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혈주거의 실장석

장마의 시기라 매일 비가 쏟아지는 덕분에, 대낮인데도 매일 공원안에 넘쳐나던 실장석들도 태반이 집에 틀어박혀있다. 동족이 적은 이때다 싶어 목욕을 하는 녀석과 쓰레기를 뒤지러 나서는 녀석이 소수 보일 뿐이다.



「데ー. 이 시기는 매일 비가와서 동족도 틀어박히는 덕분에 먹이찾기가 편한데스♪ 자들에게 배부르게 밥을 먹일수 있는데스♪」




빗속에서 먹이찾기에 나선 실장석 한 마리가 비옷 대신으로 자주 사용하는 비닐봉지에 고인 물방울을 손으로 털어내며, 그칠줄을 모르는 비를 올려다보기도 하고 주변을 경계하기도 하면서 인간도 동족도 거의 오지않는 공원 안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입구를 가리는 것처럼 자라있는 풀을 치우고는 언덕에 파인 횡혈 둥지 안으로 몸을 구부리고 들어간다.

이 실장석은 들실장석의 상징이라 할수있는 골판지하우스에 살지않고, 언덕에 성체실장도 편히 지낼 정도의 횡혈을 파서 지내는 드문 실장석이었다.



「오마에들 제대로 집 보고 있었던데스까?」

「마마 어서오시는테치ー」

「오네챠랑 같이 조용히 기다리고있었던테츄」



친실장이 둥지에 돌아오니 들 치고는 몸가짐이 깨끗한 자실장 두 마리가 기쁜듯이 친실장에게 달려와 품에 달려든다.

친실장은 그런 새끼들에게 미소지으며 한 마리 한 마리 꼼꼼히 쓰다듬어주고는 어두컴컴한 집 안을 둘러보아 새끼들이 실수를 하지 않았는가 확인한다.



『오늘도 이 자들은 제대로 얌전히 집을 보고있었던데스. 역시 와타시의 자랑스러운 자인데스. 태어나서 바로 솎아낸 세 마리와는 전혀 다른데스. 이정도라면 앞으로는 밥을 찾는 법과 둥지를 만드는 법도 가르치면서 뜨거운 계절을 넘기면, 밥을 잔뜩 찾을수 있는 시기에는 훌륭히 독립시킬수 있는데스』

친실장은 미소지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자아, 얌전히 집을 보고있던 오마에들에게 하느님이 선물을 주셨는지, 오늘은 밥을 가득 가져온데스. 어서 밥 먹을테니 준비를 하는데스」



어미가 밥이라고 말하니 자실장들은 둥지 한 켠에 놓아두었던 접시와 빈 상자를 들고와서는 똑바로 앉아 어미가 밥을 꺼내는 것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있다.



「테ー! 오늘의 밥은 굉장한테치ー! 아직 파란 부분이 적은 빵이 잔뜩인테치ー!」

「이모토챠! 아직 살이 많이 붙어있는 사과심도 있는테치! 마마 굉장한테치ー!」



빈 상자에 차려진 다양한 먹이에 새끼들은 눈을 빛내며 기뻐한다. 어미가 먹어도 된다고 말하자 두 마리는 예의바르게 사이좋게 눈 앞의 호화로운 먹이를 먹어간다.

기쁜듯이 밥을 먹는 두 마리를 바라보며, 어미는 둥지 입구에 시선을 돌린다.



『요 며칠 계속된 비로 동족들이 둥지에 틀어박혀있으니 밥 찾기가 편한데스가, 오늘의 비는 너무 쎘던데스. 오늘은 어떻게든 밥을 찾으러 나갔던데스가, 내일도 이러면 역시 무리인데스』



「테ー? 마마 무슨일인테치? 밥 안먹는테치?」

「데!? 아무것도 아닌데스ー. 자아, 마마도 밥 먹는데스. 배가 꼬르륵 하는데스ー」



불안하게 밖을 바라보던 어미에게 말을 거는 새끼에게, 친실장은 웃으면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하고는 함께 먹이를 먹기 시작했다.



『괜한 생각인데스. 내일도 오늘과 같은 세기의 비라고해도, 요 며칠간의 비로 동족에게 방해받지않고 밥을 잔뜩 가져왔고, 무엇보다 보존식도 가득 있는데스. 게다가 이 집은 아무리 거센 비가 내려도, 거센 바람이 불어도 괜찮은데스ー. 지금까지 동족에게도 닝겐에게도 발견된 적 없는 안전하우스인데스』



친실장은 불안을 떨쳐내며, 새끼들과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어미는 두 새끼에게 오늘도 여러가지를 가르친다.



「알겠는데스? 오마에들이 독립해서 처음으로 할 일은 집을 만드는 것인데스. 집의 장소는 동족도 닝겐도 발을 들이지 않는 공원 안쪽으로 하는데스. 그리고 언덕이 있는 장소를 골라, 이 집처럼 구멍을 파서 집으로 하는데스ー」

「알겠는테치」

「마마, 어째서 구멍을 파서 만든 집이 아니면 안되는테츄? 남들처럼 골판지집이면 안되는테츄?」

「골판지집은 안되는데스. 구멍을 파서 집을 만드는 것은 중노동이고, 낮에도 어두워서 불편한데스. 하지만 골판지집은 아무리 잘 숨겨도 동족은 속여도 닝겐의 눈은 못 속이는데스. 위험한 닝겐에 들키면 와타시들이 아무런 나쁜 짓을 하지 않아도 아픈 짓을 잔뜩 당하고는 죽임당하는데스」

「테에에에. 와타치 죽고싶지않은테츄ー」

「이모토챠, 울면 안되는테치」



죽임당한다는 말에 반응했는지 동생이 울음을 터트리자, 자신도 울고싶은 것을 참고 여동생을 달래는 언니. 나는 똑똑하고 착한 아이를 가져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두 마리를 안아 안심시켜준다.



「그리고 골판지하우스라면 오늘같은 비오는 날에 집이 무너지는데스. 마마는 오늘도 밥을 찾으러 다녀오면서 비로 집이 무너져 지낼곳이 없어진 동족을 잔뜩 본데스. 그래도 구멍을 파서 만든 집은 아무리 거센 비에도 끄떡없는데스. 만드는 것은 힘들지만 뜨거뜨거의 시기에는 흙 안이라 시원하고, 꽁꽁의 시기에도 마른잎을 꽉꽉 채워두면 따끈따끈한데스. 이것은 와타시가 와타시의 마마에게 가르침받은 살아남기 위한 지혜인데스」



어미의 이야기를 놓지지 않겠다는듯, 필사적으로 기억하려하는 두 마리. 와타시도 이 자들처럼 필사적으로 기억했던데스, 하면서 올 봄에 독립했던 어미는 감탄하고 오늘의 공부를 마쳤다.



「마마, 와타치도 앞으로 마마에게 뒤지지않는 멋진 집을 파는테치ー!」

「와타치도 파는테츄ー!」

「현명한 오마에들이라면 마마보다도 훌륭한 집을 만들수 있는데스ー. 마마도 안심인데스. 자, 오늘은 조금 놀고나서 자는데스ー」

「「좋은테치ー・테츄ー♪」」



화기애애한 횡혈실장 일가와는 상관없이, 비는 점점 강해져갔다.





「자아, 오늘은 이젠 자는데스요」

「알겠는테치ー. 마마 오늘 즐거웠던테치ー」

「마마, 오네챠, 안녕히 주무시는테츄ー♪」



횡혈실장 일가가 잠들고 얼마 후, 뭔가 커다란 소리가 나자 친실장이 벌떡 일어났다.



「데!? 뭐인데스ー?」

「마마, 무슨일인테치ー? 무서운테치ー」

「테에에엥, 테에에에엥」

「괜찮은데엣스! 이 집에 있으면 안전한데스! 마마는 잠시 상황을 볼테니까 거기서 가만히 있는데스!」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입구가 막혀있다.



「데에에에!! 어째서 입구가 막힌데엣스!! 이러면 밖으로 나갈수가 없는데스ー!!」

「테에에에에! 밖에 나갈수 없어진테치ー!」

「테에에엥! 와타치들 갇혀버린테츄ー!」

「마마가 어떻게든 할테니 괜찮은데스! 오네쨩은 이모토쨩을 지켜주는데엣스!」



친실장이 서둘러 입구를 막고있는 흙을 파낸다.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입구가 막힌것 뿐이라 물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니 아직 괜찮을텐데도, 갑작스런 불운에 혼란스러워하는 친실장은 냉정한 대처를 할 수 없었다. 그저 밖에 나가고싶다고 마구잡이로 흙을 파내고있다.



「괜찮은데엣스! 현명한 와타시라면 이런 위기도 뛰어넘을데갸아아아아!!!!」



흙을 파내던 친실장 옆에서 다시 붕괴가 일어났고, 이번에는 천정의 일부가 무너져내려 친실장은 얼굴만 남기고 파묻혀버렸다.



「데보데보옷! 뭐인데스ー 뭐가 일어……데데엣! 묻혀버린데스ー! 게다가 뚫린 구멍에서 물이 잔뜩 들어오는데스ー!!」

「테챠아아아! 마마! 물이, 물이 들어오는테치!」

「이젠 끝인테츄ー! 와타치 죽어버리는테츄ー!」

「괜찮은데엣스!! 마마가 오마에들을 지키는 데엣스!」



친실장은 어떻게든 흙에서 빠져나오려고 하지만 흙은 꿈쩍도 하지않는다. 물을 머금어서 무거워진 것이다. 친실장이 몸부림치는 도중에도 비는 둥지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마마ー! 벌써 물이 가슴까지 차오른테치ー!」

「어푸어푸! 빠, 빠져죽는테츄ー! 마마ー 살려주는테츄ー!」

「데에에에!? 오마에들 빨리 이 뚫린 구멍으로 밖에 나가는데에엣스! 오마에들이라면 빠져나갈 크기인데스ー!」



새끼들의 비명을 듣고 달려가고싶지만, 목까지 파묻혀 새끼쪽을 돌아보지도 못하기에 친실장은 큰 소리로 새끼들에게 도망치라고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공포에 떠는 새끼들은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그저 마마, 마마 하고 울기만 할 뿐이었다.



「어푸어푸, 마, 마마…살려……」 파킨

「테엣!? 이모토챠ー! 마마ー! 이모토챠가 죽어버린테치ー! 이젠 끝장인테치」 파킨



여동생실장은 힘이 다하여 익사하면서 위석이 깨졌다. 언니실장도 여동생의 죽음과 밀려오는 물에 절망하여 위석을 자괴시켰다.



「데엣!? 오마에들 어떻게된데스? 대답하는데스ー!」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기에, 실장석은 방금의 소리는 역시 아이들의 위석이 깨지는 소리였다고 이해했다.



「오로로ー롱! 오로로ー롱! 아이들이 죽어버린데스ー. 어째서인데스ー. 와타시와 아이들은 아무것도 나쁜짓 하지 않은데스ー! 마마의 분부대로 힘들었지만 제대로 구멍을 파서 둥지를 만든데스ー. 마마가 흙을 파서 둥지를 만들면 안전한 집이라고 했던건 거짓말이었던데스까! 뭐가 안전인데스! 마마는 거짓말쟁이인데스ー!」



목까지 흙에 파묻혀있었기에 새끼의 마지막도 지켜보지 못하고, 눈동자와 같은 색의 눈물을 흘리며, 내리는 비 속에서 자신의 어미에 책임전가를 하며 원망을 계속한다.



이 친실장의 어미는 거짓말을 한 것인가. 그저 이 실장석이 어미의 분부를 지키지 않은것 뿐이었다. 어미는 아이들에게 『구멍을 판 후에 골판지를 주워와서 입구 주변을 보강하는데스ー. 이게 가장 중요한데스. 그렇지않으면 비가 계속 내리는 시기에 흙이 약해져서 입구가 파묻혀버리면 고생하는데스요』라고, 똑바로 가르쳤던 것이다. 이 실장석은 그것을 태만히하고 비를 얕보았기에, 이런 사태에 처한 것이었다.







하룻밤이 지나자 어제까지의 비가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비가 멎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잠들어있는 새벽, 한 남자가 공원에 발을 들이더니, 한 손에 든 센서를 들고 횡혈실장 일가의 둥지였던 장소까지 걸어온다.



「아, 여기는 실패였나. 이녀석은 어미의 분부를 제대로 듣지 않았구만」



목 아래가 파묻혀 원망하는듯한 얼굴로 절명해있는 실장석을 보고 중얼거리더니, 남자는 죽은 실장석은 무시하고 둥지 안과 입구가 비치도록 세팅해둔 감시카메라를 회수하고 둥지를 부순 후 떠났다.

이 남자는 1년 전에 현명한 자실장석을 주워 횡혈식 주거를 만드는 방법 등을 가르친 후, 성체가 될때에 센서를 심어서 공원에 풀어주고 관찰해왔다.

어째서 이런 일을 했는가 하면, 들실장의 둥지라 하면 골판지하우스 정도였기에 횡혈식 주거를 만들고 사는 방법을 1세대째에 가르치면 다음 세대에도 전수되지 않을까 해서 관찰해온 것이다.

결과는 남자가 주워온 실장은 성공이었다. 그리고 새끼가 7마리 태어나 솎아내어졌고 올해 봄에 세 마리의 독립이 가까워지자 1세대 실장의 둥지에 수면스프레이를 뿌리고 잠들어있는 세 마리의 2세대째에도 센서를 심었다. 2세대째가 둥지를 만들면 다시 수면스프레이로 재우고 둥지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남자가 찍은 영상은 그의 블로그에 공개되었고, 나름대로 팬도 있다. 덧붙이자면 2세대째 세 마리 중 성공한 것은 1마리 뿐이고, 나머지 두 마리는 이번 비에 둥지가 무너져 사망했다.



또한 남자의 횡혈주거관찰은 겨울에 끝을 맞았다. 살아남은 2세대째 마지막 한 마리는 겨울준비에 실패하여 일가 전멸. 남자가 횡혈주거생활을 가르쳤던 1세대째 실장석은 여름에 먹이를 찾다가 학대파에 들켜서 학대사. 둥지에 남겨져있던 자실장도 어미가 둥지에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다 굶어죽었다. 결국 남자가 가르친 횡혈주거에 사는 실장석은 2년만에 종언을 고했고, 횡혈주거가 실장석 사회에 퍼져나가는 일은 없었다.


-끝

댓글 6개:

  1. 동굴집이 횡혈주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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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세대 실장들은 그놈에 빌어쳐먹을
    학대파 놈들 때문에 죽은 거구만
    학대파 놈들은 분별력이 없다는 말이지
    남이 실험관찰 하고있는 실장까지 막잡아
    죽여서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말이지
    그런 식으로 남의 계획을 망치는
    학대파 놈들은 하나 하나 찾아서 망친
    실험 대신에 연구기록으로 만들어 버려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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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는 똥벌레가 무슨 계획인지 뭔지에 연관된걸 제3자가 어떻게 알겠냐? 생각이란걸 좀 하고 댓글싸라 그리고 똥벌레에 감정이입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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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데흐흐 들분충은 그냥 죽이면 되는 것인데스요. 주인이 있는 사육실장을 건드리는 건 뭐하지만, 들에 있으면 그냥 들분충확정 데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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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진짜 내용부터 어투까지 찐따내가 풀풀나네 이딴댓글싸서 사람들 얼굴 찌푸려지게 하지말고 나가 뒤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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