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마즙 목욕


[여어~, 토시아키. 오..래...간....만...]

[여어, 오래간만-]

사각사각
조금 불길한 듯한 소리는, 토시아키의 손에서부터 들리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인터폰으로 부엌 쪽으로 오라고 한 시점에서 뭔가 있다는 건 예상했지만,
토시아키의 주위에는 흩어져 있는 참마 수 십 개에,
이미 갈아 놓은 산마즙이 들어 있는 보울 몇 개가 놓여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할 말을 잃을 것이다.


[... 뭣 땜시 이런 짓을]

[그냥, 조금 신경쓰이는 게 있어서 말이지...,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란 건 공원에서 실장석을 적당히 1 마리 잡아달라는 거야. 성체실장이면 좋겠어.]

[아아, 또 "실험파" 인 네 실험에 동참해달라는 거냐]

[그런 거지]

이녀석은 고등학생이 되었을 무렵부터, 실장석으로 하는 실험을 좋아하게 되었다.
더 어릴 때에도 곤충으로 이런저런 잔혹한 실험을 했었으니, 뭐 당연한 귀결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실험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내구성 측정]에 속하는 부류 뿐이라,
어지간한 학대파 - 나 같은 - 보다도 훨씬 질이 안 좋다.

[그래서, 신경쓰인다는 건 뭔데. 어떤 실험이야?]

[아아, 나중에 설명할께.... 평소처럼, 가능한한 오래 견딜 것 같은 튼튼해 보이는 놈으로 데려와 줘]

[알았씀]

이녀석의 변덕에 맞추어 실정석을 조달하는 것은 별로 드문 일은 아니었다.
예전부터 이렇게 어울려 왔었고, 학대파라는 입장에서도, 나로서는 절대로 떠올리지 못할 것 같은 학대가 되어버리는
이녀석의 실험에 엄청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럼, 갔다 올께]

[응, 포획도구는 현관에 적당히 있으니까 아무거나 골라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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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데려 왔다.]

[역시나]

[데에-스! 데스데스데스데에에-스!]

그로부터 약 1 시간 정도 걸려서, 나는 근처의 공원에서 적당한 성체실장석을 골라서 데려 왔다.
추워지기 시작한 이 시기에는, 길러주겠다고 한 마디만 하면 어떤 실장석이라도 간단히 따라 온다.
나는 그 중에서도, 유별나게 분충스러워 보이는 개체를 골랐다.
분충은 삶에의 욕구가 보통 실장석보다도 강하기 때문에, 그만큼 오래 버티기 때문이다.
또, 행복회로 풀가동이라, 말로 꼬드겨 행동을 유도하기도 쉽다.
똑똑한 개체라면 경계할 만한 일도, 멋대로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해석하고는 단번에 행동에 옮긴다.
- 문제는, 학대파인 내가 그런 개체를 눈 앞에 두고서 햣하- 모드로 돌입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부분이었다. 어떻게든 견뎌냈지만.

[으-음, 이건 정말로... 음, 튼튼해보이네... 음, 합격. 멋진걸]


[데에-ㅅ스! 데에스데스데스데에에-ㅅ!]

[아, 미안한데. 나 링갈 없거든. 한번 더 빌려줄래?]

[어, 그래]


이녀석은 실험파이기 때문에, 실장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담담하게 실장석을 납치하고, 담담하게 실험을 해서, 담담하게 기록을 남기고는 만족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링갈은 보통 내 걸 빌려서 쓴다.

[에- 그러니까... 우리집에 온걸 환영한다 실장석.]

[흥, 좁은 집데스네, 똥닌겐! 그래도 뭐 그렇게나 원한다면 살아주지 못할 것도 없는데스!
 얼른 고귀한 와타시에게 어울리는 호화로운 식사와 목욕과 옷을 준비하는뎃스!]

우와~ 때리고 싶다.
내 오랜기간에 걸친 학대파로서의 감으로 선별한, 유별나게 분충스러운 개체라고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역시 링갈을 통해 뭔 소릴 지껄이는 지 알게 되면, 그야말로, 단숨에 쌍판을 짜부러뜨리고 싶어진다.

[OK~ 그러면 먼저 목욕을 할까. 고급 산마즙 목욕을 준비해 두었다-]

[고급? 흥, 똥닌겐 주제에 제법 센스가 있는데스네. 얼른 거기로 안내하는데스]

산마즙 목욕. 아아 과연. 토시아키, 역시 너답다. 나로서는 절대 그런 발상은 못할 거야.

[그럼 이쪽으로 와라-]

토시아키는, 실장석에게 그런 소리를 들었는데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듣고서 대답한다.
그에게 있어서 모든 실장석은 단지 실험재료일 뿐이지, 대등하게 커뮤니케이션할 대상조차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험의 피험체로 선택된 실장석은 어떤 분충 개체던 간에,
최종적으로는 거의 대부분 피눈물을 흘리면서 살려달라고 울부짖게 된다.
정말로 서툰 학대파보다도 질이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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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바닥에는 실장석 용 뚜껑달린 욕조가 놓여 있고, 그 안에는 토시아키의 노력의 결정인 산마즙이 담겨 있었다.
수위는 대충, 성체실장의 가슴께 정도일래나.
그 주위에는 기록용 카메라가 몇대 놓여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기 위해서인 모양이다.

[이게 바로 그거란다- 고급 산마즙 목욕탕. 들어가면 피부가 반질반질, 피부미용에 좋지. 몸이나 얼굴에 바르면 된다]

[싸보이는 욕조뎃스! 그래도 뭐, 내용물이 와타시에게 어울린다면 용서하지 못할 것도 없는데스]

실장석에게 있어서, 산마즙은 미지의 물건인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길길이 날뛰며 탕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을 테니까.
어쨌거나 고급이라고 하니까 만족하고 있다... 대충 이런 느낌이다.

[그러면, 옷을 벗고-. 그것도 세탁해 둘 테니까-]

마치 숨을 쉬듯이 자연스럽게 입에 침도 안바르고 구라를 치는 토시아키와, 그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 실장석.
후딱 벌거숭이가 된 - 실장석 특유의 퉁실하게 살찐 추한 몸뚱이인 - 실장석을 토시아키가 고무잡갑을 낀 손으로 들고 산마즙 목욕탕에 담근다.

[뎃프~웅♪ 오? 이건 뭔가 새로운 감각데스. 뭔가 미끈미끈 기분 좋은 데스~웅♪]

산마즙의 "효능" 도 모르고, 실장석은 피부가 매끈매끈해진다는 걸 믿고서, 그걸 몸둥이에, 얼굴에 발라간다.

[그래서, 토시아키. 슬슬 이번 실험의 취지를 가르쳐 주지 않을래]

[아, 그렇지. 음- 그러니까 말이지, 궁금했던 거야. 실정석에게 "가려움"이란 게 존재하는 지 말이야]

[간지러움?]

[어 그거. 실장석은 아픔이나 성적 쾌락에 민감한 생물이라는 보고나 실례는 수없이 많지만,
 간지러음에 대한 보고 예는 의외일 정도로 적다는걸 알게 돼서.
 라는 것도 있고,
 실장석은 손의 생김새가 보다시피 대충 생겨 먹었잖아?
 손톱마저 없으니까, 간지러운 데가 있어도 긁을 수 없다. 그건 상당히 괴로울 거라고 생각해서 말이지]

[과연]

[그래서 혹시 실장석에게는 간지러움에 해당하는 감각이 없을지도 모른다...
 야외에서 살고 있으면, 분명히 모기에게 물리거나 할테니까.
 그래서 그걸 확실히 알고 싶어서]

[음- 그러면... 혹시 정말로 간지러움을 못느끼면 이 실험 재미 없겠는데]

[재미없겠지. 그래도 그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봐봐, 실장석이란 놈은 둔하잖아?
 그래서, 모기에게 물린 정도로는... "그것"을, 간지러움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래도 이 방법이라면...]

[뭐... 싫어도 알게 되겠지]

산마즙이 피부에 닿았을 때 가려워진다는 것은, 아마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 산마즙 덮밥을 허겁지겁 먹다가 입주위에 묻어서 험한 꼴을 당한 적이 있다.

[응...? 뭔가... 몸이 근질근질하는데스네...]

[오... 시작됐나?]

[그런 모양인데. 원래 산마즙이 닿았을 때의 간지러움이란 건,
 참마 껍질에 함유되어 있는 수산화칼슘이라는 가시 상태의 결정이 피부를 찔러서,
 그것이 통각신경을 가볍게 자극함에 따라 일어난다고 하지.
 그래서 손바닥같이 피부가 두꺼운 부분에서는 그런 간지러움은 느껴지질 않아.
 그래도 우레탄 바디로 되어 있는 실장석이라면... 그 뒤는 알겠지?]

[아아]

토시아키의 말을 절반정도는 흘려 들으며, 대충 대답한다.
그 사이에도, 실장석에게서는 최초의 들뜬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뭔가... 뭔가 이상한데스...?]

그리고, 실장석이 손으로 몸뚱이를 문질문질 비볐을 때의 일이었다.

[갸아아아아아아아아!? 가려줫!? 가려워데에에에엣스!?]

[좋아 시작됐다. 산마즙은 비비기 시작하면 간지러움이 단숨에 심해진다구!]

[누아아아아아아!? 무슨 일인데스까 이것으으으으으으은!? 히익, 모, 몸이이이이이이이!?]

온몸에 질척질척하게 들러붙은 산마즙을 문지를 때마다, 점점 가려움이 커진다.
가려움이 커짐에 따라 긁으려 하지만, 손톱이 없는 실장석의 손으로는, 몸에 산마즙을 문지르게 될 뿐이다.
그리고 오히려 가려움이 커진다... 악순환이었다.

[갸앗! 갸아아아아아앗! 똥닌게에에에에엔! 뭘 멍하게 보고 있는데에에에에엣스!
 이 목욕물은 와타시의 피부에 맞지 않는데스 좀더 고급 목욕물을 가져오- 데갸아아아아아아아!]

반쯤 광란상태에 빠져서 날뒤는 실장석. 첨벙첨벙 산마즙이 튀어, 욕실 벽을 더럽힌다.

[뚜껑 덮는 쪽이 좋지 않겠어?]

[아아, 그러네. 그러자고]

[데샤아아아아아아아! 무슨 짓을 하는데에에에스! 와타시를 빨리 여기에서 꺼내는데에에에에에아아아아아아!]

실장석의 필사적인 외침도 소용없이, 수조에는 투명한 뚜껑이 끼워진다.
그에 따라, 실장석이 튕기는 산마즙은 뚜껑에 부딛혀, 마치 머리 위에서 쏟아 붓는 것 같은 결과를 낳았다.

[뎃갸아아아아아! 머리가! 머리가아아아아아아! 귀에도 들어간데에에에엣스! 데히이이이이이잇!]

머리를 붕붕 좌우로 휘두르며, 어떻게든 산마즙이 떨어지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실장석 정도의 속도로는 무리였다.
그러는 동안, 머리를 너무 흔들어 댄 탓인지, 몸의 균형을 잃고 휘청이다가 발을 헛디뎌서 산마즙 속에 첨벙하고 자빠져 버렸다.

[앗]

[앗]

아니 뭐, 안그래도 조금 있다가 내가 할려고 생각했었지만.
수초간 정적이 흐른 뒤, 그 다음 순간, 몬스터 영화에서처럼 산마즙 수면에서 엄청난 기세로 실장석이 뛰쳐나왔다.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ㅅ! 머리가 몸이 팔이 다리가아-ㅅ! 가려워가려워가려워가려워가려가려-!]

말 그대로 머리부터 산마즙을 뒤집어쓴 실장석의 광란하는 꼬라지는 더욱 달아올랐다.
이젠 그야말로 자신을 후두려 패는 것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온몸을 긁으려 하고 있다.

[똥닌겐! 똥닌게에에에엔! 구해... 와타시를 구하는데스우우우우우웃! 데부아아아아앗!]

마치 한냐(일본의 귀신) 같은 형상으로, 퍽퍽 하고 수조의 벽을 두들긴다. 그러나 당연히 의미 없는 짓이다.
오히려, 두들기는 손에 추가로 산마즙을 발라 문지르는 결과가 되었다.

[갸앗! 데갸아아아아아! 가려웟! 손이 가려, 가려워 가려, 가려데쟈아아아亜あsdふぁふansdpfguiaouiap!!!!!]

이제 링갈에는, 의미 있는 단어는 전혀 표시되지 않았다.
이 링갈은 학대파 용 고급품으로, 보통 링갈처럼 해석불능이라고 표시하는 후진 게 아니다.
번역이 불가능하면, 무의미한 문자열을 나열한다고 하는 별로 쓸 데 없는 기능이 붙어 있는 것이다.

[naoiudfhakleas가려워gands9uy2w389가려fmpsaodijh'gafdsafhnai가려ga9-8sdankj가려워가려워가려워!!!!!!]

그러나... 나도 오랫동안 학대파 짓을 해왔지만, 이렇게나 장시간 의미불명인 메세지가 흘렀던 적은 없다.
나도 아직 수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봐 이봐]

[응... 왜?]

[배고파지지 않았냐?]

[아아, 뭐 고픈데. 벌써 점심때고]

[그런가. 그럼 이건 이대로 놔두고, 밥 먹으로 가지 않을래? 근처에 괜찮은 이태리 식당을 발견했는데]

[오, 좋지. 그래도 그냥 놔둬도 될까?]

[영상은 촬영 중이니까. 남은 건 내구성 실험 뿐이니까, 돌아올 때까지 살아있을지 두근두근 기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과, 과연... 역시나구만, 무서운 놈]

[아아, 협력해준 답례로 내가 쏠게-]

[좋아 가자 얼른 가자 자아 가자]

우리들은 욕실에 실장석을 남겨두고, 밖으로 나왔다.

[기다려어어어어 똥닌게에에엔 와타시를 구햇aweiuvnk구하고서mbva@pobkaoj가려워어어어어어x!!!]


쾅.
욕실의 문이 닫혀진다.
그럼, 우리들이 돌아올 때까지, 저 실장석이 살아 있을래나.
저녀석이, 산마즙은 먹을 수 있다고 알아채면 어쩌면 얘기가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과연 어떻게 될까

[필라프와 스파게티가 맛있다고- 아마 맘에 들거야]

그러나 토시아키는 벌써, 절반의 실험이 끝난 탓인지, 거의 흥미를 잃은 모양이었다.

[... 실험파라는 건 대단하구만...]

[엥? 뭐라고 했어?]

[아니 별로]

[? 흐음, 그래. 그렇다쳐도 이걸로 실장석에게도 가려움이 존재하다는 것은 실증되었네.
 들실장은 아마도, 몸이 가려워지면 벽이나 나무, 지면에 몸을 문질러서 긁고 있는 게 틀림ㅇ벗어.
 이번엔 실제로 그 장면을 눈으로 보고 싶은데]

[저녀석, 내버려두면 어떻게 될까?]

[위석붕괴하고 죽겠지-. 인간도 가려운 곳을 긁지 못하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나?
 실장석이 그걸 견딜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반나절 버티면 용한 게 아닐래나]

[그런가... 다음번엔 위석을 적출한 실장석으로 실험해 볼까...
 아아, 미리 똥빼기를 한 자실장에게 똑같은 짓을 해서, 죽기 직전에 튀겨서 먹는 것도... 좋겠는데...]

[아아, 참마로 만든 튀김옷은 맛있지. 다음번엔 산실장 잡으러 가자고]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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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배를 채운 두 사람은, 포만감에 실장석따위 잊어버리고 서점에 들르러 가버려서, 몇 시간이나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뎃갸아아아아아아아아! 가려워어어어어어어! 가렷...가려가려데햐아아아아아!
 빨리 돌아오는데스 똥닌게에에엔 와타시를 구해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댓글 6개:

  1. 쓸데없이 고퀄리티 링갈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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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쓸때없이 과학적인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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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희안한 실험을 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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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마라실장의 마라에 산마즙을 바르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하네 마라가 가려워서
    만지다가 느낄려나? 아니면 가려워서 발광
    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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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손을 테이프로 둘둘말고 닌겐씨 쥬지에 발라보면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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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참마로 뷰지 쑤셔두 같은결과가나오겟지...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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