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의 체온 -후반부-


 수조 안의 모든 청소를 마칠 즈음이 되자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도중에 새끼 실장이 새로 대변을 봐서 다시 더럽히기도 했지만, 그 자신도 독라를 따라 바닥을 닦기도 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특별히 더러운 것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는 됐다.

『 잘 닦은 데스우 』




『 테치이... 대단한테치. 반들반들해서 깨끗깨끗한한 테치!』

 남은 신문쪼가리로 몸을 닦으며 독라는 새끼 실장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새끼 실장은 깨끗이 닦아서 더욱 자신의 모습을 잘 비추게 된 유리벽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땀을 닦는데스우. 곧 추워지는데스. 그러기 전에 옷을 입는데스 』

 옷이란 말에 새끼 실장은 눈을 빛내며 돌아보았다.
 테츄테츄하며 흥분을 감춘 모습으로 실장옷을 집어 들어본다.

『 테아아쯔? 옷이 부드러운 테치이이이이?』

 땀과 똥, 진흙, 여러 가지 등등이 섞여 겹겹이 코팅된 옷밖에 모르는 새끼 실장은 그 감촉에 무심코 큰 소리를 지른다.

『 옷은 사실 그런 것인 데스우. 자, 아줌마가 입혀줄테니 손 드는데ー스 』

 그리고 실제로 입으면 그 가벼움과 촉감에 새삼 감동한다.
 옷자락을 들어 킁킁 냄새를 맡고 입으로 좀 빨아도 보고, 유리에 비춰본다.

『 아줌마는 대단한 테치! 정말 대단한 테챠아아아!!』

『 데ㅡ스. 앞으로는 항상 예쁘게 하고 다니는데스 』

 독라는 새끼 실장에게 밥 먹을 시간이라고 말하며 푸드 몇 알을 신문지 조각에 담아주었다.

『 이건 뭐인 테치?』

『 이렇게 하면 방을 더럽히지 않아도 되는데스. 모처럼 예쁘게 됐으니 깨끗하게 지내는 데스우 』

 새끼 실장은 기운차게 테치!라며 대답하고는 갑자기 부랴부랴 옷을 벗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냐고 독라가 물으면,

『 옷 더럽히지 않도록 하는테치!』

『 데에에... 그러면 몸이 더러워지는데스? 옷은 빨면 되는 데스우. 추우니까 옷은 입는데스 』

 새끼 실장은 다시 테치!와 만세를 안다.
 ‘어쩔 수 없는 아이인데스’라고 하면서도 독라는 실실 웃는 얼굴을 감추지 못한다.
 다시 독라는 새끼 실장에게 옷을 입혀 주고, 식사를 재개한다.

『 밥 우마우마한테치이~ 』

『 데스. 맛있는 데수 』

 새끼 실장은 이제 독라가 푸드를 먹어도 기분이 상하지 않는 것 같다.
 사이좋게 먹이를 먹고 그 날은 둘이서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비틀비틀 다리가 꼬이지만 새끼 실장은 필사적으로 계속 달렸다.
 벌써 30분은 족히 달리고 있었다.
 신발을 빼앗긴 다리는 아픔이 느껴진다.
 호흡도 불규칙하게 거칠어지는데 발은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추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봐 스피드 떨어지고 있어.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앞머리 없어진다구~"

 남자가 야유하는 것처럼 새끼 실장은 앞머리가 묶여있기 때문에 뛸 수밖에 없었다.
 새끼 실장의 앞머리는 비닐 끈에 묶여있고, 그 끝은 남자가 잡고 있었다.
 남자는 절묘한 힘의 가감으로 이리저리 당겨댄다.
 원을 그리는 움직임이지만 가끔 예상치 못하는 쪽에도 힘을 가하고 있어 멈춰서기 어렵다.
 새끼 실장의 뒤는 이미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팬티에서 튀어 나온 똥이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 안 되는…테치이……겨우 예쁘게 된.... 테... 치이...』

 손질한 머리는 태어난 이후 처음 느껴보는 좋은 감촉에다 독라의 칭찬도 있었기 때문에 새끼 실장의 자랑이었다.
 그 머리를 잃을 것을 두려워해서 새끼 실장은 체력이 다한 지금도 기력을 다해 다리를 움직이고 있다.

『 그만두...는.... 데스우...!』

 손으로 바닥을 긁어 남자의 발밑까지 다다른 독라가 바지 자락을 잡는다.
 잡은 부분을 잡아당겨보지만 허망할 뿐이다.
 남자는 그런 독라를 한 번 쳐다만 볼 뿐, 새끼 실장을 괴롭히는 손을 늦추지 않는다.

『 데에즈우아아아아아아쯔!!』

 독라는 짜내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일어서려고 하지만, 다리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소리는 독라의 다리, 거무스름한 발끝의 구멍에 노란색, 초록색의 국물이 흘러나오면서 나온 것이다.
 썩어 가고, 잔뜩 곪은 발끝에서 뭉글뭉글 점액이 흘러나온다.
 얼마 전 학대할 때 다친 압정의 자잘한 상처에 똥과 더러운 세균이 흘러들어가 내부에서 곪아 독라의 몸을 침식하고 있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기 때문에 배를 땅에 붙이고 조금씩 기어다니기만 할 뿐이다.
 거기다 배나 팔도 장판의 경계선이나 다른 걸리는 곳에서 얻은 무수한 상처가 나있었다.

 그래도 독라는 일어섰다.
 발바닥에서는 끊이지 않는 아픔이 계속 느껴졌지만 이를 악물고 견디다.

『 그만두는데스! 머리는 없어지면 다시 나지 않는 데스우!!!』

 두 손을 들어 힘없이 남자를 두드려보지만, 남자는 반응조차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얼굴로 새끼 실장을 당긴다.
 마침내 체력이 다한 건지 균형을 잃었는지 독라는 남자에게 기대는 것처럼 무너져내린다.

 "…10초도 못 버티다니 안되겠구나?"

 남자는 중얼거리며 새끼 실장을 농락하던 끈을 당긴다. 위로.

『 테히이!? 거기는 무리인...테에에에에에쯔에에에?』

 새끼 실장의 몸이 붕 뜨고, 그걸 지탱하는 것은 초라할 정도로 작은 앞머리뿐이다.
 갑작스러운 앞머리의 통증과 머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새끼 실장은 그대로 똥을 싸고 울음을 터뜨린다.

『 그만... 머리가 잡힌테치이ー! 소중한 머리인테치! 싫은테치! 싫어 테...앗!?앗아ー쯔!』

 맨 앞 가장자리에서 두 개의 머리카락이, 톡톡하는 소리를 내며 빠져나간다.
 그것을 보고 더욱 난동을 부리는 새끼 실장. 그러나 버둥거리면 버둥거릴수록 머리가 빠지는 것은 빨라진다.

『 아아아아아ー쯔! 아줌마 치야-응! 살려주는 테칫! 와타치의 머리가 아…쟈아아아아아?』

 절반 정도가 모두 빠졌기 때문에 새끼 실장의 느끼는 통증은 더 심해진다.
 이젠 틀렸다고 생각한 그 순간 남자는 새끼 실장을 땅에 내려 놓는다.
 통증과 공포에서 해방되어 테히이테히이하며 땅에 얼굴을 파묻고 숨 쉰다.
 남자가 비닐 끈의 매듭을 풀면 살짝 빠진 앞머리가 흩날린다.

『 테...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테에에에에엥!』

 새끼 실장은 울면서 그것을 주워 머리에 다시 붙이려고 해보지만 될 리가 없다.

『 괜찮은데스... 아직 남아 있는데스우……』

 독라는 새끼 실장의 등을 달래듯이 두드리면서 자신도 새끼 실장의 머리를 주워 모은다.
 작은 산을 만들 정도로 모인 머리카락의 양에 두 마리는 망연자실해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새끼 실장에게는 처음으로 손에 넣은 아주 예쁜 보물.
 독라에 있어서는 새끼 실장과의 추억과 인연에 가까운 것.
 절반은 아직 남아 있다고는 해도 넓어진 이마는 눈에 띄고, 빠진 흔적은 가슴 아프다.

『 테에에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 데즈우...』

 흐느끼는 새끼 실장을 달래줄 방법은 생각나지 않고, 두 마리는 각각의 억울함을 가슴에 억누르며 눈물 흘릴 뿐이었다.




 남자가 머리나 옷 등 한 번 잃으면 복구할 수 없는 것에 손을 댄 것은 이때뿐이었다.
 이후 새끼 실장의 몸에 상처가 없으면 수조에서 꺼내 손발을 거칠게 뜯어내서 빈사로 몰아넣는다.
 그것을 독라가 자지 않고 간병해서 재생할 때까지는 둘 다 잠깐이지만 행복에 잠긴다.
 언제까지나 그것의 반복이다.

『 테에...이제 다시 이타이 이타이된 테치이...』

『...잘 참았던데스. 이제 크면 여기에서 나가는 데스 』

 독라는 새끼 실장에게 남자와의 약속을 말했다.
 새끼 실장에게는 가혹한 일이긴 하지만, 희망만 있어도 살아남을 확률은 높아진다.

『 괜찮은테치. 반드시 크고 건강한 새끼를 많이 낳는 테치!!』

『 그런데스우. 너라면 틀림없이 좋은 새끼를 키울 수 있는 데스우...』

 요즘은 "밖에 나가면"이란 말이 많아졌다.
 실제로 새끼 실장은 영양이 충분한 먹이를 먹으니 성장은 빠르다.
 곧 어미가 테치에서 테스로 바뀔 것이며, 거기에서 데스가 되는 것은 더 빠를 것이다.

『 아줌마... 오늘도 안고 자도 좋은 테치?』

『 사양하지 않아도 괜찮은테치. 아줌마는 옷이 없어 너와 같이 자는 것만으로도 기쁜 데ー스 』

『와타치도 아줌마가 있어서 기분 좋은 테치!』

 두 팔 벌린 독라의 가슴에 새끼 실장이 뛰어든다.
 피부와 피부가 접촉하면 두 마리는 가슴 속의 무언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새끼 실장은 지금까지 얻지 못한 마마의 따뜻함을, 독라는 자식의 그리움과 애절함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씩 새끼 실장이 잠꼬대로 『 마 뫄...』라고 할 때마다 독라의 마음은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 마마는 여기 있는 데스우 』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대머리와 알몸은 노예의 증거임은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새끼 실장이 그런 눈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공원의 들실장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독라의 자식이면 새끼 실장이 어떤 꼴을 당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아찔하다.
 곧 밖으로 나간다. 그것은 강한 결의로 가슴에 새겨져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경우 독라는 이 새끼 실장과 헤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알고 있기 때문에 답답하다.
 그렇게 독라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지나간다.



 썩은 냄새가 풍긴다.
 새끼 실장을 간병하다 스르르 잠들려고 하던 독라의 눈이 뜨이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악취가 비강에 박히다.

『 데에에? 뭐인데스우?』

 보면 수조의 구석, 먹이용 접시에 썩은 음식물 쓰레기가 놓여 있었다.
 생선뼈와 달걀 껍질에 검고 녹아버려 흐물흐물한 야채 잎 같은 것. 물 접시에는 결코 투명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액체가 담겨 있었다.

『 고약한 냄새인테히이... 』

 새끼 실장이 옷자락을 걷어붙여 코에 대고 있다.

 "너희들은 이제 이곳을 나가지?"

 마스크를 쓴 남자의 입 속에서 우물거리는 목소리에 독라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았다.

 "그럼 슬슬 밖의 밥에도 익숙해져야지?"

『테에... 밖의...밥 테치이?』

『...그런.....것 이었던 데스!?』

 거기서 독라는 지금까지 중요한 것을 떠올리지 못한 것을 깨달았다.
 들로 살아간다.
 즉, 그것은 인간에게서 직접 먹이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애호파는 매일 오는 것도 아니고, 대체로 그런 먹이는 어려운 경쟁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실장석은 쓰레기장에서 인간이 버린 쓰레기 찌꺼기를 뒤져 먹거나, 벌레나 열매를 주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오늘 준비된 먹이는 공원에 사는 것이었다면 분명히 대단히 기뻐할 정도의 식사이다.
 그러나 독라도 새끼 실장도 이미 그것을 밥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실장 푸드에 너무 익숙해진 것이다.
 맛은 거의 없지만(無味), 영양 만점의 식품은 신맛과 쓴맛, 썩은 냄새 등이 있는 음식물 쓰레기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훌륭한 먹이다.
이 푸드를 한 알 먹는 바람에 붕괴해버린 친실장과 새끼 실장이 있을 정도로 한 번이라도 먹으면 들의 식사가 초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두 마리는 지금까지 당연하다는 듯이 먹어 왔다.
 적다느니 딱딱하다느니 매일 같은 맛이니 하는 불평까지 하면서.
 어느새 미각의 요구 수준은 높이 치솟았던 것이었다.

『테.... 아줌마, 오늘은 밥 없는 테치?』

『…… 있는 데스 』

『테! 어디있는테치!? 와타치 벌써 배 꼬르륵꼬르륵하는 텟츄ー웅!』

 배를 누르고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나 그럴듯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독라가 음식물 쓰레기 더미를 파헤쳐 여러 가지를 번갈아가며 손에 들고 냄새를 맡는다.

『 데에즈우...』

『 테아쯔!?, 뭐 하는 테치이.. 아줌마... 』

 질문에는 대답 없이 묵묵히 쓰레기를 선별한다.
 그리고 3개의 산이 만들어졌다.
 그 중 하나를 가리켜 독라는 말한다.

『 이것이 밥 데스 』

『 테? ......다른 테치, 이건 꾸릿꾸릿한테치. 밥은 좀 더 우마우마한 것인 테치 』

『 다르지 않은데스…. 밖에서는 이정도가 보통인데스. ...이 정도만 되도 좋았던데스 』

 독라는 남은 두 산 중 한쪽을 가리킨다.
 이는 "그럭저럭 먹을 만한 것"이다.
 새끼 실장에게 말해준 것이 "충분히 먹을 것" 남은 산은 " 먹기 어려운 것".
 갑자기 아무거나 먹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 독라는 우선 먹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되는 좋은 것을 새끼 실장에 준 것이다.

『......싫은테치 』

『 그럼 밥은 없는 데스 』

 남자는 독라의 말에 수긍한다. 마스크에 숨은 입가가 미소로 일그러지는 것이 보이기 싫어도 나타난다.
 시큼한 맛과 악취 때문에 몇 번이나 토할 듯하면서도 독라는 자신에게 할당한 먹이를 먹으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혹시나 하고 새끼 실장도 손을 뻗지만 손에 들기도 전에 냄새에 진절머리치고 만다.

『 그러면 밖에 나가서도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데수 』

 얼굴이 파랗게 질린 독라가 말하지만 자신도 상당히 힘든 듯 곧 누워 버린다.

『 테에……밥...』

 새끼 실장은 섭섭한 듯이 쓰레기 더미와 남자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푹 고개를 떨구었다.



 한 번 높아진 입맛의 레벨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
 특히 욕망 덩어리인 실장석은 항상 더 나은 것만을 추구하기에 더욱 그렇다.
 새끼 실장은 순식간에 말라갔다.
 과거에 똥까지 먹었던 적이 있는 새끼 실장이지만, 이곳에서 지내면서 밥은 실장 푸드 외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독라는 뭔가 감을 되찾은 듯 대부분의 것들은 먹게끔 되었다.

『 테에에...』

『 그것도 못 먹겠는데스우?』

 상한 부분을 제거한 상추잎을 앞에 두고 새끼 실장은 눈물을 글썽이며 앉아 있었다.
 공원의 실장석에게 보여주면 쟁탈전이 일어날 정도로 제대로 된 먹이다.
 그것도 새끼 실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각은 완전히 실장 푸드 이외는 먹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 아줌마... 와타치 우마우마한 밥이 좋은테치 』

『 데ㅡ.... 바깥에는 우마우마한 것은 없는데스. 밖에서는 이것이 밥인데스. 』

 시든 상추를 뜯어 건낸다.
 하지만 새끼 실장은 힘없이 고개를 흔들기만 한다.

『 닌겐상...』 얼빠진 눈으로 새끼 실장은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남자는 요즘은 육체적 학대를 하지 않는다.
  항상 우마우마한 밥을 먹고 싶은테치…. 밖에 나가지 않아도 좋은테치. 』

 새끼 실장이 더 이상 다치지 않는 것은 이미 이 자체가 학대로 성립되기 때문이다.
 전력을 다해 새끼 실장에게 밥을 먹이려던 독라의 고뇌, 그것이 지금 바로 허망하게 사라져버리고 있다.
 독라는 경악에 찬 표정을 얼굴에 물들인다.
 입을 딱 벌리고 독라는 『 무, 무슨 말을 하는 데스.....』하며 눈을 부릅뜬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모든 것은 이 새끼 실장과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였다. 공원에 돌아갈 수 있을 줄 알고 몸을 깎는 심정으로 돌보고 사는 방법도 가르쳤다.
 새끼 실장의 말은 그것을 모두 필요 없다고 말한 것과 다름없다.

 "흐~응. 그렇다는데, 어때?"

 즐거운 미소를 짓고 남자는 묻는다.
 여기에서 남자가 결정하면 독라도 꿈을 접고 포기할 수 있다.
 그러나 남자는 독라에게 그 결정권을 넘긴 것이다.

『 네가 그런 말을 해서 이렇게 된 테치이!!』

 미래의 새끼 실장이 자신에게 지를 비명이 생생하게 뇌리에 떠오른다.
 여기에 남는 것도 밖으로 나가는 일도 모두 힘든 것임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어느 쪽이든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것이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독라에게는 새끼 실장에 욕을 먹는 길밖에 없었다.

『 여기에서는... 』 독라는 새끼 실장에 돌아서서 묻는다.
『 상처가 나을 때마다... 다시 죽기 직전까지 학대를 받는데스 』
『 테치 』
『 아이를 낳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데스 』
『 테에...』
『 낳는다고 해도 아이도 죽을 수 있는데스…』
『……』
『 그래도 괜찮은 데스? 맛있는 밥은 언젠가는 싫증이 오는 데스. 나중에 아기를 원한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인데스 』
『 ....아줌마는 밖으로 나가고 싶은 테치?』

 새끼실장의 반문에 독라는 약간 움찔한다.

『 밖에는 무서운 동족이 한가득인테치 』
『 데ㅡ...』
『 밥도 먹지 못할지도 모르는테치 』
『 데스 』
『 아줌마도 아이 있었던 테치? 그래도 지금은 없는테치…, 밖에서는 아이가 생겨도 바로 괴로워지는테치 』
『……데스우...』

 자신을 빗대는 말에 독라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한다.
 상대의 선택에 대해 단점만을 이야기한다면 언제까지나 제자리에서 맴돌 뿐임을 깨닫는다.

『 알겠는데스 』

 새끼 실장의 눈물 어린 눈동자에서 남자로 시선을 돌린다.

『 닌겐상, 이 아이에게 밥을 주시는데스 』




 어둑어둑한 방. 살짝 열린 커튼 사이로 새는 미약한 빛만이 광원의 실내.
 거기에는 피와 똥이 뒤섞인 악취가 진동했다.
 아니, 혹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포함한다면 가장 높은 것은 인간의 악의일지도 모른다.

『 렛...! 펫! 지붓!!』

『 그만두는데스우! 아줌마 그만두는데스! 와타시의 자식이 죽어버리는 데스!!』

 독라의 성체가 엄지 실장을 두들겨 패고 있다.
 체격 차이는 엄청나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뭉개버릴 만큼. 아직까지 형체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기적일지도 모른다.
 빨강과 초록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된 수족관의 유리창에 붙어서 떠드는 것은 과거 새끼 실장으로 이곳에 온 개체.
 이미 충분한 영양을 얻어 성체가 되었다.

『 잔소리 마는 데스아아아!!』 엄지 실장을 때리던 손을 멈추고 독라가 외치는 소리.
『 이렇게 하지 않으면 와타시의 자식이 죽는데스! 오마에의 자식 따위는 모르는데스!!』

 새끼 실장이 성체가 된 기념으로 남자는 독라도 포함해 "새끼를 낳아도 좋다"고 말했다.
 변함없이 학대가 이어져 이미 오른쪽 다리는 제대로 재생하지 않게 된 새끼 실장은 물론, 독라도 기뻐했다.
 언젠가 낳은 새끼도 학대 받는 것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를 낳으면 최소한 자신의 아이와 만나볼 수는 있다. 그리고

 ( 똑똑한 아기가 태어나면 인간이 잘 키워 줄지도 모르는데스우)

 엷은 비눗방울 같은 기대도 생겨나고 있었다.



『 뎃데로게ー 』 『 뎃데로게ー 』

 두 마리 모두 커진 배를 어루만지며 태교의 노래를 부른다.
 학대도 없고, 먹이의 질도 올라간 요즘은 정말 남자가 키워 주게 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정도이다.

『 아줌마의 자식은 와타시의 여동생 같은 것데스우. 반드시 좋은 아이일데스-』

『 너는 와타시의 자랑스러운 자식과 같은 것데스우. 와타시도 손녀가 생기는데스-』

 그러나 정작 아이가 태어나자 남자는 각각의 새끼를 다른 수조에 격리시켰다.
 전 새끼 실장의 새끼는 4마리 중 한 마리가 엄지. 독라의 새끼는 다섯 마리였다.

 "음, 이쪽이 한 마리 많은가.... 야!"

 남자는 독라에 찾아갔다. 그 손에는 새끼 실장이 쥐어져 있었다.

『 뭐, 뭐인 데스우?』

 독라의 시선은 남자의 손아귀에 있는 새끼 실장에 쏠려있다. 정작 그 새끼 실장은 남자에게 선택된 것을 순수하게 기뻐하며 테치테치 한다.

 "이 녀석을 죽이지 않으려면 옆의 분충에게서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물론 전부다."

『 데?』

『...데에에에에!!?』

 독라와 전 새끼 실장은 순간 마주 보며 남자를 향해 항의를 시작한다.

『 뭐라고 하는데스! 그런 짓은 할 수 없는데스!!』

『 그런데스우! 이 머리는 아줌마랑 와타시의 인연이 스며들어있는 데스우!!』

 수조에서 양손을 휘둘러 데스 데스하는 두 마리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다,

 "아 그래"

 새끼 실장의 앞머리를 뽑고, 또 뒷머리, 마지막으로 옷을 상냥하게 벗겨 간다.
 순식간에 완성한 독라를 전 새끼 실장의 아이가 있는 수조에 던져 버렸다.

『와타치의 머리가아아아아!? 옷이!! 마, 마뫄!! 마베웃!』

 갑자기 사라졌다가 독라가 되어 다시 나타난 새끼 실장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던 다른 자실장들에게 남자는 상냥하게 말한다.

 "그건 독라에다가 노예이니까 많이 괴롭혀주다가 먹어버려."

『 데쟈아아쯔아아아아아아쯔아아쯔아아쯔아아아!?』

 금방 독라가 된 새끼 실장은 지금까지 내놓은 것 없는 큰소리로 외친다.
 하지만 자실장들은 그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견지에서 내리친 것에서 움직일 수 없는 독라 자식겠다는에 웅크리고, 서서히 한마리가 찼다.

『 테푸푸푸푸, 비참한테치 』
『 이 녀석은 좋은 장난감인 테치! 마음껏 즐기는 테치 』
『 테에...... 이거 마마의 친구 아기인 테치? 괴롭혀도 괜찮은 테치?』
『 레츈! 이 독라의 귀가 우마우마해서 맛있는레치ー!!』

 한 번 나사가 풀리면 그 뒤부터는 순식간이다.
 태교에서 많이 가르쳤지만, 결국은 본능을 이기지는 못 했다.
 게다가 태교에서 가장 강하게 일러 온 것이

『 닌겐상은 무서운데스우~ 무슨 말이든 잘 듣는데스~』 였다.

 그래서서 아무리 독라가 위협하고, 전 새끼 실장이 울면서 야단쳐봤자 귀를 기울일 리가 없다.
 독라의 독라자실장은 온몸에 푸른 멍이 들었다가, 다시 뼈가 산산조각나 부서졌다가, 살이 형체도 없이 뭉개진 다음 산 채로 뜯겨 먹혔다.
 끝까지 『 도와주는테치... 마마……마…』라고 중얼거리던 목소리를 독라는 지금도 꿈에서 본다.



 그리고 남자는 어느 쪽의 아이를 잃고 싶지 않으면 상대를 괴롭히기를 요구해왔다.
 전 새끼 실장은 독라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머리도 옷도 내밀었다.
 독라는 전 새끼 실장의 아이를 괴롭히지 않기 위해 오른팔도 바쳤고, 왼쪽 눈도 바쳤다.
 두 마리의 사이는 그만큼 깊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너희들 모두 상대의 새끼를 학대한다. 단 죽여버리면 안 된다. 다만 죽이면 자신의 아이도 죽인다."

 남자는 양손에 한 마리씩 새끼를 들고 말했다.

 오른손의 전 새끼 실장의 새끼는
『 닌겐, 거기 먹음직한 독라를 이리주는 테치! 이제 맛없는 밥은 질린 테차!!』

 왼손 독라 자식은
『 마마, 이모쨩들 모두 추워추워 하시는테치. 나보다 마마와 이모쨩을 안아주었으면하는 테치 』

 친실장 두 마리는 굳어졌다.
 상대의 예쁜 자식을 학대하는 것. 그런 것을 할 수 있을리 없다.
 독라는 눈만 데룩데룩 굴리며 전 새끼 실장을 보면서 묘하게 안절부절 하고 있다.

 "어째서? 왜 둘 다 안 하는거지?"

 그렇지 않으면 자실장 두 마리 모두 죽이겠다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 데에쯔스!!내가 하는데스!!』

 전 새끼 실장이 나섰다.

『 데뎃!!? 너, 너 뭐라고 한...』

『 침착하는데스. 아줌마의 새끼를 죽여 버리면 나의 아기도 죽는데스우. 그리고 잘하면 어느 쪽도 사는데스!!』

『...알겠는데스. 너를 믿는 데스 』

 그런 것이 소용없다는 것을 왜 눈치 채지 못했는가.
 여린 새끼 실장을 죽기 직전까지 조절하며 학대하는 것은 익숙한 인간, 예를 들면 남자 같은 존재뿐이다.
 그 이외, 비록 성체의 실장석이라고 하더라도 새끼 실장을 빈사에 몰아넣게 힘 조절하는 것은 어렵다. 되도록 아픈 데를 때리지 않는다는 것이 전 새끼실장은 그만 힘 조절을 잘못해 세대에서 아기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 데, 데, 데…뭐 하는데스!! 이 분충이 아아 아아아아!!』

『 아, 다른데스우!! 이것은 실수인데스! 실수인 데스우!!』

 그리고 전 새끼 실장의 아이는 산채로 벗겨져 독라 자식들의 먹이가 됐다.

 이런 공방을 거쳐 일주일도 안 돼 남은 새끼는 한 마리씩.
 그리고 전 새끼 실장의 마지막 자식인 엄지 실장은 지금 바로 사선을 헤매고 있었다.
 마치 음식물 쓰레기처럼 피와 똥으로 물든 그것을 독라는 남자에게 내밀었다.

『 어떤 데스?』

 "음... 뭐.... 좋아, 너의 아이는 살려 줄게"

『 감사드리는데스우!!』

 "그리고 이 아이는... 죽이지 마. 마지막 한 마리이다"

 죽어 가는 엄지를 전 새끼 실장에게 건네고 남자는 독라도 수조에 되돌린다.
 그 수조는 이제 성체 두 마리는 누울 수 없을 정도로 협소했지만 남자는 한사코 거기를 두 마리의 거처로 삼았다.

『 아, 아아… 와타시의 자식이....』

『 아직 그 자는 살아있는데스… 고맙게 생각하는데스..』

『 뎅ー...데에에에에에엥!데에에에에엥!!』

『 우는 것은 나중인데스!! 빨리 그 아이를 끌어안는데스! 추우면 죽어 버리는데스!!』

 그래, 자신이 옆의 새끼 실장에게 한 것처럼 하면 살아난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그렇게 되살려냈다.
 울면서도 전 새끼 실장은 죽어가는 엄지실장을 꽉 감싸안는다.

 ( 이럴 때밖에 안을 수 없다니...비참한 데스우...)

 독라도 전 새끼 실장을 감싸듯이 팔을 펴서 안는다.
 조금이라도 체온이, 생명의 힘이 전달되면 된다.




 다음날 아침, 엄지는 차가운 말 없는 시체가 되어 있었다.

『 데즈아아아아아아아아? 왜 데스우! 아줌마가 괜찮다고 말했던 데스우!!』

『 데.. 데... 그랬던데스... 그런데스... 아아아! 이상한 데스우!!』

 "이상하지 않다고"

 남자가 엄지실장의 시체를 가리키며 독라의 새끼를 바닥에 내던지다.

『 밥인테치! 』

 어기적거리며 먹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남자는 작은 통을 꺼냈다.
 그것은 투명한 필름통.
 그 안에는 액체와 함께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들어 있다.

『...그것은 뭐인 데스?』

 전 새끼 실장이 숨을 마시는 소리를 들으며 독라가 물었다.
 아니, 사실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부인하고 싶을 뿐이다.
 물론 남자가 그것을 헤아려줄 리도 없다.

 "이거? 그 놈의 위석이야. 아직 예쁘지? 꽤 괜찮은 약물을 쓰고 있어서"

『 와타시의…위석……데스?』

 전 새끼 실장이 가슴에 손을 얹는다.

 "그래, 네가 지금까지 그렇게 다쳐도 살아남은 것은 이 돌을 내가 맡아서, 잔뜩 약을 써줬기 때문이야."

 남자는 빙긋이 미소지으며 독라에 웃는 얼굴을 돌린다.
 그리고 악마만이, 아니 악마라고 해도 고개를 흔들 그런 말을 이어나간다.

 "이 녀석을 살린 것은 너의 노력과는 아무 상관없어. 쓸데없는 낭비였다고. 핫하."

 몸에서 무언가 공기같은 것이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전 새끼 실장은 조심조심 옆의 실장석, 자신의 엄마 역할을 해왔던 독라를 본다.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쯔아아 아아 아아쯔아아쯔아아아앗아! 거짓말데스네! 거짓말이란데즈아아아아!!』

 독라는 반미치광이가 되어 수조의 벽에 머리를 부딪치기 시작했다.

『 이 아이는 와타시가 도운 것인 데스! 와타시의... 와타시가아아아아!!』

『 아줌마...』

 무의식 중에 독라의 몸을 꽉 껴안는 새끼 실장. 그리고 속삭이다.

『 와타시 알고 있는데스. 이렇게 살아있는 것도, 제대로 배운 것도 모두 아줌마 덕분인데스. 낭비 따위가 아니었던데스…』

『 너..데에에에에에엥!! 미안한데스우! 새끼를 죽여서 미안한 데스우ー!』

 꼭 부둥켜안고 서로 위로한다.
 직접 만지는 피부에서 전해지는 체온은 확실히 서로가 거듭 느껴온 것이고, 몇 번이고 서로 위안을 받았던 것이다.
 남자는 자신의 말이 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흐뭇해 고개를 끄덕인다.
 한바탕 울고 난 뒤 독라는 남자를 향해 부르짖는다.

『 확실히... 그 돌 덕분인지도 모르는데스! 그래도 나와 이 아이의 인연은 진짜인 데에스!!』

 "음, 너희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말이야"

 남자는 엄지실장을 먹고 있는 새끼 실장, 독라의 새끼를 잡아들고 묻는다.

 "네 아이를 살리고 싶다면, 이 위석을 깨뜨려야해. ...그렇게 말하면 어떡할래?"

 필름 상자를 흔들자 안에 든 녹색의 돌이 달칵거린다.

『 아줌마...』

 전 새끼 실장이 독라의 눈을 보려고 하지만, 독라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을 그녀와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끝

댓글 7개:

  1. 데갸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웃기지말란데스!!!!!!!!!!!!!!!!!!!!!!!!! 장난치지말란데스!!!!!!!!!!!!!! 정신나간데스까!??!?!?!?!!!! 이 용두사미 결말은 뭐냐는데스으으으으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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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극이면 비극, 희극이면 희극 좀더 확실하게 마무리하는데스우우우우우우우ㅜ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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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딱 봐도 비극이 맞는데스 여기에는 이해력이 부족한 닌겐들이 많이 보이는 데스.. 데프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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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여기선 체크메이트인데스 어차피 부수지 않는다해도 닝겐상은 그럼 둘다 죽일게 하고 끝내버릴게 분명한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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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어느 쪽이든 결국 두 분충 모두 망가지는 훌륭한 결말인 데스. 이해력이 부족한 인분충들은 국어 공부 더 하고 오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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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어정쩡하구만..
    노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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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비극으로 끝난다는건 알겠는데스!!! 그걸 모르는게 아닌데스!!!! 하지만 그걸 좀 더 적나라하게 보고싶었단말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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