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의 체온 -전반부-

어둑어둑한 방. 살짝 열린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미약한 빛만이 실내를 밝힌다.
그 구석에 놓인 길이 1미터, 폭 6cm의 수조에 살색 덩어리가 있다.
실장석이다. 그것도 독라.
등을 구부리고 가슴에 끌어안은 것은 새끼 실장.
사지는 온데간데 없고, 온몸은 원래보다 족히 2할은 퉁퉁 부어있다.


다행인지 비극인지 옷이나 머리는 괜찮다.
호흡은 약하고 몸이 차다.
생명의 불이 꺼져 가고 있는 것이다.

『 힘내는데스! 너도 노력하는 데ー스 』

독라는 어떻게든 새끼 실장에게 생기를 불어넣으려 온몸으로 감싸 따뜻하게 해주려고 한다.
이따금 물탱크 바닥에 널려 있는 실장 푸드를 입에 넣고 씹어 한결 부드러워진 것을 새끼 실장의 입에 넣는다.

『 먹는 데스!』

아까부터 몇 차례나 해봤지만, 지금까지는 모두 힘없이 입가에서 넘쳐흐를 뿐이었다.
그것이 이번에는 느리지만 입을 움직여 조금씩 조금씩 입속으로 넘긴다.

『 잘한데스우... 잘한데스 』

그런대로 살아있는 것에 안도한 독라는 울음을 쏟았다.
하지만 아직 속단은 불허한다는듯이 새끼 실장을 더욱 강하게 껴안는다.

계절은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접어드는 때.
해가 떨어지면 훨씬 기온은 낮아진다.

『 힘내는데스…... 사는 데스우 』

독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속삭였다.




독라는 순수한 들실장이었다.
부모의 가르침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어떻게든 따라할 수는 있었다.
부모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고 따랐던 그 덕분인지 겨울을 넘기고 또 폭염의 여름도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었다.
따가운 햇볕이 짙게 그림자를 으리운 오후의 일.
페트병의 물이 떨어지고 새끼 실장들이 들썩거렸다.
낮에는 더워서 멀리까지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 해가 떨어지면 물을 길어 온다고 해도 도무지 들으려는 기미가 없다.
그 당시 공원 안은 급수 제한이 걸려 있어 물에 대해서는 50m가량 떨어진 고수부지까지 갈 필요가 있었다.
골판지 하우스는 겨울부터 사용해 틈새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만들어뒀다.
그것이 오히려 뜨거운 공기를 빼내지 못해 새끼 실장들은 집요하게 물을 바란다.
그리고 한 마리의 새끼가 더위에 견디지 못하고 벤치에서 쉬고 있던 사람들에게 달려간 것부터 비극은 시작됐다.




밤에 위험한 고비는 넘긴 듯 새끼 실장은 "테스ー테스ー"과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독라은 경직된 사지를 잠시 펴보지만 새끼 실장을 떼지 않는다.
땅에 떨어진 실장 푸드를 모아 맛있게 먹는다.
며칠 만에 제대로 된 미끼였다.
먹이를 먹어 치우면 다시 새끼 실장을 감싸듯이 꼭 안고 누워 잠이 든다.
지난번에는 이 단계에서 새끼 실장을 따로 눕히고 잤더니 아침에 차가워져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절대 떼지 않는다.

독라는 부르르 몸을 떨다.
차가운 수조 바닥이 서서히 몸에서 열을 빼앗아 간다.

『... 괜찮은데스. 아줌마가 함께 있는 데스…』

그 새끼 실장, 독라의 친자식이 아니다.




사실 자식들은 모두 멸족했다.
그 날, 남자에게 물을 달라고 조르고, 길러달라고 아첨, 나중에는 멋대로 빼앗으려고 더러운 몸으로 남자의 발목을 기어오르려고 했다.
독라는 몇 번이나 불렀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힘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그 결과, 새끼들은 멈추지 않고, 제멋대로인 행동을 계속한다.
참으로 단순한 파멸의 포석.
남자의 분노를 산 새끼 실장은 순식간에 붙잡혔다가 독라와 둥지에 남아 있던 두 마리의 새끼들과 함께 남자의 방에 끌려갔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새끼 실장들은 떼를 쓴 자매를 칭찬하며 못생기고 추잡한 부모의 말을 듣지 않아 다행이었다고 떠든다.

그리고 남자의 손에서 수천 토막으로 해체되어, 다양한 고통을 당하면서 새끼 실장들은 한 마리씩 죽어 갔다.
그리고 임종이나 죽음을 기다리는 새끼는 제각기 독라를 비난했다.

『 너 때문테치이!! 너따위 똥마마가 제대로 물을 주었으면 좋았을테칫!! 』
『 왜 좀 더 좋은 사람에게 길러지지 않은 테챠아! 너는 쓸모 없는테쟈아아아아아아아!』
『 빨리 이 인간을 물리치테지이이이이아쯔아아아아! 왜 도와 주지 않는테치이이!! 크소오야아!!』
『 네가 죽는테치!! 똥마마!! 네가 죽어테지! 와타치가 살아남아야 하는 테지이이이이이!!』
『 왜 와타치는 마마의 아기로 태어났던 것 대치?』

그러나 독라는 살아남았다.

남자가 "새끼를 괴롭힐 때의 표정이 보기 좋다."라는 이유로.




『 데뎃? 아기는? 아기는 무사한 데스우!!?』
가는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고, 그 눈부심에서 독라는 눈을 떴다.
팔뚝 안의 새끼 실장은

『 마... 마마.....마... 뫄... 의 가슴 달콤한테...지...』

멍청게 독라의 젖에 달라붙어 있었다.
이제 괜찮겠지 독라는 비로소 크게 숨을 토했다.
부러지고 잘린 손발의 재생에는 아직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행히 먹이는 아직 충분히 있다.

『 좋았던 데ー스. 잘했던 데스우 』

마치 꿈인 것처럼 새끼 실장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빨래를 별로 안 한 걸까, 두건은 미끌거리는 기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제는 새끼 실장을 살리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었지만, 안정을 찾자 옷차림의 더러움이 눈에 띈다.
이 아기의 부모는 제대로 교육을 베풀지 않은 모양이다.
불쌍하다고 독라는 생각한다.
똥이나 진흙이 들러붙은 옷, 때와 기름으로 굳어진 머리, 물기에 의해 녹색으로 물들고 짓무른 피부. 그런 것이 당연하게 되어 있다.
아마도 속옷을 벗고 대변을 보는지조차도 모르는 것 아닌가.
인간의 말을 떠올린다.

“아 이건 솎아내진 분충이겠군”

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독라는 사실 자식이 분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도 아무것도 못했으니까.
그리고 이 기회를 운명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 아줌마가 훌륭하게 키워주는 데스우 』



새끼 실장을 모두 잃은 독라는 무릎을 안고 수조의 구석에서 꼼짝 말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남자가 가끔 학대를 하지만 별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없어서 점점 지겨워져 버렸다.
그 단계에서 남자가 독라를 죽이지 않은 것도 공원으로 되돌리지 않은 것도 특별히 의미는 없다. 굳이 말하면 귀찮다, 정도?

20일 간.
남자는 독라를 방치했다. 먹이나 물을 주지 않은 것뿐 아니라 모습을 보느라 얼굴을 들여다내미는 것도 없었다.
변화 없는 나날에 배고픔만이 느껴졌다.
주어진 먹이는 보통 하루 만에 다 먹었다.
4일째까지는 배고픔을 겨우 참았지만, 결국 못 견디고 아기의 시체를 씹어먹는다.
그것도 7일째에서 다하고 똥을 먹으며 연명했다.
한 번은 너무 의식이 몽롱해 손을 조금 뜯어먹은 적도 있었다.
어쨌든 남자가 다시 모습을 보였다 20일째 독라는 아직도 살아있던 것이다.

"어? 아직도 살아있네?"

밝은 목소리로 말을 던져 주는 남자의 손에는 낯선 새끼 실장이 타고 있었다.
사지가 잘려진 끔찍한 모습이었다.
남자의 말에서 그 새끼 실장은 직접 집 안에 탁아된 것 같다고 독라는 생각했다.
"인간"의 "문 구멍"에 넣어졌다고.

『 그 새끼를 어떻게 하는 데스우?』

독라는 물었다. 사실 답은 쉽게 상상이 되지만.

"잠시 놀아준다."

미소.
왜 이 남자는 우리들을 괴롭힐 때 이렇게 웃는 얼굴을 할까.
지금까지 공원에 온 인간이 이 표정을 할 때는 귀여운 것을 봤을 때나 즐거운 것을 봤을 때 뿐이었다.
사랑스러운 것을 보면 웃는다. 인간도 실장석도 그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이 남자는 자신의 아기를 괴롭힐 때도 이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다.
가슴 속이 울렁거리면서 몸이 떨리다.
다시 아기의 비명이 울려퍼진다.

"오, 좋네. 그 얼굴"
눈물과 콧물과 억울함으로 구겨진 독라를 향해 남자는 말했다.
역시 웃는 얼굴이었다.



『 아마아마한 것 먹고 싶은테치 』
『 이제 배고픈 데스? 많이 먹어야 빨리 낫는 데스우~ 어서 먹고 빨리 건강해지는 데스 』
『 알았으니까 빨리 아마아마한 것 가져와테치!! 』

겨우 깨어난 새끼 실장은 처음에는 남자에게 괴롭혀진 기억이 떠올라 미친듯이 울부짖었지만 독라의 달램으로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 배고프지 않은 데스우?』 , 『 똥은 누고 싶지 않은 데스우? 』 『 목 마른 데스?』라고 상냥하게 보살펴주는 독라에게

(이건 노예인테치. 와타치를 돌보기 위해 인간이 마련한테치. 와타치는 사육실장인 테치!!)
라는 생각과 함께 은인은커녕 독라를 노예로 인식한다.
새끼실장은 전형적인 분충인 것이었다.
부모에게 버려져 막말을 쏟아 내고, 결국 인간에게도 같은 짓을 하다 여기까지 추락한 것이지만,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한편 독라도 오랜만에 새끼 실장을 돌볼 수 있어서 만족했다.
독라에게 안겨 실장 푸드를 얻어먹는 새끼 실장.
그 먹성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독라.
두 마리가, 두 마리 모두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곁에서 보면 화목한 부모 아기의 모습, 그 사실은 서로 서로를 의존하는 비뚤어진 관계.



『 그만두는 데즈우ー! 그만해 주세요 데에에에즈!!』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독라는 수조 유리를 두드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 테풋!펫!지이쯔!!테가아아아아쯔!피이쯔!』

남자가 팔을 휘두를 때마다 새끼 실장의 비명과 피코피코하는 멍청한 소리가 울리다.
두 손발을 빼앗긴 새끼 실장을 두드리는 것은 때리면 소리가 나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해머 피코피코 해머이다.
타격부는 어디에 닿을 때마다 쑥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위력은 사라지지만 그래도 아기 실장의 신체에 위협이다.
둔한 통증이 새끼 실장의 신체와 말 없이 얼굴과 말하지 않고 고정되고 분다.
손발이 없어서 도망가지도 몸을 지키지도 못하고 통증에 노출되는 새끼 실장.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든 그만두게 하려는 독라의 목소리가 겹쳐진다.

『 죽는..데스우우우!!! 부탁인데스! 그만두는데스우!!!!』

새끼 실장 이상으로 울부짖는 독라를 보고 남자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운다.
이윽고 온몸이 시퍼렇게 부풀은 새끼를 수조에 넣고 남자는 말한다.

"그 녀석을 돌보는 거다. 죽으면 너도 죽여주지."

새끼 실장을 주운 독라은 가냘픈 호흡에 『 심하데스우 』하며, 남자를 본다.
그 눈에는 강한 적의가 넘쳤다.

"성공 보수도 있다. 저 분충을 성체까지 키우면 두 마리 모두 공원에 놓아주겠다."

『 뎃?데...그것은 정말인 데스우?』

"거짓말이든 정말이든, 너는 할 수 밖에 없다. 아닌가?"

독라는 팔에 쥐가 나도록 부르르 떨어대는 새끼 실장을 지켜보고, 이어 남자의 얼굴을 째려본다.

『 약속은 지키는 데스우!』

죽은 자식과 지금 바로 죽어가는 자식. 독라는 그 양쪽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사흘이 지나자 독라의 헌신적인 간병덕분인지 새끼 실장은 평범하게 걸어다니거나 먹이를 가지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사흘 동안 남자는 먹이와 물을 바꾸러 왔지만 학대는 일절 하지 않았다.
 단지 새끼 실장의 회복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뿐이지만, 이 때문에 새끼 실장은 점점 자신은 사육실장으로 길러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은 점점 커져간다.

『 테쟈아아아아! 독라 주제에 잔소리하는 테치이!! 빨리 아마아마한 밥을 가져오는테지이이!』

『 데… 똥 던지면 안 되는 데스우. 밥은 이미 다 먹은 데스. 밤까지 기다리는데스우... 』

 완전히 건강해진 새끼 실장이 팬티 속에 쌓인 똥을 독라에게 던지고 있었다.
 먹이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남자는 충분한 먹이를 주고 있었고, 독라도 자기 몫을 덜어서까지 새끼 실장에게 나눠 주고 있다.
 독라는 천성적으로 새끼 실장을 혼낼 수 없는 성격이다. 앞으로의 실제 아기를 잃은 것도 그런 성격 탓 때문이다. 독라 자신이 고된 교육을 받지 않았기도 했지만, 그 외에도 유약한 성격, 우둔한 머리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하지 못한다. 조금만 더 현명했다면 남을 가르칠 수도 있었겠지만, 독라는 배운 것을 어떻게든 따라할 수는 없어도 누구를 가르칠 재주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독라의 불운이다.

『 됐으니까 빨리 아마아마한 밥을 가지고오는 테챠아아아아!!』

『 데에에에...얌전히 하고 있는데스우...』

 이미 수조의 곳곳은 녹색으로 물들어 악취가 실내에 가득 찼다.

" 결국 이런 꼴이구나."

 얼굴을 찡그리고 두 마리를 내려다보는 그의 목소리에 깨달은 새끼 실장이 먼저 아우성 친다.

『 닌겐! 이딴 독라를 기르면 안되는테치!! 나에게 말대답한테챠!! 어서 다른 놈으로 바꾸고 아마아마한 스테이크를 가져오는테치!!!』

『 데즈아? 인간에게 그런 말 하면 다메데ー스!!』

 서둘러 새끼 실장의 입을 막으려 하지만, 난폭한 새끼 실장은 막무가내로 날뛴다.
 아무렇게나 휘두르던 새끼 실장의 손에서 똥이 날아가 남자의 셔츠 자락을 더럽혔다.
 질겁하는 독라. 천한게 웃는 새끼 실장.
 남자는 문득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새끼 실장을 수조에서 꺼낸다.

『 데, 데엣?! 기다려주시는데스우!!』

 갈팡질팡하는 독라에게 남자는 한마디한다,

 "잠자코 보고나 있어"

『 뭐 하는테치? 혹시 아마아마한 밥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는테~치이? 좋은 마음가짐인 테츄★ 오아아아아쯔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남자의 손이 새끼 실장의 오른팔을 꼬집었다. 한 번 팔을 잘렸기 때문에 소매가 없는 실장옷에서 새로 자란 손은 바로 걸레처럼 비틀린다.

『 이기이이이이잇? 소, 손이!? 겨우 다 나은 것이었던테챠!! 뭐하는테지이이이이!!』

 손에 들고 있던 똥을 흩뿌리며 발을 버둥거리는 새끼 실장을 남자는 다른 손으로 두들겨 팬다.

『 히기! 안 되는…테짓? 게풋쯔!! 독라아아!!! 와타치를 살려테치이이이이!!! 이쟈아!』

 남은 왼손으로 어떻게든 막아보려 하지만 몸을 붙잡고 있는데다 인간의 힘을 막을 수는 없다.
 금새 새끼 실장의 피부에 푸른 멍이 생긴다.

『 히이이이ー...히이이이아아ー……』

 새끼 실장은 뚝뚝 눈물을 흘리며 몸을 둥글게 만다. 어떻게든 아픔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쳐본다. 하지만 남자는 이미 원형을 찾아볼 수 없게 된 오른손을 쥐어 뽑아 새끼 실장의 총배설구에 틀어박아버린다. 그리고 이번에는 왼손을 뽑는다.

『가쯔……』

 두 눈이 튀어나올 듯이 치켜뜬 새끼 실장의 얼굴을 남자는 "새끼 실장의 왼손이었던 것"으로 후려친다.
 이미 새끼 실장은 모든 걸 포기하고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 지……배……푸쯔...』

『 데에ー...』

 독라은 자신의 팔을 깨물면서 참고 있었다. 떠들면 목숨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끼 실장이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내지 않게 되면 남자는 독라에게 던져준다.

 "똥을 던지는 손따위는 필요 없는 거야"

『데, 데스…』

 얼굴의 판별도 불가능한 새끼 실장을 안고 독라는 눈물을 흘린다.
 독라에게 안겨진 몸은 크게 부르르 떨리면서 원래는 입이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곳에서 녹색 거품을 토해 내다.

『 데쟈아아아아? 이대로는 죽어버리는데스!? 닌겐! 어떻게 해야하는데스!! 도와주는데스!!』

 하지만 남자는 싸늘하게 독라를 내려다본다.

『 데우우.... 밥, 밥을 먹이면 되는 데스우...』

 그러나 먹이는 이미 새끼 실장이 다 먹고 말았다.
 독라는 잠시 허둥지둥하다가 돌연 데스하고 힘차게 울부짖으면서 오른손 끝을 씹어 방울져 떨어지는 피를 새끼 실장의 입에 부어넣는다.
 하지만 새끼 실장의 입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입에 머금었다가 주르르 흘려버릴 뿐이다.

『 마시는데스! 먹고 영양을 취하는데스우우!!』

 독라는 울부짖으며 새끼 실장을 품는다. 똥과 피에 범벅이 된 실장옷은 차갑다.
 독라는 우선 그 옷을 벗기면서도 혹여나 추워할까봐 빈틈없이 새끼 실장을 감싸 안는다.
 아직 차갑지만 맨살끼리 맞닿은 덕분에 바로 체온이 옮겨진다.
 바로 사흘 전에도 이런 일을 했다. 새끼 실장은 그것으로 숨을 돌렸다. 이번에도 꼭 잘 될 것이다.
 그렇게 믿고 독라는 새끼 실장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기도가 통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새끼 실장은 목숨을 건졌다.

『..테에 』

 작은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독라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모호한 의식의 새끼 실장에 어느새 마련된 푸드를 먹기 쉽게 잘게 부수어 먹여 준다.
 새끼 실장은 시간을 걸쳐 몇 개 먹은 뒤 부어터진 작은 눈을 떠서 독라를 본다.

『 펫!! 』

 침을 뱉었다. 그것은 독라에게 닿지 못했지만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아팠다.

『 왜 돕지 않은 테치...』

『 데에...아줌마는 최선을 다했던 데스 』

『 아무것도 하지 않은 테지이!! 넌 와타치가 이타이 이타이되는 것을 구경만 했던 테쟈아아아!!』

『 뎃?』

 새끼 실장은 독라에게 안겼던 기억이 없다. 그때는 사경을 헤매고 있었기 때문에 새끼 실장이 기억하는 것은 독라에 손을 내밀기 전까지 뿐이다. 그러므로 독라 덕분에 살아났다는 기억은 전혀 없다.

『 정말 하등한 분충 독라인테치. 고귀한 와타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테치……』

 비틀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산처럼 쌓인 먹이를 향해 달려간다.
 양손이 없기 때문에 머리부터 뛰어들어 먹이를 먹는다.
 독라는 그저 가만히 그것을 보고 있을 뿐이다.

 추접하게 먹이를 먹다가 겨우 만족했는지 바닥에 철퍼덕 눕는다.
 새끼 실장이 그렇게 자리에 눕는 것을 보고서야 겨우 독라가 푸드에 손을 뻗는다.

『 테샤아아아쯔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건 와타치의 것인테쟈아아아!!』

 새끼 실장이 뜻밖의 속도로 벌떡 일어나 위협을 해온다.

『 하지만 아줌마도 배가 몹시 고픈 데수......』

 밤새 잠들지 않고 간병을 하던 독라에게도 영양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모르는 새끼 실장은 발을 동동 구른다.

『 그딴 게 무슨 상관인 테지이이이앗아아!! 독라는 똥이라도 먹으면 되는 테칫!』

『... 심한 데스우 』

 올바른 부모 실장이라면 이런 태도를 보이는 새끼는 당장 강렬한 처벌을 내린다.
 그러나 독라에게 그것은 할 수 없는 일이다.
 먹이를 빼앗는 것도 하지 못한다.

 독라는 자리에 주저앉아 홀짝홀짝 울기 시작한다.
 그런 독라에 만족했는지 새끼 실장은 다시 눕지만, 이내 섬뜩한 수족관 바닥의 감촉에 위화감을 느낀다.

『 추, 추운테치이... 테에?옷이 없는 테치!!』

 그 옷은 독라의 발밑에 놓여있다. 어젯밤 독라가 벗긴 것이다.
 새끼 실장은 타박타박하며 옷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서 뒤뚱뒤뚱 맴돈다, 그리고 옷을 입을 수 없는 것에 절망한다.

『 팔이 없는 테치이... 옷 못 입는 테챠…』

 발밑에는 옷이 있는데, 어떻게도 할 수 없는 무력감.

『 옷을 입으려는 데스?』

 눈가를 붉히던 독라가 반갑게 묻는다.
 새끼 실장은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그것보다는 지금 당장 옷을 입고 싶다.

『 입혀주는테치. 꾸물거리지 마는테치!!』

『 알겠는데스우. 조금만 조용히하는 데ー스 』

 뻔뻔한 새끼 실장의 태도에도 독라는 웃는 얼굴로 응한다.
 새끼의 시중을 드는 일이 즐겁다. 자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쁘다.
 겨우 실장옷을 입은 새끼 실장이지만, 그 젖은 감촉에 얼굴을 찡그린다.

『 차가워서 기분 나쁜 테 치이...』

『 그럼 아줌마가 안아 주는데스우 』

 양손을 벌리고 안으려는 독라를 보고 새끼 실장은 조금 망설인다.
 실장석 기준에서는 독라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멸의 대상이다.
 그것에 안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왜 그러는 데스우? 그렇게 있으면 감기 걸리는 데...스.... 』

『...특별히와 타치를 안게 해주는 테칫……』

 추운 것보다는 낫다. 새끼 실장은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면서 독라의 팔 안에 뛰어든다.
 씻지 않은 몸은 끈적거린다. 거기다 고약한 냄새. 그러나 그것 이상으로 순식간에 온몸을 감싸는 온기가 기분 좋고 새끼 실장은 넋을 잃고 눈을 감는다.

 (테에... 그러고 보니 마마는 한 번도 안 안아줬던테치....)

 생전 처음의 포옹에다 충분히 먹이를 먹어 허기도 면한 새끼 실장은 순식간에 잠에 빠져든다.
 그 자는 얼굴을 독라는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가 새끼 실장을 데려가면 꼭 팔이나 다리를 부쉈다.
 독라가 간병하는 동안에는 건드리지 않고 손발의 회복을 기다렸다가 다시 사지를 빼앗는 것이다.

『 이제 그만하는데스-! 데려가지마는데-스!!』

 수조 위에서 뻗어 나온 남자의 손을 보고 독라는 어떻게든 새끼 실장을 지키려 한다.
 얼마 전 새끼 실장으로부터 들은 한 마디 때문에 독라는 남자를 거스른다는 각오까지 하게 되었다.
 새끼 실장은 이미 남자의 모습을 보자마자 수조의 끝이나 독라의 뒤에 숨어 작은 몸을 움츠리고 있다.
 그러나 남자는 독라를 왼손으로 수조 바닥에 짓누르고 유유히 새끼 실장을 집어간다.

『 테쟈아아아쯔아아아!! 싫은테지이! 아픈 것은 싫어, 싫은테챠아아아아!』

 미친듯이 손발을 내저으며 팬티를 부풀려 가는 새끼 실장이지만 남자의 힘 앞에서는 그런 저항도 의미가 없다.

『 데쟈아아아아아아아아! 놓아주는데스!! 당장 아기를 내려놓는데스우우우우!!!』

 "알았어"

 드물게도 독라의 호소에 남자는 선선히 따라준다.
 새끼 실장은 남자의 손에서 해방된다. 물론 공중에서.
 약 1미터 높이에서 어찌할 바 없는 새끼 실장은 떨어진다.

『 테아아아쯔아아아아쯔아아? 와타치의 발이 테지아아!! 걸음마가아아아아 아 아!』

 새끼 실장의 전 체중을 받아들인 다리가 부러지면서 곳곳이 찢어져버렸다.
 빵콘한 팬티가 쿠션이 되었는지 그것 이외는 큰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손을 휘둘러 통증을 호소하는 새끼 실장을 남자는 다시 잡아 올려 거의 같은 높이에서 손을 떼어 낸다.

『 히지이이이이!!』

『 뭐 하는 데스!!』

 남자에게 꽉 눌린 채 사지를 버둥거리며 독라는 소리를 지른다.
 새끼 실장을 주워 다시 떨어뜨리는 흐름을 반복하면서 남자는

 "네가 놓아달라고 했으니까. 제대로 내려놓고 있잖아?"

 다리가 박살나고 빵콘의 팬티가 벗겨져버려 밸런스가 바뀐 새끼 실장은 머리부터 떨어진다.
 얼굴부터 떨어지는 것은 역시 치명적이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벗겨진 속옷과 똥 더미에 떨어졌다.

『 웅페엣!! 페햐아아!! 독라!! 도와주는테지이이! 독라아아! 아픈테치이! 발도, 또 다시 아픈 테챠아아!!』

『 데우우우쯔! 닌겐상 부탁인데스! 그만두시는데스우!!』

 잦은 추락에 새끼 실장의 하반신은 걸레가 되어 살점만이 간신히 이어져 있는 상태.
 갑자기 등의 압력이 없어진 독라는 구르듯이 새끼 실장 밑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좀 더라는 말과 함께 남자에 의해 다시 높이 들어 올려졌다.

『 그 이상은 죽어 버리는데스우! 안 되는 데스으으으-!!』

 짧은 손을 뻗어 바둥거리는 독라지만 물론 닿지 않는다.
 새끼 실장의 하반신이었을 부위에서는 똥과 피와 잘 모를 액체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테아... 아픈테지이. 왜 와타치만 아픈 테치이이...』

『 데에쯔스! 지금 아줌마가 도와주는데슷! 데에쯔스!!』

 독라는 못생긴 얼굴을 더욱 찌그러뜨리며 새끼 실장을 잡으려고 바닥을 팔짝팔짝 뛴다. 새끼 실장도 그것에 응하는지 남자의 팔 안에서 손을 바르르 떨며 펴본다.
 그래도 도저히 닿을 거리가 아니다.

『 그 새끼를 돌려주는 데스네!! 데에에에에엥!』

 " 알았어"

 남자의 말과 동시에 새끼 실장과의 거리가 바짝 좁혀진다.
 지금밖에 없다고 독라는 손을 편다.
 하지만 그 손 사이를 빠져나가 새끼 실장은 수조에 내동댕이쳐졌다.

『 테펫?』

『 데즈아아아아아?왜!왜 그러는데스우!!?』

 독라는 남자의 손에서 떨어진 새끼 실장을 어설프게 잡으려했다가 오히려 더 다치게 해버렸다.
 황급히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터져 나온 새끼 실장의 살점을 열심히 모은다.
 그러나 괴로운 새끼 실장의 신음을 듣자 더 급한 것이 있다고 깨달은 듯 모처럼 모은 것을 내팽개치고 새끼 실장을 안아 올린다.

『... 심한 데스 』

 새끼 실장의 얼굴 오른쪽 절반은 뭉개졌다. 눈알은 다행히 제대로 된 곳에 박혀있는 것 같았지만, 일그러진 얼굴은 파랗게 질려 핏기가 거의 없다.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독라은 실장석이며, 의지할 사람도 없다.

『…… 괜찮데스우. 꼭 나아지는데ー스...』

 가급적 흔들리지 않도록 새끼 실장을 팔 안에 감싸 안고 독라는 자신의 오른팔의 끝을 물어뜯었다. 그것을 진흙반죽처럼 처참히 뭉개진 새끼 실장의 입에 조금씩 떨어뜨려 삼키도록 한다. 이번에는 신체의 결손은 심하지만, 체력에는 여력이 있었기에 주어진 것을 금방 삼켰다.

『 힘내는데스…』

 독라의 말은 새끼 실장을 위한 것인가, 자신을 격려하는 것일까.
 이를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은 더 없이 밝은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 이쟈아아아아아아!! 손이 잡힌테지이이이이!』

 상처가 치유된 새끼 실장은 이번에는 매달리고 있었다.
 왼손에 겹겹이 실이 감겨져 남자의 허리 정도 높이에 묶여있다.
 묶인 손끝은 피가 통하지 않아 보라색을 넘어 검게 번해 있었다.
 새끼 실장은 아픈 왼손에 무사한 오른손을 갖다 대보지만, 새끼 실장의 힘으로는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조차 없다.
 그냥 손을 흔들고만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통증에 날뛸 때마다 왼손에는 부하가 걸린다.

『 데에에에에쯔스!! 데즈우우아아아아아아!!』

 "꼭 잡으라구. 열심히 노력하는거야."

 남자의 성원을 받고 있는 새끼 실장 밑에서는 독라가 헛된 도약을 반복하고 있었다.
 위에서 일어나는 새끼 실장의 똥과 눈물을 정면으로 맞아가며 만세하듯 두 손을 들고 뛴다.
 착지할 때마다 『 데기이이!』과 비명을 올리는 것은 발밑에다 압정을 잔뜩 깔아 놓았기 때문이다.
 쓰지 않는 박스 두 개에 막대기를 가로질러 놓고, 그 막대의 중간에 새끼 실장은 묶여 있다.
 독라는 박스를 기어오르는 것도 시도해봤지만 중심을 잃고 쓰러질 것 같아서 포기했다.
 지금은 손이 닿을 듯 말 듯 한 절묘한 높이가 되어 새끼 실장을 잡으려고 필사적이다.
 자신의 부상은 조금도 돌보지 않는다.

『 조금만 더 견디는데스!! 데끼익!! 왜 닿지 않는데스우우우-!!!』

『 손이 아야테치! 아픈테쟈아!! 테챠아아아쯔아아! 왜 도와 주지 않는 테치이? 독라아아아!!』

『 미안한...데스우! 아줌마 힘내는……데스우...!!』

 독라의 발밑은 이미 피와 똥으로 질퍼덕하다. 출혈은 꽤 심한 듯 이제 흘러나오는 피도 별로 없다.
 그리고 마침내는 탈진했는지 착지할 때 다리가 미끄러져, 똥과 피를 주위에 내뿜으며 화려하게 넘어진다.

『 데...즈아아아아아……』

 눈물이 나왔다. 아픔때문이 아니다. 눈앞에서 우는 아기를 못 구하는 무력함이 억울했다.

『 테치이이...』

 조금 뒤, 새끼 실장의 신체가 약간 뒤뚱거리는가 하더니 매듭에서 왼손이 찢어지며 아래로 떨어졌다.

『 뎃?』

 독라는 쓰러져 있으면서도 손을 뻗지만 당연히 헛된 것일 뿐이다.
 하지만 독라가 쓰러진 위치는 새끼 실장의 바로 밑으로 새끼 실장은 누운 독라의 복부에 그대로 떨어진다. 독라의 복부는 그대로 터져나가 피와 함께 똥이 사방으로 튄다. 새끼 실장은 배에 한 번 튕겼다가 똥과 함께 바닥에 구른다.

『괘.....괜.... 괜찮은 데……스우?』

 찢겨진 배를 부여잡고 새끼 실장에게 겨우 기어가던 독라는 똥의 산에서 새끼 실장이 일어서는 것을 보고 안도했는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눈앞의 먹이에는 전력으로 달려든다. 그것이 실장석이라는 것이다.
 새끼 실장도 예외가 없이 왼팔을 잃은 것을 되찾으려고 죽기 살기로 주워먹었다.
 먹으면서 생각한다.

 (오늘은 아픈 것 훨씬 적었던 테치………. 밥 맛있는테치….)

 평소 같으면 팔이 잘린 뒤에도 남자에 의한 학대는 계속된다. 그야말로 숨이 다 끊어져 갈 때까지이다.
 이번에 이렇게 부랴부랴 끝낸 것은 독라가 의식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남자는 새끼 실장의 반응보다 독라의 행동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는 것이다.
 새끼 실장은 수조에 나뒹굴고 있는 독라에게 시선을 돌린다.
 별로 영양이 충분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찢겨진 배에서 드러난 내장이 천천히 오르내리고 있다.
 언뜻 보이는 발바닥에는 엄청난 숫자의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이를 본 새끼 실장은 섬찢함에 머리를 흔든다.
 먹이와 물을 둔 남자는 새끼 실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거기 독라에 감사하라구."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독라는 자신을 모시는 것이 당연하다. 새끼 실장은 그렇게 생각한다.
 배가 부르니 순식간에 졸음이 덮쳐 왔다.
 그 자리에 그대로 굼실굼실 눕는다.
 그러나

 (추, 추운테치...)

 초가을을 맞아 훨씬 기온은 떨어지고 있다.
 신문지조차 깔리지 않은 수조는 새끼 실장의 조촐한 체온으로 버티기는 너무 버겁다.

『... 어떡하는 테치... 』

 일어선 새끼 실장은 독라의 오른쪽 겨드랑이 틈으로 파고 들어간다.
 신체의 절반이 덮이도록 파고들자, 무의식적인 것이겠지만 독라가 새끼 실장을 감싸듯이 살짝 팔을 오므린다.

『………. 따뜻한테치이……』

 여기에 갇힌 뒤로 독라는 항상 새끼 실장을 염려하며 전력으로 보호해왔다.
 새끼 실장에게 의식이 있든 아니든 관계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는 듯이.
 그 전에도 독라는 새끼 실장을 항상 안아줬지만, 자신이 이렇게 안긴 것은 처음이다.
 새끼 실장은 독라에 안긴다는 것이 이렇게 따뜻하다는 것도 이제야 깨달았다.

『……테챠ㅡ 』

 독라에게 안겨 있는 부분은 열이 스며들어 이윽고 전신을 데워 간다.
 그것을 놓치지 않도록 새끼 실장은 독라를 더욱 강하게 껴안았다.




『 테에?』

『 일어난 데수?』

 어느새 독라는 몸을 일으켜 왼손으로 새끼 실장을 안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빗겨가며 쓰다듬고 있었다.
 머리는 실장석에게 소중한 재산이다. 그것을 함부로 만지는 것은 공포를 느낀다.
 새끼 실장은 황급히 몸을 비틀면서 독라의 팔을 물었다.

『 뎃-!!』

 통증에 놀란 독라였지만 새끼 실장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 손 떼는 테치이!! 와타치의 고귀한 머리에 손대지 마라 테치!!』

『데... 머리도 손질을 하는 것이 좋은데수... 아줌마는 이제 머리가 없지만 있다면 더 소중하게 다루는 편이 좋은 데스 』

『……손질이 뭐인 테치?』

『 데이... 마마가 가르쳐 주지 않은 데스?』

 마마라는 말에 새끼 실장은 한순간 울 것 같은 표정을 보이며 고개를 숙인다.
 새끼 실장의 기억에는 마마와 즐거웠던 기억이 없다.
 항상 다른 자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먹이도 자매들이 먹다 남은 것이라면 좋은 편이었고, 대개 친실장의 똥을 먹었다.
 새끼 실장은 다른 자매의 교재로 활용되어 "나쁜 짓을 한다면 이렇게 되는데스", "분충이 태어난데스"하며 구박받았던 것이다.
 항상 무엇을 잘못했다고 친실장에 맞았으며, 혼이 날 때는 자매도 함께 비웃었다.
 그리고 마침내 『 필요 없는 새끼는 이렇게하는데스우 』라는 말과 함께 둥지에서 내쫓겨진 것이었다.
 그래서 새끼 실장은 아무것도 모른다.
 목욕도 세탁도 화장실의 개념도.

『 그럼 아줌마가 여러 가지 가르쳐주는 데스우 』

『 벼, 별로 와타치는 관심 없는테치! 와타치는 그런 거 몰라도 되는테치!! 와타치를 기르는 네가 하는 테치!!!』

 독라에게 모른다고 할 수 없어 억지를 부리는 새끼 실장이지만, 독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머리를 쓰다듬는다.

『 그럼 아기가 태어나서도 가르쳐 줄 수 없는 데스네. 배워두면 좋은데스 』

『...』

 새끼를 낳는다. 새끼 실장의 머리에는 전혀 없었던 일이다.
 어떻게든 자신만 살아남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와타치는 아기가 생겨도 어쩌면 좋을지 모르는테챠...)

 그런데 눈앞의, 얼마 전까지 생면부지였던 독라가 그것을 가르쳐 준다고 한다.
 마마도 뭣도 아닌데.

『 예쁜 옷은 기분이 좋고, 바슬바슬한 머리는 멋진데스우 』

 독라가 말하는 것을 새끼 실장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말하는 표정에서 얼마나 훌륭한 것일까 하고 생각한다.

『 그, 그럼 배워주는 테치 』

 언젠가 자신의 팔로 새끼를 안는 것을 생각한 새끼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텟치텟치 소리 지르며 새끼 실장은 수조 바닥에 펼친 자신의 옷을 문지르고 있었다.
 때를 기다리던 독라가 페트병의 뚜껑으로 물을 떠내, 더러움을 닦아낸다.
 몇 번 반복하자 물에 씻겨 내려가 초록색이 엷어져 간다.

『 괜찮은 테치?』

『 처음에는 그것으로 된 데스. 이건 물이 적을 때의 세탁하는 방법인 데스 』

 독라는 바닥에 펼쳐진 구정물을 신문지로 닦아내면서 말했다.
 오늘 아침 먹이를 가지고 온 남자에게 독라는 말했다.

『 물이 조금 더 필요한데스우 』

 좁은 수조에서 더욱 몸을 웅크리고 굽실거리며 부탁한다.
 남자는 평소에는 당연히 실장석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지만 이유를 묻자,

『 공원에 돌아왔을 때에 잘 살게 하고 싶은데스 』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것은 즉 "분명히 여기를 나가겠다"와 같은 선전 포고로 들려 흥미로워졌다.
 흥이 난 남자는 몇 가지 도구도 빌려 주었다.
 청소용 물을 페트병에 넣어 주고, 걸레질용으로 쓸 신문지를 한 묶음, 잘게 찢은 부엌용 스펀지에 비누 조각.
 그리고 독라는 부지런히 수조 내를 청소하면서 새끼 실장에게 우선은 빨래를 가르치던 것이다.
 수조 안을 깨끗하게 하는 것은 모처럼 빨래를 해도 금방 때가 묻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 장래적으로 깔끔한 환경을 좋아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 이제 옷 입어도 되는 테치?』

『 아직 멀었는데스우. 잘 말리고 나서 입는데스. 그 전에 몸을 씻는데ー스 』

 씻은 옷은 닦은 마루에 넓게 펼쳐 놓는다. 그리고 옷을 더럽히지 않도록 멀리 떨어진 곳에 새끼 실장을 세우고 머리부터 물을 붓는다.

『 차가운 테치이...』

『 조금만 참는데스우. 나중에 아줌마가 꼭 안아서 데워 주는 데스』

 아직 왼손은 낫지 않아 독라가 씻어 주기로 했다.
 목덜미와 등은 물론 팔다리까지 부드러운 스펀지로 정성껏 닦아 간다.

『 츄쯔후 〜 웅!』

 기분이 좋아지는 새끼 실장.
 순식간에 남아 있던 똥이나 때가 떨어지고 혈색 좋은 피부가 드러난다.

『 테챠! 매끈매끈하게 된 테치!』

『 그런데수. 기분 좋은 데스?』

『 텟치이!』

 새끼 실장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 독라는 이 아이가 웃는 것을 처음 보았다.
 계속 남자에게 학대 받고 죽음으로 점철됐으니 무리가 아니다.

『 머리도 감겨주는데스, 』

 덩달아 웃는 얼굴이 되면서 독라는 새끼 실장의 머리를 풀고 깨끗하게 씻긴다.
 비누는 귀중하지만 처음이라 쓰기로 했다.

『 테햐아!! 아와아와한 것인테치! 덥썩... 음…테베에!!……퉤, 퉷!!! 테에.. 쓴 테치.. 입이 아픈테치...이?』

『 그것은 음식이 아닌데스우. 자아~ 이제 머리를 드는 데ㅡ스 』

 마지막으로 다시 머리에 물을 붓는다.

『 테에에에에쯔에에!!? 머리가 아와아와하게 된 테치!?』

『 어떤 데스? 머리 감기는 기분 좋았던 데스우?』

『 테치. 너무 좋아테치! 아줌마는 마법사인 테지이!!』

 아줌마.
 지금까지 쭉 노예, 독라라는 말로만 부르던 실장의 입에서 나온 말에 독라는 놀랐다.

『 테에? 아줌마는 왜 울고 있는 테지?』

 말을 듣고 깨달았다.

『 아, 아무것도 아닌 데스네. 눈에 거, 거품이 좀 들어갔을 뿐인 데스 』

 그렇다면 좋은 테치ㅡ하며 새끼 실장은 수조 유리에 비치는 모습이 기쁜 듯 빙글 돌고 있다.
 그 모습은 새끼 실장답게 애교가 있다.
 내 아이도 잘 자랐다면 이 정도는 됐을까.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독라는 다시 머리를 든다.

『 자, 옷이 마르기까지 청소하는데스. 청소 끝나면 식사부터 하는 데ㅡ스 』

『 옷 입는 것도 반드시 즐거울 것인 테치이 』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기 실장은 너무 눈부시다고 독라는 생각했다.



-후반부로

댓글 2개:

  1. 테에.. 분충이 츤데레라니 기분나쁜데스우 역겨우니 그냥 둘다 죽는게 나은데스가 와타시가 둘이 가여워서 후반부도 봐줄 셈이니 감사해하는데스. 절대 분충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러는건 아닌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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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병신 분충 두 마리의 완벽한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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