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에서


떡잎시 변두리에는 큰 방파제가 있다. 근처에는 편의점과 해안 공원이 있다.

근교의 항구 도시에서 실장석 공장에 다니는 청년 토시아키는 낚시가 취미이다. 오늘도 밤낚시에 쓸 도구 일체를 차량에 싣고 방파제에 왔다. 시기가 봄인지라, 해초 덤불에서 노는 물고기인 볼락이 목표이다. 미끼로는 구더기가 좋다.
특히, 실장석이 갓낳은 구더기가 최고다.

토시아키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편의점으로 향했다. 밤낚시용으로 주먹밥과 페트병에 든 녹차를 샀다.

"탁아 주의하세요."
"네, 알고 있어요."

점원의 염려에 답하며 나가는 토시아키. 들어오기 전에 이쪽을 살피는 기미가 있었으니 틀림없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연안 공원에 살면서 편의점 손님들에게 탁아하는 실장석들이.

(정말 멍청하군. 여기 손님들은 모두 차나 오토바이 운전자들이라 탁아를 해도 쫓아갈 수 조차 없는데)

딩동-소리와 함께 자동문이 열리자 토시아키는 편의점에서 나와 수십미터 떨어진 방파제로 향했다.

(오, 온다, 온다.)

일부러 천천히 걷는 토시아키 뒤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역시 토시아키의 오른손에 들린 양동이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
왼손에 든 낚시 도구와 에어컨 박스에는 뚜껑이 있고, 편의점에서 산 음식은 배낭 안에 있으니...

(뭐, 일부러 유인하는 중이니까...)

가게 안에서 산 것도 아닌데 양동이를 들고 편의점에서 나오는 손님들은 드물 텐데? 그런 것도 모르는지, 여기에 올 때마다 새끼를 던져넣기 쉬운 것만 생각하고 양동이를 노리는 실장석들...

(음, 덕분에 난 미끼값이 안드니좋지만...)

탁-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양동이가 약간 흔들리며 무게가 실린다. "테치이-" 하는 작은 울음 소리와 "뎃스우-" 하는 대답도 들렸다.

(성공했다고 그새 긴장을 풀어? 뭐, 바보 같은 분충들 덕분에 일이 쉽지...)

히죽히죽 하면서 토시아키는 차도를 횡단해 방파제 입구로 향했다. 그 뒤에선 새끼를 던진 친실장이 제딴에는 "미행"을 하고 있다. 참으로 다행히도(?) 차들이 지나다니지 않아서 토시아키와 친실장은 기다랗게 뻗어있는 방파제에 들어섰다.




"여기서 좋을까?"

방파제 중간까지 가서 토시아키는 짐과 낚시 도구와 배낭을 내렸다. 물론, 양동이를 내려놓을 때 당황한 듯한 울음 소리가 그 안에서 새어나왔다. 힐끔 방파제 입구 쪽을 보니 수십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그 친실장이 서서 이쪽을 보고 있다. 차폐물 따위가 없어서 환히 들여다 보였다. 실장석과 인간의 속도차이를 생각하면 전혀 의미 없는 거리다.

(그냥 달려가서 포획해도 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양동이를 보니 새끼 실장과 눈이 마주쳤다. 아직 완전히 해가 떨어지지 않고 어슴푸레한 정도여서 서로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테츄-♪"

새끼 실장은 그 붕어빵 동작으로 아양을 해온다. 전혀. 개나 소나 똑같이 웃기는 태도와 반응.

(단순한 분충? 바로 제 역할을 해봐라.)

토시아키는 피식 거짓 웃음을 띄우면서 새끼 실장을 양동이에서 꺼내줬다. 그리고 낚시조끼의 가슴 주머니에서 별사탕을 꺼냈다. 눈을 반짝이며 치이-치이- 큰소리로 울기 시작한 새끼 실장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별사탕을 살짝 내밀어줬다.

"할짝 할짝……테츄-웅♪"

정신 없이 별사탕을 핥는 새끼 실장을 내려다보며 토시아키는 슬쩍 곁눈질로 친실장 쪽을 엿봤다. 거리는 수 십미터에서 불과 수 미터로 줄어 들었다고 할까, 친실장의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까지 들렸다. 아무래도 친실장은 새끼의 울음소리로부터 토시아키가 실장석에 호의적인 존재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어이"

토시아키는 친실장을 향해 별사탕을 흔들었다. 친실장은 『이 인간은 우리들을 귀엽게 봐주실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지금까지의 경계라고도 할 수 없는 경계조차 잊고 침을 줄줄 흘리며 데스-데스- 달려온다.

"네, 축하~"
"뎃스?웅♪ 데스데스우~~……데갸!"

조금만 더 가면 발밑에 이르려던 시점에 실장석은 토시아키가 신은 "매직테이프" 구두에 안면을 가격당해 쓰러졌다. 힘껏 차지않아 넘어졌을 뿐.
여기까지 와서 방파제에서 굴러 떨어져서야 눈뜨고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유감이군. 자, 자기 역할을 해라. 주로 내가 정한 역할이지만."
"데, 데샤, 데갸, 데브, 그뱌아, 데갸아!"

도착 축하의 의미로 여러번 뭉개지지 않을 정도로 짓밟아 날뛰지 못하도록 했다. 녹초가 된 실장석의 바지와 옷을 가위로 갈기갈기 찢었다.

"데갸-갸-갸!"
"이봐, 난폭하게 굴지마......뭐, 그래 봤자지만..."

허둥대 날뛴 탓에 몇번이나 가위가 실장석의 몸에 푹푹 박힌 것은 덤. 찢어진 옷과 바지를 드문드문 있는 등대용 전신주 밑동에 고정된 쓰레기 통에 처넣었다. 선객이 있었는지 실장복과 머리카락의 잔해가 쌓여 있었다. 뭐, 드문 일도 아니다.

한탄할 틈도 주지 않고, 이번에는 뒷머리 두 갈래를 이어서 묶고, 로프에 고정시켰다. 역할을 주기 전에 뱃속을 깨끗이 해놓지 않으면 방파제 위를 더럽히게 되고 미끼가 오물에 오염되어....만지고 싶지 않게 된다. 데에-데에-하고 우는 실장석의 입에 저압 도돈빠를 던지니 당장 실장석이 희색을 띠었다. 그동안 어떤 꼴을 당했는지도 잊은 것일까? 정말 웃기는 생물이다.

(즉효성이니까. 스피드가 생명이야.)

도돈파의 식감이 어떤지 실장석이 지껄일 틈도 주지않고, 토시아키는 실장석을 항구 쪽 바다에 집어 던졌다. 첨벙-하는 좋은 소리가 들린 뒤 듣기 흉한 울음소리와 바닷물을 휘젖는 소리가 울린다. 항구에 퍼지는 조용한 물결 사이로 실장석이 멋지게 빠져 있다. 저물어 가는 석양에 비친 바닷물 위로 실장석의 못생긴 얼굴이 떳다 가라앉았다 떳다 가라앉았다....
주위 바닷물에 녹색의 막이 살짝 떠올랐다.

"잘 시달리고 있어라! 그래야 배에서 똥이 전부 빠지지!"

익사 직전까지 바다 수영을 즐기게 하다가, 방파제 위로 끌어 올리고 배를 몇대 차서 총배설 구에서 똥을 더 안나오는 걸 확인. 봄에 추운 해수욕을 즐긴 때문인지, 아주 '바람직하게' 약해져 부들-부들- 경련하고 있는 실장석. 녹초가 된 실장석에게서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독라로 만든다. 별 의미는 없지만 기분 문제다.

"데, 데에에에에에……"

소중한 머리를 뜯겨도 약해빠진 실장석에겐 큰 저항이란 게 불가능. 그 다음 순서로 '미끼구더기'를 필요한 만큼 강제 출산시키고, 가져온 비닐 봉투에 처넣어 쓰레기통에 동여매면 좋다. 녀석이 구더기를 못 낳게 되면 낚시는 종료. 남겨진 '미이라'는 근처에 있는 방파제 암벽에 버리면 게나 바다생물들이 처리한다.

"테치이?!"

당장 빨간 잉크를 한 손에 들고 실장석에게 다가가는 토시아키 옆을 슬며시 지나가는 그림자 하나. 잠깐 잊고 있던 새끼 실장이다. 새끼 실장은 누워서 데에-데에- 신음하는 자기 친실장의 품에 다가가서

"테치이- 테치이- 테치이이이이-"

하며 토닥토닥 발차기나 때리기를 시전한다. 게다가 토시아키를 슬쩍슬쩍 봐가면서.

별일도 아니다. 아까까지 기겁을 하면서 친실장의 참극을 보던 새끼 실장이 다음은 자기 차례라고 제멋대로 판단, 토시아키에게 아양을 떨며 자기라도 살아남으려고 건방진 짓을 하는 것이다.

경멸의 눈빛으로 새끼 실장의 싸구려 연극을 보던 토시아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올라, 새끼 실장을 잡고 상의 주머니를 뒤졌다.

"테치, 테츄테츄 ♪"

마음에 들게 되었다고 판단한 새끼 실장은 손발을 파닥파닥 움직이며 뭔가 지껄여 대지만 토시아키는 아랑곳 않고 뭔가 막대기 같은 물건을 꺼냈다. 새끼 실장이 원하는 별사탕은 아니다. '떡밥만들기'에 쓰는 붉은 유성 펜이다. 그걸 새끼 실장의 초록색 눈에 묻히고 재빨리 바지를 벗겨서, 자기가 노리던 포인트에 재빨리 조준-투척!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텟테레? ♪"
"텟테레? ♪"
"텟테레? ♪"
"텟테레? ♪"
"텟테레? ♪"
"텟테레? ♪"
"텟테레뱌!""

공중을 날던 새끼 실장이 강제출산된 구더기를 기세 좋게 흩뿌리며 해면에 쳐박혔다.




공중에서 태어난 구더기들은 해면에 떨어졌을 때 전부 쇼크사. 새끼 실장도 몇분 해상에서 구더기들을 낳으며 허우적거리다, 바닷 물결 사이로 사라졌다.

"이걸로 떡밥 대신은 됐겠지. 새끼 분충도 잘 쓰면 도움이 된다니까."

토시아키는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친실장의 녹색 눈에 빨간 잉크를 흘렸다.

"데에?엥, 데에에에에엥-!"
"자, 볼락이 낚이도록 큼직한 구더기짱을 많이 낳아 줘!"

무섭게 부풀어 오르는 배를 즐겁게 지켜보는 토시아키의 귀에 실장석 여러마리의 비명과 울음 소리가 들린다. 둘러보니 방파제 끝의 여러 사람들도 몇 마리의 실장석에게 강제출산을 시키고 있었다. 미이라 상태가 된 한마리는 아무렇게나 바다에 던져지고 있었고.

"아-, 그렇지, 그렇지"




평소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정도를 지나, 인간에게 민폐를 끼치는 실장석. 그러나 쓰기에 따라서는 이렇게 인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좋지? 넌 인간님께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된 거야!"
"데히이이이이, 데에에에에에엥!"
"텟테레? ♪"
"텟테레? ♪"
"텟테레? ♪"
"텟테레? ♪"
"텟테레? ♪"

토시아키에게 칭찬을 들은 실장석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잇달아 바구니 속에 큼직한 구더기들을 낳아 간다. 그 기세가 약간 주춤해진 포인트에서 바닷물로 잉크를 씻고, 출산이 멎은 순간 부터 울부짖는 실장석을 비닐 봉지에 처넣어 쓰레기통 옆에 굴려 놓았다.

"자, 낚시 타임?"

프니-프니-하고 울고 있는 구더기 실장의 입부터 총배설구 쪽으로 바늘을 찌르다 멈춘다. 힘 조절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별 문제 없이 준비가 완료된다. 자, 기념비적인 첫빳다를 받은 구더기짱에게 말을 걸어 볼까?

"레피이이이이이."




"좋아! 구더기짱. 큰 바다에서 물고기씨에게 프니-프니- 많이 받아라!"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방파제 아래으로 떨어뜨린다. 콘크리트 사이에 바닷물이 소용돌이 치고 있는 바로 그 포인트이다.

"자, 어서 와요, 어서 와요. 볼락짱……"

기대하는 토시아키의 시선 끝. 해가 져서 깜깜해진 바다의 바닥 근처에서 잠시 동안 구더기는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왜 인간씨는 프니프니를 안 해주는 건지?
왜 마마는 구하러 오지 않는 건지?

이런 저런 부조리들을 격심한 고통속에서 그 부족한 머리로 생각하던 구더기짱.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곧 사라졌다.

바위 그늘에서 나온 물고기---볼락이 눈앞으로 내려온 구더기를 물었기 때문이다.

"레핏!"

머리를 잘게 씹혀 불쌍하게 절명한 구더기 실장.

분명, 이 볼락은 낚여지리라. 그리고 삶겨지거나 튀겨질 것이다. 토시아키는 맛있는 볼락을 먹으며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고마워, 구더기짱. 구더기짱 덕분에 볼락을 낚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찮은 낚시 미끼 따위는 금방 잊어버릴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날 토시아키는 볼락 몇 마리에 송사리 몇 마리를 잡았다. 구더기는 모두 미끼로 흩어지고, 미이라가 된 친실장은 돌아갈 때 바다에 내동댕이쳤다.

이는 '걸어다니는 산업폐기물' 로 알려진 들실장이 희한하게도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희소한 예이다.



-끝



댓글 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