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대상


 그녀는 나의 손이 닿지 않는 장소에서 언제나 미소짓고 있었다. 인간들이 드나드는 큰 상자의 벽의 저편이 그녀의 집이고, 깨끗한 옷을 입고 주위의 인간들에게 미소짓는 그녀에게서는 다른 동족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공원의 실장석이 웃는 얼굴로 인간에게 다가갈 때에는 웃는 얼굴의 가면 아래 숨겨진 속셈이 반드시 존재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녀의 미소로부터 그런 검은 감정을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위의 모든 존재에 대해 평등하게 향하는 그녀의 미소에서는 기쁨이나 즐거움 같은, 좋은 기분 밖에 감지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서는 다른 동속을 보았을 때 솟아오는 감정이 전혀 솟아오지 않았다. 공원의 동속을 보았을 땐 대개 범해 버리고 싶어지지만 그녀를 보았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슴의 안쪽이 따뜻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체내에 침투해 나간다.

 그녀가 인간에게 아양을 판다고 비열하다고 지껄이는 동속도 있었지만, 나에겐 그녀가 아양을 파는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매일의 양식조차 구하기 힘든 들실장이라면 인간에게 아양을 팔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그녀는 사육 실장이다. 양식은 보장되어 있고, 깨끗한 옷을 입고 사는데, 인간에게 아양을 팔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한번만이라도 그녀와 이야기를 해 보고 싶지만 그 것이 소원이라도 스스로도 알고 있겠지만 사육실장과 들실장 사이엔 터무니 없이 큰 차이가 있다, 하물며, 난 마라실장이다. 그  차이는 너무나도 커서, 말을 거는 것조차 무리였다. 날마다 생각하는, 나의 존재를 그녀가 알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은 나의 가슴 한쪽에 침전물과 같이 침전해 나가, 어느새 나의 머리는 그녀를 만나는 생각 밖에는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한마리 들실장인 나에겐 그녀가 있는 장소에 들어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몇번이나 시도했었지만, 그때마다 인간에게 발견되어 밖으로 내던져졌다. 처음엔 인간이 사육실장을 신경쓰는지 그저 밖으로 내던져지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뒷쪽으로 끌고가져서 두들겨 맞은 다음 뒷문으로 내팽개쳐진 적도 많다.

 하지만, 어떤 험한 일을 당해도 나의 결심이 요동하는 일은 없었다. 스스로도 왜 이렇게까지 집착하는지는 모른다. 단지 그녀와의 접점을 갖고 싶다. 골똘히 생각해봐도 그런 이유밖에 생각해내지 못한 내가 바보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감정을 억누르는 방법을 모르는 나로써는 어쩔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질리지도 않고 그녀의 집으로 간 나의 눈에 평상시와는 다른 정경이 비쳤다. 평상시라면 많은 인간들이 드나들어야 할 입구가 회색의 판으로 막혀 있었다. 판에는 붉은 종이가 붙여져 있었지만 그것이 도대체 무엇을 나타내고 있는지는 몰랐다. 무엇이 이상하다고 직감적으로 판단한 나는 뒷문으로 돌아갔다. 뒷문에는 많은 나무상자나 금속들이 간단히 쌓인 채 방치되어 있는 그 사이로 나의 눈에 익숙한 색이 비쳤다.

 싫은 예감이 드는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그것을 봐선 안된다」라곤 하지만, 몸은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목재 아래에 파묻히고 먼지투성이가 되어 거무스름해지고는 있지만 그것은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이었다. 조심조심 위에 얹힌 것들을 옮기면, 옷감의 찢어진 부분으로부터 피부색의 물체가 보였다. 틀림없이 그녀가 이 아래에 깔려있다. 그녀를 도우려고 무모하게 목재와 금속을 잡아 뺀다. 그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나의 몸이 갑자기 그늘에 가려진다. 위를 올려다보면 버팀목인 하부를 잃은 기왓조각과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나에게 낙하해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그녀가 위험하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그녀를 몸으로 덮었다. 갑자기 달라붙어서 미안한, 사죄의 감정과 그녀와 피부를 맞댈 수 있었던 기쁨, 그리고 지금 자신이 그녀를 지키고 있다고 하는 그 행복감이 나의 머리를 채워간다. 그 직후 지금껏 내가 느낀 적이 없는 충격과 격통이 나의 신체를 덮쳤지만, 여기서 도망갈 수는 없었다. 만약 내가 도망가거나 하면, 그녀가 부숴져 버린다.

 격통을 참으며 그녀를 보면, 그녀는 평상시와 다르지 않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무사했던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내가 여기서 받치고 있는 동안에 빨리 여기로부터 도망치는데즈!」말을 할 때마다 옆구리에 심한 통증이 닥친다. 하지만 그녀로부터의 대답은 없었다. 혹시 다리를 다친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공포로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으면 멀리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아무래도 기왓조각과 콘크리트 덩어리가 붕괴되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이걸로 내가 그녀를 구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갑자기 의식이 희미해져 간다. 지금 죽을 수는 없다. 적어도 그녀가 무사하게 구출되는 모습을 볼 때까지는. 다시 그녀를 보니, 역시 방금 전과 다르지 않는 미소를 내게 짓고 있었다.

 다음 날, 길거리에서 이런 말이 오갔다.

「아주머니, 들으셨어요? 무너진 상가의 옷가게 뒷쪽에 방치되어 있던 기왓조각과 콘크리트가 무너져서 실장석이 깔려 죽었다고 하네요.」

「안됬네요, 그 실장석은 어디의 사육실장이었나봐요?」

「아뇨, 시민 공원 근처에 사는 들실장 같아요.」

「어머나, 들실장이라면 별 상관 없는 일 아녜요?」

「단순한 들실장이라면 그렇겠죠. 근데, 그 밑에 깔려있던 놈이 마라 실장이라는 거 같아요!」

「어머, 마라 실장이라니... 시민 공원에는 스이랑 자주 갔었는데. 그런 비천한 생물이 살고 있었다니, 좀 무섭네요...」

「그 마라 실장이 어떤 상태로 돌더미 밑에 깔려있었는지 아세요? 실장석 마네킹 위에 포개져서 넘어져 있었대요, 마네킹에게까지 욕정하다니, 정말 최악의 생물이라고 생각되지 않으세요?」


-끝

댓글 2개:

  1. 실장 주제에 멋진 남자였던 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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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런 마라실장 이라면
      길러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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