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로


사라락....

 남자가 나무에 고리 달린 비닐끈을 동여매고 있다.
 이곳은 수해, 준비도 없이 섣불리 헤매면 자칫 죽음을 부르는 곳이라고 일컬는데 남자의 짐은 몹시 가볍다.

 ※수해 : 일본의 자살 명소. 깊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시체조차 찾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나무(樹)가 바다(海)처럼 많다고 붙여진 이름.



 가방에는 약간의 식량과 약, 그리고 비닐 끈과 그것을 끊기 위한 가위, 필기 용구뿐이다.
 그 정도 밖에 남자는 짐을 가져오지 않았다.


...아니, 한 가지가 더 있다.


 남자는 나무에 동여맨 끈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문득 떠올린 듯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주머니 속에는 손수건이 한 장 들어 있었다.

 남자는 천천히 그 손수건을 인근 가지에 동여맸다.





 바람이 분다.
 묶은 손수건이 둥실둥실 맥없이 바람에 흔들린다.
 남자는 바람에 흔들리는 손수건을 보면서 떨고 있다.


 ...바람이 잦아진다.
 남자의 떨림은 이미 그치고 있었다. 후욱 후욱하며 남자는 미덥지 못한 발걸음으로 고리 달린 끈으로 다가간다.

 끈의 높이는 까치발이 땅에 닿지 않는 정도.
 남자는 나무에 조금만 올라타 고리를 목에 걸었다.



 주룩



 그런 멍청한 소리와 함께, 남자는 반 예기치 못한 형태로 온 체중을 미덥지 못한 비닐 끈에 맡기게 됐다.


 바 탓, 바타탓
 숲 속에서 뭐가 날뛰는 소리가 울리다.


 바탓바탓바탓

 바탓자릿

 탓...

 키치..키치...

 소리는 한동안 계속됐다 뒤 약하게 그쳤다.

 이제 숲에 울리는 소리는 작은 동물들이 우글거리는 소리만 들리고, 꺼림칙한 정적이 주위를 감싼다.





 펄럭 펄럭, 주인을 잃은 손수건이 바람에 외로이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이 분다.

 비걱... 비걱...

 바람이 불면 함께 달린 가지가 비걱거리다.
 나무 아래에는 약 60Kg의 고기 열매가 하나 매달려 있다.
 부리가 날카로운 새가 우글거리는 이곳에서 그건 나무보다 떨어지기 전에 이미 원형은 남지 않았다.

 그가 이 숲에 들여온 짐도 당연히 이미 털려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식량, 패트병 용기는 물론 그것들이 들어 있던 가방까지도 가져간다.

 보통 짐승이라면, 합성 섬유로 된 먹을 수 없는 인공물 등은 가져가지 않는다.
 그리고 안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이해할 수 없는 무거운 생수병 등도 가져가지 않는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범인은 말하지 않아도 그의 발밑에 데스 데스거리며 웅성대는 실장석이다.
 눈망울을 굴리며, 두리번 두리번, 몇 마리씩 그의 발밑에 모여 있다.
 그녀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린 그의 밑에 있던 흔적을 지운 범인이다.

 기본적으로 당연한 얘기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야생 동물에게 인류가 만들어 낸 것의 대부분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러나 실장석에 있어서는 다르다.
그녀들에게는 인류의 도구는 그녀들이 평상시 쓰는 도구보다 튼튼함은 물론이고, 사용하기도 편리하다. 조금 크기가 크기는 하지만, 분명히 상위 호환의 도구인 것은 틀림없다.

 때문에 그녀들에게 자살하는 사람은 보물산을 탈없이 넘겨주는 축복이다.


 또 그런 인간의 시체 자체도 그녀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자원이다.


 바람이 불어 그가 흔들릴 때마다 그녀들은 웅성거린다.

 그의 발 밑에서, 몇 가지 준비를 그녀들은 거듭하고 있다. 그것은 여러 가지 뼈와 실장석들의 옷을 얼기설기 엮은 바구니, 그보다 이전에 이 숲에 왔었던 인간이 남긴 웨스트 파우치와 필기 용구 중에 섞여 있던 칼의 파편 등이다.

 그녀들은 그를 발견하고 약 2주 동안 계속 그 때문에 발밑에서 준비를 계속해왔다.










 바람이 분다.
 그의 몸이 흔들리고 그와 연결된 고리 달린 비닐 끈이 나뭇가지에 삐걱삐걱 소리를 내게 한다.

 초조하고, 탐욕적인 눈빛.
 그녀들의 눈이 가지가 삐걱거리는 닌겐을 보며 핏발이 선다.


 브츳.


 그런 멍청한 소리를 내고 시신의 목이 빠진다.
 아무렇게나 목이 뒹굴고 몸통은 우수수 무너져 떨어진다.

 순간 실장석들은 조용하다.




 데스!


 큰 고기가 떨어진 소리로 외적이 오지 않을지, 그리고 오면 어떻게할지 한참을 살피던 실장석들은 그녀들의 리더 목소리가 한 번 울리자 매우 침착하게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작은 검게 찰싹 달라붙은 천을 정중하게 벗긴다.
 손이 이미 상당히 아프지만 그래도 그녀들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옷감보다 훨씬 튼튼하다.
 그리고 거기서 어느 큰 실장석은 돌을 갖고 뼈의 연골과 헝겊을 두드리는 골격을 분해한다. 다른 실장석은 그 손톱과 이빨로 뼈에 남아 있는 고기를 분해한다. 그 큰 덩어리를 손재주가 있는 실장석들이 인간의 도구를 사용해서 분해해 덩어리를 더 옮기기 쉽게 줄여 간다.

 연결부위가 고장난 가위로, 커터의 파편이 녹슨 페이퍼 나이프로.
 그렇게 인간이 남긴 도구로 인간을 가공해 간다.
 그녀들이 손에 넣지 않는 것은 두개골의 턱 위 정도 밖에 없다.

 그리고 기타 많은 평범한 실장석들이 해체되어 작아진 고기를, 뼈를 그들의 취락으로 질질 끌고 간다.



 그것은 자못 개미가 다른 벌레를 해체 및 운반하는 것처럼 줄줄, 녹색의 두건으로 그녀들의 마을 사이에 긴 길을 만든다.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등뼈가 달린 늑골이 실장석 몇 마리에 의해 살랑 살랑 한가롭게 운반되는 것이 유난히 두드러진다.










 그리고 그녀들의 마을에 물자가 도착한다.

 반입되는 물자는 용도에 따라 마을의 한쪽으로 옮겨진다.



 고기는 식량으로.

 고기의 양은 풍성해서 좋지만 날이 꽤나 지났다.
 마을보다 앞에 있는 사냥감의 집적장에서 먹을 수 있는 부분과 먹을 수 없는 부분을 구분한다. 그래도 구분 끝난 고기는 충분히 많다. 마을에 있는 실장석들의 배를 채우기에는 충분한 양이 남는다.



 그리고 뼈는 견고한 건축재로.

 뼈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로 옮겨진다.
 고기를 발라냈다만 뼈는 고기 냄새가 짙게 남아 실장석에게 위험한 다른 야생 동물을 부를 수 있다. 때문에 그 냄새가 비와 흙과 같아질 때까지 그곳에 내버려둔다.

 마을에 있는 주거는 기본적으로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잡다하고 북적거리는 광경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똑같은 구조를 하고 있는 것도 보인다.

 그것은 동물의 갈비뼈이다.
 그것도 여기에 있는 것은 중심이 되는 사람의 갈비뼈이다.
 마을에는 약 100 몇 가지의 집이 있지만 그 중 20개만 있는 늑골 하우스는 마을의 여기저기에 퍼져 있어 마치 악센트처럼 돋보인다.


 그만큼의 인원이 이 숲에 자살자로서 내방했다는 것이다.



 뼈를 옮긴 실장석들이 늑골 하우스에서 새끼 실장들과 만난다.
 아무래도 부모 새끼인 것 같다.
 테치테치 데스데스하며 떠들썩하게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다.

 실장석 정도의 작은 동물이라지만, 역시 성체 실장에게 사람의 갈비뼈 용량은 누워 지낼 정도의 공간밖에 없다. 늑골 하우스는 그 튼튼함 때문에 기본적으로 새끼 실장이 야생 동물을 피하기 위한 쉘터로 쓰이는 것 같다. 친실장들이 사냥 등으로 나가 마을이 허술할 때에 가급적 새끼 실장들이 다른 야생 동물에 의해 잃지않도록 하기 위한 그 마을에 내려오는 생활의 지혜이다.

 그리고 자실장들과 재회한 친실장들은 각각의 주거로 돌아간다.

 그것은 텐트 같은 것이거나 가방 그대로이거나 또 가지를 조합한 것 같은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도 뼈는 사용되고 있다.

 집의 기둥을 지탱하는 척추뼈와 목뼈, 가방을 보강하는 견갑골에 물그릇으로 쓰이는 허리뼈. 그리고 가지의 덩어리 속에는 눈알이 드문드문 섞여 있다.


 어떤 친실장과 자실장은 이 마을의 리더의 집으로 향한다.

 리더의 집은 다양한 것으로 장식되어 있다.
 예를 들면, 작은 것이 현금 카드나 동전, 벨트의 버클, 은빛을 한 라이터.
 취사에 썼다고 생각하는 냄비와 휴대용버너와 같은 인간의 흔적이 리더의 집 주위에 데굴데굴 구르고 있다.

 그리고 들녘에서 얻은 대부분의 것들이 처음 갖고 있던 빛을 잃고 있는 와중에도 유난히 빛을 유지하는 것이 리더의 집 입구 위에 놓여 있다.

 집 입구에는 사람의 아래 턱 뼈가 내걸려있다.
 치료 자국 있는 사람의 턱부분, 특히 이빨의 치료에 사용된 금속.
 그것이 박힌 치아의 턱 뼈는 이 마을 안에서 권력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그녀들의 하루가 끝난다.
 오늘은 그녀들의 취락 전원의 배고픔을 해소시킬 고기를 손에 넣고, 주거지의 새로운 보강을 가져다 줄 많은 뼈를 손에 넣었다. 그렇게 즐기고, 또 내일에 대비하다 잠이 든다.

 취락의 주위에서는 비교적 강한 힘을 가진 실장석들이 취락의 벽을 장식한 동물의 두개골들과 함께 주변을 경계한다. 그 두개골들은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인간, 멧돼지, 새, 개, 사슴, etc etc..

 두개골 수집품은 그녀들보다 훨씬 전 세대부터 내려온다.
  한두 세대 정도로는 얻을 수 없는 개수이다.

...사실 전전대부터는 시체의 머리, 특히 무거운 뇌가 걸린 두개골을 가져오는 일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 일부러 깨지 않으면 안의 고기를 구할 수 없고, 노동기여에 따라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얻는 것에 대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부족의 그녀들에게, 취락의 주위에 있는 두개골들은 선대의 확실한 유대를 느끼게 해준다. 밤의 어둠이 주는 공포를 얼마간 해소 시켜 주는 물건인 것도 사실이다.





 실장석의 몸에는 힘든 야생 생활이지만 그들은 비교적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




……

...바람이 분다.
삐걱 삐걱
가지로 이어진 고리 달린 비닐 끈이 바람에 나뭇잎 소리를 울리다.

나무에는 사람들이 매달려 있었다는 흔적이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남아 있는 것은 가지에 달린 긁힌 자국과 바람에 흔들리는 고리 달린 비닐 끈.



그리고 아래턱이 없는 두개골.



두개골에는 몇 마리의 개미가 기어가고 있다.
그 안의 고기를 둥지로 나르느라 개미는 길게 줄을 만든다.


숲에 달빛이 비친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흔들흔,들 흰 것이 바람에 흔들린다.
주인을 잃은 손수건이 외로운 듯 주인의 두개골을 지켜본다.





그렇게 한 인간의 흔적은 사라져 가는 것이다.


-끝

댓글 7개:

  1. 여운이 남는 작품인 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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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똥닌겐상 기껏 생을 마감해서 얻은 마지막 모습이란게 분충들 운치가 되는것인데스우? 차라리 쥐새끼한테 파먹히는게 나은 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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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잘뒤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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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실장석에게 먹힐바엔 억지로 살아가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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