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실장의 친구사냥 -2-

− − 1− −

......잣잣잣크잣크

머리 위에서 땅을 파는 소리가 울린다

악마가 왔다...
곧 인간이 찾아온다.

어두운 굴속에서 모두의 숨결이 답답하다.
품에 안은 딸들이 스멀스멀 움직인다.

비상구쪽으로 어렴풋이 빛이 보인다.
하지만, 그쪽도 인간이 지키고 있다.
아아…어디에도 도망 갈 수 없다.
 


어제까지...
추자짱들이 그 비상구 구멍을 통해 흙을 열심히 날랐던 것을 떠올린다.
작은 손으로 파고 또 파고 진흙투성이가 되었던 얼굴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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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집을 만든 테-치
 봄까지 따끈따끈 사는 테츄
 조금만 더 하는 테치,
 힘내는 테치이-


− − 2− −

인간 사회와 관계가 깊은 실장 생물, 실장석.
야생 실장석이라면 공원의 불쾌 해충으로  악명 높은 들실장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달리 깊은 산과 광대한 삼림에 사는 야생 실장석은 들실장과 구별하여
산실장으로 불린다.

야생 동물의 합리성을 추구하는 산실장은 개체의 자질만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생존 능력에서 일반 들실장보다 훨씬 뛰어나다.
무리를 지어 협조함으로써 개체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또 도구를 다룰 수 있는 높은 지능이 합쳐져 재래의 희귀 생물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상식적인 생물 범주에 머무는 것을 추구해, 엉터리 생물으로서 실장종이 갖는 카오스 속성은 크게 줄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산실장에는 구더기 실장 이외의 번데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산실장의 콜로니에 실장석의 상위존재인 실취석, 실창석, 기타 특수 실장이
발견됐다는 보고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산실장의 생태는 야생 동물에 가까워, 인간에게도 인간 사회의 폐기물에도의존하지 않는다.
들실장은 인간에게 극단적으로 의존하고 싶어 한다.
그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과잉 보호를 본능적으로 요구한다.

탁아, 창문 깨기 (가택 침입), 바꿔치기 등의 요상한 행동은 이 정신 구조에 유래한다.
하지만 산실장은 이점에서도 완전히 구별된다.

다만
인간에게 사육되기 시작한 산실장의 자는 들실장에 가까운 분충성을
단기간에 획득하는 경우가 많다.
수 세대, 수십 세대의 엄격한 도태를 거쳐 천박한 행복 회로부터 해방된 것처럼 보이는 산실장.
그러나 위석에 깊이, 깊이 박힌 실장석의 업보는 극복하지 못했다고 여겨진다.



− − 3− −

 죽는 거 싫은 테치
 ー죽는 거 싫은 테치 -
 장로님 용서하는 테에-엥테에에-엥
 마마ー구해주는 테에ー
 구해주는 테에에-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속은 테칫! 속인 테치이이이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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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월동용 큰 굴이 생겼다.
만세부르는 동료와 추자짱들.
장로님이 와타시에게 귓속말을 했다.

 ...보내는... 데스

또 내가 도우러 따라가게 됐다.
장로님은 굴파는 일을 열심히 한 추자들을 데려다 놓고 콘페이토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뭐, 먹은 적도 본 적도 없지만.

 열심히 잘 한 데스우
 좋은 자들에겐 큰 상이 있는 데스
 아나타들에게
 특별한 식사를 준비한 데스

 """텟츄ーㅇ ♪"""

이 자들의 마지막이다.
특별한 잘빠진 자들이었다.

 발이 무거운 데스.
 하늘이 매우 푸른 데스...
 전에도...이런 하늘이었던 데스.

장로님 얘기에 자들은 즐거워하고 따라왔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고, .... 그리고

 에에에-엥...
 아아아아아아ーー.......
 …. 테...챠아아아아아.....아..

추자짱들이 계곡 저편으로 사라져 간다.

"자실장 버리는 계곡"
그 깊은 강 끝에는 폭포가 있다.
그 울음 소리와 고함, 원성이 귀에 쟁쟁하다.

 이것은 규칙 데스.
 산에서 사는 실장석의 불문율 데스.

계곡 저쪽을 바라보며 장로님이 중얼거렸다.

 추자는 산신령님이 보낸 손님.
 고마운 실장복을 받고 나면  신령님 품으로 돌려보내는게 도리.

 멋대로 굴파는 심부름을 시킨 데스.
 오랫동안 붙잡아 둬 미안한 데스.
 빨리 못 보내 줘 죄송한 데스.

 여기는 추워지는 데스.
 산신령님한테 돌아가는 데스.
 밤에 신령님이 음식을 준비하고 기다려 주는 데스.

전 장로님께서도 이렇게 말했다.
전전 장로님께서도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아마 정말 그런거겠지.

 ... 하지만 용서하는 데스.

추자의 실장복은 신령님의 선물.
정중히 접어서 가지고 돌아간다.
그 자들의 냄새가... 나는 데스.

 미안한 데스.
 월동굴에 아나타들이 살 자리는 없었던 데스.
 실장복 둘 자리뿐이었던 데스...

− − 4− −

산실장의 월동 방법은 매우 지역차가 크다.

한 산악지방에서는 구더기 실장석을 보존식으로 해서 월동한다.
혹독한 땅인 홋카이도의 산실장들이 곰의 겨울잠에 기생하여 문제가 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파멸의 발소리" 참조)

산실장의 월동에는 기온, 적설량, 확보할 수 있는 식량의 바로미터가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다.
또 인간과의 관계나 지역 변이에 따라 월동 풍습이 크게 다르다.

동해측 적설지인 이 지역의 산실장에게선 대략 다음과 같은 생활 사이클이 관찰됐다.

봄에 출산한 실장은 서로 근접한 가족 단위의 굴에서 생활한다.
성체 20~30 마리의 무리에는 연장자와 2~3마리의 서브 리더가 보인다.
춘자는 장마가 끝날 쯤에는 거의 성체 크기로 성장한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지내기 쉬운 기간에 이들은 리더, 서브 리더에게 콜로니의 일원으로서 교육을 받는다.

들실장은 계획성 없이, 쉴 새 없이 자를 낳기로 악명 높다.
그러나 이 지역의 산실장에겐 어떤 임신 제어 능력이 있는지, 번식기는 봄과 가을에 1회씩 뿐.
다만 가을에 태어난 자를 친실장이 키우는 일은 적다.

가을에 태어난 추자의 실장복은 봄에 태어난 춘자의 실장복보다 천이 두꺼워 보온성이 좋다.
이 현상은 들실장 및 사육실장에서도 보인다.
그 추자의 실장복을 산실장은 굴의 보온재와 생활 용품으로 이용한다.
그리고 옷을 빼앗긴 추자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진다.
물론 자연상태에서 독라 자실장이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 − 5− −

추자짱들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
먹이사냥을 갔던 나의 딸이 텟스텟스 하고 숨가빠 하며 달려온다.
딸은 이웃 산 큰 숲 쪽으로 갔을 것.
딸은 아직 호리호리한 체형의 중실장.
이 자는 봄에 태어난 자들중 마지막 생존 개체다.
태어난 때에는 자그마한 엄지짱 이었다.
이 자가 여름까지 살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자는 운이 좋은 자였다.
자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상황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준, 조금 영리함은 부족하지만...
나의 소중한 보물.

작년 추자의 실장복과 풀을 엮어 만든 바구니가 텅 비어 있다.
장로님이 눈을 홀긴다.

 빈손으로 돌아온 데스.
 그 바구니를 가득 채우기 전엔  돌아오지 마는 데스.

…… 어쩔 수 없는 데스.
그렇지 않아도 거기는 먹이가 적은 데스.

장로님은 잔소리가 많다.
전 장로님도 잔소리가 많았는데.

큰 숲에서 나오는 밥은 적다.
장로님의 속으론 알고 있다.

 밥을 제대로 취하지 않는 실장석은 내쫓는 데스.
 그 자는 월동시키지 않는 데스.

계속 내쫓으려고 한다.
그래도 저 자는 운이 좋은 자다.
마침 동료가 "빠짐"을 해서 입이 줄거나 큰 바람에 떨어진 벌통을 주워 오거나 그때 마다 살 길을 찾아 왔다.
이번에도 괜찮을 것이다…
꼭 괜찮을 것이다.

그 딸이 테-테- 숨을 몰아쉬며
눈물 고인 눈으로 지껄였다.

 테ー스 테ーー스... 큰 일난 데치!


− − 6− −

늦가을에 들어가면 산실장의 생활 양식이 크게 변한다.
자실장 기르기에 사용한 각각의 굴에서 이사해 본격적인 집단 생활에 들어간다.
이때 서브 리더가 이끄는 소그룹을 하나 떼내서 따로 월동 준비를 할 때가 많다.
이는 콜로니의 모든 개체를 수용할 수 있는 큰 월동 장소를 확보하는게 어렵기 때문.
그리고, 모그룹이 월동에 실패한 경우에도 콜로니의 전멸을 피할 수 있는
보험의 의미도 있다.
두 집단이 무사히 월동한 경우 조건에 따라 소그룹이 다른 집락으로 독립하는 "둥지 이별"도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봄에 태어난 새 성체라도 무조건 월동을 허용받는 것은 아니다.
월동 개체를 콜로니의 리더, 서브 리더가 엄격히 선별한다.
커뮤니티를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 개체, 이른바 분충은 심한 린치를 당한 뒤 추방된다.
월동굴에 협조성 없는 분충이 있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분충의 존재는 월동의 성공률을 파멸적으로 저하시키고 만다.
산실장의 협조성이 높은 것은 이 도태에 따른 것이다.
또 능력이 떨어지는 열등 개체도 식구를 덜기 위해 세력권 밖으로 추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개체는 분충과 달리 린치를 당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추방 개체가 겨울산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낮다.

콜로니에서 추방된 실장석과 추자 솎아내기가 싫어서 콜로니에서 벗어난 임신석 (흔히"빠짐"이라고 불린다)이 가을의 야산에서 보인다.
지역에 따라 "산흐름", "산내림" 으로 불리는 원산실장은 육질에 있어서 산실장과 거의 변함이 없다.
그래서 귀중한 가을의 은혜로 농촌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 − 7− −

 텟텟- 수풀의 작은 산이 생기고,
 안에 흠뻑 젖은 아줌마가 있던 데칫

동료들과 함께 침엽수의 큰 숲을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요령부득의 딸의 말에 장로님이 초조해 한다
아무래도 뜨내기가 멋대로 영역에 들어온 듯

 머릿수가 많은 편이 좋은 데스
 무시를 당하지 않는 데스

신중한 장로님의 명령으로
모두 "추방작전"에 나가게 되었다
큰 숲이 그닥 좋은 먹이터는 아니다
하지만 가만두면
점점 더 많이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큰 숲을 빠져나오니
이웃 산이 정면에 보였다

저쪽은 타 부락의 영역
이 근처에 작은 강이 흘렀지
거기부터 저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 왔다

더 올라오니 단단한 풀이
예쁘게 다듬어져 있다
그 안에 풀을 짜서 만든 집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어느새 만들었지?

장로님을 눈을 홀기며
바보 같은 딸에게 소리를 지른다.

 수풀의 산은 이거였던 데스우?
 얼간이! 이건 뜨내기의 집인 데스!
 뜨내기가 여기에서 살 작정인 데슷!

그것을 보니 어째서인지 점점 열을 받는다
이상할 정도로 머리에 피가 올라 오는...

그때 풀집 안에서 노랫 소리가 들려 온다

 뎃데로게ー
 뎃데로게롱게ー

...?! 이 뜨내기가 자를 낳을 생각 데스?

 아나타들이 태어나면
 마마도 행복한 데스,
 몸도 마음도 따끈따끈 되는 데스~
 그래서 빨리 태어나는 데스~

그건 행복의 노래
봄에는 마음 속으로 크게 불러보고 싶은 노래
가을에는 울며 중얼거리며 부르던 노래

 살고 있다는 건 멋진 데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데스,
 살아 있으면 행복하게 되는 데스~

그것을 지금 정말.. 기뻐하며 부르고 있어?
뭘 생각하는 거야!
아까 솎아낸 자들의 마마였던 실장석들이
이를 간다.

와타시들이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뜨내기가 제멋대로 행복의 노래를 부른다.

 언젠가 이 산을…….
 와타시의 자로 가득...

까불지 마라!!!!
이 산은 와타시들의 것이닷
제멋대로 들어와, 밥을 훔치고
자를 낳는 뜨내기는 나가라!
절대 용서 못한다!!!!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된다.



− − 8− −

늦가을이 되면 산실장 콜로니 간에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먹이터에 대한 경계 싸움 정도면
그나마 평화로운 싸움으로 끝나다.
야생 동물의 밥그릇 싸움처럼
서로 치명상은 퍼붓지 않는다.

토닥토닥 치고 받다
전의를 잃어버린 쪽이 도망친다.
산실장의 대부분은
필요 이상의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과잉 폭력은 원래 에너지 낭비이다.
그래서 그것만으로 끝난다.
목가적인 그 모습에서 지역에 따라
"산실장 씨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만 서식처인 월동굴 다툼은
피투성이의 싸움이다.
이때에만 보이는 현상이지만,
본능적인 적의에 휘몰린 산실장은
다른 그룹의 개체를 편집적으로 증오한다.
여기에는
각 그룹의 결속을 강화하는 요소도 있다.
그래서 월동굴을 습격한 산실장은
상대를 철저히 혼내고,
때로는 독라로 쫓아낸다.
자신들이 그곳을 빼앗아 쓰지 않더라도,
패자가 다시 오지 못하게 파괴한다.
그리고 저장한 먹이와 둥지의 자재로
쓸 만한 것은 모두 약탈한다.

필요 이상의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것이
합리성에 근거한 본능이라면
월동굴에 대한 가차 없이 공격도
합리적인 생존 본능에서 유래한다.
월동굴 다툼에는
자연이 키울 수 있는 개체수 조절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 − 9− −

오두막 안에는 이상한 모양의 독라가 있다.
장로님보다 더 크다.
하지만 도망 가지 않는다.
절대 질 수 없다.

 와타시들의 산을 지키데슷
 힘을 합쳐 다 싸우는 데스ーー
 """"""""데스~!!!!!""""""""

맞기 전에 친다.
저 큰 덩치에게 맞으면 죽겠다.
무아지경이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눈앞에는 굵은 팔이 거칠게 뜯겨진 뜨내기가
뒹굴고 있다
딸도 귀에 달려들어
한쪽을 거칠게 뜯어내고 있다.

 .....치..치 치ㄴ구..친...구



 어차피 이웃산에서 내쫓긴
 똥벌레인데스

장로님이 욕했다

 뱃속에 자가 있는 데스
 심한 일 하지 마는 데스

아무래도 틀림없다
자를 먹는 버릇이 생겨 내쫓진 분충이다

자의 실장복이 빽빽히 깔려 있다
꽃냄새가 풀풀 난다
자를 계속 낳고 빼앗은 실장복이다
자를 먹은 덕분에 건강한게 틀림 없다

 아닌 데스ー
 인간에게 "맛있게 되어버린" 데스.

산에는 나지 않는 맛있을 것 같은 풀이 있다.
그것의 그릇 안에 이상한 먹거리도 있다.
참을 수 없이 좋은 냄새가 난다.
그것이야말로 컨페이토처럼 전해 들은 "실장 푸드 " 일것이다.
금단의 땅, 인간의 영역에만 있는 것

 먹지 않는 데스우?

이런 음식을 먹고 있으면,
산의 밥을 먹을 수 없게 돼 규정을 어긴 실장은 추방 데스.
 돌아와도 내쫓는 데슷.

전장로님은 항상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자실장 시절부터 여러 차례 데스 데스 들은 산의 규칙.
그 규칙의 의미를 잘 알았다.

 이 산에서 살고 싶은 데스.
 부탁드리는 데스ー.

인간의 영역에 살았던 이 실장석은 부정을 탓다.
돌아와도 다시 원래대로 될 수 없다.
이제 산에서 살지 못한다.

 제멋대로 한 것 미안한 데스.
 하지만 사이좋게 지내는 데스.

산에 부정탄 실장석이 있으면 태어나는 자들도 부정을 탄다.
태어날 자들이 똥벌레가 된다.
편하고 즐기며 살고 싶어 하게 된다.
본 적도 없는 콘페이토를 원한다.
악마에게 아첨하고 산의 동료를 배신한다.

이런 분충이 산에 있으면 안 된다.

 어째서 그러는 데스ー
 어째서 전혀 얘기를 안들어 주는 데스우?



 산에서 꺼지는 데샤-!!!!

남은 귀도 잡아 떼서, 근처의 강을 버린다.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
 꿈도 희망도  사라진 데스우우우.....



− − 10− −

『산실장의 친구 사냥』은 월동을 앞둔 산실장의 공격 본능을 이용한 수렵 방법이다.

산실장이 있는 산에 실장석 서식처를 만들어 "미끼"가 될 실장석 (함정 실장)을 둔다.
서식처에는 냄새를 추적하기 쉬운 전리품("선물"이라고 불린다)을 넣어 준다.
이윽고 자신들의 관할권 내에서 정착하고 있는 "미끼"에 강한 적대감을 가진 산실장의 그룹이 습격해 온다.
그후 "선물" 냄새를 사냥개에 맡게해 월동굴을 찾아낸다.

물론 잘 되지 않은 해도 있다.
여우나 족제비에 "미끼"를 먹히거나 갑자기 눈이 쌓여 "선물" 냄새가 사라져 버리거나 해 실패한 적도 많다.
무엇보다, 애초에 서식처가 세력권 밖이라면 아무리 "미끼"를 두더라도 성사되지 않는다.
겨우 먹이터에서 토닥토닥 얻어맞는 걸로 값을 치룰 뿐이다.

한마디로 운.
잘 맞으면 큰 벌이.
산신령님은 변덕이 심하다.
그러니까 산신령 신사에서 분발해 100엔 동전을 바쳤다.

효험이 있기를.



− − 11− −

 자의 실장복이 많이 있는데스.
 똥벌레니까  어차피 자기 자를 먹었던 데스.
 그런 악마 쫓아내려 투쟁한 데스.
 반죽이는 게 아니라  다 죽였어야 한 데스.
 이만큼 따뜻한 실장복이 있으면  큰 구멍도 따끈따끈 데스.
 거기다 좋은 꽃냄새가 나는 데스.
 오두막의 벽도  여러가지로 쓸 만한 데스.
 전부 가지고 돌아가는 데스.
 이 이파리도 달고 맛있는 데스ー
 "실장 푸드"에  물고기가 들어 있는 데슷.
 맛있는 데스.
 이파리와 함께 씹으면 기절하게 맛있는 데스우.

 겨울 전에 즐거운 식사대접인 데스

 산신령님의 선물 데스ーーーーーー

동료들이 기쁜 듯 웃고 있다.

항상 얼굴을 찡그리고 잔소리하는 장로님까지 웃고 있다.
완전히 기분이 좋아졌다.
장로님이 딸에게 간다.

 너는 실장복의 신령 데스.
 여태 눈홀겨서 미안한데스.
 함께 겨울을 나는 데스.

딸도 수줍게 웃고 있다.

이번에 장로님이 콘페이토 같은 달콤한 목소리를 내며 딸을 인정해 주셨다.
와타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 − 12− −

"미끼"를 두고 나서 며칠 뒤의 일요일, 성과를 보러 왔다.
아무래도 잘 걸린 것 같군.

이제부터가 큰 일이다.
포수 영감과 사냥개들의 뒤를 따라 길 없는 산을 오른다.

저 영감님....너무 건강하다...
전쟁세대와 우리 세대 사이에는 산실장과 들실장 정도의 사양 차이가 나는 듯.

뒤쳐지지 않게, 히-야 하면서 일심 불란으로 올라간다.

기다려 줘-



− − 13− −

어젯밤은 너무 기뻐 모두 감사했던 데스.

그 "실장 푸드" 먹으면 목이 따끔해지는 데스.
물마시고 싶었지만 아침까지 참은 데스.
아침에 물 마시며 빈둥거리는 데스.

변소에서 어물어물 하니
햇님이 완전히 높아진 데스.
장로님이 다시 날카로와진 데스.
모두 이제 밥을 모으러 가는 데스.

 데?!
 데뎃! 인간이 온 데슷.
 가우가우 (개) 도 있는 데스.
 이건 이상한 데스.
 모두 숨는 데슷.



− − 14− −

2시간 가까이 걸어 드디어 산실장이 사는 곳에 도달했다.

거기에 좀먹어 말라버린 솔밭이 있고, 그 중심에
태풍으로 송두리째 뒤집힌 소나무가 있다.
밑동 근처에 나무 뿌리가 뽑히며 생긴 듯한
구멍이 열려 있다.
그 구멍의 벽면에 실장석이 지나다닐 정도의 구멍이 나있다.
그 옆에는 억새 다발이 있었다.
그것은 "미끼"에 사용한 서식처의 재료이다.

심봤다! (물론 의역입니다)


− −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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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잣쿠잣쿠 잣쿠잣쿠

그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벌써 저만치 다가와 있다...

 잣 잣잣크잣크

산은 넓은데 어떻게 여기가 걸렸을까

 잣쿠잣쿠
 .....영차... 영차

이 자는 운이 좋은 자였다
그 운도 어제 끝난 데스?

 잣쿠잣쿠
 좋아ー거기-어디-같이-


− − 16− −

월동굴의 출입구는 들어가서 바로
L자형으로 굽는 것이 많다.
바람 막이도 하고 내부의 모습을 밖에서 직접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산실장의 집단 월동굴에는 출입문외에 반드시 위장된 비상탈출구가 있다.
이는 환기용 공기 구멍을 겸하고 있다.
그곳을 막아 놓지 않으면 모처럼의 먹이가 도망가 버린다.

이 월동굴의 비상구는 쓰러진 소나무 줄기 그늘에 있었다.
돌을 짜맞춰 물이나 흙이 들어오지 않도록 궁리 되어 있다.
폭우가 와도 물이 안에 들어오지 않도록 주위에 도랑까지 있다.
그래서 들킨 것이지만.

들여다보면 산실장의 둥근 손 끝이 보인다.
갈고리 장대로 걸어 보려 했으나 잘되지 않아,

그대로 뒷걸음질 치게 둔다.
뭐 됐어.
어차피 도망 갈 곳은 없다.

비상구는 보통은 삭정이와 낙엽으로 알기 어렵게 한다.
영감과 함께 주위를 빙 둘러보았지만 더 도망갈 길은 없는 듯 했다.
근처에 굴을 판 잔토가 쌓여 있다.
아직 부드러운 것을 보니 굴이 막 완공되어 위장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출입구와 비상구에 농협 쌀자루와 비료 포대를 손질해서 만든 간단한 덫을 둔다.
차광성 종이 봉투속에 구멍을 뚫고 반투명의 비료 포대를 붙인 단순한 대용품 이다.
빛을 따라 안쪽의 구멍에서
밝은 쪽으로 들어가면 좀처럼 다시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자, 여기서부터 어떻게 할지 영감과 상의한다.
월동굴의 출입구에서 나뭇잎을 태워 연기 공격을 하는 것이 가장 쉽단다.
차의 배기가스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연기 공격은 손이 덜 드는 대신 확실성이 떨어진다.
뛰어난 리더에게 인솔되어 있는 경우 산소 결핍으로 가사할까지 모두 견뎌 내는 수도 있다.
그래서 시간과 노력이 들어도 확실한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그 방법은 단순 그 자체.
바로 "삽질" 이다.
시간만 되면 다 잡힌다.
감자를 조심스레 파내는 것보다 간단하다.

다만 출입구부터 파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소나무 뿌리가 복잡하고,
발판할 자리가 좁아 작업하기 어렵다.
비상구에서 파 나가는 것도 소나무 줄기가 방해에서 귀찮다.

그럼, 어찌하리오?
이럴 때 편리한 것이 개들의 청각.
이미 사냥개들이 부지런히 땅을 긁고 여기저기 파며 멍멍 하고 있다...

아무래도 출입구와 비상구의 중간 쯤에 월동 공간이 있는 것 같다.
대략 어림하면서, 삽으로 오로지 판다.

이 흙 너머에 맛있는 산실장이 기다리고 있다.
내일 근육통을 앓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좋아ー여기-그래-같이-

− − 17− −

즐겁게 외치는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귀을 막고 싶어 환장할 지경.

마침내 누군가가 견디지 못하고 출구로 뛰어나가는 발소리.
비상구로 기어 가는 소리.
뭔가를 걷어찬 소리.
오른쪽에서 왼쪽에서 울음소리가,
외치는 소리가 나는 데스.
흙을 할퀴는 소리가 난데스.
흙이 저기서 여기서 날아오는 데스.
밥을 쿳챠쿳챠 먹는 소리도 나는 데스.
겨울에 대비해서 모두 열심히 모은 것이 다 헛짓이었던 데스우...
게다가 장로님의 고함 소리 아주 시끄러운 데스...

발밑의 실장옷을 주워 두 귀에 바짝 댄다.
실장복의 끝이 코에 닿는다.

 좋은 꽃냄새가 나느 데..

 스...!

몸이 떨린다.

향기로운 꽃향기.
몹시 기다리던 봄의 향기.
그런 것이...겨울 산에 있을 리 없고...


 ...덫이었던 데스…

나도 모르게 말이 나온다.

 마마?...

 아...아무것도 아닌 데스.
 너는 아무것도 나쁜 짓 안한 데스.

돌을 밀치는 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푸석-하고 살짝 흙이 떨어진다.
장로님의 비명이 들린다.

어둡던 굴에 빛이 넘친다.

아 아 아...

올려다본 하늘은 어디까지고 다 푸르다.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악마가 서 있다.
검은 눈이 와타시들을 바라보고 있다.



− − 18− −

30분 정도 파나가자
반평 정도의 빈 공간이 확 열렸다.

껴안고 떨고 있는 산실장과 처음으로 눈이 마주 쳤다.
무너진 흙에 깔려 데스 데스 발버둥 치고 있는 산실장이 있다.
자실장복이 바닥 가득 깔려 있다.
자동차용 방향제로 향기를 낸 "선물"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한 것 같다.
"선물"에 달아 준 미니 양동이가 굴러 안에 있던 "고등어 소금 절임"이 흩어져 있다.
그것을 반찬으로 도토리를 우물우물 먹고 있는 녀석도 있다.
똥을 뽑는 수고를 늘리고 싶진 않아.
우선 그 녀석을 갈고리 장대에 걸어서 구멍에서 빼낸다.
출입구와 비상구로 향해 달아난 패거리는 그대로 출구에 설치한 덫에 안착해 주었다.




우두머리 같은 나이 먹은 성체가 1마리, 보통 성체가 4마리,
춘자 새 성체가 3마리, 중실장이 1마리.

대박이다.
월동굴에 있는 사냥감의 마릿수는 다 운이다.
특히 맑은 날은 모두 먹이 사냥에 나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굴에 있던 1마리밖에 못 잡았던 해도 있다.
그것이 모두 9마리나 잡혔으니 풍어다.

접어 가지고 온 쌀자루에 담아 메고 돌아간다.

굴 깊숙히 자실장복으로 만든 자루에 월동 식량을 저장해 놓은 게 많이 있다.
흔히 "보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냥 성과가 적으면 그것도 가지고 가지만 이번은 괜찮다.
어차피 안에 있는 건 거의 도토리.
가을 구더기를 월동 번데기로 만든 것도 아닌 것 같고,
나머지는 기껏 밤과 산호두.
무게만 늘어나니, 내버려두고 가자.

짐은 무겁지만 발은 가볍다.
내려가는 길이라 그렇다고 하지말라.

− − 19− −

데칭-데칭-……
와타치들...데칫 앞으로... 어떻게 되는 데치?

이 자는 운이 좋은 자이다...
라지만...아무리 그래도 이제는 안 돼..
떨고 있는 딸을 끌어안고 포기하라고 타이른다.

...아무것도 무서울게 없는 데스.
너는 앞으로 산신령님 계신 곳에 가는 데스.
따뜻한 곳인 데스.
맛있는 나무 열매가 많이 있는데스.
이제는 정말로...
밥찾기 고생 하지 않아도 되는 데스.
친구와 이별하는 슬픔도 없는 데스.



− − 20− −

돌아오니 훨씬 어둑어둑해 져 있다.
나른하지만 오늘 중에 영감의 작업 오두막에서 먹이를 직접 잡아 둔다.
그렇게 하는게 신선도 유지에 더 좋다.
오두막 옆에 소방용 방화 용수로 사용하는 수로가 있으므로 보를 둬서 물을 모은다.
콘크리트의 도랑에 검붉은 얼룩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렇게 말하니 얼마 전에 여기서 멧돼지 핏물을 뺐더군.

영감과 저수조와 싱크대를 오가면서 한마리씩 처리한다.
건강하게 날뛰는 산실장의 등을 짓밟아 확실히 제압하고 나무 망치로 어깨뼈와 허리 뼈를 바순다.
이렇게 하면 꽤 다루기 쉬워진다.
다만 뼈를 많이 꺾으면 아무리 산실장이라도 쇼크사할 수 있으므로 힘조절이 필요하다.
그대로 등에 가위를 넣고 실장석 옷을 세로로 자른다.
뒷머리를 잡고 잡아당기면 벗기기 쉽다.
실장신발하고 반바지도 없앤다.

다음은 근처를 흐르는 수로에 데리고 간다.
세탁기의 호스를 손봐서 만든 관을 입에 처넣는다.
호스의 반대쪽은 저수조에서 모은 물 밑에 가라앉혀져 있어서 수압으로 물이 펑펑 나온다.
산실장이라도 이번에는 왠지 대변의 분량이 적어서 일을 덜었다.
똥을 빼고나서 똥과 진흙으로 더러워진 몸을 씻어 싱크대로 넘긴다.

지금까지 잡기 쉽도록 남겨둔 머리는 가위로 잘라낸다.
칼로 목부터 엉덩이까지 싹 가르고 위석과 내장을 잘라낸다.
꺼낸 위석은 어느 것이 누구 것이었는지 알 수 있도록 하나씩 뚜껑 달린 병에 넣고
위석 보존액을 채워 둔다.
뚜껑 달린 병은 김조림의 병을 쓰고 있다.
그리고 위석 보존액은 포수 영감의 특제 살모사 술이다.
이건 약효 확실이다.

내장을 뽑아 비운 뱃속을 가스 토치로 살짝 굽는다.
목과 항문은 좀더 공들여서 굽워서 날려 둔다.
이렇게 해 두지 않으면 생명력이 유난히 강한 산실장은 냉동해도 내장이 재생해 살이 감소될 수 있다.
내친 김에 자르다 남은 모발도 태워 둔다.

장과 분대, 그리고 폐는 사냥개들에게 상으로 준다.
영감이 적당히 나누어 오두막의 개들에게 던져 준다.
3마리의 사냥개들은 컹컹대며 잔치판이다.
산을 그토록 뛰어 놓고도............좋은 힘이다.
위는 정성껏 씻고 나중에 햇볕에 말린다.
꼬챙이에 꿰고 오뎅 꼬치로 하면 맛있다.
심장을 겸한 굵은 혈관과 간은 몸과 함께 냉동한다.
신장이나 기타 잘 모르는 내장은 사냥개의 포상으로 추가해 준다.
사실 실장석의 내장은 개체 차가 크므로 중요 장기 이외의 기관은 (때로는 중요 기관도) 있거나 없거나 한다.

포수 영감은 업무용 냉동고를 작업장에 갖고 있다.
한마리 잡으면 남게 되는 수렵육 냉동에 사용하고 있다.
그걸로 장을 뽑은 산실장들을 단숨에 냉동한다.
시판의 식용석도 생냉동으로 팔리고 있다.
그래도 해동한 때에 살아 있다면 육질의 저하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산실장이라면.오히려 얇게 썰어 얼리는 것 보다 위생적이다.



− − 21− −

 ...아-ㄱ-마 데치이이이...
 전부이 아파하는 데-치
 무서운 데치
 무서운 데치이이이

 그래도, 그래도
 마마라면 괜찮은 데치
 이번에도 꼭 마마가 구해 주는 데치
 괜찮은 데에-치 마마가 있는 데-치
 꼭 꼭 괜찮아 지는 데-에-치



− − 22− −

내 몫으로 춘자 새 성체를 3마리나 받게 됐다.
거들기만 하고 받는 삯 치고는 파격적이다.
2마리는 동생에게 보내 주기로 했다.
『말린 아귀』라고 부르는 말린 자실장과 세트로 고향의 맛을 보낼 것이다.

중실장은 영감이 장사에서 쓰는 곳이 있으므로

냉동하지 않고 그대로 키우게 됐다.
운 좋은 녀석이군.
하긴, 성장기의 중실장은 마블링이 별로이다.
음식점에서도 중실장은 조금 비육하고 쓰는 것 같다.
어디에 출하될지 모르지만 조금 늦냐 빠르냐의 차이 뿐이다.

그 중실장과 꼭 붙어 있던 있던 성체가 마지막이 됐다.
낭패인게 상처없이 살려 둘 예정인 중실장을 끌어 안고 놓질 않는다.
쟈- 쟈-하고 위협하는 산실장 앞에서 주저하고 있으려니,
이번엔 중실장까지 신나게 데치데치 거리기 시작한다.
매물을 다치게 하면 영감에게 안 좋다.
어쩌랴.



− − 23− −

 마마 멋진 데치
 인간이 겁을 먹은 데치

 역시 마마는 강한 데치
 커다란 뜨내기 들실장도
 팔을 싹독 자랐던 데치
 커다란 숲의 나무 같은ー데치
 겁낼 것 없는 데치
 인간들 다 공갈인 데치

 마마
 저 인간의 팔도 싹독 잘르는 데치
 와타치도 열심히 하는 데치
 악마를 때려눕히고
 함께 산에 가는 데....



− − 24− −

거기에 나이 먹은 우두머리를 냉동고에 넣은 영감이 뒤에서 다가온다.
그리고 날렵한 칼질로 양팔을 떨어뜨린다.
두 팔을 잘린 성체는 위협 얼굴 그대로 쾅하고 넘어진다.
막대기처럼 나자빠진 채 브바브바 똥만 흘리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는 얼굴을 하다가 바로 2마리 나란히 절규를 한다.
영감은 방해되는 중실장을 걷어차고, 성체의 두건을 풀고 귀를 도려낸다.

영감이
"이 녀석으로 축배 들고. 그러고 나머지 처리하지?" 라며 좋아하며 부엌으로 들어간다.
나도 술안주로 조금 먹고 싶다. 기쁘다.



− − 25− −

마마가 쓰러졌다
마마의 팔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 지켜 준 마마의 팔
계속 안아 준 친절한 팔

그 팔이 발아래로 떨어졌다
돌아보니 뒤에도 인간이 서 있었다

 비겁한 놈들!
 마마한테 뭘 한 데칫-
 귀를 거칠게 뜯어내는 데치

쓰러진 마마를 도우려다
인간의 발에 채여 버렸다
마마가 멀어진다


− − 26− −

바닥에 쓰러져 있는 중실장을 잡아, 또 쌀자루에 가둬 둔다.
쌀자루에 갇혀도 중실장은 아직  데칫!데치ーー쯔데지이이이쯔!
건강하게 날뛰고 있다.
너는 살아난거야.
불평하지마.

팔을 잘린 쇼크로 방심했는지, 성체 쪽은 별로 난폭하지 않다.
순서대로 장빼기 처리를 해 냉동고에 넣기로 한다.

− − 27− −

 아파· 아파・・
 서 있지 마는 데치 마 마 마마...
 이번에는 마마의 귀가
 싹독 잘린 데치

 그만두는 데쟈아아
 마마에게 나쁜 짓 하면
 용서 없는 데치이이이

마마가 사라졌다
또 큰 주머니에 갇혔다
주머니의 저편에서 마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이별인 데스


 아냐 아냐 마마ーー 없어지면 싫어
 계속 같이 있는 데치ーー

 너와 봄꽃을 보고 싶었던 데스
 네가 행복의 노래를 부르는 걸
 듣고 싶었던 데스


 산신령님! 마마를 구하는 데치ーー
 악마를 때려눕히는 데지이이이ーー!



− − 28− −

잠시 도구의 뒤치다꺼리를 하려니, 부엌에서 영감이 원컵사케와 회뜬 산실장 고기를 가져다 준다.

귀은 뜨거운 물을 부어 껍질을 벗기고 잘게 썰어 폰즈를 친다.
(폰즈: 브랜디나 럼주에 과즙이나 설탕을 넣은 소스)
마침 복어 껍질 같은 느낌이다.

팔 고기는 얇게 썰어 얼음 위에 놓았다.
이를 가스 토치로 위에서부터 굽는다.
이러면 기름이 나와 산실장 특유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고픈 배에 진미가 특별히 맛있다.
지친 몸에 술이 스며드네.
고향의 산아, 올해도 행복을 줘서 고마워.
산신령님께 감사 참배 가야지.

영감을 보니 위석 보존액에 사용한 특제 살모사 술의 나머지를 홀짝 홀짝 마시고 있다.
병의 바닥에 남은 액체에는 뭔가 알갱이진 물체가 섞여 있다.

"이런, 살모사 술이 떨어졌네."

영감이 미안해 하는데 아니…좀 그것은 사양하고 싶다.



− − 29− −

마마...마마아...

언니짱들이 무섭게 무섭게 조각조각 찢길 때도 장로님이 데스데스 괴롭힐 때도
마마가 있으면 무섭지 않았다.
마마가 있으면 겁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마는 이제 없다


 산에 돌아가고 싶은 데 치……
 어제로 돌아가고 싶은 데 치....
 구해주는 데치 누구든...
 도와주는 데치
 신령님 도와주는 데...

웃는 소리가 들린다.
악마들이 웃는다.
계속 즐겁게 웃고 있다.



− − 30− −

며칠 뒤 영감과 신사에 답례 참배했다.
관례대로 장로의 심장과 간을 꼬챙이에 꿰어 가져간다.
신목인 큰 은행 나무 앞에 꼬챙이를 꽂아, 올해 풍어를 감사했다.
고마워. 내년에도 부탁해요.

돌아오는 길에 업무용 냉동실에 얼려 둔 산실장을 받으러 들른다.
1마리는 집에서 먹는다.
2마리는 그대로 스티로폼 상자에 넣고 냉동편으로 동생에게 보낼 생각이다.

사냥개들의 환호를 받으며 개집 옆을 지날 때 "게샤-ㅅ"하고 큰 소리가 났다.
보니 개집 옆에 우리가 있어 안에는 지난번 중실장이 돼지새끼와 함께 갇혀 있다.
아까 소리는 우리에 다가간 나를 향해 돼지새끼가 돌진해 온 소리였다.
질리는 기색도 없이 브ー브 울면서
"게샤-ㅅ" "게 뉴-ㄱ" 하고
몇번이나 우리에 부딪쳐 온다.
영감에게 묻자, 전에 준 야생 고기의 새끼라고 가르쳐 준다.

그런가, 지지난 주에 받아 먹은 돼지요리의 새끼?
너의 마마는 맛있었어.
잘 먹었습니다.

그 멧돼지의 일은 마을 사람에게서도 들었다.
이웃마을 밭의 우리에 새끼돼지가 들어가 버려 우리 주위에서 우왕좌왕하던 어미 산돼지를 영감이 총으로 잡았다고 한다.

그 새끼돼지가 붙잡혀서 여기 우리에 갇혀 있는가.

아직 이쪽으로 돌진하려는 새끼돼지를 만류하듯 중실장이 안겨 있다.
인간에게 어미를 잡아 먹힌 개체들.
처지가 비슷해서 사이가 좋구나.

영감의 얘기가 이 중실장은 세토우치의 축산 시험장에 웬만한 가격으로 팔리게 된 것 같다.
뭐인지 품종 개량용 시험 출산석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 새끼돼지도 함께 보낸다.
거기에서 식용 수장석 개발용 종자 수컷으로 쓴다는 것.



− − 31− −

늙은 인간의 탈것에 실렸다
친구 돼지짱이 놀라서 날뛴다

 브히ー브히히ー

인간의 탈것이 너무 빨리 달린다
멀리 이웃산의 꼭대기가 보인다
바람이 차갑다

 돼지짱...
 산이 멀어지는 데치

 브힛붓피ー


이웃 산의 꼭대기도 이윽고 사라졌다
산신령님은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았다

 돼지짱...
 와타치들 어디로 가는 데치......
 ...계속 같이 있는 데치?

 브ー브히ー

하늘은 아무리 가도 푸르다.

 안녕 마마…… 이제 이별데치



− − 32− −

이듬해 봄, 영감에게서 식용 구더기 수장석(獣装石) 상자를 받았다.
한 축산 시험장이 여름의 정식발매에 앞서 시제품을 몇 상자만 보내 왔다고 한다.

실장석과 짐승이 만든 자식인 수장석은 고기에 냄새가 있는 것이 많다.
전에도 맷돼지 요리에 이용되는 특수 재료로 지방 명산품으로 판매되는 것은 있었다.
그러나 수장석은 이빨과 발톱을 가진 데다 성미가 거친 것이 많아 사육에 손이 많이 간다.

또 실장복 외에 짐승 특유의 체모가 자라고 있어 조리 비용을 늘린다.
수고에 비해 수익이 안 좋아서 안정적으로 시중에 풀리지 않았다.

상자에서 내용물을 꺼내 보니 검은 세로 줄무늬가 들어간 구더기 수장이 포장되어 있다.
따라 온 팜플렛의 제목에는

 맥주에 딱!
 새 감각 구더기 수장석
 『우리 짱』 출시

 시마나미의  태양과 바닷바람에 형성된  천연 실장석과  야생의 파워를 가득의 멧돼지에서 태어난 신제품.
 산과 바다의 힘있는 대자연의 맛을  아는 분만 즐겨 주세요.

라고 적혀 있다.
팜플렛을 계속 읽어 보자.

에히메와 히로시마를 연결하는 "시마나미 바닷길" 도중에는 산신을 모시는 총본사가 있는 섬이 있다.
옛날부터 신의 섬으로  조업이 금기시 되어와, 지금도 어업이 활발하지 않다.
명물이라고 하면 귤 정도인 것이다.
그래서 과소화 대책과  지역부흥의 일환으로, 산실장 전국 브랜드화를 위해 상품 개발 중.

팜플렛의 사진에는 멧돼지와 실장석이 사이좋게 귤을 먹고 있는 목장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아무래도 좋으니 쓰레기 통에 넣는다.

그리고 삶은 식용 구더기 수장석은 캘퍼스처럼 씹는 느낌이 있어서 상당히 맛있었다.


-끝

댓글 4개:

  1. 일가실각 데챠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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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폰즈는 간장에 유자나 귤, 오렌지, 레몬같은 과일 즙을 첨가한 소스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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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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