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겨울-


겨울이 도래하고 공원에도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눈이 즐거운 자실장이 이리저리 방방 뛰어다니다가 다음날 얼어죽고 친실장이 슬퍼한다.
그런 평범한 일상이 언제나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눈이라는것은 항상 정해진 자리에서만 내리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눈이 내리지 않는다면 평화로울까.

눈 이외에도 실장석들을 괴롭히는 것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겨울 비다.
낮에는 맑았던 하늘이 저녁의 공원에 들어 비가 올듯하게 변해간다.
실장석들도 흐린 하늘에 불안을 느끼고 서서히 둥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밤이 되면 하늘에서 빗방울이 후두둑 내리기 시작했다

[데에.. 비 데스]

[밖은 깜깜한 테치]

[무언가 소리가 들려오는 테치!]

천장에서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온다.
비가 골판지 하우스의 지붕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골판지 하우스에 아무런 대비 보수를 해두지 않았다면 즉시 비가 새고 둥지는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마마 집이 무너질것 같은 테치!]

[걱정마는 데스. 이 집은 닌겐이 만들어 준 데스]

이전 애호파 무리가 이 공원을 방문했을때
이 공판지 하우스를 보수해 주었던 것이다.
바닥에는 신문지가 깔리고 출입문은 보안성도 우수했다.
게다가 지붕엔 비늘을 깔아 주어 방수기능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친실장은 이 골판지 하우스의 안전성을 매우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친도 자도 애호파도 생각하지 못한것이 있었다.
비는 수직으로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데에에? 비가 들어오는 데스!]

필사적으로 문을 막는 친실장.
밤이 깊어짐에 따라 비뿐만 아니라 바람도 거세진다
옆바람을 타고 비는 골판지 하우스의 벽을 닥치는 대로 적셔 간다

게다가 문 부분에서는 비가 쏟아져 들어와 안을 물바다로 만들어 간다

[데에에엥!! 이대로라면 집이 비에 질척질척인 데스!]

[테에에엥! 추운 테치!]

비로인해 젖은 옷이 체온을 빼았아 간다
어떻게든 문을 막아 비가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자실장은 비에 젖은 몸을 떨고 있었다.

[오마에타치! 이불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스!]

자실장들은 항상 이불로 쓰고 있던 낡은 수건을 둘러 비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딱딱 이빨을 떨며 한곳에 모아 수건으로 몸을 덥혀 보려고 한다.
그러나 곧 한마리의 자실장이 상태가 이상해지는 것을 느낀 것이다

[마마! 위가 이상한 테치!]

자실장이 말한 그곳으로 얼굴을 올린다
보면 천장이 내려앉기 시작한 것이다

[데에에? 뭐인 데스!!]

마치 무언가 골판지 하우스의 위에 탄 것처럼 점점 내려와 간다
이윽고 골판지 하우스 천장에서 우득우득 하는 소리가 난다
옆에서 불어오는 비에 젖어 불은 천장이 지붕에 쌓인 물의 무게를 드디어 견딜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기 지붕에 깔린 비닐은 지금까지의 비바람에 약간 찢어져 있었다.
그 구멍으로부터 물이 조금씩 들어와 천장을 불려왔던 것이다.
콰득 하는 소리와 천방이 찢어져 비닐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데에에에!]

하얀 비닐이 조금씩 골판지 하우스로 들어온다
마치 슬라임의 침입과 같은 모습
자실장들은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테에에! 오네챠 무서운 테치!]

[괜찮은 테치! 집은 하나도 부서지지 않을 것인 테치!]

이미 반파 상태인데 골판지 하우스는 무적이다라고 망상하는 자실장들
그런 자실장의 소원도 무색하게 비닐은 드디어 한계치까지 도달했다
비닐을 고정시키던 스테이플러 침이 드디어 견딜수 없게 되어 찢어져 버린 것이다
고정하던 것이 사라진 비닐은 중력에 따라 하우스 내로 떨어져 내린다.

[데에에에에에에에!?]

[테에에에에에!]

대량의 물에 하우스로 쏟아진다
바닥을 적시는 걸로는 모자라 하우스 내에 웅덩이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모은 식량도, 바닥에 깔았던 신문지도 죄다 못쓰게 되었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자실장들이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두르고 있단 수건이 물에 젖은 것이다.
여름철이라면 사정이 달랐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한겨울이다.
자실장이 체온을 빼앗기는 데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테챠아아아아아!]

[테챠아! 추운 테치!]

젖어 버렸으면 그냥 벗으면 될 일을,
수건은 무조건 따뜻한 것이라다고 믿고 있는 자실장들은 수건을 벗으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피부에 달라붙은 젖은 수건은 가차없이 자실장들의 체온을 빼앗아 간다

[오마에타치! 빨리 수건 벗는 데스!]

[수건 벗으면 추울것인 테치]

[벗으면 죽어버릴 것인 테치!]

자실장은 수건을 전혀 떼어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수건을 꽉 붙잡는다

[그게 아닌 데스!]

친실장은 자신의 자들을 구하기 위해 자들쪽을로 달린다.
수건을 벗기려 손을 대려다 문득 깨달았다
이미 집이 반파된 이상, 문은 어떻게 된 것인가

[데...데에에..]

조심 조심 뒤를 돌아본다
활짝 젖혀진 문으로 비와 함께 폭풍이 하우스로 몰아 닥쳤다

[데에에에에에에엑!]

[테챠아아아아아!]

가벼운 무게의 실장석 일가가 바람에 날려 간다
골판지 하우스는 주인들을 태운채 밤새 공원을 굴러 갔다.




다음날 아침, 완전히 화창해진 공원은 엄청난 광경이었다.
골판지가 널브러져 있고 그 안에는 얼어죽은 실장석의 시체들이 들어있다
공원 중앙에는 하우스에서 무사히 살아 도망친듯 하지만 한겨울의 비메 체온을 빼았겨 얼어죽은 한 마리의 시체가 있었다.

도시의 청소 직원이 공원을 청소하기 위해 방문했다
지멋대로 죽어 나자빠진 실장석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동사한 사체를 회수봉투에 넣어 간다.
그런 가운데 살아있던 실장석 한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데에..]

작게 중얼거리며 손에 든 자실장을 내밀어 왔다

[닌겐상, 이 어린 자한테 따뜻한 밥좀 주시는 데스]

누워있는 자실장을 보고 인간은 눈쌀을 찌뿌렸다
왜냐면 그 자실장은 이미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죽은 자식을 시체팔이하며 먹이를 구걸하는 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미 뒈진놈이 밥이 왜 필요해?]

그러며 갈 길을 가는 인간에게 다른 동료가 말을 건다

[그러게요]

이렇게 한마디하고 직원들은 떠나 갔다
공원 청소가 끝난 것이다

[기 기다리는 데스! 이 자가! 이 자에게 따뜻한 밥을 좀 주는 데스!]

인간보다 느린 발로 인간을 쫒아간다

[죽어버리는 데스! 자가 죽는 데스우!]

데스데스 외치며 쫒아오는 실장석이 짜증났는지 직원 한명이 봉투에서 동사한 시체를 꺼내 실장석에게 던진다

[그거 줄테니 얼른 꺼져]

발밑에 동족의 시체를 보고 멍해진 실장석.

[아닌 데스! 이런 차가운 밥은 못먹는 것인 데스!]

그 시체를 보고 있던 사이 인간과의 거리는 더멀어져 간다

[데에엥! 기다리는 데스! 기다려인데스!]

공원 입구에 도착한 무렵엔 인간은 이미 모두 떠나있었다

[데에엥 죽어버리는 데스. 이 자가 죽는데스!]

자실장의 시체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린다
거기에 인간의 그림자가 친실장을 덮는다
방금전 직원과 다른 한명이 방문한 것이다

[닌겐! 이 자에게 따뜻한 밥을 주는 데스!]

필사적으로 먹이를 달라고 떼쓰는 친실장
그런 실장석을 인간은 명백한 혐오의 시선으로 쳐다보며 지나간다
친실장이 쫒아가 붙을수 있을리도 없다

그 후에도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먹이를 애원해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친실장도 드디어 한계가 찾아왔다.

[데에..]

가뜩이나 체력이 저하되어있는 마당에 젖은 옷에 체온을 빼았기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친실장은 짧게 중얼거리며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따뜻한 밥이.... 먹고싶은데스...]

몇시간후, 청소 직원들에 의해 친실장의 시체 역시 회수되어 갔다.


-끝

댓글 3개:

  1. 그 흔한 동면조차 안 한다는데에서 실장석의 요령없음이 드러나죠 큭큭
    뭐 요령없는걸 출산률로 때우는 생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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