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피이쨩


해가 저물어 어둑해진 길가에서 남자는 피범벅인 채 웅크리고 있는 자실장을 발견했다. 들실장의 공격을 받아 부상을 당한 것 같았다.
남자는 자실장 근처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테치-!테테치-!]
손을 휘둘러 위협하면서 뒷걸음질로 도망치려는 자실장.

상처를 입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꽤나 경계심이 강한 녀석이다.
남자는 비틀거리며 느릿하게 움직이는 자실장을 붙잡았다.
[테,테챠아!...테챠아-!]
겁을 먹은 자실장이 울부짖는다.
남자는 손에 힘을 더 넣었다.
억세게 졸리는 자실장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테치테치잇! 테지이이이이이-!]
남자의 입이 만족스런 웃음을 띈다.
울부짖는 자실장의 입에 티슈를 쑤셔 넣는다.
[테곡...]
자실장은 입이 막혀 소리를 낼 수가 없다.
너무 큰 공포 때문에 패닉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남자는 쥐고 있는 자실장이 손 안에서 똥을 지리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즐겁다는 듯이 자실장을 집에 데려갔다.


집에 도착한 자실장에겐 한층 더 거친 환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는 자실장의 옷을 뺏는다.
[테에! 테칫!]
울면서 저항하는 자실장을 짓누르며 옷을 벗긴다.
거친 손놀림이다.
자실장은 마구 휘둘리면서도, 옷을 뺏기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옷에 매달렸다.
[테에에엥! 테에엥!]
남자는 저항하는 자실장의 팔을 잡았다. 그대로 어깨에서부터 똑 부러뜨린다.
[테챠앗!]
더 이상 옷에 미련을 둘 상황이 아니다.
자실장은 아픔에 미친듯이 몸부림친다.
하지만,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번엔 자실장을 뜨거운 물로 채워진 세면대에 처넣었다.
골절의 고통, 화상의 고통, 상처에 뜨거운 물이 스며드는 고통.
자실장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다.
자실장이 뻗어버리자, 남자의 손놀림이 겨우 조심스럽게 바뀌었다.
하지만, 그건 자실장을 배려해서가 아니다.
여기서 죽어버리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남자는 더러워진 자실장의 몸을 씻는다.
상처에 세제가 잘 배도록, 꼼꼼히 비벼서 씻었다.
[테...테에..]
작은 신음소리를 내는 것이 고작인 자실장.
남자가 배를 쥐어짜자 똥이 새어나왔다.
몇 번이나 온몸에 냉수로 물벼락을 맞았다.
[테에에에...테에에엥!]
그칠 줄 모르는 거친 손길에, 자실장은 있는 힘껏 울음을 터트렸다.

섬세함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목욕에서 해방된 후, 드디어 따뜻한 타월이 자실장의 몸을 감쌌다.
남자는 드라이어로 자실장의 머리카락을 말리고 있다.
[테츄...]
지칠 대로 지친 목소리.
그 때, 남자가 드라이어의 통풍구를 자실장에게 갖다 댔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앗!!]
자실장의 절규.

[그래 그래. 넌 활기차서 좋구나]
남자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자실장이 눈물을 흘리며 남자를 본다.
[앞으로도 그렇게 귀여운 울음소릴 들려주렴]
남자의 목소리는 그 행동과는 어울리지 않게, 부드럽고 다정했다.
자실장은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제 아픈 짓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을 뿐이다.
남자가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자실장은 도망치려고 하지도 않았다. 도망칠 체력 같은 건 남아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서서히 안도감이 충만해진다.
남자의 손은 따스하고 기분좋았다. 자신을 먹으려고 한 어미의 포옹보다도.
[테츄-...]
자실장이 눈을 감으며 작게 울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남자는 딱밤으로 자실장을 날려버렸다.
자실장은 멍하니 있더니, 이내 힘껏 울음을 터트렸다.
[테...테에에에엥! 테에에엥!]
[넌 툭하면 빽하고 울어서 귀여워. 좋아, 정했다. 네 이름은 [피이(*빼액거리며 우는 모습을 나타내는 의성어)]다. 잘 부탁해, 울보 피이쨩]


사육실장 피이의 생활이 시작됐다.
실장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남자의 적절한 치료 덕분에, 피이의 상처도 바로 완치되었다.
그러나, 남자의 사육방식은 극단적이었다.
귀여워할 때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괴롭힐 때도 철저히.
게다가 동시에 그 짓을 한다.
교육의 완급 같은 건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애초에 남자는 피이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았다.
그때 그때의 기분에 따라 피이를 학대할 뿐.
마치 인사라도 하듯, 이유도 없이 괴롭힌다.
겁먹은 피이가 바로 똥을 지린다는 것도 예상했는지,
아예 처음부터 기저귀를 채우고, 화장실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현관에서 소리가 난다. 남자가 돌아온 것이다.
피이는 몸을 떨며, 케이지 안에서 일어섰다.
오늘도 이제부터 고통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피이, 다녀왔어]
남자가 케이지를 들여다본다.
[테치이! 테치잇!]
케이지 가장자리에 내몰린 채, 피이가 겁먹은 소리로 외친다.
첫 며칠간은 위협하는 목소리도 냈건만,
이제 피이는 그저 겁에 질려있을 뿐이다.
계속되는 남자의 학대는, 피이의 저항할 기력을 오래 전에 앗아갔다.
남자가 무심히 케이지 안으로 손을 뻗는다.
[테챠아아아아아-!]
피이는 항상 그랬듯이 울부짖는다.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피이를 잡았다.
[텟..테치, 테치...]
손 안에서 피이는 덜덜 떤다.
[피이, 배고팠지]
남자의 목소리는 그저 다정할 뿐이다.

시트가 깔린 식탁 위에 먹이가 놓여있다.
남자는 거기에 피이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테츄웃!]
내리자마자, 피이가 내달린다.
식탁 위에서, 남자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지려고 필사적으로 아장거리며 달린다.
피이는 이런 식으로 매일 도주를 시도했다.
스스로는 내려갈 수 없을 만큼 높은 곳이라는 것도,
자신이 달리는 속도가 우스우리만치 느리다는 것도,
겁에 질린 피이에겐 알 길이 없었다.
[임마]
남자가 피이를 붙잡는다.
피이의 탈주는 언제나 이렇게 실패했다.
이제 벌을 받을 시간이다.

남자는 피이를 때리지는 않는다.
구타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딱밤정도.
그 대신, 남자는 주로 송곳을 이용했다.
이거라면 상처도 작은데다 바로 낫는다.
하지만 상처의 고통은 때리는 것보다도 오래 남는 것이다.

남자는 먹이 접시 위에 피이를 옮긴다.
[테에에에에에엥!] 세차게 울며 바둥거리는 피이.
남자는 피이의 옷을 들췄다.
[테테칫!] 경직된 목소리.
피이의 왼쪽 허벅지엔 조그만 구멍이 뚫려있었다. 송곳으로 생긴 상처다.
[어젠 왼쪽다리였지]
남자는 피이의 오른다리를 눌렀다.
[테,테에에에...]
체념한 듯, 힘없는 울음소리.
피이는 눈물을 흘리며, 눌려있는 다리를 응시했다.

콱.

피이의 오른 허벅지에 송곳이 꽂힌다.
다리를 관통한 송곳은 피이를 테이블에 고정하고 있었다.
[챠앗! 테챠아아아아아!] 찢어지는 듯한 피이의 비명.
남자는 그런 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먹이를 먹인다.
먹이는 고급실장푸드다.
계속 울부짖는 피이의 입에 먹이를 처넣는다.
[자, 울면서도 먹을 수 있지?]
피이는 눈물로 얼굴이 뒤범벅되면서도 먹이를 씹었다.

피이의 식사는 기본적으로 남자가 먹여주는 아침,저녁이 전부이다.
성장기의 자실장에겐 간격이 길다.
피이는 지금, 굉장히 배가 고팠다.
제공되는 먹이도 맛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원래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이, 피이는 너무나도 두렵다.

피이는 실장푸드를 열심히 입에 넣는다.
하지만, 허둥대는 그 모습이 배고픔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테칫!] 느닷없는 피이의 비명.
남자가 피이의 등에 송곳을 꽂은 것이다.
꽂은 정도가 아니다. 내장까지 닿을 정도로 깊게 찔렀다.

남자는 송곳을 몇 개나 갖고 있었다.
이것이 그의 학대도구인 것이다.
꽂히면 빠지지 않게끔 화살촉처럼 튀어나온 송곳.
구불구불한 나선형의 송곳.
그가 스스로 개량한 물건이라, 종류도 다양하다.
다루는 손놀림도 예사롭지 않다.
빙글빙글 돌리거나 완급을 조절하며 송곳을 다루는 그 동작은,
숙련된 기술자의 그것처럼 매끄러우면서 거침이 없다.

남자가 송곳을 뽑았다.
피이의 등에서 피가 흥건히 배어 나왔다.
[테...테에에...]
피이는 몸을 후들거리며 아픔을 참고 있었다.
고정된 다리 때문에 몸을 비틀지도 못하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남자를 바라보는 힘없는 시선엔,
이제 그만해달라는 호소가 담겨있었다.

[피이, 왜그래?] 남자가 피이에게 말을 건다.
[...테츄...테츄-...텟!]
피이는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다시 등에 송곳이 꽂힌다.
[자, 힘껏 울어야지]
남자는 생글거리는 얼굴로 피이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손은 마치 다른 생물처럼 움직이며, 피이의 몸에 상처를 낸다.
[테엣!]
[테치잇!]
[테테츗!]
[테에에에에에에엥!]

피이가 식사하는 동안 내내, 남자는 피이를 쿡쿡 찔렀다.
얕게, 때로는 깊게, 몸에 큰 데미지를 주지 않도록,
남자는 교묘하게 송곳을 휘두른다.
그 때마다 피이는 신음하고, 몸을 뒤틀며, 손발을 파닥거리면서 울부짖는다.
이것이 그들의 일상적인 식사풍경이었다.


[피이, 목욕하자]
식사가 끝나고, 뻗어버린 피이에게 남자가 말을 걸었다.
[테츄...테츄...]
피이가 겁먹은 모습으로 남자 쪽을 돌아본다.
남자가 피이를 집어든다.
[테치...테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욕실로 향하는 남자의 손 안에서,
피이는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다.
오늘은 목욕하는 날이다.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탈의실에 들어가, 피이는 스스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남자가 억지로 벗겼을 때, 팔이 부러졌던 기억 때문이다.
[테츄...]
남자에게 옷을 내민다.
남자는 옷을 건네 받더니, 피이를 안아 든다.
[피이는 똑똑하구나. 장한걸] 다정한 목소리로 칭찬한다.
하지만, 피이에겐 그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
피이는 공포로 이빨을 딱딱거리며, 바로 앞의 욕실 문을 응시하고 있다.
피이에게 있어 헬게이트나 다름없는 문이다.

남자가 문을 열었다.
얼굴에 김이 닿은 순간, 피이의 긴장이 풀어졌다.
[텟..테챠아아아아-!]
남자의 팔 안에서 공포로 울부짖는다.
똥이 한가득 흘러나왔다.
[오, 바로 지렸네. 수고를 덜어서 다행이야]
남자는 욕실 바닥에 피이를 놓았다.
수온을 끝까지 올리고, 샤워기를 피이에게 겨누어 물을 틀었다.

[테챠! 테챠아아아아아아-!]
피이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 다닌다.
뜨거움에 펄쩍 뛸 듯한 물줄기가 집요하게 피이를 쫓아갔다.
피이가 물줄기를 맞고 뒹군다.
그 위에 뜨거운 물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테에에에에-! 테에에엥!]
온몸이 새빨갛게 데쳐지면서 피이가 울었다.

남자는 물을 잠그더니 피이를 잡았다.
[테츄...테츙테츙...]
피이는 흐느낄 뿐, 저항할 낌새가 없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는 있지만, 완전히 체념해버린 듯하다.
[좋아, 피이의 뱃속도 깨끗하게 해줄게]
남자는 피이의 배를 주무르더니, 아래로 쥐어짜낸다.

[테츄우우우우우우우-!]
내장이 찌부러지는 아픔에, 피이가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피이의 총배설구에서 피가 섞인 똥이 배출된다.
이렇게 강제로 관장하는 덕분에, 피이는 똥을 많이 싸지 않는다.
지린다고 해도 소량에 불과하다.
남자가 실장석을 키우는 방법은, 어떤 의미론 매우 합리적이었다.

남자가 자신의 몸을 씻기 시작했다.
피이는 욕조 끄트머리에 놓여있었다.
작은 피이에겐 절벽이나 다름없는 곳.
높이로 보아, 바깥쪽에 떨어지면 크게 다칠 것이 틀림없다.
안쪽에 떨어진다고 해도, 욕조는 망망대해나 다름없다.

[테츄-테츄-!]
치이는 젖어서 미끄러지기 쉬운 다리를 덜덜 떨면서 운다.
그만큼 학대를 당했는데도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는 걸 보면, 의존심이 강한 실정석다운 행동이다.
남자는 피이를 무시하고 계속 씻는다.
피이는 점점 화가 났지만, 이토록 위험한 곳에서 날뛰다간 죽을지도 모른다.
남자의 도움은 포기하고, 균형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며, 겨우 앉는데 성공했다.
가랑이 사이로 욕조 끄트머리에 앉고, 양손으로 욕조를 꼭 잡아 몸을 지탱했다.

자세가 안정될 무렵, 피이가 생각했다.
사실 피이는 비교적 똑똑한 개체였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환경에선 이를 살릴 기회가 없지만,
나름대로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언제나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도권은 남자에게 있다.
게다가 남자는 변덕쟁이라, 피이를 대하는 태도가 일정하지 않다.
교육이나 벌이라는 개념도 없고, 기분에 따라 피이를 귀여워하거나 괴롭히는 것이다.
[테츙...]
피이는 망연자실했다.
먹이는 맛있다. 따뜻한 잠자리도 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다정한 손길도 너무나 좋다.
하지만, 남자는 무섭다.
남자가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변덕을 부릴 때마다,
피이에겐 혹독한 학대가 기다리고 있다.

닌겐상에게 사랑받는다면, 괴롭히지 않을지도 모르는테츄.

피이가 생각해낸 결론은 간단했다.
문제는 어떻게 남자의 사랑을 받을 것인가.
하지만, 피이에게 그걸 생각할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테츄...테츄...]
욕조 끄트머리에 앉아 혼잣말인 듯한 소리를 내고 있는 피이를,
남자는 욕조에 떨궈버렸다.
머리부터 물에 내동댕이쳐진 피이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친다.
겨우 물 밖으로 얼굴은 내밀었지만, 이번엔 위에서 물을 끼얹었다.

[츄브브브...테에에엥! 부홋...테에에엥!]
목이 막힌 피이가 기침하며 울었다.
그 목소리는 생명의 위기를 느끼게 하면서도, 혀짧은 소리라 귀여웠다.

남자는 피이를 더 울려주고 싶어졌다.
[피이 큰일이야-. 폭풍이 온다-]
바가지로 욕조의 물을 휘젓는다. 욕조는 이내 폭풍의 바다로 변했다.
쓰나미가, 거대한 소용돌이가, 피이의 자그마한 몸을 희롱한다.

[테챠아아아아-!]
[츄보핫..]
[테치이이이이-!]
[테부혹...가봇]
목이 터져라 울부짖고는, 그때마다 물을 마시곤 꼬르륵거린다.
알몸인 피이가 무력하지만 열심히 파도에 맞서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움과 귀여움이 더해져, 왠지 남자의  심금을 울리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남자가 물을 휘젓는 사이, 피이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슬슬 체력이 다한 모양이다.
남자가 손을 뻗어주자, 피이는 울면서 매달렸다.
[테..테츄...테츄웅...테에에에]
바들바들 떨면서 남자의 손에 몸을 문지르는 피이.
울음소리에도 힘이 없다.

[...테에...테에에에엥!]
가볍게 쓰다듬어주니 긴장이 풀린 것인지, 또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옳지옳지, 피이는 정말로 귀엽구나]
욕실에 진동하는 무구한 자실장의 울음소리.
남자는 웃으며 피이를 집은 손을 높이 올렸다.
이 높이에서 또 욕조에 떨어뜨릴 생각인가.
남자 손바닥 안의 피이가 이변을 눈치챘다.

[테츄, 테츄, 테치-!]
뭔가 남자에게 말을 걸려는 듯하지만, 그 내용이 전달될 리가 없다.
남자의 손이 조금 느슨해졌다.
그때, 피이는 처음으로 두려움 이외의 반응을 보였다.

[테츄우♪]

아양이다.
남자에게, 피이는 난생처음 아양을 떨었다.
피이가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건, 아까부터 멈추지 않는 눈물과 경련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남자에겐 의외의 반응이었던 듯, 손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피이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확신했다.
남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 피이가 택한 방법인 [아양]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충분히 어필하여, 소중한 존재가 되기 위한 처세술.
실장석의 본능에 기인한 행동이었다.

[오? 신기하네. 피이가 이렇게 애교가 있다니]
남자는 팔을 내리고 피이의 머리를 또 쓰다듬었다.
[테츄테츄우♪]
그 부드러운 손놀림이 너무 기분 좋았다.

해냈다, 닌겐상에게 사랑받았테츄.
이제 무서운 짓은 당하지 않는테츄.
닌겐상, 더 다정히 다뤄주는 테치. 더 소중히 다뤄주는 테치.

피이는 그야말로 황홀지경이다.
남자는, 지금껏 그저 두려움에 떨고만 있던 피이의 아양이 신기했을 따름이지만,
피이에겐 세계가 180도 바뀐 마냥 거대한 사건이다.



그 때부터 피이는 툭하면 아양을 떨게 되었다.
어쩌다가 딱 한번 성공하여, 그 맛을 잊지 못하게 되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남자에겐 두 번 다시 통하지 않았다.
한동안은 남자의 얼굴을 보기만해도 아양을 떠는 상태였지만,
그때마다 송곳으로 찔러대니, 아무리 피이라도 학습하지 못할 리가 없다.
서서히 원래의 겁쟁이 자실장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괴로워지면 실낱같은 희망에 기댈 수 밖에 없는지,
눈물 글썽한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테츄우♪] 라고, 억지아양을 떨어본다.
영리하다곤 해도, 지혜를 물려준 부모도 없거니와, 상대가 이런 부조리하기 짝이 없는 주인이래야, 아무리 궁리해봐도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

남자가 집에 돌아온다.
[테챠아아아아-!] 피이가 겁먹은 목소리로 울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케이지에서 끌려 나오는 피이.
언제나 그랬듯이 식사가 주어지고,
언제나 그랬듯이 온몸을 송곳에 찔리며,
언제나 그랬듯이 피이는 귀여운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테치이이-!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가끔 남자를 올려다보며 비굴하게 아양을 떤다.
[테..테...테츄우♪]
하지만 남자는 날카로운 송곳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챠아아아-!]

피이는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남자가 피이에게 원하는 것은 귀엽게 우는 것 뿐이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귀엽고도 구슬픈 목소리로 우는 자실장의 모습이다.
애초에 피이에겐 선택지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반년 쯤 지났을 무렵.
계속되는 공포에 의한 스트레스 탓인지 발육이 나빠진 피이도,
이제 곧 성체가 된다.
[데치-...]
변성기가 시작될 즈음, 남자는 피이를 보고 생각했다.

--슬슬 피이의 역할도 끝이군.

피이의 귀여운 비명을 들을 수 있는 시기는 끝나가고 있었다.
남자는 피이에게 마지막으로 큰 임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어느 휴일 아침. 남자가 피이를 케이지에서 꺼냈다.
[데치-...]
항상 그렇지만, 피이는 주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불안한 듯이 우는 피이에게 남자가 말했다.
[피이, 지금껏 고마웠어. 겁에 질린 네가 우는 모습은 정말로 귀여웠어]
피이도 이젠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다정한 말투와 감사의 인사인 듯한 내용에, 약간은 안심이 된다.

[오늘은 네 마지막 날이야. 후회하지 않도록 힘껏 울어달라구]

한순간, 피이는 남자가 뭐라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날.
서서히 그 의미가 머릿속을 물들여갔다.
두려워했던 날이 결국 왔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학대 속에서, 언젠가 오지 않을까 하며, 항상 느끼고 있던 불안감.
자신이 살해당하는 공포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테에에에에에-!]
피이는 도망쳤다.
어디로 갈지도 생각지 못하고, 그저 달린다.
일단 남자가 없는 곳으로.
안전한 곳으로.
머리카락을 잡혀 다시 끌려온다.
죽을힘을 다해 달렸지만, 실제로는 남자의 걸음보다도 느렸던 것이다.

남자 쪽으로 거칠게 몸이 돌려지더니, 가슴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
송곳이 끝까지 박혀있었다.
[테쟈아아아아아-!]
[그래그래, 아주 좋아. 피이는 역시 재능이 있다니까]
남자가 새 송곳을 만지작거리며 피이를 칭찬했다.
목소리만 들으면, 부모가 자식을 칭찬하는 것처럼 다정한 목소리다.
[그런데, 좀 목소리가 선명하지 않은걸. 전처럼 귀엽게 못 울겠어?]

새로운 송곳이 또 가슴에 박혔다.
[데갸아아!] 성체실장 같은 울부짖음.
[아냐. 그게 아냐]
남자가 송곳을 비튼다.
날카로운 끄트머리가 가슴속 살을 찢어발긴다.
[테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격통에 몸이 튀어 오르는 동시에, 목소리도 튄다.

[요시요시, 바로 그거야]
남자는 살을 더 후벼팠다.
[테엣, 테엣, 테에에에에!]
미친 듯이 경련을 일으키며 절규하는 피이.

남자는 웃으며 피이의 머리카락을 잡고 들어올렸다.
공중에서 바둥거리면서 날뛰는 피이.
그 몸을 남자는 시계추처럼 흔들더니, 송곳을 거머쥐었다.
몸이 왕복할 때마다, 송곳의 끄트머리가 몸을 찔러댄다.
[텟!]
[테치잇!]
[테에에에엥!]
일정한 리듬으로 닥쳐오는 고통에 피이는 흐느꼈다.

30분쯤 계속되었을까.
피이의 녹색 옷은 구멍이 뚫려 걸레짝이 되었고,
피이의 몸도 피범벅이다.
남자가 겨우 시계추놀이를 그만두었다.
[귀여운 목소리였어, 피이]
남자가 또 말 같지도 않은 칭찬을 했다.

피이는 매달린 채,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피로 얼룩진 팔을 천천히 입가에 갖다댄다.
[테츄우♪...]
보기만해도 끔찍한, 피투성이 아양.
피이가 배운 단 하나의 처세술.
이 고통과 공포의 시간 속에서 한 가닥의 희망을 걸고, 피이는 전력으로 아양을 떨었다.

남자는 반응이 없었다.
[테츄우♪]
피이는 한 번 더 아양을 떤다.
아니, 몇 번이라도 아양을 떨 생각이었다.
어쩌면,
어쩌면 처음 아양을 떨었을 때처럼, 남자가 미소를 지어줄지도 모른다.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다정히 대해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이다.

피이는 또 입가에 손을 댄다.
자신이 생각한, 가장 귀여운 포즈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테...]

하지만 그 아양은 남자의 주먹에 의해 중단되고 말았다.
피이는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얻어맞았다고 이해한 것은, 반대쪽 뺨에 두 번째 주먹이 날아왔을 때였다.
피이가 본격적으로 두들겨 맞은 것은, 이게 난생처음이다.
아픔과 공포, 무엇보다도 충격이 피이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테...테...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유아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큰소리로 목놓아 우는 피이.
남자는 만족스런 듯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남자는 계속 울어대는 피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밝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어때 피이, 아프지? 지금까지는 아픔뿐이었지만, 오늘은 몸을 박살낼 테니까. 아직도 많이 남았어]
남자의 말투는 마치, 신나는 이벤트를 위해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쾌활했다.

피이는 남자의 말을 듣고 울음을 그쳤다.
--몸을 박살낸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얘길 들어버렸다.
하지만, 피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역시 하나밖에 없다.
[테츄웅♪]
덜덜 떨면서, 필사적으로 아양을 떤다.

와타시는 이렇게 귀여운테츄.
그러니까 나쁜 짓은 하지 말아주길 바라는테츄.

목숨을 걸은 것 치고는 너무나도 얼빠진 포즈를 취하며,
피이는 남자를 지그시 올려봤다.

남자는 싸늘한 눈초리로 피이를 보고 있었다.

어라? 이상한테츄.
닌겐상의 이런 얼굴은 처음 보는테츄.

당황한 피이를 보고, 남자가 차갑게 비웃었다.
[몇 번이나 같은 짓을 하지 말라고. 전혀 귀엽지 않거든?]
남자의 말을 듣고 망연자실한 피이.
그런 피이를, 남자가 힘껏 걷어찼다.
남자는 바닥에 뒹구는 피이를 다시 붙잡았다.

[아양을 떨어봤자 더 못생겨 보일 뿐이야. 그 꼴 보기 싫은 아양은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고. 확실히 말하자면, 피이의 귀여운 구석은 울음소리뿐이야]
남자의 얼굴엔 명백한 조소가 서려있었다.

아양을 떠는 모습이 추하다.
그저 그렇다는 얘기지만, 피이는 크게 상처받았다.
고통뿐인 나날 속에서, 피이가 처음으로 품은 희망은, 아양에서 시작되었다.
피이의 삶 속에서 유일한 성공이라고 믿었다.
아양을 떨면, 언젠간 이 고통에서 해방되리라, 그것이 마음의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착각에 불과했던 것이다.
멍청한 착각이 가져다 준 것은 차가운 조소뿐이었다.

방금 전까지 소중히 품고 있었던 희망이, 이젠 어리석음의 증명처럼 느껴진다.
[테, 테에에에에...테에에에....]
피이의 울음소리가 바뀌었다.
안쪽에서 무너져가는 듯이, 힘 없는 목소리로 울고 있었다.

남자는 피이의 변화에 놀랐다.
몸에 상처를 입히는 폭력만으론, 이렇게 울지 않는다.
이건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상실의 고통이 담긴 목소리다.
정서가 발달한 성체라면 모를까,
아직 자실장인 피이가 이렇게 맛깔나게 울수 있다니!

남자는 피이와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두려움에 울부짖는 피이의 모습은 너무나 귀여웠으며,
남자의 심금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피이는 그에게 있어서, 멋진 실장석이 되었다.
자실장의 귀여운 목소리로, 깊은 슬픔을 연주하듯 우는 피이.
남자는, 자신의 기대 이상으로 성장해준 피이를 존경하는 뜻에서,
최고의 상태로 처리해 주리라 마음먹었다.

남자는 방에서 공구함을 들고 오더니,
아직 울고 있는 피이를 붙잡는다.
두려움에 발버둥치는 피이를 안고 욕실로 갔다.

[피이, 지금부터 널 천천히 죽일 거야.
파이널 라이브니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래]
남자는 엉뚱한 성원을 보낸다.
[테텟, 테치이-!]
사실상의 사형선고에, 더욱 겁을 먹은 피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남자는 피이의 몸을 꽉 붙들고 바닥에 눌렀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날뛰어본들 의미가 없었다.

남자가 공구함에서 커다란 가위를 꺼냈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
가위를 본 피이가 절규했다.
어지간히 애용했는지, 상당히 더러웠다.
검게 얼룩져있지만, 녹색과 빨간색도 희미하게나마 남아있었다.
그건 셀 수 없을 만치 실장석을 조각 내온 가위였다.
피이도 그 가위가, 지금부터 자기 몸에 들이대어진다는 것 정도는,
간단히 상상할 수 있었다.

[테엣, 테엣, 테치이이이이-!]
피이는 필사적으로 몸을 비튼다.
눈물콧물을 흩뿌리고, 공포에 똥을 지리면서, 막무가내로 발버둥치지만,
남자의 팔은 피이의 몸뚱이를 굳게 누르고 있었다.

가위가 피이의 몸에 닿았다.
[테챠아아!챠아아아아아아-!]
피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목소리로 뿜어내는 커다란 절규.
그리고 가위가 뭔가를 자르는 소리.
하지만, 피이가 두려워하던 몸이 잘리는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테츄?]
잘 보니 가위가 자르고 있는 것은 피이의 옷뿐이다.
잠시 안도했지만, 한 벌뿐인 소중한 옷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는 것이다.
피이는 혐오감에 격렬히 울었다.

[테치테치테치-잇! 테치테치-잇!]
[피이는 정말로 여러 가지로 울 수 있구나]
남자는 미묘한 칭찬을 하면서 가위를 움직인다.
옷, 두건, 팬티. 전부 난도질 당해, 피이는 알몸이 되고 말았다.

[테츙...테츙...]
너덜해진 옷의 잔해를 보고 흐느끼는 피이.
남자는 그런 피이에게갑자기 샤워기로 물을 끼얹는다.
하반신의 똥을 씻어내고, 상처부위도 가볍게 씻는다.
[자 그럼]
남자는 다시 피이를 바닥에 누르고, 가위를 잡았다.

피이의 오른다리에 가위를 들이댄다.
그대로 깊숙이 자르고는 날을 들어올린다.
[테챠아아아아아-앗!]
다음은 다리 끝에 날을 들이댄다.
발끝의 살점이 천천히 절단되어간다.
[테지잇! 테지치이이이이잇!]
피이의 비명엔 광기가 어려있었다.

무표정일 터인 실장석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져있었다.
눈은 튀어나올 듯이 크게 열려있고,
눈물콧물에 침이 줄줄 흐른다.
꽉 악문 이빨이 경련때문에 딱딱 부딪히는 소리를 낸다.
공포.
피이의 머릿속엔 그것밖에 없다.

피이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에도, 남자의 가위질은 멈출 줄을 몰랐다.




한 시간이 흘렀다.
피이의 팔다리는 갈기갈기 난도질 당해, 이미 원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상처투성이의 몸뚱이는 피투성이라, 원래의 피부가 보이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휴-휴-,피이의 숨소리가 들린다.
너무 울부짖은 나머지 피이는 목이 쉬어, 아까부터 메마른 호흡소리만 들려온다.

[조금 쉴까]
남자는 피이의 몸을 닦고, 물을 마시게 했다.
[...테츄...]
피이가 남자를 올려다보며 조용히 울었다.
[피이, 지금껏 있었던 일들을 잘 떠올려 둬.
넌, 이제 곧 죽으니까 말이지]

어린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온화한 목소리였다.
남자의 말에 따라 피이는 눈을 감았다.
온몸이 뜨겁다.
상처가 너무 많아서 어디가 아픈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걸레짝이 된 몸과는 달리, 의식은 또렷했다.
지금은 머나먼 기억까지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다.

공원에서 가족과 살던 시절.
피이는 자매 중에서도 몸이 가장 작았다.
가족에게 항상 괴롭힘을 당했다.
얻어맞고, 물어 뜯기고, 먹이를 뺏기고, 마지막엔 굶주린 가족에게 먹힐 뻔했다.
어미는 자매들을 하나 둘씩 잡아먹었다.
피이는 살아남은 자매들과 함께 도망쳤지만,
그 자매들도 배가 고파지니 피이를 덮쳤다.

겨우 자매들로부터 도망쳤지만,
상처와 허기로 거의 죽을뻔한 상황에, 지금의 주인이 구해준 것이다.
그때부터 피이가 어떤 생활을 보냈는지는 앞서 기술한 대로이다.
송곳으로 온몸을 찔려, 그 아픔에 울부짖는 나날.
그리고 지금,  피이는 몸을 난도질당하며 조금씩 죽어간다.

[...테에...테에에...]
피이는 작은 목소리로 울었다.
단 한 번도 좋은 시절이 없었다.
기억 속엔 고통뿐이다.
괴로워하고, 괴로워하며, 괴로워한 끝에, 지금조차 괴로워하고 있다.
그저 남에게 학대당하는 것. 그것이 피이의 일생이었다.
슬프다.
그저 슬프다.

단 하나의 단어로 간단히 표현할 수 있는 자신의 삶에 피이는 울었다.
[테에에에엥...테에에엥...]
가냘프고 작은, 절망에 찬 울음소리.
뭔가를 잃어버릴 수조차 없었던, 가지지 못한 자의 덧없는 통곡.

[괴로웠지, 피이]
남자가 피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피이의 한탄은 깊은 슬픔으로 채색되어있다.
그건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피이, 울어라. 마음껏 울어도 돼]
남자의 목소리는 피이의 슬픔을 감싸주려는 듯이 다정하다.
남자의 손길은 피이의 고통을 녹여주려는 듯이 따스하다.
피이의 가슴 속에 작은 빛이 비친다.

기분이 좋다.
이 감촉은 너무나 기쁘다.

그건 피이에게 단 하나 기뻤던 기억.
남자가 가끔 피이를 쓰다듬어주던 손의 감촉.
[테...테에...테에에에에에!]
피이가 목소리의 톤을 높였다.

남자만이 피이에게 자상하게 대해주었다.
남자만이 피이의 고통을 알아주었다.

비참한 아양도, 지금껏 고통에 견딘 것도,
전부 남자가 다정하게 대해주길 바랐기 때문에.
사랑 받고 싶었기 때문에.

피이는 자신을 버티게 해준 희망에 감사했다.
다정하게 쓰다듬어줘서 고마워요.
심정을 알아줘서 정말로 기뻐요.
하지만---

남자가 가위를 쳐들었다.
누구보다도 피이를 이해해주는 남자가, 누구보다도 피이를 잔혹하게 상처 입힌다.

정말 싫어!
정말 싫어!
당신 정말 싫어!

[테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피이가 목청 높여 통곡한다.
이제 육체의 고통은 아무래도 좋았다.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은 몸이 아니다.
피이의 모든 감정이 통곡하고, 신음하며, 절규하고 있었다.

남자는 가위를 휘두른다.
피이가 목청 높여 운다.
남자에 대한 분노와 슬픔, 그리고 아주 조금이지만 사모하는 마음.
그 모든걸 한껏 끌어내어 호소하듯, 피이는 울부짖는다.
남자가 뺨을 쓰다듬는다.

피이가 목소리를 쥐어짜내어 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접한 모든 것과 결별하는, 쓸쓸함과 안도, 그리고 미련.
자신의 전부를 바쳐 남자의 바람에 응하듯, 피이는 울부짖는다.

피투성이 연주회.
연주자는 남자, 악기는 피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이 실린, 자실장의 귀여운 절규가 울려 퍼진다.
고통과 비애로 조각되어, 죽음의 공포로 증류된, 피이의 마지막 비명.
목숨을 대가로 바치지 않으면 부를 수 없는 노래.

남자의 연주에 맞춰 피이가 단말마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울어댄 끝에, 피이는 죽었다.
[테에에에에에에에에엥!]
마지막에 한층 더 크고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남자는 피이의 눈을 감겨주었다.
가엽다는 듯한 손놀림으로 뺨을 어루만진다.
[잘했구나...고마워...정말로 고마워. 피이]
피이의 귀여운 모습, 동작, 진심이 담긴 깊은 울음소리.
남자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불과 반년의 짧은 생애 속에서, 깊은 절망을 내비치던 슬픈 자실장이 있었다는 것을.

움직이지 않게 된 피이의 뺨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남자는 비로소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서야 엄습해오는 깊은 상실감.
하지만, 남자는 후회하지 않았다.

피이는 아름다웠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이상의, 그 무엇을 바랄 수 있다는 말인가.

이걸로 충분하다.
이게 남자가 사랑하는 방식인 것이다.

2년이 지났다.
몹시도 비가 내리던 날, 남자는 반려동물묘지에 와있었다.
남자의 눈 앞에 꾸며진 자그마한 묘. 피이의 묘다.
매년 피이의 기일에 남자는 여길 찾아왔다.

[피이, 자주 찾아오지 못해 미안해]
남자는 묘에 콘페이토를 바치고는 합장했다.
그 표정엔 쓸쓸함이 깃들어 있었다.
남자는 피이가 죽은 후에도 다섯 마리의 자실장을 더 길렀다.
하지만, 결국 어느 자실장도 남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그저 본능에 따라 겁을 먹고, 울고, 그리고 죽어갔다.

[테치-...]
합장한 남자의 품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래? 좁아?]
남자는 품에서 자실장을 꺼낸다.
방금 전에 주운 자실장이다.
묘지의 근처에 서식하며, 공양물을 노리는 실장석의 자식이겠지.
어미와 헤어져서 울고 있는 놈을 남자가 주운 것이다.
아직 조그마한 자실장은 묘를 올려다보고 있다.
[이건 말이지, 네 선배의 묘란다. 좋은 실장석이었지]
[테츄우?]

[텟츄-♪]
자실장이 공양물로 바쳐진 콘페이토를 발견했다. 허겁지겁 손을 뻗는다.
하지만 다음 순간, 환성이 절규로 바뀌었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앗!]
자실장이 뻗은 팔을 송곳이 꿰뚫고 있었다.
남자는 자실장을 잡고서 다정하게 얘기했다.
[넌 힘이 넘쳐서 좋구나]
[테치-...?]
자실장은 불안한 시선으로 남자를 쳐다본다. 그런 자실장의 어깨에 다른 송곳에 박힌다.
[테치이이이이이이잇!]
남자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남자가 묘에 대고 말했다.
[피이, 이번엔 성공할지도 몰라. 왠지 의욕이 샘솟는걸]
남자가 떠나간다.
그 뒷모습엔 방금 전까지 감돌던 쓸쓸함은 찾아볼 수 없다.

[테에에에에에에엥!]
기분 좋게 빗속을 걸어가는 남자의 품 안에서, 자실장이 귀여운 목소리로 울었다.


-끝

댓글 17개:

  1. 닌겐상 놀라운 마에스트로인데스!

    답글삭제
  2. 감동 박수 우레같은 갈채

    답글삭제
  3. 감동 박수 우레같은 갈채

    답글삭제
  4. 닌겐상...잔인한데스우..
    그렇지만 여러의미로 멋진데스우!

    답글삭제
  5. 마에스트로인 닝겐 데스우
    우레 같은 갈채가 필요한 데스우

    답글삭제
  6. 진짜 씨발 나도 학대파지만 역겨운 데스... 학창시절에 존나 쳐맞은 기억 뿐인 개찐따였음이 틀림 없는 데슨..

    답글삭제
  7. 나도 세레브한 학대파지만 좀 역겨운 데스... 분명 학창시절에 쳐맞았던 기억 뿐인 개찐따 분충이었음이 틀림 없는 데스웅...

    답글삭제
  8. 아무리 봐도 학창시절 때 맞고 다닌 찐따닝겐이 분풀이하는거 같은 데스웅...

    답글삭제
  9. 피이 너무 불쌍한데..
    머리좋은 실장석인게 틀림 없는것 같은데
    저런 정신나간 또라이 말고 애호파를 만나서 교육을
    받았다면 꽤나 여러 가지를 할수있는 사육실장으로
    살았을건데...

    답글삭제
    답글
    1. 내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건데 니들이 말하는 영리하고 머리좋다는 그 기준이란게 뭐냐? 피이도 잡혔다고 똥 싸지르고 하는거 보면 그냥 분충인데?

      삭제
  10. 또또 창작물이랑 현실사이 구분 못 짓는 놈들이 댓글단다

    답글삭제
  11. '나 학대파인데 저건 역겹다' 이러는 놈들 치고 애오파 아닌 새끼들 없음 위에 댓글도 그렇고 ㅋㅋ
    불쌍할게 없어서 저런게 불쌍하냐?

    답글삭제
    답글
    1. 실장석이 실재로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애호파를 하든 애오파를 하든 그거야 자기들 자유 아님? 넌 왜 과몰입해서 부들거림?

      삭제
    2. 너도 왜 과몰입해서 부들대냐ㅋㅋㅋ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