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건

아는 사람이 실장석 훈육에 실패하고 정나미가 떨어져서 죽여버렸다고 했다.
챌린저로 통하는 나는 한번 도전해볼까 하고 마음을 먹는다.
갓 출산한 들실장에게서 자실장을 한 마리 빼앗고 남은 아이들을 화장실 벽에 내리쳐서 짓이겼다.
울면서 쫓아오는 친을 들어 올려 정글짐 위로 던져넣으니 파칭코 구슬처럼 우당탕 몸을 부딪치며 바닥으로 낙하하여 뻗었다.
그리고 배를 곪으며 공원을 배회하던 다른 들실장들에게 둘러싸여 바로 잡아먹혀 흔적도 없이 죽어갔다.
잘 가라. 저승에서 친자 사이좋게 지내거라.


애정 깊은 친의 아이인가.... 잘 될 가능성이 조금 커졌나.




■자실장 시절

귀가 후, 이 녀석을 위해 할당한 방에 내려준다.
바닥에 양발이 닿은 순간, 아장아장 걸어서 내 다리에 응석을 부렸다.

"네 이름은 오늘부터 두건이다."

"테츄? 테에-...♪"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자실장... 아니, 두건은 기분 좋게 머리를 맡겼다.

내가 우유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새를 못 참고 방에서 "테에-엥! 테에-엥!"하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우유가 든 접시를 들고 가보니 두건이 똥을 지려 팬티를 볼록하게 해놓고 오도 가도 못 하고 훌쩍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들고 있는 우유 냄새를 알아차리고는 "테츄-웅♪"하고 반갑게 달려왔다.
하반신에서 녹색의 오물을 흘리면서.

"두건!"

"테? 테비이!?"

나는 접시에 올라가려던 두건에게 딱밤을 먹이고 식사를 못 하게 했다.
이마를 누르며 '왜 이런 일을 하는 거야?'라고 말하고 싶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똥 쌌지? 벌로 이번 우유는 없어."

"테에!? 테, 테에--엥, 테에---엥!!"

내가 접시를 손에 들고 방을 나가자 울면서 뒤따라왔다.
방 문턱을 넘으려던 것을 다시 한번 딱밤을 날리고, 그사이 문을 닫았다.

"테츄--! 테에--엥! 테에에에에에---엥!!"

울면서 문을 토닥토닥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자실장도 쓸 수 있는 장난감 양동이에 물을 넣고 작은 걸레를 걸쳐서 그것을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테치이잉♪ ...테, 테에?"

다시 우유를 가져온 것으로 착각하던 두건은 양동이와 걸레를 보고 어리둥절해 한다.

"바닥을 더럽히는 건 하면 안 되는 일이야. 더럽혔을 때는 이렇게 직접 청소를 하는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두건에게 청소하는 법을 가르치....

"두건!"

"테뱌!?"

내 말을 듣지 않고 우유를 찾으러 방을 빠져나가려던 두건을 붙잡아 다시 딱밤으로 이마에 일격을 가한다.

"테에에에, 테에에에에...."

웅크리고 흐느껴 우는 두건의 얼굴을 잡아서 이쪽을 보게 하고 다시 청소하는 법을 보여준다.

"봐, 이렇게 하는 거야. 해봐."

"테츄-! 테에엥, 테에에--엥!!"

두건은 '싫어 싫어.'하고 고개를 흔들고 우유를 마시고 싶다며 막무가내로 떼를 썼다.

"두건!"

"뱌아!?"

이번에는 배에 딱밤을 때려 박았다.
충격으로 데굴데굴 구른 다음 배를 쥐고 구역질하는 두건.

"하면 안 되는 일을 했을 때는 먼저 사과하고 뒤처리를 직접 해야지. 그게 끝날 때까지 우유는 마시면 안 돼. 알았어? 알았어??"

반쯤 날카롭게 설교한다.

"테, 테에에...!"

그제야 두건은 간신히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끄덕 흔들었다.
정말로 알아들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어차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자실장.
겉으로는 믿는 척한다.

"그래, 알았으면... 먼저 뭐였지?"

"테에...?"

"방금, 내가 먼저 무엇을 하라고 했지?"

"테에......테, 테츄우...."

두건은 잠시 진지하게 고민한 다음, 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그래, 그렇지. 다음은 청소야. 한 번 더 보여줄게. 이렇게 하는 거야."

"테에, 테에에, 테에에...."

두건은 바닥에 흘린 자신의 똥을 걸레로 닦아낸다.
하지만 지금도 팬티에서 뚝뚝 새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

"테, 테히이...!?"

내 눈치를 보며 왜 끝이 나지 않는지 안달복달, 필사적으로 바닥을 계속 닦는다.

"응, 바닥 청소는 그거면 됐는데, 이번에는 옷도 빨아야겠다."

"테, 테에...?"

내 어조가 엄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긴장하면서도 똑바로 나를 올려다보며 귀를 기울인다.
색깔이 다른 장난감 양동이를 하나 더 준비하여 두건의 옆에 두었다.

"이쪽에 더러워진 옷을 넣어. 그리고 닦은 걸레는 이쪽에서 씻는 거야...."

처음에는 배울 것이 많아서 혼란스러워했지만 어떻게든 내 말을 듣고, 우물쭈물하면서도 스스로 청소를 완수했다.

"좋아. 잘했어, 두건."

나는 옷을 통에 넣어서 지금은 알몸인 두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테치이이...♪"

간신히 한숨을 놓는 두건.
뭐, 처음에는 이런 법일까.


그 요령으로 나는 매일 두건에게 훈육을 했다.
배설은 간이 화장실에서, 우유는 아침저녁 두 번, 내가 신경 써줄 수 없는 시간대가 있다는 것 등등.

초반에는 변의를 느끼고 나서 간이 화장실까지 미처 못 가고 배변하는 일이 허다했다.
우유는 하루에 스무 번은 보채며 울었고, 내가 일하러 나가 있는 동안 계속 나를 부르며 운 탓인지,
돌아와 보니 목이 쉬고 얼굴이 눈물로 빨갛게 불었는데도 더욱 울면서 매달리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벌로 딱밤이나 청소, 식사량 감소의 벌이 확실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학습, 내 말을 지키면 칭찬받을 수 있다는 것을 학습,
그 결과, 화장실에 도달할 때까지 참을 수 있게 되었다.
우유는 시곗바늘과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기준으로 얌전히 기다리게 되었다.
내가 일 등으로 집을 비운 동안 낮잠을 자거나 장난감으로 노는 등, 혼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기초는 갖춰졌을까.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테츄- 테에-!"

일주일 지나자 조금 성장하여 이유식을 먹기 시작한 두건, 식사량에 불만을 나타내게 되었다.
다른 애완동물이면 몰라도, 여기서 소원을 들어줘서 양을 늘려주면 금세 우쭐해져서 다음에는 더, 더욱 기어오르는 것이 실장석의 기본적 습성이다.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두건, 식사 한 번은 그것뿐이야. 이래 보여도 네 건강을 생각해서 준비한 거다?"

"테에......테츄--웅! 테에에-에--엥!!"

두건은 울면서 바닥을 구르며 싫어 싫어, 더 달라고 조른다.

"두건!"

"테히잇!?"

내가 고함을 지르자 놀라서 폴짝 뛰어오르는 두건.
벌을 줄 때는 반드시 처음에 강한 어조로 이름을 부르고 나서 딱밤을 먹였기 때문에 조건 반사가 몸에 밴 것 같다.
물론 이번에도 딱밤을 날린다.

"테비이이...!"

아픔을 참으며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떤다.

"한 번만 말할 거야. 한 번 식사는 그거면 충분해. 아직 불만이 있으면 저녁밥도 없다?"

"테에!? 테, 테츄-! 테츄우-!"

저녁밥이 없다고 선고받자 필사적으로 나에게 사과하는 두건.

"그래, 알면 됐어. 제대로 사과하는 것은 잘했어."

"테츄우...... 테치이잉♪"

두건은 뭔가 말하고 싶어 했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며 쓰다듬어주자 기분을 풀고 장난감으로 놀기 시작했다.




■소(小)실장시절

그런 상태로 조금 시간이 흘러서 두건은 또 한 단계 성장, 소실장이라 불릴 정도가 되었다.
좋아, 다음 단계로 나아갈까.

나는 일하고 돌아온 뒤, 평소처럼 장난감으로 노는 두건을 불러 방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두건, 오늘부터 너도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을 허락할게. 단, 내가 집에 있을 때만."

"테스? 테스우-♪"

내 말을 듣고 두건은 기쁘게 소리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물건뿐인 공간을 흥미진진하게 두리번거리며 뛰어다닌다.

"테에?"

문득 책장 앞에 멈춰 서서 다양한 각도에서 늘어선 책을 바라본다.
책장 전체를 살펴본 다음, 천천히 손을 뻗어 그림책 한 권을 꺼내 바닥에 놓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나쁜 마물에게 해코지 당한 공주님을 백마 탄 왕자님이 구하러 와서 함께 행복해지는 이야기.

"테스! 테스! 테스! 텟스우♪"

문장은 읽을 수 없겠지만 넘길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그림의 연결로 적게나마 이야기를 이해한 것일까.
눈을 반짝이며 흥분해서 차례차례 페이지를 넘기는 두건,
적어도 학대파로 통하는 나도 무심코 미소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다시 "두건!"하고 소리 지르는 처지가 되었다.
두 권째에 이르자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귀찮아진 듯한 두건이 신경질적으로 페이지를 마구 찢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찢겨 나갈 때 흐늘흐늘 날리는 것이 재밌었는지 자꾸 뜯어서 공중에 뿌리며 "테스-♪ 텟스-♪"하고 떠들었다.
색색의 종이가 흩날리는 가운데, 나는 두건의 정면에 쪼그려 앉고 책을 찢는 손을 붙들었다.

"테뱌아!?"

몸의 크기상 딱밤은 이제 약하다고 판단한 나는 조금 힘 조절한 따귀를 시연했다.

"두건, 책은 넘기면서 읽는 물건이야. 그렇게 찢으면 못 읽지."

"테스우-! 테에-에-!"

두건은 나의 설교를 가로막고 '모처럼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놀이를 즐기고 있었는데.'라고 화를 내며 대꾸했다.
나는 평소보다 다소 엄한 표정을 짓고서 아까보다 강하게 따귀를 한 번 더 때렸다.

"테베!? 테, 테스웅! 테스우우우웅...!"

비틀거리며 자빠진 두건은 드러누운 채로 울음을 터뜨렸다.

그것을 강제로 끌어당겨 일으켜서 두건이 망가뜨린 책을 보게 한다.

"봐, 두건.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면 읽지도 못하고 치우기도 힘들어. 원래 모습으로 못 고쳐서 전혀 좋을 게 없잖아?
 책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읽고, 끝나면 원래대로 책장에 넣는 게 맞는 사용법이야. 알았지?"

"테스...테스테스...."

두건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알았으면 됐는데.... 혹시 모르니까 말하지만 다른 물건도 똑같아. 만져보고 싶은 게 있으면 사양 말고 나한테 말하러 와.
 어떻게 만지면 되는지 다 알려줄게. 알았지?"

"테스...."

두건은 혼이 난 충격으로 흥이 깨진 듯, 집 탐험을 그만두고 시무룩한 모습으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나중에 몰래 들여다보니 타월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쪽으로 뒤통수를 향하고 자고 있었다.
토라져서 잠들었나.... 조금 어려워지기 시작했나?
하지만 지금부터는 이런 케이스가 몇 번 있을 것이다.
끈기 있게 가르쳐야겠지.

사고를 일으킬 것이 뻔하면 방에서 내보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좋은 일과 나쁜 일을 스스로 구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러 자유를 줘도 내 말을 잘 지켜야만 비로소 두건이 훈육을 이해했다고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이다.
사전에 이 녀석의 손에 닿는 범위에는 망가져도 괜찮은 물건만 배치해놓았다.
아무래 그래 봐야 실장석이 할 짓은 예상 범위 내.
일일이 진심으로 화낼 이유도 없다.



첫날은 그런 모습이었던 두건, 다음 날 다시 방에서 내보내주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온 집안을 즐겁게 돌아다니며 가구를 만지작거렸다.
실수로 비디오를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하면 "테,테슷!?"하고 창백해져서 내 눈치를 보며 천천히 선반에 비디오를 되돌려놓았다.

"좋아, 잘했어. 두건"

"테스우~...♪"

웃으며 쓰다듬어주자 볼을 붉히며 멍하니 있었다.


"테스!? 테스? 테스?? 테스-웃!?"

텔레비전 앞으로 온 두건은 화면에 영상이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신기해하는 표정을 짓고서 텔레비전 주위를 서성거리고 있다.
쭈뼛쭈뼛 화면을 만지고는 "테,테슷!?"하고 물러난다.

"그건 텔레비전이야."하고 대충 설명해줬더니, 두건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테스우......"하며 뚫어질 듯이 시청했다.
노래 방송에 맞춰 "텟스테스우♪"하며 춤추거나, 공포 영화 선전을 보고 "테히이!?"하고 겁을 먹거나.
요리 방송을 보며 침을 주륵 흘리기도 했다.

실장석이라면 이쯤에서...

"테스, 테스-!"

역시 왔다.

"테스테."

"저걸 먹고 싶다고 해봤자 우리 집에는 만들 재료가 없어."

"테, 테스우!?"

선수를 빼앗기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이 귀엽다.

"뭐, 예산으로 가능할 만한 요리라면 언젠가 만들어줄게."

"테? 텟스-♪"

그렇게 덧붙이자 두건은 덩실거리며 기뻐했다.

텔레비전을 어느 정도 본 다음, 집 탐험을 하고 있던 것을 떠올리고는 일어나서 다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무언가 발견할 때마다 일일이 나를 부르는 것으로 보아 당부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것 같다.
거실에서 내 방으로 온 두건은 침대를 발견하고 측면을 만지작거리며 감촉을 알아보았다.

"테스? 테스테스...테스---읏♪"

두건은 내 침대에 기어 올라가더니 그 푹신함에 완전히 매료되어 옆으로 데굴데굴, 앞으로 데굴데굴,
끝에서 끝까지 몇 번이나 왕복 구르기를 하더니 온몸으로 감촉을 만끽하고 나서 대자로 누워 "테에...쿠울...."하고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흐뭇한 광경, 거기까지는 좋았다.

눈을 뜨고 밤이 되어 저녁을 먹은 뒤.
두건은 자기 이불(타월이불)에서 자는 것이 싫다며 내 침대에 올라가려 했다.
옆에서 자고 싶다는 것이면 몰라도 이번에는 단지 내 침대가 더 잠자기 좋다는 것을 안 것에 불과하므로 이런 경우에는 허락할 수 없다.

"네 이불은 저쪽이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테스-! 테스우우-!!"하며 고개를 저으며 침대 다리에 달라붙어 몸에 힘을 준다.

"두건!"

"테비이이이!?"

평소대로 따귀를 때린다.

"남의 것과 자기 것은 제대로 구분해야지. 자, 떨어져."

그렇게 말하며 침대 다리에서 떼어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두건은 "테스우우! 테에스우우우--!"하고 울면서 저항하고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침대의 촉감이 대단히 마음에 든 것 같다.

"두건!!"

"테스앗!?"

다시 한번 따귀를 때리자 두건은 충격으로 손을 놓고 방을 굴러갔다.

"두건, 그렇게 자기 멋대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건 나쁜 일이야. 나쁜 일을 하면 나는 너를 때릴 수밖에 없어.
 남의 물건하고 자기 물건은 다른 거야. 네 마음대로 빼앗거나 하면 안 돼. 알았어?"

"텟! .........테, 테스우...."

순간 항의하려던 두건은 엄하게 내려다보는 내 눈과, 당장이라도 치켜 올라갈 것 같은 내 손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겨우 머리를 숙였다.

"응, 그러면 됐어."

나는 웃음을 보여주며 두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테스우...♪"

두건은 변함없이 기분 좋게 머리를 맡긴다.

두건이 자기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무언가 우당탕! 하고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다급히 방의 상황을 보러 가니 장난감 일부가 흩어져있고, 두건은 머리부터 타월이불을 덮고서 웅크려 자고 있었다.
화풀이한 건가....

"두건!"

"테즈앗!?"

나는 방에 뛰어들어 세 번째 따귀를 날리고, 겉으로만 사과한 것, 화풀이한 것에 대해 설교했다.
두건은 내내 고개를 숙이고 내 말을 듣고 머리를 숙여 사과한 다음, 타월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시 훌쩍거렸다.

실장석은 지금이 반항기의 시작인 걸까.
조금씩이긴 해도 내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는 들어주지만 야단치는 나를 눈을 치뜨며 노려보거나, 나중에 물건에 화풀이하거나, 설교 도중에 달아나려고 하는 등,
본심은 내 훈육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 점점 명백해진다.
두건의 성장에 맞춰서 나는 더욱 강하게 따귀를 때리고, 온종일 식사를 안 주고, 일정 시간 무시로 일관하는 등, 징계의 단계도 조금씩 올라갔다.
물론 잘 지키면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중실장 시절

두건과의 생활도 보름이 넘었다. 두건은 중실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크기가 되었다.
얼마 안 있으면 성체다.

"테스-! 테스테스!"

어느 날, 두건이 내 바짓자락을 잡아당기며 뭔가를 호소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두건은 나를 현관까지 데려가더니 자꾸 문 쪽을 가리키고 있다.

"......밖에 나가고 싶어?"

"테슷!"

두건은 '맞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가슴을 펴며 대답했다.
그래, 슬슬 산책을 데리고 나가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그보다 실장석치고는 잘도 지금까지 밖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구나.

"좋아, 산책 데려가 줄게."

그렇게 말하자 "텟스ㅡ♪"하고 폴짝폴짝 뛰며 떠들었다.


"나한테서 너무 떨어지면 안 된다?"

"테스ㅡ!"

두건은 즐겁게 골목 끝에서 끝까지 몇 번이고 왕복하면서 따라온다.
태어난 직후의 기억은 이제 없을 것이기에 이 녀석에게 있어서 바깥이란 처음으로 보는 넓디넓은 세상이다.
집 안에서 돌아다니게 해줬을 때 이상으로 흥분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다.
산책이라기보다 전시회 같은 산책 속도에 쓴웃음을 지어버린다.

이윽고 공원 앞에 도착했다.
내가 이 녀석을 친에게서 빼앗았던 공원이다.

"테스우...?"

두건은 공원 안에서 여기저기 있는 들실장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으로 보는 동족이니까. 그리고 놀이 기구도 신기하겠지.

"테스.... 테스테슷."

두건이 공원 안에 가고 싶다고 보챘다.

"음, 그래.... 잠깐만이다?"

"테스ㅡㅡ♪"

두건은 기쁘게 두 팔을 들고 쪼르르 달려서 동족들이 노는 모래사장 쪽으로 뛰어갔다.
이제부터 벌어질 광경은 뻔하지만 나는 일부러 두건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뒀다.
밖에서 일어나는 위험을 피부로 실감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깥세상에 환상을 품고 자꾸 집에서 탈출하려고 시도한다.
최악의 경우, 그동안 가르쳤던 모든 훈육에 반기를 들 우려가 생긴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들실장들과의 적당한 교류는 교육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테스ㅡ 테스테스."

"데스우?"

"테츄?"

"데스우.... 데스데스...."

들실장들은 아무런 경계 없이 다가온 두건을 보고 소곤소곤 말하기 시작했다.
두건의 목에는 내가 식별할 수 있도록 채워놓은 붉은 색 목걸이가 있다.
들실장들이 자신들보다 좋은 생활을 하는 사육실장을 원망한다는 것은 유명하다.
때로는 이렇게 다가오는 무지한 사육실장을 죽이고 목걸이를 빼앗아서 사육실장으로 위장하여 들러붙으려는 경우도 있다.
원래부터 보잘것없는 외관에 버릇없고 멍청한 얼굴인 데다가 예절도 모른다.
결국 몸 사이즈 차이도 고려하지 않아서 대부분은 들키지만.

"데스우! 데스데스우!!"

"테츄우!"

"텟츄-!!"

"테스우? 테, 테뱌아아아아아아!?"

역시나 두건은 순식간에 들실장들에게 둘러싸여 집단 구타 세례를 받았다.
들실장들은 두건의 얼굴을 때리고, 배를 걷어차고, 뒤에서 들이받고, 뒤집힌 틈을 타 우르르 몰려들어 여기저기 짓밟는다.
자실장도 친의 힘을 믿고서 모래나 작은 돌을 던지거나 침을 뱉거나, 원 바깥에서 놀려댄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지 못한 두건은 '그만해. 왜 그래, 그만해.'하고 울며 물어보지만 들실장들 입장에서 그런 것은 어리석은 질문이다.
사육실장인 시점에서 이놈들에게는 두건을 괴롭힐 동기가 충분하다.

"테에에에!? 테삐ㅡㅡ!? 테에쟈아ㅡㅡㅡ!!"

"테츄우!? 테에에-엥!!"

"츄--!? 테뻬--엥! 테뻬---엥!!"

두건이 어찌어찌 마구잡이로 날뛰며 저항하는 바람에 친과 함께 두건을 괴롭히던 자실장 몇 마리가 얹어 맞고 날아간다.

"데에......뎃스우ㅡㅡ!!"

"데스데스우!"

"데샤아아아아!!"

"테에ㅡ!? 테쟈아아아아ㅡㅡㅡㅡㅡㅡ!!"

아파서 울음을 터뜨린 자실장을 본 친들이 격노, 그 자리에서 배출한 똥을 두건에게 억지로 먹이거나 팔다리 일부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너희들, 이럴 때만 친자의 정을 발휘하기냐.
뭐, 그것도 인간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나, 동족 괴롭히기의 동기 부여를 위해 의도적으로 이용되는 '놀이'라는 것은 연구자들에 의해 판명되었지만.
정말 애정 깊은 친자라면 똑똑하니까 일단 구타 자체에 참가하지 않는다.

"테뱌아아아아!! 테쥬우우우우!! 테에에에에즈아아아아아!!"

한쪽 팔 한쪽 다리가 거의 없어지고 온갖 방향에서 목줄을 잡아당겨지며 '그만둬, 놓아줘.'라고 울부짖는 두건.
그 눈은 나를 바라보며 '구해줘, 빨리 구해줘.'라며 필사적으로 애원하고 있다.
그래, 슬슬 말리러 가지 않으면 잡아먹히겠지.

들실장들이 목줄을 벗기기 시작했다면 이제 괴롭히기 질렸으니까 죽인다는 예고다.
목걸이가 피투성이가 되면 주인에게 의심받으니까 먼저 빼놓아서 다른 실장과 구별이 안 되도록 만들고 나서 유유히 먹어치우는 것이 상투적인 수법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주인에게 발견되지 않고 절망하는 사육실장을 비웃을 목적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으며,
이놈들의 잔혹성은 이미 문화의 경지에 이르렀다고도 여겨진다.
그리고 사육실장을 먹은 다음에는 들실장들끼리 목걸이 쟁탈 진검 승부가 발발하는 것이다.

"야."

나는 모래사장에 발을 디디고 들실장들에게 말을 걸었다.

"데? 데스웅♪ 뎃스후웅♪"

"테치-잉♪"

"텟츄테츄-♪"

내 모습을 본 순간, 친자할 것 없이 먹이나 사육해달라고 조르며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두건에게 날려져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울고 있던 자실장도 울음을 뚝 그치고 내 다리에 볼을 비비고 있다. 그래그래, 연기 수고.
게다가 너희들, 어제 내가 퇴근길에 발로 깐 것을 완전히 잊어먹었구나.
제일 가까이 있던 한 마리의 머리를 움켜잡고 힘껏 쥐었다.

"데, 데에에에에에......엣!?"

내 손을 떼어내려고 발버둥 치는 들실장을 몇 미터 앞에 있는 나무에 던져서 튀어나온 굵은 가지에 박았다.

"데부앗!?"

배가 꿰뚫려서 입에서 비명과 피를 토해내는 오물.
내가 생각해도 나이스 컨트롤.

"데히이이ㅡㅡㅡ!?"

"테, 테츄--!?"

"데스우ㅡ!?"

"테챠--!?"

내가 학대파인 것을 알고 뿔뿔이 달아나는 들실장들.
공교롭게도 두건을 괴롭힌 너희는 한 마리도 놓치지 않을 건데?
눈물 콧물을 흘리며 겁에 질린 들실장들을 때리고 차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친다.
가랑이를 벌리고 용서를 청하는 자실장을 따귀로 처 날리고, 연기 수고 자실장을 머나먼 저편으로 던졌다.
나무 위에 떨어져서 빠져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도중에 나뭇가지에 걸렸구나.
애석하다. 저 녀석은 이제 누구에게도 도움받지 못하고 나무 위에서 메말라 죽을 것이다.
뭐 끈질기게 나무 위에서 살아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아, 떨어졌다.
대충 때려 눕혀줬더니 들실장들은 기어 다니면서 피난했다.

"테...테스......테스, 테스우...."

"두건, 괜찮아?"

"테...테, 테스우우우~~~~~우우우우웃!!"

이쪽으로 기어오려던 것을 안아주자 두건은 내 품에 얼굴을 파묻고 봇물 터진 듯이 울음을 터뜨렸다.
우와, 큰일 났다. 들실장 똥이 조금 달라붙었다. 나중에 빨아야겠다.

상처 지혈이 시작되어 기분이 안정되자 두건은 '왜 바로 구해주지 않았어. 왜 그 녀석들을 해치워주지 않았어.'하며 움직이는 쪽의 손으로 나를 투닥투닥 두드렸다.

"두건, 바로 구해주지 않은 건 바깥에는 위험한 것도 있으니까 함부로 가까이 가면 안 된다는 것을 실감하길 바라서야. 그리고 들실장들은 벌써 해치워줬잖아."

"텟스ㅡ! 테스웅! 테에에!"

두건은 내 발언, 특히 후반에 대해서 테스테스 이의를 제기했다.
수풀 그늘에서 떨며 이쪽의 눈치를 보는 들실장들을 가리키며 때리는 시늉, 걷어차는 시늉, 목을 조르는 시늉, 물어뜯는 시늉,
그리고 손을 가슴에 대고 하늘을 보면서, 텔레비전에서 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천사로 분장하고 승천하는 장면을 따라 했다.

"...두건. 설마 그거, 저놈들을 혼내주기만 하지 말고, 죽이라는 건 아니겠지?"

"텟스ㅡ!"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두건.

"...두건!"

"테? 테뱌앗!?"

나는 평소대로 두건에게 따귀를 날렸다.
왜 맞았는지 모르겠다고 당황하는 상처투성이의 두건.

"두건, 함부로 죽이라는 말을 하면 안 돼. 상대보다 심한 짓을 하면 네가 더 나쁜 놈이 되어버리잖아? 대강 혼내줬으니까 이걸로 끝내야 하는 거야."

"테스우...? 테스! 테스테스ㅡㅡ우!!"

납득할 수 없는지 '죽일 때까지 용서 못 해!'라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숨어있던 들실장들이 얼굴을 내밀고서 "데프프프프♪"하며 두들겨 맞은 자신을 가리키며 비웃는 것을 보고, 점점 약이 올라 나에게 들실장들을 살해하라고 재촉한다.

"두건... 죽이라고 안 하고, 저놈들한테 나쁜 짓을 당해서 괴롭다......그 정도로 끝내면 내가 한 번 더 혼내주고 올게. 방금 비웃었으니까.
 하지만 아직도 죽이라고 말하겠다면... 너를 저놈들 이상의 악당이라고 보고 혼내줘야 하는데? 그래도 돼?"

"테에!? 테, 테스우~~~~.....................테스테스우."

한동안 고민한 끝에 두건은 머리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내 가슴에 달라붙었다.

"응, 알아들은 것 같네. 그럼 잠깐 기다려."

내가 노려보자 황급히 도주를 재개한 들실장들을 한 마리 한 마리 붙잡아서 다시 때려눕혔다.

"텟텟테ㅡ♪ 테프프♪"

그동안 두건은 나를 응원하며 들실장들을 비웃고 있었다.
들실장을 전부 걷어찬 다음, "상대방과 같은 수준이 되는 것도 나쁜 짓이야."라며 두건에게 다시 따귀를 때렸다.

집에 돌아와서 영양 드링크를 마시게 했더니 밤에는 회복하여 씩씩하게 뛰어다닐 정도가 되었다.
그렇지만 실장석 인형을 때리고 차고, 물어뜯고 던지는 폭력을 벌이다가 결국 "테프프프ㅡ♪"하며 비웃음을 퍼부으며 희열에 젖게 되었다.
곧바로 '그런 음침한 놀이는 좋지 않다. 또 같은 수준이 되었다.'며 설교했다.

들실장들처럼 굴면 예외 없이 엄한 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의도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은 이해하지 못하고 불쾌한 일을 당하게 했다는 불만과, 불쾌한 일을 한 상대에 대한 원망이 뿌리 깊게 남아버린 것 같다.
실장 교육은 조절하는 것이 어렵구나.




■성체
두건을 기르기 시작한 지 어언 한 달이 경과했다.

"데스우, 데스우."

두건은 사이즈, 울음소리, 무엇 하나 빠짐없이 이제 어엿한 성체실장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로 작은 몸으로 아장아장 걸어 다녔건만, 제법 감회가 새롭다.

"데스우...."

오늘도 거실 소파에 앉아서 물끄러미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두건은 실장석치고는 드물게도 얌전히 텔레비전을 보는 편이다.
대체로 머리가 붕 뜬 실장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을 전부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에 격하게 영향을 받아서 그 옷이 갖고 싶다는 둥, 이 요리가 먹고 싶다는 둥,
그 장소에 가고 싶다는 둥, 넓은 집이 멋있다는 둥 지껄인다.

그런데 그에 비해 이 집은 뭐냐, 와타시에 대한 취급은 뭐냐고 불평만 늘어놓게 되어 주인에게 대놓고 대드는 것이 정설이다.
그리고 높은 곳을 알게 된 실장은 결코 그보다 아래를 인정하려 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최고 수준을 항상 필요 최저 조건으로 삼는다. 그것이 실장석이다.

두건은 그런 저능 실장과는 조금 싹수가 달랐다.
역시 애정 깊은 어미에게서 태어나 영리함을 물려받았기 때문일까.
다만 가끔, 나와 텔레비전에 나오는 물건을 흘끔흘끔 번갈아 볼 때가 있어서, 사실은 갖고 싶지만 참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렇다면 내 훈육은 성공했다고 봐도 좋을지도 모른다.
갖고 싶다는 감정이 있으면서도 가만히 참는 것은 실장석으로서는 대단한 일인 것이다.
내 말을 잘 지키려는 마음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이느냐... 그 마음이다.
마음을 갖췄다면 본인이 알아서 최선의 방향을 이끌어내서, 말을 안 해도 움직여주는 것이다.

다만 언젠가는 버티지 못하고 나에게 무언가 사달라고 조르는 때가 확실히 올 것이다.
어떤 생물이든 브레이크는 무한하지 않으니까 그 점을 나무라지는 않는다.
분수에 맞는 요구라면 흔쾌히 받아들여 줄 생각이다.
하지만 혹시 분에 넘칠 경우에는....

"데스우, 데스데스우."

두건이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보고 있는 것은 인기 프로그램 '실장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당신 동네의 사육실장'이라는 코너.
거기서 프릴이 마구 달린 비싸 보이는 옷을 입고 춤을 추는 한 사육실장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주인은 어디의 고저스 자매를 열화 카피한 듯한 외모로, 아마도 전형적인 애호파일 것이다.

"스이스이쨩~♪"하고 부르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듯이 뺨을 비비고 있어서 봐줄 수가 없다.

옆을 보니 두건이 멍한 표정으로 스이스이쨩의 옷을 응시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또 귀찮게 되었군.

"데스우, 데...."

"미안한데 나는 사줄 수 없어. 저거 비싸 보이고."

"데에!? 데스우데스우ㅡㅡ!"

두건은 나에게 항의하면서 그 옷을 입은 자신을 망상하고 빙글빙글 돌며 황홀경에 빠지기 시작했다.
화를 내며 웃다니 제법 재주가 좋구나, 너.

제법 어른스럽게 화장까지 받고 댄스를 추고 노래를 부르는 등,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른 여자 같다면 그렇게 보일 법한 스이스이쨩의 모습에,
두건은 부러움과 동경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너도 완전히 나이 찬 아가씨라는 거냐?

그 뒤, 스이스이쨩을 필두로 네 마리, 여러 가정에서 길러지는 실장석이 선보였다.
무턱대고 세레브했던 것은 스이스이쨩정도였고, 나머지는 크건 작건 비교적 일반적인 가정에 비교적 일반적인 주인이었다.
그러나 한 번 스이스이쨩의 매력에 홀려버린 두건은 다른 네 마리는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정말로 고려해줬으면 하는 건 그쪽인데 말이다.

"그래, 내 말 잘 들으면 저 옷은 사줘도 되는데?"

이번에 등장한 사육실장 네 마리 중에 두 번째로 싼 옷을 입고 있던 사육실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데스우! 데스우! 데에스우ㅡ!!"

두건은 내 손가락을 두드리고 잡아 올리더니 스이스이쨩 쪽으로 잡아당기며 방향을 바꿨다.

"그건 무리야, 두건. 예산도 안 맞고, 저런 거 안 입어도 두건은 두건이잖아?"

"데에! 데스우! 데에스우! 데에ㅡ!!"

머리를 휙휙 가로저으며 내 말을 인정하지 않는 두건.

"...두건, 떼쓰는 건 나쁜 짓이라고 전부터 말했지...?"

"데, 데히이ㅡ!?"

내가 낮은 소리로 손을 올리며 말하자, 두건은 순식간에 움찔 튀어 오르고 떨더니, 엉덩방아를 찧고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또 떼쓸 거야? 어쩔 거야, 두건?"

여전히 낮은 어조로 묻자 두건은 어려워하면서도 머리를 흔들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어필한 다음, 세 번 정도 머리를 꾸벅꾸벅 숙였다.

"응, 결국에는 잘 들어주니까 너는 기특한 녀석이라고 생각해."

내가 그렇게 말하며 쓰다듬어주려고 다가간 그때.

"데스우~~~우...............뎃!!"

두건은 울상으로 나를 노려보며 날카롭게 소리를 내더니, 내 다리를 한 대 때리고 자기 방으로 달아나듯이 뛰어서 되돌아갔다.
히트 앤 어웨이면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물론 반항한 것도 모자라 손찌검까지 한 태도를 봐줄 수는 없다.

"기다려, 두건!!"

나는 바로 뒤따라가서 자기 방 문턱을 넘으려던 두건의 머리를 움켜쥐고 거실로 끌고 돌아왔다.

"데에에ㅡㅡ! 데스우아아아ㅡㅡ!!"

두건은 벌을 받을 것을 알고 싫다고 울면서 거실문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온 힘을 다해 잡고 있는 것과 공포가 겹쳐서 부들부들 조금씩 떨고 있다.

"두건, 와라."

"데에에에스우우ㅡㅡ!! 데에에~~~스아~~~~아아아아아아아!!"

내가 당기는 힘을 늘린 순간, 두건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래도 팔다리를 잡고 억지로 떼어내자 다시 한 차례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손이 떨어진 틈을 타서 자기 방 쪽으로 달아났다.

"오라고 했잖아!"

"데쟈아아아ㅡㅡㅡ아아아!!!"

이번에는 자기 방의 문에 달라붙어서 오기로라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기 시작했다.
문에서 떼어내도 바닥에서 버티고 발버둥 치며 한사코 자기 방으로 달아나려고 버둥버둥 날뛴다.
자기 방에 들어가면 안심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다면 한 번 현실을 보여줄까.
방으로 도망쳐도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말이지.

"데, 데에에에ㅡㅡㅡㅡ에에에!!"

일부러 손을 놓아주자 두건은 데ㅡ데ㅡ 우는 소리를 계속 내며 자기 방으로 뛰어들어 문을 탕! 닫고 틀어박혔다.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다.

문손잡이를 돌려서 열려고 하자 약간 저항이 있다.
발 아래의 틈새로 들여다보니 물건 몇 개가 문 바로 앞에 놓여있고, 그 건너편에서 조금 전의 그 소리를 내며 방 안쪽과 이쪽을 오가는 두건의 다리가 보인다.

"데에, 데스, 데스, 데스우, 데엥, 데에엥!"

달리느라 거칠어진 숨소리와, 아직도 울음이 그치지 않은 오열이 뒤섞인 소리가 들려온다.

그랬군, 장난감이나 간이침대 등, 방 안에 있는 도구를 죄다 문 앞에 쌓아놓고 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있었나.
지혜는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벡터가 엉뚱한 방향으로 향해버린 것이 난점이다.

건너편의 작업이 대강 끝났는지 두건의 거친 한숨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으므로 슬슬 돌격을 개시한다.
문손잡이를 돌리고 마음속으로 숫자를 외치며 단숨에 열어젖혔다.

"데뱌아아아아ㅡㅡ앗!?"

온갖 도구를 날려버리고 들어가 보니 너무나 시원스럽게 방어선을 돌파당하고 다리 힘이 빠져서 움츠러든 두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뎃!? 뎃! 데데에ㅡㅡ!!"

내가 다가갈 때마다 어버버 네발로 기어나가 반대편으로 피신, 포기할 줄 모르고 달아난다.
점점 사과할 수 없게 되었군....
그렇게 생각하며 두건을 붙잡아 안아 올리자 갸ㅡ갸ㅡ 울며 빠져나가려는 것을 조여서 조용히 시키고 거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데갸아아아아아!! 데즈데즈아아아아아아아아ㅡㅡㅡ!!"

거실 한복판에서 두건이 울면서 바닥을 두드리고 있다.
옷을 안 사주는 서러움, 사주지 않는 나에 대한 원망, 벌을 피할 수 없는 억울함이 뒤섞인, 애처롭게 느껴지는 통곡.

"두건... 꼭 사달라면 못 사줄 것도 없어."

"데아아아아아아!! ......데, 데에에......?"

약간의 희망을 발견한 두건이 매달리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단... 네 머리털하고 맞바꾸는 거야. 머리털을 버리면 네가 말하는 저 비싼 옷을 사줄게."

"데, 데, 데에에에에에에에!?"

두건은 눈을 크게 뜨며 절규했다.
무리도 아니다. 실장석에게 머리털은 옷과 더불어 두 번 다시 재생하지 않는 목숨 다음으로 소중한 재산으로,
잃는 것은 실질적으로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은 어느 실장석이나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일이다.
모르는 것은 첫울음을 낸 지 얼마 안 된 자실장 정도다.

"두건. 옷을 사려면 내가 돈을 많이 내야 해. 돈이 없어지면 아무것도 못 먹게 되고, 살 곳도 없어져. 엄청나게 소중한 거야.
 그런 소중한 것을 나보고 내라고 하려면 너도 소중한 것을 내주지 않으면 치사하지 않아?"

"데, 데, 데데...."

"내가 돈을 내고 옷을 산다. 너는 머리털을 내고 나한테서 옷을 산다. 이러면 사회 구조에도 맞고 나도 불만은 없는데? 어떡할래, 두건?"

"데데데데데데......뎃!"

두건은 머리에서 연기를 뿜을 것 같이 시뻘게져서 고민한다.
지금까지처럼 안 된다며 벌을 받고 끝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로 어느 한쪽을 고르는 것이다.
자, 두건... 너는 어떡할 거냐?

"데, 데, 데......! .........데스우...."

두건은 풍선이 오그라들듯이 탈진하여 뒷머리를 손에 쥐고 꼭 끌어안았다.

"...머리털 쪽을 택하고 옷은 포기. 그거면 됐어?"

"데스우...."

두건은 힘없이 끄덕였다.

"응, 그렇게 곰곰이 생각하는 건 좋은 일이야."

"데에...."

나는 평소처럼 머리를 쓰다듬어서 칭찬해줬지만 두건의 반응은 시원찮다.
어지간히 참은 모양이군....
이번 월급날까지 착하게 지내면 살짝 좋은 옷을 사줄까.



그렇게 생각하던 주말, 갑자기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열이 높고 머리 회전이 약간 둔하다.
그 바보 상사, 옮겼다 이거지....
똥폼 잡고 무리하게 출근하지 말고 얌전히 집에서 자자....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당시 나 이외에도 세 명이 옮았다고 한다.
덕분에 일에 상당한 지장이 생기게 되었지만 그것은 차치하고.
이것이 나와 두건의 생활에서 향후의 방향을 단번에 비트는 계기가 되었다.

"데스우...."

두건이 열을 내며 잠든 나를 불안한 듯 들여다보고 있다.

"응, 괜찮아 두건. 거기 서랍에 약이 들어있으니까 가져다주지 않을래?"

"데스우."

두건은 끄덕이고 서랍장으로 향한다.
약을 가져온 두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서, 이번에는 물이 든 페트병을 부엌에서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두건은 다시 끄덕이고 부엌으로 향한다.

그때, 확실히 보았다.
나에게서 등을 돌린 직후, "데프픗♪"하고 몰래 웃는 두건을.

"데스우ㅡ."

"응, 고마워, 두건."

"데스우♪ 데, 데엣!?"

시킨 대로 500ml 페트병을 가져온 두건, 도중에 발을 헛디디며 손에서 떨어진 페트병이 내 안면을 노리고 날아왔다.
기세가 약했던 덕분에 순간적으로 붙잡을 수 있었고, 뚜껑도 잠겨있어서 물도 넘치지 않았다.
컵이었으면 그대로 물을 뒤집어썼겠군.

"괜찮아 두건? 이제 방으로 돌아가도 돼."

"데스우.... 데스데스."

일어나서 옷을 털던 두건은 한 번 끄덕이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그때도 놓치지 않았다.
두건이 내 방을 나갈 때 "데칫...!"하고 혀를 찬 것을.

이때 즉시 잡아서 혼을 냈어야 했지만 열 때문에 녹초가 된 나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할 수 없이 단념했다.
약을 먹고 페트병을 옆 책상에 두고 잠기운에 못 이겨 눈을 감았다.



얼마나 잤을까.

"......으억!?"

갑자기 차가운 감각이 엄습해서 나도 모르게 잠이 깨어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된 건지 침대가 이불까지 물에 젖어 있었다.
점점 번지다가 내 몸에 수분이 닿은 것 같다.

방을 둘러봤더니 그 외에도 바닥이나 책상, 책꽂이, 가방, 심지어 노트북까지 물이 묻어 있었다.
다급히 온 방의 물을 닦아내고 컴퓨터가 무사한지 확인한다.
좀 더 많이 묻었으면 위험했다.
식은땀을 닦으며 문득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자기 전보다 훨씬 양이 줄어든 페트병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뚜껑을 닫는 것을 깜빡하고 잔 것을 떠올린다.

"...두건...."

몰래 웃는 것을 봤을 때부터 뭔가 꾸미고 있다는 건 알았는데....
페트병을 가져왔을 때 혀를 찬 것도, 일부러 넘어져서 나에게 물을 뿌릴 속셈이었다가 기대가 빗나가자 배알이 꼬였을 것이다.
그 복수도 포함해서 내가 자는 틈을 타서 다시 물을 뿌린 건가.
약을 먹고 어느 정도 상태가 좋아진 나는 곧바로 두건의 방으로 들이닥쳤다.

"두건!!"

"데에!? 데, 데에?"

우당탕 들어온 나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순간 초조해하면서도 '무슨 일이야?'하고 시치미를 뗀다.

"무슨 일이야가 아니지. 왜 내 방을 물바다로 만든 거냐?"

"데!? 데, 데스우! 데스우?? 데스우!"

왜 들켰지. 내가 아니다. 그런 대사가 얼굴에 선명하게 드러난다.
나 말고 여기 사는 것은 너밖에 없을 텐데.

"데베!? 데뱟!?"

나는 두건의 목덜미를 잡아 올려 왕복 따귀를 먹였다.

"발뺌하지 마. 네가 한 짓인 거 아니까 이렇게 온 거야. 대답해, 왜 이런 짓을 했어?"

"데, 데스우! 데스데스우!!"

내 손을 꾹꾹 밀며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두건.

"얘기를 들어. 네가 이유를 말할 때까지 이대로야."

"데, 데에!? 데스우! 데스우우우!"

울상이 되어 고개를 저으며 날뛰면서 '괴로워, 놓아줘.'라고 호소한다.

"데, 데베에에에에에에......엣!?"

그것을 조금씩 목을 조이며 막는다.

"두건... 나는 아까부터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묻고 있을 뿐이야. 뭐야? 대답할 거야? 대답할 생각이 없는 거야? 어느 쪽이야??"

"데, 데에에! 데에에에......!!"

이대로는 떨어뜨릴 거라 깨달은 두건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얘기해봐."

손을 놓고 풀어주자 잠시 콜록거린 다음, 손짓 발짓을 섞어서 나에게 대답을 했다.

요약하면 '이제 때리는 것은 싫다.', '그만두었으면 해서 보복으로 항의했다.'

"그럼 때리지 않으면 내 말을 잘 들을 거냐?"

"데스? 데스우! 데스데스우ㅡㅡ!"

뭐? 이제 말 듣고 싶지 않아?
내 침대에서 자고 싶어? 텔레비전에서 본 맛있는 것이 먹고 싶어?
장난감을 많이 갖고 싶어? 귀여운 옷을 원해? 해외여행 가고 싶어?
그 들실장들에게 복수 하고 싶어?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싶어?
부탁을 더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하아아...."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까지 나쁜 의미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걸까 하며.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니 무언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결국 두건은 나의 훈육을 이해할 수 없는 폭력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르쳐준 내용도, 납득해서 따르던 것이 아니라 거역하면 아픈 꼴을 보니까 싫은 것을 참아왔을 뿐.
두건에게 있어서 나는 하고 싶은 것을 방해하는 악당인 동시에 왠지 기분 좋은 일도 해주는 복잡한 인간.
그 미묘한 평가 때문에 그동안 대놓고 정면으로 반항하지 못했던 것에 불과하다.
이 녀석의 속내는 나에 대한 복수심으로 늘 들끓고 있었다.
내가 몸이 아픈 지금, 원한을 풀 기회라고 여겼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들실장에게 린치당했을 때 원망하는 감정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좀 더 빨리 구하러 갔어야 했나....

"두건... 나는 네가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아니, 이런 말은 구차하지. 어쨌든 나쁜 짓을 한 이상 벌 줄 거야.
 지금부터 하루 동안 방에서 나오는 것 금지다."

"데, 데에ㅡ!?"

그런 건 싫다며 나에게 매달리는 두건을 뿌리치고, 최근에는 두건이 지나갈 수 있도록 상시 개방하던 방을 닫았다.

"데스우ㅡㅡ! 데스우! 데에스우ㅡㅡ!! 데에에에에에에에엥!!"

두건은 문손잡이에 손이 닿지 않기 때문에 닫히기만 해도 나올 수 없다.
방에 놓인 도구를 사다리처럼 쓰면 손잡이는 돌릴 수 있겠지만, 문이 안으로 열리기에 도구가 방해되어 결국 열 수 없다.
'열어줘, 꺼내줘, 놀아줘, 밥 먹고 싶어.'하며 울면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일체 무시한다.
장난감인지 뭔지를 문에 던지는 소리도 들리지만 일체 무시.
간이 화장실도 있고, 하루 단식했다고 죽는 생물도 아니다.
내가 없는 동안은 방에서 내보내지 않는 것은 변함없고, 상황이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언제 깨달을까.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는 스스로 문을 닫고 농성했었지.
내가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고 쳐도 그다음은 어쩔 생각이었을까.

감기도 낫게 할 겸 나는 예비 이불을 꺼내서 잠자리에 들었다.
의식이 흐려져가는 동안에도 두건의 우는 소리와 물건에 화풀이하는 소리,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복도에 계속 울리고 있었다.




■붕괴

다음 날, 몸 상태도 완전히 회복된 것 같아서 기지개를 쭉 켜고 일어난다.
여러모로 하루 만에 나아서 다행이다.
옷을 갈아입고 복도로 나갔는데 두건의 방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울다 지쳐서 잠이 들었을까.
아침을 먹은 다음, 거실 소파에 주저앉는다.

두건에게는 벌로 하루 동안... 저녁부터 오늘 일몰 때까지는 자기 방에서 근신을 명령했으니 아직 당분간 두건의 방을 방문할 필요는 없다.
오랜만에 두건이 없는 휴일을 보낸다.
어느새 두건도 일어난 모양인지 방에서 몇 번인가 소리가 들렸다.
나를 부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제대로 근신 명령을 지키고 있는 건가.

어느덧 근신 해제 시간이 되었기에 나는 먼저 자신의 식사를 끝내고 두건을 위해 실장 푸드를 접시에 담아 방문을 열었다.

"두건, 저녁...어억!?"

"데에에에에에ㅡㅡ!!"

문을 연 순간, 공이 날아와서 손에 명중, 그만 접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깨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서 얼굴을 들었더니, 두건이 이를 악물고 온몸을 떨며 잔뜩 화난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혹시 이것 때문에 계속 내가 문을 여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두건, 무슨 생각...!"

"데에에에에ㅡㅡㅡ!! 데샤아아아아아아아ㅡㅡㅡ!!"

두건은 위협하는 소리를 지르며 인형이나 기관차, 크레파스 등 방에 있던 장난감이나 소품을 잡아서 나에게 던졌다.

"야, 임마 두건...."

"데데에에에에에아아아ㅡㅡ!!"

던질 물건이 없어지자 두건은 지체 없이 이쪽으로 돌진해와서 내 다리에 태클을 감행했다.

"데즈아아아아!! 데즈우! 데즈아ㅡ!! 뎃샤아아아아아ㅡ!!"

그대로 때리고 차고, 발치에 뒹굴던 도구를 주워 다시 내던지고, 손에 들고 때리고.
두건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내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공격한다.

마침내 앞뒤 생각 않고 반란을 일으키게 된 건가.
아니, 제법 오래 간 편일까.
뭐, 이렇게 될 가능성도 예상했던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냉정하게 대처할 뿐.

"두건!"

"데쟈아아아아!! 데, 데ㅡ엣!?"

인형 다리를 잡고 휘둘러서 나를 치려던 것을 막고, 그 빈틈투성이의 안면에 평소 이상으로 힘을 넣은 따귀를 먹였다.

"데에에......엣!?"

두건은 위력에 밀려서 균형을 잃고 비틀거린 다음, 벌러덩 넘어졌다.
빨갛게 부은 뺨을 문지르며 웅크려서 부들부들 떨고 있다.

"두건,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아니, 왜 그랬는지는 알아. 두건,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서로 협력해서 공통되는 규칙을 만들어서,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거야. 나는 단지 그것을 가르쳐왔을 뿐이야.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자기 멋대로 화내거나 하면...."

"데쟈샤아아아ㅡㅡㅡ!! 데즈데즈! 데에즈우아아아아아아!!!"

두건은 내 말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점점 제정신을 잃고 나에 대한 원망과 평소의 불만을 터뜨리며 나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그런가, 문답 무용이라.
일단 머리를 식혀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

"데게엑...!?"

나는 아직도 공격을 멈추지 않는 두건을 처음으로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어리벙벙한 두건의 뒷머리를 잡고 질질 끌면서 욕실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갓 성체가 되었을 무렵에, 간이 목욕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여기에 넣어줬을 때는 자꾸 샴푸를 마구 짜서 혼내주었지.
그러고 나서 이 녀석은 내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사이에 되돌아가서 텅 빌 때까지 샴푸와 바디로션을 짰단 말이지,
나중에 이 녀석에게 욕실 청소를 완수하게 할 때까지 네 시간 이상이나 걸려서 큰일이었지.
돌이켜 보면 반역의 싹은 꽤 오래전부터 나와 있었군.

"데지이이이!! 데뱌아아! 데스우우우!!"

머리털을 난폭하게 다뤄져서 울고 날뛰는 두건을 짓누르고서 세숫대야에 찬물을 채우고 머리를 처박아 억지로 안에 가라앉혔다.

"데, 데브보보보보보!? 데봇! 데브아바바바바바!!"

십 초마다 한순간만 얼굴을 꺼내고, 다시 처박아 어중간하게 고통을 지속시킨다.
열 번 정도 반복한 다음,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하는 두건에게 왕복 따귀를 날리고 가슴에 장타를 때려 박아서 벽까지 날려버렸다.

"데게에!? 데벳! 데봇! 데헤에......!!"

"진정이 됐어 두건? 화나 있으면 대화가 안 되잖아? 자, 얼굴 닦아줄게. 방에 돌아가서 얘기를 계속하자."

"데호오...."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자 두건은 큰일을 마친듯한 얼굴로 한숨을 돌렸다.
소란피우는 것은 멈췄지만 그 눈은 나에 대한 원망으로 물들어 이글거린다.
복도로 나가서 방으로 가는 동안에도 줄곧 그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빠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를 꽉 물고 있다.

...그렇군, 일단 잠자코 넘어가서 나중에 복수를 재개할 생각인가.
지금 주는 벌 또한 이 녀석에게는 불합리한 폭력에 불과한 건가.
그런 태도를 취하면 더욱 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려줘야겠지.
종종걸음으로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던 두건의 머리를 잡고 이쪽을 돌아보게 해서 다시 따귀에 펀치를 먹였다.

"데걋!! ...데, 데엣...!?"

두건은 얹어 맞은 뺨을 누르며 굳었다.
대화하자는 말을 듣고 이제 벌은 끝났다고 착각하다가 내가 때리니까 당황하고 있다.

"뎃!? 걋!! 데에에!? 데퍄아ㅡ!?"

열 방 정도 때리자 두건은 엉덩방아를 찧고 겁에 질려 떨기 시작했다.

"이제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나보구나.... 그럼 여기 있을 자격이 없다. 나가!!"

"데, 데뱌앗!? 데데에에에스우우ㅡㅡㅡㅡ!!?"

나는 팔다리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두건을 안아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집어 던졌다.

문을 쾅 하고 닫자 두건은 잠시 문을 투닥투닥 두드리며 나를 부르다가, 어느 순간 우뚝 멈추더니 그 직후 "데프후ㅡ♪"라고 성대하게 뿜고는 당당하게 밖으로 나갔다.
옆 창문으로 내가 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나에게서 도망치는 것이 그렇게 행복할까.
밖에 가면 그동안 참아왔던 것이 전부 해결될 거라 생각한 건가.
들실장들에게 죽을 뻔한 경험을 완전히 잊어버린 건가.

원래라면 여기서 일부러 방치했다가 밖에서 호된 꼴을 당해서 현실을 깨닫고 울면서 나에게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장석의 경우는 학대파에게 잡히거나 들실장에게 구타당하고 먹히는 등, 아무렇지 않게 죽음으로 직결되므로 부득이 데려오기 위해 뒤를 쫓아갔다.

"뎃뎃데ㅡ♪ 데? 데, 데에에ㅡㅡㅡ!?"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걷던 두건은 뒤에서 내가 쫓아오는 것을 알고 기겁하여 황급히 도주하기 시작했다.
히이히이거리며 전력으로 달리는 두건.
하지만 원래부터 인간과 실장석의 신체 성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나는 순식간에 두건을 따라잡아 붙잡아서 겨드랑이에 끼고, 돌아서서 집으로 달려왔다.

"데스우우ㅡㅡ!! 데즈아아아ㅡ!! 데갸아아ㅡㅡ아아아아아아!! 데, 데브고브곳!?"

'싫어, 이거 놔.'라며 고개를 흔들고 울부짖는 입을 막고 집 안으로 뛰어들어가서, 두건의 방에 들어가 뒷머리를 잡고 휘휘 돌려서 힘을 주어 벽에 내던졌다.

"브아앗!?"

벽에 등을 세게 부딪히고 콜록거리며 바닥을 뒹군다.

"데홋데헷! ...데, 데갸아아ㅡㅡ!! 데즈갸아아ㅡㅡㅡ!!!"

정신이 돌아와서 내 모습을 보더니, 창백해져서 바로 방 창문으로 뛰어가 벽을 두드리며 바깥을 향해 뭔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같다. 나는 유괴범 같은 거냐고.
공교롭게도 요즘 건물은 실장 관련 소음 대책으로 방음 강화가 표준 사양이기 때문에, 너의 비명은 바깥의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혹시 들리더라도 가택 침입을 시도한 들실장이 쫓겨나고 있다고 생각해서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을 거다.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오지 않는 데다,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창백을 넘어서서 새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두 손으로 제지하는 포즈를 취하고, 벽에 등을 붙이고도 뒤로 물러나려 한다.
나는 거침없이 다가가서 여느 때처럼 목덜미를 잡아 올려 낮은 소리로 추궁했다.

"두건... 도움을 청하기 전에 할 일이 있었지? 내가 이럴 때 우선 무엇을 하라고 했지?"

"데, 데스우...? 데스우우우우.... 데스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그런 것 몰라, 이제 심한 짓 하지 마.'라고 울부짖는 두건.
두건에게 있어서 나는 이제 그저 유괴폭행범인 걸까.

"야, 두건. 모를 리가 없잖아? 내가 그동안 계속, 몇 번이나 입이 닳도록 말했던 거야. 자, 생각해내."

"데스우! 데스데스우! 데에에스우우ㅡㅡ우우우우!!"

두건은 침과 콧물을 튀기며 두 귀를 막고 '싫어 싫어, 이제 싫어.'하고 고개를 붕붕 휘두른다.

그 손을 떼어내고 어디까지나 목소리는 평온하게 질문한다.

"야, 두건..."

"데에에ㅡ!!"

"야, 두건..."

"데쟈아아ㅡ!!!"

"두..."

"데즈갸아아아아아ㅡㅡ아아아아아아!!!"

"두건!! 적당히 해!!!"

"갸보옷!!?"

나는 울음 소리로 이쪽의 설교를 덮으려는 두건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아 들어서 배때기에 무릎 차기를 꽂았다.

"데베앗!? 부갹!? 데갸베에엣!!?"

거기서 재빠르게 왼쪽 뺨에 훅을 날리고 바닥에 내동댕이, 다시 잡아들어서 어퍼컷으로 천장까지 후려갈기고, 떨어진 것을 일직선으로 걷어찼다.
다시 벽에 등을 부딪히고 성대하게 토혈, 눈물을 흘리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신음하고 있다.

"두건... 아직도 내가 했던 말이 생각 안 나? 아니면 잊어버린 척하는 거야? 어느 쪽이야?"

"데데에에에......데데스우우......데에스우우우우우.........!!"

두건은 아직도 내 말을 무시하고 있는지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아 이따금 토혈로 콜록거리면서 마냥 오열하며 떨고 있다.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야, 이 인간 왜 이렇게 때리는 거야.'라는 피해자 의식이 넘치는 것이 잘 느껴진다.

"있잖냐, 두건... 네가 그렇게 안 떠올리고 있으면, 나도 너를 때리는 것을 그만둘 수 없어. 부탁이니까 말을 들어주지 않을래?"

"데, 데에ㅡㅡ!? 데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만둘 수 없다는 말에 반응하여 두건은 반쯤 반사적으로 도망을 시도했다.
아파하던 것도 반쯤은 연기인가.

"너...... 아직도 그런 태도를 취할 작정이냐!!!"

바로 두건을 붙잡아 넘어뜨리고 왼손으로 짓누르고, 그 얼굴과 몸에 몇 번이나 따귀와 구타를 반복한다.

"데히이!? 데에!! 데즈우아! 데비이이! 데뱌아아아아!!"

두건은 그치지 않는 맹공격을 막겠다고 두 팔로 맞는 부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덕분에 조금이나마 타격이 경감되어 여유가 있는지 이를 악물고 공포와 원한이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끊임없이 원망의 신음을 내고 있다.

아아, 그렇구나.
그렇게나 일방적으로 나를 악당 취급하는 거냐.
그렇게나 오기로라도 잘못을 빌지 않고 막고 싶은 거냐.
그렇다면 막을 수 없는 일을 해줄게.

나는 방을 나가서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왔다.
고작 그사이에 벌써 벌이 끝났다고 여기고 풀어진 두건의 다리를 잡고 뒤로 넘어뜨렸다.

"데, 데에에에!? 데에갸아아아아아ㅡㅡㅡ아아아아아아!!!?"

내가 요리할 때 쓰던 물건이 자신에게 겨누어진 것을 보고 절규하는 두건.
안심해라. 딱히 너를 요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잠깐 마구 찔러주려는 것뿐이야.

식칼을 거꾸로 들고 두건의 몸에 여러 번 꽂았다.

"데앗! 데에! 데히이! 데비이! 데뱌아아아아ㅡㅡㅡㅡ!!! 데에즈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ㅡㅡㅡㅡㅡㅡ아아아아아아!!!"

찔릴 때마다 체액이 뿜어져 나오고, 몸이 움찔 튀며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른다.
칼날로부터 몸을 지키겠다고 뻗은 팔 그대로 관통한다.
두건은 반쯤 광란해서 고개를 가로저으며 울면서 창문이나 문 쪽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그림책에서 본 백마 탄 왕자님이 구해주러 올 거라는 생각이라도 하는 걸까.
너에게 있어서 나는 매우 나쁜 마물이었구나....
그런데 유감이지만 그런 일은 없단다, 두건.

왜냐하면... 나쁜 짓을 한 것은 네 쪽이니까.

"데......데데에......스우......데...데비이이이......데이이."

셀 수 없을 만큼 온몸을 꿰뚫려 피투성이가 되어 경련하는 두건.
그 눈은 줄곧 바깥쪽을 향해 '누가 좀 도와줘, 살해당해.'하고 숨을 헐떡이며 애원하고 있다.
이 판국에 이르러서도 잘못을 빈다는 생각을 떠올리지 않고 실장석 특유의 목숨 구걸도 하지 않는다.
내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건은 지금 상황에서 구해내 줄 왕자님을 바라며 떨리는 손으로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그렇게 바깥이 궁금하다면야. 나는 덧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 문 앞에 도구를 쌓아 길을 막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

"데히이이이이...잇!? 히이이이이이, 히이이이이이이이......잇!!?"

두건은 그 동작을 부릅뜬 눈으로 좇으며 마음속 깊이 절망이 담긴 쉰 목소리를 내면서,
희미한 동작으로 '어째서, 싫어, 무서워, 아파, 괴로워, 구해줘.'라고 누구 들으랄 것 없이 연신 호소했다.

다음은 어떻게 할까.... 일단 찌른 상처가 나을 때까지 기다릴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순간 귀를 의심했다.



"...테, 테츄우.........테치이......테츄아아아아아......."




갑자기 두건이 우는 소리가 자실장의 그것으로 바뀐 것이다.

"두건, 너...."

"테, 테츄ㅡㅡ! 테에ㅡㅡ엥!! 테에에에에에ㅡㅡㅡ엥!!"

남은 힘을 전부 쥐어짜는 듯이 울부짖는 두건.

목소리 톤은 성체지만 그 울음 소리는 잊지 않았다.
집에 데려온 뒤, 처음으로 실수해서 우유를 빼앗기자 문을 두드리고 나를 부르며 울었던, 그때의 울음 소리 그 자체였다.
심지어 두건은 브리브리 더러운 소리를 내며 그 시절 이후 오랜만에 분뇨를 지렸다.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만큼은 잘 지켜왔는데도.


그래....... 너무 심한 충격으로 유아 퇴행하고 만 것인가.......
한계다.... 더는 계속할 수 없다....


나는 식칼을 바닥에 내려놓고, 피에 젖은 두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테...? 테......테치이이......♪"

두건은 아픔 때문에 괴로워 보였지만 내 얼굴을 제대로 올려다보며 천진난만하고 기분 좋게 편안한 소리를 냈다.
처음으로 스스로 청소를 해내서 내가 칭찬하고 쓰다듬어줬던 그때와 같은 목소리로.
쉬어서 음역이 높아진 탓인지 목소리 톤도 자실장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그 직후, 입과 상처에서 쿨럭!! 대량의 체액이 넘치고, 두건은 호흡을 멈추고 자는 듯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죽었나.


혹시 몰라서 위석은 나만 닿을 수 있는 장소에 영양제로 절여놓았으니 곧 소생할 것이다.

그렇다. 죽게 할 생각은 없다.
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네가 진심으로 개심할 수 있을지 어떨지 전력으로 시험한다....
그것이 나의 도전이니까.
실장석은 세대교체가 쥐처럼 빠른 생물인 데다 부모 세대가 금방 죽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열정적으로 두서너 세대 뒤의 자손과 생존경쟁을 벌이는 개체도 많이 있을 정도로 그 기간은 연 단위에 달한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나의 도전은 당분간 끝나지 않는다.

"그렇지? 두건."

나는 일시적으로 시체가 된 두건에게 말을 걸었다.



그때, 나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뭣...!?"

두건의 시체가 옷과 함께 순식간에 수축하여 작은 녹색 덩어리가 된 것이다.
그것은 사이즈가 큰 나비 번데기로도 보였다.
아연해 하는 내 앞에서, 이번에는 그 덩어리가 주위에 퍼져있던 체액을 조금씩 빨아들인다.
거의 다 빨아들이자 덩어리가 꾸물꾸물 움직이더니 이윽고 찌익...하고 중심을 가로지르는 선을 따라 벌어지고 안에서 무언가가 기어 나왔다.
그것을 본 나는 더욱 경악했다.



"테츄우~."



기어 나온 것은 지극히 평범한 자실장 한 마리였다.

"테에? 테츄우~♪"

자실장은 나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서 다리에 응석을 부렸다.
처음 두건을 이 방에 내려줬던 그때처럼.

"두건, 너 설마......."

'작은보호탑해파리'라는 실존하는 생물이 있다.
그것들은 늙어서 죽기 직전이 되면 번데기 같은 형태로 변해서 그사이에 세포를 회춘시키고 태어났을 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서 새로운 일생을 시작한다고 한다.

두건은 작은보호탑해파리처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자실장 시절까지 어려진 것이다.
너무 강한 육체적, 정신적 충격이 급격히 주어진 탓일까?
아니면 두건... 너, 그렇게나 이 생활을 인정 하고 싶지 않았던 거냐?
그렇게까지 해서 옛날로 돌아가고 싶었던 거냐?


어쨌거나 두건은 한 번 죽고, 그리고 다시 어려졌다.
문자 그대로 유아 퇴행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테치이~ 테에츄우~♪"

굳어진 내 다리에 볼을 비비는 자실장.
이 모습이면 그동안의 기억은 전부 사라진 모양이다.
당연한가...... 잊기 위해서 회춘했으니까.
나중에 확인했는데 위석도 자실장 수준으로 작아져 있었고, 박스 천장에는 뭔가 증기가 얼룩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완벽하게 출발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힘이 빠져서 잠시 머리가 새하얘져 있었지만, 자실장이 "테치이?"하고 나를 이상한 듯이 올려다보고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어찌어찌 정신을 차렸다.

...그래. 출발점으로 돌아왔으면 어떠랴.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한 번 더.
실패를 학습한 상태에서 재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훌륭한 강점이 아닌가.

"좋아, 네 이름은...... 오늘부터 두건이다."

"테츄? 테에-...♪"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더니 자실장... 아니, 두건은 기분 좋게 머리를 맡겼다.





-끝

댓글 7개:

  1. 닝겐이 참피를 잘 모르는 데수. 훈육방법부터 잘 못 된 데수. 저런 분충ㅂㅎ더 새레브한 오ㅓ타시를 기르는 테챠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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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학대파라더니 진지하게 애호파인데스 저런 평균적인분충은 애호파로는 무리인데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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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암만봐도 지능높은 개체가 아니라 분충 중에도 상분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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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데프프프프 저 멍청한 년은 못생겨서 실장 훈육에 실패한 데즈웃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챌린저로 통하는 닌겐인 와타시라면 두건쟝을 제대로 훈육시킬 수 있는 데샤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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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분충은 뒈지는 데스 데프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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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다들 착각하는데 영리한거랑 분충인거랑은 별개지. 저건 전형적인 분충인데 그런 것에 저렇게 열심히 사육하는 주인 보니 학대파라고 말하기도 미안해지네. 애호파 따위보다 백배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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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걍 버리지 뭘 자꾸 길러대냐 에미도 죽여놓고서는.
    돈낭비 시간낭비 마음고생에 주변시선까지 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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