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고 떨어트리고

1일째

방 안에 만들어진 자실장 전용 사육 공간.

그것은 키 낮은 선반 위에 만들어진, 다다미 반 첩 정도 넓이의 모형 정원이었다. 20cm 정도의 울타리에 둘러싸인 정사각형 상자.
바닥에는 녹색 융단이 깔려있고 자실장용 침대와 자실장용 화장실이 놓여있다.
그 밖에도 작은 관엽 식물이나 꽃 따위도 장식되어 있으며, 장난감이 될 스펀지 블록과 스펀지 볼 등도 놓여있었다.


"이제부터 잘 부탁하는 테치, 주인님."

"그래그래, 에메랄드. 이제부터 잘 부탁할게."

남자는 고개 숙여 인사하는 자실장에게 미소를 지었다.

애완동물 가게에서 1980엔으로 싸게 팔리던 자실장. 어떠한 원인으로 한쪽 귀가 상처가 나는 바람에 떨이 상품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아니면 원래부터 떨이 상품이었기에 귀의 상처도 그대로 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남자가 알 바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떨이로 밀려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실장샵에서 파는 다른 자실장보다 눈에 띄게 저렴한 아이들. 일명 학대 가격.
올리기 완료, 훈육 완료된 우량 학대용으로 학대파가 사가는 일이 많다.
실장등을 기르는 사람이 묘판 대신으로 사거나 고양이를 기르는 인간이 살아있는 장난감으로 사 가는 일도 있다.

결국, 그 반절은 팔리지 않고 처분되는 것이 실상이다.
일반적인 자실장석은 성장해서 매물이 되지 못하더라도 조교사가 인수하여 조교 도우미 등으로 쓰이지만, 떨이 상품에는 그런 미래도 없다.

남자는 에메랄드 앞에 작은 접시에 수북이 담긴 콘페이토를 보였다.

"자, 일단 먹이야. 먹어."

"테에에...!"

대량의 콘페이토를 보고 에메랄드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태어나서 성장 억제 푸드를 먹으며 조교사 밑에서 보름을 지낸다.
실장샵에 진열되고 나서는 2주일. 대략 한 달의 실장생에서 처음으로 보는 콘페이토의 산이었다.

"괜찮은 테치? 정말 먹어도 되는 테치?"

에메랄드는 입에서 침을 흘리며 남자와 콘페이토를 몇 번이나 번갈아 본다.
조교 덕분에 바로 달려들지는 않았지만 허락이 떨어지면 바로 달려들 태세였다.

"너는 떳떳하게 사육실장이 된 거야. 사양하지 마."

"고마운 테치. 주인님!"

미소로 답한 남자. 에메랄드는 콘페이토에 달려들었다.







2일째

"자, 에메랄드~. 스테이크야ㅡ."

남자는 에메랄드 앞에 스테이크를 놓았다.

사람이 먹는 큼직한 스테이크가 아닌, 자실장도 먹을 수 있는 작은 고기.
하지만 그것은 작은 자실장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스테이크였다. 하얀 접시 위에 삶은 채소와 함께 예쁘게 담겨 있다. 감도는 육즙과 버터의 향기.

"잘 먹겠습니다 테츄~."

에메랄드는 매우 기뻐하며 스테이크를 덥석 물었다.





희미한 야간 등이 켜진 방.

"뭐 하는 테치...?"

졸고 있던 에메랄드는 남자가 달력을 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늘 날짜에 해당하는 곳에 '×'가 붙어있다. 그리고 5일 후에 '○' 기호가 붙어있었다.
에메랄드는 기호가 붙어있다는 것밖에 몰랐지만.

"조만간 알 거야."

남자는 미소로 답했다.







3일째

"스시 테츄~♪ 맛있는 테츄~♪"

자실장도 먹을 수 있는 작은 스시를 입안 가득 넣으며 에메랄드는 행복에 찬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조교사 밑에 있을 때, 사육실장의 생활은 힘들다고 들었건만 현실은 낙원 같은 생활이다.

"역시 닝겐 대단한 테츄~♪"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할 텐데 벌써 '닝겐'이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에메랄드는 순조롭게 사육 후보에서 분충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는 남자.







그날 밤.

"닝겐...?"

에메랄드는 인간이 달력에 '×'를 적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4일째

"이것이 에메랄드의 새 옷이야."

남자가 가져온 것은 예쁜 자실장복이었다. 선명한 녹색 천과 하얀 프릴.
곳곳에 예쁜 액세서리가 장식되어 있었다. 어렴풋하게 감도는 비누와 향수 냄새.
심지어 예쁜 팬티와 실장 구두까지 준비되어 있다.

"와타치한테 어울리는 예쁜 옷 테치~♪"

에메랄드는 곧바로 자신의 실장복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실장복으로 갈아입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입고 있는 실장복과 다르게, 아직 몸에 익숙지 않았지만 새 실장복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고급스러움이 있었다.

"와타치는 공주님 텟츄~웅♪"

새로운 실장복을 과시하듯이 춤추며 에메랄드는 행복에 찬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5일째

"이런 걸 어떻게 먹냐 테치!"

에메랄드는 준비된 고급 실장 푸드를 힘껏 뒤엎었다. 고기와 채소가 균형 있게 포함된 고급 푸드가 녹색 융단에 무참히 흩어졌다.

"와타치는 공주님 테칫! 이 똥닝겐, 얼른 더 고급이고 달콤하고 부드럽고 맛있는 것을 먹게 하는 테챠아아!"

"알았어, 에메랄드...."

남자는 흩어진 푸드를 재빠르게 치우고 방을 나갔다.

잠시 후 돌아온다.

손에는 하얀 케이크가 얹힌 접시를 들고 있었다. 그것을 에메랄드 앞에 놓는다.
접시 위에 놓인 것은 평평하고 하얀 원통형 케이크. 토핑 따위는 전혀 없다.

"이거면 만족하려나? 심플 화이트, 불필요한 장식을 일체 없애고 그 맛에만 특화한 최고급 세레브 케이크야."

에메랄드는 의심스럽게 잠시 냄새를 맡았지만,

"고맙게 먹어줄 테니 감사하는 테치!"

거드름을 피우고 나서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6일째

"이런 걸 어떻게 먹냐 테챠아아아!"

에메랄드는 차려진 케이크를 뒤엎었다.

어제 먹었던 케이크지만 떼를 쓰면 더 좋은 것이 나온다. 행복회로가 어제의 경험으로부터 그렇게 이끌어 낸 것이다.

"곤란하네. 우리 집에는 이 이상 고급인 건 없어."

"그럼 사 오는 테치! 찾아오는 테치! 그런 것도 못 하는 테칫! 아무것도 못 하는 무능한 똥노예닝겐, 얼른 꺼지는 테치!"

신경질을 부리며 주위의 스펀지 블록을 걷어차고 자실장용 침대를 뒤집고, 걸치고 있던 실장복을 찢어버린다.
그 바람에 머리털이 반쯤 뜯겨나갔지만 그것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알았어."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간다.

"이 무능 테챠아아아!"

그 등에 매도하는 말을 던지고서 에메랄드는 떨어져 있던 수건을 몸에 감고 화를 내며 잠들었다.
도중에 몇 번 눈이 뜨였지만 둘러봐도 남자가 없다.

에메랄드는 그대로 밤까지 계속 화난 채로 잠자게 된다.





그날 밤.
에메랄드가 눈을 뜨자 어두운 방에서 남자가 달력에 '×'를 적고 있었다.

"이제 내일인가.... 빠르네...."

"테?"

남자의 말이 신경 쓰였지만 잠기운에 못 이겨 에메랄드는 다시 잠들었다.







7일째

"아무래도 에메랄드는 내 집에서 만족스러운 생활은 무리인 것 같아."

"당연한 테치. 이 무능 닝겐!"

주눅 드는 기색 없이 말하는 남자에게 에메랄드는 내뱉듯이 말했다.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닝겐은 노예만도 못한 쓰레기다.

남자는 담담하게 계속했다.

"그래서 내가 아는 사람에게 맡기기로 했어. 그 사람은 큰 회사의 사장이니까 에메랄드가 만족할만한 생활을 줄 수 있을 거야. 확실해."

"그럼 얼른 그 새 노예한테 데려가는 테치! 와타치는 그곳에서 우아하게 사는 테치. 이제 오마에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은 테칫!"

"그래."

남자가 웃었다.

그 순간에 에메랄드의 의식은 끊어졌다.





  ・ ・ ・ ・





8일째

"테에? 여긴 어디 테치...?"

에메랄드는 자신이 있는 장소를 둘러보았다.

어둡고 습하고 냄새나는 방.
방구석에는 알갱이 타입 실장 푸드가 작은 접시에 담겨 있고, 반대편에는 실장 똥이 낭자한 화장실이 있었다.
바닥은 딱딱하고 차갑다. 최근까지 다른 실장석이 있었던 냄새가 나지만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여기는 어디 테칫! 이런 냄새나고 좁고 더러운 곳은 와타치가 있을 장소가 아닌 테칫!
무능 닝겐! 얼른 와타치를 여기서 데리고 나가서 새 노예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는 테칫! 안 들리는 테치까!"






한바탕 외치고 나서 반응이 없는 것을 깨닫는다.

"테에... 테에... 배고픈 테치...."

에메랄드는 휘청거리며 실장 푸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동안 자신도 깨닫지 못했지만 어제도 그저께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사실상 약 사흘간의 단식. 성체라면 몰라도 자실장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그 생각을 떠올리자 다음은 공복이 의식과 몸을 급격히 좀먹어간다.

에메랄드는 떨어져 있던 푸드를 집어 들어 입에 넣었다.

"맛없는 테칫...!"

너무나도 맛없어서 푸드를 내뱉는다.

초저가 실장 푸드. 다양한 실장 푸드 중에서는 최저 등급의 물건이다.
일반 등급의 푸드를 만들 때 남은 찌꺼기를 재이용한 것으로, 영양가도 맛도 안 좋다. 실장석을 그저 살려놓기 위해서만 주는 먹이다.
그런데도 수요는 있기 때문에 일단 팔린다. 주로 이런 식으로.

초저가 푸드, 인간의 요리에 익숙한 에메랄드의 혀에는 진흙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위장을 옥죄는 공복에는 이길 수 없다.

"그 무능 닝겐, 다음에 만나면 죽여버리는 테치...!"

독설을 하면서, 에메랄드는 울면서 학대용 푸드를 입에 밀어 넣었다.





문득 방이 밝아졌다.

"테?"

에메랄드가 눈을 돌린 곳.

벽면이 유리로 되어있어서 건너편의 풍경이 보였다.
자신이 있었던 모형 정원. 그곳에 남자가 자실장을 데리고 왔다.

에메랄드가 있는 작은 방은 자실장용 침대 바로 옆 근처에 있었다.
모형 정원이 보이고, 행복하게 자는 자실장이 지척에서 보이는 특등석이다.

"이제부터 너는 사육실장이야."

"알겠는 테츄."

꾸벅 인사하는 자실장. 조교사 밑에서 기본적인 예절을 주입받았기에 느닷없이 이상한 말을 꺼내지는 않는다.

남자는 그 머리를 쓰다듬더니,

"이제부터 네 이름은 에메랄드야."

"에메랄드 테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나서 자실장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잘 부탁하는 테치, 주인님."

"그래그래, 에메랄드. 이제부터 잘 부탁할게."

남자는 웃으며 말하고서 자실장 앞에 접시에 담긴 수북한 콘페이토를 놓았다.

"자, 일단 먹이야. 먹어."

"테에에...!"

대량의 콘페이토를 보고 자실장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태어나서 성장 억제 푸드를 먹으며 조교사 밑에서 보름을 지낸다.
실장샵에 진열되고 나서는 2주일. 대략 한 달의 실장생에서 처음으로 보는 콘페이토의 산이었다.

"괜찮은 테치? 정말 먹어도 되는 테치?"

자실장은 입에서 침을 흘리며 남자와 콘페이토를 몇 번이나 번갈아 본다.
조교 덕분에 바로 달려들지는 않았지만 허락이 떨어지면 바로 달려들 기세였다.

"너는 떳떳하게 사육실장이 된 거야. 사양하지 마."

"고마운 테치. 주인님!"

미소로 답한 남자. 자실장은 콘페이토에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하프 미러에 달라붙어 응시하던 에메랄드. 환하게 웃으며 콘페이토를 먹는 자실장을 보고서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뭐 하는 테치이! 이 무능 똥닝겐이 테챠아아아아!"

목이 찢어져라 절규하며 두 손으로 토닥토닥 유리를 두드린다. 그러나 자실장의 완력과 부드러운 우레탄 바디로는 단단한 유리에 흠집조차 낼 수 없다.

게다가 이중 방음 유리이기에 아무리 떠들어도 건너편에 소리가 닿지 않았다.
에메랄드는 모르지만 바깥의 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안에 전달되게 되어있다.

"테에에에에에에에! 챠아아아아아아!"

그럼에도 콘페이토를 맛있게 먹는 자실장을 노려보며 에메랄드는 계속 외쳤다.

하지만.

"테휴...!"

별안간 배에서 솟아오른 아픔에 에메랄드는 동작을 멈춘다.
소리를 지르던 입을 다물고 온몸을 떨며 피부에서 진땀을 흘렸다.
맛있는 것에 길든 데다가 약 사흘간의 단식을 끼고 싸구려 실장 푸드를 대량으로 배에 넣은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울부짖으며 날뛰는 격렬한 운동.

소화기관이 충격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이른바 급성 설사.

"싸는 테치...!"

화장실이 아닌 장소에서 똥을 싸면 자신이 힘들어진다. 조교사 밑에서 배운 기초적인 훈육은 지켜지고 있었다.

아무 곳에서나 똥을 싼다는 이미지가 있는 실장석이지만, 갑작스러운 탈분을 제외하고는 용변은 한사코 화장실에 해당하는 장소에서 하려고 한다.
소위 분충 개체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화장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실장 똥이 낭자한 더러운 화장실. 그동안 사용했던 청결한 자실장 화장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불결한 곳이다.

"더러운 테치이이...."

그곳에서 배설해야 할까 말까, 상당한 시간을 망설이고 나서 에메랄드는 결심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텟...챠아아아...!"

브리브리, 불쾌한 소리를 내며 총배설구에서 실장 똥이 뿜어져 나온다.

나무도 흙도 소화해버리는 수많은 소화 효소에, 그 소화 흡수를 돕는 수많은 미생물.
그 결과, 실장석이 만들어내는 실장 똥은 강렬한 악취가 있고, 내부에 무수한 기포를 포함하여 부피가 증가한다.

이것이 실장 똥의 냄새와 부자연스러운 양의 원리였다.

하지만 똥 범벅이 된 에메랄드에게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기분 나쁜 테치...."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 똥 범벅이 된 알몸의 자실장석. 옷을 쥐어뜯을 때 머리털도 반쯤 빠졌기에 독라보다도 무참한 모양새였다.
유리 너머에는 남자와 놀고 있는 자실장의 모습.

너무나 비참한 차이다.

"이러고도 가만있을까 보냐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시 신경질이 난 에메랄드는 절규하며 유리를 계속 두드렸다.





그날 밤.

온종일 울부짖은 에메랄드는 초췌해져서 유리에 달라붙어 있었다.

눈앞의 침대에서 기분 좋게 자고 있는 자실장. 앞으로의 꿈같은 나날을 상상하고 있는지 그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올라 있다.

에메랄드는 증오와 원망의 형상으로 그것을 노려보았다.

문득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얼굴을 든다.

"...테?"

남자가 달력에 '×'를 치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자실장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에메랄드가 모형 정원에 있었을 때도 남자는 달력에 '×'를 적어넣었다.

달력에는 '○'가 적힌 곳도 있다.

"저건 뭐인 테치...?"

그 의문에 대답하는 대신에,

어디선가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

다음 순간, 천장에서 힘차게 물이 뿜어져 나왔다.

"테챠아아아!"

세제가 들어간 온수가 작은 방을 통째로 세척한다. 갑자기 온몸을 덮친 대량의 물에 에메랄드는 그 자리에 엎어져 패닉에 빠진다.

방 세척은 3분 정도 이어졌다.

그 후, 에메랄드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진흙처럼 잠들었다.







9일째

"자, 에메랄드~. 스테이크야ㅡ."

남자는 자실장 앞에 스테이크를 놓았다.

사람이 먹는 큼직한 스테이크가 아닌, 자실장도 먹을 수 있는 작은 고기.
하지만 그것은 작은 자실장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스테이크였다. 하얀 접시 위에 삶은 채소와 함께 예쁘게 담겨 있다. 감도는 육즙과 버터의 향기.

"잘 먹겠습니다 테츄~."

자실장은 매우 기뻐하며 스테이크를 덥석 물었다.





"그건 와타치가 먹는 것인 테챠아아아! 무능 닝겐, 와타치도 맛있는 밥 먹게 하는 테챠아아!"

유리에 달라붙은 채, 에메랄드는 기운차게 아우성쳤다.

자실장이 먹고 있는 것은 에메랄드도 먹었던 스테이크다. 맛있게 작은 스테이크를 먹는 자실장을 상대로 있는 대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거기 똥자충 테치이이! 어째서 오마에가 와타치의 스테이크를 먹고 있는 테차아아! 죽여줄 테니까 이쪽으로 오는 테찌이이!"

그러나 소리는 바깥에 닿지 않는다.





그날 밤, 에메랄드는 어느새 마련된 실장 푸드를 꾸물꾸물 먹고 있었다.
결코 맛있지는 않지만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다소 낫다.

"그 똥닝겐, 와타치를 속인 테치...."

이제 와서야 간신히 자신이 속은 것을 깨달았다.
그 행복한 생활도 지금의 비참한 상태로 떨어뜨리기 위한 것.
'올렸다 떨어뜨리기'라는 용어는 모르지만 지옥을 두드러지게 하려고 천국을 보여준 남자의 악의는 충분히 파악했다.

유리 밖을 보니 남자가 달력에 '×'를 적어넣고 있다.

"저 녀석, 뭐 하는 테치...?"

달력에 적힌 '×' 문자. '○'까지의 간격이 하나 줄었다.

에메랄드가 남자에게 속고 있었을 때도 달력의 '×'가 늘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때는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의 날에 이 감옥 같은 방에 처박혔다.

밖에서 행복하게 자고 있는 자실장은 늘어가는 '×'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때의 에메랄드처럼.

"테프프...."

에메랄드는 비웃었다.  '○'의 날이 되면 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도 모르고 자기 삶의 봄을 구가하고 있는 자실장을.







10일째

"이것이 에메랄드의 새 옷이야."

남자가 가져온 것은 예쁜 자실장복이었다. 선명한 녹색 천과 하얀 프릴.
곳곳에 예쁜 액세서리가 장식되어 있었다. 어렴풋하게 감도는 비누와 향수 냄새.
심지어 예쁜 팬티와 실장 구두까지 준비되어 있다.

"와타치한테 어울리는 예쁜 옷 테치~♪"

자실장은 곧바로 자신의 실장복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실장복으로 갈아입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입고 있는 실장복과 다르게 아직 몸에 익숙지 않지만 새 실장복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고급스러움이 있었다.

"와타치는 공주님 텟츄~웅♪"





"테프프~♪ 저 녀석은 바보 테츄~♪"

맛없는 실장 푸드를 꾸물꾸물 먹으며, 에메랄드는 유리 앞에 앉아 자실장이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 우월감의 빛을 밝히며.

이제 어제처럼 난리를 치거나 소리 지르지 않는다.

돌아가는 구조를 알게 되니 아무것도 모르고 기뻐하는 자실장의 모습은 희극 그 자체였다.

"지금 잘 즐겨두는 테츄~♪"







11일째

"이런 걸 어떻게 먹냐 테치이!"

자실장은 준비된 고급 실장 푸드를 힘껏 뒤엎었다. 고기와 채소가 균형 있게 포함된 고급 푸드가 녹색 융단에 무참하게 흩어졌다.

"와타치는 공주님 테칫! 이 똥닝겐, 얼른 더 고급이고 달콤하고 부드럽고 맛있는 것을 먹게 하는 테챠아아! 그게 오마에의 일 테챠아아!"

"알았어, 에메랄드."

남자는 흩어진 푸드를 재빠르게 치우고 방을 나갔다.





"테프프. 보고 있을 수가 없는 테치...."

자신과 똑같이 방자하게 구는 자실장을 바라보며 에메랄드는 징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파멸이 오고 있는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상대를 바라보는 우월감.

"더 떼를 쓰는 텟츄~♪"

다른 실장석의 불행을 반찬 삼아 먹는 실장 푸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맛이었다.







12일째

"맛있는 거 가져오는 테챠아아아!"

자실장은 차려진 케이크를 뒤엎었다.

어제는 먹었던 케이크지만 떼를 쓰면 더 좋은 것이 나온다는 것을 어제의 경험으로부터 이끌어냈던 것이다.

"곤란하네. 우리 집에는 이 이상 고급인 건 없어."

"그럼 사 오는 테치! 찾아오는 테치! 그런 것도 못 하냐 테칫! 아무것도 못 하는 무능한 똥노예닝겐, 얼른 꺼지는 테치!"

신경질을 부리며 주위의 스펀지 블록을 걷어차고, 자실장용 침대를 뒤집고, 몸에 걸치고 있던 실장복을 찢어버린다.
그 바람에 머리털이 반쯤 뜯겨나갔지만 그것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알았어."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갔다.

"이 똥노예 테챠아아아!"

그 등에 매도하는 말을 던지고서 자실장은 떨어져 있던 수건을 몸에 감고 화를 내며 잠들었다.





"얼마 안 남은 테치♪"

달력에 적힌 '×'와 '○'를 바라보며 에메랄드는 다가올 파멸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이 작은 방에 내던져져 당황하는 자실장의 비참하고 애처롭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상상하면서.

"빨리 '○'가 되는 테치~♪ '○'가 되면...."

거기서 웃음을 뚝 그친다.

애완용 실장석으로 선정, 교육받았기 때문에 에메랄드는 보통 자실장보다 머리 회전이 빠르다.
나날의 행복회로에 의해 상당히 둔해지긴 했으나 지금도 평균 이상의 지능은 남아 있다. 그것이 한 가지 의문을 만들었다.

"테에...? 저게 '○'가 되면 와타치는 어떻게 되는 테치...?"

'○'의 날이 되면 그 자실장이 이곳으로 온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는가?

에메랄드는 핏기가 확 가시는 것을 자각했다. 술에서 깬 것처럼 냉정해진 머리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고를 움직인다.

이 방에 처음 왔을 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있었던 흔적은 있었다.
그 자실장이 모레 이곳으로 온다.
자신은... 이곳에 있을 수 없다.




그럼 어디로 가는 거지?





"아파, 아파아파 테챠아아아아. 죽겠는 테챠아아!"

"선생님, 그만해주세요 테치이이이! 제대로 공부할게요 테치이이!"

"죽고 싶지 않은 테치. 죽고 싶지 않은 테치. 죽고 싶지 않은 테치이이이!"

"누가 구해주는 테치. 구해줘 테치이이!"




뇌리에 떠오른 것은 조교 중에 잘못을 저질러서 죽어 나간 동료의 모습이었다.

몸이 덜덜 떨린다.

"테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불이 붙은 듯한 비명을 지르며 에메랄드는 벌떡 일어섰다.
똥을 흘리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팔이 부러질 정도의 힘으로 유리를 두드리고 벽을 때리며 필사적으로 작은 방에서 나가려 한다.

"여기서 꺼내주는 테챠아아아아아!"

그러나 작은 방 어디에도 나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13일째

"맛있는 거 찾아오는 테치! 그런 것도 못 하냐 테칫! 아무것도 못 하는 능력 없는 똥노예닝겐, 빨리 꺼져 테치!"





"싫은 테치.... 죽고 싶지 않은 테치...."

에메랄드는 방구석에서 웅크린 채, 떨면서 울고 있었다.

바깥의 소란은 의식 밖으로 내던진 상태다. 앞으로 파멸할 자실장따위는 지금의 에메랄드에게 있어서 어떻게 되건 상관없는 일이었다.

다른 실장석의 파멸과 자신의 파멸을 저울질하면 자신 쪽이 압도적으로 더 중요하다.

"부탁할게요 테치. 내일이 되지 말아줘 테치...!"







14일째

에메랄드는 아침부터 유리에 달라붙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응시하고 있었다.
이미 사고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모형 정원을 바라본다. 두 눈에서 흐르는 색 눈물.
체념도 각오도 없고,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무력감을 곱씹으며 에메랄드는 두려워할 따름이었다.





"아무래도 에메랄드는 내 집에서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는 건 무리인 것 같아."

"당연한 테치. 이 저능 닝겐!"

주눅 드는 기색 없이 말하는 남자에게 자실장은 내뱉듯이 말했다.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닝겐은 노예만도 못한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남자는 담담하게 계속했다.

"그래서 내가 아는 사람에게 맡기기로 했어. 그녀는 부자니까 에메랄드가 만족할만한 생활을 줄 수 있을 거야. 확실해."

"그럼 얼른 그 새 노예한테 데려가는 테치! 와타치는 그곳에서 우아하게 사는 테치. 이제 오마에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은 테칫!"

"그래."

남자가 웃었다.

주머니에서 꺼낸 실장 네무리 스프레이를 한 번 뿌린다.

"테...!"

자실장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그러고 나서 작은 방에 감금된 에메랄드에게 눈길을 돌렸다.
유리 너머로 눈이 마주친다.

"여, 수고했어. 그동안 재미있는 반응 고마워, 6번째."

"닝겐, 살려주는 테치이이이! 죽고 싶지 않은 테치이이이!"

유리를 통통 두드리며 에메랄드는 절규했다. 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팔이 부러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리를 발로 차고 머리를 박는다.
지금까지 지른 소리 중에서 가장 큰 소리를 질렀지만 남자에게는 닿지 않는다.

"그럼 안녕-."

남자가 손을 흔들자 에메랄드의 의식은 끊어졌다.





  ・ ・ ・ ・





15일째

"챠아아아아!"

에메랄드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난다. 온몸을 좀먹는 공포에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다행히도 자신에게 위험이 될 만한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자신이 있던 작은 방보다 약간 큰 방.
부패한 공기가 감돌고 있다.

"어서 오는 테치.... 에메랄드쨩...."

음울한 자실장의 목소리, 에메랄드는 그쪽으로 눈길을 향했다.

말라빠진 독라 자실장이 다섯 마리.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자실장들의 눈은 마치 죽은 것처럼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얼굴에 새겨진 깊은 절망과 피로.
방구석에 실장 푸드가 놓여있지만 먹은 기색은 거의 없다.

"여기는 어디 테치...?"

에메랄드의 물음에 조금 전 입을 연 자실장이 손을 올렸다.
귀찮은 듯이, 힘없이.

"테......치......?"

그 손에 가리키는 곳으로 에메랄드는 눈을 돌린다.

벽에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크기는 10cm 정도. 모니터라는 단어는 에메랄드의 지식에 없었으나 영상을 비추는 기계의 존재는 알고 있다.

모니터에 비치는 것은 모형 정원의 영상. 그리고 에메랄드가 있었던 작은 방의 영상이었다.

작은 방에는 머리털을 반쯤 잃은 알몸의 자실장이 쓰러져 있다.
자실장이 어질러 놓았던 모형 정원은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 순간, 직감적으로 모든 것을 이해한다.

"테......"

에메랄드는 멍하니 그것을 응시할 따름이었다.





"여기는 어디 테칫! 이런 냄새나고 좁고 더러운 곳은 고귀하고 아름다운 와타치가 있을 장소가 아닌 테치!
저능 닝겐! 얼른 와타치를 여기서 데리고 나가서 새 노예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는 테칫! 안 들리는 테치까!"

깨어난 자실장이 작은 방 안에서 떠들고 있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에메랄드야."

"에메랄드 테치?"

"이제부터 잘 부탁하는 테치, 주인님."

"그래그래, 에메랄드. 이제부터 잘 부탁해. 자, 일단 먹이야. 먹어."

"테에에...!"

모형 정원에서 자실장에게 수북한 콘페이토를 주는 남자.





"뭐 하는 테치이! 이 저능 똥닝겐이 테챠아아아아!"

작은 방에서 날뛰는 자실장.







16일째

"자, 에메랄드~. 스테이크야ㅡ."

"잘 먹겠습니다 테츄~."

모형 정원의 자실장에게 스테이크를 주는 남자.





"그건 와타치가 먹는 것인 테챠아아아! 똥닝겐, 와타치도 맛있는 밥 먹게 하는 테챠아아!"

작은 방에서 아우성치는 자실장.





그날 밤.

"테프프...."

달력에 '×'를 적어넣는 남자를 보며 작은 방의 자실장이 조소하고 있었다.







17일째

"이것이 에메랄드의 새 옷이야."

"와타치한테 어울리는 예쁜 옷 테치~♪"

남자에게 받은 실장복을 입고서 모형 정원의 자실장이 웃고 있다.

"와타치는 공주님 텟츄~웅♪"





"테프프~♪ 저 녀석은 엄청 바보 테츄~♪"

작은 방의 자실장이 실장 푸드를 갉아먹으며 모형 정원의 자실장을 비웃고 있었다.

"지금 잘 즐겨두는 테츄~♪"







18일째

"와타치는 공주님 테칫! 이 똥닝겐, 공주님한테는 더 고급이고 맛있는 것을 준비하는 테챠아아!"

"알았어, 에메랄드."

"치프프~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 멋진 일인 테치네~♪"

신경질을 부리며 고급 푸드를 뒤엎는 모형 정원의 자실장과, 그것을 바라보며 여유만만하게 비웃는 작은 방의 자실장.







19일째

"이 똥노예 테챠아아아!"

완전히 거만해진 모형 정원의 자실장.





"닝겐님, 제발 여기서 꺼내주세요 테치이이이!"

자신의 앞날을 깨닫고 광란 상태에 빠진 작은 방의 자실장.







20일째

"와타치를 위해 맛있는 걸 가져오는 테치! 그런 것도 못 하냐 테칫! 아무것도 못 하는 똥닝겐, 오마에는 노예 실격 테치! 와타치 앞에서 꺼지는 테치!"

"죄송한 테치.... 죄송한 테치.... 와타치는 죽고 싶지 않은 테치...."

모형 정원의 상황에 아랑곳없이 웅크리고 두려워하는 작은 방의 자실장.







21일째

"테...!"

모형 정원의 자실장이 네무리 스프레이를 맞고 쓰러진다.

그러고 나서 작은 방에 감금된 자실장에게 눈길을 돌렸다.

"여, 수고했어. 그동안 재밌었어, 7번째."

"닝겐님, 살려주는 테치이이이! 뭐든지 하는 테치이이이! 와타치는 죽고 싶지 않은 테치이이이! 죽는 거 싫은 테치이이이!"

유리를 통통 두드리며 자실장은 절규했다.
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팔이 부러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리를 두드리고, 이마가 깨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머리를 박는다.
지금까지 지른 소리 중에서 가장 큰 소리를 질렀지만 남자에게는 닿지 않는다.

"그럼 안녕-."

치익.......

방에 네무리 스프레이가 내뿜어지고, 작은 방의 자실장은 의식을 잃었다.

"자, 그럼 새로운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ㅡ. 그런데 좀 질리기 시작하는데, 이거 슬슬 끝을 내야 하나-?"

남자는 혼잣말을 하며 자실장이 어질러 놓은 모형 정원을 능숙하게 정리한다.

그러고 나서 모형 정원의 자실장을 작은 집게로 집어올려서 작은 방으로 옮겼다. 그러고 나서 의식을 잃은 작은 방의 자실장을 집게로 집어낸다.





덜컹...

에메랄드를 포함한 6마리의 자실장이 갇혀있는 방.

그 천장에 작은 구멍이 열리더니 독라 자실장이 떨어졌다. 조금 전 작은 방에 있었던 자실장이다. 바닥에 떨어지고도 네무리 때문에 의식을 잃은 그대로다.

벽에 기댄 에메랄드는 아무 감정 없이 그 자실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





22일째

"죽고 싶지 않은 테챠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그 자실장은 벌떡 일어났다. 눈을 부릅뜨며 주위에 위험한 것이 없는지 필사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윽고 그런 것은 없다고 이해한 것 같다.

"어서 오는 테치.... 에메랄드쨩...."

떨어진 자실장에게 탁한 눈을 향하며 에메랄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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