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


어느 공원에 실장석 1마리가 있었다。
초가을에 태어난 그녀는 가을의 혜택을 누렸고、비교적 현명한 어미 밑에서 무사하게 첫 겨울을 넘겼다。
다행히 눈이 내리지 않을 정도로 온난한 지방이었던 점도、변변치 않은 체력을 가진 자실장이 그리 고생을 하지 않고 겨울을 보내게 해주었다。




그리고 봄을 맞이한 그녀는 성체가 되어 독립하였다。
어느 날 그녀는 음식의 냄새에 이끌려 한 트럭의 짐칸에 숨어들었다。
그러나 겹겹이 포장된 상자를 열지 못했고、그러는 사이에 트럭은 그녀를 태운 채 달리기 시작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지나치는 경치에 뛰어내리지도 못하고、그녀를 태운 트럭은 쭉 북쪽지방으로 가버렸다。
트럭의 목적지인 혼슈 최북단까지 데려와진 그녀는 그곳에서 겨우 운전수에게 발견되어 풀려나게 되었다。
다행히 운전수는 실장석이 길고양이 같은 거라 생각했기에 그녀는 죽지 않고、수백km란 실로 들실장의 실생에서 있을 수 없을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이하 여행 실장으로 표기)는 전혀 알 수 없는 장소에서 풀려났지만、의외로 다부진 성격이었기에 금세 근처에 있던 공원에 정주하는데 성공하였다。
신천지에는 녹지가 많았기에 식량을 확보하는데 문제가 없었고、또한 서늘한 기후 덕분에 그녀는 실장석으로서 지옥이 되는 또 하나의 계절인、여름을 별 고생 없이 넘기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가을을 맞이한 여행 실장은 풍부한 결실에 들떠 새끼를 임신했다。
첫 출산이기에 태어난 건 4마리로 적은 수였지만、그만큼 영양을 골고루 받은 새끼 4마리는 전부 자실장으로 태어났다。
이곳엔 여기저기에 먹을 게 있었기에 먹이를 모으는데 곤란함이 없었다。그렇기에 그녀는 육아를 하면서、다른 실장석들이 벌써 동면 준비를 시작하는 걸 보며 웃고 있었다。

「데프프…、저 녀석들 뭘하고 있는 데스? 추워지려면 아직 한참 남은 데스。여기엔 그런 것도 모르는 바보뿐인 데스우? 데퍄퍄퍄…!!」

그녀에겐 어미의 비호를 받으며 지냈던 자실장 시절 때、겨울을 한 번 넘겼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또한 그 때 어미에게서 배운 월동의 요령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풍부한 결실을 누리며、1년에 한 번 있는 사치를 즐길 때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는 동동 발을 구르며 겨울을 대비하는 다른 실장석들을 매우 웃기게 보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수백km란 거리로 인해 생겨난 기후의 차이를…。


「데에에에…、추워진 데스우…」

바로 며칠 전까지 여유를 부리던 여행 실장은 급격히 얼어붙은 기온에 깜작 놀라버렸다。
그녀의 기억으론 아직 서늘한 날이 계속되어야했던 것이다。

「마마아、추운 테치ー」

새끼들도 몸을 맞대고 떨고 있었다。

「데에…、어쩔 수 없는 데스。슬슬 겨울 준비를 하는 데스。너희들、적당한 잎을 주워오란 데스」

이제야 겨우 그녀는 자식들을 데리고 낙엽을 모으러 갔다。
그러나 낙엽을 모은다고 하더라도 너무 적당한 방식으로 모았다。
각자가 양손에 품을 수 있을 만큼만 낙엽을 모으는 게 끝이었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론 골판지 집 바닥을 약간 덮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그녀는 충분하다고 파악했다。
그녀가 문득 몇m 너머에 있는 둥지를 가진 이웃 실장을 보니 이웃 실장은 열심히 낙엽을 둥지로 운반하고 있었다。
이 실장석(이하 이웃 실장으로 표기함)은 그녀처럼 골판지 집에서 살지 않고、나무뿌리 사이로 동굴을 파서 살고 있었다。
이 둥지엔 낙엽이나 신문지가 넘칠 정도로 채워져 있었기에 생활공간이 전혀 없어보였다。
이웃 실장이 골판지 집을 가지지 않은 것에 여행 실장은 내심 업신여기고 있었으나、이번 일로 더욱 볼품없어진 그 모습을 보고 견딜 수 없어 웃어대기 시작했다。

「데퍄퍄퍄퍄퍄…!! 뭐인 데스!? 그 볼품없는 집은。 그런 쓰레기를 모아서 뭘 하려고 하는 데스우?」

「무슨 말인 데스! 이걸로도 아직 모자랄 정도인 데스! 겨울은 매우 추울 거란 데스!?」

이 이웃 실장은 이 공원에서 태어나서 자란 개체였다。과거 겨울을 2번 겪었으며、더욱이 그 겨울에서 살아남은 현명한 개체였다。
이웃 실장은 이 지방의 겨울이 가혹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그렇기에 이렇게나 준비했음에도 부족하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여행 실장이 그런 것을 알 리는 없었다。

「춥다고 해도 이건 너무 지나친 데ー스。그렇게 했다간 밥도 먹기 힘들고 누워서 데굴데굴 뒹굴 수도 없는 데스。너는 너무 걱정이 많은 데스우」

「데에…、너 겨울은 처음인 데스? 충고하겠는 데스。지금부터라도 잎을 잔뜩 모아두라는 데스」

「바보 취급 하지 말라는 데스! 겨울 정도는 경험해본 뎃스!! 이렇게 이불을 깔아놓으면 나중엔 가족의 온기로 따끈따끈해지는 데스우。그런 것도 모르는 데스?」

「가족이라니…、이제 와서 그렇게 자를 품어대면 어쩔 거냔 데스? 저장해 놓은 음식은 충분한 데스?」

「음식이라면 저기 있는 쓰레기장 같은 곳에 잔뜩 떨어져 있는 데스。그걸 주워오면 그만인 데스우。 
그러고 보니 너는 딱딱하고 맛없는 나무 열매만 모으고 있었던 데스。정말 너는 아무 것도 모르는 무능 실장인 데ー스。데프프…、너무 불쌍해서 웃음이 나오는 데스!」

「마마ー。이 녀석은、분명 와타치타치처럼 귀여운 자들이 없어서 행복한 마마를 질투하고 있는 테치。귀여운 게 죄인 테치ー♪」

「데에에에…」

이웃 실장은 혼란해하고 있었다。
눈앞의 실장석은 월동을 해봤다고 큰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경험한 것 치고는 너무나도 겨울을 얕보고 있었다。
구깃구깃한 골판지 집에 살짝 깔릴 정도의 낙엽。그리고 식량도 비축해 놓지 않았다。게다가 데리고 있던 새끼도 비상식량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다른 것 같았다。
이웃 실장에게 있어 여행 실장은 어떻게 봐도 처음으로 겨울을 나는 경솔한 개체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기야、설마 자신이 몇 백km를 이동했다란 것은 현명한 실장석이라도 내릴 수 없는 결론일 것이다。여행 실장이 이곳의 겨울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이 이웃 실장도 이곳 이외의 겨울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일단 충고는 해두겠는 데스」

실장석이 겨울을 얕보다 죽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웃 실장에겐 일부러 월동 과정을 정중하게 가르쳐주거나 도와줄 의리도、원래부터 그런 일을 할 여유조차도 없었다。
지금 이웃 실장은 이렇게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조차 아까울 정도였다。
이웃 실장은 발길을 돌려 다시 낙엽을 모으러 갔다。

「마마ー、저 녀석 바보주제에 건방진 테치!」

「그러게 말인 데스。너희들이 조금 더 커지면 모두 저 녀석을 둘러싸서 두들겨 패주자는 데스。그리고 독라로 만들어 노예로 삼자는 뎃스!」

「테챠ー! 기대되는 테치이☆」

「자、현명한 와타시타치(우리들)는 맛있는 밥을 먹으러 가자는 데ー스♪」

낙엽 속에서 주운 도토리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이웃 실장을 비웃으며、그녀는 줄줄이 자식들을 데리고 쓰레기장으로 갔다。


다음날、남하한 한랭기단이 일본 서해안을 강타했다。그 영향으로 불과 하룻밤 사이에 기온은 어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떨어졌다。
이것은 이 지방에서 매년마다 있는 본격적인 겨울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이 정도는 아직 시작해 불과한 것이라고는 하나、이 시점에서 이미 여행 실장이 살던 지역의 추위가 정점에 달한 기온이 됐다。

「추、추、추、추운 데스우우우!」

식량을 가지러 집밖으로 나간 그녀는 휘몰아치는 찬바람에 몸을 움츠렸다。뒤에서 따라 나오려던 새끼들은 비명을 지르며 집으로 뛰어 돌아갔다。

「너무 추워서 살이 도려내지는 것 같은 테치이! 밖에 나가기 싫은 테치。밥은 마마가 가져오란 테칫!」

새끼들은 조금이라도 온기를 되찾고자 하는 서로 뭉친 상태로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데에에에…」

그녀 역시 이런 추위 속에서 바깥을 걷기는 싫었다。적어도 해가 뜬다면 조금이라도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하늘은 흐릿한 회색 구름으로 뒤덮여있었다。
하지만 바깥도 추웠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실내도 꽤나 추운 상태였다。바람을 막고 있어 체감온도는 꽤나 다르게 느껴졌지만 실제 온도는 바깥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여행 실장은 조금 낙엽의 양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발밑에 있는 낙엽을 안아 들었다。
그 때、그녀의 눈에 작은 것이 팔랑팔랑 떨어지는 것이 포착되었다。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같은 것이 대량으로 떨어지는게 보였다。

「데에에에…!! 대단한 데스! 예쁜 데슷!」

처음으로 눈을 봐 흥분한 그녀는 안고 있던 낙엽을 내팽개치고、하늘을 향해 양손을 펼쳐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갑자기 소란을 피우는 어미를 보고 무슨 일인가 하고 얼굴을 내민 자실장들도 떨어지는 눈에 넋을 잃고、추위도 잊은 채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테챠아! 하얗고 작은 게 잔뜩 떨어지고 있는 테치이!」

「텟치이! 마마ー、보라는 테치! 사로잡은 테치! 테…? 없어진 테치…」

「뭐인 테치!? 마맛、이건 뭐인 테치!?」

「이건 분명 고귀한 와타시타치에게 주는 선물인 데스우!!」

빛을 반사하여 반짝반짝 빛나는 눈 속에서、여행 실장 일가는 춤추거나 뒹굴면서 크게 소란을 피웠다。
그 옆엔 어느새 이웃 실장이 나타나、매서운 눈초리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된 데스。올해도 어떻게든 시간을 맞춘 데스…」

소란을 피우는 친자 쪽을 흘낏 쳐다보고、이웃 실장은 하얀 한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거처로 느릿느릿 들어갔다。

잠시 후 주변에 눈이 엷게 쌓이자 여행 실장 일가는 소란은 끝나게 되었다。너무나도 추운 나머지 정신을 차렸던 것이다。
친자의 옷도 머리카락도 흠뻑 젖어있었다。새끼들은 집으로 돌아가 서로 뭉친 다음 아까보다 격렬히 떨어댔다。
여행 실장은 낙엽을 모으려했던 것을 생각해냈지만、눈이 쌓이는 바람에 낙엽이 젖어버려 차가워져 가지고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그녀 자신이 지금부터 밖에 나가 일할 기분이 아니었다。

「데에…、어쩔 수 없는 데스。내일 다시 모으는 게 좋겠는 데스우」

내일이 되면 하얀 것도 그칠 것이다。그녀는 그렇게 판단하고、낙엽을 모으는 일도 식량을 모으닌 일도 그만둔 채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배고파하며 떠들어대는 자식들에게 일갈을 한 다음、그녀는 자식들의 옷을 벗겼다。과연 젖은 옷을 입는 게 춥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나보다。그녀도 옷을 벗었기에、가족은 알몸인 상태로 뭉쳐 드러누웠다。
그러나 그녀의 말처럼 따끈따끈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기에、모두 덜덜 떨어대며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다음날、여행 실장은 발에 차가운 게 닿았다는 걸 느끼며 눈을 떴다。

「데에…? 사녀 데스…?」

그것은 그녀의 발에 매달려 잠들은 사녀의 몸이었다。
어제、모두가 어미 곁에서 곁잠을 자는 가운데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사녀는 어쩔 수 없이 어미의 발을 안고 잤지만、이미 몸은 창백한 얼음처럼 차가워진 상태였다。

「사、사녀어어어!! 정신차리란 데스!!」

발에서 떼어내 필사적으로 흔들어보았지만、이미 사녀의 눈은 탁해져있었고 신체도 완전히 경직되어 꿈쩍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사녀는 분명 동사했을 것이다。
어미의 절규에 자매들도 차례차례 일어났다。

「테에에에엥! 사녀챠아아아앙! 테챠앗!?」

자매들은 사녀의 시신을 잡고 울어댔지만 너무나도 차가운 나머지 비명을 지르고 바로 손을 뗐다。

「데엣쿠… 데엣쿠… 사녀는 이제 어쩔 수 없는 데스…」

여행 실장은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고했다。

「조금 잎이 부족한 것 같은 데스。조금 더 모아올 필요가 있겠는 데스우」

이제 와서 준비한 낙엽이 부족했다고 깨달은 그녀는 급히 낙엽을 보충하러 나갔다。
그러나 어제 벗어놓은 실장 옷은 아직 마르지 않았으며、사녀의 몸 이상으로 차가워진 상태였다。즉 도저히 입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집 주변에 있는 낙엽을 모으는 정도면 될까、하곤 그녀는 알몸으로 바깥에 나가려했으나、
평소라면 조금 미는 것만으로도 열리는 출입구가 오늘은 왠지 무척 무거워져있었다。

「데ー엣스! 데ー엣스!」

자식들에게도 자신을 도와 전력으로 밀라고 하진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문을 열 수 있었다。

「데엣!? 뭐、뭐인 데스 이거언!!」

얼굴을 내민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온통 눈에 뒤덮인 풍경이었다。
지면도 수풀도 그 이외의 것도 전부 새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어제 내리기 시작한 첫눈은 그치지 않고、깊이 쌓여갔던 것이다。
현재의 강설량은 무려 5cm。시험 삼아 한발을 내뎌 본 그녀는 한쪽 발이 쑥 들어가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균형을 잃은 채 눈 바닥으로 다이빙을 하고 말았다。

「데갸아아아!! 추운 데스! 아픈 데스우!」

알몸으로 쌓인 눈 위로 넘어졌으니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그녀는 아파서 눈 위에서 뒹굴어、온몸을 새빨갛게 만든 뒤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그리고 가까이에 있었던 장녀와 삼녀를 껴안았다。
그것은 애정표현으로 안는 것이 아니었다。그저 언 몸을 녹이기 위해 화로 대신 사용하는 것뿐이었다。
당연하게도 장녀와 삼녀는 견딜 수 없어하였다。

「테쨔아아아!! 차가운 테치! 마맛、놔달란 테치이이이!!」

꽁꽁 얼어붙은 어미에게 달라붙어진 장녀와 삼녀는 바동거리며 필사적으로 달아나려 했으나 자실장과 성체실장의 힘 차이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결국 자실장들은 어미가 침착할 때까지 계속 안기게 되었고、겨우 풀려났을 때엔 얼굴이 창백히 질린 상태로 힘없이 누울 수밖에 없었다。

「뭐냔 말인 데스…。이런 건 몰랐던 데스우…」

열린 출입구를 닫으면서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모든 것이 자신이 아는 것과 달랐다。
작년엔 이렇게 눈이 쌓이는 일도 없었고、이렇게나 추워지는 것도 일시적인 현상일뿐이었다。
그러나 지금、금세 멎을 거라 생각되었던 눈은 끝없이 내려댔고、기온도 점차 떨어져만 갔다。
그녀는 자신의 월동에 대한 지식을 전혀 쓸 수 없다는 사실에 초조해하고 있었다。

「마마ー、배고픈 테치…」

어미의 등 뒤에서 새끼의 소리가 들려왔다。그것은 얼음의 포옹으로부터 달아난 차녀의 소리였다。

「참으란 데스。이런 추위 속에서 밖에 나가면 죽어버리는 데스」

「그래도 어제도 아무 것도 먹지 못한 테치! 이대로라면 배고파서 죽어버리는 테치!」

「참으라고 말하지 않았냔 데스。내일이 되면 이 하얗고 차가운 것도 그칠 데스」

「싫은 테치이! 내일까지 참을 수 없는 테치! 귀여운 와타치가 굶고 있는 테치! 빨리 밥을 가져오라는 테챠아!!」

결국 정신줄을 놓아버린 차녀가 막말을 해대며 바동바동 발을 굴러대며 화를 냈다。
여행 실장은 그 모습을 싸늘하게 바라보다가、이윽고 천천히 다가가 차녀의 앞머리를 잡고 들어올렸다。

「텟챠아아아!! 아픈 테치! 놓으란 테치! 와타치의 머리카락이 뜯겨지는 테치이!」

날뛰는 차녀를 흔들흔들 흔들면서 그녀는 출입구로 갔다。

「투정부리는 자는 분충인 뎃스! 그렇게 먹을 걸 원한다면 스스로 찾아오라는 데스!」

그리고 살짝 문을 연 다음、그 틈새로 차녀를 내던졌다。

「츄벳!」

차녀는 낙하했지만 쌓인 눈이 쿠션이 되어 큰 피해를 받지 않았다。
아니、그렇게 되었기에 피해가 더 심각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테쨔아아아!!」

쌓인 눈은 성체인 어미가 밟을 땐 발이 파묻히는 정도였지만、자실장인 차녀는 몸 절반이 파묻히고 말 것이다。게다가 그것은 서있을 경우의 이야기며、내던져져 쓰러진 차녀는 완전히 눈 속에 매몰되고 말았다。
차녀는 온몸을 포근히 감싸는 동시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하는 첫눈의 가루 속에서、마치 물속에서 익사하는 것처럼 몸부림쳐댔다。
어미인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흥 콧방귀를 뀐 다음 집 문을 닫았다。

「마맛! 마마앗!! 추운 테치! 아픈 테치! 안으로 들여보내달란 테치이이이!!」

잠시 있으니 차녀의 절규와 함께 틱틱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하품으로 응대했다。
장녀와 삼녀는 서로를 얼싸안으며 몸을 떨어댔다。지금 어미의 심기를 건드리면 다음은 자신들이 저렇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집에선 차녀의 소리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으나、이윽고 점점 힘없고 작은 소리를 내다가 결국 잠잠하게 되었다。

「마마아…」

상황을 보던 장녀가 입을 열었다。

「뭐인 데스…? 너도 밥을 찾으러 나가고 싶은 데스…?」

되돌아온 것은 차가운 대답。장녀는 황급히 부인했다。

「아、아닌 테치! 와타치는 좋은 자인 텟츙☆ 배고픈 건 참는 테츄。그래도 추운 테치。마마에게 안기고 싶은 테치이」

장녀와 삼녀는 서로 껴안고 있으나 자실장끼리는 체온이 전혀 오르지 않았다。이곳에서 가장 높은 열을 가진 어미에게 들러붙지 않으면 체온을 빼앗길 뿐이었다。

「너희들은 좋은 자인 데스ー。자、마마에게 오라는 데스!」

결국 장녀에게 있어서 그것은 살아남기 위한 타산적 행동이었으나 어미는 그것을 어리광이라고 판단했다。그녀는 애정 깊은 개체는 아니었으나、자신을 따르는 만큼 자신 다음으로 자식을 귀여워하고 있었다。
결국 그날도 그녀들은 식량을 찾으러 나가는 것도 잠자리의 보온성을 높이는 것도 하지 못하고 서로를 얼싸안으며 그저 몸을 떨며 보낼 수밖에 없었다。
차녀와 사녀가 없어진 만큼 한층 더 실내의 기온은 내려가고 말았다。

「내일은 꼭 맑을 데스…。내일은 꼭 맑을 데스…」

이빨을 부딪치며 중얼거리는 그녀의 말은 자식들을 타이르기 위한 것인가、아니면 하늘에 비는 것일까…。
그러나 실장석 1마리가 비는 것만으로 날씨가 바뀔 리는 없었다。눈은 변함없이 고요히 내렸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데에에에…。아직도 추운 데스우…」

집안에서 여행 실장의 힘없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추위에 몸을 떨며 잠을 거의 자지 못해、그녀의 눈은 깊게 파여 있었다。자실장 2마리의 얼굴도 그녀와 같았다。잠이 부족한 것에 더해 한창 클 때에 2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 때문에 오히려 자실장 쪽이 더 초췌한 상황이었다。

「마…마…。추운…테치…。배…、고픈…테…치…」

특히 삼녀는 격심히 쇠약해져있었다。얼어 죽은 사녀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혈색이 없었고、움직이는 건 고사하고 제대로 말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대로라면 좋지 않다。이쯤 되자 과연 여행 실장도 본격적인 위기감을 느꼈다。
어쨌거나 그녀는 자신이 가진 지식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무언갈 참고한다고 해도 이미 이 상태에선 아무것도…。
그럴 때 문득 그녀는 기사회생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그렇 데스! 이웃인 그 녀석이 있었는 데스!!」

그녀가 떠올린 건 바로 몇m 옆에 사는 이웃 실장이었다。

「그 녀석은 잔뜩 잎을 모았었던 데스! 나무 열매도 한가득 모아뒀던 데스! 저 녀석의 집을 덮쳐서 전부 와타시타치의 것으로 하면 되는 뎃스!! 덤으로 저 녀석은 독라로 만들어 출산석 노예로 삼겠는 데ー스!」

눈이 쌓인 동안、낙엽을 모으거나 쓰레기장까지 가 먹이를 찾는 것을 할 수 없다。그러나 바로 근처에 모든 걸 가진 상대가 있다。그렇다면 빼앗으면 그만이다。
그녀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결정된 이상 남은 건 서두르는 일뿐이었다。그녀는 벗어놓은 자신의 실장 옷을 며칠만에 다시 입었다。
변함없이 젖은 상태로 얼음과 같이 차가웠지만、눈 속을 알몸으로 헤쳐 나가는 것보다는 나았다。게다가 혹시 이웃 실장과 싸우게 될 지도 몰랐다。강하고 현명한 자신이 질 거라곤 생각하진 않지만 몸을 지키는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었다。

「자、가자는 데스! 기념품은 수많은 이불과 음식인 데스우! 덤으로 노예도 1마리 있는 데스。 고기를 마음껏 먹자는 뎃ー스!」

옷 입기를 마친 그녀는 몸을 떨며 장녀에게 우렁차게 단언하며、집 문에 손을 댔다。

「데ー엣스! 데ー엣스! 데ー엣스!」

그러나 웬일인지 문을 꿈쩍도 하지 않았다。어젠 확실히 무겁긴 했지만 전력으로 밀면 어떻게든 열 수 있었을 터인데 말이다。
움직이지 않는 문을 잠시 밀며 가쁜 숨을 내쉬던 그녀는、거꾸로 문을 집 안쪽으로 당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뭔가에 막혀 밀어도 열리지 않았던 문이、안쪽으로 당기자 열려졌다。
즉시 당겨봐야겠다고 생각한대로 문은 간단히 열렸다。

「데프프…。역시 와타시 천재인 뎃스ー웅☆ 그럼 이번에야 말로 다녀오겠는 데스!」

기합을 넣고 문을 단숨에 잡아당겼다。

「데…?」




그러나 눈앞에 나타난 건 바깥 풍경이 아닌、새하얀 눈으로 만들어진 벽이었다。
그 안에는 마치 지층에 나타난 공룡의 화석과 같이、문을 두드리는 모습으로 동사하여 굳어버린 차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차녀가 나간 이후로 눈은 그치지 않고 쉴새없이 내려 집을 파묻을 만큼 쌓였던 것이다。

「데에에에…!? 이게 무슨 일인 데스!? 이러면 나갈 수 없지 않냔 데스우!!」

시험 삼아 벽에 손을 갔다대 보면 거침없이 쑤욱 들어가、그녀는 팔에 느껴지는 살을 에는 듯한 차가움을 느끼게 되었다。그녀는 이것으로 이 벽이 어제 땅에 쌓인 것과 같다는 것을 이해했다。
게다가 팔이 닿아버린 것에 벽이 무너져 집안으로 눈이 흘러 들어오고 말았다。발밑까지 잠긴 눈의 추위에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집 안쪽으로 대피했다。

「데에에에…! 모르는 데스! 이런 건 모르는 데스!! 마마한테 배우지 않은 데스우우우!!」

자신의 지식이 통용되지 않는다。새롭게 생각한 것도 즉시 부정당했다。사면초가인 상황에서 그녀의 머리는 공황 직전이었다。

「마마…」

배후에서 장녀의 절망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삼녀쨩이 죽어버린 테치…」

장녀에 안긴 삼녀의 눈은 탁해져 있었고、퍼렇게 질린 얼굴엔 절망한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추위와 배고픔에 쇠약해저 풍전등화와 같았던 삼녀의 목숨은 여행 실장이 문을 열 때 들어온 냉기에 말 그대로 꺼지게 되었다。

「사녀쨩도 차녀쨩도 삼녀쨩도 죽어버린 테치…。분명 와타치도 죽을 테치…」

어두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장녀。실제로 그녀의 체력도 한계에 다다랐다。

「어쩔 수 없는 데스…、어쩔 수 없는 데스우…」

헛소리를 반복하며、여행 실장은 장녀를 안으려 했다。그러나 뻗은 손은 장녀에 의해 뿌리쳐졌다。

「뭐가 어쩔 수 없는인 테치!? 전부 마마 때문인 텟치이이이!!」

「데뎃!? 장녀!?」

「마마가 제대로 겨울을 준비해놨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테치! 옆집 같이 좀 더 잔뜩 잎 이불을 준비했어야 하는 테치! 밥도 잔뜩 모아놨으면 문제없었을 테치! 마마가 말한 건 전부 틀린 테치! 겨울을 넘긴 적이 있다니 마마는 거짓말쟁이인 테챠아아앗!!!」

「아、아닌 데스! 이런 건 마마도 처음인 데스! 전의 겨울은 하얗고 차가운게 내리지 않았던 데스! 이럴 리가 없는 데스우!!」

「와타치가 죽으려고 하는 테치!! 그래도 몰랐다는 걸로 끝내려는 테치이!! 마마는 쓸모없는 테치!!
무능 실장은 너인 텟샤아아아!!!」

「시끄러운 데스! 와타시가 없었으면 너희들 따윈 진작에 죽었을 데스!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라는 뎃스우!!」

극한 상태에 놓여 참았던 것을 단숨에 퍼붇는 장녀。
쓸데없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 불끈한 여행 실장。
2마리의 말싸움은 잠시 계속 되다가…

「닥치라는 뎃샤아아앗!!」

「츄벳!!」

결국 여행 실장이 손을 올렸다。
안면을 맞은 장녀는 날아가、집 벽에 격돌했다。
여행 실장은 함몰한 얼굴을 누르며 구르던 장녀 위로 올라가 한 층 더 주먹을 휘둘러댔다。

「이잇! 분충잇! 와타시에겟! 거스르다닛! 데슷!」

「츄가! 지잇!  츄밧! 츄봇! 쨔앗!」

쟝녀는 맞을 때마다 형태가 어그러져 원형을 잃어갔다。

「츄웃…!」 『파킨』

그리고 짧은 비명과 건조한 소리를 마지막으로 장녀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엉망이가 된 장녀를 내려다보며 여행 실장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이 녀석도 저 녀석도 모두 분충뿐인 데스! 와타시의 말을 들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는 데스우! 이불도 밥도 그 녀석들이 더 잘 모았으면 됐을 데스!」

실제론 말을 들었기에 이렇게 된 것이지만 불편한 것은 뇌 속에서 각색하는 게 실장석이다。결국 지금 상황도 자식들 탓을 하며、그녀는 장녀의 피로 물든 손을 옷에 훔쳤다。

「데…。맛있는 냄새가 나는 데스…」

문득 손에 묻은 피냄새에 코가 반응했다。자실장 정도는 아니었지만、연일 단식하는 것은 성체인 여행 실장에게도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 눈앞에 있는 장녀의 시체는 이미 신선한 날고기에 불과했다。

「뎃스ー웅☆ 맛있는 데스ー♪ 다진 고기는 부드럽고 절묘한 맛이 나는 뎃스ー!」

쩝쩝 자식이었던 것을 먹는 여행 실장。식사를 하는 것도 그렇지만 고기를 먹는 것도 역시오랜만이었다。
먹는 김에 동사한 삼녀와 사녀도 이로 베어 먹어보려 했으나 그것들은 차갑게 굳어져 있어 이가 들어가지 않았다。
일단 아직 따뜻한 장녀의 시체를 전부 먹어치운 뒤、배가 불러진 여행 실장은 벌렁 드러누웠다。

「꺼억! 정말이지 멍청한 놈들인 데스。어차피 내일이면 맑아질 데스。그렇게 되면 이불도 밥도 고기도 잔뜩 손에 넣을 수 있을 텐데 말인 데스。뭐 이젠 상관없는 데스。그 녀석들은 등신이니깐 죽은 뎃스。따뜻해지면 좀 더 현명하고 귀여운 자를 낳으면 그만인 데ー스」

근거는 전혀 없었지만 내일이 되면 맑아질 거라 믿는 여행 실장는 평소와 같이 잠을 자며 시간을 때우려 했다。그러나 체온을 나눠줄 새끼가 없어진 지금、이곳에서 유일한 열원인 그녀의 체온은 점점 집안의 냉기에 빼앗겼다。게다가 출입구로부터 쏟아져 들어온 눈이 실내에 냉기를 더욱 더 끌고 들어왔다。
여행 실장은 필사적으로 낙엽을 끌어안으며 몸을 녹이려 했으나、양손에 낙엽을 안은 정도론 큰 보온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웠다。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추위로 벌벌 떨어대는 그녀는 오로지 참고만 있었다。그 얼굴은 죽어버린 새끼들과 마찬가지로 퍼렇게 질려있었다。장녀를 먹어 체력을 얻지 않았으면 그녀도 진작에 동사했을 것이다。

그러나、그렇게 하룻밤을 견딘 그녀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집안의 온도가 올랐던 것이다。물론 아직 춥긴 했지만 그래도 이전보단 훨씬 따뜻해졌다。

「데에에에…。다행인 데스…。분명 맑아졌을 데스우…」

떤 탓에 체력을 빼앗기고、추위에 얼굴을 창백히 질린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밖에 나갈 수 있다。밥을 먹어 힘을 붙이고、이웃인 무능 실장한테 모든 걸 빼앗아 노예로 만들겠다。그리고 봄까지 평안하고 무사하게 살면서 귀여운 새끼를 잔뜩 낳아야지。
그 일념으로 이미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을 채찍질하며、그녀는 아직 눈으로 덮인 출입구로 나아갔다。

『삐그덕…』

그 때、집 천장에서 뭔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것을 시작으로 집 여기저기에서 우직우직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뭐인 데스!? 이건 무슨 소리인 데스우!?」

주위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그녀는 당황스러워하며 눈을 이리저리 굴려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집이 찌부러지고 있다는 것을。

「뎃!? 집이…、집이 부서지는 뎃스우우우!!」

마치 뭔가가 짓밟는 것처럼 천장이 크게 함몰되어갔다。그에 맞춰 세 개의 벽이 ㄱ자、또는 아코디언처럼 구부러져 갔다。특히 열려있던 출입구 쪽은 진작에 찌부러져 있었다。

「누구 데슷!? 그만두란 데스!! 찌부러져버리는 데스! 그만두란 뎃샤아아아!!!」

여행 실장은 삐걱삐걱 찌부러지는 집 천장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그러나 그에 응하는 존재는 없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원래부터 누구도 없었기 때문이다。

3일 전부터 내리던 눈은 오늘 아침부터 눈보라로 변해있었다。무시무시할 정도로 눈이 내려、장소에 따라선 적설량이 1m에 달한 곳도 있었다。
물론 여행 실장이 살고 있는 공원도 예외없이 눈이 휘몰아쳐、그녀의 집은 하얀 가루에 묻혀 사라져버렸다。
완전히 눈 속에 묻혀 『가마쿠라(이글루와 비슷한 눈으로 만든 움집)』와 같은 상태가 되어 일시적으로 실내의 기온이 올랐지만、더욱 더 쌓여가는 눈의 무게에 구겨진 골판지 집이 더 이상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여행 실장이 보는 앞에서 집 천장에 박힌 철심이 우지끈거리며 빠져나갔다。그 때부턴 마치 모래시계처럼 눈이 흘러내려왔다。
그리고 한 순간에 눈이 쏟아졌다。

「데갸아아아아앗!!」

우르르르 쏟아진 눈에 휩쓸린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전신을 덮친 살을 에는 듯한 추위로부터 도망치려고 몸부림쳤다。그러나 그것은 물속에서 물로부터 도망치는 것과 같은 쓸데없는 행동이었다。다른 점이있다면 몸부림쳐서 호흡할 정도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고통을 연장시킨다는 것을 그녀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그녀는 차라리 일찌감치 질식사하는 게 나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옥 같은 고통을 맛보고 있었지만 삶에 집착하며、분뇨로 순백의 눈가루를 녹색으로 물들여가며 발버둥쳐댔다。
그러나 이윽고 온몸이 보라색으로 변해갈 무렵이 되자 그녀의 움직임은 서서히 둔해져갔다。
언 몸이 의사에 반해 움직이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어째서인 데스…? 와타시는 틀리지 않았을 터인 데스…。이걸로 제대로…겨을을 보낼 수 있었을…터인…데스…데…」
『파킨』

아직도 쌓여가는 눈 속에서、조용히 건조한 소리가 났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다。이 지방의 겨울은 길다。겨우 기온도 오르고、눈도 거의 녹아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무렵、공원 나무 밑에 만든 동굴에서 실장석 1마리가 기어나왔다。

「오랜만에 밖에 나온 데스…。따뜻한 데스우…。이번에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스」

둥지에 한가득 낙엽을 모아、쓸데없는 칼로리를 소비하지 않도록 오로지 그 안에서 웅크려 겨울을 보낸다。손을 뻗어 바로 닿는 곳에 보존하기 용이한 나무 열매 등의 식량을 모으고、조금씩 조금씩 먹어간다。쓸데없이 식량을 낭비하는 새끼를 가지는 것따윈 말도 안 된다。
이것이 이웃 실장이 어미로부터 배우고、직접 실천해오던 이 지방의 월동、아니、동면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자매 중에서도 가르침을 완전히 터득한 것은 그녀뿐이었다。그 덕분에 이웃 실장은 이번으로 3번째 겨울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독립한 이래로 다른 자매와 만나진 못했지만 아마도 생존한 것은 그녀뿐일 것이다。
길고 가혹한 이곳의 겨울은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사소한 실수、작은 불운이 원인이 되어 실장석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변함없이 매년 많은 실장석이 겨울을 얕보고 준비를 게을리 하여、봄에는 동사체가 되어 발견되었던 것이다。
이웃 실장이 몇m 옆에 있는 여행 실장의 집을 보니 아직 녹지 않은 작은 눈의 산 속에서 고통으로 가득 찬 여행 실장의 보라색 얼굴이 내밀어져 있었다。

「그러게 말하지 않았냔 데스…。그리고、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데스…」

이웃 실장은 눈 속에서 여행 실장의 시체를 끌어냈다。그리고 양지에 그것을 굴려놓았다。이렇게 두면 딱딱하게 언 고기도 금세 부드러워질 것이다。
긴 겨울을 넘긴 몸은 깡마르게 되기에、즉시 대량의 영양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그 때 가장 빨리 손에 들어오며 효율이 좋은 것이 월동에 실패해 죽은 동족의 시체였던 것이다。
이번엔 일부러 찾으러 나가지 않아도 몇m 옆에 경솔한 동족의 집이 있었다。동면에 들어가기 전、그녀는 분명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예상했을 것이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좀 더 따끈따끈해질 데스。그러면 현명하고 귀여운 자를 잔뜩 낳자는 데스ー」

순식간에 해동된 여행 실장의 발을 깨물면서 이웃 실장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가혹한 겨울은 지나갔다。다음 겨울까지 다시 행복한 생활을 하며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면서 그녀는 쩝쩝거리며 오랜만에 고기를 실컷 먹었다。





그러나 3일 후、근년의 이상기후가 원인이 됐는지 이 지역 일대에 철 아닌 폭설이 내리게 되었다。
사람들의 생활에도 큰 타격을 준 이 폭설이、봄을 맞이해 들뜬 실장석들에게 무슨 영향을 끼쳤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댓글 7개:

  1. 아무리 현명해도 운명은 피할수 없는데스 데프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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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막판 반전 쥑이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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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첫입은 씁쓸하지만 마실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에스프레소 같은 작품에 막판 반전이 기막히게 입가심을 해주는 탄산수와 같은 데스. 세레브한 스크립트인 데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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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옆집실장은 다시 집에들어가서 살아남았다는 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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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분충으로 시작해서 막판에 살짝 똑똑한 분충도 반전으로 결딴나는 훌륭한 결말인 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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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똥벌레의 증식을 막으려는 자연의 천벌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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