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연화제

[이런 것따위 못마시는다와!]



실홍석은 내가 내온 홍차를 엎질러 버렸다.

가까운 슈퍼에서 사 온 고급 홍차. 슈퍼에서 팔고 있는 것이므로 고급이라고 해도 수준은 뻔하다.

진짜 초고급품에 익숙해진 저 아이에게는 아마 맛대가리도 없겠지.

나는 제법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엎어진 찻잔을 치우면서 나는 걸레를 준비했다.




“이봐... 분에 넘치는 소리는 그쯤 해두시지 그래"



나는 걸레로 테이블을 닦는다.



이 실홍석은, 친구가 기르고 있는 아이. 이름은... 들었지만 잊어버렸다. 나는 아가씨(お嬢, 오죠)라고 부르고 있다.

그냥 실홍석이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좀 나을려나.



훈육에 실패하고 완전히 분충화 해버려, 손 쓸 방도도 없이 나에게 재훈육과 행동교정을 부탁해 왔다.

장부를 기록하느라 하루 종일 집에 있기 때문에, 일단은 부탁을 받아들였다.

나도 한가하지는 않지만, 마감이라든가 있고.



테이블에 놓아둔 만능 실장번역기(=링갈)는 내충격 및 내수기능이 있기 때문에, 다행히 파손되지는 않았다.



[몸종, 새로운 홍차를 준비하는 다와!]



“어이, 나는 너의 몸종이 아냐”



휘익!



팔을 목표로 해서 날카로운 트윈 테일이 날아든다.



나는 간단히 그것을 피하고, 가볍게 미소지었다.

실홍석의 트윈 테일.

회초리와 같이 두드릴 수도 있고, 칼과 같이 자를 수도 있다. 단순히 유연한 머리털로 두드리거나 자르는 것도 할 수 있다.

이건 꽤나 볼만한걸.



“정말이지 말괄량이로군”



나는 절레절레 손을 흔들었다.



재훈육을 한다고 해도, 절대로 폭력을 쓰지 않는 것이 내 신조이다.

생물이건, 실장석을 포함한 실장종이건 나는 때리거나 차거나 폭력을 쓰는 싫었다.

흉터나 타박상, 파손한 조직이나 피를 보는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폭력반대~



[무능한 몸종에게는 용건이 없는 것이다와. 앞의 유능한 몸종의 집에 되돌리는다와!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하는다와!]



삐이익-



경고음이 울린다.



실홍석이 벽에 걸어 있었던 스피커에 시선을 돌렸다.



[무슨 소리 나노다와?]



마당의 텃밭에 설치해 놓은 덫에 뭔가 걸렸을 때의 반응이다.

때때로 먹이를 찾아 침입해 오는 들실장이 덫에 걸린 것 같다.



'그럼 어디... 시작해 볼까'



나는 숨겨 가지고 있었던 바늘침을, 재빨리 실홍석의 미간에 찌른 후 뽑았다.



당황해서 미간을 누르는 실홍석.

그러나 이미 늦었다. 바늘에 칠해져 있었던 실장수면제 <네무리> 의 약효가 퍼지면서, 실홍석은 쓰러졌다.











[몸종, 무슨 무례한 짓을 하는 나노!? 빨리 와타시(ワタシ)를 해방하는 다와!]



작업실로 쓰고 있는 거실.



의자에 묶인 실홍석이, 이리저리 구속을 풀어보려 애쓰고 있다.



실홍석 사이즈의 의자. 홈센터(DIY용품을 주로 파는 대형 마켓)에서 재료를 사서 즉석에서 만들었다.

높은 등받이와 팔걸이가 딸려 있고, 허리와 어깨와 좌우의 팔을, 끈으로 묶어서 빈틈없이 구속해 뒀다.



정면에는 작은 거울이 실홍석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거기에서 잠자코 있어. 재미있는 걸 보여주지.”



[재미있는 것 따위 아무래도 좋은다와! 와타시를 해방하는 나노다와!]



실홍석을 무시하고, 나는 수조에 처넣은 들실장 가족을 바라보았다.



[닌겐, 와타시를 여기에서 꺼내라데스!]

[꺼내라테스!]

[꺼내테치!]

[꺼내는레치!]

[레후~]



어미 한 마리에 중실장 한 마리, 자실장도 한 마리, 엄지도 한 마리, 우지(구더기)도 한 마리.



'재미있는 구성이군...'



크기도 외모도 어디에나 있는 보통 실장석으로 지능도 보통으로 보인다.

똥을 지리지 않도록 도돈파를 먹여 똥제거를 하여 옷을 빼앗는다.

이후 신체에 세정제(오물과 함께 피부를 엷게 녹이는 약)로 씻고 나서 옷을 입히고, 수조에 처넣는다.

시간도 걸리고 귀찮지만 이후의 설계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다.



“자자 조용히 조용히~ 꺼내 줄 꺼니까”



밑바닥에 신문지를 4장 펼치고, 도구상자로부터 주사기와 작은 병을 꺼냈다. 옆에는 2종류의 스프레이가 놓여 있다.

주사기에 액체를 주입하고, 나는 자실장을 집어 올렸다.



[테챠앗! 놔라테치이잇!]



주사기를 재빠르게 자실장의 심장에 찌르고, 액체를 주입한다.

주사기를 밑바닥에 두고 나서, 자실장을 신문지에 내렸다.



“아가씨, 잘 보라고”



[빨리 와타시를 해방하는 다와!]



자실장의 50센티미터 앞에 별사탕을 둔다.



[테츄웃! 콘페이토 테치♫]



자실장은 별사탕을 목표로 하고, 달려 간다.



[테벳] 



약속이나 한 듯 넘어진다. 기세좋게 얼굴부터 신문지에 쳐박았다.



[츄우게에엣... 너머어져어따데치이]



일어난 자실장.

분명히 목소리가 이상하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둥글었던 얼굴이, 납작해졌다.

얼굴뿐만 아니라 몸이나 손도 밑바닥에 부딪친 부분이, 마치 찰흙처럼 납작해져버렸다.

게다가 오른쪽 다리가 떨어져 나갔다.



[쥬아아앗...!? 와다지의 발이... 떨어져 나간 데지이이...]



“그렇지만 아프지는 않지?”



[지이잇...??]



자실장은 깜짝 놀란 것 같이 자신의 발을 쓰다듬고,



[아푸지느운 안타아 데쥬우♪]



“거 참 잘됐구만 그래”



나는 자실장을 잡아 올렸다.

준비해 둔 스프레이를 몇 번인가 뿌리고 나서, 양손으로 감싸고, 주먹밥을 빚는 것처럼 장갑 낀 양손으로 눌렀다.



[쥬우, 쥬게에에엑, 쥬비이이익]



몹시 괴로운 느낌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만, 나는 무시하고 작업을 계속했다.

주먹밥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힘조절이 상당히 어렵다. 그래도 솜씨있게 모양을 다듬어 간다.



나는 완성된 것을 신문지 위에 두었다.



[쥬우우욱............]



둥그렇게 변한 자실장.

팔다리와 몸뚱이, 거기다 옷과 머리가 한 덩어리가 된 모습은, 야구공을 보는 것 같다.



[니인게엔... 바알리 와다지를 우언래애로오 도애도리누운 데쥬우우우......]



“허, 그게 가능할거라고 생각하냐”



나는 자실장의 떨어져나간 오른발을 잡아 한쪽 손으로 둥글게 반죽했다.

그것을 구형 자실장의 입에 억지로 집어넣고, 볼의 양측을 접착시키듯 짓이겼다.

도구상자로부터 꺼낸 나이프를 써서 변형한 입 주위의 피부와 억지로 들어간 발(이었던 것)을 옆면으로 뭉갠다.



구형 자실장의 입이 사라졌다.

최후에, 중화제 주사를 놓아서 마무리.



[…………..........]



피부색(살색)과 초록색과 다갈색이 섞인 경단.



빨강과 초록의 양쪽 눈으로부터 피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입이 완전히 막혀 있으므로 목소리가 나올 일은 없다.

입 안의 이도 혀도 완전 엉망진창으로 뭉개져 있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못먹는다. 내버려두면 얼마 안가 죽겠지.



“기다리셨습니다, 아가씨”



나는 구형 자실장을 실홍석 앞에 두었다.



“어때, 개꿀잼이지?”



[…………!!!]



실홍석은 꽤나 충격을 받았는지 그대로 굳은 채 자실장의 비참한 말로를 응시하고 있다.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다.

공포 때문인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게 눈에 보일 정도다.

저렇게 되느니, 차라리 맞아 죽는 쪽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려나.



“이것은, 실장연화제라고 하는 물건이다. 몸을 녹여버리는 액화제(도로리)를 개량한 물건이지."

"세포결합을 느슨하게 해서 점토처럼 만든다. 신경과 혈액도 질척하게 변해서 상처가 벌어져도 피가 안나고 통각은 작동하지 않지”



구형 자실장을 들어올려 그것을 바라보면서, 말을 계속했다.



“보통 생물이라면 즉사겠지만, 너희들 실석류는 안 죽더라구."

"여기에다 활성제랑 위석 자괴 방지제 등등 여러가지가 섞여 있다. 위석 꺼내는 건 귀찮아서 말이지"



내가 재잘재잘 잘도 떠드는 동안, 주사기를 꺼내 넋이 나간 실홍석의 흉부에 찔렀다.

되도록이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왼손을 계속 움직여 주의를 끌면서.



[다, 다왓#$%#?!]



실홍석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주사바늘이 심장 근처에 도달하고 있었다.

나는 벌벌 떨고있는 실홍석을 보면서 말을 걸었다.



“말해 두지만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팔다리가 떨어지면 고치기가 상당히 힘들거든. 뼈나 근육이 변형해도 마찬가지야. 이를 악무는 행위도 위험하지. 이와 잇몸이 변형해서 평생 징그러운 모습이 되어버릴껄? 목소리를 내지마. 성대가 변형해 버려서 저기 있는 공 실장과 같이 제대로 된 목소리가 안나와. 눈을 깜빡이는 것도 그만둬라. 하지만 몸을 경직시키는 것이 100% 안전하다고도 말할 수 없지. 경직된 근육이 뼈에 뭉개지고, 체격이 흉측하게 변화해 버려서 다시는 회복을 못하니깐."



[기, 기다리는 다와...]



무시하고, 주사기의 끝을 눌러 약물을 주입한 다음 주사기를 뽑았다.

실장연화제가 주입된다.



심장에 보내진 연화제는 혈액을 타고 전신의 조직에 널리 퍼지고, 몸을 찰흙처럼 천천히 변화시켜 갔다.



움직이지 못하게 된 실홍석에게, 나는 스프레이로 연화제를 뿌린다.

실석류의 머리나 옷은 인간의 머리카락이 단백질이듯 기본적으로 자신의 몸과 같은 재질이다.

이 실홍석은 태어나면서부터 입고 있는 자신의 옷에 애착이 있는 것 같다.

인간이 만든 옷은 어떻게 호화스러운 것이라도 어지간한 것이 아닌 한 입지 않을 뿐더러 자신의 옷을 버리는 일도 없다.



시간이 꽤 지났다. 이것으로, 머리며 옷도 모두 찰흙같은 점토질로 변해버렸다.



“그런데, 너 말이야"



나는 말을 걸었다.

실장액화제의 작은 병을, 구형 자실장의 옆에 둔다.



실홍석은 공포와 노기가 섞인 시선으로 눈이 빨개져 나를 노려보고 있다.

대답은 못 하겠지. 성대가 변형해 버릴테니.



“어쩌면 너는 지금 주사를 놓은 액체가 사실은 단순히 물이 아닐까? 라고 의심할지도 모른다. 가짜 약을 넣은 주사를 놓고,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감히 자신을 진지하게 망가뜨릴 의도는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뭐 그런 따위의 희망? 행복회로? 같은 걸 돌리는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너희들 실석류 생물의 공통점이니까."



"안타깝지만, 그 희망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줄께"



나는 싸늘한 시선으로 실홍석의 소매를 걷었다.



실홍석은 완전히 공포에 질렸는지 꼼짝도 못하는것 같다.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 그대로다. 어지간히 무서운 모양이다.



나는 가지고 있었던 나이프를 오른팔에 대고, 평평한 면으로 눌렀다.



동그란 손이 팔걸이에 눌려 마치 삶은 고구마처럼 간단하게 뭉개진다.

팔꿈치 앞에 있는 팔뚝 부분이 두께가 반이 되고, 폭은 두배로 퍼졌다.



왼팔에 나이프를 대고 쭉 가른다. 팔꿈치 바로 앞 부분이 깨끗하게 잘려나간다.

상처 자리로부터는 한 방울도 피가 흐르지 않는다. 아마 아픔도 전혀 느끼지 못할것이다.



“이걸로 주사는 진짜라고 증명이 됐다."



나는 나이프를 휙휙 돌리면서 천천히, 그러나 조용히 낄낄 웃었다.



실홍석은 공포에 찬 눈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공포로 완전 압도당한 것인지 분노나 미움의 감정은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고 역시 실장석과는 다르게 똥을 지리거나 하지는 않는군.



그러나 도망칠 수도 없고, 공포에 견디기 위해 몸을 웅크릴수도 없다.



“거기의 어미와 새끼"



수조의 구석에 머리를 감싸고 웅크린 실장석의 부모와 자식에게 시선을 돌린다.

믿을 수 없는 끔찍한 광경에 완전히 넋이 나갔는지 대답은 없었다.



나는 수조에 손을 집어넣고, 구더기를 집어 들었다.



[레후~ 레후~]

[우지챠아아아!!]



양손을 하늘로 향한 채 쫓아오는 엄지.



“아. 너도 올래?"



[렛? 레챠아아잇!!]



놀라는 엄지실장을 집어 올리고, 구더기와 함께 신문지 위에 둔다.



[레후~ 레후~ 프니프니 하는 레후~]



자신이 처한 위기를 이해 못하는지 조르기를 하고 있는 구더기.

구더기에게 지능이라고 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지만.



[레챠아아...]



엄지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였다.

일단, 자신이 (아마도 생애 최대의) 위기에 처한 것은 이해하고 있기는 한 것 같다. 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구더기를 지키려는 듯이 구더기 앞에 서서 양손을 쳐든다.



[우지챠는 와타치가 지키는 레치! 닌겐! 빨리 덤비는 레챠아아아!!]



“오케오케"



나는 기분 좋게 승낙하고, 주사기를 엄지의 가슴에 찔렀다.

문자 그대로 엄지손가락 정도의 사이즈의 대상의 그 더욱 작은 심장에 주사 바늘을 집어넣는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곡예다.수없이 해본 연습으로 익숙해졌지만, 조금만 삐끗해도 실패한다.



주사기 끝을 아주 살짝 누르고 나서 구더기에도 주사기를 놓는다.



[레, 레렛? 레챠아아아]

[레햐아아아]



연화제를 주입하고나서, 주사기를 내려놓았다.



“안심해라. 죽이지는 않아"



[정말 레치이...?]



“응. 그러나 『죽는다』 라고 하는 것은, 꽤나 편한 선택이지"



말하면서, 엄지를 집어 올린다.

실장복과 속옷과 구두를 벗겨내고, 뒷머리를 뽑는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빠른 속도였다.

양손을 재빠르게 움직여 엄지의 팔다리를 뭉개고, 몸을 동그란 공처럼 만든다.



[레지이이잇]



나는 구더기의 옷도 벗겨내고, 동글게 만든 엄지를 집어올린다.

둘을 붙인 채 그대로 반죽한다. 능숙한 솜씨로 가공해 간다.



[레지이이익, 레쟈아아아악]

[레히이이이이]



완성된 것을 신문지 위에 둔다.

머리가 둘 있는, 2인분 사이즈의 구더기.



벗겨낸 실장복에 연화제를 뿌려 한번 둥글게 하고나서 잡아 늘린다. 그래서 쌍두구더기를 감싸 새로운 옷으로 한다.

마지막으로 중화제의 주사와 스프레이를 뿌려 종료.



“엄지야, 이것으로 쭉 구더기와 함께다. 좋지? 좋아죽겠지?"



[레후~ 레후~ 항상 함께 레후~♪]



기쁜 듯이 꼬리를 좌우로 흔드는 움직이는 구더기. 과연 구더기. 머리는 장식품인가.

한편 원래 엄지였던 것은, 완전히 절망했는지 얼굴을 있는대로 찡그린 채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싫은레지이... 와타지는 구더기 따위 되고 싶지 않은 레쟈아아아... 닌겐씨, 부탁 레지잇, 되돌려주는 레지이이이...]



“거 절 한 다"



나는, 쌍두구더기실장을 수조에 돌려주고, 중실장을 손으로 잡아올렸다.



[테샤아아아앗!! 놓는테샤앗! 테갸아아악!! 공 따위 되고싶지 않은 테쟈아아아!! 구더기따위도 되고 싶지 않은 테쟈아아!!]



미친듯이 몸부림치는 중실장.

어중간하게 지능이 있는 탓으로, 이제부터 자신에게 무엇이 일어나게 될 지를 알아차린듯 하다.

알든 말든 상관없다.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확실한 무간지옥 편도행이니까.



나는 주사를 놓고 나서 우선 입을 막았다.

위아래 입술을 뭉개고나서, 몇 번인가 손가락으로 주물럭거려 나이프로 평평하게 다듬는다.

이것으로,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입술을 찢으면 말할 수 있겠지만 실장석 따위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칠 리는 없겠지.



그리고 나서 옷에도 연화제 스프레이를 빈틈없이 뿌려놓는다.



“날뛰면 팔다리 떨어져~"



라고 말하자, 죽은듯이 얌전해졌다.

나는 중실장을 든 채, 실홍석을 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아가씨?”



[……………]



반응은 없다. 목소리를 낼 수도 없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마치 인형처럼.

단지 엷게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을 통해 살아 있는 것만은 알 수 있다.



“겁나서 성대는 못쓰는구나. 그럼 그냥 듣기만 해도 좋아. 나는 생물이건, 실석류이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싫다. 상냥한 것은 아니다. 때리거나 차거나 하면, 피가 흐른다. 상처자국은 징그럽고. 그러므로 폭력은 반대한다"



떠들면서 나는 중실장의 얼굴부터 총배설구까지의 중심선을 마음속으로 그리고 나이프의 날 반대 부분으로 수직으로 그었다.

동체의 좌우를 쥐고 쭈욱 잡아당긴다.



중심선을 경계로 몸의 좌우가 10센티미터 가까이 옆으로 납작하게 펴졌다.

그런데도 피부가 손상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내장도 근육도 노출하지 않고 있다.



[………………] 



"뭐, 더럽지 않은 학대를 목표로 했더니 여기까지 왔다"



중실장의 몸을 가슴을 중심으로 해서 반으로 접는다.

중실장의 뒤통수에 발이 닿고 있었다.

(인간으로 치자면 허리를 뒤로 접은 모습이다)



“이런 학대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실석류를 비롯한 생물에 있어서 죽음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편한 선택사항이다."

"생물이 진지하게 두려워하는 것은, 이런거지."



나는 중실장의 몸을 찰흙처럼 뭉개면서 돌기나 날개, 뿔과 같은 것을 빚는 놀이를 한다.

이미 실장석의 원형은 찾아볼 수 없게 되버렸다.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되는 것"



나는 원래 중실장이었던 반죽덩어리를 실홍석의 얼굴이 닿을랑말랑한 위치까지 들이민다.

실홍석의 파란 눈동자와, 중실장의 오드아이가 마주친다.



어떻게 묘사해야 될까... 이것은.



크툴루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괴물.

발이 일곱 개에 날개와 같은 것이 세 장, 귀가 있어야 할 부분에는 비틀어진 뿔과 같은 돌기가 한 쌍 나있다.



괴물체에 중화제 주사를 놓고, 수조에 되돌렸다.

이걸로 원래대로 돌아갈 길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파닥파닥 수족과 날개를 움직인다.

피눈물을 흘리며 수조 안를 기어다니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나는 어미실장을 잡아들었다.



“자, 최후는 네 차례다”



[데샤아아아앗!! 이 쿠소닌겐!! 데아아아!! 놓아라데스!! 와타시를 해방하는 데갸아악!! 데아아아아!!]



비명인지 애원인지 짖는 것을 무시하고 주사를 놓는다.

정면을 나를 향하게 해서, 목을 손가락으로 꾹 누른다.



[케에! 헤엣... 후욱......!!]



움푹 패어진 목을 팔로 감싼채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는 어미.

그러나 긁힌 목소리와 숨만이 새고 있다.



“아. 성대 찌부러져서 목소리 안나와"



[케엑.....!!]



눈을 크게 떠서 나를 보는, 어미실장.

나는 나이프를 움켜쥐었다. 아까부터 사용하고 있는 길이 15센티 정도의 얇은 나이프.

도신과 손잡이가 한 덩어리로 연결되어 있다. 점토 세공에 사용되는 것이다.

일단 확실히 날은 갈아 뒀으므로 자를 수는 있다.



“가만히 있어. 삐끗하면 너만 손해야”



나는 나이프를 꽉 쥐고 재빠르게 움직였다.



눈, 코, 뺨, 이마, 입, 턱. 개조해간다. 점토를 다루는 것과 그다지 차이는 없다.

익숙해질 때까지가 힘들지만 익숙해지면 제법 간단히 할 수 있다.



약 1분 정도 지나자 어미실장의 모습은 없어졌다.

게임에 나올법한 미소녀의 얼굴이 되어 있다.



동글동글한 눈동자에, 호리호리한 얼굴 생김새, 오똑한 콧날. 단지 몸이 실장석이므로, 심하게 부자연스럽다.

성형이 끝난 실장석에게 거울을 보여준다.



[헤후웅……!?]



공포로부터 벗어나 거울을 응시하며 놀람 반 기쁨 반인 어미실장.

나는 나이프를 든 채, 실홍석을 바라보았다.



“의식은 있나? 미쳐버린건 아니겠지?”



[……………]



실홍석은 희미하게 눈동자를 움직인다. 의식은 있는 모양이다. 눈은 아직 살아 있다.

아직 미쳐버리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만 상당히 정신적으로 지친 것 같다.



나는 나이프로 실홍삭의 볼을 살살 쓰다듬었다.



“구경은 잘했니? 지금처럼 못생긴 녀석의 얼굴을 고쳐줄 수도 있어. 물론, 반대 방법도 있지. 너를 들실장보다도 더 못생긴 얼굴로 바꿀 수도 있어. 이도저도 귀찮으면 그냥 뭉개버릴 수도 있지"



[………!!!]



실홍석의 눈으로부터 빨간 눈물이 흐른다. 숨죽여 오열하고 있다.



“이번은 일단 봐줄께”



나는 나이프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사악하게 웃었다.



“단지, 네가 몸종이라고 부르고 있었던 너의 주인이 너를 싫어하게 되면, 너는 버림받는다. 그 녀석은 물러터졌지. 네가 땡깡을 부리거나, 명령조로 말하지 않는 한, 너를 싫어할 일은 없다. 네 주인은 네가 꽤 맘에 든 것 같으니까. 이후 두 번 다시 몸종 따위의 말을 입 밖에 내지마라. 실석류 나부랭이인 너 따위는 인간이자 주인인 그 녀석에게 복종해라. 주인이 없으면, 너는 살아갈 수 없다. 그것을 잊지 않도록. 만약...”



휘익- 팍!



나이프가 실홍석 얼굴의 바로 옆에 꽃혔다.

꽤 쎄게 던졌는지 칼끝이 나무 재질의 의자에 움푹 박혀 있다.



실홍석의 정신은 육체로부터 반쯤 나가 있는 것 같다.

눈동자는 경련하고 있고, 다문 입에서는 조금씩 거품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작게, 몸을 떨고 있다.



싸늘한 어조를 바꾸지 않고, 나는 쉼없이 말했다.



“네 주인이 너를 버리면, 그 때는 내가 맡는다. 네년이 새로운 몸종 따위의 생각을 한다면... 뭐 그건 그것대로 좋다. 널 실장 오브제 재료로 쓸꺼야. 진지하게, 심혈을 기울여 세공해주지. 저쪽의 실장석 따위는 비교도 못 할 정도의 기형적인 모습으로 만들어주마. 물론 빈틈없이 약을 쓸테니 죽지도 자지도 못하게 되겠지."



나는 말을 이어갔다.



“장난감처럼 학대하면서 가지고 논다. 죽이지 않고 살려서, 계속해서 고통을 가한다. 나 혹은 너를 매입한 사람이 너에게 질리고, 운이 좋으면, 정말로 하늘이 도우면, 그때는 죽을 수 있을 지도 모르지”



[…………]



전혀 움직이지 않고, 말도 하지 못한 채 양쪽 눈으로부터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는 실홍석.

그 모습은, 인형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나이프를 빼내고, 변형시킨 오른팔과 자른 왼팔을 원래 상태로 되돌렸다.

끊어진 왼 팔은 피부를 이어 고치고, 원래의 형태로 다시 만든다.

나중에, 실장활성제의 희석액을 마시게 하면 완전히 상처는 사라질 것이다.



“이건 선물이다”



나는 나이프로 오른쪽 눈 밑에 작은 별표를 그렸다. 피부가 얕게 패인 별표.

그로부터, 중화제를 심장에 주사하고 마찬가지로 옷에도 뿌린다..

이것으로 원래로 돌아갈 것이다.



“정신이 들었으면 움직여도 좋아. 시간이 꽤 지났으니 괜찮겠지."



고정시킨 끈을 풀고 나서, 나는 거울을 보면서 황홀해하고 있는 어미실장을 움켜쥐었다.



[헤후...........!?]



“빌어먹을 썅... 극혐이네 진짜”



[게에...........!!]



어미실장의 얼굴을 왼쪽 손으로 단번에 뭉개버린다.

느물느물 얼굴이 원래 형태를 잃어 간다. 눈이나 입이나 코가 섞여 갔다.

어미실장이 몸부림치자 양쪽 발이 끊어져 밑바닥에 떨어진다. 불과 몇 초로 얼굴은 알아볼 수 없게 됐다.



나는 나이프를 움켜쥐고, 울퉁불퉁한 얼굴을 평평하게 만든다. 밋밋한 완성.

수족을 적당히 서로 연결시키고, 중화제를 주사한 뒤 마무리.



[…………!!]



어미실장은 누운 채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고 나서, 원래라면 눈이 있는 위치에 손을 얹었다.

지금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목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아무래도 오열하고 있는 것 같다.



코도 입도 없는데도, 질식은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실장석이라고 해야할까.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로 기분 더럽다. 퉷”











나는 식탁에서 조용히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저... 닌겐님... 드디어 움직일 수 있게 된 나노다와...]



“늦어” 



다리가 풀린 듯 휘청휘청 걸어오는 실홍석.

지금까지 고압적인 태도인 태도는 어디 간 건지 빌려온 고양이와 같이, 얌전해졌다.

얌전해졌다기 보다는... 분명히 무서워하고 있다. 아무래도, 조금 지나쳤던 것 같다.



“거기에 앉아. 홍차 준비해줄테니."



[알겠습니다와]



실홍석은 의자에 기어올라 테이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까 전에는 직접 안아 올려라 몸종! 이라고 말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말하는 용기는 없겠지.

나는 홍차를 따라서 실홍석 앞에 둔다.



“하나 물어봐도돼?"



[무엇입니다와…?]



“너, 이름이 뭐였지?"





-끝





부록



그럼, 실장 3분 쿠킹을 시작합니다. 우선은 성체 실장 한 마리.

연화제 주사를 놓고, 스프레이를 몸에 빈틈없이 뿌린 뒤, 적당히 반죽해 돌려서 공 모양으로 만듭니다.



여기에는 아까 얼굴이 뒤죽박죽이 된 어미실장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몸부림치고 있습니다만 무시합시다.

눌러서 으깨고 적당히 반죽해서 전신의 조직이 서로 섞이게 해서 동그랗게 만듭니다.



네, 완성.



이것은, 만두로 따지면 만두피의 부분이지요.

실룩실룩 경련하고 있습니다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다음은 만두의 속 부분입니다.

괴물체가 된 중실장을 상자에 처넣습니다.



최초에 안구를 빼 둡시다. 나중에 사용합니다.

시각을 빼앗긴 괴물체 실장. 이리저리 날뜁니다만 무시합니다.



액화제를 조금 많게 주사를 놓습니다. 네, 훌륭하게 녹았습니다.

몸의 모든 기관이 혼합되고 있습니다만, 품질상 문제 없습니다.

똥도 옷도 머리도 하나가 되어서 녹고 있습니다만, 문제 없습니다.



중화제 주사를 놓고 싶어지는 유혹에 사로잡힙니다만, 견뎌 주십시오.

덧붙이자면, 여기에서 중화제를 주사하면, 조직 내부에서 똥이 부패하고, 그 독소에 의해 염증이 생깁니다.

결국에는 산 채로 몸이 썩어 간다고 하는, 재미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있으면, 한번쯤 해보셔도 좋습니다.



계속해서, 아까의 쌍두구더기와 구형 자실장을 녹은 액체실장에 처넣습니다.



[레프- 레프-]



[레히이이이, 레에에엥]



[…………!!]



액체실장의 액화제에 반응하여 녹아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즐겨 주십시오.



여기에서 미리 준비해 둔, 설탕을 더해 주십시오. 지극히 보통 설탕으로 괜찮습니다.

양은 3스푼 정도로 충분합니다. 다른 조미료를 섞어도 좋지요.



거기에, 시판하고 있는 겔화제를 투입하고, 뒤섞어 주십시오.



어디에서 팔고 있을지 모르는 사람은, 각자 구글로 검색하던가 해 주십시오.



한편, 반죽할때는 필히 장갑을 착용하고 맨손으로는 절대 하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액체화한 실장석이 피부에 붙으면, 간단히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액화제를 바르면 녹습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병원에 가야 할지도 모르므로 주의해 주십시오.



아까 둥글게 만든 어미실장을 막대로 잡아 늘리고, 납작한 쟁반의 형태로 만들어 주십시오.

거기에, 액체실장을 따라 넣습니다. 능숙하게 따라 넣은 후에는 껍질을 모아서 만두와 같이 내용물을 감싸 주십시오.

이것으로서 실장 만두가 완성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까 중실장으로부터 꺼낸 안구를, 적당한 위치에 메워넣습니다.

보십시오. 안구가 조직과 하나로 변했습니다.



이쪽을 보네요. 미소로 손을 흔들어 줍시다.

피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뻐하고 있습니다.

양쪽 눈을 초록이나 빨강으로 칠하면,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것은,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합시다.



그러면, 이제부터 가까운 공터에 나가 봅시다.



공터에 살고 있는 들실장들에게, 완성된 실장 만두를 무료로 시식하게 합니다.

먹으면, 실장연화제나 액화제의 효과로, 몸이 점토질이 되거나 액체로 변해버리거나 합니다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여러분도 간단히 할 수 있습니다. 참 쉽죠?



-진짜 끝

댓글 2개:

  1. 녹여서 모양 만드는거 참신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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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와씨.. 자르고 굽는 그런거 봐서 학대는 면역이 됐다 생각했는데... 이게 학대 끝판왕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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