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날리기

원제:구더기 날리기(蛆飛ばし)



[이 대량의 구더기놈들을 처리하고 싶다 이거지]

[아아, 그런데 그냥 죽이는건 안돼. 애들이 납득할수 있어야 하거든]

[귀찮게시리]

눈앞의 골판지에 징글징글하게 기어다니는 구더기 실장들. 그 수가 무려 300마리.

레후레후의 대 합창을 들으며 나와 토시아키는 고민했다.


나는 유치원 교사직을 하고 있다.

사건 발생은 평범했다. 정서교욱의 일환으로 유치원에서 결정된 동물 사육건에 관해
내가 실장석을 사육 대상으로 추천했던 것이다.

위험한 손톱같은것도 없고 알레르기를 일으킨 사례도 적다. 나름 튼튼하고 관리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
그래서 유치원에다가 어린이 교육에 안성맞춤의 생물이라고 내가 주장했다.

그 의견이 채택되어. 올해 봄부터 10마리의 자실장이 유치원에서 사육되게 되었다
훈육은 중간 정도로 했다. 그래서 어려운 명령은 모른다만 개와 고양이같은 애완동물 수준으로 다루기엔 충분했다.
착한 마음을 갖도록 교육을 했던 탓인지 여러 마리를 사육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원아들에게도 호평이었다. 다행히 분충화 된 녀석들도 없고, 여름방학 이후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계절이 흐름에 따라 자실장들은 성체 실장으로 자라 갔다.

사건이 일어난건 가을의 연휴였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사육장에 이상한짓을 하러 오는 정신나간 놈들은 불행하게도 적은 수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 범인은 살육을 하는 대신, 사육장 안에 마라실장을 두고 갔다.

연휴에 내가 사육장의 모습을 들여다 보았을때, 거기는 마치 하얀 습지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실장석을 범하고 있는 미친놈을 빠르게 비틀어 죽이고 호스로 바닥을 씻어내었지만
두눈이 녹색으로 변한 실장석 무리는 감출수 없었다.
무엇보다 유치원생들의 통원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결국 마라실장의 폭행으로 내장이 다 휘저어진 10마리의 실장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그러나 산모의 집념이랄까. 뭐라 해야할까.. 자신의 몸을 대신해
많은 기형아들, 즉 구더기 실장들을 마지막으로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한마리당 평균 출산 수는 30마리

마라와의 교배로 임신했던 실장석은 다산한다고 하지만, 외적인 조건으로 모체가 약해져 있던 탓인지
깔끔한 수정이 태내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즉 친실장은 몸의 대부분을 억지로 구더기로 변화시킨 셈이다.

결과적으로 총 300마리라는 놀라운 숫자의 구더기들이 세상에 남겨졌다.



곤란한 것은 유치원생들이다. 이정도의 실장석을 먹여살릴수는 없다.
구더기실장은 키우기 쉽다고는 하지만. 똥 제조기나 다름없는 그 에너지 소비량은 결코 성체보다 적은 것이 아니다.
또한 스트레스에 약한 성격이기 때문에, 세세한 프니프니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또한 뭉개거나 다치지 않도록, 지켜주기 위한 공간따위를 준비할수 있을리가 없다.

그래서 처분에 관해 내게 칼날이 돌아온 것이다.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친구인 학대파, 토시아키와 상담을 한 거지만...




[그러니까 꼬마들이 이해하고 용서할 방법으로 놈들을 죽여 달라는 거잖아]

[솔직히 애들이 보는 앞에서 해결하고 싶긴 하지만..]

[조금씩 죽여 나가는건 안되나?]

[원장이 사육비는 내 월급에서 깐대.. 장기전은 안돼]

[이거..무리같은데]

토시아키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것 같다. 무심코 푸념이 나왔다.

[아 날개라도 확 나서 그냥 날아가버렸으면 좋겠네]

[...]

[그래 그거다!]

순간 내 손을 토시아키가 탁 쳤다.






해질녘의 유치원. 아이는 커녕 어른의 모습도 없다.
유치원의 마당에는 비닐 시트와 구더기가 수십마리씩 들어있는 상자.
내가 멍하니 기다리고 있자. 무언가 장비가 든 배낭과 커다란 헬륨 가스통을 가지고 토시아키가 나타났다

[실험체는?]

[아 여기 확보해놨어]

나는 구더기가 들어있는 상자를 탁탁 두드렸다.

토시아키의 계획은 이렇다

원아들의 눈앞에서 구더기를 하늘로 날린다
그러면 구더기는 천사가 되서 하늘로 돌아간다고 해요 - 라고 거짓말.

끝.



[...]

간단한것 같지만, 나는 감탄했다. 물론 구더기들을 유치원에서 남김없이 없앨수 있고
게다가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도 나지 않는 깔끔한 해결책.
문제가 있다면 구더기를 어떻게 날려올릴것인가 하는 것으로 지금부터 실험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방법에 관해서는 글라이더 형식이나 투석기 형식등 여러가지 생각했지만
만일의 경우에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서 가스에 의한 부력을 이용하는게 가장 돟다고 단정내렸다.
풍선은 사용하지 않는다.
만약 바다로 흘러들어가서 고래나 돌고래가 먹으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피실험체 1호 컴온]

[전달]

나는 구더기 한 마리를 무작위로 집어서 토시아키에게 전달했다.
레후? 하고 두리번두리번거리는 구더기의 입에 헬륨 노즐을 집어넣는 토시아키.

[레, 레, 렛, 후와와와각!?]

[첫째, 일반적으로 가스를 넣으면 이렇게 된다]

토시아키가 가볍게 노즐을 틀자 구더기는 순식간에

[팟!]

그대로 터져버렸다.

[그대로 하면 구더기의 강도가 부족해서 좀더 유연성을 넣어야겠어]

[그래서 이 희석한 도로리를 넣는거군]

보통 도로리라고 하면 실장석의 몸을 파괴하는데 쓰는 것이다.
그래서 신체 조직을 부드럽게 하면서도 원형을 유지할수 있도록 희석한 도로리를 구더기한테 줘 보기로 한 것이다.

[2호 실험 시작]

[모가후우우우우?]

탄성을 얻은 구더기의 뱃속에 점차 헬륨이 차기 시작하다가, 결국

[게힛!!! 도베베베베벳!]

총배설구에서 내장과 위석을 분출하고 절명했다.

[아차 가스가 새는곳이 있었구나]

[세메다인(접착제)으로 막자]


그래서 총배설구도 막힌 3호는

[핏 뽀뽕!]
눈에서 가스를 분출하고 뇌수를 흩뿌렸다.

눈과 코도 막은 4호는
목이 깨끗이 끊어지고 동체가 날아갔다.

목도 고정된 5호는

[-!!---!!!....!!!....]
잠시 우물거리다가 도중에 질식사했다.



나와 토시아키는 결론내렸다.

[입으로 가스를 넣는건 그만두는게 좋겠다]

[그럼 총배설구로 해볼까?]

6호를 희석시킨 도로리를 넣고 총배설구에 노즐을 꼳고 가스를 넣었다.

[레, 레뺘아아아아!]

점점 배가 부풀어 오르는 구더기 실장. 역류방지의 내부구조 때문인지 가스누출도 없는것 같다
피눈물을 흘리며 도리도리하고 있지만, 도중 한계까지 팽창한 몸 때문에 목도 움직일수 없게 된다.
그리고 약간 부력을 얻는가 했더니

[레삐이이이잇! 빵!]

별안간 마치 마개가 빠지는 듯한 소리화 함께 구더기의 목이 끊어져 날아갔다.
머리를 뒤쫒아 목 단면에서 내장이 튀어간다.

[유연성이랑 강도를 동시에 요구하는건 좀 무리인것 같아]

[그래봐야 결국 구더기구나...]

말리 비틀어진 고추처럼 된 6호의 몸뚱이를 들어 올린다.
그것을 보고 뭔가 생각난게 있었다.

[야 이거봐, 이 구더기 옷은 늘어나긴 했지만 찢어지진 않았어]

[응, 원래 구성 자체가 실장석의 몸이나 마찬가지잖아. 도로리가 들어서 그런거겠지]

[그럼 옷만 부풀리는 것도 가능한거 아닌가]

[...그럴지도!]

준비된 7호의 실장옷을 당겨 놓았다.
이제 옷의 구멍과 총배설구의 구멍이 겹치지 않는다.
즉 옷만에 가스를 넣는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럼 간다]

토시아키가 조심그럽게 옷에 연결된 노즐을 연다.
조금씩 부풀어가는 구더기의 옷.

[레뺘~♪]

옷 속에 흐르는 둥실거리는 헬륨이 기분좋은건지 구더기도 교성을 내고 있다.
점성이 높은 실장석 분비물의 집합체라고 불리는 실장옷.
신축성이 부가된 그것은 바로 풍선의 성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면 되겠어!... 하고 둘이서 수긍하고 있던 그때.

뾰복!

[레햐아아아아아!!!]

철퍽!

높아진 압력에 옷에서 밀려난 구더기 7호가 가스의 기세 그대로 벽에 내쳐서 파열한 것이다.

[아깝다]

[머리를 옷에 고정해두면 괜찮을것 같다]

토시아키가 다시 접착제를 꺼냈다.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그래도 이제 틀림없잖아]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을하늘에 세개의 구체가 떠오르고 있었다.

[레뺘아아아!]

[레에에엥~]

[레히~]

헬륨으로 빵빵해진 옷을 입고 울면서 서쪽 하늘로 사라져가는 8,9,10호를 배웅하며
나와 토시아키는 실험의 성공을 확신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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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맑았다.
유치원에 모인 아이들은 각자 구더기들과 이별을 아쉬워했다.
콘페이토를 주고, 몇번이고 프니프니해주고 작별의 노래를 여러번 불러 주었다.
물론 구더기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어딘지 모르게 평소보다 부드러운 원아들에게 의문도 품지 않고 응석을 부려 온다

[그럼 이제 모두 다 됬지요? 구더기쨩들은 이제 천사가 되는거예요!]
[[[네에 선생님]]]


내 말이 끝나자 편지와 리본을 붙인 구더기들이 다시 골판지 상자로 돌아온다
이러면 곤란한데. 그런게 붙은 상태로 어딘가에 떨어지면 난감하다.
유치원생들의 사각지대로 돌아가서 몰래 다 빼 버렸다. 구더기들이 레삐레삐 불평하지만 무시한다.

그리고 원아들에게 회수한 구더기들을 빠르게 도로리 액에 담가서 조례대에 서 있는 토시아키에게 전달한다.
유치원 관계자들에게 토시아키는 실장석 처리의 프로라고 소개해 두었다.
언제나 츄리닝만 입고다니는 토시아키도 오늘은 말끔한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빠르게 헬륨가스를 구더기의 옷 속에 집어넣고 마지막에 입에 콘페이토를 밀어 넣는 토시아키.


[레풉!]

단맛이 가져다주는 쾌감 그대로의 미소를 지으며 구더기실장은 훌쩍 가을 하늘로 떠올랐다.

[구더기쨩 잘가!!]

손을 흔드는 원아들을 내려다 보는 형태로 미소지은 구더기들이 점점 하늘로 사라져 간다.
구더기의 몸이 추 역활을 하기 때문에 원아들은 마지막까지 그 얼굴을 확인할수 있었던 것이다.

하늘로 떠오르는 녹색 구체가 늘어날수록 마치 그곳만 다른 세상인 것처럼 비현실적인 공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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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솜씨네요]
[감사합니다]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내게 원장이 말을 걸어왔다

[설마 이런 해결책을 준비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동물의 생명의 존재와 함께 이별의 의미도 알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실장석들은 정말 도움을 많이 줬네요]

[그러네요. 한때는 정말 어떻게 할지 고민했지만요]

[저 얼굴을 봐요. 아이들은 분명 오늘을 잊지 못할 겁니다]

웃는 얼굴로 날아가는 구더기들을 배웅하는 원아들의 얼굴은 모두 한결같이 눈물을 가득 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얼굴의 그늘이 아니다. 작은 친구들의 새로운 출발을 받아들이려 하는 얼굴이었다.

[구더기들도 앞으로 하늘에서 아이들을 지켜 주겠죠]

순간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