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약 -실장석 신발 연구-


나는 떡잎대학에서 실장석을 연구하는 교수다.
요즘에는 주로
실장석의 재생 능력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날도 실장석 한마리의 옷을 벗기고
뢴트겐을 찍기로 했다.
실장석을 산채로 구속대에 묶었다.




"데스우 〜 웅?
(목마 이외의 구속 플레이는 OK 데스!)"

유혹하는 것 같은 실장석을 무시하고
온몸을 망치로 두드렸다.
한군데도 골절 안 된 곳이 없도록
정성들여 두드렸다.
위석은 이미 적출됐다.

"데갸아아아아아아!"

온몸의 뼈가 부러져 시달리는 실장석.
그러나 이 정도로 실장석이 죽을 수는 없다.
바로 재생이 시작됐다.
그 재생의 과정을 엑스레이 사진으로
연속 촬영하는 것이다.
방사선 피폭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 동안 나는
실장석의 옷과 두건, 그리고 신발을 집어 봤다.
그러자 지금까지 신경쓰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펠트질의 옷과 두건은 감촉이 비슷하지만
신발은 약간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신발은 땅을 디디라고 있는 것이기에
옷보다 딱딱한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실장석 옷에 관한 문헌을 떠올렸다.

"실장석의 표피에는 육안으로는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한 모공들이 있어
아주 얇은 체모를 내뱉는 듯하다.
가늘고 약한 체모는
상상 이상의 밀집도에서 자라 얽히며
펠트가 된다. 그것이 태아기에 발생한다.
이때 땀인지 체액인지 혈액인지 모르지만,
대량의 녹색 실장즙을 빨아들이고,
예외 없이 녹색으로 물든다."

("프로젝트 『데스우』
− 한 실장 애호파의 싸움 −" 에서)


실장석 옷은 자신의 체모가 변한 것인 모양인데,
신발도 그런가?
생각을 하다 보니
실장석의 신발 자체에 흥미가 생겼다.
전문 분야가 아니지만,
들실장을 잡아 실장석 신발을 조사하기로 했다.

━ ━ ━ ━ ━ ━ ━ ━ ━ ━ ━ ━ ━ ━ ━ ━

성체 실장에서 엄지 실장까지
공원에서 다양한 크기의 실장석을
스무마리 정도 잡아 왔다.
그리고 그녀들의 신발을 벗겼다.
신발을 벗길 때의 감촉은 모두 같았다.
볼펜 뚜껑을 빼는 느낌과 비슷했다.
실장석의 신발은
양복처럼 발에 꼭 맞게 밀착되어 있었다.
실제로 벗긴 신발 크기는 제각각이었다.

간단히 신발을 조사한 뒤
맨발의 실장석들 앞에 벗긴 신발을 뿌렸다.
실장석들은 잠시 각자의 신발을 찾고 있다가
자신의 신발을 발견한 것 같다.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발은 자기 전용인 것 같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너무 크면 걷기 힘들고,
너무 작으면 닳아 버리는 것이다.

한마리의 실장석만 남기고
나머지는 케이지에 가두어 놓았다.
한마리만 남은 실장석은
자신이 선택된 거라 착각했는지

"데푸푸"

웃고 있었다.
그 실장석의 옷과 신발을 벗기고
머리를 거칠게 뜯어냈다.
그리고 옷과 신발과 찢어진 머리를
눈 앞에서 단숨에 불 태웠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에!!!"

절망하는 실장석.
머리카락과 옷이 재생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신발은 어떨까?
알몸으로 둔 채 며칠 모습을 보기로 했다.

그 결과,
신발은 재생하지 않았다.
몇마리인지의 실장석에게
비슷한 실험을 했지만 재생한 경우는 없었다.
눈앞에선 독라 실장석들이 주저 앉아서
계속 울고 있다.
신발도 옷과 마찬가지로
생애에 하나뿐인 것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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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부의 지인에게 부탁해서 한 새끼 실장에게
꼭 맞는 사이즈의 신발을 만들어 줬다.
소재는 인간의 신발과 같은 것으로,
형태만 실장석의 신발에 맞춘 것이다.
그것을 새끼 실장에게 신겼다.
특수 접착제로 붙여서
새끼 실장이 다시 신발를 벗지 않도록 해놨다.

새끼 실장의 성장에 충분한 쾌적한 환경을 주고
수조에 넣어 그 성장을 관찰하기로 했다.
한동안 새끼 실장은
그 신발를 신경 쓸 것도 없는 생활했다.
하지만 몸이 커지면서
자신의 발목을 신경 쓰게 됐다.
신발가 맞지 않게 되어 갔던 것이다.
한동안은 가려움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윽고 통증으로 바뀌어 갔다.
발의 성장이 신발에 방해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발를 벗으려고 해도
접착제로 고정되어 있어서 불가능.
이윽고 걷는 것도 불가능해져
기거나 굴러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새끼 실장이 성체 실장이 될 즈음에는
그 몸이 상당히 기묘한 형태로 되어 있었다.
머리에서 허벅지까지는
통상의 성체 실장 사이즈이지만,
무릎은 새끼 실장 사이즈 그대로였다.
발이 커지지 않은 채
몸의 성장이 멈추어 버린 것이다.
작은 다리는 치마 속에 숨어 있어서,
곁에서 보면 마치 다리가 없는 듯했다.
그 모습은 어린 시절의 애니메이션에 나온
"지옹" 이라는 로봇을 방불케 했다.


이 실험의 결과로부터, 
실장석 신발도 옷처럼 
그 성장에 맞추어 뻗어 가는 것임이 판명됐다.

━ ━ ━ ━ ━ ━ ━ ━ ━ ━ ━ ━ ━ ━ ━ ━ 

나는 실장석 신발의 성분을 분석했다.
신발이 딱딱한 원인을 알기 위한 것이다.
그 결과, 주성분은 옷과 마찬가지로 
실장석 자신의 체모이지만
신발에는 인과 칼슘, 그리고 단백질 등이 
옷보다 많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뼈의 구성 요소이기도 하다.
이들 성분이 신발을 굳게 한다.
그럼 이들 성분은 어디에서 나오나?
나는 한 가설을 세워 봤다.

한마리의 실장석을 벌거벗겼다.

"데스 데...데갸아아!!!
(육체 관계는 아직 이른··데갸아아!)"

머뭇머뭇하는 실장석의 전신 피부를, 
필러로 신중하게 뜯어 냈다.
얼굴, 배, 등, 양팔, 허리, 다리 등 
각 부위의 피부를 뜯어 각각을 조사하는 것이다.
그 결과, 
다리, 특히 신발과 접하는 부분의 피부에 
인과 칼슘이 많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 가설대로 
뼈를 구성하는 성분을 포함한 액체가 
다리에 아주 조금씩 배어 있는 듯했다.
본인들조차 의식하지 못할 만큼 미미한 양이다.
그 액체가 천천히 신발에 스며들어 마르고, 
신발를 경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여러 실장석을 쓰고, 
매일 발의 피부를 벗기며 조사했지만
늘 액체 유출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신을 너무 굳게 해서 버리면 
성장에 맞추어 신발이 늘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성분의 유출을 멈추고 
신발의 인과 칼슘이 저절로 줄어드는 것을 
기다리는 듯했다.

그리고 새로운 체모가 경화성분의 감소에 의해 
부드럽게 된 신발에 짜여지고, 
신발이 몸에 맞추어 커지면, 
다시 액체를 유출시켜 신발을 경화시킨다.

그것을 절묘한 타이밍으로 반복하면서 
신발의 경도 유지와 
성장에 맞춘 신장을 양립시킨 것이다.

후에 조사하고 안 일이지만, 길러 실장이 
인간이 제조한 신발을 신고 있는 경우에는 
성분의 유출은 그치는 것 같다.
타고난 신발과 그 이외의 신발을 
본능으로 구별하는 듯.
다만 수제 신발을 실장석에 신겨서 키울 경우,
어느 정도 신축성이 풍부한 신발를 사거나
성장에 맞추어 자주 신발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옷도 마찬가지다.
실장석을 키우기에는 
나름대로 돈이 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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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의 연구를 어느 정도 마친 나는 
실장석의 신발를 구성하고 있던 체모를 써서 
내 신발을 만들어 봤다.
실장석의 신발은 꽤 재미 있는 것이었으므로 
나도 신고 싶었던 것이다.
녹색의 신발은 착용감이 좋아 
한동안 실내용 슬리퍼 대신 사용했다.
하지만, 그것이 애초부터 오산이었다.

어느 날, 무섭게 발이 간지러워졌다.
체모로 이루어진 실장석 신발에 
무좀이 대번식했던 것이다.
나의 세척이 불충분했던 탓도 있지만, 
실장석들은 신발에 대한 위생 관념이 
결여되어 있는 듯했다.
멋진 신발인데도 그 고마움을 모른다니.

지금 내 눈 앞에서, 신발을 뺏긴 실장석들이
맨발로 몸부림치고 있다.

한놈은 기름을 깐 철판 위에 세우고,
한놈은 깨진 유리밭을 걷게,
한놈은 몸을 묶고 발바닥을 기계로 자극.

복수다.
신발의 고마움을 알아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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