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실장의 친구사냥 외전 -추자의 통발낚시-

추자의 계절이 돌아왔다.
"친구 사냥"으로 고생스레 잡은 산실장은
마블링이 잘돼있어 최고지만
갓 태어난 추자들의 담백한 맛도
나름대로의 풍미가 있다.

산실장들은 춘자는 애정을 갖고 기르지만
추자가 태어나면 바로 실장옷을 벗기고
"자 던지는 계곡"에 버려 버린다.


옛날, 사냥으로 잡은 장로 산실장 한테서
링갈로 들은 얘기다.
물론 달아매기 전에

"추자는 산신령님이 보내주신 손님 입니다.
고마운 실장옷를 받은 뒤엔
산에 돌려주는 것이 도리입니다."

하지만,
추자들은 거기서 죽는 게 아니라
골짜기에 떨어진 뒤 흘러 내려온다.
물에 빠져 가사 상태인 추자를
하류에서 일망타진하는 게
"추자 통발낚시"인 셈이다.

콜로니의 멤버는 소수 정예라야 하지만,
실장옷은 겨울 보온에 써야 하니까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그래서,
산실장은 춘자를 적게,
추자를 많이 낳는다.
통발이 하나 뿐 이라도
풍어를 기대할 수 있다.
콜로니가 한두개가 아니니까.

"자 던지는 계곡"의 하류에 통발을 세웠다.
냇물 폭이 좁은 곳의
바위와 바위 사이에 만드든데,
이게 꽤 힘들다.
자실장은 물에 떠서 흘러오는게 아니다.
하여, 매년 쓰는 대나무 통발의 한쪽은
완전히 물속에 가라앉혀야 한다.
이건 돌을 집어넣어 확실히 했다.
물길이 막혀 점차 수면이 올라가면,
그위로 댓살의 끄트머리만 나올 정도로 해서
바위 사이에 고정한다.
그걸로 추자짱들의 마중 준비가 끝난다.


새벽에 보러 나갔다.
추자들은 대부분 밤에 버려진다.

통발을 들여다보니,
댓살 위로 이리저리 뒹구는
살색의 물체가 보인다.
모두 가사 상태로 축 늘어져 있지만,
몇마리 꼼작 거리며 움직이는 놈들도 있다.
물이 차가와 잘 움직이지는 못한다.
닥치는 대로 잡아서
가져온 양동이 속에 던져 넣었다.



전부 15 마리.
시즌 첫날치고는 그저 그런 수확이다.

작업용 오두막으로 가져 왔다.
추자는 모두 친실장에게서 버려진 자들이다.
그런 절망감 때문인지
잡았을때 부터 다루기가 쉽다.
가끔 멀쩡히 설치는 놈도 있는데,
백발백중 분충이다.
그런 놈부터 처리하는게 정석이다.

말해두는 걸 잊었는데,
통발낚시에는 장점이 있다.
똥뽑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똥은 강물에 빠뜨렸을 때 마구 흩뿌리니,
여기선 그냥 손질만 하면 된다.
게다가 알몸으로 내려오니
옷벗기는 수고도 필요 없다.
욕심 많은 집단에선 머리털도 뽑아 버려
독라로 내려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래서 별 전처리 없이 요리할 수 있다.

우선 "테챠ー테챠ー" 난리를 치는
분충부터 시작했다.
국수밀대로 마구 후려쳤다.
한참 고통을 준 뒤 요리하는 게
실장식(食)의 기본이다.

손발이 2,3개 부러진 것 같은데,
이래도 괜찮을까?
만약을 위해 허리뼈도 꺾어 둘까?

도마 위에서 단번에 배를 갈라
위석을 꺼냈다.
이건 술지게미에 묻어 둔다.

내장은 제거하지 않았다.
"여기가 맛있어"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단 말이야.

배를 열어 두기 위해 이쑤시개로 고정했다.
거기에 총배설구에서 입까지 대꼬치를 뀄다.
아직까지도 "테챠ー" 하고 시끄럽지만
그게 여기 셀링포인트지,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소금을 빈틈없이 뿌려 놓았다.
잊지 않고 내장에도.
몇마리를 대꼬치에 꿰어 놓고
불옆에서 그을렸다.
좀 멀찍히 둬서 표면만 익도록.





전체적으로 눌은 자국이 생기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지만, 내장은 공들여 익힌다.
이 시점까지도 남아있는 추자의 머리털은
다 태워 버린다.


다음은 초절임.
추자를 괴롭혀 둔 뒤,
배를 찢고 위석을 꺼내는 데까지는 전과 동.
장을 꺼내고 뱃속을 가볍게 버너로 구웠다.
머리털이 남았으면 태워버린다.
꺼낸 내장은 소독한 병에 넣었다.

그뒤,
두껍게 썰어서 식초가 든 병에 넣으면 완료.

목구멍은 남아 있어서
이 녀석들도 "테챠ー" 하고 떠든다.


이번에는 조림.
초절임과 처리는 같지만
두껍게 썰기 전에 물에 넣어 삶았다.

테짓! 데치ーー잇! 데치ーー잇!

하고 활기차게 울면서 "맛있게" 된다.
15분 정도 조린 후,
불을 끄고 바닥에서 식혔다.
이러면 끓는 국물이 잘 스며든다.

이제 남은 건 가사상태의 추자 몇마리.
이건 날것으로 내야 하니
이대로 가게로 가져 가자.


가게는 통발 근처 강가에서
시즌에만 영업한다.
이게 먹고 싶어
산속의 이 가게까지 오는 손님들도 많다.

"올해 추자는 어때요?"
"오늘 아침에 잡힌 놈들이 와 있어요.
어떻게 드시렵니까?"
"그래요? 그럼 구이로 하죠. 날것도요."
"좋죠."

오늘 아침 그을려 놓은 녀석들을
숯불 위 석쇠에 늘어놓았다.

"구이는 살짝만 할까요?"
"그렇게 해 주시죠."

분충 추자짱이 다시 비명을 지른다.

"테챠아아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아-!"

"어, 이놈 이거 물이 아주 좋네."
"오늘 아침 물건 중에 제일 싱싱한 놈이죠"

손님은 꼬챙이를 들더니
발 쪽에서 덥석 물었다.

"테지이이이이이잇-! 테갸아아아아아앗-!"

추자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맛보는 게
이 가게의 전통이다.

"이거 올해도 기대만큼의 별미네요.
그럼 풀코스로 부탁해요. 날것도 추가"

"알아 모시겠습니다."

풀코스는
오늘 아침 준비한 초절임과 조림,
그리고 날것의 회이다.
회는 즉석에서 조리하는데
미리 팔다리를 뜯어놓는게 아니다.
손발의 끝부터 깎아내듯이 각을 뜬다.
칼을 꽂음과 동시에
추자의 울음 소리가 가게에 울려퍼진다.
되도록 실장석에게
고통을 주면서 조리하는게 별미의 비결이다.
손님은 한참 추자의 절규와 식사를 즐긴 뒤,
나에게 물었다.

"올해는 그거 있나요?"
"오늘 개봉한 게 있습니다.
시도해 보시겠습니까?"

그것은 추자의 내장 젓갈이다.
작년 만들어 놓았던 걸 가게에서 꺼내왔다.

"아직 1년된 것이라 약간 덜 익었습니다."
"조금 쫄깃한 식감일테니 좋습니다. "

그래,
오늘 아침에 병에 모은 내장은 내년용이다.

나중에 소금 쳐놔야지.

"이 냄새를 맡아야
올해도 추자를 먹었단 기분이 들지."

이 젓갈,
실장취에 간간히 느껴지는 분취로
꽤 무시무시한 냄새가 난다.
실장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건 좀"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손님은 통달한 모양,
추자의 내장 젓갈이 너무 좋은 듯하다.
날름 먹어 치웠다.

"좋아! 그럼 마지막 코스로 갈까요?
나무 망치와 숟가락을 주세요."

또 하나 대단한 것이 이것.

풀코스에 나온 추자짱의 머리를
나무 망치로 깨고, 숟가락으로 뇌를 먹는 것.

"깡!"
"텟챠아아앗-!"

"깡!"
"테치이이이이잇-!"

"깡!"
"갸아아아아아앗-!"

추자짱들의 계절은 이제 막 시작됐다.

(끝)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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