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의 손은 떨리고 (1/2)


"여어~."

"오...!"

"이제 왔냐."

녹슨 철문을 열고 방에 들어갔더니 두 녀석 모두 이미 안에 있었다.
방바닥에 흩어져 있는 잡지와 옷, 구석에는 대충 개인 이불.
나는 적당히 비어있는 곳에 앉는다.
방 중앙에는 유리 테이블.
그 위에는 역시 소형 가스레인지와 전골냄비가 마련되어 있었다.


"...준비 다 했네."

"당연하지, 너 오기만 기다렸다."

이곳은 친구 중 하나가 세 들어 사는 아파트.
매주 주말이면 이곳에 모여 공원에 가는 것이 우리 셋의 습관...이라기보다는 오락이다.
우리가 지참하는 것은 빠루, 금속 배트, 골프채, 그리고 시에서 지정한 쓰레기봉투.
평소에 쌓인 울분이 풀리도록 낮에는 공원에 자리 잡은 실장석들을 학대.
밤에는 뒤풀이로 이 방에 모여 함께 전골을 먹는다.

두 친구는 의욕 만만이다.
평일에 쌓인 스트레스를 공원에서 해소, 밤에는 만취할 때까지 날이 새도록 마신다.
술안주 삼아 그날 공원에서 죽인 실장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최고였다.

하지만... 예전에는 나도 그것이 즐거웠지만 지금은 마음이 조금 내키지 않는다.
내가 이곳에 온 것도 약속 시간보다 15분이나 지나서다.
예전 같으면 방에 들어가 앉을 것도 없이 둘을 재촉해서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방에서 멍하니 있다.

"...야."

"응."

"너, 그렇게 마음이 안 내켜?"

"글쎄..."

한 친구의 질문에 나는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런 말 말고 일단 하는 데까지 해보자."

원래 그런 이유로 모인지라 나는 할 수 없이 일어났다.
각자의 도구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방 밖으로.

바깥세상은 초겨울 바람이 불어 추위가 몸에 사무쳤다.





"다 왔다."

"짐 꺼내자."

"응..."

15분 후, 우리는 시내 공원의 주차장에 차를 댔다.
차 트렁크에서 천으로 싼 각자의 사냥 도구와 쓰레기봉투를 꺼내 공원 안으로.

문을 빠져나오니 그곳에는 실장석들이 데스데스 떠드는 광경이 펼쳐졌다.

"으음...."

"...여기까지 왔으니까 즐겁게 하자구."

"그것보다 헌팅, 아니면 이대로 드라이브도 괜찮을 것도...."

역시 나는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
그런 나 때문에 흥이 식었는지 두 녀석도 양손에 사냥감을 들고도 마냥 서 있다.


"데스데스?"

지나가던 실장석 한 마리가 우리를 뒤돌아보았다.
그 녀석은 틀림없는 실장석이다. 틀림없는 평범한 실장석.

그런데 공원 안을 활보하는 녹색 생물들...... 그중에 실장석답지 않은 것이 있었다.

「데스데스우♪」

눈앞을 훤칠한 실장석이 뛰어지나갔다.
달리는 속도가 실장석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인간 여자아이, 유치원생 수준이다.
보통 실장석이 대략 3등신인데 비해 5등신은 될까.
눈동자는 크고 둥그스름하다.
머리카락은 아마색이지만 곱슬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직모에 가깝다.
코도 오똑하고 속눈썹과 눈썹도 존재했다.

"......역시 그만둘래."

"할 수 없지."

"그렇지...."

무력감에 사로잡힌 나는 자판기 앞에 서서 캔 커피를 빼고 벤치에 앉는다.
두 친구도 마지못해 자판기에 돈을 넣고 같은 벤치에 앉았다.




우리 셋은 지금껏 수많은 실장석을 죽였다.

그때까지는 신경도 쓰지 않던 실장석.
그렇지만 수천 마리나 죽이다 보면 한두 개 알아차리는 것도 있다.

어느 날 공원에서 학대하던 우리 앞에 불쑥 모습을 드러낸 실장석.

〈데...데스우...!〉

《...어, 어억!?》

치켜들고 내려치려던 빠루를 도중에 다급히 멈췄다.
눈앞에 있는 것은 실장석이 아닌, 실장석의 옷을 입은 인간 여자아이로 보였는데....

《이, 이 녀석은 인간...... 아니, 실장석인가?》


인간과 실장석의 혼혈...... 과연 어느 쪽에 속할까.


세상에는 별난 성벽을 가진 남자들도 적잖게 존재한다.
개나 고양이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존재인 실장석.
그 실장석을 성욕의 대상으로 보는 이들.
결과적으로 태어나는 것이 인간인지 실장석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생물이다.
우리는 그것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른다.
명백한 것은 수는 적지만 그것이 확실하게 존재한다는 현실.


사육실장을 예로 들어보자.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실장석을 덮치는 남자 중학생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 결과, 태어난 그것은 어떻게 되는가?
불완전하게나마 그것은 인간의 피를 이어받았다.
실장석과 달리 죽이는 것도, 보건소에 데려가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공원에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

또한 독신 남성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기르기 시작한 실장석에게서 태어나는 사례도 많다.
태어난 그것은 남의 눈 때문에 입양을 보낼 수도, 기를 수도 없다.
보통 신경의 소유자라면 차마 그것이 나와 실장석의 사랑의 결정이라고 주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버린다.
자기 자식... 자를 처분하지도, 돌봐주지도 못하고 무책임하게 버리고 가는 것이다.

그것은 실장석에 비해 뛰어난 점이 많다.
실장석보다 키도 크고 운동 신경도 좋고, 하나같이 지능도 높다.
게다가 웬만큼 자제력도 있어서 분수를 아는 구석도 있다.

그리고 아무리 학대파라도...... 우리 같은 인간이라도 그것을 학대하는 것은 주저한다.
실장석이면 몰라도 그것을 학대하는 것은 남들 눈에 띄면 안 좋다.
딱 한 번 도전하려 했지만 공포로 울부짖는 모습이 인간 여자아이와 겹쳐 보인다.
일반인이 보면 체포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왠지 그 이후로 실장석들을 죽여도 좀처럼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

그래도 그것을 피해 실장석을 학대했는데...... 최근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어......어라...?)

그것을 본 다음 주... 같은 공원에 왔는데 그것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때뿐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실장석을 매주 학대하게 되면서 우리는 그것을 몇 번이나 목격했다.
그런데 다음 주에는 모습이 사라졌다.
늦어도 다다음 주에는 공원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게 어쨌다고?》

친구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실장석이 이 세상에 나타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만큼 인간과 실장석이 거주공간을 공유하는 이상, 역시 성교는 많았을 것이다.
그 결과 태어난 그것도 숫자가 꽤 될 것이다.
그것을 가끔 보는데, 전체적으로 천 마리에 한 마리도 안 된다.
신체 능력으로 실장석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난 그것이라면 생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학대파도 그것을 죽이는 것은 주저할 것이다.
생각건대 그것에게 위험한 요소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개체 수가 전혀 늘지 않는다.

인간과 실장석의 불장난은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현실에 그 불장난의 결과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일까....

그 의문이 풀리지 않은 나는 취미인 실장석 학대에도 기합이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고민은 의미가 없어."

"음..."

친구가 정곡을 찔렀다.
확실히 내가 이렇게 고민해도 의미는 없다.
그런 것으로 고민할 틈이 있으면 실장석을 학대하자는 것이 두 녀석의 의견이다.
둘 다 이렇게 의욕이 만만한데 찬물을 끼얹어서 미안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좀 이르지만 사러 갈까?"

"찬성, 어쩐지 나까지 할 맘이 안 난다......"

"미안..."

나는 한 마디 사과하고 기대놓았던 짐을 들고 주차장에 가려고 했다.

"...아니, 잠깐만."

"뭐야?"

"기껏 차로 여기까지 왔잖아...... 교통비 삼아 가져갈까."

친구 하나가 그렇게 말하며 짐을 다시 벤치에 기대어 세우고 봉투를 손에 든다.

"교통비?"

"자실장 대여섯 마리, 술안주로."

두 녀석은 봉투를 한 손에 쥐고 공원 숲속으로...... 나도 덩달아 뒤따라 걸어갔다.



공원 안의 숲에는 많은 실장석이 서식한다.
그리고 자실장을 거주지에 숨겨놓는 친실장이 많다.
그 주위를 산책하는 자실장을 붙잡는 것도 좋지만, 이왕 하는 거 용의주도한 친실장의 자를 붙잡고 싶다.
영리한 개체가 더 괴롭히는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안주로 최고, 술도 잘 넘어간다.
그러기 위해 두 녀석은 오늘 밤 술안주가 될 자실장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 가던 두 녀석이 멈춰섰다.

"......숨어."

우리 셋은 나무 그늘에.

"괜찮은 거 있어?"

"아니..."

"뭐야?"

"왠지 낌새가 이상하다... 저거 봐."

친구가 가리킨 방향...... 20미터 정도 앞일까.


 하하하...

 데스데스우...♪

 텟츄~웅......♪

 테츄테츄...!


나무 밑동 근처에 틀림없는 실장석의 골판지 하우스.
그 곁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와 실장석이 웃고 있었다.
또한 그 근처에는 자실장이 몇 마리 보인다.
그 친자실장들은 고등학생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호라."

"그랬네...... 저 녀석, 길들이기하네..."

개나 고양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키우고 싶어도 집에 데려갈 수 없는 실장석.
가끔 그런 들실장에게 먹이를 들고 오는 아이가 많다.
아마 저 고등학생도 집에서 기를 수 없어서 가끔 이곳에 먹이를 들고 만나러 오는 것이겠지.

"...어떡할래?"

"봐라, 저 행복해보이는 실장석들의 얼굴을...... 근질거린다고."

"결정 났네..."

우리는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고 나무 그늘에서 그대로 숨죽이고 있었다.
10분이 지나나 고등학생은 실장석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숲을 빠져나가 모습이 사라졌다.
실장석들이 골판지 하우스 안으로 들어간 것이 보인다.
다시 10분...... 그 고등학생이 돌아올 기미는 없다.

"가자...!"

선두의 한 명이 말을 꺼냈고, 우리 셋은 골판지 하우스에 다가갔다.



"노크하고 여보세요!"

쿵! 쿵!

친구는 갑자기 골판지 하우스의 문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발차기는 노크가 아니거든.

"빨리 안 나오면 소중한 집이 박살 난다~?"

두 녀석은 의욕 만만이다.
나의 낮은 의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쾌활하게 구는 것 같지만....
문이 간신히 열리고 친실장이 얼굴을 내비쳤다.
그 틈에 나는 지참하던 실장 링갈의 스위치를 켠다.

"무... 무슨 일인 데...엣!?"

모르는 남자 셋이 갑자기 나타나면 놀라겠지.

"열 셀 동안 전부 나와! 열 세고 나면 집까지 통째로 밟을 거니까 맘에 드는 쪽을 골라."

"데...! 자, 잠깐 데스우...!!"

친실장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명령한다.
그러자 안에서 자실장이 한 마리씩 나왔다.

"테츄......"

"뭐, 뭐인 테치...?"

한 마리, 두 마리......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가 골판지 하우스에서 나왔는데...

"아..."

"오오......"

"설마..."

우리 셋의 눈은 마지막으로 나온 자실장에게 고정되었다.

"데, 데스우......"

그 자실장은 '그것'이었다.

"봐, 봐주시는 데스! 자들은...... 자들만은 살려주시는 데스우!!"

친실장이 자실장을 등 뒤에 감추고 눈물을 흘리며 우리 셋을 향해 머리를 조아린다.
그런 광경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보았기에 이제 와서 별 감흥도 없지만...... 관심은 다섯 번째 자실장에게 쏠렸다.

"야, 설마...?"

"응, 아까 그건 길들이기가 아니라... 그거네......"

나는 친실장 앞에 몸을 구부리고 등 뒤에 숨긴 그것을 보며 물었다.

"너...... 거기 뒤에 키 큰 자의 부모는 누구냐?"

"그, 그건......데스우..."

"빨리 대답 안 하면 죽인다...?"

친실장이 대답하기 곤란해하는 것이, 부모가 누구인지 십중팔구 분명하다.
하지만 확답을 얻기 위해 물어본다.
다섯 번째 자실장은... 아니, 자실장이라고 부르기에 무리가 있는 그것은 다른 자실장에 비해 키가 크다.
비율이 좋고, 팔다리도 길고 눈동자는 커다랗다.
명백하게 보통 자실장과는 다른 개체.



"이 자는...... 와타시와 주인님의 사랑의 결정 데스..."



우리는 착각했던 것이다.
아까 그 고등학생은 길들이기가 아니라 연애 상대인 실장석을 보러 왔던 것이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자세하게 들려줘라."

이렇게 된 이상 도망갈 수도 없고, 따를 수밖에 없다.
친실장은 체념하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까 그 고등학생은 예전 주인이었던 모양이다.
아직 어릴 때 애완동물 가게에 있던 친실장은 어느 집의 소년의 생일 선물로 팔렸다.
다른 형제가 없었던 모양인지 소년은 친실장을 가족처럼 다뤘다.
친실장은 영리한 개체였던 듯 소년의 파트너로서, 그리고 가족의 일원으로서 자랐다.

그런데 어느 날 부모가 외박하던 밤...... 소년은 실장석에게 행위를 재촉했다.
소년은 예전부터 애정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 셋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심정이지만.
그런 주인 소년의 강요에 실장석이 거절할 리도 없고...... 그날 밤 맺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한 번 맺어지자 양측은 서로를 점점 사랑하게 되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를 가늠해서 소년은 실장석에게 요구했다.
실장석도 소년에게 화답했다.
그러나 밀월은 짧았다...... 실장석이 임신해버리는 데 그리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또한 부모에게 실장석과의 관계가 발각되자 소년은 공원으로 도피시키기로 결심했다.
가장 깊숙한 이 장소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이 친실장은 정이 많은 녀석 같다.
친이 없는 자실장들을 발견하고는 데려와서 자신의 자로 키우기로 했다.
그리고 소년은 가끔 식량을 가지고 모습을 보러 오게 되었다.
사랑하는 실장석과 자신의 자를 만나기 위해.

"어떡할까..."

법률상 이 녀석들은 사육실장도 그 무엇도 아니기에 지금 여기서 죽여도 전혀 문제가 없다.
예전에도 길들여진 행복해보이는 들실장을 죽인 적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친실장의 등 뒤에 있는 그것.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조되었던 의욕이 그것을 본 순간 내려가버렸다.
이런 것은 한 번 흥이 식으면 절망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친구는 앞으로 나섰다.

"비켜...!"

"걋!"

우선 친실장을 옆으로 치우고 자실장들을 내려다본다.

"가져갈 거냐?"

"빈손으로 돌아가기도 허전하고...."

"너한테는 미안한데, 역시 그만둘 수 없어!"


"뭐 하는 테츄ㅡ!"

"마마, 구해주는 테치ㅡ!"


두 녀석은 희희낙락하며 자실장을 잡아서 봉투 안에 집어넣었다.

「동생들에게 뭐 하는 테츄ㅡ!」

'그것'이 친구의 발치에 와서 다른 자실장들을 구하겠답시고 매달렸다.

"일단 이 녀석도 가져갈까."

「텟챠아아!」

그것을 집어들고는 봉투 속에.

"그래... 어차피 하는 거 이쪽도!"

"그, 그만두는 데갸...!"

나뒹굴던 친실장도 집어 들고는 다른 쓰레기봉투 안에 집어넣는다.

"어미 쪽은 상관없는데... 나중에 아까 그놈한테 우리 일을 꼰지르면 귀찮으니까 입막음용이야."

"찬성, 가끔은 부모 자식 같이 돌봐줄까♪"

일단 불이 붙으니 두 녀석 모두 의욕 만만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쓰레기봉투 두 개 안에 친자실장이 여섯 마리.
방에 돌아가서 어떤 학대 메뉴로 할지 고심하고 앉았다.

"야 야...... 증거인멸이면 이것도 잊지 말아야지."

두 녀석과는 반대로 의욕이 낮은 나는 골판지 하우스를 들어 올렸다.
'취급 주의'라는 빨간 라벨이 붙은 골판지.
안에는 생활용품 같은 것이 들어있는 것 같지만 들어올리는데 지장은 없다.

"그렇지. 그건 대충 가다가 버릴까."

"다른 실장석이 주워서 쓸 테니까."


뜻밖의 전리품에 발걸음이 가벼워진 두 녀석.
나도 그 뒤를 따라 숲 밖으로.
근처에 있는 실장석에게 골판지 하우스를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영차."

"챠아!"

"걋...!"

방에 돌아와서 봉투에서 실장석들을 꺼내 거대 수조 안에 집어넣는다.
다소 난폭하지만 상대는 실장석.
신경 쓸 것 없다.

"...와, 와타시들을 어떻게 할 생각인 데스...!?"


"야, 냄비는 어딨냐ㅡ?"

"그럼 나는 손질할게."

"손 잘 씻어라ㅡ."

수조 안에서 친실장이 뭐라고 말하지만 무시.
그것보다 조금 전 슈퍼에서 사 온 식재료 손질이 우선이다.
돼지고기, 채소, 표고버섯, 파드득나물...... 그 외 이것저것.
매주 해온 탓인지 전골 준비는 손에 익었다.
고민이 있어서 우울하던 나도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니 역시 조금은 즐겁다.


"...오케이, 이제 다 됐나?"

"응, 그럭저럭 됐어."

한 시간 지나자 테이블 위에 놓인 전골에서 김이 나고 있었다.
오늘 밤은 채소를 듬뿍 넣은 두유 전골.
추운 날에는 이게 최고다.
보통 전골과 달리 오랫동안 끓여야 하지만 그게 또 좋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수록 나중에 맛있어진다.

우리 셋은 테이블 위의 전골을 둘러싸고 앉는다.
기다리는 동안 적당히 잡담하며 시간을 보냈다.

탁탁!

"응...?"

탁탁!

전골의 향을 즐기며 나누는 대화를 가로막는 소리.
소리가 나는 방향...... 수조를 보니 친실장이 유리를 두드리며 뭔가 호소하고 있다.

"뭐야?"

"자들이 배고파하는 데스..."

"시끄러워. 닥치고 있어."

"뭐, 뭔가 먹을 것을..."

나는 국자로 끓어오르는 전골에서 국물을 퍼 올렸다.
퍼 올린 국물을 흘리지 않게 수조 쪽으로 가져가서...

"자."

"데......갸아아아아아아아!"

머리에 끼얹어주자 수조 안에서 야단법석을 떤다.

"마, 마마아!!"

"정신 차리는 테츄!"

자실장들이 뛰어가 화상으로 머리가 새빨개진 친실장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즐겁게 식사를 할 거야.
이 옆방은 매주 주말이 되면 여자랑 나가서 아무도 없거든.
그러니까 어느 정도 떠들 수 있어.
그렇지만... 그래도 너희가 떠들면 짜증 난다고."

"갸...아..."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친실장은 신음하기만 할 따름.
조금은 학습했는지 자실장들도 조용해졌다.

"야, 상관없는데 다 먹는다ㅡ."

"이제 먹을 시간이야."

"오, 미안미안!"

친구의 말에 나도 전골을 둘러싸고 두유 전골에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테에..."

"테츄..."

수조 유리 너머로 자실장들이 이쪽을 본다.
일부러 환기 팬을 작동시키지 않았기에 방 안에 전골 냄새가 충만.
실장석들의 식욕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맛있어! 이거 진짜 맛있다!"

"이 돼지고기 최고...! 혹시 가고시마 흑돼지야!?"

슈퍼마켓 특판으로 사 온 브로일러가 아니었나.
하지만 그것을 목도하고 있는 실장석에게는 진수성찬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두 친구는 그런 실장석에게 구경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구경시키면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잘 먹었다...!"

"역시 추운 날은 이게 최고지."

"일주일의 피로가 풀린다...."

냄비 안을 깨끗이 비우고 식후 휴식 시간.
우리는 그 자리에 누워 담배를 피우며 두유 전골의 여운에 잠겨 있었다.

"...그래서, 배도 불렀겠다 시작할까?"

"나쁘지 않지. 간만에 몸이 근질근질하네."

두 친구는 의욕 만만이다.
나도 혼자만 의욕이 낮다고 찬물을 끼얹기도 미안하다.
적어도 맞춰주는 시늉이라도 하자. 우리 셋은 전골 뒷정리에 들어갔다.




15분 후.
전골을 정리하고 유리 테이블을 방구석으로 이동.
그 대신 방 중앙에 깔린 것은 파란 시트, 또 그 위에 신문지.

"...그럼 첫 게스트는 너다."

"와, 와타시를 어쩌려는 데스...!?"

신문지 위에는 조금 전 화상으로 얼굴이 빨개진 친실장 한 마리.
그리고 우리는 100엔 샵에서 사 온 일회용 우비.
왜 굳이 실내에서 우비를 입었는지...... 학대파라면 이해가 될 것이다.

"뭐야, 그야 뻔하잖아?"

"오늘은 어떤 식으로 요리해줄까..."

역시 두 녀석은 의욕 만만이다.
배도 불렀겠다 가볍게 학대.
아니 사실은 가볍지는 않지만...... 일단 친실장부터 반죽음으로 만들 작정인 것 같다.
그다음에 느긋하게 자실장 쪽인가.
그러자 친실장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신을 팔로 끌어안듯이 감싼다....

"여, 역시...... 와타시의 몸이 목적이었던 데스!?"


"...뭐어?"

"어...?"

틀림없이 목숨을 구걸하나 했더니, 뜻밖의 말에 우리는 웃음을 그친다.

"와타시의 몸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은 주인님뿐인 데스...!
다, 다른 닝겐에게는 손가락 하나 못 대게 하는 데스!!
와타시의 순결은...... 주, 주인님만의 것인 데스...!!!"


"......"

"......"

두 친구 모두 표정이 굳어있다.
그것보다 어깨가 떨리는 것이 보인다.
척 봐도 그 떨리게 한 원인이 분노의 감정임을 알 수 있다.

".........크크."

"흐흐..."

분노가 지나친 나머지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둘은 천천히 친실장에게 다가간다...

"오, 오지 마는 데스!
무슨 일을 당해도 와타시는 주인님뿐인 데스...!
오마에들에게는 굴하지 않는 데스...!!"

"자, 자, 흥분하지 마..."

"우리는 딱히 너를 덮치거나 하지 않는다고."

"데...에?"

확실히 덮치지는 않겠지.
뭉개버리거나 할지는 몰라도.

"그것보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그 주인님은 왜 지금도 돌봐주는 거야?"

"너를 버렸잖아?"

"그, 그건 아닌 데스..!"

친실장은 힘주어 말했다.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따로 살고 있는 것뿐이라고.
주인님이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일하고, 집을 나와서 아파트로 이사.
그 이후 준비가 되면 자신을 데리러 와줄 것이다.
그리고 친실장과 그 고등학생끼리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와타시와 주인님, 그리고 유우와 다른 자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데스!"

"유우...?"

생소한 단어에 우리 셋은 얼굴을 마주 본다.

"와타시와 주인님의 사랑의 결정 데스...!"

아ㅡ 그런 것인가.
수조 안에서 지금도 유리 너머로 이쪽을 보고 있는 키 큰 자실장.
그것의 이름이 '유우'인가.

"...좋은 생각 났다."

"뭔데?"

"뭐야...."

친구 하나가 수조 쪽으로... 두 팔에 자실장들을 안고 돌아왔다.

"옜다."


"마, 마마~!"

"무서웠던 테츄~!"

바닥에 내려주자 일제히 친실장 쪽으로 뛰어갔다.

"이, 이제 괜찮은 데스...! 오마에들은 와타시가 지키는 데스!!"

발치에 온 자실장들을 달래는 친실장.
눈물을 흘리며 재회를 기뻐하고 있었지만....

"그러고 보니 너는 어째서 자실장을 그렇게 모았냐?"

"데...데에?"

"혹시 비상식량으로 기르는 거야?"

"아, 아닌 데스!"

친실장은 자들을 양팔에 안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들은 와타시의 가족 데스!"

피가 이어지지 않은 네 마리의 자실장들.

처음으로 공원에 데려가졌을 때,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일단 주인님이 먹을 것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굶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들실장석 사회는 약자에게 자비가 없다.
눈에 띄지 않도록 자신과 유우의 옷을 더럽히고 들실장 속으로 녹아들어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왔지만 처참한 광경을 몇 번이나 목격했다.

성체실장석 한 마리가 죽으면 그 자실장들의 운명은 거의 정해진다.

다른 사나운 들실장들에게 잡아먹히거나 노예가 되거나.
아니면 무방비하게 돌아다니다가 학대파에게 붙잡히거나....

어느 날 골판지 하우스 근처의 풀숲에 웅크리고 있는 자실장을 발견했다.
옷은 해지고 그것도 모자라 실장석의 체액으로 찌들어있었다.

(오, 오마에는...... 이런 곳에서 왜 그러고 있는 데스?)

(마마가...... 마마가 죽어버린 테츄...)

전날 아침, 그 자의 친실장이 식량을 찾으러 간 채 돌아오지 않았다.
낮이 되어도 밤이 되어도 골판지 하우스에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날 아침, 자실장은 친이 걱정되어 혼자 밖으로 찾으러 갔다.
하지만 자실장의 다리로 발견될 리도 없다.
더군다나 자실장 혼자 나다니는 것은 자살행위다.
결국 찾지 못하고 거주지로 돌아가자, 기다리던 것은 처참한 광경이었다.

(자실장 육회 데스~!)

두고 온 자매 자실장들은 전부 동족들에게 잡아먹혔다.
돌아갈 집을 잃고 방황하다가 이 친실장에게 구해졌다.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 데스...! 지금은 와타시가 이 자들의 친인 데스!!"


"마마아..."

"테츄우..."

작은... 너무나도 작은 손으로 친실장에게 매달리는 자실장들.


"즉, 소중한 가족이라는 거냐."

친구 하나가 한발 앞으로 나갔다.

"호오...... 그렇게 소중한 거냐...... 정말인지 아닌지 시험해볼 필요가 있겠구만?"

둘은 눈짓을 했다.
앉아있는 위치를 옮기자 친실장의 좌우에...

"자~ ...똑바로 안 지키면 소중한 가족을 뺏겨버린다~?"

"어디서 오려나~?"


"오, 오마에들, 와타시에게서 떨어지면 안 되는 데스...!"

둘은 손을 뻗어서 친실장 쪽으로...... 정확히는 자실장에게 다가간다.

"휘이휘이~ 똑바로 안 지키면 잡혀버린다~♪"

"이쪽으로 할까~... 역시 이쪽이다~♪"


"걋! 걋! 거, 건들지 마는 데스~!!"

친구 둘의 손이 번갈아 자실장들에게 뻗는다....
둘 다 그냥 붙잡을 생각은 없고, 일부러 애를 먹는 시늉을 하고 있다.
친실장의 손이 닿지 않는 자에게... 다시 다른 자에게.
붙잡기 직전에 손을 움츠리고...... 다시 다른 손이 다른 방향에서 다가간다.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자실장들을 지키는 친실장.
그러나 자실장 다섯 마리, 전부 지키기에는 친실장의 손은 두 개밖에 없다.
저 자를 지키려고 하면 다른 자를 지킬 수 없다.
반면 친구 둘의 손은 전후좌우, 어디에서건 뻗어온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소중한 자...... 한 마리도 붙잡히게 할 수는 없다.

그런 애처로운 모습을 두 녀석은 히죽히죽 웃으며 손을 뻗어 농락하고 있었다.

"잡았다♪"

"챠아아!"

친실장의 손에서 흘러나와버린 자 한 마리를 친구가 들어 올렸다.

"갸, 갸아아아! 그 자를 돌려주는 데스우우!!"

"괜찮겠어~? 다른 자를 가져가버린다~?"

들어 올려진 자에게 손을 뻗으려는 친실장.
그러나 그렇게 하면 수중에 있는 네 마리의 자를 지킬 수 없다.

"그, 그, 그 자는 안 되는 데스! 그 자는 소중한 자인 데스우우!!"

친실장은 어쩔 수 없이 수중의 네 마리를 안고 애원한다.

"마마아~! 마마아~!"

"그 자는 영리하고 착한 자 데스...!
절대로 닝겐상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데스... 데스니까 봐주시는 데스...!!"

친구의 손 안에서 발버둥 치는 자실장과 울부짖으며 애원하는 친실장.

"...좋은데."

"응, 이 순간을 위해 살아있는 거지."

그런 친자의 리액션에 두 친구는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녀석들, 뿌리부터 학대파라니까.
한편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유리잔에 술을 기울이며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뭐 그럼... 처음엔 정석으로 갈까♪"

(뿌직)

"테......챠아아아아!!"

야마구치식 리볼텍의 관절을 빼는 것보다 가볍게 자실장의 팔을 잡아 뜯었다.

"마마아, 구해주는 테츄아아아!! 아파, 아픈 테츄우우우우우!!"

(뿌직... 뿌직...)

사지를 잡아 뜯길 때마다 자실장은 비명을 지르며 친실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만하는 데스! 그만하는 데스우우! 그 자는 아무 잘못도 없는 데스우우우!!!"

몸을 갈기갈기 찢기며 친에게 도움을 청하는 자실장.
손을 뻗어 자를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애원하는 친실장.

몇 번이나 눈에 익은 광경...이었지만.

자실장 한 마리가 친실장의 손을 빠져나가 앞으로 나섰다.

「닝겐상, 그 자를 용서해주는 테츄~!」

그 반편이 실장석이다.
이름은...... 어라, 뭐였더라.
아무튼 그것은 제법 희귀한 리액션을 보여주었다.
이런 경우, 자실장도 뭐라고 떠드는 일이 많다.
가끔 친의 손을 벗어나 우리에게 달려드는 멍청한 자실장도 있다.

「제발 테츄, 제발 테츄~!」

자실장을 분해하는 친구 옆에서 그것은 꾸벅꾸벅 머리를 조아렸다.
한결같이 자매를 구하려는 것이다.


"너만 즐기지 말라고~ 다음은 나."

"챠아앗!"

돌아보니 다른 한 친구가 재빠르게 친실장에게서 다른 자를 빼앗고 있었다.

"걋...! 이제 그만하는 데스~!!"

「그 아이도 돌려주는 테츄~!」

울부짖는 친실장과 돌아서서 친구 쪽으로 뛰어가는 그것.

「그만두는 테츄...... 이제... 그만해주세요 테츄...」

친구의 발에 매달려 용서를 비는 반편이 실장석.

"오케~이, 그럼 오랜만에 관통식 갈까~!"

"야 야, 자실장한테! 너 진짜 나쁜 놈이다~♪"

그러더니 친구는 100엔샵 봉투에서 스포이트 같은 물건을 꺼내... 자실장의 팬티를 내리고....

"에잇...♪"

"츄앗...!"

스포이트 같은 물건의 끝을 억지로 자실장의 총배설구에 밀어 넣는다.
태어나서 첫 이물질 삽입에 자실장은 움찔하며 크게 몸을 떤다.

"마, 마마~! 오네쨩, 구해주는 테츄...!"

고개를 저으며 싫어싫어 하는 자실장...... 그때, 친구가 스포이트 몸통을 짓눌렀다.

"차, 차가운 테츄... 뭐, 뭔가가 배에.........챠아아아아아아아!!!!"


자실장은 등을 돌리며 손 안에서 미친 듯이 발버둥 치고 있었다.

"배, 배가...! 배가 뜨거운 테츄!! 타버리는 테츄우우우!!!"

친구가 자실장 속에 밀어 넣은 것은 순간접착제.
요즘 100엔샵에는 그런 것까지 있는 건가... 떨어진 장소에서 감탄한다.

"너 한 마리한테 105엔이나 썼거든... 영광으로 알아라...♪"

"츄앗! 그만 테츄...아아아아!"

빠져나온 순간접착제를 계속해서 손에, 발에... 차례차례 열을 내며 굳어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발버둥치던 자실장은 서서히 움직임이 둔해지고....

"으라차차♪"

"그, 그만...츄븝!"

입속에 억지로 밀어넣어 안에 순간접착제를 주입.

" ~! ~!!"

입속이 굳어 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 자실장...... 그러나 튜브 끝은 더욱 떨어지지 않고....

"이번엔 여기다♪"

" !!"

한쪽 콧구멍에 흘렸다.
불과 몇 초 만에 굳어져서, 당연하지만 그곳으로는 숨을 쉴 수 없다.

" ~! ~!"

한쪽밖에 없는 콧구멍으로 열심히 숨을 쉬려는 자실장.
어떻게든 해보려 해도 팔다리는 이미 굳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마무리♪"

" ~~!!"

다른 한쪽 콧구멍마저 접착제로 막혀서 마침내 숨 쉬는 것도 불가능.
목을 휙휙 가로저으며 눈물을 흘리며 친실장 쪽을 보면서 눈으로 도움을 청하고...

" ~! ...~~!............!......"

자실장은 괴로운 표정을 지은 채 눈을 까뒤집고...... 잠시 후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이 표정, 최고야!"

"응, 마음이 정화되지...!"

두 녀석은 의욕 만만이다.

"하여간 잘도 한다니까... 응?"

그런 광경을 술안주로 삼고 있는 내 근처에 그것이 다가왔다.

「구해주는 테츄!」

"어~ 뭐를?"

「우리 가족을 구해주세요 테츄...!」

연이어서 다른 자실장이 잡히고... 다시 다른 자실장도 잡히고....
친실장은 결사적으로 안간힘을 써서 두 녀석에게서 자실장들을 되찾으려고 울부짖고 있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해야 되지?"

「제발 테츄, 제발 테츄...!」

반편이 실장은 책상다리로 앉아있는 내 다리에 매달리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머리를 숙이고 있다.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나참."

「테츄...!」

한번 힐끔 보기만 하고 나는 다시 술잔을 입가로.
딱 좋게 취기가 돌았다...... 정말 좋은 기분이다.
그리고 나는 반편이 자실장을 들어 올려 친구 둘에게 보였다.

"야, 너네~ 이 녀석이 글쎄, 자극이 부족하단다!"

"뭐~!?"

"뭐라고!?"

"시시하니까 더 굉장한 학대를 보여 달래."

「그, 그런 말 안 한 테츄~!」


"쳇...... 할 수 없지~!"

"나는 아직 진심으로 안 했다고~!"

반편이 실장의 요청으로 두 친구는 더욱 기세가 올랐다.
자실장이 한 마리, 다시 한 마리, 두 친구에게 다양한 취향이 어우러진 학대에 의해, 어느 것 하나 할 것 없이 시달린 끝에 죽어갔다.
친실장은 도게자하며 자실장을 죽이지 말아 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한다.
자실장의 체액이 튄 신문지에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친실장의 그런 모습조차 우리에게는 재밋거리밖에 안 된다.

"...이제 자실장은 끝인가."

"갸......갸아아아! 와타시의... 와타시의 자들이...!"

이미 고깃덩이라기보다 그야말로 음식물 쓰레기가 된 자실장들.
그리고 반편이 실장을 제외한 전부를 가지고 놀자, 두 녀석의 타겟은 친실장으로 바뀌었다.

"이 녀석은 어떻게 할까~♪"

"맞다, 오랜만에 그거 안 해볼래?"

"좋아! 그럼 내일 아침밥을 걸까!!"

붙들리는 친실장.
다시 100엔 샵 봉투에서 꺼낸 것은 날이 큼직한 커터칼.

"처음엔 다섯 번씩이다♪"

"오케이♪"

"뭐, 뭘 하는...데갸아아아아!"

커터칼을 든 친구의 손이 내려쳐진다...... 동시에 울리는 친실장의 비명.
싹둑하고 왼팔이 깊이 잘려 뼈가 노출되었다.

"자, 앞으로 네 번♪ 세 번... 두 번...♪"

"갸아아! 그만하는갸아아!!"

배, 오른발, 등...... 그리고 복부, 총 다섯 군데를 찢어발겼다.

"좋아, 내 차례다!"

"걋! 그, 그쪽도 안 되...갸아아!!"

다른 친구 하나도 친실장의 몸을 다섯 군데 찢어발긴다.
그렇게 한 세트가 끝나고, 두 세트째가 시작된다.

"다음은 나의 턴!
몬스터 카드, 드로우! (1차 베기)
몬스터 카드, 드로우! (2차 베기)
아직 내 배틀 페이즈는 끝나지 않았다구!
몬스터 카드, 드로우! (3차 베기)
몬스터 카드......!"

"갸아! 갸아아! 갸아아아......"

다시 찢어발기기 시작하는 친구.
신이 났구만...... 별 상관없지만 구호가 요란하다고.
즉, 이 게임은 교대로 실장석을 베어가다가 자기 차례에 죽은 녀석이 패배.
첫 다섯 번이 끝나면 다시 다섯 번 찢어발긴다.
그리고 세 바퀴 돌고 나서는 세 번 찢어발기기로 변경.
실장석을 괴롭게 하면서 쉽게 죽이지 않고 또한 내일 아침식사 내기.
진짜 일석삼조란 이런 것이지.

「마마를...! 마마를 구해주는 테츄~!」

내 다리 근처에서 뭔가가 떠들고 있다.

"흐아암...."

살짝 취한 나는 우비를 벗고, 떠들고 있는 반편이 자실장을 잡았다.
그대로 조금 전까지 있던 수조 속에 대충 내던진다.

「챠앗...!」

"시끄럽다고...... 나는 한숨 잘까..."

시트가 덮이지 않은 방의 빈 공간에 누워 반쯤 감긴 눈으로 친실장의 최후를 보고 있었다.

"제법인데~?"

"너한텐 안 진다...!"

"갸......이제.........그, 그만......데에..."

턴이 진행될수록 친실장의 사지는 몸에서 떨어져 나가고... 말수가 줄어들었다.
커터칼로 살을 베이고... 내장마저 토막 나고... 이따금 경련할 뿐.

그리고 그 경련마저도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 보이고... 거기서 내 의식은 끊겼다.





"......음."

문득 깨어나니 방 안은 어두컴컴했다.
두 친구는 자기 전에 제대로 정리한 것 같다.
실장석들의 체액이 튄 신문지는 깨끗하게 치워졌고,
맨 밑의 파란 시트도 제대로 접혀있었다.

부엌 쪽에 쓰레기봉투가 보인다.
아마도 저 안에 실장석들의 시체, 아니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있을 것이다.
두 친구는 그 이후에도 마신 듯, 테이블 위에 잔이 놓여있었다.
그런데 어느 쪽이 게임에서 이겼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어나서 소변을 보러 화장실 쪽으로 갔다.

「테에엥......테에엥......」

"응?"

소리 나는 쪽을 보니 수조.
그 반편이 자실장이 수조 안에서 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그런가... 아무것도 안 먹었구나."

나는 부엌에 놓여있던 식빵 한 장을 꺼내 수조 안에 던져넣었다.
그러고 보니 두 친구도 이 녀석에게는 손은 대지 않았군....

「그런 것보다... 그런 것보다, 와타치의 가족을 돌려주는 테츄...!」

받은 빵에 손도 대지 않고 반편이 실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눈물을 흘리며 수조 유리에 손을 대고 나에게 호소했다.

"...안심해라, 우리는 너를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실제로 우리는 '그것'을 죽이거나 한 적은 없다.
실장석이면 몰라도 그것은 인간의 피가 섞였다.
분하지만 절반은 우리 인간과 똑같다...... 그래서 두 친구도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심한 일을 하는 테츄....」

"뭐라고?"

「어째서 와타치들이 이런 꼴을 당하는 테츄...!」

화장실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왠지 모를 변덕으로 반편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야 어쩔 수 없지."

「뭐가, 뭐가 어쩔 수 없는 테츄...!?」

"너희는 실장석이니까."

「테에...!?」

반편이가 수조 안에서 놀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정확히는 너는 실장석이 아니지만 말이지~ 실장석은 죽임당해도 어쩔 수 없어."

「어째서 테츄...! 뭐가 어쩔 수 없는 테츄...!?」

더욱 물고 늘어지는 반편이 자실장에게, 나는 귀찮아져서 대충 대답해주었다.

"이유 같은 건 없어. 굳이 말하자면 실장석은 사냥당하는 쪽, 인간은 사냥하는 쪽이라는 거야."

「사냥당하는... 사냥하는... 테츄?」

"그래. 이건 훨~씬 옛날부터 정해진 거야. 이유 같은 건 없어.
단, 보통 사냥하고 다른 건 실장석을 사냥해도 돈이 되진 않는다는 거지.
그딴 음식물 쓰레기, 고기도 맛없고 모피로도 못 써.
굳이 말하면 오늘처럼 놀아주는 정도려나.
그게 아니면 실장석은 사냥할 가치도 없어."

그렇게 말하고 나는 화장실로.
뒤에서 반편이 자실장이 뭔가 말한 것 같았지만 관심 없다.

"자, 그럼 다시 한숨 잘까...... 응?"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자려고 하다가 수조 안의 그것에 주의가 갔다.

「그렇지 않은 테츄.... 와타치들은...... 사냥당할 뿐이 아닌 테츄....」

하지만 나는 더는 신경 쓰지 않고 베게 대신에 방석을 대충 말아서 쓰고, 가까이 있던 담요를 집어 몸에 덮는다.
계절이 계절이지만 안은 난방이 돌아가서 추위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시 졸음 속으로...... 잠의 밑바닥에 가라앉는다.



「사냥당할 뿐이......아닌 테츄...!」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무력한 반편이 자실장의 말을 들으며 내 의식은 다시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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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

눈을 뜨니 벌써 시계가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방에는 코를 골며 곯아떨어진 친구 두 명.
실컷 학대를 즐긴 탓인지 둘 다 상쾌할 정도의 표정으로 자고 있다.
이 녀석들, 진심으로 실장석 학대를 즐긴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기에 내 쪽은 식어버렸다는 것도 느껴진다.

천장의 한 점을 보며 나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되돌아본다.

우리 셋은 같은 대학 같은 과에 다니는 학생이다.
왠지 마음이 맞아서 같이 행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누가 말을 꺼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날 실장석 학대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다지 관심은 없었다.
굳이 왜 그런 일을 하기 시작했냐면 심심했으니까.
그리고 생각보다 재미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주말 학대가 일과가 되어버렸다.

 (그 자들은...! 와타시의 소중한 자들 데스...!)

실장석을 처음으로 학대했을 때는 최고였던 것을 떠올린다.
친실장이 우리 셋의 손에 각각 붙잡힌 자실장을 구하려고 울부짖고 있었다.

 (마마, 마마아~!)

손 안에서 덧없이, 무력하게 도움을 청하는 자실장.
나는 그때 처음으로 겪는 체험에 등줄기가 오싹거렸다.

 <흐흐흐... 자~ 너의 소중한 자가 찌부러진다~?>

 (...츄앗!! 아아아아아아아앗...!!)

손에 힘을 주자 점점 얼굴이 일그러져 고통을 호소하는 자실장들...

 (그만, 그만하는 데스~!! 그 자는 아무 잘못도 없는 데스~!!!)

그런 자실장들을 보고 친실장은 울부짖으며 우리의 다리 밑에 달라붙어 올려다본다.
그 친실장의 표정이 최고였다.
자를 걱정하는 슬픔과 절망감, 그리고 비애.
나도 모르게 가버릴 것 같은 쾌감이다.

 ...꾸직

마지막으로 가벼운 비명을 지르고 자실장은 움직이지 않게 된다.
친실장은 절망적인 비명을 지른다.

나는 그때 웃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즐거운 놀이가 있겠냐고.

그리고 결코 잊히지 않는 것이 그때 자실장을 뭉갠 나의 손이다.


그때 나의 손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그럼."

나는 생각을 중단하고 일어나서 먼저 샤워를 하기로 했다.
어제는 술 마시고 목욕도 하지 않은 데다, 이제부터 외출하려면 깨끗하게 하고 싶다.
두 친구도 쓰기 전에 먼저 쓰는 것이다.
가져온 수건과 갈아입을 것을 들고 욕실로.

도중에 문득 수조 안의 그것에 주의가 갔다.

「새근...새근...」

그것은 수조 구석에서 몸을 작게 하고 누워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간밤에 던져준 빵에는 전혀 입을 대지 않은 것 같다.

"고작 가족이 죽은 것 가지고...."

실장석 주제에 가족이 죽임당한 정도로 울지 말란 말이다.
마치 인간 같다고 생각하다가 반쯤 인간이었다는 것을 떠올린다.

그나저나 문제는 이 녀석을 어떻게 하느냐다.

홧김에 다른 실장석과 함께 가져와버렸는데 어떻게 처리를 할까?
죽이는 것은 사양이다.
만약 이 녀석이 평범한 자실장이었다면 즉시 부엌에 있는 쓰레기봉투에 집어넣었을 것이다.
그리고 쓰레기 내놓는 날에 집하장에 옮기면 그것으로 만사 오케이.
하지만 현실은 절반은 인간이다.
우리도 실장석을 죽이는 데 저항은 전혀 없지만 마지막 선을 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전부 죽인 이상 원래 있던 공원에 돌려보내는 것은 안 좋다.
그 고등학생에게 보호되면 나중에 귀찮게 된다.
어떤 형태로 보복을 당할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 우리 셋에게 죽었다는 것을 알면....

"...젊은 혈기의 소치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애초에 실장석을 연애 대상으로 봐서 어쩌자는 거야.
사람의 도리에서 벗어나려는 것을 구해줬으니 오히려 감사받고 싶을 정도다.
뭐, 그 나잇대 어린애의 생각이다.
실장석의 존재는 사흘 만에 잊을 것이다.
그 고등학생도 먹이를 갖다 주는 것이 귀찮았을지도 모를 일이지.
사실 없어져서 보살필 필요가 없어졌다고 좋아할지도 모른다.

「테에...」

그때 반편이 자실장이 잠결에 몸을 뒤척였다.

그나저나 다시 보니 보통 실장석과 확실히 다르다.
인간 정도는 아니지만 훤칠하게 뻗은 팔과 다리.
적당히 데포르메된 몸이랄까.
그리고 코도 오똑하고 눈도 크고, 뚜렷한 이목구비.
더욱 주의 깊게 봐서 그런지 들실장이면서도 머리털도 깔끔히 정돈되어있다.
나는 실감이 나지 않지만 세상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귀여운 축에 속하겠지.

그렇다고 어쩌라는 거야.
절반은 인간의 피가 들어갔어도 역시 이 녀석은 실장석.
나는 조금도 기를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것보다 밥은 어디서 먹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욕실로 들어갔다....




"기다렸지~."

"오~ 이제 다들 산뜻해졌네."

시간은 10시 전이 되었다.
그 뒤로 두 친구도 샤워를 하고 잠을 깬 것 같다.
갈아입기도 끝내고 어디든지 나갈 수 있는 태세.
하지만 슬슬 시간상으로는 점심시간이다.
그래서 다른 손님으로 붐비기 전에 일찍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와타치를, 와타치를 파파에게 돌려보내주는 테츄~!」

그 반편이 자실장이 수조 유리 너머에서 애원했다.
유리를 톡톡 두드리며 힘없이 애원하는 반편이 자실장.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탓인지 안색이 별로 좋지 않다.
작은 얼굴에 초조함이 가득 퍼져있다.

"...저거, 어쩌냐?"

"이런..."

"곤란하네."

우리 모두 이 녀석을 죽일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원래 있던 공원에 돌려보낼 마음도 없다.

「오늘은 파파가 와주는 날인 테츄~웃!」

"...뭐?"

「어제하고 오늘은 파파가 만나러 와주는 테츄~.」

"뭐야~ 파파한테 부탁해서 원수를 갚으려고?"

"결국 아무것도 못 하고 인간에게 기대는 건가."

"...아니, 잠깐."

그때 친구 하나가 나섰다.

"야, 네 아빠... 그놈이 오늘 거기 오는 거냐?"

「그런 테츄! 7일에 2번, 파파가 놀러 와주는 테츄!」

그렇군...하며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매주 토, 일요일에 그 고등학생이 보러 오는 것 같다.
그것이 습관이 된 듯 이 반편이 자실장도 기억하고 있었다.
더 물어보니 그 녀석이 보러 오는 것은 오전 중으로 정해진 것 같다.

"...좋아, 그 공원에 돌려보내자."

"...뭐!"

"진쨔냐!?"

우리 두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 공원에 돌아가서 혹시라도 그 고등학생에게 우리가 친실장과 자실장들을 채가서 죽였다는 것을 들키면 귀찮게 될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왜 굳이 그런 리스크를 져야 하는가.

"들어봐...."

친구는 반편이 자실장에게 들리지 않도록 목소리 톤을 낮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반편이 자실장을 어제 그 공원에 돌려보낼 생각은 전혀 없다.
죽지 않을 만큼 차 트렁크 속에 처박아놓자.
그리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공원에 들어간다.
대충 돌아다니고 벤치에 앉아있어도 된다.
그리고 그 고등학생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 고등학생, 친실장과 반편이 자실장에게는 꽤 집착하는 것 같았다.

그런 고등학생이 만약 목적인 친자를 찾지 못했다면...?

당황해서 공원 안을 뛰어다니며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니든지,
풀뿌리를 헤쳐서라도 찾아다니든지,
어느 쪽이든 몹시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런 광경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 어떠냐고 친구가 제안했다.

"...너 성격 나쁘네~. 굿 아이디어다."

"그거 좋네. 점심 전에 특등석에서 관람해볼까."

그리고 구경이 끝나면 멀리 있는 가게에 점심을 먹으러 가자.
그리고 식사 후에 반편이 실장을 풀어준다.
어제 그 공원에서 차로 40분 이상 걸리는 다른 공원에 놓아준다.
그렇게 하면 고등학생과 만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다음에 반편이 자실장이 어떻게 될지는 알 바 아니다.


"...좋아, 너를 어제 그 공원에 데려다줄게!"

「저, 정말 테츄!?」

"응, 정말이다. 꼭 데려다줄게!"

트렁크에서 내보내진 않겠지만.
잠시 후 준비를 마친 나는 곤충통에 반편이 자실장과 빵 조각을 넣고 방을 나섰다.
하늘이 푸르고 화창해서 외출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파파를... 훌쩍... 파파를 만날 수 있는 테츄... 끅... 테에....」

곤충통 안에서 반편이 자실장이 이제부터 아빠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자빠졌다.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데 말이다.

<역시 실장석이야...>

<그러니까 이 녀석도 갖고 놀 수 있지 않을까...>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반편이 자실장은 미심쩍어하면서도 트렁크의 어둠 속에 처박혔다.
그리고 우리 셋, 좌석에 앉고 나서 폭소한다.

그 애호 고등학생이 무슨 표정을 지으며 찾을지, 그것만으로도 얘깃거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너무 빨리 왔나...?"

"확실히... 시간이 좀 남을지도."

11시가 되었을 무렵, 우리 셋은 이미 공원 안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오늘은 일요일인 만큼 가족과 같이 온 사람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그리고 그 인간에게 몰려들어 먹이를 얻으려는 실장석들.

"이 정도면 무기 한두 개쯤 가져올 걸 그랬다."

"진짜... 근질거린다고!"

임마, 학대파라는 것을 들키면 안 좋잖아.

"그것보다 생각해봤는데, 혹시 곤란해보이면 말을 걸어줄까?"

목적인 친자실장들을 찾지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고등학생.
그때 우리 셋의 등장이다.

<뭐 찾는 거 있어?>

<우리도 도와줄까?>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해줄지도 모르겠다.
목적인 친자실장들을 채어가서 죽인 것이 우리인데.
상상만 해도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어제 채간 친자의 골판지 하우스가 있던 숲이 보이는 벤치에 걸터앉는다.
이곳이면 그 고등학생이 오자마자 눈에 띌 것이다.
이 돌발 이벤트를 즐기기 위해 점심 식사는 미루고 늦게 먹기로 결정했다.

우리 셋은 벤치에 걸터앉아 고등학생이 언제 오나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15분 후.

뜻밖의 인물이 말을 걸었다.


"...너희, 얘기 좀 할까?"

벤치에 앉아있던 우리 앞에 한 남자가 멈춰섰다.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후줄근한 청바지에 낡아 빠진 점퍼.
그리고 한 손에는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실장석용 케이지.
지저분하게 수염을 기르고 미소를 잃지 않는 그 남자가 우리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던 것이다.

"뭐예요?"

"이 공원에서 '튀기' 못 봤어?"

우리 셋은 얼굴을 마주 본다.
나에게는 돌발적인 생소한 단어고, 다른 두 친구도 모른다.

"...아아, 미안, 미안!"

남자는 그야말로 말뿐인 사과를 하고 이어서 설명을 했다.

"튀기란 건 인간하고 실장석의 혼혈이야. 우리 업계에서는 튀기라고 부르는 게 익숙해서... 이거 실례했다."

"튀기...?"

"그래, 튀기. 너희도 한두 번은 실장석 같지 않은 실장석을 본 적 있지?"

인간 튀기라고도, 실장석 튀기라고도 부를 수 있는 존재.
그렇기에 남자는... 남자의 업계에서는 '튀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그 튀기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순간 우리 셋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것이 낫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유는 설명할 수 없다.
뭔가 위험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뇨, 모르는데요."

"우리는 실장석에 대한 건 잘 몰라서...."

"뭘 말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완전히 모른 척하는 우리...

"크크...."

하지만 남자는 순간 대담한 미소를 짓더니 우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시치미 떼도 상관없는데 너희, 실장석 학대파지?"


 ...!

돌발적인 지적에 한심하게도 말문이 막힌다.

"애초에 말이다... 너희같이 젊은 남자들이 이런 공원에 뭐하러 오겠냐?"

핵심을 찔러 확신을 얻은 남자가 말을 이어나갔다.

"이런 공원에서 여자를 꼬실 것도 아니고, 쓰레기 줍기 봉사로도 안 보이고. 그냥 산책 중이던 모양새로도 안 보이거든...."

실제로 이 남자의 말은 타당했다.
생각해보면 젊은 남자 셋이 별다른 이벤트도 없는 공원에 무엇을 하러 온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귀한 휴일에 말이다.
우리 말고 그런 별난 녀석은 없다.

"이러는 나도 그쪽 업계 나부랭이라서... 너희 같은 사람들은... 학대파 같은 인종은 왠지 모르게 안단 말이지."

순간, 이 남자는 고등학생의 관계자일까 싶었다.
사라진 친자실장석을 찾기 위해 지인이나 그런 사람에게 말을 했나 하고.
하지만 말을 듣다 보니 뭔가 다르다.
이 남자는 고등학생과는 아무 사이도 아닌... 전혀 다른 타입의 인간 같았다.

"글쎄요... 몰라요. 그럼 우린 이제 갈게요."

친구 하나가 남자의 말을 자르고 일어섰다.
이어서 나와 다른 친구 하나도 벤치에서 일어난다.
처음 만나는 우리를 학대파라고 꿰뚫어봐서 불쾌한 생각이 든 것도 있다.
또한 이런 부류의 사람과 엮이면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거 아쉽네. 모처럼 쉬는 데 방해해서 미안하다."

여전히 말뿐이고 성의가 조금도 없는 말투.

"그런데, 튀기를 보면 내게 알려주지 않을래? 오늘은 아직 이 공원에 있을 거니까...."

남자의 말이 끝나는 것보다 빠르게 우리는 모두 등을 돌렸다.


발걸음은 저절로 빨라지고, 주차장까지 가는 길이 어쩐지 멀게 느껴졌다.







"....뭐였을까 그 녀석."

공원에서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장소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우리 셋은 차 안에 반편이 실장... 튀기를 넣어 둔 채 식사를 하고 있었다.
휴일이어서 점심시간인 가게 안은 가족과 함께 온 사람 등으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그런 소란스러운 가게 안에서 우리 셋의 테이블만은 확연하게 분위기가 무거웠다.

"그걸 찾는 모양인데...."

"게다가 케이지까지 준비해놨잖아."

우리도 실장석 학대를 시작한 지 반년 가까이 된다.
그동안 잡지나 인터넷으로 지식을 얻고 애완동물 샵에도 몇 번 드나들었다.
우리 이외의 실장석 학대파와 만난 적도 몇 번 있다.
애호파 놈들과도 얘기 정도는 나눌 기회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남자는 처음이었다.

내가 예전부터 품고 있던 의문.
실장석과 인간의 혼혈아, 튀기가 결코 늘지 않는 이유.
그 이유를 드디어 깨달았다.
그런 남자가 정기적으로 공원에 와서 포획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수수께끼가 풀리자 또 하나의 수수께끼가 생긴다.


"왜 그런 것을... 튀기를 잡는 거지?"


문득 떠오른 말이 무의식중에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그러나 두 친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학대파인... 지금은 휴식 중인 나를 포함한 3명이기에 말할 수 있다.
학대파라면 학대 목적으로 공원에 간다.
그곳에서 마음껏 죽이고 기분 상쾌, 기념품으로 자실장을 가지고 돌아가서 즐긴다.
실장석이 제멋대로 모이고 제멋대로 늘어나는 공원은 절호의 장소.
어떤 실장석이든 마음대로 골라잡는다.
하지만 그런 우리라도 튀기만은 피하고 싶다.
그것은 실장석이지만, 실장석이 아니다.
튀기를 학대하는 것만은 생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튀기를 잡아서... 그 남자는 무엇을 할 생각인가....



"...있잖아, 부탁 하나 해도 돼?"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 나는 두 녀석에게 입을 열었다.

"뭔데?"

"어제 잡아 온 튀기말인데, 풀어주는 거 취소해줄 수 없을까?"

"엥...."

그동안 이리저리 움직이던 두 녀석의 시선이 한순간에 나에게 모인다.

"안심해. 너희한테 폐 끼치진 않아. 그 튀기는 내가 책임지고 처리할게."

"그래 뭐...."

"어떻게 하든 별 상관없는데...."

애초에 두 녀석은 그 자튀기에 관심이 없었다.
목적인 친자실장들을 학대할 수만 있다면 그런 것은 단지 짐에 불과했다.
처리하기 곤란해하기도 했고, 버리러 가는 것도 불편해했을 정도다.

하지만 나는 전혀 다른 생각이 떠올렸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튀기는 돈이 되는 것 아닐까?
통계를 낸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튀기의 서식률은 낮다.
백에 하나도 없다. 천에 하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희소성 때문에 수요가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수요가 있다면 돈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런 돈줄을 버리러 가다니 아깝다.

"오늘은 왠지 할 맘이 안 나네."

"나도...."

두 녀석 모두 조금 전의 낯선 남자 일 때문에 뚜렷하게 의욕이 내려갔다.
고등학생을 신나게 구경할 생각이었는데 일이 틀어졌다.

"...그럼 오늘은 그만하기로 할까?"

두 녀석은 말이 없다.
한 번 내려간 의욕은 좀처럼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그 후 바로 가게를 나왔다.
친구의 방에 돌아가서 그곳에서 짐을 정리하고 오늘은 해산.
나는 자튀기가 든 곤충통를 하숙집 주인이나 주민에게 보이지 않게 가져왔다.

「와, 와타치를 돌려보내주는 테츄...
파파하고 만나게 해주는 게 아니었던 테츄...?」

곤충통에서 뭐라고 떠들지만 알 바 아니다.
조금 약해진 것 같지만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나는 대충 식빵을 절반 넣어놓고 욕실에 들고 갔다.
만약을 위해 골판지 상자로 이중으로 막아서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대비를 하고 욕실 문을 단단히 잠가놓는다.
이제 울음소리가 새어 나올 일은 없다.

그리고 나는 방을 나와서 다시 공원으로.
조금 전의 남자를 만나러 갔다.






"...좀 전엔 실례."

공원에 들어가서 잠시 걷다 보니 금세 남자를 발견했다.

"아, 너는 아까... 무슨 일이지?"

조금 전과 다름없는 행색이지만 케이지 안에 실장석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아니, 실장석은 아니다.

「테스우~! 꺼내주는 테스우~!」

케이지 울타리에서 손을 뻗어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튀기다.
내가 하숙집에 두고 온 튀기와 달리 조금 크다... 중실장 수준인가.
하지만 남자는 그런 튀기의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나, 학대파고, 당신 얘기에 관심이 생겨서 말인데."

"...관심?"

"까놓고 말하면 돈이 되는 거지?
그럼 나도 용돈 벌이 정도여도 상관없으니까 한몫 끼워주지 않겠어?"

"...."

이번에는 남자가 입을 다물 차례였다.
아무래도 내 생각은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나도 나름대로 학대 경력이 있는 편이거든?
실장석이 사는 곳이나 혼혈... 튀기가 있을 만한 곳도 짐작이 있어. 한 명보다 두 명이면 찾기 쉬울 것 같은데~?"

남자는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노려보는 것도 아니지만 우호적인 표정도 아니었다.

"...너는 학대파라고 했지?"

"응, 맞는데... 그래서?"

"우선 거절할게. 이 튀기를 원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애호파로 불리는 사람들이야."

"...어?"

이번에는 내가 말문이 막힐 차례였다.

"너는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단 말이지.
내 일은 그런 사람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개체를 조달하는 거야."

"그럼 당신 일은...."

"나는 이래 보여도 실장석 전문 브로커다."

남자의 말대로 세상에는 다양한 취미나 기호를 가진 사람이 있다.
예를 들면 돈을 주체하지 못 하는 실장석 주인들.
그런 것들 사이에서 은밀히 수요가 있는 것이 혼혈 실장... 즉 튀기다.
인간과 실장석의 혼혈이라는, 이른바 금기의 존재.
그런데 그 겉모습은 실장석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사랑스럽고 지능도 높다.
목소리도 탁한 소리가 아니고, 성체가 되어도 맑은 목소리가 유지되는... 것 같다.
결코 남들 앞에 내놓을 만한 것은 아니지만 몰래 기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남자는 말했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로 튀기는 수가 적거든.
시장의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단 말이지.
오늘은 나도 아침부터 찾았는데... 수확이 이것뿐이야."

눈짓을 한 방향은 남자가 가지고 있는 케이지.
그 안에서 도움을 청하는 튀기 한 마리.

"이 녀석은 좀 컸지만 할 수 없지... 이걸로 만족할까."

거기까지 이야기를 마쳤을 때.
우리 둘 근처에 성체 실장석 한 마리가 달려왔다.

"차, 찾은 데슷!"

실장석이 달라붙은 것은 브로커가 가지고 있던 케이지였다.

「마마~! 구해주는 테스우~!!」

대화로 보아 아무래도 이 튀기의 친실장 같다.

"닝겐, 빨리 와타시의 자를 돌려주는 데스! 얼른 여기서 꺼내는 데...걋!"

말하는 도중에 실장석의 안면에 발길질이 작렬... 브로커의 발끝이 박혔다.

"지저분한 손으로 상품에 손대지 마...!"

방금까지 비교적 온화한 말투였던 남자가 내뱉듯이 중얼거렸다.

"그... 그 자는... 가, 간신히 여기까지 키운... 소중한 자 데스...."

더욱 물고 늘어지며 친실장은 케이지에 다가가려고 기어간다.
그러자 남자는 케이지를 바닥에 놓고 친실장에게 걸어갔다.

"지저분한 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했을 텐데...!"

"걋...갸아아아!!"

친실장의 손을 한 번 짓밟고 바닥에 갈아 으깨 듯이 문지른다...
자를 빼앗긴 슬픔과 양손을 잃은 고통으로 친실장은 한층 더 울기 시작했다.

"부탁인 데스... 그 자를... 돌려주는 데스우...."

눈물을 흘리며 부자유한 몸으로 애원하는 친실장.

"다른 자들은 모두... 남은 것은 그 자뿐인 데스...."

바닥에 체액과 눈물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브로커 남자는 눈썹 하나 까딱 않고... 다리를 들어서....

"걋...!"

온 힘을 다해 친실장의 머리를 짓밟았다.
그 순간 머리에서 적과 녹의 체액이 성대하게 나와서 주변에 튄다.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는 나에게도 확실히 들렸다.

「마... 마마...?」

케이지 울타리 너머로 보고 있던 튀기의 근처까지 친실장의 피가 튀었다.

「마마아... 안 돼... 테에....」

튀기가 무릎을 꿇고 케이지 안에서 친실장의 시체에 손을 뻗는다.
하지만 그 손은 결코 닿지 않고... 손을 뻗으며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

"잘됐네. 이제 이 공원에 미련이 없겠지."

브로커는 태연히 말을 내뱉고 다시 케이지를 들어 올렸다.

"...그래도 돼?"

"뭐가?"

"당신, 애호파 상대로 장사하잖아? 그런데... 학대, 아니 학살해도 되는 거냐고."

"그런 건 관계없어."

남자는 태연하게 대답한다.

"고객에게 내가 어떤 놈인지는 관계없어. 적절한 가격에 가장 원하는 것을 제공해주기만 하면 학대파건 애호파건 상관없는 거야."

나와 친구들도 실장석을 가볍게 수백 마리는 죽였다.
다양한 방법으로, 재미 삼아서, 반쯤 놀이로 죽였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다르다.
재미로 실장석을 죽이지는 않는다.
돈 때문에... 방해되니까 죽이는 것뿐이다.

그리고 나와 친구 이상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실장석을 죽였을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까 이야기 말인데."

남자는 다시 떠올리고 이야기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네가 학대파건 애호파건 의미가 없어. 그저 노리는 개체를 찾아줄 건지 말 건지, 그것뿐이다."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앞으로 일주일 뒤, 다시 여기로 오지. 그때까지 어디서든 상관없어...
여기도 다른 공원도, 어디든 좋으니까 튀기를 찾아줘. 물건에 따라 적절한 금액을 준비하지."

"그럼 질문 하나 하게 해줘."

"뭐야?"

"튀기도 이것저것 있을 것 같은데, 어떤 튀기를 비싼 가격에 쳐주는 거야?"

이것이야말로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이 남자에게 곧이곧대로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차피 헐값에 넘기게 될 것이 뻔하다.
단지 어떤 튀기가 가장 수요가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만 알아내면 다음은 이쪽에서 어떻게든 해서 비싸게 팔면 된다.
하지만...

"...특별히 지정할 건 없지만 들실장이어야 해."

...너무나도 막연하다. 기대에 어긋나는 대답이었다.

"들실장...? 들실장의 혼혈?"

"그래. 그리고 가급적 어린...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으면 불만은 없어."

뭐, 사육실장으로 수요가 있는 것도 당연히 자실장이다.
남자의 말은 타당했지만....

"양식...으로는...."

그 중얼거림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나와 브로커는 일주일 뒤에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개체에 따라 한 마리에 몇천 엔부터 지불하겠다고 했다.
뭐, 용돈 벌이로는 적당하겠지.
두 친구와 대충 주변 공원을 산책하고 학대하다가 발견되면 럭키 정도다.

"그나저나 아쉽네."

"응?"

"저기 숲속에도 튀기 자가 있었거든."

남자가 가리킨 것은 우리가 가로챈 친자실장과 자튀기가 있던 곳 근처.

"그 튀기 자가 어쨌다는 거야."

"일품이었단 말이지."

"뭐...?"


"그 튀기는 최고의 상품이었다고. 그만한 품질, 자주 못 보는데... 확실히 누가 선수를 친 모양이군... 아깝게 됐어."


남자는 예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에야말로 하고 벼르고 갔는데 이미 흔적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말에 거짓이 없이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녀석이 최고의 상품...?"

남자와 공원에서 헤어져 하숙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문득 중얼거렸다.
지금 내 방의 욕실에 가둬놓은 자튀기 한 마리.

브로커는 그 자튀기를 최고의 상품이라고 평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나는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중얼거렸다.



---------------


「테에... 테웁... 테웁웁...」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자튀기를 욕실에서 방으로 데려왔다.
코타츠 위에 수건을 깔아 그곳에 앉히고 대충 빵을 주었다.
성장기답게 내가 아침에 남겨놓은 빵은 이미 다 먹은 것 같다.
배가 꽤 고팠는지 내 시선을 신경 쓰면서도 빵에 매달린다.

그 브로커가 진심으로 아쉬워할 정도의 개체.
아마도 애호파에게는 높은 가격으로 팔릴 것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당분간 돌봐주어야만 한다.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다소의 불쾌함은 참을 수 있다.
설마 애호파 짓거리를 하게 되다니...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하지만 그런 감상 이상으로 내 머릿속에서는 의문이 맴돌았다.

"왜... 왜 이런 것이 최고인 거지...?"

애초에 나는 튀기를 자세히 관찰한 적이 없다.
실장석을 학대하러 공원에 가도 튀기는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다.
관심을 가진 적은 한 번도 없다.
훤칠한 키, 큰 눈동자, 뚜렷한 이목구비, 기다란 사지.
내가 아는 튀기의 특징은 그 정도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자튀기도 마찬가지다.
차이를 전혀 모르겠다.

그 브로커는 말단일지도 몰라도 실장석을 보는 눈은 정확할 것이다.

그 브로커를 감탄하게 할 정도의 이유가 도대체 뭘까...?


「저...저기..츄...?」

"...앙?"

어느새 빵을 다 먹은 자튀기가 내 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와타치를... 돌려보내주지 않는 테츄...?」

"...뭐?"

「그러니까, 와타치를... 파파가 있는 곳에....」

 쾅!!

나는 자튀기의 말을 가로막듯이 손으로 코타츠를 두들겼다.

"시끄러워! 깝치지 마!!"

「테...테에에....」

갑자기 혼이 난 자튀기가 머리를 감싸 쥐고 겁먹는다.
조금만 잘해주면 바로 기어오른다.
이런 점은 100% 실장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겁먹은 자튀기에게 있는 대로 고함을 퍼부어서 상하관계를 가르쳐주었다.

"미리 말해두는데, 나는 널 키우는 게 아냐. 맡았을 뿐이다."

「테에....」

"이제부터 내 말은 절대 거스르지 마! 떠들지 마! 멋대로 말하지 마! 계속 얌전하게 있어!"

「...네...테츄우....」

얌전히 내 말을 들을 정도의 이성과 지능은 있는 것 같다.
코타츠 위에서 가만히 앉은 채 조용히 있다.

그러고 나서 잠깐 더 생각에 잠겼지만 역시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자, 네 잠자리는 여기야."

「츄....」

따뜻한 방과 대조적으로 싸늘한 욕실.
미리 사용해서 온기가 약간 남아있지만 지금은 물이 뚝뚝 떨어질 뿐.
창문도 없거니와 당연히 환기 팬도 켜지 않아서 공기는 탁하고 습기가 충만.
그 욕실 구석에 골판지 상자, 그리고 인심 써서 수건을 넣어주었다.

"감사하게 생각해라. 얼른 자."

 (딸깍)

불을 끄자 욕실이 어둠에 휩싸인다.

「니...닝겐...상....」

"뭐야?"

문을 닫으려 하자 자튀기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두운 곳은... 무, 무서운 테츄....」

"흥...!"

 (탕!)

나는 문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힘껏 닫았다.
아직 자기 처지를 깨닫지 못한 건가....

돈 때문에, 비싸게 팔 때까지는 버틸 생각이었다.
하지만 교육을 위해 두세 번 두드려 패도 괜찮을 것이다.

내일부터는 방침을 바꾸자고 생각했다.





다음 날 오후.
나는 두 친구와 함께 평소에 잘 오지 않는 공원에 왔다.
차로 20분 걸리는 장소.
원정 목적은 실장석 학대다.

"드디어 부활이냐?!"

"죽이는 쾌감이 떠오른 모양이네~!"

이 원정에 대해서는 내가 말을 꺼냈기 때문에 친구 두 명은 이상하게 들떴다.
역시 아는 사람의 흥이 식으면 자신도 식는 것 같다.
반대로 아는 사람의 흥이 오르면 자신도 오른다.
상승효과라는 것 같다.

"응, 그런데 나, 이번에 좀 가져가고 싶은 게 있거든."


"갸아아아...!"

"도, 도망치는 데스우우!!"

"챠아아아...!!"

골프채, 야구 배트, 금속 파이프를 든 남자 셋이 공원에 들어서자 실장석이 갈팡질팡 거린다.
이런 우리를 일반인이나 애호파로 생각할 실장석은 없다.
또한 무엇을 목적으로 왔는지는 일목요연하다.
그러나 아무리 도망쳐도 몰살은 기정사실이다.
우리는 당당함을 뽐내며 첫 사냥감은 어느 것으로 할지 품평한다.

"목적이란 게 뭐야?"

"그때 그거... 튀기인데, 찾으면 나한테 알려줘."

"왜 그러는데?"

"그건 나중에 설명할게. 일단 즐기자!"

본심은 어쨌거나 표면적으로는 나도 의욕적으로 보이도록 하고 학대 개시다.



"노크하고 여보세요!!"

 (콰직!!)

친구 하나가 길가의 골판지 하우스를 골프채로 풀 스윙했다.
안에 실장석들을 넣은 채 날아가는 골판지.
그런데 그거 노크가 아니잖아.

"뭐, 뭐가 어떻게 된 데스!!??"

날아간 골판지 하우스에서 눈알을 굴리며 나온 것은 당연하게도 실장석.

"무슨 일이 일어난 테츄?"

"몸이 아픈 테치~."

이어서 따라 나온 실장석의 자로 보이는 녀석들.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태평한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

"오케이, 볼이 나왔구만~."

"...테에!?"

배트를 든 친구가 자실장 한 마리를 집어 들었다.

"와, 와타시의 자에게 무슨 짓인 데스우~!"

"1000번 노크다! 잘 받으라고!!"

들어 올려진 자실장은 위로 가볍게 던져져....

"마마아... 츄벳!"

친구는 방망이로 자실장의 중심을 정확히 맞혔다.
순식간에 주변에 체액이 튀고 그 몸은 고깃덩이가 되어 뿔뿔이 흩어진다.

"...데...데에?"

친실장의 안면에 쏟아져 내리는 자기 새끼의 피.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자와, 주위의 고깃덩이.
친실장은 그 참상을 순간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야 야, 안 되지~ 제대로 볼을 받으라고!! 이어서 2구째, 간다!!"

"살려...테츄밧!"

2구째... 아니, 두 번째 자실장도 작은 불꽃을 피우며 사라졌다.

"데...데에에에에에에에에!!!??? 그, 그만하는 데스우우!!"

"등신아!! 여기서 그만두면 코시엔에 갈 수 있겠냐!!!"

이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울면서 친구의 발치에 매달리는 친실장.
그러나 친구는 그런 친실장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실장을 차례차례 잡아서 근성 노크.
이따금 배트가 헛스윙해서 바닥에 떨어진 자실장은 그대로 얼룩이 되었다.


"챠ㅡ 슈ㅡ 며어어어언!!"

골프채를 든 친구는 골프 만화의 구호를 외치며 연속 풀 스윙.
골판지 하우스를 차례차례 날린다.

"후우... 우리는 코시엔에 간다!! 아자, 다음이다!!!"

배트를 든 친구가 땀을 흘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자실장을 집어 들어 노크.
골판지 하우스에서 뒤죽박죽 나온 자실장을 차례차례 스윙한다.


"저 녀석 진짜 천 개 정도 노크할 것 같다...."

"데걋!"

금속 파이프로 대충 친실장의 머리를 날리며 나는 주위를 주의 깊게 살폈다.
실장석이 아닌, 인간과 실장석의 혼혈인 튀기.
그동안은 종종 눈에 띄었지만 작심하고 찾아보니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골판지 하우스를 30개는 날렸을 때, 친구가 나를 불렀다.

"야~ 여기 있다!"

불린 방향에는 친실장과 자실장이 세 마리.
친구 두 명이 내려다보자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안고서 떨었다.

"봐, 봐주는 데스우..."

"어디 보자... 이 녀석이다, 이 녀석!"

「테... 테에에!」

"와타시의 자에게 뭐 하는 것인 데스우우!!"

자실장들 틈에 섞여 있던 자튀기를 강제로 끌어당겨 들어 올린다.
과연, 이 녀석은 확실히 튀기다.

"야, 너, 이 녀석 어떻게 낳았냐?"

"데에...?"

"너, 인간하고 해서 이 녀석이 나온 거잖아. 아빠는 어딨어? ...솔직하게 말 안 하면 걍 박살 낸다?"

「괴...! 괴로운 테츄!!」

"아, 알려주는 데스! 알려주니까 심한 일은 하지 말아 달라는 데스!!"

친실장은 떨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달 이상 전의 맑은 날.
그날은 날씨도 좋아서 비교적 따뜻했다.
그래서 친실장은 공원 분수대에서 몰래 몸을 씻기로 했다.
물은 아직 차가웠지만 오랜만에 몸을 깨끗이 하고 싶었다.
그때는 다른 실장석은 보이지 않고 분수대 근처는 친실장 혼자.
몸을 씻고 옷을 빨고... 차갑지만 간만의 목욕.

...그때 갑자기 인간이 다가왔다.

숨소리가 거친 남자에 의해 실장석은 강제로 풀숲으로 끌려가 억지로 범해졌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아무리 울어도, 아무리 외쳐도 남자에게 계속 범해졌다.
도움을 청해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그저 악몽 같은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남자는 풀숲에서 수차례의 행위에 이르렀을 것이다.
성욕을 전부 발산한 남자는 볼일이 없어진 실장석을 풀숲에 내버려 뒀다.
성욕의 배출구가 되어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친실장.
만신창이가 된 실장석은 울면서 흩어진 옷을 줍다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을 보고 그 남자의 새끼를 밴 것을 알았다.

"좋은 꿈을 꿔서 행복했겠네~ 너!"

"인간님하고 하다니 울트라 해피잖아!"

친실장이 눈에 눈물을 지으며 하는 이야기를 친구 두 명은 웃어넘겼다.

"좋아, 일단 한 마리...."

일부러 이를 위해 가져온 곤충통 안에 튀기를 넣는다.

「마마~! 마마아~!!」

바구니 너머로 떨고 있는 친실장에게 도움을 청하는 자튀기.
어쩐지 시시한 리액션이다.

"그럼 두 번째... 아, 그리고 그 녀석들은 이제 필요 없어."

"예 써~!"

"고ㅡ 투ㅡ 헬ㅡ!"

나는 돌아서서 다른 장소를 탐색.
등 뒤에서 남은 친실장과 자실장들의 비명이 울렸다.




"결국 이것뿐인가...."

오늘의 성과, 자튀기가 코타츠 위에 두 마리.

「테츄우...」

「집에 돌아가고 싶은 테츄...」

가져오긴 했는데, 울지는 않아도 곤충통 안에서 상심하고 자빠졌다.
기껏 굶주림이나 추위와 무관한 생활로 올려줬건만 건방지기 짝이 없다.

"깝치지 마!"

 (탁!)

곤충통을 가볍게 털며 고함을 쳤다.

"그런 공원에서 데려와줬잖아. 고맙게 생각해!"

내 목소리에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두 마리는 곤충통 구석에서 서로 몸을 기댄다.
일어나서 욕실로.
문을 열고 불을 켜서 골판지 안을 들여다본다.

「테에...」

첫 번째 자튀기의 뺨에 눈물이 진 자국이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야, 이리 와!"

「...에!」

나는 그 작은 몸을 대충 붙잡아서 방으로 돌아왔다.




"...음...."

코타츠 위에는 첫 번째 자튀기 한 마리와 새로 잡아 온 자튀기 두 마리.
나는 그 자리에 세워놓고 한 마리와 두 마리의 차이를 비교했다.
키, 사지, 이목구비, 몸매, 머리카락, 눈동자 색, 태어날 때부터 있던 녹색 옷.

"...좋아, 이제 뒤로 돌아."

자튀기들은 두려워하면서도 나에게 등을 보인다.

전혀 모르겠어....

그 브로커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맨 왼쪽의 자튀기가 최고급이라고 했다.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한번 생긴 호기심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용돈 벌이와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나는 심심풀이로 차이점 찾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나로서는 새로 데려온 오른쪽 두 마리와 구별이 되지 않는다.
확실히 다소 개체차는 있다.
키도 근소하게 차이가 나고, 머리 모양도 미묘하게 다르다.
인간과 실장석의 혼혈은 그동안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세 마리는 모두 똑같은 개체로만 보인다.
특별히 눈에 띄는 개체차는 없다.

설마 새로 데려온 자튀기 두 마리도 최고급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결국 지금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 브로커가 했던 말의 의미를... 짐작조차 못 하는 상태다.

"휴우... 자, 저녁밥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세 마리 앞에 식빵 세 장을 놓았다.
그러나 자튀기들은 내가 무서운지 쉽사리 빵에 손을 대려 하지 않는다.

"독은 없으니까 안심해. 빨리 먹고 빨리 자라."

그랬더니 그제서야 손을 대고 입에 넣기 시작했다.

역시 모르겠어....

식사하는 모습도 크게 차이가 없다.
조금 전부터 세 마리의 동작을 일일이 관찰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차이는 없다.

"...됐다 뭐."

두 친구와 이틀 후에 다시 다른 공원에 가기로 약속했다.
목적은 당연히 학대와 튀기 포획.
급한 것도 아니고 서두를 것도 없다.
애초에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

나는 세 마리를 구분할 수 있게 첫 번째 최고급 자튀기에게 '1번',
오늘 잡아 온 두 마리에게 '2번'과 '3번' 명찰을 옷에 단다.

"천천히 하자...."

욕실 안에 세 마리를 밀어 넣고 나는 식사와 수면을 취하기로 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자튀기를 탐색한 날 밤.

"...모르겠네."

「테츄....」

다시 코타츠 위에 나란히 선 자튀기들.
그 틈에 4번 명찰을 단 네 번째 개체가 가세했다.
1번과 다른 자튀기를 비교해 무엇이 다른지 다시 관찰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며칠 동안 최소한으로 돌보면서 자튀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매물이 될 상품이다. 관리만큼은 제대로 하고 싶다.
통에 온수를 담고 목욕까지 시켜주거나 하루 세 번 먹게 해줬다.
그동안 다양한 상태와 각도로 관찰했지만 역시 모르겠다.
왜 학대파인 내가 이런 짓을 하는지 짜증을 내면서도 관찰했다.

한번 생긴 탐구심은 커질지언정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날에 이르니 결코 풀리지 않는 의문에 초조함만 커질 뿐이었다.

「니...닝겐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신입인 4번이 말을 했다.

"어?"

「돌려보내줬으면 하는 테츄....」

이 녀석에게도 말대답하지 말라고 했는데 머리가 나쁜 개체 같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런 것에 신경 쓸 기분도 아니어서....

"시끄러워... 조용히 해라."

「부탁인 테츄.. 와타치를....」

"...이 새끼가!"

욱한 나는 훈육용으로 꺼내놓았던 파리채를 쥐고....

「테챳!!」

상대가 자튀기라는 것을 잊고 그만 힘껏 때리고 말았다.
날아간 4번 자튀기는 코타츠에서 바닥으로 떨어져서....

 <...툭>


 아...

한순간 내 안에서 심장이 날뛰었다.
코타츠에서 떨어진 4번이 충격으로 팔뼈가 부러진 것이 보인다.
입에서 피를 토하고 고통으로 눈에서 눈물을 흘린다.
다른 세 마리도 나를 보고 마음속 깊이 두려워한다.

중요한 상품이 될 개체를 분노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상처 입혀버렸다.
이제 이 녀석은 상품으로서 브로커 앞에 내놓을 수 없다.
오늘 하루의 고생을 헛되이 한 셈이다.

그런데

그런데도...

내 손은 처음으로 학대했던 그 날처럼....


몸속에서 솟아오르는 고양감에... 무의식중에 떨고 있었다. 








"...시간 맞췄네."

"응."

일요일 오후, 약속 장소인 공원.

나는 벤치에 앉은 남자 앞에 자튀기들이 든 곤충통을 가져왔다.
브로커 남자는 저번 주와 변함없는 복장... 그리고 표정.

"그래서 튀기는?"

"...이것뿐이야."

나는 곤충통을 가까이 가져와서 벤치의 남자에게 내밀었다.

「테에....」

「츄우....」

힘없이 우는 자튀기 두 마리... 이 녀석들은 2번과 3번이다.
4번은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다 나으면 넘기기로 했다.
그리고 1번도 아직 넘길 수 없다.
적어도 다른 개체와의 차이를 알아낼 때까지는.

"흠... 음....."

"제법 상등품 같은데?"

남자는 곤충통을 받아서 각도를 바꾸며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 두 마리를 감정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나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다.
며칠 동안 질리도록 이 녀석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보다 경험이 많은 브로커라도 좋고 나쁜 것을 알 수 있을까.

최고급품과의 차이란 무엇일까...?


"...좀 괜찮을까?"

"무슨 일인데."

"커피 좀 사다 줄래?"

"뭐...?"

"돈은 내가 내지... 손이 차가워서 말야."

남자는 100엔 동전 몇 개를 꺼내 나에게 아무렇게나 건넸다.
슬쩍 돌아보니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자동판매기.

"사람을 부려먹지 말라고...."

하지만 나도 목이 말라서 뭔가 마시고 싶던 참이다.
잠깐 걸어가서 자판기에 동전을 넣는다.

 (탕)

첫 번째 캔이 나왔다.
문득 돌아보니 브로커가 자튀기들에게 뭔가 말하고 있다.

 (탕)

두 번째 캔이 나왔다.
나는 자판기 입구에 손을 넣어 캔 두 개를 들고 남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시간은 1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보통 개체야."

"어...."

"역시 그때 만한 레벨의 개체는 쉽게 찾아지질 않지...."

남자는 캔 손잡이에 손가락을 걸고 입으로 가져갔다.
태연하게 내뱉는 브로커의 말에 나는 묻지 않고 견딜 수 없었다.

"뭐냐고 대체...."

"응...?"

"그 녀석들의 어디가 보통이고, 어떤 튀기가 최고인 거냐고!?"

이 며칠 동안의 욕구불만이 단숨에 폭발했다.
눈앞의 브로커는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나는 며칠이 걸려도 무리.
그 분노가 한심함과 무기력함을 토해냈다.

"...."

"저번에도 궁금했는데, "

"...."

"전에도 의문이었는데 당신은 왜 얘기 안 해주는 거야!?"

"...뭘?"

"...!"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캔 커피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모른 척하지 마! 왜 당신은 최고급 튀기 얘기만 나오면 입을 다무는 건데!!??"

"...."

"애초에 최고급이든 보통 튀기든 다른 게 없어! 실제로 그 녀석들을 봐!"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곤충통의 자튀기 두 마리.


"최고급하고 그 녀석들, 뭐가 다른 거야!?"

"...."


"왜 당신은... 당신들은 그렇게까지 그 튀기에 집착하는 거야!!??"

인적 없는 공원에 내 고함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남자는 그런 나의 서슬에 전혀 기죽은 기색도 없이 곤충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딱하다는 듯이... 겨우 입을 열었다.

"...업무상 비밀이다. 입밖으로 낼 수 없어."

"...!"

"우리도 접객업이야... 손님이 있어야 장사지.

"그래... 그거 미안하게 됐네!"

남자의 태도에 폭발할 뻔한 나는 더는 이성을 억누를 자신이 없었다.
휙 돌아서서 남자에게서 등을 돌리고... 어서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렇게 몇 걸음 내디뎠을 때....


"...잠깐만."


그런 나의 뒷모습을 브로커 남자가 불러세운다.

"아직도 볼일 있어!?"

"...지금부터는 내 혼잣말이야."

"...뭐?"

"나중에 네가 이것에 대해 물어봐도 나는 대답할 수 없어.
말이 나와도 나는 모른다고 우길 거야.
...그래도 좋다면 들어줘."

그 말에 되돌아온 나는 대답도 없이... 그 벤치 옆에 앉았다.

"뭐야?"

"...내 고향은 북쪽 지방이었는데."

"...뭐어?"

"지금으로부터 15년쯤 전에 이쪽으로 왔어.
시골은 할 만한 일이 하나도 없어서... 거리로 나왔다는 거지...."

"그게 어쨌다는 거야."

"일단 끝까지 들어줘.... 그래서 내가 어릴 때...
아직 초등학생일 무렵에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야."

돌발적으로 신상 이야기를 시작한 남자의 의도가 파악되지 않는다.
그렇게 신경이 곤두선 나를 힐긋 보며 남자는 그리운 듯이 옛날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좋아했어.... 할아버지는 포수였거든."


"...응?"

"물론 지금도 포수하는 사람들은 있지. 수는 많이 줄었지만...
아무튼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가 사냥 이야기를 이것저것 해줬어."

찬바람이 불어와 캔에서 올라오는 김이 사라진다.

"엽총을 들고 사나운 짐승을 쏜다는 건, 정말이지 아이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였지...."

남자는 할아버지의 무용담을 간략하게 시작했다.
근력이 뛰어난 곰, 맹렬하게 돌진하는 멧돼지.
아무리 사나운 짐승이라도 쓰러뜨리는 할어버지는 아이에게 있어서 영웅이었다.

"뭐, 한참 옛날 일이라 거의 기억도 안 나고, 기억할 정도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뿐이야.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도 있어."

남자는 캔을 고쳐 쥐고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그 할아버지가 젊을 때 이야기야. 확실히 전쟁 뒤여서... 뭐든지 부족하던 시대지.
당시는 지금하고 다르게 규제도 까다롭지 않았고, 어차피 전후의 혼란기였어.
조금이라도 배를 채울 것을, 돈이 될 만한 사냥감을 사냥하러 산에 올랐다고 했어."

"돈...?"

"그래, 돈이야, 돈. 굶주리는 가족을 먹이기 위한 고기뿐만이 아냐.
모피도 비싸게 팔기 위해 필요해. 그 시대는 다들 살려고 필사적이었어.
살기 위해선 뭐든지 해야 하는 시절이었지.
그런데...."

남자는 거기서 말을 끊었다。

"...포수의 사냥감에도 가리는 게 있는 거 알아?"

"무슨...."

"사냥하고 싶지 않은 동물이 있다고. 엽총으로 쏘는 게 무서운 거지."

"쏘는 게... 무서워?"

나는 그 말을 잘 이해할 수 없다.

"사냥하면 보통 멧돼지나 오리 같은 게 유명할지도 모르지.
그건 수렵 허가된 종류고, 훌륭한 사냥감이야."

"...그게 어쨌다는 건데."

"그런데 말야... 사냥감 중에서도 쏜 감촉이 다른 경우가 있어."

"감촉...?"

"엽총의 방아쇠를 당기고 총알을 발사해.
발사된 총알이 사냥감에 맞아.
그 맞은 순간의 감촉말인데... 그것만은 싫다고 할아버지가 말해줬어.
용감한 할아버지조차... 그것만은 무섭다고 했어.
그런데 비싸게 팔렸대.
조금이라도 돈을 벌려고... 돈 때문에 많이 죽였어.
...마지막에 가서는 꿈에 나와서 시달릴 정도로.
지금 그런 짓을 하면 바로 잡혀버리지만."

"그것...?"

"다른 짐승은 사냥이라고 선을 그을 수 있는데... 동물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는데...."

브로커 남자는 곤충통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도 덩달아서 시선을 곤충통으로 향한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하고 나니 그 옛날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더라.
그리고 지금... 죽은 할아버지의 마음을, 지금이기에 알 것 같아....
지금이기에...."


남자는 다시 커피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옆에서 듣고 있던 나에게는 아무런 대답도 되지 못하고....



겨울 하늘 아래, 공원에 차가운 바람이 계속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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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

(짤랑...)

다음 날, 나는 옆 동네에 있는 실장석 전문샵에 왔다.
가게를 둘러보니 여전히 개인 점포다운 소박한 조성과 무난한 상품군.
그러고 보니 이 가게에 한 달 넘게 발을 들이지 않았다.

예전에 실장석 학대에 열을 올리던 시절엔 이 가게에도 자주 왔다.
가게 상품 대부분은 사육실장용 먹이나 액세서리, 각종 아이템.
그리고 실장석.

당연히 나는 애호 관련 상품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런데 친구의 소개로 시험 삼아 발을 들이고... 한때는 눌러살다시피 했다.
그 목적은 미분양 실장석.
그것은 전국 어디서나 실장석 전문점의 최대 고민거리다.
애호파 놈들은 자실장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성장할수록 가게 측은 처분하고자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침내 처분할 수 없게 된 상품들.

처음 왔을 때 가게 주인에게 친구 이름을 꺼내자 안으로 안내받았다.
소박하기는 해도 햇빛이 비치는 가게 안과는 딴판인 어두컴컴한 창고.

"테에...."

먹이도 거의 주어지지 않은 채, 케이지가 아닌 골판지에 처박힌 자실장들이 있었다.
...아니, 자실장이라기엔 조금 많이 자라있었다.
나는 그 녀석들을 싼값에 사서 두 친구와 함께 놀았다.

역시 훈육된 실장은 좋다.

얼마 안 되긴 해도 돈을 낸 만큼의 가치가 있다.
그동안 들실장만 상대해서 질리기 시작한 나에게는 신선했다.
울부짖는 방식, 괴로워하는 표정, 목숨 구걸, 모든 것이 달랐다.
강제 출산시키고 그 자를 죽이면 좋은 소리로 울어댄다.
절망 속에서 자를 낳게 하고, 한조각의 희망도 주지 않고 죽였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질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최근엔 이 가게에도 볼일이 없고, 가게 주인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지만.

"...어서 와. 오랜만이네."

중년의 가게 주인이 살갑게 나를 맞이한다.

"오늘도 저쪽인가?"

가게 주인은 작은 소리로 가게 안쪽을 향해 눈짓한다.
하지만 오늘 내 용무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근처에 있던 실장 푸드 봉투를 들고서 계산대로.

"아니, 오늘은 그게 아니라... 좀 궁금한 게 있어서 왔는데."

"오, 뭔데 그렇게 진지해?"

"브로커에 대해서 좀...."


 실장석 브로커

이른바 실장석을 전문으로 다루는 중개업자.
어떠한 수단으로 입수한 실장석을 수요처에 파는 업자들이다.
일반적인 브로커는 브리더와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양질의 개체를 산출하는 브리더와 계약하여 애완동물 가게나 개인에게 판다.
그런데 현실은 더러운 브로커도 존재한다.

"...아아, 그거 들브로커네."

브리더와 계약할 수단이 없는 브리더들은 다른 수단을 강구해서 입수한다.
가장 간단하게 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히는 것이 공원.
그러나 누구나 입수 가능하다 해도 여기서 요구되는 것이 실장석에 대한 안목.
비즈니스인 이상,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개체에 타협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 만큼 들브리더의 눈은 정확하다.
매우 적게 존재하는 고품질 개체를 찾아 공원과 커뮤니티에 발을 들인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하루하루 벌어먹는 것이 고작이라고 한다.
아주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유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가끔은 법을 어기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법을 어긴다고...?"

"이를테면 사육실장을 납치해온다거나."

"다른 사람의 실장석을 훔친다고!?"


"그런 개체를 선호하는 고객도 적지 않단 말이지...."

실장석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한 생활은 마음씨 착한 인간에게 길러지는 것이리라.
식사도 주거도 곤란하지 않고 외적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
들실장이 보면 부러워해 마지않을 생활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즉, 그런 유유자적한 실장석을 강제로 납치해서 끔찍하게 죽이고 싶어 하는 학대파다.
그런 인간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브로커들은 범죄에 손을 대는 경우도 있다.

"내가 한마디 하자면, 그 브로커하고는 인연을 끊는 게 나아."

"...그런가?"

"그도 그렇지... 자칫 엮이면 자기까지 범죄자야.
우리도 브로커 몇 사람하고 계약해서 실장석을 공급받고 있거든.
그런데 그런 수상한 놈들하고는 엮이고 싶지 않아."

점장이 다시 나에게 충고했다.

"들브로커 놈들은 말이야. 기본적으로 돈 때문에 뭐든지 한다고 생각하면 돼."

"알았어. 명심할게. 그리고 하나 더 물어보고 싶은데, 아직 시간 있어?"

"오늘은 질문을 많이 준비해왔네... 그래, 아직 괜찮아."

"튀기라는 거 알지...?"

내가 질문한 순간, 점장의 표정이 흐려졌다.

"들브로커에 튀기... 오늘 얘깃거리는 큰 소리로 말할 수 없는 것들뿐이네."

"응, 솔직하게 물어볼게. 인간하고 실장석의 혼혈... 튀기를 비싸게 사는 사람, 없을까?"

"...뭐라고?"

서글서글하던 점장의 표정이 이번에는 험악해졌다.

"...지금은 다른 손님도 없으니까 지금 분명하게 말하마."

"뭔데...?"

"이 가게 안에서는 두 번 다시 그 말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

"어...."

"나는 이제까지 성실하게 일을 해왔어. 남에게 손가락질 안 받을 정도로.
지금은 단골손님도 있고, 내가 하는 말을 믿어주고 있어.
그런 상황인데 이상한 소문이 될 만한 화제는 가게 안에서 피하고 싶어."

"으...응. 미안했어."

확실히 안 좋은 화제다.
이 경우는 명백하게 나의 부주의다.

"그래도 있잖아... 꼭 그곳을 가르쳐줬으면 해."

지금은 다른 손님도 없다.
그래도 일단 반성하고 목소리를 낮추며 점장에게 계속 질문했다.

"혹시 비싸게 팔리는 튀기가 있다면... 어떤 튀기인지 몰라?"

"그러니까 그 이야기는...."

"...제발! 이번이 끝. 이제 다시는 말 안 꺼낼게!"

나는 머리를 숙이고 부탁했다.
튀기와 엮이고 나서 나는 모르는 것투성이다.
몰라도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신경 쓰인다.

지금 내 하숙집 욕실에 가둬놓은 자튀기 1번.
브로커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집착하는지, 아쉬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의 인맥으로 튀기에 관해서 잘 알만한 인물은 이 점장뿐이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나는 도저히 놓을 수는 없었다.

"...몰라."

"그래도...."

"나도 정말로 모른다니까. 비싸게 팔리는 튀기는 들어본 적도 없어!"

점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 정도로 분명하게 말하면 나도 더는 물고 늘어질 수가 없다.

"...그런데 너 애당초 뭔가 착각하지 않았어?"

"뭐가?"

"튀기는... 인간과 실장의 혼혈은 의외로 가까운 존재라고."

"어...?"

"...생각해봐라. 만약에 튀기가 필요하면 어떡하면 빨리 얻을 수 있겠어?"

점장이 아무렇지 않게 한 질문.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알고는 있지만 입 밖으로 내는 것이 꺼려진다.

"...그런 것이지. 튀기 튀기 해도 그것도 반은 사람 피가 흐르고 있어."

"으응... 그건 맞는데...."

"그걸 알면서도 어떡하면 비싸게 팔리니 안 팔리니... 같은 인간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은가?"

점장이 연장자 어른으로서 엄하게 꾸짖는다.
확실히 나는 지금까지 실장석을 셀 수 없을 만큼 죽였지만 사람을 다치게 한 적은 없다.

"아마도 튀기에 관한 것도 들브로커한테 들었지?
그놈들은 돈이 된다면 뭐든지 한다.... 다른 말 안 할게. 당장 연을 끊는 게 좋아."

그렇게 말하고 점장은 카운터를 나와서 다른 일에 착수했다.
눈앞에는 내가 구입한 실장 푸드 봉지.

나는 더 이상 점장에게 물어볼 마음이 나지 않아 바로 가게를 떠났다.






알고는 있었다.
점장의 말에 잘못된 것은 없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나는 자튀기를 계속 포획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거래를 위해서 두 친구와 함께 학대 원정.
여러 장소를 돌며 일주일에 두세 마리의 페이스로 그 남자에게 인계했다.
그리고 잡아 온 자튀기들과 1번을 비교하는 날이 이어졌다.

신체적 특징에 눈에 띄는 차이는 없다.
새로 잡아 온 자튀기들과 비교해도 차이점을 알 수 없다.

...아니, 딱 한 가지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테에엥... 테에엥...」

「마마아... 돌아가고 싶은 테츄...」

「다들 그만 우는 테츄우.」

이번 주에 새로 잡은 두 마리.
친과 떨어져서 징징 짜는 바람에 성가시기 짝이 없다.
그 자튀기를 1번이 달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매주 잡아 온 자튀기들을 돌보는 역할이 되어있었다.

「테에... 오네쨩?」

또한 4번도 1번을 따른다.
저번에 나에게 대든 4번은 결국 여기 눌러앉았다.
내가 부상을 입힌 바람에 인계를 연기했을 뿐이지만, 브로커에게 넘길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런데 요즘 들어 생각이 달라졌다.
1번 자튀기의 정신상태를 고려하면 4번 정도는 곁에 있는 것이 나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이 욕실의 어둠에 저 혼자 있으면 미쳐버릴 수도 있다.
중요한 개체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다룰 필요가 있다.


...그렇다. 다른 자튀기들에게도 중요한 개체인 것이다.

이 1번은 돌보는 것에 아주 뛰어나다.
나이로는 거의 차이가 없는데도 다른 개체들이 잘 따른다.
다른 자튀기들이 아무리 울어도 이 1번이 달래면 울음을 그친다.
아마도 울부짖으면 나의 질책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다른 자들을 돌보고 나를 번거롭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당분간 같이 생활을 하다 보면 그 정도는 알아차린다.

그런데 그것이 이 녀석의 가치와 어떻게 연관될까.... 역시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자튀기 포획은 계속된다.

그날 브로커의 태도는 열 받았지만 인연을 끊을 수는 없다.
그때 인연을 끊었다면 1번을 처분하는데 곤란해졌을 것이다.
결국 지금도 포수 이야기의 의미는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다.
역시 돈 때문이다. 돈 때문.
그리고 두 친구만 있으면 자튀기 확보도 어렵지 않다.
지금은 반쯤 용돈 쉽게 버는 기분으로 만나고 있었다.

"여어."

"응, 오늘도 수고 많네."

일요일 오후는 브로커와 만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목적은 당연히 그 주에 잡아 온 자튀기 환전.

"이번 주는 두 마리야."

"수고했어. 그러면... 이게 대금이다."

건네받은 것은 만엔 지폐 한 장.
평범한 들자실장 2마리의 가격이었다면 이만저만한 바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찾으니 튀기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부근은 우리가 마구 사냥한 것도 있지만 자체 수가 매우 적다.
보통 수준의 자튀기 한 마리의 시세가 5천엔.
우리도 매일 학대하는 것은 아니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다.
아르바이트나 일을 한다는 감각도 없다.
별로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고, 즐기면서 이만큼 돈을 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왜 튀기를 낳게 하지 않는 거야?"

남자는 새로 건네받은 자튀기 두 마리를 평가하고 있었다.
그 도중에 작업을 중단하고 내 쪽을 돌아본다.

"낳게 한다고?"

"응, 튀기가 필요하면 들실장을 많이 모으면 돼.
그리고 실장석이 취향인 남자들을 모아서 임신시키면 그만이잖아."

그러나 남자는 내 말에 흥미를 잃고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뭐, 그렇게 되면 내가 용돈을 못 벌게 되지만."

이 남자가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는 것에는 이미 익숙해졌다.
옆 벤치에 앉아 얼굴을 들고 하늘을 본다.


"...너 혹시, 자튀기를 모으는 게 괴로운 건가?"

"아니, 그렇지도 않아. 친구들하고 같이 실장석들을 죽이면서 하니까. 즐기면서 벌고 있다고."

"즐기면서...?"

평가하던 자튀기에서 눈을 떼고 갑자기 내 쪽을 봤다.

"맞아, 즐기면서 실장석들을 매주 죽이고 있어. 그러는 당신도 같은 입장 아니야?"

"...무슨 뜻이야?"

"당신도 실장석이 안 좋은 꼴을 당하는 게 즐거우니까 그런 일을 하는 거잖아?"

브로커 남자는 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잠시 말 없는 시간이 이어지고, 다시 자튀기들에게 눈을 돌렸다.

"나는 즐거워서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다."

그 말에는 명확한 거절의 의사가 담겨있었다.

"그럼 왜 이런 일을 하는데."

"증오해서다."

"...뭐어?"

"실장석을 증오해서다."

"그럼 우리하고 똑같잖아."

"아니야!"

더욱 완강한 거부.

"너희는 즐거워서 학대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실장석들을 증오해서 이런 일을 하는 것뿐이야."

"뭐가 다른데?"

"...내가 볼 때는 너희 학대파나 애호파나 별 차이가 없다."

"뭐?"

"양쪽 다 실장석에게 의존한다는 뜻이야.
학대파는 실장석이 없으면 학대할 수 없어.
애호파도 실장석이 없으면 애호할 수 없지.
예를 들면 말이다...."

남자는 거기서 크게 숨을 내쉰다.

"지금, 네 눈앞에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실장석이 100마리 있다고 치자.
이제 전 세계의 실장석은 전멸해서 남은 건 그것뿐이야.
너희는... 학대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그 마지막 100마리를 죽일 수 있을까?"

"...."

"왜 그래? 학대파는 실장석들을 죽이는 걸 즐기는 거 아니었어? 그래도 너희 학대파는 절대 그런 짓은 못 하겠지....
너희 학대파는 실장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야. 학대를 위해서라고 해도...!"

"...그럼 당신은 뭐가 다른데!?"

"나는 망설이지 않고 죽인다."

"뭐...?"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면, 그 자리에서 실장석을 전부 죽인다."

나는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선뜻 실장석을 밟아 죽이는 것을 보고 이 남자는 동류라고 생각했다.
젊었을 적에는 우리처럼 즐기면서 실장석을 죽였을 거라고.

"...그럼 당신은 왜 실장석을 증오하는데?"

"...."

"우리도 실장석이 열 받기는 해. 그런데 증오...까지 느낀 적은 없어."

"그래...."

남자는 평가하던 자튀기를 케이지에 넣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두 번 접히고 여기저기가 바랜 사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걸 봐줘...."

"...응?"

남자가 넘겨준 사진에 찍혀있는 것은 여자 아이였다.
아마도 곧 있으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로 보인다.
새하얀 원피스와 대비적으로 허리까지 닿는 긴 검은 머리.
밀짚모자를 쓰고 그 끝을 손가락으로 잡고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었다.



눈부실 정도로 웃고 있었다.



"...얘는 당신 딸이야?"

남자는 고개를 젓는다.

"이 일에 종사하기 전, 나는 보육사였어."

"호오...."

"거기 찍힌 것은 그때 나를 따르던 여자 아이야.
이 모자를 좋아해서... 방 안에서도 계속 떼놓으려고 하지 않았지. 항상 뛰놀고 있었지...."

"뭐야, 당신... 연하가 취향이었어?"

과묵한 데다 로리콘이었나.... 이런 사진을 가지고 다니다니 뭔가 글렀어.
설마 이런 취향까지 있었을 줄은....

"...그 애는 죽었어."

"뭐...?"

"그 애는 죽었다고. 실장석이 원인이야.... 고작 실장석 때문에...."

그러고 보니 친구와 점장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에게는 취약한 실장석들도 집단이 되면 어린애 한 명 이상의 힘이 된다.
가끔 난폭한 실장석들이 집단으로 작은 유아를 습격한다.
그것이 사건이 되어 가끔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거론된다.

"...미안했어."

나는 건네받은 사진을 돌려주면서 남자에게 사과했다.

"사과를 왜 해?"

"...나도 그 정도 마음은 표현할 생각이야."

이 남자는 우리처럼 반쯤 놀이인 것과는 달랐다.
그런데 똑같다고 단정해버려서...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확실히 학대파이긴 해도 당신 기분은 알 것 같아."

"그래...?"

"내가 만약 당신 입장이었다면, 원인이 된 실장석들을 박살 내줬을 거야.
아무리 나라도 그런 어린애가 죽으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그게 친한 사이였다면 더욱더!"

"학대파인 너도 화나는 건가?"

"당연하지!"

신경을 건드리는 남자의 얼빠진 질문.
나는 그만 고함을 질렀다.

"실장석 학대파지만 나도 인간이야!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지만,
이런 어린애가 불행해지면 남들처럼 동정쯤은 한다고!"

"...너는 정이 있는 학대파군."

"학대파도 사람의 정은 당연히 있거든!"

"그런가...."

지갑에 넣기 전, 남자는 잠시 사진 속 여자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사람의 정(情)을 가진 학대파인가...."


나는 목청을 높이고 분노를 숨기지 않고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남자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그저 차갑게 사진을 보고 있었다.



















"뭐야 그 자식....!"

방에 돌아오고, 나는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
문이 부숴질 듯이 힘껏 닫고 아래층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발소리를 울리고 있었다.

나는 학대파지만 어디까지나 실장석에 대한 학대파다.
정의의 사도 행세를 할 생각은 없지만 극악무도할 생각도 없다.
나도 그런 어린 여자 애가 위험한 일에 빠지면 가장 먼저 돕는다.
마찬가지로 두 친구도 순수한 실장석 학대파지만 못 본 척하지 않을 녀석들이다.

확실히 우리는 실장석 학대파다.
아무리 실장석이더라도 학대는 학대다. 사람으로서 최악이라고 자각하고 있다.
나중에 학대파라고 손가락질받아도 어쩔 수 없는 인종이다.

그렇지만 저렇게 어린 여자 아이의 불행에 아무 느낌도 없을 정도로 타락하지 않았어!

"응...?"


문득 뭔가가 들렸다.

 〜〜! 〜〜!

"설마...."

화가 풀리지 않은 채, 나는 욕실 문을 열었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어둠 속에서 4번 자튀기가 내 명령을 무시하고 큰 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다.
그동안 1번이 달래 왔지만 마침내 정신적으로 한계가 온 것 같다.

"시끄럽다고! 조용히 해!!"

「집에 돌아가고 싶은 테츄~! 마마가 있는 곳에 돌아가고 싶은 테츄~!」

「조, 조용하는 테츄... 와타치가 여기 있는 테치이....」

소리 지르는 4번을 1번이 진정시키고자 달래고 있었다.
나는 욕실 문을 닫았다.
다행히 밀실이기 때문에 쉽게 소리가 새어 나오지는 않고, 다른 입주자들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명령을 지키지 않은 것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남자와 대화하고 와서 그런지 더욱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조용히 하랬는데 못 알아먹었냐!!"

「챳!!」

나는 1번이 끌어안고 있던 4번을 아무렇게나 잡고서 얼굴을 가까이 대고 노려보았다.

"한번 더 말한다... 조용히 해라...."

「이제 와타치는 이런 곳에 있는 건 싫은 테츗!」

"뭐야...?"

「더 밝은 곳으로 가고 싶은 테츄! 마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테츄~!」

"시끄럽다고...."

「닝겐, 빨리 와타치를 여기서 내보내주는 테츄~!」



"시끄럽다고 했잖아...!!"



「...츄벳!!」

4번을 움켜쥐고 있던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쥐어서 으스러뜨려버렸다.
작은 비명을 지르더니 갑자기 움직이지 않게 된다.
눈이나 입에서 흘러나오는 체액, 자튀기의 온몸의 뼈가 산산조각 난 감촉.

"하하...."

그러나 나는 그런 것보다... 안에서 솟아오르는 충동에 놀라고 있었다.


"하하... 뭐야, 그런 거였냐...."


나는 이때 모든 것을 깨달았다.

흐린 하늘이 일순간 개이는 듯한 감각.
그 브로커가 말했던, 애호파를 위한 자튀기 확보 같은 이야기는 헛소리다.
이 녀석들은 애호를 위해 모아지는 것이 아니다.
애호하지 않는다면 모아지는 이유는 단 하나.

그래, 하나밖에 없다.


"이 감촉... 오랜만이군."


나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자실장을 쥐어뭉갠 그때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떨리고 있었다.
기쁨과 흥분이 지나친 나머지, 나는 떨고 있었다.

자튀기를 죽이는 감촉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지금까지의 정신적 억압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
절반은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금기.
동시에 솟구치는 해방감,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쾌함.
선을 넘은 감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최고였다.


"그래... 즉, 너의 이유도 그건가."


같은 욕실에 있던 1번 자튀기.
으스러진 4번을 보며 울고 있었다.
4번 자튀기를 되찾으려고 결코 닿지 않는 손을 뻗고 있었다.

동시에 나는 이 1번 자튀기가 최고급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도 깨달았다.

우리 학대파에게 있어서 상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식.
보통 자실장보다 상위 등급, 학대를 즐기기 위한 자실장의 특징.


"과연... 친에게서 애정을 충분히 받은 개체인가...."


게다가 이 녀석은 친실장뿐만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녀석은 다른 한쪽의 부모에게서... 그 고등학생에게서도 애정을 받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학대해 온 자실장은 당연하지만 편모.
역시 친실장에게 사랑받은 자실장의 반응은 보통과는 다르다.
나도 꽤 즐겼다.

그런데 지금 여기 있는 것은 부친과 모친, 양친에게서 애정을 받고 자란 개체.



"그런 녀석을 학대라니... 생각만 해도 오싹거린다...."



「테에~! 테에~!」

1번 자튀기는 아직도 울고 있었다.
울면서 4번 고깃덩이에 손을 뻗고 있었다.




내 손의 떨림을... 웃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2에서 계속

댓글 4개:

  1. 한단계 위의 세레브한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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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러다가 점점 실장과 인간의
    구분점이 모호 해지고 최악의 경우에는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삼겠지 어차피
    죽이는데 맛이 들린 이상은 점점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는거고 그러다가
    인간을 상대로도 저짓을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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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설은 좀 소설로 봐라 미친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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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과몰입하는거 보니 찐이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을 찐으로 몰아가면 쿨찐이겠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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