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테...테...치...."
그 자실장은 죽어가고 있었다.
엎어져 있는 자세는 먼지로 더럽고 몸은 반건조 상태다.
그녀가 어렴풋이 기억하는 것은 다정했던 어미의 온기.
그리고 갑작스런 폭력의 광풍. 차가워져 움직이지 않는 마마와 자매의 모습....
첫 일격에 어미실장의 머리에서 굴러떨어져 벤치 아래로 숨어든 자실장은 떨면서 어미와 자매의 최후를 지켜보았다.
태어난지 얼마 안 된 그녀는 어미에게서 주어진 먹이밖에 먹은 적 없었다.
먹이는 주어지는 것이며, 스스로 구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없었다.
몸을 지킬 방법도 몰랐다. 실장석 특유의 다른 이에게 아양을 떠는 법도, 약자에게서 먹이를 가로채고 조롱하는 법도 몰랐다.
치명적인 것은 자신이 그 약자 중에서도 최하위라는 점이지만.
까마귀나 고양이, 다른 실장석에게 먹히지 않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낯선 장소에서 길을 잃고 허기와 갈증에 시달리다 마침내 힘이 다해 쓰러졌다.
그곳은 한적한 주택가의 뒷골목.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 한구석이었다.
이대로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훌륭한 건어물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런데 구원의 신이 나타났다.
부드럽고 따스한 온기가 다정하게 자실장을 감싼다.
"테...테치...."
위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다정해보이는 눈.
"왜 그래? 배고프니?"
"테...테에~...."
가냘프게 신음하고서 자실장은 정신을 잃었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달고 좋은 냄새.
부드러운 수건 위에서 자실장은 의식을 되찾았다.
머리 밑에는 탄력 있는 베개... 지우개 베개가 있었다.
"일어났구나, 다행이야. 배고프지 않니?"
수건 이불 옆에 놓인 작은 접시 위에는 쿠키 3개가 놓여있었다.
자실장은 목소리의 주인을 올려다보며 눈치를 살핀다. 다정한 눈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목소리의 주인은 인간 소녀 같았다.
"사양 안 해도 돼."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자실장은 그 목소리가 끝난 순간 쿠키에 달려들었다.
"텟츄, 텟츄, 텟츄...."
허겁지겁 쿠키를 먹어치우는 자실장. 그런데 돌연 그 움직임이 멈췄다.
"...테...테...."
두 손에 들고 있던 쿠키를 떨어뜨리고 움찔움찔 경련하기 시작하는 자실장.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왜 그래? 괴로워?"
다정한 목소리가 걱정스러운 듯 물어본다.
"...~~~!...."
입에서 쿠키 조각을 줄줄 흘린다.
침 분비가 늦어서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실장의 몸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저한의 수분... 아니, 그 이하밖에 없었던 것이다.
괴로운데도 눈물이 아주 조금밖에 나오지 않는다.
"물 마시고 싶어? 기다려줘."
소녀는 다급히 컵에 물을 가져와 한 손으로 자실장의 등을 받치고 물을 먹여주었다.
"꿀꺽꿀꺽꿀꺽...."
자실장은 무심히 마시면서 순식간에 컵의 물을 비웠다.
"테에테에~...."
털썩 주저앉은 자세로 양손을 파닥이며 무언가를 어필한다.
"더 마시고 싶어?"
자실장의 행동을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느낀 소녀는 물을 가져오기로 했다.
다시 물을 주니 두 잔째도 바로 마셔버렸다.
"후~...테치!"
자실장은 한숨을 돌리더니 제 딴에는 구호 같은 것을 작게 외치고는 다시 쿠키를 먹기 시작했다.
소녀는 자실장이 쿠키를 다 먹는 것을 지켜보고서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모모, 네 이름은?"
어리둥절한 듯 얼굴을 기울여 모모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무엇을 물어보는 건지 이해를 못 한 모양이다.
애초에 이름이라는 개념도 모를지도 모른다.
"테치이~?"
"테치이쨩? ......음......그래! 치이쨩! 치이쨩은 어때?"
"테치이! 테치이!"
자실장은 이해했는지는 모르지만 뛰어오르며 좋아했다.
"오늘부터 네 이름은 치이쨩이야. 잘 부탁해, 치이쨩!"
모모는 초등학교 4학년.
작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지금은 어머니와 둘이서 산다.
모모의 어머니는 집에서 바느질을 하고 저녁에는 슈퍼마켓의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었다.
모녀는 결코 풍족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충실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모녀는 성선설을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로,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의 캐리커처라고도 불리는 실장석의 본질을 몰랐다.
실장석에 대해서도 개나 고양이에게 느끼는 호감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자실장=치이는 실내에서 풀어놓고 길러지게 되었다.
훈육은 말로 꾸짖는 정도였으나 머리 나쁜 자실장이면서도 몇 번만에 기억하게 되었다.
치이는 며칠만에 팬티에 싸는 일은 없어지고, 툇마루 구석에 놓은 화장실 대용의 작은 플라스틱 그릇에 제대로 볼일을 보게 되었다.
치이는 안전과 쾌적함이 보장된 환경 속에서 조금씩 건강해졌다.
모모의 가족의 일원이 된 치이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식사는 기본적으로 실장 푸드였지만 적은 생활비로 마련한 주 2회 식후 디저트는 모모의 것과 똑같은 것이 준비되었다.
치이는 쌉쌀하면서도 달콤하고 입 안에서 녹는 초콜릿에 경악하고, 푸딩의 매끄러운 식감에 감탄하고, 후르츠 요구르트의 부드러운 산미에 도취되었다.
모모가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은 시간인 3시 간식으로는 콘페이토나 전병이 준비되어 있었다.
모모는 몇 번인가 나눠 먹자고 했지만 치이는 언제나 전부 먹고 말았다.
어머니는 가능한 범위에서 치이의 어리광을 들어주었다. 떼를 쓸 때는 강한 어조로 꾸짖었지만 결코 체벌은 하지 않았다.
치이도 익숙해져서 혼이 나면 항상 "테츄츄~웅...."하며 강아지처럼 작은 목소리로 울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는 아이구나."하고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치이에게 옷도 만들어줬다. 하얀 단추가 달린 분홍색 상의와 하늘색 원피스였다.
일하고 남은 합성 가죽 조각을 써서 구두도 만들어 주었다.
치이의 손가락 없는 손으로는 버튼을 다룰 수 없었지만 모모나 어머니가 입혀주었다.
치이는 행복했다. 마치 공주님이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자신은 보호되고 있다, 인간에게 길러지고 있다는 자각이 흐려졌다.
순수히 작은 동물에 대한 애정을 쏟는 모모와 그 어머니를, 자신을 모시는 충실한 하인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텟치이~테츄츄-웅♪"
커다란 시종에게 이번에는 어떤 옷을 만들게 할까? 텔레비전에서 아이돌이 입고 있던 그 옷이 좋을까? 커다란 집에 살던 귀족이라는 여자가 입던 드레스도 좋겠다.
이번에 텔레비전에서 하던 만한전석인지 뭔지 하는 요리도 만들게 하자.
먹고 남으면 그 시종에게 나눠줘도 괜찮을까?
아아, 즐겁다. 이렇게 행복한 것은 와타시 정도 아닐까....
그런 착각에 지나지 않는 사악한 망상을 품기 시작한 치이를 천성부터 선량한 모녀가 알 턱이 없었고, 치이는 더욱 응석받이로 자랐다.
그날 모모는 학교, 어머니는 일하러 외출했다.
집에는 자실장=치이 혼자 있었다.
모녀가 응석을 받아주며 기른 치이는 온집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되었다.
"테츄~테츄~♪"
치이는 툇마루에서 미니카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미니카에 걸터앉아 두 다리로 바닥을 차며 엉금엉금 이동하는 것이 요즘 마음에 드는 놀이다.
가끔 너무 속도를 내서 균형을 잃고 미니카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저반발 우레탄 바디는 그 정도 충격은 흡수해주기 때문에 치이는 그것마저 즐기고 있었다.
"테츄테츄텟츙♪ 텟테테테-츄♪"
툇마루와 평행하게 놀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수직으로 주행하면 마당으로 떨어진다.
그에 대한 위기관리 능력을 실장석, 더군다나 자실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
"텟츄텟츄...텟!?......"
쿵! 드르르르르……
예상을 배신하지 않고 기세가 지나친 미니카는 자실장을 태운 채 낙하했다.
다행이 자실장이 떨어진 곳은 샌들 위였기에 죽지는 않았다.
떨어진 충격으로 머리 왼쪽의 3분의 1이 움푹 들어가고, 왼쪽 눈도 비뚤어진 머리 가죽에 파묻혀 반쪽이 되었다.
그렇지만 지금 치이의 생활 환경이면 사흘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테...테테......"
지금껏 겪어 본 적 없는 격통이 덮치자 자실장은 겁에 질렸다.
"테헤에~엥! 테헤에에에~엥!"
치이는 울었다. 두 눈... 반쯤 찌그러진 왼쪽 눈에서도 눈물이 끝도 없이 흘러나온다.
"테에테에......"
혼란에 빠진 치이는 가벼운(편리한 것만 기억하는 실장석치고는) 기억 상실과 발광 상태에 빠졌다.
정상적인 분석 능력을 잃은 자실장=치이는 판자 울타리 틈새로 휘청휘청 걸어나갔다.
그곳으로 나가면 평화롭고 안전하며 의식주가 보장된 모모의 집과 동떨어진 혹독한 야생의 세계임에도......
치이는 어기적어기적 울타리 틈새를 빠져나와 도로로 나왔다. 머리의 통증과 슬픈 감정 탓에 주변 환경에 주의를 기울일 여력이 없다.
치이의 뒤에서 국수가게의 배달 스쿠터가 다가온다.
스쿠터 앞의 자실장 따위는 코끼리 앞의 쥐 미만. 치이라면 틀림없이 즉사다.
아니, 생각하기 따라서는 실장석에게 있어서 즉사란 행복한 죽음일지도 모른다.
학대를 좋아하는 나쁜 인간이나 다른 동물에게 집요하게 괴롭힘당하고 죽거나, 동료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는 것보다 훨씬 낫다.
스쿠터가 접근하는 것도 모르고 여전히 비틀비틀 휘청휘청하는 발걸음으로 확실하게 죽음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테에에에에에~~~~~엣!!"
치이의 절규. 그러나 자실장 수준의 절규는 스쿠터의 폭음에 간단히 묻혀버렸다.
치이는 적과 녹의 체액을 내뿜으며 도로 구석에 쓰러졌다.
"테치......"
아직 숨은 붙어있다. 기적적으로 치여죽는 것만은 면한 모양이다. 하지만 상처는 심각했다.
오른손이 밑둥부터 없어졌다. 스쿠터의 타이어에 깔려 뭉개진 것이다. 출혈도 심하다.
하지만 영양상태가 좋은 치이라면 머리의 상처도 포함하여 일주일이면 완치될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남으면 말이다.
상처 입은 자실장은 다른 동물, 실장석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치이가 살아남을 기회, 그것은 방금 나온 울타리 틈새를 통해 모모의 집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고양이나 까마귀 등의 민첩한 동물은 몰라도, 움직임이 둔하고 울타리가 있는 민가에는 들어올 수 없는 실장석에게 먹히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치이는 파멸의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정상적인 판단력과 감각을 잃은 치이는 모모의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기어갔다.
【2】
"테, 테치테치이......"
조금 회복한 자실장 치이는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다.
찌그러진 머리는 약간 부활하여 왼쪽 눈도 겨우 원래 위치로 들어갔다.
출혈도 멎었고 아픔도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지만, 잃어버린 오른손은 아직 조금밖에 재생하지 않았다.
조금 더 나아가자 큰길이 나왔다.
그곳에는 이 주택가의 뒷골목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통행량이 기다리고 있다.
인도에는 통행인과 자전거, 설마 그럴까 싶지만 자칫해서 도로로 나가면 죽음이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치이는 큰길에 접한 인도에 도달했다.
인도에 늘어서있는 상점가에는 치이가 처음 보는 것들뿐이었다.
예쁜 것, 즐거워 보이는 것, 맛있어 보이는 것, 좋은 냄새가 나는 것......
하지만 키 10cm 정도인 치이로서는 그것들에 가까이 가서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것들은 전부 치이의 키 몇 배는 되는 높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테, 치...테츄츄웅......"
눈앞에 있는데도 만질 수 없다니... 치이는 슬프게 울었다.
아, 저곳에 있는 것은 손이 닿는 곳에 있다. 치이는 채소가게로 달려가 가게 앞에 늘어선 바구니에 다가갔다.
"텟츄~웅♪"
이것은 먹이다! 전에 먹은 적이 있다. 달콤새콤하고 맛있는 즙이 차있는 것.
치이는 바닥 옆에 놓여있는 바구니에 기어올라 쌓여있는 귤에 손을 뻗었다.
그때,
"이 똥벌레! 어디서 나왔어!"
치이는 머리를 야구공마냥 꽉 잡혀서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치이치이치이~!"
치이는 아픔과 두려움으로 눈물을 줄줄 흘린다. 당연히 팬티도 흠뻑 부풀어올랐다.
"...어미벌레는 없나 보네. 상품 더럽히면 안 되니까 공원 쓰레기통에 버리고 와!"
안주인으로 보이는 여자의 말에 가게주인 같은 남자는 치이의 머리를 잡은 채 도로 건너편에 있는 아동 공원을 향해 걸어갔다.
"네놈들 똥벌레가 오면 민폐야. 나는 살생은 싫으니 죽이지 않겠다만 이제 공원에서 나오지 말아라!"
채소 가게 주인은 그렇게 말하고 치이를 바닥에 가볍에 굴렸다. 그는 실장석에게 좋은 감정이 없는 것 같지만 학대를 즐기는 인간도 아닌 모양이다.
"치, 치이치이~!"
치이는 다급히 그 자리에서 달아났다. 저렇게 머리를 잡다니 심한 녀석이다.
치이는 결과적으로 목숨을 건진 것도 깨닫지 못하고 분노했다.
그나저나 이곳은 즐거울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장소다. 나무나 꽃, 모래와 돌로 된 산이나 딱딱하고 차가운 것으로 이루어진 격자 등이 놓여있다.
그것들은 인간 아이들을 위한 놀이도구지만 처음 보는 치이로서는 무엇에 쓰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러쿵저러쿵하는 동안 해가 상당히 기울었다. 건물 사이로 석양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데스데스." "데스우." "뎃승." "데에스우~."
"테츄." "테챠-." "테프프."
공원의 관목과 화장실 뒷편에서 치이를 닮은 생물이 나왔다.
치이와 비슷한 크기도 있는가 하면 훨씬 커다란 것도 있다.
그 녀석들이 하는 말은 어쩐지 치이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녀석 작은 데스.
마마, 저 녀석 꼬마 데치.
저 녀석 예쁜 옷 입은 데스.
마마, 저 예쁜 옷 갖고 싶은 테츄.
저 녀석 길러지던 녀석 데스.
마마, 저 녀석 열 받는 테치이.
저 녀석 손이 없는 데스.
마마, 저 녀석 손이 이상한 텟츙.
저 녀석 어미는 없는 것 같은 데스.
마마, 저 녀석 약해보이는 테치.
저 녀석 붙잡는 데스.
마마, 저 녀석 붙잡는 테츄.
저 녀석 죽이는 데스.
마마, 저 녀석 죽이는 테츙.
저 녀석 먹는 데스.
마마, 저 녀석 먹고 싶은 테츄.
그렇게 중얼거리며 들실장석들은 치이가 있는 쪽으로 느릿느릿 다가왔다.
"테, 테챠앗~!!"
치이는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뭐야 이 녀석들. 와타시를 먹으려고 하고 있어? 어째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동료가 아니야? 어째서? 알려줘 마마! 모모쨩!
치이는 달아나면서 작은 뇌를 풀회전시켰다. 그러나 잇따라 떠오르는 것은 위험에 대한 대처 방법이 아니었다.
즐거웠던 일, 기뻤던 일, 맛있는 것에 관한 일, 다정하게 보호해준 일....
"테치!"
모모쨩! 와타시를 구해준 닝겐! 다정하게 대해준 닝겐!
구해줘, 모모쨩!
치이는 환상에 도움을 청하며 달렸다.
그러나 한쪽 손이 없는 탓에 균형이 잘 잡히지 않은 치이는 휘청거려서 제대로 달리지 못한다.
좀처럼 따라잡을 수 없었던 실장석&자실장 몇 마리가 팬티에 손을 넣어 짙은 녹색을 띤 똥을 꺼냈다.
"뎃승!"
"테챠아!"
"데스우!"
던져진 크고 작은 똥덩어리가 보기좋게 치이에게 명중했다.
"테에~~~엣!!"
치이는 자신보다 큰 자실장에게 깔렸다.
"테치! 테치! 테치이~잇! (이 녀석, 예쁜 옷 내놓는 테치이!)"
자실장은 치이에게 올라타서 똥투성이가 된 분홍색 상의를 마구잡이로 벗겨냈다.
옷을 빼앗은 자실장은 치이를 무시하고 똥범벅이 된 너덜너덜한 천조가리를 몸에 두르고서 득의양양했다.
"텟승! 텟츄츄~웅♪ (예쁜 와타시가 더 예뻐진 테츄. 안 예뻐진 녀석 꼴좋은 테츄.)"
자실장은 히죽히죽 웃으며 빙글빙글 돌았다.
"테뺫!!"
작은 비명과 함께 옷을 빼앗았던 자실장이 사라졌다.
"뎃스우~웅! (붙잡은 데스!)"
"테, 테테...."
똥 속에서 허우적대면서도 일어서려던 치이는 친실장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방금 전 치이의 옷을 빼앗았던 자실장은 친실장의 발밑에서 땅바닥과 천조가리를 적과 녹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뎃승. 데프프! (윤기가 흘러서 맛있어 보이는 녀석 데스. 오랜만의 산 먹이 데스. 이 아름답고 강한 와타시가 먹기에 어울리는 녀석 데스.)"
실장석은 똥투성이가 되어 공포에 빠진 치이를 입으로 가져갔다.
"데스우~ (잘 먹겠습니다 데스.)"
크게 벌어진 입이 치이에게 육박한다.
"...테...테, 테에에에에에에에~~~~!!"
작고 가는 비명이 조용한 공원에 메아리쳤다.
치이가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이었다.
"뎃스웅!"
갑자기 울리는 큰 소리와 함께 치이를 먹으려던 실장석이 쓰러졌다.
그곳에는 쓰러진 녀석보다 훨씬 큰 실장석이 서있었다.
"데스데스데스우! 뎃스뎃스뎃승! (무슨 짓인 데스! 동족끼리 죽이는 놈은 와타시가 상대해주는 데스!)"
위압적이고 굵은 목소리로 주위의 실장석을 위협한다.
실장석들은 뒷걸음질치더니 이윽고 느릿느릿 땅거미에 녹아들었다.
"데스데스? (괜찮은 데스? 다친 덴 없는 데스?)"
치이는 놀랐다. 이 커다란 실장석이 왜 자신을 도와준 것인가?
다른 실장석이 많았는데 왜 이 한 마리를 두려워해서 도망쳤는가?
치이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데스데스우. (둥지로 오는 데스. 같이 있으면 지켜줄 수 있는 데스.)"
이곳에 있으면 다시 습격받을지도 모른다. 치이는 똑같이 위험하다면 이 실장석을 따라가보자고 생각했다.
커다란 실장석, 편의상 대실장이라 부르겠다.
대실장의 둥지는 실장 하우스다운 골판지 상자였다.
대실장의 덩치에 비해 특별히 크지도 않았기에 대실장은 안에서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데스데스우. (편히 있는 데스우.)"
"테츄!"
치이는 골판지 바닥에 앉자 겨우 진정했다.
"데스데스뎃승 (조금밖에 없지만 먹을 것이 있는 데스.)"
대실장을 그렇게 말하고는 잎으로 싼 물건을 주섬주섬 꺼냈다.
잎 보따리를 펼치자, 그 안에 있던 것은 커다란 애벌레 같은 것이었다.
아직 살아있는 모양이다.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다.
꼬물꼬물 기어다니기 시작한다. 그리고 녀석은 치이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 얼굴은 실장석 그 자체였다. 팔도 다리도 없는 작디 작은 자실장이었다.
"레후우~...."
팔도 다리도 없는 자그마한 자실장은 얼빠진 목소리로 울었다.
"테, 테뺘아아아아~~~앗!!"
골판지 하우스에서 가늘고 작은 비명이 터졌다.
【3】
골판지 하우스 앞에 덩치 큰 실장석과 자실장이 서있다.
"알겠는 데스우? 집 잘 보는 데스우. 멀리까지 가면 안 되는 데스우."
큰 실장석이 자실장에게 주의를 주었다.
"알겠는 테치이!"
"레후-레후-."
녹색의 애벌레를 양손으로 끌어안은 자실장이 말한다.
애벌레도 배웅하려는 건지 작은 소리로 울고 있다.
자실장=치이는 잃어버린 오른손과 움푹 파인 머리의 재생을 끝냈다.
건강 상태도 양호했다.
팔에 안은 여동생벌레=구더기실장도 얼굴은 맨들맨들하다.
"해님이 바로 위로 오면 점심 먹이 시간 테치. 그때까지 햇빛 쬐는 테치."
치이는 구더기실장을 신문지를 깐 바닥에 내려놓고 그 옆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레후우레후우."
구더기실장은 기쁘게 울었다.
치이를 보호한 큰 실장석=대실장은 먹을 것을 잎에 싸서 보존하고 있었다.
첫날 밤에 치이에게 내민 꾸러미의 내용물은 어째선지 구더기실장으로 변해있었다.
대실장이 집을 비운 사이, 배가 고픈 구더기실장이 꾸러미 안으로 들어가 내용물을 먹어버리고 그대로 잠들어버린 모양이었다.
치이는 자신과 같은 얼굴을 가진 구더기실장을 먹게되는 줄로 착각하고 비명을 질렀던 것이다.
"미안한 데스우. 이 아이는 와타시가 주운 아이 데스우. 사이좋게 지내달라는 데스우."
대실장에게는 아이가 없어서 도로에서 죽어가던 구더기실장을 주워 보호했다고 한다.
치이의 선배지만 나이로는 치이가 위이기 때문에 치이가 언니, 구더기실장(후우)이 여동생이 되었다. 그리고 대실장은 마마라고 불리게 되었다.
대실장 마마, 자실장 치이, 구더기실장 후우, 이 3마리는 가족으로 지내게 되었다.
후우는 금세 치이를 따르게 되어 어디를 가도 뒤따라왔다.
치이와 후우는 마마로부터 둥지 주위를 떠나면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받았다.
치이와 후우는 날씨 좋은 오전에는 입구 옆에서 신문지를 깔고 햇볕을 쬐고, 근처의 들판에서 숨바꼭질을 하거나 꽃을 따며 놀았다.
그동안 마마는 먹이를 조달하러 나간다.
먹이는 결코 풍부하지는 않았지만 굶주림에 시달리는 일은 없었다.
먹이는 마마가 관리, 셋은 공평하게 나눴다.
후우에게는 먹이가 너무 많았지만 남은 것은 치이가 먹어치웠다.
그렇게 해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보통 실장석보다 조금 큰 마마의 체력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그런 먹이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마마는 먹이를 찾으러 멀리 나간 곳에서 먹을 수 있는 들풀이나 그 열매를 먹고 부족분을 채웠다.
그럼에도 치이와 후우의 몫을 빼돌리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먹이는 치이와 후우의 몫도 제대로 확보했다.
마마는 결코 다른 실장석의 먹이를 빼앗거나 실장석 자체를 먹지 않았다.
실장석의 동족식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마마는 일부러 그것을 응징하는 것 같았다.
그런 조촐한 생활이 당분간 이어졌지만, 치이는 점점 불만이 쌓였다.
어느 날, 먹이를 다 먹은 뒤 치이가 말했다.
"디저트는 언제 나오는 테치?"
"디저트? 데스우?"
"레후-?"
마마는 그런 단어를 처음 들었다.
"먹이를 먹은 다음에는 디저트가 나오는 테치. 아주 달콤~한 먹이 테치. 와타치는 매일 먹었던 테치!"
치이는 마마에게 디저트에 대해 설명했다. 상당히 과장되어 있었지만.
단것이라면 마마도 먹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1년에 몇 번 먹을까 말까...... 그 정도로 단것의 조달은 어려웠다.
가끔 쓰레기통 속에서 닝겐이 먹다 남긴 과자를 발견하더라도 높은 쓰레기통에 기어오를 수 없는 실장석들은 그것을 손에 넣을 방법을 몰랐다.
그야말로 손가락을 빨며 지켜보는 상태다.
"단것은 없었던 데스. 와타시도 오랫동안 먹지 않은 데스. 찾으면 가져올 테니까 참아주는 데스."
마마는 미안한 듯이 말했다.
"이제 자는 테치!"
치이는 화를 내며 휙 드러누워버렸다.
"레후-...."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후우의 뇌로는 두 실장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태평하게 얼빠진 목소리로 울었다.
다음 날도 마마는 먹이를 찾으러 나갔다.
둥지에 남겨진 치이는 지루해하고 있었다. 구더기실장 후우는 목적 없이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다.
"단거 먹고 싶은 테치...."
"레후-."
별다른 의미 없이 후우가 울었다.
그것을 들은 치이는 천천히 일어나 후우의 곁으로 다가갔다.
"레후-."
엉뚱한 방향을 보며 후우가 의미 없이 운다.
"뭐가 재밌는 테치?"
"레후-."
후우는 어쩐지 울고 있을 뿐 대답이 없다. 질문의 의미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뭐가 재밌냐고 묻고 있는 테치...."
치이는 괜히 심술이 났다.
"레후-."
후우가 운 순간, 치이의 다리가 후우의 복부(?)를 걷어찼다.
"레뺫!!"
후우는 비명을 지르고 몸을 구부려 꿈틀꿈틀 경련했다. 꼬리 끝이 똥과 오줌이 섞인 배설물로 더러워져 있다.
"이제부터 의미 없이 울면 걷어차는 테치. 불렀는데 대답하지 않아도 걷어차는 테치. 알겠는 테치?"
"레, 레후레후...."
"마마한테 말하면 3배로 걷어차는 테치."
"레후~...."
후우는 치이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함께 있으면 기뻤던 존재가 갑자기 아픈 일, 괴로운 일을 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능력도 없었다.
이해도 분석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껏 느낀 적 없는 어둡고 슬프고 차가운 기분은 남았다.
그러나 후우의 두려움은 마마가 돌아올 무렵에는 잊혀지고 만 듯, 3마리는 평소와 같이 저녁 먹이를 먹었다.
마마가 눈을 뗀 사이, 치이는 후우가 아직 먹고 있는 먹이를 옆에서 빼앗았다.
"레후-? 레후~ 레후렛후-!!"
이전의 치이의 폭력을 완전히 잊어버린 후우는 왜 자신의 먹이를 빼앗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항의하는 소리를 냈다.
"무슨 일인 데스?"
마마는 후우의 얼굴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3배...테치...."
치이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레...."
치이가 위협한 일을 떠올렸는지 후우는 입을 다물었다.
후우는 아직 배가 고픈데도 '잘 먹었습니다' 대신에 머리를 끄덕여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잠자리로 기어들었다.
"무슨 일인 데스?"
"쟤는 배가 아픈 테치. 마마가 먹이 찾으러 간 사이, 점심에 치이의 먹이도 먹어서 그런 테치."
"곤란한 데스. 마마가 없는 동안 저 애가 나쁜 짓을 하면, 치이가 혼내주는 데스."
"알겠는 테치! 책임지고 야단치는 테치!"
치이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누더기 이불을 뒤집어쓴 후우는 소리를 내지 않고 눈물을 흘렸다.
배가 고프다. 그렇지만 마마에게 그런 말을 하면 언니에게 아픈 일을 당한다.
어떡하면 좋지? 아무리 생각해도 구더기실장의 작디 작은 뇌로는 대답을 얻지 못하고, 치이가 옆의 잠자리에 들 무렵에는 울다 지치고 생각하기 피곤하여 잠들어버렸다.
【4】
아침에 일어난 후우는 전날 치이의 학대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구더기실장치고는 장수하고 몸집도 조금 크며 경험도 쌓은 후우조차 복잡한 일을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3마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들풀과 나무 열매로 검소한 아침식사를 마쳤다.
치이는 후우를 두 손으로 안아들고 살살 흔들어주며 즐겁게 놀고 있다.
"마마는 먹이를 찾아오는 데스우. 점심은 늘 두는 곳에 싸놓았으니까 사이좋게 나눠먹는 데스우."
"마마! 치이는 디저트가 먹고 싶은 테치! 마마, 디저트 가져오는 테치!"
치이는 무리한 부탁을 했다. 실장석은 단것을 좋아한다. 인간에게 길러지고 버릇없이 자라서 가난에 대한 내성이 없는 치이는 단것에 대한 굶주림이 한계에 가까웠다.
"미안한 데스우. 먹게 해주고 싶은데 찾기가 쉽지 않은 데스우. 오늘은 멀리까지 찾으러 가보는 데스우."
"마마, 꼭 테치! 약속 테치!"
"되는 데까지 노력해보는 데스우...."
자신 없는 듯이 그런 말을 남기고 마마실장은 식량을 조달하러 나갔다.
"텟츙, 텟츙, 테츄테츄~웅♪"
오전의 부드러운 햇살 속에서 치이는 혼자서 즐겁게 돌맹이를 쌓으며 놀고 있다.
후우가 응석을 부리려고 꼬물꼬물 기어서 다가왔다.
"레후우~ 레후우~♪"
"모르는 테치. 혼자 노는 테치."
"레후우~~ 레후우~~웅♪"
후우는 치이의 등에 문질문질하며 재촉한다.
"할 수 없는 테치...."
치이는 후우를 눕히고 배를 프니프니 해주었다.
"레후~웅♪"
후우는 기분 좋게 울었다.
치이는 왠지 그것이 재미없었다.
왜 이런 녀석을 기쁘게 해야하는 걸까?
치이는 일어나서 후우에게서 멀어져 혼자서 데굴데굴 놀이를 시작했다.
후우도 흉내내서 구르려고 한다. 하지만 팔다리 없는 구더기실장은 자력으로 중심 이동이 잘 되지 않아서 옆으로 넘어진 채 버둥거리고 있다.
"레, 레...레후레후...."
후우는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구르려 하지만 괴롭게 발버둥 칠 따름이었다.
평소 같으면 치이가 옆에서 밀어서 굴려주는데 오늘은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
"테~ 테~ 테치텟치~잉♪"
치이는 후우를 무시하고 혼자서 데굴데굴 하며 즐겁게 구르고 있다.
치이는 생각했다. 오늘은 즐겁다. 평소보다 훨씬 즐겁다. 왜 그럴까?
그렇다. 후우가 구르는 것을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후우를 도와주지 않는 만큼 자신은 더 즐길 수 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레...후......레...후......."
후우는 울상이 되어 움찔움찔 몸을 떤다.
치이는 혼자서 즐겁게 데굴데굴 놀고 있다.
오네쨩, 오늘은 왜 같이 놀아주지 않는 거야?
와타시도 데굴데굴하고 싶어. 오네쨩, 도와줘.
"레후레후! 레후레후! 레후레후! 레후레후~~!"
후우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치이를 불렀다. 힘없이 "레후레후."하고 공기가 빠져나가는 듯한 목소리밖에 낼 수 없는 구더기실장에게 있어서 최대한의 외침이었다.
치이는 데굴데굴 하는 것을 그만두고 후우 곁으로 다가왔다.
"볼일 있는 테치? 즐겁게 놀고 있었는데 왜 방해하는 테치?"
치이는 위압적으로 말했다. 후우는 겁이 나서 큰 소리를 내지 못한다.
"......레, 레후레후......."
자그마한 소리로 같이 놀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치이에게는 전해진 것 같다.
"알겠는 테치. 그렇게 구르고 싶으면...... 이렇게 테치!"
치이는 후우의 옆구리를 힘껏 밀었다.
"레! 레뺘아아아아~~~~앗!!"
기세가 붙은 후우는 굉장한 속도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리고 풀 줄기에 충돌하고 간신히 멈췄다.
"......레......레......."
후우는 움찔움찔 경련하고 있다. 아무래도 눈이 뒤집힌 것 같다.
"재밌는 테치....... 이 놀이는 엄청 재밌는 테치!! 테프프프프!"
볼품없이 뻗은 후우를 내려다보며 치이는 사악한 웃음을 터뜨렸다.
"쉬고 있을 틈이 없는 테치! 더 노는 테치. 놀아주겠는 테치!!"
그렇게 말하고서 후우를 안고 작은 언덕을 오른다.
"레후?"
땅에 내려진 후우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치이 쪽을 바라본다.
"자, 가는 테치!"
"레...? ...레휴아아아아~~~~앗!!"
치이는 후우를 언덕에서 굴려 떨어뜨리는 놀이를, 체력이 다 할 때까지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재밌었던 테치! 테치?"
후우의 하반신이 분뇨로 지저분해졌다. 강제 데굴데굴 놀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려버린 것이다. 이대로는 마마에게 들킨다.
치이는 후우의 꼬리 끝을 꾹 즈려밟았다.
"...!? ...큐...큐보오오오오옷!!"
후우의 꼬리 끝에서부터 분뇨가 퓻퓻 짜내진다.
"이제 된 테치......."
치이는 후우의 하반신을 웅덩이에 담그고 거칠게 문질렀다. 그리고 가볍게 즈려밟아서 물을 짜냈다.
"깨끗해진 테치. 점심 먹이 시간 테치!"
치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멍하니 있는 후우를 놔두고 혼자서 둥지로 걸어갔다.
후우가 온 힘을 다해 둥지에 도달했을 때, 치이는 점심 식사를 마친 뒤였다.
"레후-레후-......."
와타시의 먹이는 어딨어? 그렇게 물어보는 후우.
"늦어서 전부 먹어버린 테치! 느림보 굼벵이한테 먹일 먹이는 없는 테치!"
"레, 레후우~! 레후우~!"
너무해. 와타시 것까지 먹다니. 후우는 열심히 항의한다.
"시끄러운 테치!"
"유삣!......"
후우의 복부에 사정없이 발길질을 하는 치이.
"한 대 더 맞고 싶은 테치? 이상한 울음 소리 내도 걷어차는 테치!"
후우는 눈물과 침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주제 넘는 소리 말고 이거나 먹는 테치!"
치이는 먹이를 싸던 잎을 후우의 입에 억지로 쑤셔넣었다.
"...! ...후...후우! 후우우우우~웃!"
후우는 딱딱한 잎을 입에서 토해내고 맥없이 둥지 구석으로 가서 그대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치이는 우월감에 젖어있었다. 지금껏 맛본 적 없는 쾌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왜 기분이 좋은 걸까. 자신보다 약한 녀석을 힘으로 복종시킨다.
그동안 이 굼뜬 꼬맹이 때문에 와타시는 얼마나 손해를 본 것인지.
이런 약하고 시끄럽고...... 팔도 다리도 나지 않은 기어다니는 것밖에 못 하는 비참한 생물 때문에.
"알겠는 테치? 다음부터 와타시의 말을 안 들으면 걷어차는 테치. 차이고 싶지 않으면 무슨 말이든 듣는 테치."
그렇게 말하고는 후우의 등에 가볍게 툭툭 발길질을 2번 하고 오후 놀이를 하러 나갔다.
후우는 어둡고 슬픈 기분이 가득해졌지만 배가 고프고 피곤해서 잠들어버렸다.
날이 저물고 나서 마마가 돌아왔다.
"늦은 데스. 디저트 없었던 데스......."
마마는 미안한 듯이 말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마마 테치! 내일은 꼭 가져오는 테치!"
치이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후우는 뭐 하는 데스?"
둥지 안에서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는 후우의 모습을 보고 마마가 치이에게 물었다.
"점심 먹이를 안 먹길래 화냈더니 자버린 테치. 요즘 후우는 떼쟁이 테치."
"곤란한 데스우....... 오마에가 오기 전에는 매우 솔직하고 착한 아이였던 데스우......."
걱정스럽게 말하는 마마에게 치이는 히죽히죽 웃으며 대답한다.
"분명 그거 테치! 자기가 팔도 다리도 없는 흉한 벌레 구더기라서, 예쁘고 귀엽고 팔다리도 있는 와타시를 질투하는 것인 테치!"
마마는 어째선지 치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치이의 말이 무엇 하나 믿기지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심하는 것은 나쁜 일...... 그렇게 인식하는 마마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치이의 후우 학대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함께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후우를 억지로 안고 끌어내어 데굴데굴 굴리거나,
발로 차거나 때려서 겁에 질려 울부짖는 후우의 모습을 보고 테치테치 까불거렸다.
웅덩이에 얼굴을 담가서 익사 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입에 억지로 나뭇가지를 쑤셔넣었을 때는 소리도 못 내고 괴로워했다.
"자, 달리는 테치! 그게 달리는 거인 테치? 느림보 테치! 바보 테치!"
"레후레후......."
후우는 겁에 질려 눈물을 흘리며 치이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치이의 명령은 힘들다. 하지만 그것을 하지 않으면 더 힘든 일을 당한다.
후우와는 반대로 치이는 즐거워서 어쩔 줄 몰랐다.
그동안 성가셨던 후우가 자신만의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바뀐 것이다.
질릴 때까지 이 장난감으로 마구 놀아주자.
끝까지 놀아주자.
그런데 질리면 어떡하지?
그때는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굉장한 놀이를 하자.
그 굉장한 놀이를 해버리면 다시는 후우와 놀 수 없다.
왜냐하면 후우가 살아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치이는 후우를 어떻게 움직이지 않게 할지 꿈꾸게 되었다.
어느 비오는 밤.
3마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들어 있었다.
치이는 갑자기 배가 아파서 잠을 깼다.
펑소처럼 점심은 후우의 먹이를 빼앗고, 밤에는 밤대로 후우가 남긴(멋대로 그렇게 정한) 먹이도 먹어서 과식한 것이다.
화장실은 밖에 있다. 하지만 바깥은 비가 온다.
참을 수 없다. 그래도 비 속에서 똥을 싸는 것도 싫다.
그 때, 치이의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테치치......."
치이는 후우의 잠든 얼굴을 보며 히죽 웃었다.
다음 날 아침.
"정말 곤란한 아이 데스우......."
마마가 질린 소리를 내며 후우의 옷(가죽?)을 빨고 있었다.
"집안에서 응가를 싸다니, 말도 안 되는 녀석 테치!"
치이가 놀려댄다.
알몸이 된 후우는 대야 대신 쓰는 인스턴트 커피 병뚜껑 안에서 물에 잠겨 이상하다는 듯이 울고 있다.
"레...레후...레후???"
후우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자는 동안 운치를 쌌다는 것을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었다.
후우의 것치고는 양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릴 법도 하지만, 후우의 작은 뇌로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않았다.
"다음부터 운치 싸고 싶으면 마마를 깨우는 데스우. 알겠는 데스우?"
"레후~......."
후우는 미안한 표정으로 작게 울었다.
"테치테치."
치이는 자신의 계략이 잘 먹혀서 웃었다. 그리고 범행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죄를 뒤집어 쓴 후우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다음부터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만한 일은 전부 후우에게 떠넘기자.
두근두근하다.
이 밥맛 없고 추한 벌레 구더기를 철저하게 이용해주자.
즐거운 일은 나눠주지 말고 와타시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와타시만이 즐거워지는 방법을 자꾸 생각하자.
【5】
계절은 늦가을.
가을의 은혜도 있어서 산과 들에서 채취할 수 있는 식량이 풍부해졌다.
공원의 관상용 활엽수도 예외는 아니어서 작은 밤이나 도토리, 팽나무 열매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었다.
조금 영리한 실장석들도 그것들을 주워 먹었지만, 많은 개체는 잔반이나 쓰레기 찾기에 빠져 가을의 은혜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불모의 겨울에 대비하여 보존식을 대량으로 조달해야 하는 마마실장석의 일은 더욱 더 바빠졌다.
마마는 공원의 식물 이외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조금 떨어진 작은 산까지 발을 들였다.
깊은 산과는 달리 자생하는 식물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평소 눈에 띄지 않는 다양한 식량을 손에 넣었다.
이것들은 영양이 풍부하고 맛도 있어서 3마리는 산의 은혜를 만끽했다.
버섯류는 인간이 먹지 않는 것이라도 독이 아니면 채취했다.
뜻하지 않게 입수한 으름덩굴은 귀중한 단맛을 제공했기에 3마리는 껍질도 남기지 않고 먹었다.
또한 근처의 들판에서는 건조한 들풀이나 벼과의 종자를 많이 채취했다.
이것들에 대한 지식은 원래부터 갖춘 것이 아니고, 마마가 긴 시간에 걸쳐 독자적으로 학습한 성과였다.
이렇게 하여 인간의 쓰레기에 의존하지 않고도 어떻게든 최소한의 겨울 식량을 입수할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마실장은 매일 식량을 조달하러 나간다.
"되도록 빨리 돌아오는 데스. 둘 다 마마가 돌아올 때까지 사이좋게 기다리는 데스우......."
그렇게 말하고 마마는 외출했다.
자실장 치이는 이 집에 왔을 때에 비해 갑절에 가까운 키로 성장, 구더기실장 후우도 구더기 상태로 10cm 가까이 성장했다.
"데치치치......."
치이가 후우를 보며 웃는다. 후우는 불쌍하게도 창백한 표정으로 떨고 있다.
"야, 벌레 구더기. 오늘은 뭐 하고 노는 데치? 데굴데굴이 좋은 데치? 아니면 프로레슬링 데치?"
"테...테후테후......."
사악한 미소를 짓는 치이를 향해 후우는 떨면서 운다. 하반신은 이미 젖기 시작했다.
"......데픗! 똥 싼 데치? 더러운 벌레 구더기 데치. 집에서 똥 눌 때는 마마한테 말하는 데치."
치이는 그렇게 말하고 후우의 몸을 분뇨가 들러붙지 않게 두 손으로 들어올렸다.
"테후~ 테후~."
치이의 팔에 붙들린 후우는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미끄러져 떨어졌다.
"...테! 레햐아!!"
후우는 떨어진 충격과 아픔으로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고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자기가 떨어지다니 멍청한 녀석 데치. 답이 없는 녀석 데치. 데프프......."
치이는 겁에 질려 떠는 후우의 모습을 비웃고 배를 짓밟았다.
"테뺘!......."
뿌직......
후우의 꼬리에서 똥과 오줌이 섞인 배설물이 짜여나왔다.
"더러운 데치. 분충 데치."
"테테...테후...테후테후......."
와, 와타시, 운치 흘렸어. 운치...... 마마한테 혼나버려.......
후우는 치이에게 폭행당한 것보다는 운치를 흘려버린 것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알겠는 데치. 마마한테는 비밀로 해주는 데치. 데프프프프......뎃픗픗픗!"
치이는 그렇게 말하고서 싫어하는 후우를 옆구리에 끼고 밖으로 놀러나갔다.
"데치치치치! 데프프프프!"
"테후아아아~앗!!"
치이는 후우를 언덕에서 굴리고, 발로 차서 날리고, 크게 다치지 않을 정도로 고통을 주었다.
이윽고 자신도 놀다 지치자, 초췌해져서 어깨를 들썩이며 숨 쉬는 후우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데프프...... 이제 오마에의 얼굴은 질린 데치. 그 추한 몸뚱이도 질린 데치. 더럽고 한심한 벌레 구더기. 또 운치 지린 데치? 최악의 분충 데치! 데프...데프프프프!"
치이는 진심으로 즐거운 듯 폭소하고 크게 심호흡했다.
"야, 분충. 이제 끝을 내는 데치......."
후우는 부들부들 떨림이 멎지 않는다. 말뜻을 전부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향한 치이의 살의는 충분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테후테후테후~! 테후테후~!"
오네쨩 그만해. 왜 와타시 이런 심한 일을 당해야하는 거야?
오네쨩 다정했었는데. 어째서? 용서해줘! 살려줘!
후우는 항의와 애원, 절망이 뒤섞인 소리를 질렀다. 슬픔과 삶에 대한 집착의 눈물을 흘렸다.
"소용없는 데치. 한계 데치. 오마에 몫의 먹이는 와타시가 잘 먹어줄 테니까 안심하고 죽는 데치......."
치이는 자신이 들어올릴 수 있는 가장 큰 돌을 들고서 높이 쳐들었다.
"바이바이! 벌레 구더기 후우쨩 데치!"
"테...테...테휴아아아아앗!!"
빠각!!
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녹색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허공을 날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것은 후우가 아닌 치이였다.
의문을 품기보다 배후의 숨결에 전율을 느꼈다.
"......데......스......."
그곳에 서있던 것은 마마=대실장이었다.
"치이......뭐......하는...데...스."
대실장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감정이 너무나 격앙되어 말이 잘 나오지 않는 듯하다.
"이, 이이, 이건 데치....... 노, 노놀......놀이이이이......."
꾸직!
"테뱌아아아앗!!"
대실장은 치이의 왼쪽 다리를 밟아뭉갰다. 치이의 팬티는 실장석의 그것으로 젖어 진한 녹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딴....변...명...물어본...것이...아닌 데스...... 왜...후우에게...이런 지독한 짓을...했는지...묻고...있는 데스......."
"후, 후, 후......후우가 운치 싸서 벌......비갸아앗!!"
대실장은 치이의 오른쪽 다리도 밟아뭉갰다. 퇴로가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다시 한번 묻는...... 어째서...후우에게...이런 지독한 짓...하는 데즛!!"
"삐갸아아앗!! 아픈 데치! 아픈 데치! 이제 그만! 죽는 데치! 마마! 마마 그만! 이대로 마마한테 심한 일 당하...면, 주....죽...죽는 데치이이잇!!"
그렇게 외친 순간, 치이의 왼팔이 사라졌다.
"이것이...마지막 기회...데즈...... 왜...후우에게 이런...지독한 짓을 하는...데즈우우웃!!"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데치이이이이이잇!"
"왜 사과하는 데스? 왜 대답하지 않는 데스? 마지막 기회라고 했을 것인 데스......."
조금 냉정함을 되찾은 대실장이 치이를 내려다본다.
그 얼굴에 표정은 없지만 어둡고 무거운 살의만은 질릴 정도로 전해진다.
"이...이제, 안 하는 데치...... 용서...데치......"
아픔과 두려움으로 당황에 빠진 치이는 이제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알겠는 데스. 와타시가 죽이지는 않는 데스. 마지막으로 오마에의 왼손을 밟아 으스러뜨리고 나서 광장에 버리고 오는 데스."
"그...그럴 수가......."
치이는 자신의 말로를 알고 절망의 눈물을 흘렸다.
많은 실장석이 모이는 공원 광장으로 끌려갈 바에는 지금 여기서 죽는 것이 낫다.
대실장이 치이의 오른손을 짓뭉개려고 바닥에서 다리를 뗀 그때였다.
"테후! 테후테후테후......."
후우가 대실장의 다리 밑에 몸을 문지르며 울었다.
오네쨩을 죽이지 말아줘. 오네쨩 사과했잖아. 제발 마마.......
후우는 대실장에게 매달려 치이의 목숨을 구걸했다.
그토록 지독한 꼴을 당했는데도. 그토록 괴롭고 슬픈 일을 당했는데도.
생명력이 약하고 덧없는 구더기실장이기에 목숨의 소중함을 보다 강하게 느낀 것일까?
그것이 설령 자신을 학대하고, 심지어 목숨을 빼앗으려 한 자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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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는 눈을 떳다. 그곳은 낯익은 골판지 하우스 안이었다.
온몸이 뜨겁고, 사지가 달려있어야 할 부위에 저릿저릿 둔탁한 통증이 느껴진다. 왼팔과 두 다리가 없어졌다.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실제로 왼팔과 두 다리가 없어진 것이다.
"정신이 든 데스?"
대실장이 치이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힉! 요, 용서해줘! 죽이지 마는 데칫!!"
치이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려고 버둥대지만 팔 한쪽만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안심하는 데스. 죽이지 않는 데스. 아픈 일도 안 하는 데스......."
대실장은 평소처럼 침착하고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데...데치데치...... 정말 데치? 고, 고마운 데치이~......."
치이는 공포와 긴장으로 혼란스러웠지만 그 말만은 어떻게든 할 수 있었다.
"감사는 후우에게 하는 데스. 그 아이가 살려달라고 해서 구해준 데스."
그 후우가 조용히 숨소리를 내고 있다. 치이의 학대에서 해방되어 오랜만에 편안히 잠든 얼굴이다.
"지금부터 와타시가 하는 얘기를 잘 듣는 데스. 그리고 앞으로의 일을 잘 생각해서 결정하는 데스......."
대실장=마마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시작했다.
【6】
마마는 자실장 시절부터 이미 이 공원에 살고 있었다.
어미에 대해서는 기억이 또렷하지 않지만, 현재 공원에 살고 있는 실장석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 무렵에는 실장석의 숫자도 아직 지금만큼 많지 않았으며, 탐욕스럽고 자기중심적이고, 강한 자에게는 아침하고 약한 자를 경멸하는 성격은 여전했지만
먹이도 나름대로 풍부해서 실장석끼리 다투는 일은 적었다.
그런데 마마가 성체에 가까워지면서 공원의 실장석이 급격히 늘었다.
자세한 원인은 모르지만 다른 곳에서 학대받던 개체가 도망쳐온 것일지도 모른다.
비교적 인간의 출입이 뜸한 이 공원을 안주의 땅으로 여기기라도 했는지 정착해버린 것이리라.
공원은 점점 먹이가 부족해져서 이윽고 실장석끼리 먹이를 두고 쟁탈전이 시작되었다.
그것이 점점 심해져서 결국 다른 자실장을 잡아먹는 자까지 나타났다.
그동안 간신히 생태계의 균형이 유지되던 공원의 질서는 급격이 붕괴했다.
어미가 죽고 얼마 되지 않아 성체로 성장한 마마의 자매도 서로 먹고 먹히며 전멸했다.
영리했는지 본능이 시켰는지 모르지만 마마는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리고 다른 들실장과 같은 장소에 골판지로 둥지를 틀고, 이윽고 5마리의 자실장을 낳았다.
마마는 자실장에게 애정을 느꼈지만 자실장들은 딱히 영리한 것은 아니었다.
자실장들은 먹이를 얻기 위해 서로의 발목을 잡거나, 어떤 자는 다른 실장석에게 잡아먹히고, 어떤 자는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고,
또 어떤 자는 가족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바람에 마마의 손으로 숙청되었다.
마지막에 비교적 얌전한 자 한 마리만이 남았다.
마마는 살아남은 마지막 자인지라 특별히 애정을 쏟으며 소중히, 때로는 엄격하게 길렀다.
이윽고 자실장은 아주 약간이지만 영리함의 편린을 보이게 되었다.
명백하게 다른 자실장보다는 생각이 깊고, 아주 약간의 배려심도 싹을 틔어 나갔다.
마마는 그런 자실장에게 만족하여 4마리의 자를 잃은 슬픔보다 마지막 한 마리에게 쏟는 자애의 마음이 더 크게 자라났다.
어느 날, 마마의 당부를 어긴 자실장은 혼자서 놀러나갔다.
이 공원에서 자실장이 혼자 나다니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소 똑똑해졌지만 아이 본래의 호기심은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먹이 찾기를 하고 둥지로 돌아온 마마는 자실장이 없는 것을 알아차리고 온 공원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여러 실장석 친자가 먹이를 다투고 있는 현장을 만났다.
그곳에서 무참하게 찢기고 게걸스레 먹히고 있던 먹이는 마마의 영리한 자실장이었다.
마마는 분노에 미쳐서 식사에 빠져있던 친실장석의 머리를 때려부쉈다.
그 시절의 마마는 실장석으로서 특별히 힘이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약간의 지혜가 작용했다.
무방비로 식사를 하던 중에 기습한 것도 요행이었다.
나뭇가지로 눈을 꿰뚫고, 뾰족한 돌로 정수리를 깨고, 다리 끝을 짓밟는다.
실장석의 약점을 효율적으로 공격하여 반격을 차단하고서 죽여나갔다.
"죽이는 데스! 오마에들 전부, 죽이는 데스! 오마에들의 아이들, 죽이는 데스!"
반격할 수도, 달아날 수도 없는 빈사 상태의 친실장들은 꼴사납게 꿈틀거렸다.
"테, 테치테치... 살려 테치......테뺫!!"
마마는 친들에게 닥친 재앙을 보고 다리 힘이 풀린 자실장들을 붙잡아서
머리를 잡아뜯고, 몸을 찢고, 다리로 으스러뜨렸다.
"테챠아!"
"테뺘!"
"테테......."
"테에에~엣!"
"테...테......."
단 몇 분만에 5마리의 친실장, 18마리의 자실장이 절명했다.
공원 일각에는 작은 녹색 언덕과 녹색 웅덩이가 생겼고, 주위는 분뇨 냄새와 시체 냄새가 진동했다.
"맛있는 데스. 아이는 맛있는 데스....... 데프프....... 아이! 아이! 아이를 내놓는 데즈웃~!!"
어느샌가 마마는 자실장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금단의 맛을 알아버렸다.
마치 중독이 된 것처럼 자실장의 시체를 탐식했다.
그 중에는 자신의 영리하고 귀여운 자실장의 시체도 있었다.......
그날 이후, 마마는 미친 듯이 다른 실장석 친자를 덮쳐서 죽이고 먹기를 계속했다.
조직적으로 방어하면 실장석 한 마리따위는 충분히 격퇴 가능하지만 자기중심적인 실장석에게 그런 지혜는 없었다.
마마의 습격을 피해 뿔뿔이 도망가고, 각개격파되었다.
가장 영양이 풍부한 먹이=실장석을 마구 먹은 결과, 마마는 다른 어떤 실장석보다도 크고 강해졌다.
커진 마마는 무적이었다. 식욕은 자실장, 성욕은 마라실장을 잡아서 해결했다.
마라실장의 팔다리를 물어뜯어 움직임을 봉한 다음 행위에 이르고, 볼일이 끝나면 그 고기도 먹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마마는 자신에게 일어난 중대한 이변을 깨달았다.
"왜 아이가 생기지 않는 데스! 아이를 갖고 싶은 데스! 먹기 위해서가 아닌 데스!
아이! 와타시의 아이! 아이를, 아이를 원하는 데즈우~!!"
마마는 외쳤다.
힘을 손에 넣었다.
식량난도 없어졌다.
모든 욕망은 힘으로 얻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를 귀여워하고 싶다. 사랑해주고 싶다. 그런 소박한 욕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장석에게도 신이 있다면 동료를 죽이고 먹고, 자기 자식까지 먹은 벌을 받기라도 한 것일까?
자신이 아이를 만들 수 없게 된 것을 한탄하며 마마는 정처없이 공원을 걸었다.
무시무시한 포효를 지르며 방황하는 대실장을, 다른 실장석은 떨면서 멀리서 지켜보았다.
이윽고 마마는 공원 광장에서 다른 실장석을 습격하는 일도 없어졌다.
먹는 것도 음식물 쓰레기나 풀, 나무 열매만 먹게 되었다.
공원 구석, 다른 실장석도 다가가기 싫어하는 손질되지 않은 수풀 속에 골판지 둥지를 만들었다.
마마는 그곳에서 칩거, 마치 속세를 버린 사람마냥 은둔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어느 날, 마마는 죽어가는 구더기실장을 발견하였다.
숨이 약하고 몸이 건조하여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구더기실장이었다.
자실장보다 훨씬 덧없고 여린 구더기실장.
마마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구더기실장을 소중히 안고 골판지 둥지로 데려왔다.
말이 서투른 구더기실장의 울음소리를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 울음소리와 행동거지에서 착하고 정이 많은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를 만들 수 없었던 마마는 구더기실장을 친자식처럼 소중히 길렀다.
그 구더기실장이 후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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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인 데스......."
그때까지 계속 이야기했던 마마는 크게 심호흡 했다.
"치이는 싫은 데치. 여기말고는 갈 데가 없는 데치......."
"후우한테 사과하고, 그리고 구해준 감사를 하는 데스. 후우가 허락하면 와타시도 허락하는 데스."
마마는 그 말만을 남기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후우쨩.... 그동안 와타시가 한 짓 용서해주는 데치. 이제 절대로 안 하는 데치."
치이는 배를 땅에 댄 무리한 자세로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그 눈에서는 눈물이 넘쳐흘렀다.
"테후테후~♪"
후우는 치이를 용서해주었다.
그토록 시달리고 목숨까지 빼앗길 뻔했는데도.......
"테후테후텟훙! 테후-테후♪"
오네쨩, 또 같이 놀아줘. 또 배 프니프니해줘.
"데...데...데치....... 데, 데에에에~엥! 데에에~엥!"
치이는 울었다.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후회. 후우의 자애, 마마의 엄하면서도 성실한 자세에 대한 생각이 한꺼번에 터져나와 큰 소리로 울 수밖에 없었다.
"테후~......."
후우는 그런 치이의 모습을 보고 꼬리(?)를 파닥거리며 다정하게 울었다.
마마는 아무 말없이 따뜻한 눈길로 두 마리를 바라보았다.
눈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치이의 팔다리는 완전히 원래대로 재생했다.
그동안 후우를 괴롭히던 팔다리는 후우를 귀여워해주는 팔다리로 탈바꿈했다.
치이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이렇게 착하고 와타시를 소중히 여겨주는 후우에게
왜 그런 심한 짓을 한 것일까? 이렇게 귀여운데 왜 괴롭힌 것일까?
치이는 그동안 범한 죄를 씻는 길은 후우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후우가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자. 매일 놀아주자. 맛있는 것을 찾아다주자.
이렇게 치이는 새로운 즐거움을 느꼈다. 후우와 마마가 행복해지는 것이 자신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즐거움을.
그리고 기나 긴 겨울.
세 마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되도록 열을 소비하지 않도록 동면에 가까운 상태로 겨울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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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봄.
세 마리는 함께 산나물을 캐러 산에 가거나, 둥지 옆에서 봄꽃을 채집하며 지냈다.
가을만큼은 아니지만 산과 들에서 얻어지는 식량은 신선하고 훌륭한 것뿐이었다.
후우는 조금 커졌지만 아직도 구더기실장 그대로였다.
세 마리의 생활은 결코 풍족하다 할 수 없었지만, 서로를 생각하며 도움으로써 매일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이윽고 여름이 찾아왔다.
푸르게 자란 초목에서는 연하고 맛있는 새싹을 채취할 수 없게 되어서 먹을 수 있는 식물도 한정되게 된다.
자연의 은혜에 많은 것을 의지하던 실장석 친자도 어쩔 수 없이 벌레나 음식물 쓰레기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무렵이 되자 마마는 치이를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다.
멀리 나가야 할 때는 예전처럼 치이에게 집 지키기를 맡겼다.
오늘도 마마는 혼자 먹이를 찾으러 나갔다.
치이와 후우는 사이좋게 마마의 귀가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날 마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밤, 두 마리는 늦게까지 마마의 귀가를 기다렸지만 곧 지쳐서 잠들어버렸다.
다음 날도 마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이 된 치이는 찾으러 가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혼자서 멀리 나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후우와 자신을 위해서도 마마를 찾아야만 한다.
"오네쨩은 마마를 찾아오겠는 데치. 후우쨩은 여기서 기다려주는 데치."
그렇게 다정하게 말하고 둥지를 나서려던 그때였다.
"테후테후......."
오네쨩, 와타시도 갈래. 마마 걱정 돼.
바깥은 위험하다. 그렇지만 후우를 혼자 둥지에 남겨두는 것도 걱정된다.
"알겠는 데치! 같이 마마를 찾으러 가는 데치!"
치이는 후우를 자신의 머리 위에 태우고 둥지를 나섰다.
치이와 후우가 공원 광장을 향해 나아갔더니 지금까지 덤불을 이루던 키 큰 풀이 깎여 있었다.
이윽고 싫은 냄새가 감돌았다.
조금 더 가니 마라실장 여러 마리가 죽어있었다.
그리고 광장으로 나가기 전의 지점에서 '그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양다리가 깔끔하게 절단되고 몸 곳곳이 갉아먹혔다.
'그것'에는 파리가 날아다니고 주변에는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것'의 팬티는 찢겨져 버려져 있었으며 총배설구는 크게 파열되었다.
치이는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치이가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한때 '그것'이 마마라고 부르던 존재이며 '그것'이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뿐이었다.
마마는 죽었다.
여름이 되어 키가 자란 풀을, 인간이 예초기로 자른 것이다.
마마는 불행히도 그 작업에 말려들어 예초기에 두 다리가 절단되었다.
그리고 움직일 수 없는 사이, 마라실장들에게 능욕당하고 몸이 갉아먹혀 절명한 것이다.
아무리 힘센 마마라도 두 다리를 잃어서는 보통 실장석정도의 힘도 낼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마라실장들을 물리쳤지만 마마도 힘이 다해 쓰러진 것이다.
"마마......."
"테...후......."
치이와 후우는 변해버린 마마의 시체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데쟈아아아아앗!!"
갑자기 수풀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마라실장이었다. 아직 살아남은 놈이 있었던 것이다.
힘이 센 마라실장 상대로는 후우를 지키기는커녕 자신의 몸조차 지킬 수 없다.
치이는 두려움 때문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마라실장은 치이를 손쉽게 넘어뜨리고는 팬티를 벗겨내고 총배설구에 마라를 찔렀다.
"뎃! 데챠아아아아아아!!"
치이는 외쳤다. 마라실장의 마라 길이는 치이의 키에 육박했다.
마라는 치이의 총배설구로부터 목까지 꿰뚫었다.
"~~~!!"
목을 뚫린 치이는 소리지르는 것도 봉인당했다.
이대로는 치이의 몸 전체가 부숴지고 만다.
치이는 고통 와중에 반격을 하려고, 적어도 눈만이라도 부수려고 손을 뻗지만 닿지 않는다.
치이는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마라실장의 몸을 탁탁 두드렸다.
"......!!"
치이는 오른쪽 팔에 격통을 느꼈다. 마라실장이 저항을 계속하는 치이의 오른팔을 뜯어낸 것이다.
"뎃, 뎃, 뎃...... 데뱌오오오오오오오오오!!"
치이의 뇌는 머리까지 꿰뚫은 마라로 파괴되어, 치이는 격통과 둔통의 바다 속에서 서서히 의식을 잃었다.
그때.
......위이이이이이이잉......
멀리서 들리는 기계 소리.
......위이이이이이이잉......
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기이이이이이이이잉......
"데쥬규앗!!"
마라실장은 간단하게 몸통이 절단되어 절명했다.
치이를 구한 것은 공교롭게도 마마를 죽음으로 내몬 예초기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치이는 간신히 의식을 되찾았다.
마라실장의 마라는 아직 삽입된 그대로였다.
치이는 간신히 마라를 뽑아내고 어떻게든 일어서서 어렴풋이 남아있는 본능과 이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후우를 찾는다.
하지만 시야에 닿는 범위에 후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든 무사히 달아난 건가 싶어서 치이는 조금 안심했다.
문득, 치이는 등이 젖어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녹색의 체액...... 아무래도 실장석의 피 같다.
그런데 치이의 등에 상처는 없는 것 같다. 그럼 이 체액은 도대체.......
"후, 후우쨩......!!"
지금껏 치이가 쓰러져 있던 장소에, 흐물흐물해진 녹색 껍질과 체액이 남아있었다.
그 속에 파묻혀 있는 작은 적과 녹의 구체.......
후우는 마라실장에게 쓰러진 치이에게 깔려 소리 낼 틈도 없이 짓뭉개지고 만 것이다.
"데......데......데쟈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슬픔과 분노의 외침을 지르고 나서 치이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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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자실장보다 조금 큰 정도인 친실장이 엄지실장보다 조금 큰 자실장 두 마리를 데리고 걷고 있다.
즐겁게 테치테치 운다. 아무래도 친자 사이가 돈독한 실장석인 듯하다.
자실장 한 마리가 쓰러져있는 실장석을 발견했다.
아직 성체가 채 안 된 조금 작은 실장석이었다.
오른쪽 팔을 잃고 몸이 심하게 더러웠고, 옆에는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된 마라실장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자실장은 곁으로 다가가 친절하게 말을 건넨다.
"오네쨩, 괜찮은 테치?"
자실장은 걱정스럽게 들여다본다.
"데......데데......."
실장석은 의식을 되찾은 것 같다.
"다행인 테치! 마마, 이 오네쨩 살아있는 테치!"
기쁘게 말한 그때였다.
"테챳! ......"
자실장의 머리가 사라졌다.
우걱우걱......꽈득......뚜둑뚜둑......질겅질겅......
쓰러져있던 실장석이 자실장을 먹기 시작했다.
"데데데......데에에엣!!"
실장석 친자는 공포로 분뇨를 지리며 달아났다.
"맛있는 데치....... 이건 뭐인 데치......?"
이 신선한 먹이를 먹으면 몸속에서 힘이 넘쳐나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피로가 회복되는 것 같았다.
잃었던 오른팔도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기억도 이성도 잃어버린 동족식 실장석의 뇌리에 문득 어떤 지식이 되살아났다.
"......동족을 먹으면 힘을 얻는다......."
그렇다. 힘이다. 힘을 얻으면 뭐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지키지 못했던 것도 지킬 수 있다.
그런데 지키지 못했던 것이 뭐였지?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도 지금은 힘을 손에 넣어야겠다.
그러기 위해 동족을 먹는다.
동족을 붙잡아 먹는다.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되찾는다.
실장석은 새로운 결의를 가슴에 품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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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
봄.
중학교 입학식을 마친 모모는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모모는 세일러복이 어울리는 아름다운 소녀로 성장했다.
모모는 등하교 길 옆의 공원으로 눈을 돌린다. 벚꽃이 만개했다.
몇 년 전까지는 들실장석이 대량으로 정착하여 가까이 갈 엄두도 나지 않던 공원.
그런데 어느 날을 경계로 흉폭한 들실장석들이 자취를 감췄다.
얼마 후, 실장석들이 되돌아왔지만 공원을 더럽히고 인간에게 먹이를 보채는 일은 없어지고, 오히려 공원 청소를 하게 되었다.
동네 주민들의 실장석에 대한 인식은 조금씩 바뀌어서 먹이를 주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먹이를 받은 실장석도 뻔뻔하게 재촉하는 일 없이 먹이를 받으면 "데스우~."하고 작은 소리로 울며 머리를 숙이고 얌전하게 떠났다.
친실장석도 자실장을 먹는 일 없이 먹이를 공평하게 나누어주게 되었다.
공원은 아름다운 질서를 되찾아갔다.
현재는 실장석이 아이들의 좋은 놀이 상대이자 동네 사람들의 친근한 친구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실장석은 아직도 기피 대상이지만, 이 공원의 실장석만은 이상하게 질서정연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모모는 공원의 음수대에서 물을 마시는 실장석 친자를 보았다.
물을 다 마신 자실장의 입가를 앞에 늘어뜨린 천으로 닦아주고 있다.
친실장에게 안긴 자실장이 서투르게 음수대의 수도꼭지를 잠그자 친실장이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모습은 인간 부모자식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실장석 친자는 모모와 어머니를 발견했다. 자실장은 모모를 향해 양손을 들어올리고 "치이♪"하고 사랑스럽게 울었다.
실장석 친자가 모모의 곁에 다가왔다.
친실장석은 보통 실장석보다 조금 컸다.
"데스데스......."
친실장석은 모모에게 자실장을 내밀었다. 키워달라는 느낌은 아니다.
자신의 아이를 봐달라는 다정한 느낌이다.
"텟츄~웅! 테치테치텟츄~웅♪"
자실장은 모모의 손안에서 기쁘게 울었다.
"귀엽네. 착한 아이구나......."
친실장은 자실장의 머리와 머리털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모모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건강하게 자라렴!"
모모는 친실장에게 자실장을 돌려주었고, 친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실장석 친자는 천천히 공원 안쪽으로 걸어갔다.
모모는 그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모습이 꽤 작아졌을 때, 친실장석은 빙글 돌아서더니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그러고서 자실장을 안아들고 달려나가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어라?"
모모는 이상한 감각에 휩싸였다.
뭐였을까? 방금 인사는?
아이를 안아올렸을 뿐.......
"아......."
모모는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렸다. 너무나 그립고, 너무나 따뜻한, 그리고 너무나 슬픈 초등학생 시절의 자그마한 사건.
순식간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 엄마...... 으......으, 으아아앙!"
모모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도 눈물을 흘리며 모모의 어깨를 감싸고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따스한 햇살 속, 차가운 바람이 모녀 옆을 지나갔다.
봄은 이제 막 시작이다.
-끝
감동적인 글인데스우
답글삭제그냥 학대 말고 이런 걸 원하는 레후
답글삭제좆까는데스
삭제ㄴ찐
삭제분충이 너무 쉽게 용서받는데...
답글삭제씹분충에게 해피엔드라니
답글삭제기분 나쁜 애호물인 데스
답글삭제양충 애호물인줄 알았더니 상분충 애호물이었네
답글삭제인간을 시종으로 깔보는걸로 시작해서 동족식 테크까지 탔는데 결말은 급 훈훈하게 끝내려고 하니 되려 이상하네
답글삭제훈훈한척 끝내지만 동족식에 공원점거,쓰레기뒤짐...해악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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