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 뽑기 기계


어떤 슈퍼의 앞에 설치되어 있는 실장석 뽑기 기계.
몇백엔을 넣으면 청색이나 핑크색, 오렌지색, 녹색을 한 싸구려 캡슐이 굴러 나오고 그걸 열면 위석에 연결되어 있는 특수한 자물쇠가 풀려서 자물쇠에 의해 의식을 잃고 잠들어 있던 실장석 시리즈가 깨어나 동화같은 연출로 그 사람의 소유물이 된다는 상품이다.


최근에 만들어진 이 뽑기 기계는 운이 좋으면 가사에 도움이 되는 실창석 등을 단돈 수백엔에 살 수 있다는 점도 있어 근처의 소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어 있었다.

[자 오늘은 뭐가 나올까...]

딸칵딸칵... 데굴데굴...

파칵....

[텟테레-]
[뭐야, 또 그냥 자실장이잖아... 이녀석 기분 나쁜데다가 귀찮으니까 필요없는데...]
[테?]
[그렇다고 여기서 밟아죽여 놔두면 가게 주인에게 혼나고... 저번처럼 해 버릴까...]

소년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본 후, 적당한 크기의 돌을 찾아 주웠다.
그리고 신기한듯 [??] 표정을 짓고 있는 내용물을 캡슐 한 쪽에 우겨넣고 캡슐의 다른 한쪽에는 주운 돌을 넣은 다음에 두 쪽을 합쳐 힘으로 눌러서 억지로 닫는다.

우직!

[테부! 데츄부아!!]

소년은 질식방지용의 조그만 공기구멍에서 녹색과 적색이 섞인 체액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손가락에 묻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캡슐을 잡아 뽑기 기계에서 대각선으로 뒷편에 있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자라고 있는 수풀에다 던져 버렸다.

푸석... 통통통...

캡슐이 구르다 멈춘 걸 확인한 소년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서서 가버렸다.




수일 후...


장을 보러 온 주부가 자동문을 통해 밖에 나왔을 때, 기묘한 신음소리 같은 것을 희미하게 들었다.
주부는 처음엔 잘못 들었나 생각하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 신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주부는 조심조심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간다.

[쥬우우우....주아아아...]      [테-...테치츄-....]

그리고 주부가 소년이 캡슐을 던졌던 건물 사이에 오자 주부는 그 정체를 목격해 버렸다.

거기에는 많은 소년들이 잔혹하게도 "쓸데없어", "꽝"이라고 판단했던 [내용물]이 캡슐에 담긴채로 대량으로 버려져 있었다.
그곳에는 캡슐이 빠지거나 깨져서 캡슐 안의 부패한 사체가 보이는 것도 있다.

소년들은 살려둔 채로 내용물을 버리는 것을 꺼림칙해서인지 일단은 내용물을 죽여서 버리기는 했지만 역시나 어린아이라는 건 일을 대충대충 하기 마련이라 뒷처리에 소흘히 할 때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탓만은 아니다.

원래 실장석이란 것이 생명력이 강한 종이기도 하지만 뽑기 기계용으로 사용된 개체는 공장에서 캡슐에 담긴 후 위석에 특수한 자물쇠를 연결하여 잠들기 전에 수면 중의 양분으로 소모되라고 영양을 함유한 특수한 필름으로 위석에 코팅 처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코팅에 의해 자물쇠가 오작동하여 위석에 상처를 주거나 운송중의 쇼크 등의 이유로 개체가 대미지를 입어도 어지간한 일로는 죽지 않고 고객의 손에 살아있는 상품이 확실히 들어갈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물론 아쉽게도 이렇게 해도 죽을 확률이 완전히 제로는 아니다.
 "캡슐을 열었더니 자실장과 자실장이 낳았다고 생각되는 저실장 여러 마리가  찌그러진 사체가 된 채로 들어 있었다" 던가
 "캡슐을 열었을 때 이미 두 눈의 색이 하얗게 변해 있었고, 게다가 대량의 똥이 새어나와 손에 묻었다"등의 불만이 한달에 몇 건 정도는 올라오고 있다.
 이것은 어떤 원인에 의해 개체가 캡슐에 포장되기 전에 임신하고 있었던지 똥빼기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일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이 코팅이 살고싶지 않아도 억지로 살아있게 만들어 버린다고 할 수 있다.
그 탓에 캡슐에 돌과 함께 찌그러져 가두어진 상태로 며칠간, 스트레스로 인한 위석자괴도 허용되지 않은채로 고통받으면서 죽지도 못하고 있던 개체도 적지 않게 있었던 것이다.

[테지-...]           (괴로운테치)
[테후치-....]        (이제 죽고싶은데치)
[레-]               (배 푸니푸니해주는레후....)
[테....]                (....)

이 뽑기 기계는 원래 국내의 다양한 실장산업에 있어 각각의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 자실장 중에 어느 정도 똑똑하다고 판별된 개체를 쉽게 장사에 이용할 수 없을까?
...하는 발상에서 개발된 것이다.

상품 원가는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매력적인 미끼 상품을 당첨상품으로 준비하는 게 가능했다. (실창석등)
혹시나 꽝인 실장석이 나와도 나름대로 선별된 독똑한 개체이기 때문에, 펫샵의 정식 판매용 자실장급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하더라도 아이들의 주머니 사정으로도 쉽게 구하는 장난감 겸 애완동물로는 즐길 수 있을 것이었다.

즉, "아이들의 왕성한 호기심을 이용하여 실장시리즈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실장산업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또한 돈벌이도 되는 멋진 도구" 정도로... 개발진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실장이 캡슐에 담겨져 밖의 세계에 나올 때까지는 각자 가지가지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태어나서 곧바로 어미의 얼굴도 모르는 사이에 끌려가, 정신이 들어보니 캡슐에 밀려들어가 있고 무섭기도 하고 괴롭기도 했지만 하얀 옷을 입은 닌겐에게
[너는 선택받은 자란다. 다음에 눈을 뜰 때면 거기에서 나와 상냥한 닌겐씨에게 키워지는 행복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단다.]
...라는 말을 들고 기분이 좋아져 [테츄챠---!]하고 울었더니 그 순간 왠지 너무나 졸려서 정신을 잃어버린 자실장.

처음에는 다른 많은 동료들과 함께 언제나 같은 닌겐씨에게 달콤한 콘페이토를 받아 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침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다른 아이는 모두 하얀 실로 된 덩어리같은 것이 되어 버려서 말을 걸어도 흔들어도 아무 것도 답해주지 않아 혼자 쓸쓸해 울고 있었더니 평소의 인간씨에게 막대기 같은 걸로 집혀서 낯선 방에 끌려가고, 차로 운송되고, 정신이 들자 마찬가지로 캡슐에 밀려들어가서 그 후 잠재워진 자.

그러나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어서 빨리 자신을 가둔 캡슐로부터 해방되어 밖의 세계에서 희망의 빛에 쌓여 따뜻한 생활을 보내고 싶었던 것은 틀림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쳇, 필요없어-]
[데쟈와-]
[텟테레-...테, 테치...? 테쥬붸]
[하아... 죽어, 죽어]
[테...!]
 콰직

그렇게나 무서웠는데, 그렇게나 괴로웠는데, 밖의 생활은 너무나 너무나 오래 기다려야 했는데 자신이 밖에 나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기쁨에 겨워 그렇게나 *귀여운 소리로* 울었었는데.... (*자실장 기준)
                                   

[텟테레-! 테치 테치테치이! 텟테테테치테치!]  (닌겐상! 와타치를 키워주는테치네? 고마운테치! 일단 콘페이토를 주시는테치!)
[.....]

....빠직

인간에 의해 너무나도 허무하게 그 꿈과 희망이 파괴되어 어떤 자실장은 즉사하고 어떤 자실장은 거의 죽어가는 채로 인간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버려졌다.
그 개체는 좁은 캡슐 안에서 생각했다.

힘들어. 괴로워. 아파.

[테테치 테치이....]  "와타치는 뭘 위해 태어난테치카...?"

그 절망은 어느샌가 인간에 대한 원망으로 변했던 것이다.
그리고 울어댔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닌겐에의 저주를 담아, 낮고 슬프게, 절망적으로.
그 주부가 들었던 소리라는 건 그야말로 그러한 그녀들의 소리였던 것이다.

[쥬우우우....쥬아아아...]   (닌겐....어째서 속인데치...왜 그런데치...)
[테-...테치큐-...]          (누가 이런데치.... 원망하는데...치... 원망하는데치 원망하는데...치...)

당연하게도 며칠 후 뽑기 기계는 철거되었다.
동시에 투기되어 흩어져있던 캡슐도 그 슈퍼의 점원에 의해 청소되었다.
집게로 캡슐을 집어서 쓰레기봉투에 담는 점원.
집게로 집을 때 캡슐이 열려 안에서 썩기 시작한 절망해버린 표정의 자실장의 사체가 굴러 나온다.
그러나 점원은 별 말 없이 담담히 일을 수행할 뿐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슈퍼의 뽑기 기계 코너에는 다른 종류의 새로운 뽑기 기계가 설치되어, 주민들은 모두 실장 뽑기 기계따위 완전히 잊어버린 듯 하다.

그러나 소년들도 그럴까 하면, 결코 그렇지 않았다.
철거 소동 뒤 한동안 공원의 실장석의 수가 눈에 보이게 줄어들었던 것이다.
소년들의 뇌에는 확실이 그 때의 자실장의 비명, 절망, 체액의 색, 냄새가 들러붙었다.
그리고 어느사이엔가 실장석의 목숨을 가지고 노는 일에 기쁨, 쾌감을 느끼도록 그것이 성장한 것이다.
아무래도 아이들의 실장시리즈에의 이해를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었던 실장 뽑기 개발진의 의도대로 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의 또 다른 방향으로 실장시리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모양이다.



[실은... 나는 처음부터 그것을 노린 거였지만....]


-끝







 이것도 상당히 옛날에 봤던 기억이 있음.

댓글 3개:

  1. 어린애들에게 참교육하는 기구인 데스
    저 아이들이 자라난 닝겐사회는 우리들세상과 같을 거인 데스우 데프프프프

    답글삭제
  2. 이거 유툽에 짧은 애니도 있던데

    답글삭제
  3. https://youtu.be/kdqH0ciOqE4

    애니 버전 ㅋㅋ 더빙도 되어있음 ㅋ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