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실장의 친구사냥 -3-


봄의 방문
− − 1− −


12월...어느 산음 지방의 산중에서


 데에에엥........
 꿈도 희망도
 없어진 데스우우우.....

뚱뚱한 독라실장석이 계곡물에 떠내려 간다.
임신하고 있는지 두 눈은 녹색으로 물들어 있다.
 




이 독라은 원래
아래 마을에서 자라던 식용 출산석이었다.
봄에 농협에서 출하된 그녀는 늦가을의 풍물 『산실장의 친구사냥』에 사용되는 "미끼"로 산 속에 방치됐다.
그녀는 주인이 맡긴 최후의 임무를 훌륭히 해내 산실장의 습격을 받았다.
그리고 산실장의 집단 린치 후 두 팔을 거칠게 뜯어내지고 골짜기에 던져진 것이다.


 차가운 데스・・데벳!
 아픈데스...!
 숨 못 쉬는 데스우우우우...


찬물에 체온을 빼앗기고 바위에 몸을 깎이면서
하릴없이 급류에 밀려나간다.
통나무같은 몸이 데굴데굴 구르고 얼굴이 물속에 잠기면 숨도 못 쉰다.

낳은 자를 인간에게 닥치는 대로 빼앗기고 무자비하게 조리되어 먹히는 걸 봐 온
식용 출산석.

앞으로는 인간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미래를 열어
강하게 살 각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장석의 손가락 없는 손으로 쉽게 얻을 정도로 운명은 친절하지 않다.
어차피 가축에 지나지 않는 출산석은 무자비한 세계 앞에 너무나 무력했다.


 ..역시 더이상은 안되는 데스
 ... 뱃속의 자들
 ……미안한데스...
 마마는 이젠..끝인 데・・

그리고 그녀는 뱃속에 있는 것이
자"들"이라 믿고 있지만 자는 한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나머지 자들은 "아깝다" 정신을 소중히 하는 전 주인에 의해
정교하게 위벽에서 도려내져 이미 맛있게 먹혔다.

물흐름이 갖고 노는 대로 그녀는 암벽을 굴러
텀벙하고 깊은 물에 떨어졌다.

점점 의식이 멀어져 간다.


 ......스우우·・ 우?우 으~!


하지만 변덕스러운 운명은
그녀에게 아직 죽음을 허락지 않았다.
암벽 골짜기는 마지막에 작은 폭포가 되어 본류에 합류한다.
그 깊고 완만한 구렁에 흘러내린 것이다.

이윽고, 폐출산석은
얼굴을 위로 하고 여울에 걸렸다.
팔이 없는 불편한 몸으로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데에데에...??


이럭저럭 근처의 바위에 엉덩이를 붙인다.
기진맥진했지만 숨을 고른 후 주위의 동정을 살핀다.
이 상류에는 더 큰 폭포가 있는지 멀리서 콸콸 큰 물소리가 들려 온다.
얕은 바닥에는 색바랜 낙엽이 많이 잠겨 있다.
그 칙칙한 낙엽 사이에서 생생한 붉은 덩어리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데? 뭔가 있는 데스????
 …아!
 저건 예전의 빨간 집게 데스우ー


붉은 덩어리로 보인 것이 민물게의 무리다.
붉은 물맞이게가 못의 한 곳에 떼지어 있다.

 많이 있는 데스
 먹고 싶은 데스우우
 데에에-
 하지만  팔이 없어서 못잡는 데스우
 집게에 꼬집히면 아픈 데스우
 그래도 배고픈 데스-

가뜩이나 움직임이 둔한 실장석 중에서도
제일 둔중한 폐출산석에게 잡힐 물맞이게가 아니다.
하물며 여울이라고는 해도 물맞이게는 물속에 있다.
입을 벌리고 얼굴로 공격한들 바닥에 키스를 하는 것이 고작.
잘못하면 집게로 반격한다.

우왕좌왕 가까이서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경계를 강화한 물맞이게들은
거칠거칠한 바위 틈으로 도망가 버린다.

데에ー
하고 아쉬운 울음 소리를 낸 출산석의 눈에
엷은 분홍 빛의 덩어리가 보인다.
물맞이게의 무리는 그 위에 웅크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먹을 수 있는 과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출산석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그것을 다리를 써서 간신히 물가에 끌어올린다.


 이건?...고...고기 데슷!


무슨 고기인지 몰랐지만
배고픈 폐출산석은 그걸 정신 없이 먹는다.


 맛있는 데슷
 맛있는 데슷
 맛있는 데스ーーㅅ


그녀가 입에 넣은 것, 그것은 이 산의 산실장들이 월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솎아 낸 추자들의 말로였다.
그리고, 산자실장의 고기는 매우 맛있는 고급 식재료로 유명하다.
다소 물에 불어 있지만, 맛난 산자실장육은 상처 받아 지친 그녀의 몸에 활력을 준다.
위석성분을 보충하면 몸의 재생도 대폭 빨라질 것이다.


이때, 변덕스러운 행운의 여신이 폐출산석에게 다가갔는지도 모른다.



− − 2− −


이듬해 1월....

회색 하늘에서 하얀 눈이 보슬보슬 내린다.
산은 온통 설경이다.
보이는 것은 을씨년스럽지만 그 지하의 한 구획에 완전히 분위기가 다른 세계가 있다.


 "귀여운 와타시의 자
 많이 먹고 빨리 크는 뎃스ー"

 "마마
 이제 아타치 배부른 테츄-
 못 먹겠는 테츄-"


폐출산석과 한마리의 자실장이 따뜻하고 쾌적한 굴에서 정답게 살고 있다.

이 넓은 굴은 그녀를 습격한 산실장의 월동굴이다.
여기를 힘들여 지은 산실장들은 인간 (출산석의 전주인)의 손에 몰아내졌다.

사냥꾼은 폐출산석을 미끼로 사용해 굴의 위치를 알아낸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그 직후, 산을 방황하던 출산석이
주인이 없게 된 이 굴에 도착한 것이다.

보온재로 자실장복을 (폐출산석이 낳은 자의 유품을 다수 포함)
많이 깐 굴은 겨울에도 따뜻한 쾌적한 환경.

또, 이 굴에는 원래 있던 산실장 9마리 분의 월동용 식량이 있다.
벽면 가득 자실장복을 짜 만든 식량 자루가 쌓여 있다.

도토리가 대부분에 일부 호두나 밤이 섞인 보존식은
친자 2마리가 겨울을 넘기기에 충분하다.

이와 함께 근처에는 산에서 계곡으로 이어지는
작은 냇물이 있다.
거기도 산실장들이 약수터로 쓰기 쉽게 잘 정비해 놓았다.
생활 용수로 사용할 웅덩이가 있고 어설프지만  화장실로 사용할 수 있게
폭이 좁은 골이 파여 있다.
똥은 웅덩이의 가장자리 돌에 누면 물의 기세로 계곡으로 흘러 간다.
냄새에 의지하는 포식자에게 굴을 들키기 쉬운 실장석에게 화장실 설비는 귀중한 것이다.

다만 천장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다.
원래 이곳에 숨어 있던 산실장을 잡기 위해 인간 (출산석의 전 주인)이
삽으로 판 것이다.
여기는 아무래도 춥고 비가 샌다.
다행히 근처에 억새 다발이 잔뜩 쌓여 있어 그것으로 천장을 하기로 했다.

이리하여 폐출산석은 살기 좋은 집과 월동 식량을 힘들이지 않게 구한 것이다.

이 안주처라면 폐출산석도 뱃속의 자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다.
이번에는 자를 잘 키울 결심을 담아 그녀는 뱃속의 자에게
열심히 태교의 노래를 부른다.



 뎃게로게ー
 뎃게로게ー

 마마는 너희들과
 빨리 만나고 싶은 데스~
 꼭 행복하게 하는 데스,

 오로로 뎃데에엥데ーー

 인간은 정말 무서운 데스,
 모두 대머리 데스,
 아주 뜨겁고 아프고 괴롭다가
 맛있게 되어 버리는 데스~
 울고 아양떨어도
 절대 용서해 주지 않는 데스,

 뎃델게ー

 산은 혹독한 곳 데스
 무섭고 위험한 놈도 있는 데스~

 뎃게로게ー

 하지만 열심히 사는 데스~
 행복해 하며 사는 데스~

 뎃데로게롱게~~♪

 슬픈 일도 있었지만
 마마는 행복한 데스,
 너희들이 태어나는 데스,
 그러니 빨리 태어나는 데스~

 뎃데로겟 〜 C♪

 살고 있다는 건 멋진 데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데스,
 살아 있으면 행복해 지는 데스
 꼭 이 산을
 와타시의 자로 가득 채우는 데스,


이윽고 폐출산석은 출산을 맞았다.
적설지 산실장의 출산기는
4월 끝에서 6월 중순이다.
해빙이 지나 산에 초록이 싹틀 무렵
산실장은 집단으로 살았던 월동굴을 떠난다.
그리고 각자 자 키우기용 굴을 만들고
출산한다.

그러나 최근의 온난화와
산림에 대량으로 반입되는 삼나무 화분은
산실장의 생태 리듬을 바꿨다.
들실장과 달리 산실장은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고
또 나름대로 대책을 생각한다.

이른 봄에 출산 개체가 나타났을 경우에
대비해 약수터에는 출산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등받이와 벌린 양발을 걸치기 위한 매끈한 돌이 웅덩이 옆에 배치되어 있다.
사타구니 앞의 웅덩이는 태어난 자가 빠지지 않도록 적당한 깊이
(=화식 변기 속에 있는 수량)
로 맞춰져 있다.


 텟테레ー ♪

탄생의 기쁨을 담고 자가 큰소리로 울면서 태어난다.
"찰랑" 소리를 내며 얕은 물에 빠진다.
그대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건강한 자다.

처음 자가 무사히 태어난 것에 안심한 출산석이지만
출산에 숙달한 만큼 곧 알아차린 게 있다.
평소라면 한번에 더 많이 낳았을 텐데,
이 자 한마리밖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데?...데에에?
 어째서 데스우?
 왜 데스우우우?...

이유는 전에 말한대로, 가난뱅이 전주인이 출산석의 배를 가르고 태중의 자매를 식재료로 몽땅 앗아 버렸기 때문이다.
그 사이 계속 기절해 있던 폐출산석이 그것을 알 길이 없다.

 데에 데? 데스우?

배를 토닥토닥 두드리거나 총배설구를 만지작거리고 펼쳐 봐도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그보다 한마리만 태어난 자가 걱정이다.
빨리 몸을 감싸는 점액을 핥아야 한다.
마마가 되는 기쁨으로 가득한 폐출산석이 오래 자를 방치할 리 없다.

그 자는 내버려 두면 자력으로 점액을 다 벗겨 버릴 듯한 기세로 철벅 철벅 물을 튀기고 있다.

자실장을 감싼 젤모양의 점액은 출산시의 물리적 충격에서 자의 육체를 방어할 뿐 아니라 체온을 유지하는 보온재로서도 기능한다.
겨울철 차가운 물속에서 점액을 벗기면 추워서 쇼크사 할지도 모른다.
활발하게 태어나 준 대망의 자를 부랴부랴 팔에 받아 안고 점액을 핥는다.

아까까지 건강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자였는데, 마마의 팔에 안기니 곧 얌전해 진다.
따뜻한 마마의 혀로 점액이 말끔하게 걷혀지자 팔다리가 쑥쑥 자란다.
부드럽고 윤기나는 뒷머리도 예쁘게 곱슬곱슬하게 말리며 뻗어 간다.

 텟츄 〜 ㅇ
 텟츄 〜 ㅇ

하고 잘 웃는 자의 꿈뻑이는 눈을 바라보며 출산석은 말을 건넨다.

 "내가 마마 데스.
 아는 데스우?
 대답하는 데스"

 "마마 반가운 데스.
 마마를 만나서 정말 기쁜 텟츄〜"

 "행실 좋은 자인 데스.
 과연 나의 자 데스우 〜 ㅇ"


출산석은 평생을 기다려 온 자가
튼튼하게 태어나 준 것을 기뻐한다.
그것도 태어나자마자 제대로 인사를 되돌려 준 똑똑한 자이다.
옷과 머리의 혈색도 좋고, 매우 건강한 우량자 이다.
성격도 솔직하고 아기자기하다.

폐출산석의 가슴에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 간다.

지금까지 계속 태어난 자는 금방 괴퍅한 인간의 손이 식재료로  빼앗겨갔다.
팔에 안아볼 틈도 없이 소쿠리에 넣고 수돗물에 난폭하게 점액을 씻으며
손발이 길어지는 틈도 아깝다는듯 머리와 옷을 쥐어뜯었다.
그리고 하릴없이

마마 마마아...구해주는 테치ー!

하며 "맛있는 되어가는"
아비규환의 비명을 들어 왔다.

인간은 평등했다.
좋은 자에게도,
보통 자에게도,
분충에게도, 엄지에게도,
구더기에게도,
주어지는 것은 평등했다.

가끔 손에 돌아온 자도 곧 빼앗아 갔다.
함께 보낸 시간만큼 슬픔이 더할 뿐이었다.


 "마마? 왜 그러는 테치?"


자실장이 이상한 듯 마마를 바라본다.

 ...나의 자인 데스...
 나의 가족인 데스..

감회에 견딜 수 없어져 자를 끌어안는다.


 "테치이?
 테츄ーㅇ 테츄ーㅇ
 마마 안아 주는 테치-"

자실장도 마마를 안고 반갑게 볼을 비빈다.

 ... 따뜻한 데스
 행복 데스
 행복하게 하는 데스...


 "간지러운 테치
 그리고 이제 된 테츄
 마마 마마♪"


 이 자는 내가 꼭 지키는 데스우...


안일한 가축의 과거를 버린 폐출산석은
마마로서 자를 키울 각오를 되새기고 있다.


결코 선의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태실장이 한마리만 남은 것은
폐출산석에 아주 다행이었다.
고급 애완용 실장석 전문 업체에선 자질이 뛰어난 자실장을 낳기 위해
태내의 부스러기 자를 초음파 파쇄기로 낙태해 소수 태실장만 키우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하면 태실장에 골고루 영양이 가고 건강한 자가 태어나기 쉽다.
또 영양 상태만 충분하면 기온이 낮은 것이 육체의 형성과 뇌의 발달에 좋다.
게다가 폐출산석이 정성껏 노래한 태교의 노래도 태실장의 성격 육성에 도움이 되었다.
가장 먼저 실장석이 지닌 분충성의 근본,

『인간은 즐거운 사육 실장 생활을
약속해 주는 노예』

라는 대전제를 완전 부정하고 있었다.
어려운 자연과 위험한 동종의 존재
(공원 들실장에 비하면 훨씬 관대하지만)
에 대한 암시는 자신들의 역량과 주제에 대해 올바른 사실을 인식시켰다.

아 출산석의 태교의 노래에는 마마의 사랑이 듬뿍이면서도,
태어날 이 세상이 결코 안일한 낙원이 아님을 가르치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것이 태실장의 성장 단계에서 행복 회로의 발달을 크게 억제했다.

건강 우량한 몸에 식용석 치고는 뛰어난 지능,
알맞은 태교로 만들어진 솔직한 성격.

손에 넣은 것은 한마리 뿐이었지만,
더 이상이 없을 정도로 이상적인 자.
이 자는 폐출산석에게 바로 보물이었다.


 "너는 절대 행복해지는 데스-
 귀여운 자들을 많이 낳고,
 산을 가득 채우는 데스-"

 "테츄우 〜ㅇ
 아타지 마마의 자로 태어나
 행복한 테츄ー
 마마 좋아하는 테츄우 〜ㅇ"


이 때 그녀는 정말 진심으로 행복했다.


− − 3− −


2월...

눈에 갇힌 굴 속이다.
단조로운 나날이었다.
노동이라면 약수터까지의 제설 작업 아니면보존식인 나무 열매 껍질을 돌로 깨는 것.
생활을 위해 필요한 활동은 그 정도 뿐.

    "겨우 눈치우기가 끝난 데스우.
    하지만 오늘도
    집의 리모델링에 도전하는 뎃스"

출산석은 가능한 거주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걸로 시간을 보낸다.
산실장들이 만든 굴은 성체 10마리가 쾌적하게 월동할 수 있는 한 평 정도의 거주 공간이다.
월동굴에서 외부로 통하는 구멍은 2개.
현관인 넒은 출입구와 지나가기도 다소 옹색한 좁은 구멍 하나.
그것은 환기를 겸한 비상구로서 천적에 굴이 습격당한 경우에 대비한 탈출 경로이기도 하다.
하지만 친자 2마리밖에 없는 실장 밀도에서 이런 환기구는 필요 없다.
그렇지 않아도 천정에 뚫어진 큰 구멍 때문에 외계의 공기는 들어온다.
또 산실장보다 크게 비만 체형인 폐출산석이 지날 수 없는 구멍은 비상구의 역할도 전혀 하지 못한다.
때문에 그 구멍은 밖에서 차가운 외풍을 들이는 추운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폐출산석은 돌이나 낙엽, 자실장 옷의 자투리 등을 넣어 비상구를 막기로 한다.
어둠 속의 작업은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만큼은 충분히 있다.
산실장의 토목 공사에 비하면 아마츄어 목수의 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손으로 집을 개수하는 것은 거처에 대한 소유 의식을 높인다.
서투른 폐출산석이지만 생전 처음의 공작에 열중해 틈을 막아간다.


    "좋은 모양의 돌이 부족한 데스.
    춥지만, 밖에서 찾는 데스?
    너는 무엇을 하는 데스우?"

    "테 칫, 마마에게도 비밀 데치"

    "방석 데스우?
    따끈따끈
    그렇게 너도 힘내서 만드는 데스"


자실장은 다른 공작에 열중하고 있다.
고생을 많이 하며 자신을 낳아 길러 준 사랑하는 마마에게 줄 선물이다.
폐출산석도 자실장 옷을 팔과 다리에 감아 방한 도구로 만드는 정도는 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전혀 몸을 덮을 수 없다.
자실장은 알몸으로 제설작업을 하며 추운 듯한 마마에게
옷을 선물하려고 하는 것이다.
굴에는 대량의 자실장 옷이 있다.
비교적 지능이 뛰어난 자실장은 산실장들이 도토리를 넣는 데 쓰던 식량 자루의 솔기를 참고해 옷을 만들려 한다.
자실장 옷을 나뭇가지로 찔러 구멍을 뚫고 턱받이 끈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차례로 자실장 옷을 연결해 큰 천을 만든다.
그리고 크고 작은 자실장 옷을 조합해 천을 대형으로 키우고 있다.
사변을 꿰맨 원뿔 모양의 옷이다.
마지막으로 폐출산석의 체형에 맞추어 목과 팔이 나올 구멍을 만들면 완성(예정).

바느질은 어둠 속에서는 전혀 못한다.
낮에 출입구 근처의 밝은 곳에서 한땀 한땀 꿰맬 수밖에 없다.
원래 장착석 손가락 없는 팔에 바느질의 난이도는 높다.
그것을 처음부터 시행 착오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좀처럼 완성되지 않는다.
하루 한장 자실장 옷을 꿰매는 것이 고작인 날도 있다.
잘못해서 버린 자실장 옷을 울면서 풀어 다시 한 날도 있다.
그래도 마마에게 드리고 싶은 일념으로 자실장은 애쓴다.


    "마마 선물 테치
    열심히 꿰맨 옷 테치"

    "데에엣?!
    방석이아닌 데스우?
    옷이었던 데스우!"

    "예쁘지 않아 미안한 테치.
    그래도 입어 주시면 좋은 테치"

이렇게 독라의 폐출산석은
새 옷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그 모습은...
잘 말하면 비늘 갑주를 입은것 같은,
사실대로 말하면 형용하기 어려운 녹색 물체이다.
보통 실장옷에 비해 무거워서 움직이기도 어렵다.
두꺼운 것에 비해 빈틈 투성이라서 방한성도 의외로 좋지 않다.
하지만 자가 보내온 더 좋을 수 없는 선물에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한다.

굴에 틀어박혀 월동을 시도하는 들실장 친자의 대부분은 한가한 시간을 주체 못한 나머지
스트레스성 자멸 행동으로 파멸한다.
이 점에서, 치졸하다고는 해도 생산활동에 종사하며
한가한 시간을 뜻있게 보낼 수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 − 4− −


3월....


    뎃데로게ー 텟게로게ー

눈이 아직 쌓인 산이라고 해도
맑은 날에는 삼나무 화분이 날아 흩어진다.
폐출산석은 당연한 듯이 또 임신했다.

    뎃츄 〜ㅇ
    나에게도 동생짱이 생기는 데츄
    기대되는 테치
    같이 많이 노는 테치,

건강 우량자로 태어난 자실장은 순조롭게 쑥쑥 자라 중실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외동딸로서 마마의 사랑만큼은 많이 받고 자랐지만, 놀이 상대가 없는 것을
내심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동생이 생기고 가족이 늘어날 것을 솔직하게 기뻐한다.
상당히 기다려지는 것 같다.

    빨리 구더기한테
    염원의 프니프니하고 싶은 데츄ー
    구더기-프니프니 -프니프니
    모두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후ー프니후ー ♪
    프니프니후 ♪

자작 프니프니의 노래를 부르며 포동포동한 바구미의 애벌레를 써서 프니프니 놀이를 하고 있다.
도토리 속을 파먹는 이 곤충은 친실장에겐 반가운 별미, 자에게는 먹을 수 있는 장난감이다.


이때까지 그들은 행복했다...
이 행복이 언제까지나 계속된다고 생각했다.

− − 5− −


4월....


    ..데·····어떻게 하는 데스우...

    마마, 동생이 너무 많은 데스...


"마마, 배고픈 테치 테치 테치테치테치테치테치레치"

"마마, 배고픈 테치 테치 테치테치테치테치테치레치레치레후"

"마마! 배고픈 테치 테치 테치테치 테치테치 레치레치레후레후"

"마마, 배고픈 테치 테치 테치테치테치테테치테치레치레치레후레후"

월동굴의 보존식은 얼마 남지 않았다.
영양 상태가 좋으면 한없이 늘어나는 것이 실장석이다.
하물며 출산석은 육질이 좋은 자를 안정되게 많이 낳게 품종 개량되어 있다.
폐출산석이라 해도 자를 안낳기 때문에 폐기된 것은 아니다.
버려진 당시에도 다소 노화했지만 출산석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그냥 출산효율이 낮은 겨울철의 사육비 때문에 다른 목적으로 전용됐을 뿐이다.
행복 뿐인 환경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달콤한 휴식을 만끽하자 출산석으로서의 성능은 풀스펙을 회복한다.
그래서, 대기중에 날아다니는 삼나무 꽃가루에 의해 거의 일주일마다
4~5마리의 굵은 자실장+덤이 태어난다.
그들이 성장하며 점점 먹는 양이 늘어간다.


    데에에...자가 너무 많아진 데스
    이젠 밥이 없어진 데스
    어떻게 하는 데스
    어쩌는 데스우우우ー

자연계에서 식량을 확보하는 서바이벌 기능은 무엇 하나 없다.
그렇다고 자를 솎아 낼 각오도 없다.
도토리가 담긴 식량 자루는 점점 줄어든다.
무계획한 자늘리기의 당연한 귀결이다.
여유있던 식량 사정이 급격히 위기를 맞고 있다.



− − 6− −


4월 중순....

하늘은 맑지만 산의 바람이 아직 차갑다.
눈 녹은 물이 흐르는 강변을 폐출산석이 터벅터벅 걷고 있다.
가끔 멈춰서서 돌을 뒤집거나 적당한 새싹을 갉아먹고 있다.


    데에에...전혀 맛이 없는 데스우
    곧 첫 손녀가 나는 데스
    딸에게 영양 있는 걸
    먹여 주고 싶은 데스


드디어 보존식 도토리가 바닥을 드러냈다.
근처에 난 새싹 등은 모두 먹어 버렸다.
더욱 애를 태운 것은 이미 성체에 가까운 장녀가 임신한 것이다.

건강한 실장석이라면 당연한 것이지만
이는 큰 문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위석을 인공 조정한 출산석처럼 단기간에 출산하지는 않는 다는 것 정도?
결의는 있지만 수단이 따르지 않는 폐출산석이지만, 그래도 친실장으로서 식량을 찾으러 멀리 나왔던 것이다.
장녀는 함께 나와 식량찾기를 도우려 한다.

그러나, 첫 자의 출산을 앞둔 딸을 염려해 조심하고 집에 있게 한다.
애정은 있어도 서바이벌 지식이 없는 폐출산석은 갈 곳이 전혀 없다.
바보스런 기억으로 이전에 산자실장 고기를 주운 냇가를 어정어정 걷고 있다.
수량이 적은 겨울과 달리 봄의 강에는 눈 녹은 물이 흐르고 있다.

    저기에 있는데스!


강을 향해 쓰러져 있는 썩은 나무 가지에
새의 시체 같은 것이 있다.

    해낸 데스! 고기 데스!
    먹을 걸 찾은 데스!

폐출산석은 쓰러진 나무 위를 기어
다가가 손을 뻗는다.

    위험한데스
    흔들흔들 하는 데스우우우-
    하지만 좀 더 하는 데스
    조금만 더 데…
    팔이 미끄러진 뎃!


그 때, 썩어서 너덜너덜한 나무가 쓰러지며 소리를 내며 부러진다.
몸이 차가운 물에 빠진다.
그 충격으로 마른 나뭇가지에 걸렸던 조류의 사체가
떨어져 흘러가게 된다.
겨우 찾은 먹거리를 놓칠쏘냐 하며 폐출산석은 무리해서 손을 뻗는다.


    뎃 ! 엣? 에 -!!


그리고, 폐출산석은
불안정한 가지 위에서 다리를 미끄러뜨린다.



− − 7− −


한편....


    지긋지긋한데스..
    이럴거면 나가는 게 나은 데스우.


첫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집을 보게된 장녀였지만 철없는 동생들 뒷바라지에 오히려 지쳐있다.

동생들의 제멋대로이고 저능함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사시사철
    "배고픈 테치 레치 레후"
의 대합창에다 아무데서나

    "구더기 똥 가득한 레후"
    "레에에엥 똥나와 버린 레츄우"
    "똥 테치. 테츄"
    "빨리 닦아주는 레후ーㅇ"
    "기분 나쁜 레치이.
    엉덩이 깨끗하게 해주는 레츄-"
    "바보! 빨리 치워주는 테츄!"
    "안아주는 테츄"
    "놀아주는 레츄"
    "프니프니 레후"
    "프니후ー프니후ー"

하고 지금 이 순간도 테치테치레치레후 하고 너무 시끄러워.
원래 품종적으로 식용석의 지능은 뻔하다.
또 뛰어난 장녀와의 행복한 생활에 겨웠던 폐출산석의 부족한 뇌에서 맵고 슬픈 기억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당연히 태교의 노래도,

    세상은 편하고 행복 가득한 데스,
    지혜롭고 아름다운 마마와
    자상한 언니짱이 기다리는 데스,

같은 평범한 내용이었다.
덕분에 동생들은 모두 식용석 수준의 지능과 행복 회로를 구현하고 태어났다.
그래서, 어설픈 옷을 입고 있는 대머리 마마를 업신여긴다.
돌봐주는 장녀도 사육실장이 못된 "노처녀"라며 매도한다.
오히려 좋은 조건을 갖추어서 태어난 장녀가 돌연변이인 것이다.


    ...뎃게로게ー 뎃게로게ー

    나의 귀여운 자들,
    강하고 건강하게,
    모두 태어나 자라는데스-

    나는 여기를 나오는 데스
    여동생들은 바보 뿐인 데스
    교육적으로 나쁜 데스


피곤해서 졸려 하면서도 장녀는 작은 소리로 태교의 노래를 부른다.
가축으로 성장한 폐출산석과 달리 장녀는 나름대로 야생에서 사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들과 떨어질 수 없는 마마와 달리 독립을 촉구하는 본능의 권유를
비몽사몽 속에 느끼고 있다.
멀리의 식량을 찾기를 돕고 싶었던 것도 둥지가 될 자리와 약수터, 먹이터 탐색의 무의식적 요구였던 것이다.


    마마는 실장생 열심히 사는 데스
    강하고 잘 사는 데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데스
    내 손으로 행복 만드는 데스
    집도 혼자서 만드는 데스
    모두 건강하게 태어나는 데스
    마마와 사이좋게 사는 데스

    뎃데로게ー 뎃데로...게...?




    ..왜??



그 때,
월동 구멍의 어둠 속에 햇빛이 쏟아진다.
천장의 구멍을 막던 억새 다발이 치워졌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햇빛이 눈부시다.
장녀는 어둠에 익숙해진 눈을 살짝 뜨고 위를 쳐다본다.

    데?

천장 구멍에서 뭔가가 이쪽을 들여다 본다.
밝은 봄의 햇살을 등지고, 꾸물꾸물한 검은 그림자가 있다.
가슴에 턱받이처럼 하얀 무늬가 보인다.


    데?
    누구데스우?
    혹시 손님 데・・?



− − 8− −


소용돌이 치는 격류에 휩쓸린 폐출산석은 흘러가게 된다.
장녀가 꿰매 준 옷은 옷감이 많아, 물을 머금으면 통상의 실장복보다 갑자기 무거워진다.
손수 만든 옷에는 마마 사랑뿐 아니라 결점도 많이 포함되어 있던 모양이다.


    나는 죽지 않는 데 스
    포기하지 않는 데 스
    돌아가는 데슷
    꼭 돌아가는 데스
    딸들이 기다리는 집에
    돌아가는 데스우우우...


어떤 결의도 현실을 움직이는 힘이 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윽고, 그녀의 비명은 차가운 물 속으로 사라진다.



− − 9− −


갑자기 찾아온 손님에 장녀가 놀란 다음 순간 그 손님은 문자 그대로 이빨을 드러낸다.


    ??!데캬아아아아!

    테챠?!! 도깨비 테치ー!


폐출산석의 빈집을 찾은 손님은 동면을 끝낸 반달곰이다.
기온이 꽤 따뜻해지자 사방에 똥을 뿌리는 자실장들 때문에 구멍으로부터 실장석 냄새가 샜던 것이다.
그 냄새가 자연계 최악의 포식자를 불렀다.

물론 배가 고픈 상태다.
가을에 모았던 지방이 완전히 떨어진 몸은 헐렁한 모피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면에서 깨어난 굶주린 맹수는 눈앞에 있는 가장 큰 고기를 거리낌 없이 물어뜯는다.


    걋! 데히이이이이이이이!

곰에 끌려가는 장녀는 탈출하려고 한다.
하지만, 실장석이 강인한 곰의 근력을 이길 순 없다.


    그만두는 데스.
    용서하는 데슷.
    뱃속에 자들이 있는 데스우우우.

물론 동면이 막 깬 곰에게 목숨을 구걸해야 헛일 이다.
배에 발톱을 꽂아 넣은 곰이 힘을 주자 그녀의 몸은 거칠게 뜯겨 나간다.
A파트와 B파트로 강제 분리된 몸에서 내장이 흘러 넘친다.
곰은 굴 밖으로 하반신을 끌어내 먹기 시작했다.
장과 연결된 분대가 슬슬 올라 간다.
A파트만 남은 첫째 딸은 손을 뻗어 분대를 되찾으려고 한다.
필사적이다.
분대벽에는 탄생을 기다리는 태실장들이 있는 것이다.


    야..안되는 데스 안돼....


물론 저항해도 헛수고다.
내장으로 이어진 장녀 A부분도 구멍 밖으로 끌려 나온다.
곰은 끌어낸 분대의 안에 있는 태실장을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테...자들을 먹지 마는 데스...


그 때, 이빨에 찢긴 분대의 틈으로 한마리의 태실장이 땅에 떨어진다.


    레후? 밝은 레후?
    여기가 밖인 레후?
    텟테레...레에에에에?


땅에 떨어진 자는 미숙아인 구더기 실장보다 더 크게 성숙한 태실장이었다.
마마의 살점이 쿠션이 되어 낙하 충격에서 무사했던 모양이다.

외모로는 미숙 구더기 실장을 확대한 형태이지만, 출산 신호를 받지 못한 채
모태로부터 떨어진 태실장은 보통 출산과 달리 신체를 보호하는 점액에 싸여 있지 않다.

이는 안구의 착색에 의한 강제출산으로 적당히 배설되듯 태어나는
부스러기 구더기 실장의 경우와 같다.

이렇게 외과적으로 모태 밖으로 빼내진 성숙 태실장은 미숙아 구더기와 같은 변형 과정을 거쳐 자실장이 된다.

고치화를 필요로 하는기형 구더기 실장과 달리 일주일 정도면 손발과 머리가 자라고
자실장 형태로 탈바꿈한다.

인간에게 구더기 실장의 자세한 사정 등은 사소한 일이라,  이 사이즈까지 성장한 구더기 형태의 실장석은 유래에 관계 없이 한데 몰아서 구더기라고 부른다.


    마마?
    마마 어디있는 레후ー?
    어디로 간 레후ー?


따뜻한 마마의 태에서 억지로 끌어내진 태실장이 피에 얼룩져 꿈틀거린다.
머리 위에서는 곰이 마마의 위를 음미하고 있다.
장녀는 자를 놓치지 않으려 마지막 힘을 다해 외친다.

    나의 자...무사했던 데스...
    여기는 위험한 데슷
    빨리 달아나데스우우우우


그러나, 갓 태어난 자에게 최우선 사항은 보호자인 마마와의 컨택이다.

    마맛!
    마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레후ー
    마마아ー
    지금 그리 가는 레후 마마♪

    데스우ーㅅ!!
    달아나는 데슷..
    여기 오면 안되는 데스

억지로 모태에서 떼어내진 이 구더기도 본능에 따라 마마의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기어간다.
물론, 그 진행 방향엔 털투성이의 거구가 있다.
발밑을 기어다니는 벌레를 무시하고 다음 고기를 찾아 나가던 뒷발에 걸린다.


    레펫.

작은 비명을 지르고 으깨진다.
동시에 장녀의 마지막 희망도 산산조각이 난다.



    .데 ...스...우.........
    파퀸


위석도 부서진다.
마마의 사랑과 희망을 한 몸에 받고 자란 행복한 장녀.
자질을 타고난 그녀라면 새로운 산실장 일족의 시조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도 공허하게 모두 사라졌다.


− − 10− −


이어서 자업자득의 자충들의 운명이다.

    언니챠! 언니챠?!
    테에에에에
    무서운 테치 무서운 테차
    여기에서 도망치는 테차
    기다리는 레치
    두고 가지 마는 레치이이이
    레에에에
    구더기짱도 데리고 가는 레후
    구더기챠아아아아앙


참극을 본 자실장들은 공황에 사로잡힌다.
서로 밀고 나자빠지며, 발밑의 구더기 실장을 깔아뭉개며, 경쟁적으로 출입문으로 몰린다.

테치테치 비명을 지르면서 탈출을 시도한 자실장들이었으나
출구에는 다른 포식자가 기다리고 있다.
새끼곰이다.

구멍을 강타한 곰은 새끼곰을 데리고 있던 것이다.
2마리 새끼곰이 굴 출입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강아지 크기밖에 안되는 인형 같은 새끼곰이지만 자실장에게는 충분한 위협이다.
둥지 밖으로 나오던 자실장들 앞에 2마리 새끼곰이 다가섰다.
가장 먼저 도망 치려고 했던 자가 새끼곰의 태클을 맞고 구른다.
작아도 맹수의 본능의 가지고 안면을 물어뜯는다.


    츄왓?!
    츄와왓!
    그만두는 테츄에에에에ーーㅇ!
    먹으면 안되는 테치
    먹으면 아픈 테챠아 아 아..

새끼곰에 물린 자실장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다.
새로운 위협에 놀란 자실장들은 굴에 되돌아 가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출구에 있는 위험을 모르는 자매에게 뒤에서 밀려 좀처럼 돌아갈 수 없다.

    텟치! 응?! 텟챠아아아ー!
    레차!
    여기에도 큰 것이 있는 레치!
    테에에ー!
    여기서부터 나오지 못한 테챠!!

좁은 통로에서 우왕좌왕하는 자실장들에게 새끼곰 한마리가 찾아온다.
적당한 자실장의 등을 밟아 쓰러뜨린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하는 통곡에 사냥감을 더듬거리며 찢어 간다.
새끼곰은 목덜미를 물어뜯으려 했지만 실장 옷과 뒷머리가 방해에서 먹기 어렵다.
그것을 본 새끼곰은 일단 허둥대는 사냥감을 뒤집는다.

    테에에에엥 테・・테?..
    먹지마는 테치...?!

그리고 굶주린 야생 동물 상대로 무의미한 목숨구걸을 반복하는 사냥감의
안면에 붙는다.
옷도 머리도 없이 드러낸 얼굴이 가장 먹기 쉽다.
이렇게 새끼곰들은 잡기 쉬운 사냥감의 맛과 사냥 방법을 마스터하는 것이다.


새끼곰에 쫓겨 테치테치 거리며 안쪽방으로 철수한 자실장들이지만
사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어차피 울부짖음 밖에 없다.
그 와중에 천장 구멍으로 다시 엄마 곰이
머리를 처넣어 온다.

    테-츄왓츄아아아!
    테뱌아아아아아아아ー-

큰 새끼를 한마리, 머리부터 물어 목을 갉고 지나간다.
앞문의 새끼곰, 후문의 엄마곰에 둘러싸인 자실장들에게 도망 갈 길은 없다.
바로 자루 안의 쥐.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마마아ー 마마아아아ー
    무서운 테치테치이이이ー-
    마마 마마 어디 가 버린 테치
    빨리 녀석을 물리치는 데차
    대머리 마마 바보ー 테치
    언니챠도 도움이 안 된 테치
    그래서 안오는 테치이이이
    프니후ー 프니후ー  
    테차!
    도망 갈 수 없는 테치이이이ㅇ
    테에에에테치
    소리 나오는 테치테에ー
    테츄우우우테츄ーーー
    텟츄우우우 〜ㅇ
    테 추추 ーㅇ
    텟 차 ー테치 텟치이이이이
    무서운 레츄ー
    레에에에엥 레에에에에엥
    구해주는 테츄.
    테에ー 용서를 테에에ーー엥
    부탁하는 테치우우우우.
    구더기를 주는 테치 테에에에엥.
    레후?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프니후ー프니후ー후
    레에에에엥 레에에·
    테츄ーーㅇ 테츄우ーーㅇ
    테빗갸아아아ーーー......

우는 자,
돌아오지 않는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는 자,
욕설하는 자,
아첨하는 자,
목숨을 구걸하는 자,
거래하자는 자.

하지만 굶주린 곰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물론 곰 상대로 프니프니를 요구하는 구더기 실장도 예외가 아니다.

하나씩 곰부자에 붙잡혀 갉히고 찢기고 먹히게 된다.

벽옆 구멍으로 들어간 자실장도 있다.
그곳은 덤으로 태어나는 작은 엄지나 구더기용의 피난처다.
폐출산석이 뒤에서 뚫었다.
2마리의 새끼 실장이 밀고 당기고 하면서
경쟁적으로 좁은 굴로 들어간다.
먼저온 엄지와 구더기를 문답 무용으로 차내기 시작한다.


    여기 이곳에 숨은 테칫
    비키는 테치! 방해 테칫
   
    언니챠ー
    하지마는 레챠아아아아아ー!

    아타치만은 꼭 살아남는 테츄우!
    레피에에에엥 레후ー
    구더기에 죽는 거 싫은 레후에엥


500ml 생수병 정도의 구멍이라 새끼곰도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다만 깊이도 페트병 정도다.
그래도 2마리가 가만히 떨고 있었으면 살았을지도 모른다.


    여기는 저것도 못 들어오는 테칫
    아타치 머리 좋은 테치
    천재 테치

    아타치는 가장 안쪽에 숨은 테챠

    뭐 하는 테지?!
    여기는 아타치 먼저 들어온 테치

    아타치에게 양보하는 테치

    장난친 테쟈ー아아아?!
    너 같은 분충이 ....테챠아아아


더 안쪽으로 가려고 자매끼리 씨름을 시작한다.
그래서 구멍 입구에서 테치테치챠ー챠ー 울음 소리가 들려 온다.
엄지와 구더기도 구멍 입구에서 계속 레치레후 울고 있다
마치 이 안에 숨어 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월동굴의 자실장들을 대충 다 먹은 엄마곰이 엄지와 구더기를 향해 단숨에 압도해 온다.

그리고 앞다리를 뻗어 굴 입구를 할퀸다.
실장석 팔에 파인 흙이 손톱있는 곰의 손에 안 파일 이유가 없다.
흩어지고 흙이 깨끗이 치워져, 안에 있는 자실장들이 보이게 된다.
곰부자의 눈에 노출되는 가운데 당초의 목적을 잊고 2마리의 자실장은 테치-테치-
계속 싸우고 있다.
엄마 곰은 2마리 있는 자실장을 새끼곰들에게 먹게 해주려고 했는지 잠시 모습을 보고 있다.
새끼곰 쪽은 자실장의 격투를 흥미진진 천천히 관람하고 싶은 것 같다.

이윽고 2마리는 데굴데굴 굴러 방 한가운데로 링을 옮긴다.
엄마곰이 천장 구멍에서 몸을 밖으로 내가자 밝은 햇빛이 스포트 라이트처럼 2마리를 비춘다.
생존의 위기를 완전히 잊고 테치-테치- 토닥-토닥-
흐뭇한 투지는 3분 정도에서 마무리된다.


    "치푸푸, 아타치에 반항한텟치?!"

    "아픈 데치. 테에엣?!....!!!!


승자에게는 약육강식이라는 말의 뜻을 먼저 알게되는 권리가 주어진다.
진 새끼에게 발길질을 하고 거들먹거리는 승리 자충을 엄마 곰이 굴 위에서 덥석 먹는다.
아쉽게 패한 패배 자충에겐 귀여운 새끼곰짱들과 오랫동안 장난치며 놀 권리가 주어진다.
약간 배부른 새끼곰들이 땅에 쓰러져 있는 자실장에게 사이좋게 다가온다.


    테에에에...오지마는 데치이이
    ...먹지마는 테에에
    먹지마는 테에에에ーーㅇ


이렇게 폐출산석의 자들 (손녀 포함)은 모두 반달곰 부자의 양식이 되어 배에서 사라진다.

만약 비상구를 막지 않고 남겼다면 피해가 막대해도 적어도 전멸만은 피했을 것이다.
산실장이 왜 좁은 비상구를 겨울 구멍에 만드는가?
왜 넓은 월동굴을 포기하고 일부러 따로 아기 키우기용 굴을 갖추는가?
대형 포식 동물에 대한 대책과 멸종 위험 회피이다.
야생동물로 나름 적응한 산실장의 생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던 것이다.

이리하여...
폐출산석이 꿈꾸던 희망의 미래는 덧없이 무너졌다.




− − 에필로그 − −


포수 영감이 가진 산에서 조금 떨어진 땅은 구의 입회지이다.
옛날에 이 근처의 산은 모두 에도 시대부터 지주님의 땅이었다.
그러다, 농지 해방으로 지주가 몰락한 때에산을 분할 매각했다.
여기는 적당한 산나물 채집에 알맞다.

산길을 벗어나 낫과 편의점 봉투를 들고 개울가를 걸어간다.
벨트에 붙인 곰방지 방울이 딸랑따랑.

...응?

개울 바닥에 누더기를 두른 대머리 실장석이 쓰러져 있다.
눈 녹은 물로 강의 수량이 많이 늘어 있다.
좀 이상하지만 강에 빠진 산실장일지도 몰라...
먹을 수 있을까?



− − 3편 "봄의 방문" 끝 − −

댓글 7개:

  1. 대애애앵 대애애앵 오로롱 오로롱 장녀쟝 장래가 기대됐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은데스 어째서 장녀쟝 행복해질수없는데스? 이런건 불합리데스

    답글삭제
    답글
    1. 그런 불합리한 불행이 실장석의 팔자인데 어째서 불평하는데스 오마에도 분충인데샤아앗

      삭제
  2. 산실장이든 뭐든 죽은 실장석만이 좋은 실장석이다

    답글삭제
  3. 댓글마다 찐찐 거리는 찐따 새끼는 거울보고 찐찐거려라. 찐찐 거리는 놈들이 찐인데 정작 본인들은 그걸 몰라서 저 지랄들을 하고 다녀요.

    답글삭제
    답글
    1. 원래 쿨찐들은 지들이 찐아니라고 생각함ㅋ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