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독라 자실장


대규모 실장석 구제 다음날, 남자는 오랜만에 공원으로 산책을 한다.
얼마 전까지 실장석들이 멋대로 점거하고 있던 이 공원은 더 이상 녀석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악취로 불평불만이 쏟아지고, 아이들의 옷이 똥으로 더럽혀지고, 서로 다투느라 요란했던 이 공원엔 더 이상 실장석들이 없다.


산적한 실장석의 사체들은 지금쯤 소각로에서 잿더미로 변하고 있을 터.
애호파가 온 것도 아니었는데 잘도 그렇게 늘어난 것이다.

남자도 몇 번씩이나 탁아를 당해 혼이 나갔던 한 사람이다. 봉투에서 기어나오며 이것저것 요구하는 단순한
분충들을 죽이는 데 아무 주저함이 없었다.

깨끗이 청소된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남자의 귀에 우연히 들러온 소리.
훗날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하고 후회할 소리였다.

‘치이....’

귀에 닿은 것은 작은 목소리.
탁아됬을 때 몇 번 들은 적 있는 자실장의 목소리다.
싫은 추억이 되살아난다.

문득 눈에 띈 공원의 간판

‘실장석을 발견하면 보건소로 연락을 주세요’

무시했으면 좋았을 텐데....하지만 남자는 다른 결정을 내린다.
그래,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기로 한 것.
하지만 보이는 범위엔 모습이 없다.

근처 나무 밑에도, 벤치 밑에도, 놀이기구 밑에서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포기하고 떠나려는 그 때, 마지막으로 관목 안 쪽을 살펴본다.

그곳엔 실장석이 자주 드나들며 너덜너덜해진 골판지 하우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관목림 사이에 교묘히 숨겨져 있던 탓에 구제업자들도 눈치채지 못 했던 것일까

습기를 머금은 골판지는 절반쯤 무너져내려,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하지만 자실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테치이이....’

들렸다. 작은 그 목소리가 골판지 하우스 안 쪽에서 확실히 들렸다.
남자는 약간 더러워지는 것을 각오하고 박스 안쪽을 들춘다.

바사삭...쉽게 허물어지는 골판지. 하지만 안 쪽에도 자실장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골판지 하우스의 아래, 무너지면서 구멍이 하나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 있었다...
하우스 밑에 숨겨진 구멍에는 초록색 물체가 웅크리고 있었다.

그 자실장은 가족인걸까 아니면 노예인걸까.
독라가 된 채 똥구덩이 속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몸이 녹색의 똥으로 뒤범벅이었고, 군데군데 손상된 신체.
똥만 먹었기 때문일까

영향상태가 나쁜 자실장의 상황은 심하게 안 좋아보였다.
그리고 굉장한 악취.

‘테치이....테..테 - 치이...’

계속 어두운 장소에 있던 탓일까, 갑자기 들어찬 햇빛에 눈부신지 눈을 가늘게 뜨고 신음한다.
자실장은 잠시 후에서야 남자의 존재를 깨닫는다.

자실장은 여겼을 것이다. 다행이라고.
이 눅눅한 골판지의 감옥에서, 똥밖에 없는 더러운 세계에서 간신히 구해질 것이라고.

‘테치...! 테치! 테챠앗!’

크게 두 손을 뻗으며 남자에게 감사의 말을 던진다.
감사와 정성 가득한 얼굴로

‘으앗! 이 똥 쓰레기가!’
‘치벳?!’

남자에게 있어 자실장의 사정따윈 아무래도 좋다.
전혀 주저없이 짓밟았다.
더럽고 냄새가 난다. 구역질이 올라와 토할것만 같다.

그 독기는 어찌나 매운지 눈에서 눈물이 날 정도의 악취.

‘젠장! 바지에 붇어버렸잖아! 빌어먹을!’

골판지를 쓰레기통에 던져는다.
그리고 피우던 담배를 내던진다.

부패하면서 가스도 나오고 있었는지 똥은 바로 불이 붙어, 자실장의 시체와 함께 활활 타오른다.
더욱 뿜어져 나오는 악취.
남자는 위험하다 여겨 뒤로 물러선다.

역시 실장석 따위에 관여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후회한다.
이 바지도 이제 못 쓴다.

젠장! 실장숍에 가서 학대용으로 한 마리 사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겠다.
그러면서 남자는 재빨리 돌아갔다.

남자가 떠난 뒤의 구멍 속.
참살 당한 자실장의 얼굴은 불에 침식당하면서도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끝

댓글 4개:

  1. 자실장챠 구원받은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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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ㅋㅋㅋㅋ 남자닝겐이 병신인데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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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독라에겐 소각도 과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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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똥 투성이의 벌레가 무슨 자신감으로 자신을 구해준다고 생각하는 걸까 ㅋㅋㅋ 뭐 그게 참피물 보는 맛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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