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복도의 자실장

「테에에엥ー! 테에에엥ー! 」

계단을 올라 아파트 2층의 복도로 들어서자, 형광등의 어슴푸레한 빛 아래에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그림자는 큰 울음소리를 지르며, 옆집의 출입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
여기에 이사해 오고 나서는 처음이지만, 이전에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는 몇 번이나 본 광경이다.



「테에에엥ー! 테에에엥ー! 」

작은 그림자의 정체는 자실장. 그것도 아마 탁아 된.
던져 넣어진 편의점 봉투가 엉망이 됐는지 어쩐지 까진 모르겠지만, 길러줄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처분할 이유도 없으니 ”집에서는 기를 수 없다. 마마에게 돌아가”라며 밖으로 쫓겨난 듯하다.

뭐 무리도 아니다.

아무리 유해조수라고는 해도,  이 사이즈로 확실하게 감정 표현까지 하는 생물이다.
죽인 다음 시체까지 처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인간은 별로 없을 것이다.
밖에 놓아 주는 것이 일반적인 대응이라 말해도 괜찮을거다.
그 뒤를 쫓아 친실장이 온다고 해도, 자가 밖에 내쫓겨 있는 것을 보면, 얌전하게 자실장을 데리고 돌아가자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매우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잠깐 생각 좀 해보자.

자실장이 자기 힘만으로 공원에 돌아갈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하물며, 여기는 2층이다.
자실장의 사이즈로는 계단을 내려 가는 것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녀석의 부모가 영리한 개체라면 여기까지 뒤쫓아 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뒤쫓아 오려 했다고 해도 반드시 여기까지 찾아올 수 있을 거라고는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밤은 동풍이 불기 때문에 괜찮기는 하지만, 서풍으로 풍향이 변하거나 한다면, 자실장의 울음소리는 그걸 타고 도둑 고양이들이 모여들고 있는 장소 근처에까지 도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친실장이 아니라, 배고픈 도둑 고양이가 이 녀석을 마중하러 오게 되겠지.

으응~……이대로 놓아 두는 것도 조금 불쌍한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나.
귀찮지만 공원까지 데려다 줄까.
사실은 직접 친실장에게 돌려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언제 어디서 탁아 되었는지 모른다.
이웃에게 직접 물어 알아낼 수도 있겠지만, 불쾌감을 줄지도 모른다.
그와 지금까지는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일로 이웃과 거북해지는 것은 피하고 싶다.
뭐, 이 근처에서 실장석이 살고 있는 장소라면 1 km 정도 남쪽의 공원 밖에 없다.
다른 들실장들의 눈에 띄지 않게, 적당한 수풀 속에 놓아 주면 된다.

「테에엥ー! 테에……테? 」

바로 근처까지 가까워져서야 간신히, 자실장은 나를 눈치챈 것 같다.
이쪽을 뒤돌아 보자, 딱 우는 것을 그만두고, 문을 두드리는 손을 멈춘다.

「……」
「……」

”와타시를 길러라”라고 하는 비난이 이쪽으로 돌아오는 것은, 가능하면 사양하고 싶지만……

「…………」
「…………」
「…………」
「…………」

자실장은 잠시 내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지만,  천천히 문 쪽으로 되돌아가

「…………테 , 테에에엥! 테에에엥! 」

하고 다시 울부짖으면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것은…………그것인가.
이 자실장에게에게 먹이를 주어 버렸거나,  아니면 머리를 어루만지며 상냥한 말이라도 해버렸는가.
옆 방의 거주자는, 이 자실장에게 ”나는 이 사람에게 길러지게 되었다”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제 다른 인간들은,  이 자실장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죄스러운 일을 한 것이다.


손수건을 꺼내 허리를 낮추자, 자실장은 당황해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테! 테챠아! 텟챠아아아악! 」

쉽게 잡히는 것이다.

「테챠아! 테챠아! 」

잡아서, 살그머니 손수건으로 전신을 싸 버리면, 아무리 날뛰어도 문제는 없다.
그리고 손수건 너머로 집게 손가락으로 더듬어 자실장의 입을 찾아, 감촉이 있던 장소에서 손가락을 멈추고 가볍게 힘을 넣어서 입을 막는다.

「……! ……! ……! 」

큰 소리를 내면 아파트의 주민들에게 방해되기 때문인 이유도 있지만, 도둑 고양이나 들실장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10분도 걸리지 않아 공원에 도착했다.
인간이 보면 1 km 정도,  쉽다 말할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자실장에 있어선 1 km 라고 하는 것은 절망적인 거리다.
그건 그렇고, 이 자실장을 어디에 놓을까……

아아 , 그렇다. 입구 옆의 수풀로 하자.
살그머니 자실장을 수풀 속 철쭉 뿌리에 내려 준다.
여기라면 들실장이나 고양이에 습격당할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테? ……테? 」

손수건의 덮개가 제거된 자실장은,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이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무리도 아니다.
조금 전까지는 아파트의 복도에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공원에 오게 되었으니까.

「자 , 마마에게 돌아가」
「테! 테치! 테치! 」

아무래도 머리는 좋은 것 같다.
내가 말하는 것을 알아듣는 것 같다.
그러나 , 판단력은 좋지않은지, 머리를 옆으로 흔든다.

「테엑! 테엑! 」


……아니 , 이렇게 어린 개체에 그 정도의 분별력을 요구하는 편이 가혹하다.

「나는 너를 길러 주는 것은 할 수 없다」
「테엑! 테엑! 」

세차게 자실장은 머리를 흔든다.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일단은, 동경하던 사육 실장이 될 수 있었을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들로 돌아가라고 말해버려도, 간단하게는 납득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리라면, 아침까지 여기에 남아 있어」
「테체악! 테체! 」

자실장의 목소리가 공포에 질려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쌍하군……

「마마가 우연히 지나가면 말을 걸면 된다. 알았지?」

「테쟈악! 테쟛! 테치! 」

「그럼……건강해라」

자실장에 등을 보이며 , 나는 그 자리를 뒤로 하려 했다……

「테 , 테에에엥! 테에에! 」

내가 일어서자, 철쭉의 가지를 밀어 헤치며 자실장이 넘어지듯 튀어 나왔던 것이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 괴롭다.


「그러니까 , 너를 기를 생각은 없단 말이다」

「테츄아아아! 테쟈아아아아악! 」

최초로 복도에서 보였을 때의 울음소리와는 마치 다른,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 찬 울음소리.
지금의 울음소리와 비교하면, 이제까지의 울음은 거짓 울음이었을 정도다.

공포와 절망, 거기에 슬픔이 가득찬 울음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그렇지만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자실장에 고한다.

「고양이나 들실장에 먹히고 싶지 않으면, 마마에게 돌아가라」

「테힉 , 테힉……테 ,  테힉 ,  테힉……」

그렇게 단언하자, 자실장은 풀썩하고 낙담하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 공원에 두고 가지 말라고 힘없이 머리를 계속해서 흔들고 있다.

불쌍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



동경하던 사육실장이 되어도 상처입는 자실장은 얼마든지 있다.
그 모두를 내가 어떻게 관리할 수는 없다.
이렇게 공원까지 되돌려 보내 주는 것이 기껏이다.

「그럼」

그렇게 단언하고, 이번에야말로 공원을 뒤로 한다.

「테에에엥! 테에에잉! 」

유감스럽지만 자실장은 계속해서 버텼다.
배후로부터 울음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여기서 뒤돌아 볼 수는 없다.
불필요한 희망을 불어넣어줄 뿐이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

조금 다리를 빨리 하자, 눈 깜짝할 순간에 자실장의 소리는 멀어진다.

「테……! ……에엥! 」

이제 도중에 끊어져 잘 들리지 않는다.

「……」

처음으로 모퉁이를 도는 무렵에는 이미 자실장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어 있었다.
부디 그 자가 무사히 부모의 아래로 돌아갈 수 있기를-----
그렇게 빌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아파트에 돌아오니, 당사자였던 이웃이 복도에 나와 서 있었다.
……역시 조금 주의해둬야 할까?

……………………아니, 그만두자.

「안녕하세요」

입 밖으로 내려던 말을 삼키듯, 담담하게, 평소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 안녕하세요」

언제나처럼, 생긋 웃는 인사가 되돌아 온다.

……역시 이 이웃과는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그런데, 그의 모습이 평상시와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러는 걸까?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자니, 그가 흠칫흠칫 입을 열었다.


「저기…… 이 근처에서 자실장을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자실장이요?」

「예 , 실은 어제부터 자실장을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가 조금 잘못을 했기 때문에, 벌로써 복도에 내쫓았었는데요……」



-끝

댓글 15개:

  1. 닝겐도 자실장 못지 않은 분충이었던 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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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공동주택에서 남에게 피해를 입혀놓고 뻔뻔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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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고양이가 물고간 데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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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어제부터 기른거라면 별로 정도 안들었을 데수웅
    새로 하나 구해오면 되는 데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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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결말 ㅈㄴ 깔끔하네 ㅋㅋ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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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닝겐상도 분충이었던 테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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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실제로는 감정표현이 있는 생물을 간단히 처분하기 힘들다던지 등에 대한 태도가 나름 현실적인게 마음에 든다


    만 아니 이자식이 남의 사육실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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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초에 자실장을 혼자 밖에 내놓은 주인이 잘못됨... 사육실장이라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니 화자가 상식적인 반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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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걸 밖에다 내팽겨친 주인 잘못이지 지능 수준이 딱 참피급이네 ㅋㅋㅋ 병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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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주인이 잘못했네 키우던 강아지나 바퀴벌레를 복도로 내쫓는 주인이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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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이건 밖에 내놓고 방치한 주인이 잘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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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밖에 내놓아서 소음공해를 일으킨 이웃상이 똥닌겐이 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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