인님 감사한 데스! 이런 와타시에게 다시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데스!
와타시는 정말 행복한 실장석인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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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르바이트는 실장석용 프리미엄 푸드의 공장이다.

가장 저렴한 프리미엄 푸드의 구조는 재료용 실장석은 PVC관에 넣고 뚜껑을 닫고 방치할뿐.
한달후 내보내면 대개 굶주림과 스트레스로 파킨한 상태이다.
시체는 무시무시한 형상.

뭐 별수 없는 거다. 외로움에 혼자 죽어 가는게 어찌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것을 다진 고기로 만들어 건조. 팔레트형으로 만든다. 일체 혼합물은 없다.
500g 정가에 8000엔. 놀라울만큼 고액이다. 서민들은 사기 어려울 것이다.

단지 실장석을 민찌로 만든 것일 뿐이지만 이를 섭취한 실장석은 왠지 몰라도
모든걸 가리지 않고 잘 먹게 되는 실장석이 되는 모양이다.

그래 일 자체는 간단한 편이다. 똥으로 넘치는 사용후의 PVC관을 씻는게 가장 힘든 작업이라 할 정도니까.

더 고급의 실장푸드의 재료는
공장과 제휴하거나 브리더들과 계약해 사육실장들을 재료로 받는다.
보통 실수를 하거나 해서 반품된 사육실장들이라 폐기 직전이기에 나름 서로 윈윈하는 전략.

여기에 슈퍼 프리미엄 등급의 가격은 더욱 비싸다.
목적별로 여러가지 형태로 판매되지만 대개 100g에 2만엔정도 한다.

대체 뭔 가격인지...
특수한 죽음을 겪은 실장석의 시체를 재료로 하는 실장 푸드.
그게 효율이 높은 이유는 실장석의 시체와 함께 가공되어지는 위석에 남아있는 잔여 기억때문인것 같다.

어떤 구조인지는 몰라도 실장석의 경구 섭취에 위해서 기억의 공유가 되는 모양이다.
뭐 섭취하는 개체에 따라 효과가 전무한 경우도 있다지만...

[이봐 근데 실장석은 어디서 온 걸까?]

파이프 세척 중에 갑자기 말을 받고 움찔 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아르바이트 동료이다.
얼굴을 보아하니 뭔가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사고중인 모양이다.
그래 이놈 인도 철학 전공이었지..

[어? 하하.. 어쩐지 어느새 확 많아졌지 이거
내가 어렸을 시절엔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혹시 외래종인가?]

놈은 바보취급한것 같은 얼굴로 흐흥 하고 콧방귀를 귀었다.

[아니야 네가 모르는 것 뿐이야. 실장석은 예전부터 있었어. 전국시대에 기록도 있었다고?
근데, 외래종인건 맞는지도...]

왠지 부아가 치밀어 쏘아붙였다.

[하하하 전국시대? 그럼 아주 예전부터 있었다는거 아냐
옛날부터 있었는데 외래종이라고? 하하]

놈은 딱히 자극받지 않은듯 말을 이었다
[판스페르미아(パンスペルミア)* 설이 있어서 말이야. 우주에서 왔다는 설도 있고..]
*역주: 판스페르미아(Panspermia): 배종발달(胚種發達) 이론.

어쩐지 알수없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게 말이지. 이 먹이를 먹은 실장석들은 모두 동일하게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는 말이지.]

그리고 또 다른 괴상한 지식 방출을 시작한다
아 위험하다구. 이렇게 자꾸 파고들면..완전히 무슨 종교 전파하려는 사람 같잖아.
뭔가 이상한 쪽으로 가고 있는것 같아 당황해서 다른 화제를 꺼냈다.

[그래 그래. 그런데 이 먹이를 먹는건 실장석이고. 이상한 꿈을 꾸는것도 인간이 아닌 실장석만이잖아]

그렇지만 다른 깊이의 지식토론이 다시 시작되었다.

[스틸턴의 치즈라고 알고 있나? 인간도 그걸 자기 전에 먹으면 모두 동일한 꿈을 본다고 하거든]

뭔소리야? 장난해? 지금 나 바쁘거든?
실장석 관련해서 어떤 뜬금없는 소리 듣는다 해도 딱히 분하지 않거든?

[그래그래 알았어. 그런 치즈 있더라 뭐지? 6P였던가? 그 잘 찢어지는 궁극의 치즈라던가 뭐시기
아아! 거보다 그만하고 일하자고!]

그래도 내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놈은 대화를 계속한다

[나는 이래뵈도 실장석 애호파거든.
이 아르바이트는 실장석의 미래에 이어지고 있다고 믿어.
호밀이라는 것은 예전에는 보리밭의 잡초였어.
그것을 인간이 빼내어 직접 재배하는등의 인위 선택을 한 결과
보리에 의태를 하도록 진화한 거거든.
최종적으로 호밀은 인간에게 곡물로서 재배되도록 성장했단 말이지.
나는 말이야, 실장석이라는 건 그런 호밀 같은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실장석들은 인간에게 사랑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서 태어난 존재라고.
그 경우처럼 인간이 사랑과 관련해서 실장석의 진화의 방향성을 이끌어준다면 이윽고는...]

... 뭐 고차원적인 면접보나.
그러는 동안 녀석의 발에 똥투성이의 실장석이 얽혀왔다.
파이프에 아직 살아남은 놈이 한놈 있었는듯 하다.

[데에엥.. 싫어 싫은데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아 어쩐지 속이 메스껍다.


집에 돌아오자 기르는 구더기 실장이 레후레후하며 맞아 준다.
구더기는 귀엽다. 구더기 만큼은 귀엽다
하지만 다른 실장석들은 안돼. 너희들은 죽어야 돼.

그렇게 생각하며 먹이를 준다.
청소때 나온 프리미엄 푸드의 조각이다.
그런데 이 구더기는 구더기 주제에 제법 영리하다.
그리고 아주 좋은 놈이다.

[구더기 꿈 꾸고 있었던 레후.
아무것도 없던 곳에 있었던 레후.
계속 길이 이어져 있었던 레후.
구더기는 돌이 된 레후
구더기는 갑자기 하늘을 날았던 레후.
햇님이 반짝반짝하는게 보였던 레후.
갑자기 쏙 하면서 떨어진 레후!
무서웠던 레후
뭉개지는줄 알았는데 살아버린 레후!
닌겐씨가 주워준 레후!
구더기가 살던 곳은 없어져 버린 레후]

프니프니해주려고 했던 손이 멈춘다.

순간 녀석의 말을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

아니 설마?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이녀석 그러고보니 새가 물고 있던걸 떨어뜨렸던 거지.
내 푹신푹신한 머플러에 떨어졌었지 .
그래 구더기는 가벼우니까 충분히 살수 있었던 거겠지.
그래. 그런 기억임에 틀림 없다.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프니프니를 해 주자 레후레후거리며 물똥을 배출한다.
그런 이상한 기억들은 똥과 함께 배출해 버린듯.
구더기는 이후 그런일을 두번다시 말하지 않았다.

-끝

댓글 9개:

  1. 반짝반짝 빛나는건 스시 위에 뿌려진 금가루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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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초밥인거 같은 레후
      실제론 어떤지 모르겠는데 창작물에선 반짝반짝한 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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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보통 회전초밥집 (한국에도 있는 갓파스시 같은)은 가성비로 승부하는 저렴한 초밥집이고, 회전하지 않는 초밥집은 좀 비싼데인 데가 많고 금가루 뿌려주는 데도 있으니 그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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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찌되었든 가성비충 씹치페이 드립하는 무거운 그분들이랑 닮은 데스..데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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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니 안그래도 실장석이 '그년들' 때문에 핍박받았던 역사가 있었는데 왜 갑자기 그년들 얘기를 꺼냄? 인분충인데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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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니 안그래도 실장석이 '그년들' 때문에 핍박받았던 역사가 있었는데 왜 갑자기 그년들 얘기를 꺼냄? 인분충인데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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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뭐 어쩌라는건지..노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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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반짝반짝 초밥이라길래 오징어초밥 말하는건가 했는데 금가루였다니..실장에게 그런 초밥 사치인데샤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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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히까리모노 = 전갱이, 꽁치, 고등어 같이 껍질이 반짝반짝 빛나는 횟감을 쓴 초밥을 말하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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