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의 손은 떨리고 (2/2)

"갸하하하하하!!!"

"갸아아아아아!!"

"사, 살려주는 데스우우우!!"

우왕좌왕하는 실장석들, 그것을 등 뒤에서 배트를 내리쳐 박살 내는 나.
다음은 자를 데리고 있는 친이 눈에 띄어 박살 내고 자실장을 발로 짓밟았다.
공원 땅에 녹과 적의 체액이 마를 틈도 없이....
공원은 영락없이 실장석들의 지옥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뭐, 우리에게는 파라다이스지만.

"감이 꽤 돌아온 모양이네."

"태세가 잘 갖춰졌잖아."

학대에 부활한 나를 보고 두 친구도 화창한 웃음을 보여준다.

"그렇지 뭐...!"

이마에서 흐르는 상쾌한 땀과 실장석에게서 튄 피를 닦았다.

"요즘은 슬럼프였던 거야. 이제부턴 예전보다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푸른 하늘 아래, 공원에 학대파 세 명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날 4번 튀기를 홧김에 쥐어 터뜨리고 나서 학대가 얼마나 기분 좋은 것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사실은 튀기를 죽이고 싶지만 숫자가 적기 때문에 쉽게 놀 수 없다.
그래서 실장석으로 대신할 생각으로 지금은 학대 삼매경이다.
그리고 학대의 재미를 재인식했다.
매너리즘에 빠져 반쯤 질려있던 나에게 4번 튀기가 학대의 재미를 알려 준 것이다.
그 녀석에게는 고마워해도 괜찮다.
덕분에 실장석이 비참하게 죽어가는 꼴을 보는 것이 예전 이상으로 즐겁다.
고통을 실컷 맛보게 하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떨어뜨려 죽인다.




"야, 돌아왔다."

방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욕실.

「테에... 테에...!」

「무, 무서운 테츄우....」

「이제 더 이상... 심한 일은 하지 말아주는 데스우....」

1번 튀기, 그리고 신입 튀기가 두 마리.
기특하게도 1번은 떨고 있는 두 마리를 등 뒤에 숨겨 나에게서 지키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녀석들 앞을 지나쳐서 샤워기 손잡이에 손을 대고....

 쏴아...

힘차게 물을 틀자 욕실 전체에 소리가 울린다.
기본적으로 나는 방 안에서는 학대하지 않는다.
학대파라는 것을 숨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 녀석들의 비명이 새어나가게 하면 에티켓에 어긋난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비명이 섞여서 옆방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비켜!"

「데에!」

1번의 몸을 대충 밀치고 남겨진 튀기 한 마리에게 손을 댄다.

「테에...테에~~!!」

내 손 안에서 발버둥 치는 자튀기.
순간 내 안에서 고동이 빨라진다.
솟아오르는 환희, 만족, 충만감.
역시 자실장과 달리... 이 감촉은 튀기에게서만 가능하다.

"...갸하하하하!!!"

「챠아아아아아아!!!」

보통 실장석보다도 긴 한쪽 손을 뜯어내고, 다시 한쪽 다리를 비틀어 뜯는다.
고통을 줄 때마다 작은 몸에서 기분 좋은 외마디 소리.

「마마! 마마! 마마아아앗! 아픈 테츄우우우!!!」

"좋아! 좋다고!!"

몸 일부를 서서히... 서서히 쥐어뜯어나간다.
소중한 과자를 조금씩 조금씩 먹어가는 것처럼.

역시 튀기는 비명도 실장석과 다르다.
가슴이 맑아지는 절망적인 비명.
온몸에서 손끝까지 저리는 쾌감.

지금은 공원에서 애피타이저 대신으로 실장석 학대, 그리고 방에 돌아와서 튀기 학대가 일과가 되었다.

역시 학대의 마무리는 이게 아니면 안 되지.

"못 참겠다고...!!!"

샤워기 소리에 섞여 사라지는 자튀기의 비명.

「그만해주시는 데스... 그 자가... 죽어버리는 데스우...」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나를 말리는 1번 튀기.
그러나 가냘픈 팔로 내 다리를 건드려도 아무 소용이 없다.
웃음소리와 비명과 오열이 샤워기 소리에 뒤섞여 사라져간다.

이거 쉽게 그만둘 수 없겠어.



다시금 깨달은 실장석 학대와, 처음으로 깨달은 튀기 학대.
나의 학대 생활은 예전보다 더 충실해졌다.

더욱 굉장한 학대, 더욱 굉장한 학대를 추구하며....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샤워실에서 몇십번째인가의 튀기를 죽이고 나서 나는 문득 냉정해졌다.


그 브로커가 그동안 모은 튀기는 어디로?


욕조를 때리는 샤워기 소리와 손 안에서 절명한 튀기 한 마리.
방금 튀기를 죽인 여운에 잠긴 나에게 솟아오른 의문.
학대파라면 이 감촉은 그 무엇에도 견주기 힘든 지고의 한때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에게서 모은 튀기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
그 녀석은 애호파를 위해서 모은다고 했지만 거짓말이 분명하다.
이렇게 학대할 보람이 있는 녀석들을 애호하다니 말도 안 된다.
나라면 있는 돈을 다 털어서라도 손에 넣는다.
그렇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들인다.

아니 잠깐... 남들이 보기에 튀기를 학대하는 것은 최악이다.
그 애완동물 샵 주인도 말했지만 이 녀석들도 일단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어떤 특정 고객을 상대하는 매우 특수한 업체.
특수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회원제 클럽.

그런데 내 생각에는 후자가 훨씬 더 가능성이 높다.
세상에는 다양한 언더그라운드 계열의 클럽이 존재하고, 실장석 학대를 메인으로 하는 가게도 적지 않다.
똑같이 떳떳하지 못한 학대파끼리는 대화도 잘 통한다고 소문으로 들었다.

그리고 더욱 떳떳하지 못할 튀기 학대.

다른 사람들에게 결코 알려져서는 안 되는 행위다.
그런 만큼 서로 비밀을 공유하고 공감을 얻을 장소가 필요해진다.

어딘가에서 모인 튀기들을 성대하게 학대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크크...!"

손 안에서 몸뚱이가 서서히 차가워진다. 완전히 단순한 고깃덩이가 된 자튀기.
그 광경을 보고 절로 웃음이 흘러나온다.

나의 망상은 한없이 부풀어갔다.



가장 먼저 찾기 시작한 곳은 인터넷.
역시 인터넷 세상에는 다양한 정보가 쌓여있다.
인간과 실장석 사이의 자식... 즉, 튀기에 대한 정보도 몇 개 있다.

그런데 그 정보는 하나같이 무난한 주제뿐이었다.
학대가 취미인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실장석 학대 사진을 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공공연하게 떠들 수 없는 학대파들에게 인터넷은 유일하게 취미를 오픈할 수 있는 공간.
근처의 공원, 자택, 폐허, 여러 시설.
장소는 다르지만 실장석 학대인 것은 마찬가지다.
나조차 감탄할 만한 학대 풍경이 게재되어 있기는 했지만... 역시 없다.
튀기 학대에 관한 사이트는 보이지 않는다.


그 이후로 나는 근처 서점에서 튀기에 관한 잡지를 찾아다녔다.

서점에 가니 실장석에 관한 서적이 수없이 놓여있다.
애호파 놈들 용으로 실장석 사육방법 같은 별난 책이 한구석을 차지하고 앉았다.
한편 선심 쓰듯이 학대파 전용 잡지도 몇 권인가 놓여있다.
세상에 인정받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만한 취미도 아니다.
하지만 잡지가 이 정도로 출판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학대파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지 않으면 출판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 확실히 실장석 학대 서적은 있지만....

"이것도... 여기도 없어...."

어떤 잡지나 책에도 튀기에 관한 기사는 전무하다 해도 될 정도로 없다.
짜증이 난 나는 잡지를 책장에 아무렇게나 처넣었다.

그러고 나서 서점을 몇 군데 돌아다녔지만 튀기에 관한 기사를 실은 잡지나 책은 한 권도 없었다.
굴지의 대규모 북 센터조차 말이다.


"젠장... 반드시 뭔가가... 단서가 있을 거야...!"

결국 인터넷에서도 서점에서도 유력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은 실제 인맥이다.

하지만 나는 학대 경력도 짧고, 그것을 통해 사람을 알아가는 타입도 아니었다.
언제나 두 녀석 말고는 실장석 학대 동료가 없다.
예전 일도 있어서 애완동물 샵 주인에게는 두 번 다시 튀기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
그때 나는 사면초가에 빠진 것으로 보였다.

"...잠깐?"

아니, 한 명 있었다.

튀기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우리보다 잘 아는 녀석이 한 명.

"멍청하긴... 왜 이런 쉬운 걸 못 알아차린 거야...."

나는 웃었다.
너무나 우둔하고 우스꽝스러운 자신 때문에.

그렇다. 그 남자라면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미안, 요즘 흉작이라...."

"아니야, 수고했어. 이게 이번 보수다...."

나와 브로커 남자는 오랜만에 공원에서 만났다.

요즘은 입수한 튀기를 닥치는 대로 개인용으로 쓰고 있어서 흉작 보고를 하는 날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에 연락해서 간신히 한 마리를 넘기기로 했다.

「돌려보내주는 테츄... 와타치를 마마가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주는 테츄우....」

지참한 케이지 안에서 자튀기가 하염없이 울고 있다.
바구니 울타리에서 손을 뻗지만 아무것도 닿지 않는다.
힘없이 손을 흔드는 행위를 계속할 따름이다.

"그런데 무슨 일 있어? 전까지만 해도 좋은 페이스로 팔아주더니...."

"아니 뭐, 그냥 일이 잘 안 풀려. 게다가 거의 사냥한 것 같고."

"음...."

"미안한데 볼일이 있어. 오늘은 이만 가볼게."

"응... 그럼 또 부탁한다."

나는 케이지를 브로커 곁에 두고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수풀이 있는 모퉁이를 돌아 주머니에 손을 뻗는다.
나는 브로커에게서 충분히 거리가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핸드폰으로 통화를 시작했다.

"오케이, 부탁할게... 응, 계획대로 움직여줘."




"땡큐, 둘 다 나중에 보답할게!"

"그럴 필요 없는데...."

"너, 대체 뭐 하려는 거야?"

얼굴을 마주 보고 사정을 모르는 두 친구.
하지만 나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알려준 장소로 향한다.

그때 이후로 나는 친구들에게 부탁하여 그 브로커의 거동을 살펴달라고 했다.
목적은 모인 자튀기의 행방.
나의 학대파 직감으로 어딘가에서 은밀하게 학대가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했다.
모인 자 튀기들을 마음껏 처참하게 죽이는 장소.

최고다.

아마도 회원제여서 외부인은 절대로 들어가지도 못하는 장소일 것이다.
나 같은 초면은 절대로 들이지 않는 세계이다.
하지만 보고 싶다.
그 욕구는 멈출 줄을 모르고 날로 커져갈 따름이었다.

그로부터 나는 두 친구를 꼬셔서 자튀기 포획에 매진했다.
실장석들을 예전보다 더욱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그렇게 입수한 튀기들을 인적 없는 장소로 끌고 가서 메인 디쉬.

튀기들의 비명이 이토록 기분 좋을 줄은 몰랐다.

실장석의 탁한 목소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맑고 투명한 비명.
실장석 이상으로 절망에 찬 표정.
실장석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균형 잡힌 몸을 조금씩 파괴해나가는 쾌감.

한 마리 자튀기가 움직이지 않게 될 때까지 실컷 갖고 놀고 즐겼다.

덕분에 브로커에게 튀기 포획이 불발이라고 허위 보고하는 주일이 이어진다.
납품할 수 있는 튀기는 내가 소비해버리니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이번에 나는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깝지만 한 마리를 브로커에게 건네주고, 두 친구에게 그 튀기가 가는 곳을 찾아달라고 했다.

튀기에 대한 학대 욕구는 높아져만 간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내가 모르는 장소에서 튀기들이 지독한 일을 당한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린다.
하지만 나 같은 가난뱅이는 들어갈 수 없는 장소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참가하지 못해도 좋다. 적어도 구경이라도 시켜줬으면 한다.
이 눈으로 현장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최고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대가를 준비했다.

「테에....」

1번 자튀기다.
브로커가 최고 품질이라고 평한 개체.
그 개체와 교환한다면 어느 정도 억지는 들어줄 것이다.

솔직히 이 녀석을 다른 놈들이 학대하게 하는 것은 아깝다.
언젠가 내가 기분이 내킬 때 성대하게, 비참하게, 절망적으로 죽여줄 생각이었으니까.

"뭐, 됐어."

확실히 아깝지만 내 손에 들어올 것의 크기를 상상하며 자신을 달랜다.
셀 수도 없을 정도의 튀기들이 고통받는 파라다이스.

그것은 1번 튀기와 바꾸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여긴가."

두 친구가 브로커의 뒤를 밟아서 다다른 곳은 교외에 있는 아파트였다.

녹음이 우거진 베드타운에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주택가.
그 고지대에 있는 한층 더 훌륭한 아파트.
고지대 위에 광대한 부지가 있고 다른 주택지가 내려다보일 정도다.

얼핏 보면 훌륭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아파트.
그러나 부지는 높은 벽으로 외부와 차단되어있고, 심지어 수위 두 명이 문에서 드나드는 사람을 체크하고 있었다.
보통 아파트라기엔 보안이 너무 까다롭다.

"흠...."

나는 자연스럽게 이 맨션 부지를 빙 둘러봤다.
벽 높이는 거뜬히 3미터 가까이 되어서 조금 손을 뻗은 정도로는 닿지 않는다.
외부와의 유일한 출입구인 문에는 수위가 눈을 번득이고 있었다.
그 문은 굳게 닫혀 있고, 가끔 주민 같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도 빠짐없이 체크를 했다.

한 바퀴 돌고서 나는 다시 주변을 바라보았다.

새 주택지답게 모든 것이 새롭다.
그것을 둘러싼 주위는 녹음이 우거졌다.
머리 위로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흰 구름이 흘러간다.
자동차도 잘 지나가지 않고, 오가는 사람도 적다.
들리는 것은 바람 소리와 새 소리 정도다.

하지만 한가로운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삼엄한 경비.

나는 내 예측에 대한 확신이 높아졌다.



"그러면...."

같은 고지대에 있고 부지와 이웃한 7층 규모의 아파트로 들어갔다.

결국 부지 주위를 맴돌기만 하면 의심받는다.
게다가 그것만으로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안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지 옆의 아파트에 주목했다.

수위가 단단히 경비하는 옆쪽에 비해 보안이 매우 허술해서 나도 잠입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옥상에 올라가 옆 부지 안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짐 속에서 쌍안경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부지 안에는 아파트 건물 외에 차고 몇 개와 창고로 보이는 건물.
그리고 정원으로 보이는 녹색 부지 안에....

있다!

그 일면, 잔디가 깔린 장소.
녹색 소인들이 수십 마리... 아니, 어쩌면 백 마리 이상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자튀기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저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실장석이 아니다.
육안으로는 알아보기 힘들지만 쌍안경 너머로 보면 명백하다.
녹색 부지 안에서 뛰어다니며 노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근처에는 친으로 보이는 성체 튀기들이 빠짐없이 붙어있다.
이 옥상에서는 철망 너머에 있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저것은 틀림없는 튀기들.

큰 튀기 한 마리 근처에 작은 자튀기 몇 마리가 뛰어다닌다.
그 자튀기들을 친으로 보이는 튀기가 웃으며 지켜본다.
부지 안에서 자튀기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러 다닌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친튀기들이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역시... 이곳은 튀기 학대가 비밀리에 이뤄지는 장소일 것이다.
지금은 저 튀기들도 얼빠진 얼굴을 하고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다.
아마 지금은 학대를 위한 숙성 기간일 것이다.
언젠가는 저 잔디밭에 나와 있는 튀기들도 안으로 끌려가서....

"크크크...!"

상상만 해도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상상이 실제로 벌어지는 현장을 보고 싶어서 참을 수 없어졌다.
참여할 수 없어도 괜찮다.

그저 녀석들이 절망적인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음...."

쌍안경 너머로 부지 안을 내려다보며 자튀기들을 바라보는 동안... 갑자기 시선이 느껴졌다.
튀기들에게 정신이 팔려 주위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

시선이 느껴진 방향... 쌍안경에서 눈을 떼고 올려다본 방향에는 튀기들과 같은 부지 안의 아파트 최상층.
잘 보니 1, 2, 3, 4... 10층의 한 모퉁이만이 전면 유리로 되어있었다.

그 유리에 두 손을 붙이고... 나를 내려다보는 여자아이와 시선이 마주친다.

 ......

초등학교에 입학했을까 말까 한 나이의 아이일까....

여기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큰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유리에 찰싹 붙어있는 작은 손.
블루 계통의 긴 소매 셔츠에 팔이 통과하고, 역시 블루 계통으로 보이는 치마.
등 뒤로 보이는 길고 검은 머리카락.
아마도 그곳 아파트 주민의 아이일 것이다.

 ......?

여자아이는 가만히 나를 보고 있다.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고서 크고 둥근 눈으로.

옆 건물에서 부지 안을 들여다보는 나를 우연히 발견하고 관심이 생긴 것이리라.

내가 이런 곳에서 뭐 하는 건지 이상하게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나도 자기 쪽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


유리 너머로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웃는 얼굴로.





눈부실 정도로 웃는 얼굴로.


-------------





"뭐지...?"


튀기들이 우글거리는 부지 안 건물의 최상층.
모퉁이 하나가 전부 유리로 된 아파트 10층.
그곳에서 내려다보며 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드는 여자아이가 하나.
몇 초가 지났을까.
나는 여자아이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앗차, 저런 데 신경 쓸 상황이 아니지."

나는 정신이 들자 여자아이의 미소를 무시하고 다시 부지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오늘 여기 온 것은 튀기들의 행방을 철저하게 조사하기 위해서니까.


그 부지 주변은 전부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정면 게이트 이외에 출입구는 없다.
게다가 건물 입구 주변에도 뭔가 보안 장치가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또한 머리 위에서 보고 알았는데, 출입구 이외에도 부지 안에는 작업복을 입은 직원 같은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
하나 같이 체격이 좋은 사람들뿐이이서 수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억지로 들어가려 해도 건물 안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리고 경비가 이 정도로 삼엄하다. 몰래 잠입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뭐, 잠입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이 정도로 경비가 철저한 이상, 그만한 것이 안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경비하는 의미가 없다.
그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바라보면서 알아차린 것은 드나드는 사람들.
내가 본 것만 해도 2명 정도, 정면 게이트를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행선지는 당연히 건물 안.
그 두 사람, 저마다 손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케이지.
역시 안은 보이지 않았지만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할 것도 없다.

"그렇군. 그 브로커의 동료인가...."

어쨌든 튀기가 이렇게 많다.
모으려면 상당한 일손이 필요할 것은 틀림없다.
한 사람이 모아올 수 있는 튀기는 적더라도 이 정도로 일손을 모으면 문제가 없다.
그 브로커도 결국은 평범한 일벌이었던 것인가.

다시 얼마나 보고 있었을까.
일단 튀기의 행선지가 이 아파트 안인 것은 틀림없다.
브로커가 어디에 모으고 있었는지, 그것을 안 것만으로도 상당하다.
이 결과에 만족하고, 도와준 두 친구에게 무엇을 사줄까....
오늘은 이쯤 하고 일단 물러나려던 그때.

"응...?"

문득 생각이 나서 10층 전면 유리 쪽을 올려다보았다.

 ......

머리 위의 여자아이는 아직도 나를 보고 있었다.

시간이 꽤 지났을 텐데도.

조금 전의 미소는 사라졌다.
대신에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이 나에게 뭔가 호소하는 것 같았다.

이 거리에서 봐도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윽...."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면 아무리 나라도 좋지 않은 기분이 들어서.

"...나참, 어쩔 수 없네."

나는 마지못해 한 손을 들고 여자아이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줬다.

 ......!

여자아이의 표정이 확 밝아지는 것이 여기서도 느껴졌다.

 ......! ......!

그러자 여자아이는 다시 나를 향해 한 손을 힘차게 흔들기 시작했다.
내가 손을 흔들어 준 것이 어지간히 기쁜 모양이다.
폴짝거리며 좋아하고 있다.
뛸 때마다 그 기다란 흑발이 튀어 오르는 것까지 보일 정도다.

"임마... 그렇게 손 흔들면 어깨 빠질라...."

자연스럽게 나도 웃고 있었다.
여자아이의 미소에 나도 웃고 있었다.

"하하... 어떠냐."

무의식중에 혼잣말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도... 학대파인 나도, 사람의 정쯤은 갖고 있단 말이야...."


여자아이에게 응해 나는 손을 흔들고, 여자아이는 다시 손을 흔든다.
시시할 놀이일지도 모른다.
전혀 재미가 없다. 놀이라고 할 정도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여자아이와의 놀이에 시간이 가는 것도 잊고....
어느새 이 장소에 온 목적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3일 연속으로 옆 건물에서 부지 안을 관찰했다.

브로커로 보이는 사람이 하루에 몇 명, 케이지를 들고 안에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후 나간다.

그 외의 사람 출입은 그다지 많지 않다.
브로커 이외에는 아파트 주민이 차로 나가거나 쓰레기 수거차가 드나드는 정도일 것이다.
그렇게 3일 연속으로 관찰하고 알아차린 것도 있다.

안으로 데려가는 튀기는 있어도 밖으로 나오는 튀기는 없다.

"...아니, 아마 저것에 타고 있겠지."

다시 정면 게이트를 빠져나가는 파란 쓰레기 수거차.
학대받고 죽은 튀기들이 유일하게 이 건물에서 나가는 시간.
고깃덩이가 되어 해방되는 순간이다.


"...아."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자, 역시 10층에서 여자아이가 나를 보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  녕  하  세  요

뭔가 말을 걸며 입을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이 정도나 되는 거리에 유리 너머.
당연히 목소리가 들릴 리 없지만,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여자아이는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   기   봐

그 방향에는 거대한 구름이 보인다.
푸른 하늘에 무척 큰 구름이 떠 있었다.

그리고 여자아이는 두 팔을 한껏 펼치고 휘두르며....

    크   다

제스처로 보아 아마도 그런 의도라는 것을 알았다.

"...응, 그러네."

덩달아 나도 두 팔을 펼치고 비슷한 제스처를 취해줬다.

 ......♪

여자아이는 나의 그런 행동이 기뻤는지 더욱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사흘 동안 옆 건물에서 아파트 안을 관찰하면서 가끔 여자아이를 상대해줬다.
관찰하는 것뿐이면 다른 장소에서 해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이 장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유가 명백하다.
그것이 여자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즐기기 위한 것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뭐, 나 같은 것이라도 상대가 된다면야.

여자아이가 유리 너머로 손가락을 가리키고, 내가 그쪽을 본다.
구름뿐만 아니라 집과 건물, 차와 버스, 산과 강.
그 대상은 크거나, 길거나, 둥글거나, 네모나거나....
대상이 바뀔 때마다 여자아이는 두 팔을 한껏 사용해서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나도 그 제스처를 따라 하며 어울려줬다.

그러면 여자아이는 반드시 웃는 얼굴로 응답해줬다.

"그나저나 무슨 생각하는 거야. 저기 사람들은...."

그런 여자아이의 미소를 보다 보면 반대로 부글부글 화가 솟는다.

비밀리에 하긴 해도 튀기 학대를 하며 죽이고 즐기는 장소에 아이를 들여서 어쩌자는 건지.
확실히 평범한 아파트니까 아이가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아마도 그 건물 어딘가에서 학대가 이뤄지고 그 외는 평범한 거주 구역일 것이다.
학대와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단순히 위장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주변에 신경을 쓰라고.

어린아이에게 보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부디 학대와는 인연 없는 장소에서 살아줬으면 한다.


...그렇다. 앞으로 계속해서.


그 아이와 직접 만나서 이름을 듣고 싶다거나 얘기하고 싶다거나, 그런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다.
지금 나와 여자아이의 거리가 가장 행복한 상태일 것이다.
이 이상 거리를 좁힐 필요는 없다.
얼마 지나면 얼굴을 마주칠 일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나에게도... 그 아이에게도 가장 행복한 일이니까.

역시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저런 사랑스럽게 웃는 아이는 행복한 인생을 보냈으면 한다고.
만약에 두 친구가 이곳에 있어도 똑같이 느낄 것이다.
어떤 학대파도 저렇게 웃는 아이에게는 행복을 바랄 것이다.


오늘부로 그 건물 관찰은 끝났다.
알고 싶은 것을 알았고, 확인이 끝난 이상 이곳에 올 필요도 없다.

그렇게 나는 돌아가려고 짐 정리 준비에 들어갔을 때.
여자아이는 집게손가락을 펴고 유리 위에 힘차게 그리기 시작했다.

"음...."

오른쪽으로 그리고, 왼쪽으로... 왼쪽에서 위로...

"뭐 하는 거지...?"

그 아이가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알 수 있다.
이제 오늘은 할 일이 없으니까 조금쯤 어울려줘도 괜찮겠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 늘......?"

여자아이의 손가락 끝이 그린 궤적은 히라가나 두 글자와 비슷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서 이해한 모습을 보이고, 대답 대신 하늘의 구름을 가리켰다.


......! ......!


내가 이해했다고 짐작하자 여자아이는 한층 더 기쁘게 웃었다.

그리고서 여자아이는 유리에 글자를 잔뜩 썼다.


   하늘     새     숲     강     길  ...

아마 배운지 얼마 안 된 글자를 써서 좋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여자아이는 질리지도 않고 유리에 글자를 그리고,
나는 그 그려진 궤적으로 여자아이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오늘부로 이곳에 오는 것도 마지막이다.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잠시 놀아줘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상하다.
놀고 싶으면 밖에 나가면 되고, 애초에 나보다 또래 친구들과 놀면 그만이다.
그런데 밖으로는 나오지 않고, 잘 생각해보니 그 아이 말고 다른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 10층, 적어도 전면 유리로 된 모퉁이에는 달리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뭐, 우연히 사람들 없는 시간대겠지... 응?"

쉬운 단어에 질렸는지 여자아이는 뭔가 어려운 글자를 유리에 쓰려고 한다.

  〜〜!〜〜!

다섯 글자 아니면 여섯 글자.
하지만 이제까지와 달리 난이도가 높아서 나로서는 잘 알 수 없다.


"'ㅁ'...... 아니, 'ㅇ'?  그리고 'ㅏ'......인가?"


도저히 모르겠다.
그때 깨달았는데 여자아이는 글자를 쓰는 데 빠져서 이쪽을 보고 있지 않다.

하지만 나는 적당한 타이밍이라고 느꼈다.
천천히 짐 가방을 들어 올리고 알아차리지 않도록, 들릴 리 없지만 작별 인사를.

"...잘 있어라."

나는 이 자리를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여자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줬다.

 ......♪

여자아이는 아직 글씨를 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내가 손을 흔들어준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하...... 국어 공부 열심히 해."

그리고 등을 돌리고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이미 그곳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내일도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다음에는 무엇을 하고 놀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일부터 나는 이제 이곳에 오지 않는다.

앞으로 더는 그 아이의 얼굴을 볼 일도 없을 것이다.

내일이 되고 내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조금은 쓸쓸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잊어버릴 것이다.

나에 대한 것은 깨끗이 잊고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생활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와는 무관한 세계에서 살아갈 것이다.

나 또한 그 아이와는 다른 세계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래도 그것이면 됐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만약 눈앞에 있다면, 그 아이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 미소는 나에게는 아깝다고 생각한다.
실장석이나 튀기 학대에 마음속 깊이 빠져버린 나에게 그런 미소를 지어주면 괴롭다.
애호파에게 욕먹는 것이 만 배 낫다.
학대파로 불리는 인종으로서 가장 괴로운 처사가 아닐까.

그렇지만 한편으로 언제까지나 웃고 있어 달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학대파에게서 멀리 떨어진 세계에서, 언제까지나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런 눈부신 미소의 여자아이에게는 행복한 미래를....

"...어라."


눈부셔...?


뭔가가 마음에 걸렸다.
그 여자아이의 미소... 전에 어디선가 본 느낌이 든다.

"...그럴 리가 없지."

실소하며 그 의심은 곧바로 지워진다.

나는 이 옥상을 떠났다.
이제 이 장소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계단을 한걸음 내려갈 때마다 몸 안쪽에서 검은 감정이 배어 나온다.

그 부지 안에 있는 튀기들이 어떤 죽는 모습을 보여줄까.

몸을 조금씩 잘게 잘리며 쉽게 죽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울면서 도움을 청할 것이다.
하지만 도중부터 목숨 구걸은 다른 소원으로 변해간다.

...죽여달라고.

그러나 아직 죽이지 않는다.
오만가지 고통을 겪게 하고 절망의 밑바닥에 빠뜨리면서 천천히 죽이고 싶다.

"크큭...."

내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망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손에 떨림이 생긴다.
어두운 계단을 한걸음 내려갈 때마다 새까만 감정이 내 안을 채워나가고....

계단을 다 내려갔을 때는 여자아이에 대한 것을 완전히 잊었다.






"여어, 기다렸지."

우리가 처음 만난 뒤로 3개월.
그때까지 찬 바람이 불던 공원도 지금은 지내기 쉬워졌다.

"응, 수고했다. ...그게 이번 수확이야?"

"맞아... 자, 이리 와!"

다시 찾아온 튀기 납품일.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브로커 남자가 내가 데려온 튀기를 보고 의외라는 표정을 보여준다.

「아...네...... 데......스우...」

목에 동여맨 목줄에 답답해하는 튀기.
사이즈로는 성체에 미치지는 못하는 중실장 수준.
이미 생후 몇 달이 지났지만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성장이 늦다.

이 녀석이 바로 1번 튀기다.

나는 옛날부터 맛있는 것은 마지막까지 남겨놓는 주의였다.
원래는 이 녀석을 마음껏 학대하고 욕구를 채울 생각이었지만 살려뒀다.
사냥해온 자튀기들을 돌보는 역할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고 싶었다.

이럴 때를 위해서.


"납품하는 거니까 너무 거칠게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러고 보니 이 개체, 웬일로 성장한 것 같네?"

"그야 그렇겠지. 그동안 내가 계속 맡아놓고 있었으니까."

"...무슨 뜻이야?"

"이 녀석은 말야, 당신들이 찾던 최고급 튀기야."

"뭐라고...!?"

"나랑 처음 만났을 때, 튀기 못 봤냐고 물어봤지?"

"서, 설마... 이 튀기가...."

"...그래, 그때 찾던 튀기가 이 녀석이야."

일주일마다 자튀기 몇 마리를 떠맡고, 돌보게 되고, 몰수당하는 생활.
아무리 소중하게 기르려 해도 강제로 빼앗기는 나날.
그때마다 이 1번 튀기는 욕실에서 숨죽이고 울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자튀기를 맡으면 좋건 싫건 돌봐야만 한다.

일단 밥만큼은 잘 먹여줬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는 별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잡아 온 이후로 욕실에서 내보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외출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때문에 하반신은 약해졌다.
온종일 빛이 들지 않는 방에 갇히고 안색도 안 좋아졌는데 이제서야 깨달았다.

"품질은 좀 떨어져도 최고급 개체인 건 변함 없잖아?"

"아, 으응... 그렇지. 그럼 그 개체의 견적에 관해서 말인데...."

"아냐, 돈은 필요 없어. 그 대신 부탁을 들어줬으면 해."

"뭐야 도대체?"

"나도 데려가 줘."

"어디로?"


"...시치미 떼지 마. 이 녀석들 튀기들을 데려가는 그 건물 말야."

나의 희망 사항을 듣자 언제나 냉정한 브로커가 말문이 막혔다.

"내 친구한테 부탁해서, 넘겨준 튀기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알아봐달라고 했거든.
그 경비 삼엄한 고지대에 있는 10층짜리 건물... 맞지?"

"...그런데 네가 그런 곳에 가서 뭐 하려는 거냐? 전에도 말했는데 튀기들은 전부 애호파에게 파는 상품이야.
학대파인 네가 행복하게 지내는 튀기들을 봐서 어쩌려는 건데...."

"하하... 모른 척하지 말라고...."

어렴풋이 분노가 담긴 조소를 보낸다.

"예를 들어 이 녀석은 뭔데...!"

「데에...!」

목이 졸릴 정도로 힘껏 줄을 당기자 1번 튀기가 괴로운 듯 신음을 흘린다.

"이 녀석은 나이로는 이미 성체실장이야. 당신은 그래도 이 녀석을 사려고 했지."

"그래...."

"애호파가 애완동물로 기르기엔 너무 자랐어... 틀려?"

"..개중엔 그런 애호파들도 있어."


"그런 현실성 없는 거짓말보다 학대를 위해서라고 딱 말하는 게 어때?"

브로커는 다시 말문이 막힌다.

"그동안 당신 말을 곧이곧대로 듣던 내가 바보였어. 이 세상에 그렇게 튀기를 좋아하는 애호파가 많을 것 같진 않아."

"...뭐, 그렇지."

"그런데 대량의 튀기가 지금도 그 건물에 모이고 있어."

"그럴지도."

"안에서 어떤 학대가 벌어지는 거야?"

"...."

"내 교환 조건은 하나.... 그 건물 안을 보여주도록 협상해줘. 그게 이 녀석을 양도하는 조건이야."

브로커는 말을 잊은 채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시선은 내가 데려온 1번 튀기.
그리고 그 표정은 눈에 띄게 험악해지고....

"...요즘 튀기 매입이 적어진 건, 그런 거였어?"

"뭐...?"


"너... 튀기를 학대한 거냐...!?"


남자의 목소리가 떨린다.
분노, 슬픔, 경악... 온갖 감정이 뒤섞인 신음.

"...뭐, 맞아."

"왜 학대했어...!? 튀기도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그래도 인간은 아냐!"

이때라고 생각해서 나는 확실하게 말했다.


"별것 아니야. 이 녀석들 튀기는 인간의 피가 좀 섞인 평범한 실장석이야!!
실장석을 학대하는 게 뭐가 나빠!!!"


공원 안에 내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런 내 목소리에 압도당했는지 브로커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힘없이 시선을 내렸다.

"...내 할아버지가 맞았나."

"응...?"


"결국, 인간이란... 학대파란 이런 것인가...."


"당신 뭐라는 거야?"

그러자 남자는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연락하기 시작했다.

통화 상대는 아마도 그 건물 관계자일 것이다.
목표였던 튀기 확보 보고와, 나라는 인간의 시설 내 출입 허가를 요청하고 있었다.
그 협상은 난항에 빠진 듯, 결과가 나오기까지 가볍게 15분.

"...안을 보기만 하면 되는 거지?"

결론이 나온 모양이다.

"응, 구경시켜주는 것만으로 충분해. 안에서 어떤 지옥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걸 보여줘!"

통화 후, 나는 그대로 1번 튀기와 함께 데려가졌다.
구경만 한다는 조건이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기대로 가슴이 부풀기 충분했다.




"자네가 그 제공자인가...."

아니나 다를까 데려가진 곳은 넓은 부지에 10층짜리 건물이 있는 장소.
그 정문 앞에서 나를 맞이한 것은 50이 넘고 안경을 쓴 남자였다.
백발이 섞여서 언뜻 봐도 신경질적인 인상을 주는 인물.
그 옆에는 수위로 생각되는 덩치 큰 남자 2명.

"응, 그런데 당신은?"

"나는 이 시설의 책임자이자 소장이다. 그래서 그 건은...."

남자는 역력하게 싫은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본래 본시설에 외부인이 드나드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이것은 대원칙이지만 이번에는 특례다... 그 의미를 잘 이해하길 바란다."

"그렇게 대단한 일이야?"

"그 귀중한 개체를 제공하지 않으면 자네 따위가 결코 들어갈 수 없는 장소다."

"그렇단 말이지. 그렇게 학대할 보람이 있을 것 같은 튀기는 잘 없지."

"...따라와라."

대화도 도중에 끊고 나는 소장과 함께 정문을 빠져나가 부지 안에 들어갔다.

"있다, 있어...!"

건물 밖, 그 잔디밭에는 귀한 튀기가 잔뜩 있다.
가능하다면 하루 날 잡고 날뛰고 싶은 심정이다.
정문을 지나 건물에 이르는 동안 나는 더욱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들어가기 전에 말해두지."

건물 입구 앞에서 멈춰선 소장이 마지막으로 못을 박았다.

"자네는 구경하러 왔을 뿐이고, 그 외는 인정되지 않는다."

"응, 그런 약속이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는 즉각 나가게 한다."

소장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문 옆의 버튼에 숫자 몇 자리를 입력한다.
그리고 센서로 보이는 기기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딸깍

잠금이 풀리고 문이 열렸다.

나는 꿈에 그리던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어?"

들어온 직후, 나는 눈앞의 광경에 굳어져버렸다.

「데스데스우♪」

「데스〜!」

「데스데스우〜웅♪」

플로어 안은 튀기, 튀기, 튀기가 잔뜩.
복도를, 로비를, 모든 장소를 튀기가 점령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튀기들이 행복에 찬 표정을 짓고 있던 것.

로비에서 튀기 용으로 크기가 조절된 소파에 튀기들이 앉아, 찻잔에 내온 홍차를 즐기는 모습이 보인다.
융단 위에서 자튀기들이 모여 엎드려서 그림책 한 권을 읽고 있다.
갓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자튀기를 끌어안고 자장가를 흥얼거리는 친튀기.

그밖에도 다양한 튀기들이 있었지만 공통적인 것은 행복의 절정에 있다는 점.

세상의 봄을 구가하고 있었다.


"자, 이제 괜찮단다...."

소장이 내가 데려온 1번 튀기의 목줄을 벗기고 다른 튀기들에게 소개하려 했다.

「여, 여기는...... 어디인 데스우?」

"앞으로 동료들과 사이좋게 지낼 장소란다. ...자, 네 친구가 왔구나."

그러자 자튀기 한 마리가 달려온다.
달려온 자튀기는 1번 튀기를 힘차게 안았다.

「만나고 싶었던 테츄〜!」

「사, 살아있었던 데스우!?」


"...설마 그 녀석!"

1번 튀기를 껴안은 자튀기는, 내가 저번에 브로커에게 넘긴 자튀기였다.

「오네쨩, 잘 온 데스우.」

「와타시도 만나고 싶었던 데스우〜♪」

그 외에도 튀기 몇 마리가 1번 튀기 근처에 모여들었다.

그렇다. 그 녀석들도 내가 예전에 브로커에게 넘긴 튀기들이다.

「다, 다들 살아있었던 데스우!?」

1번 튀기가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것보다 나도 놀랐다.

「여기 왔으면 이제 괜찮은 데스우.」

「이제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는 데스우♪」

튀기들 몇 마리가 1번 튀기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다독이고 있었다.

「데......데에엥.........데에엥.......」

그것에 감격했는지 봇물 터진 듯이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끊어진 듯이.

「오네쨩, 오네쨩! 이걸 봐주는 데스우!」

계속 우는 1번에게 말을 건 것은, 배가 크게 부푼 튀기 한 마리.
튀기는 자신의 큰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와타시에게도 자가 생긴 데스우...♪ 많이 낳아서 이제부터는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데스우♪
그러니까 울면 안 되는 데스우〜.」

하지만 그것은 눈물의 양을 더욱 늘리는 결과밖에 되지 않았다.

그동안 고생한 1번 튀기를 위로하며 다른 튀기들도 감격해서 덩달아 울고 있다.
자신들을 돌봐주었던 1번 튀기에게 모두가 고마워하고 있었다.



"하하... 그랬군, 그런 거였어."

그것을 보며 나는 어떤 것을 확신했다.

"왜 그러나?"

"시치미 떼지 마. 이건 즉, 올렸다 내리기 학대에서 '올리기'인 거지?"

학대를 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상식화된 '올렸다 내리기'.
요컨대 최대한 행복한 상태로 올려놓고 나중에 단숨에 떨어뜨리는 학대다.

극히 전통적이지만 많은 학대파가 애용하는 아주 주된 수법이기도 하다.

"이 정도로 녀석들을 행복 상태로 만들어놓고, 역으로 떨어뜨린다.... 뭐, 뻔하긴 해도 나쁘진 않네."

"무슨 소리 하는 건가, 자네는?"

소장은 나의 추측을 선뜻 부인했다.

"그러니까 나는 안다니까. 겉으로는 이렇게 튀기들을 돌봐놓고, 뒤에서는 막 학대하는 거잖아? 그리고 죽여버리는 거지."

"후우...."

그런 내 말에 소장은 손가락으로 이마를 누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크게 한숨을 쉬고 말이 없다.

"숨겨도 소용없어. 나한테 그런 위장은...."

"이쪽으로 오게."

도중에 말을 가로막고, 소장은 1층 가장 안쪽으로 나를 안내했다.




"슬픈 일이지만 어제 세상을 뜬 아이가 있다.... 조용히 바라보도록...."

"뭐냐고... 아니, 뭐야 이거...?"

맨 안쪽 방의 중후한 인상을 주는 문을, 소장이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본다.
이어서 나도 안을 들여다보고 놀란다.

그 방은 예배당이었다.

물론 진짜 예배당에 비해 간소하기는 했지만 최소한의 물건이 마련되어있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에 작은 크기의 파이프 오르간.
중앙의 제단에 켜진 촛불, 그리고 성모상과 십자가.

"왜 이런 곳이... 아!"

제단 앞에 관이 하나.
그 옆에 튀기 한 마리가 있었다.

「마마아.........마마아......왜 죽어버린 데스우...」

「테츄츄...?」

성체튀기 한 마리가 가슴께에 자튀기를 끌어안고 관 속을 보며 울고 있었다.

관 속에는 여러 가지 꽃이 깔려있고 튀기 하나가 가로놓여있다.
눕혀진 튀기는 가슴 앞에 손을 모으고 편히 잠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힘이 미치지 못해서 세상을 뜨는 아이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

문 앞에서 소장은 애석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적어도 매장만큼은 성대하게 해주지 않으면 안 되지.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탁...)

문은 조용히 닫히고 나의 시야에서 튀기의 장례식이 사라졌다.

"하...하하하...."

"음?"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고 있었다.
나는 우습지 않았지만, 너무 웃겨서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다.
그렇게 한바탕 웃은 다음 치밀어 오르는 것은 단순한 분노다.

"너, 너희들 바보 아냐!? 고작 튀기에 이 정도로 정성을 들여 기르고, 그것도 모자라 장례식!? 무슨 생각이야 도대체!!!"

"뭐가 이상한가?"

"그러니까 왜 튀기 따위에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따위...라고?"

소장의 눈썹이 흐려졌다.

"그래, 고작 튀기 따위다! 그런 건 결국 인간의 피가 좀 들어간 실장석이잖아! 이상한 건 당신들 머리 속이잖아!!"

"...그래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나의 그런 험담을 소장을 관심 없다는 듯이 무시하고 휙 등을 돌렸다.

"학대파라는 인종은 정말 단순하군. 전에도 자네 말고 많은 학대파가 이 건물 안에 들어오고 싶어 했지.
그래서 온갖 수단을 써서 이 안으로 들어오고,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열이면 열, 자네와 똑같은 반응을 했다.
하여간... 변변찮은 놈들이다."

"뭐, 뭐라고...?"

"그 아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우리가 모였고... 그리고 이 시설이 세워진 것이다."

소장이 복도를 걸어가고 내가 뒤를 따른다.

"그 아이들은 본디 인간과 동등하게 다루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뭐?"

튀기가 인간과 동등하다고?

"당연히 현재 사회에서 거기까지 지위 향상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적어도 이런 시설에서 맡아서 보살피고 있다.
그 아이들은 우리 인간의 희생자다... 적어도 그 정도는 하지 않으면 속죄가 되지 않지.
그것이 이 시설의 존재의의다...."

글러 먹었다.
이놈들은 분명히 뇌가 맛이 갔다.

바보들을 상대해도 끝이 없다. 돌아가자.... 그때 중요한 것이 떠오른다.

"...잠깐. 그럼 오늘 내가 데려온 튀기는 어떻게 되는 거야?"

"당연히 우리가 거둔다. 자네를 보니 그 아이가 몹시 고생한 것은 쉽게 짐작이 된다. 앞으로는 이제껏 당해온 만큼 행복해져야겠지...."

"우...웃기지 마!!!"

너무나도 제멋대로인 말투에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나는 말야, 튀기들 대학대 쇼를 보고 싶어서 너희에게 넘긴 거야! 그런데 이딴 걸로 넘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처음에 나는 자네에게 당부했을 것이다. 우리는 자네에게 시설 안을 보여주고, 자네는 우리에게 그 아이를 넘긴다고.
학대하는 것을 보여준다고는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시...시끄러어어어어!!!"

외침보다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시설 복도에서 전속력으로 튀기 사이를 누비며 달려간다.

「데, 데스우!?」

「무슨 일이 일어난 데스?」

짜증 나는 튀기들이 돌아보지만 지금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단 하나.


1번을... 1번 튀기만큼은 내 손으로...!

넓은 시설이라도 달리면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나는 처음에 들어온 로비 쪽에 도달해서 그 공간을 부릅뜬 눈으로 둘러본다.

"......!"

얼빠진 얼굴을 한 1번 튀기와 그 동료 튀기들이 아직 같은 장소에 있었다.
갑자기 안쪽에서 뛰어온 나와 1번 튀기의 시선이 마주친다.
내 얼굴이 어지간히도 두려웠으리라.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1번 튀기의 표정이 굳어지고 순식간에 공포로 일그러진다.

그 얼굴 좋아.... 최고다.
너를 다른 놈들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아...!

뛰쳐나가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그런 나를 등 뒤에서 누군가가 억눌렀다.

"적당히 하지 못하겠나!"

수위 놈들이 2명.
등 뒤에서 나를 단단히 억누르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한다.

"이, 이거 놔, 놓으라고오오오오!!!"

나는 안간힘을 다해 빠져나가려 하지만 어림도 없다.
이럴 때를 위한 수위답게 슬프게도 나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비참하게 바닥에 얼굴을 짓눌린 처지가 되었다.
한심하고 꼴사나운 모습을 사방에 보여주는 상태다.
그때, 내 귀에 중얼거림이 닿는다.



"...꼴 좋은 데스우."



목소리가 들렸다.
작고 억제된 목소리.
하지만 나에게 들리기엔 충분한 목소리.

나는 억눌려있으면서도 억지로 고개를 들고 튀기들을 노려보았다.


"누, 누구야...!? 지금 나를 비웃은 녀석이 누구야!!!"


그 자리에 있던 로비 안의 튀기들이 전부 나를 보고 있었다.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똑같은 얼굴로 크고 작은 튀기들이 나를 보고 있다.


"지금 비웃은 녀석이 누구냐고오오오!!!???"


그리고 더욱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시점의 높이다.
고작 튀기 주제에 나를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고 자빠졌다!


"소장님, 이쪽입니다!"

"음, 늦지 않은 것 같군...."

그리고 등 뒤에서 몇 사람의 발소리와 소장의 목소리.
이만한 인원에 둘러싸여서야 정말로 꼼짝도 할 수 없다.

"밖으로 쫓아내 주게."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소장이 다른 수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나는 억지로 일으켜져 건물 출구로 끌려가는 처지가 되었다.

"놔! 놔! 처놓으라고!!!"

그러나 수위는 말없이 나를 끌고 갈 따름이다.
튀기들과 나의 거리는 점점 벌어진다.

"이러고도, 이러고도 그냥 넘어갈 것 같냐아아아아!!!"

아무리 힘을 줘도 수위들의 팔은 떨칠 수 없다.
내가 죽였어야 할 튀기들이 작아지고, 시야에서 더욱 멀어져간다.

이런 건 절대로 틀려먹었다!!


  젠장!   젠장!    젠장!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뭐, 뭐냐고...!"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입뿐.

건물에서 쫓겨나기 직전,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외쳤다.




"뭐가 애호파야!


뭐가 의무와 책임이야!


이 위선자들!!!"






































< 추가 기록 >

본 작품 속의 실장석 학대파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한쪽은 주인공의 동료 두 사람을 비롯한 학대파.
그들은 실장석을 학대하여 그 비명과 절망, 그리고 고깃덩이 생산을 오락으로 삼는다.

다른 한쪽은 주인공이 발을 들인 영역의 학대파.


일반인이 보면 양자의 차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부 실장석을 학대, 혹은 죽인다.
그 의미에서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브로커 남자는 할아버지에게서 양자의 차이를 들었다.


경험 많은 포수는 인간의 본질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






"젠장! 젠장! 젠자앙!!!"

"갸아아아아아아...!!"

오늘도 공원 안에 실장석들의 비명이 끊임없이 울린다.
얼핏 보면 평소의 우리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크게 달랐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어어어어어어!!!"


"야야... 왜 그러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너, 얼마 전부터 좀 이상하다?"

닥치는 대로 실장석을 학살하는 나를 보고 두 친구가 의아해한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실장석을 죽여왔지만 어디까지나 즐기면서 죽였다.

"야, 좀 쉬면서 하자?"

"그래. 순식간에 저승으로 보내면 재미없잖아."


"시꺼어!!"

내리쳐지는 배트, 흩날리는 살점, 적과 녹의 튀어나온 피.
우왕좌왕하는 실장석들을 닥치는 대로 죽인다.
눈의 초점이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쁜 숨을 쉬며 오로지 뭔가에 홀린 듯한 학살.

평소의 쾌활한 공원 학대와는 달랐다.

"야, 아무리 그래도 좀 진정해라."

"지금 너 위험하다고... 경찰에 신고당해도 안 이상해."

두 친구의 말이 옳다.
그러나 나는 이때 그런 말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그만둘 정신 상태가 아니었다.


결국 나는 1번 튀기를 빼앗기고 그 건물에서 쫓겨났다.

나를 속이고 감쪽같이 튀기들을 손에 넣은 구역질 나는 애호파들.
바닥에 깔린 나를 내려다보던 분수를 모르는 튀기들.

그날부터 분해서 밤에 잠을 못 이루는 날이 이어졌다.

도저히 잘 수 없는 밤에는 공원에 가서, 지쳐서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실장석을 학살했다.
지금 나에게 학대를 즐길 여유 따위는 없다.
공원의 실장석을 아무리 죽여도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건물의 튀기들.

그 녀석들이 행복한 생애를 보낸 다음, 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죽는다고?
심지어 애호파가 고이 묻어준다고?


"웃기지 마아!!!"


다시 한 마리, 실장석이 살점이 되어 바닥에 적과 녹의 꽃을 피웠다.

"헉, 헉, 헉...."

알고 있다.
이곳에서 수백, 수천 마리의 실장석과 튀기를 죽여도 내 기분은 가라앉지 않는다.
하지만 하다못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분노로 미칠 것 같다.
즉, 지금 행위는 화풀이에 불과하다.
그리고 화풀이를 할 수밖에 없는 나에게 다시 화가 치민다.

아침부터 밤까지 그런 찝찝한 날이 계속되었다.




"젠장...."

그 1번 튀기를 빼앗긴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그날 나는 한 손에 배트를 들고 근처 공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확실히 분노는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근본적인 노여움이 풀릴 일은 없다.

주변의 실장석은 우리 때문에 상당한 숫자가 죽었다.
덕분에 인근 실장석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서 요즘은 원정을 다니고 있다.
일부러 멀리까지 나가서 학대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슬슬 근처 공원의 실장석들도 숫자가 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멸종 직전으로 몰아넣어도 녀석들은 일주일이면 원래 규모로 돌아온다.
실장석들이 없어진 공원에 또 다른 장소에서 실장석이 흘러들어온다.

슬슬 때가 되었을 것이다.
오늘 두 친구는 볼일이 있어서 같이 오지는 않았다.
나 혼자지만 그것도 좋다.
오히려 주위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두 친구가 없는 쓸쓸함과 나 혼자라는 홀가분함을 느끼며, 나는 공원 문을 지났다.





문을 지나서 잠시 공원 안을 돌아다닌다.
애초에 실장석에게 점거된 공원을 산책하는 일반인은 그리 없다.
거의 인적 없는 공원을 활보하다 보니 드문드문 골판지 하우스가 있는 것이 보인다.
안 보는 사이에 나름대로 숫자가 회복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바로 시작하지는 않는다.
연습 삼아 어디에 있는 녀석들을 죽여줄까... 그렇게 한동안 평가를 했다.


"야, 오랜만이다."

갑자기 누가 말을 건다.
손에 가방을 든 남자 하나... 그리고 남자가 누구인지 이해한 순간, 분노가 한계를 넘었다.

"이...이 자식...!"

브로커 남자.
그 건물의 애호파 놈들과 짜고 나에게서 감쪽같이 1번 튀기를 가로챈 녀석이다.
배트를 들고 있던 손에 힘이 담긴다.
주위에는 사람도 없다.
무심코 여기서 박살 내줄까 하는 생각까지 떠올라버린다.

"오늘은 할 말이 있어서 온 거야. 가끔 이 공원에 와서 너를 찾고 있었는데...."

"...할 말?"

나에게서 중요한 튀기를 빼앗아놓고 웬 잠꼬대를 지껄인다.

"너에게 나쁜 얘기는 아닐 거야. 들어주지 않겠다면 그래도 상관없어. 나는 이대로 떠날 건데... 어떻게 할래?"

"...그래, 들어주겠어. 당신한테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으니까...."

일단 이야기만은 들어주기로 했다.
이야기에 따라서는 상해로 소송당해도 상관없나....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실장석을 땅의 얼룩으로 바꾼 이 배트로 패주겠어!

우리 둘은 자리를 옮겨 공원 안의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주위에는 여전히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일단 이걸 봐주겠어?"

남자는 갖고 있던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낸다.
무릎 위에 놓더니 모니터를 열고 전원을 켰다.

"오늘은 거래처를 돌았는데... 그 참에 들러본 거야. 마침 네가 있어서 잘됐어...."

"나는 최악이거든...."

남자는 컴퓨터를 실행시키고 모니터가 이쪽에 보이도록 방향을 바꿨다.

"...유우는 잘 지내고 있다."

"유우...? 뭐야 그거?"

"너무하네... 너, 이름도 몰랐던 거냐."

"무슨 말이야...?"

"네가 우리에게 준 튀기의 이름이야."

"튀기라니... 어느 튀기 말인데?"

"네가 마지막으로 준 튀기."

"설마 1번...? 1번 튀기야!?"

"그래, 너는 그렇게 불렀나.... 네가 그 시설 안에 들어가는 교환조건으로 우리에게 준 튀기야. 그 튀기는... 지금 이런 상태다."

브로커 남자는 모니터로 시선을 옮긴다.
그러자 뭔가 동영상 파일이 재생된다....


부드럽고 따뜻함이 있는 조명의 방.

그 방 안에서 쿠션 위에 앉아있는 것은 녹색 옷을 입은 아마색 머리의 소인.

크고 둥근 눈동자. 거의 스트레이트한 머리털, 살짝 오똑한 코.

틀림없이 튀기다.

 <데스데스데스우〜〜♪ 데스데스데스우〜〜♪>

더는 행복할 수 없을 정도의 미소를 지으며 배를 쓰다듬으면서 뭔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카메라가 줌 인된다.

그 배는 약간 부풀어 있었다.


"유우는 임신했어."

"뭐...!?"


내 방의 샤워실에서 기어 다니던 1번 튀기.

늘 보살피던 자튀기들을 내가 죽이면 울던 녀석이 지금은 처웃고 있다.

그러자 화면 밖에서 남자 하나가 나타났다.

《어때? 뱃속의 자의 상태는?》

〈잘 있는 데스우... 의사 선생님도 문제없다고 한 데스우.〉

《그거 다행이다....》

그 남자는 20대 중반 정도 되는 청년.

남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은 채로 1번 튀기 옆에 앉았다.

옆에 남자가 걸터앉자 1번 튀기는 그 몸에 기대듯이 몸을 기울였다.

《유우는 내 소중한 아기를 낳아줘야 하니까.》

〈와타시, 힘내는 데스우... 힘내서 건강한 자를 낳는 데스우... 뎃!〉

《왜, 왜 그래?》

〈...방금 움직인 데스우♪〉

《하하....》

남자는 1번 튀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따뜻한 방, 부족할 것 없는 생활.

사랑하는 남편과, 자신의 뱃속에 깃든 새로운 생명.

1번 튀기는 행복의 절정에 있었다....


"이봐... 할 말이라는 게 설마 이걸 보여주려던 거야?"

"응...."

"네놈들 자선사업을 나한테 보여줘서 개심이라도 시킬 생각이었던 거야!?"

(끼기기...)

들고 있던 배트가 삐걱거릴 정도로 강하게 움켜쥐었다.

더는 참을 수 없어.

대답에 따라서는 눈앞의 남자를 반쯤 죽이고 다음은 그 건물이다.
그 건물 안의 튀기를 한 마리라도 더 지옥으로 떨어뜨려 주겠어...!!

"...하나 더 봐줘."

남자는 모니터에 또 하나의 파일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뭘 보여준다는......어...?"


모니터에 비친 것은 어둑어둑한 방 안.

시야에 창문은 없다.

방 안에는 가구 같은 것도 없다.

있는 것은 머리 위에 낡은 전구 하나... 약한 빛으로 방 안을 비추고 있다.

그리고 방 중앙에 관 하나.


"...본 적 없어?"


"어...어라...."

이런 방은 본 적 없다.
하지만 저 관은 어디서 본 기억이 있다.


그러더니 화면 밖에서 남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어두워서 얼굴은 잘 알아볼 수 없다.

하지만 입가에는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시선 끝은 관.

눈에 핏발이 서고, 숨이 거친 것이 느껴진다.

남자는 관에 손을 뻗어 뚜껑을 열었다....


"...아!!"


뚜껑을 열자 관 안에는 튀기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생각났다.
저 관은 그 건물의 예배당에서 본 것과 똑같다.

"이건 말이지, 그 시설에서 납품된 상품 중 하나야."

"납품...? 상품...? ...당신 무슨 소리 하는... 아아!!??"


〈데...데스우...?〉

모니터 속에 비치는 관 안의 튀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죽었을 텐데... 눈가를 누르고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를 내고 있다.


"...가사 상태였던 거야."

"뭐...뭐어!?"

"저 관은 상품을 담기 위한 상자야. 그리고 이 상품을 납품한 곳이 영상의 남자라는 거지."

"주...죽은 게 아니었어?"

"당연하지. 죽으면 학대할 수 없잖아."

"...당신, 방금 뭐라고 했어?"


〈여...여긴 어디 데스우? 닝겐상은 누구인 데스우...?〉

《크...크큭...》

태평한 소리를 내며 튀기는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질문한다.
그리고 남자는 웃음이 멎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떨고 있었다.
어두워서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 녀석은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녀석은 나와 똑같은 학대파라는 것을...!

〈뎃! ...데샤앗!〉

남자는 튀기를 관 안에서 꺼내 말없이 바닥에 내팽개쳤다.

〈뎃...! 뎃...!〉

이마와 입에서 피를 흘린다.
지금까지 맛본 적 없는 고통에 튀기는 패닉에 빠졌다.


〈어, 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 데스!?〉

《크큭...》

〈여, 여기는 어디인 데스!?〉

《크크큭...》

〈와타시는 왜 이런 곳에... 아이들은 어디...데스우...?〉

《크큭...갸하하하!》

〈데...샤아아아아!!!〉

남자는 그동안 참았던 웃음을 버티지 않고 발산시켜 온 힘을 다해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튀기를 있는 힘껏 발로 차서 벽에 내동댕이쳤다.

〈데뎃...뎃...아, 아픈 데스우... 손이... 손이...〉

더욱 늘어난 고통.
튀기의 눈에서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구, 구해주는 데스우...!〉

그리고 튀기는 아픔이 낫지 않는 몸을 일으켜 남자에게서 벗어나고자 내달렸다.
하지만 방이 좁아서 남자에게서 가장 먼 방구석이 고작.

〈그곳으로 돌려보내주는 데스우...! 구해주는 데스우우!!〉

튀기가 소리 지를 때마다 남자의 입가에 진 미소가 커지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남자는 천천히... 천천히 튀기에게 다가가 겁에 질리게 하고....

〈데스우우우우우우우!!!〉


"...이제 알았어?"

브로커 남자의 한마디에 정신없이 화면을 보고 있던 나는 정신이 들었다.

"으, 응... 뭐야, 역시, 오, 올렸다 내리기였잖아."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너희 학대파들 사이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 모양이군. 그것뿐만이 아니야."

"음... 뭐가 더 있는데?"

"소개 영상을 준비 안 했는데, 그 시설 안에서는 튀기들과의 성행위를 유료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고 있어."

"아하... 그런 거였나. 그런 거였냐고....!"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 기분이 들었다.
뭐야, 결국 이놈들은 튀기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쓰고 있던 것에 불과하다.
겉으로는 애호파지만 실상은 학대파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널 만나러 온 용건인데... 그 유우라는 튀기를 거둘 생각 없어?"

"뭐...!?"

"지금 당장은 아니고 두 달이나 세 달 지나서 네게 주면 어때?"

"도, 돌려주는 거야...? 도, 돈은 준비할게!"

"아니, 돈은 필요 없어. 그 튀기는 충분히 제 몫을 해줬으니까. 위에 협상해서 네 앞으로 그 튀기를 배당받아뒀어."

"하, 하하... 그래, 그런 거냐고...!"

(땅그랑)

이제까지 쥐고 있던 배트가 빠져나가 땅을 구른다.
나는 오랜만에 실컷 상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참, 그러고 보니 질문 하나 해도 돼?"

"뭔데?"

"다른 튀기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1번 튀기가 내 손으로 돌아오는 것은 좋다.
그런데 그 녀석의 동료 튀기들에게도 빚이 있다.

"전부 그 시설 안에서 고객을 잡게 해. 그리고 임신이 확인되고 출산하면 예외 없이 '납품'된다."

"납품이라면... 전부 학대파한테?"

"당연하지. 네 말마따나 튀기 같은 별난 것을 기를 고객은 별로 없어."
새삼스럽지만 그렇게 성장한 개체를 누가 애완용으로 원하겠어?"

"그런가... 확실히 그 말대로야!"

"이 세상에 튀기가 있을 곳은 아무 데도 없어.
적어도 우리는 주머니가 따뜻해지게 잘 이용하고 있다. 그것뿐이지."

뭐야, 그런 거였나.
물어보니 그 시설 안에 있던 튀기의 말로는 전부 정해져 있는 모양이다.
그 시설의 유지비를 보전하기 위해 적당한 가격에 제공된다.
고객에게는 시설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즉 '올리기' 영상을 보여준다.
그것이 있으면 학대에도 힘이 들어간다.
브로커의 말로는 일단 쉽게 죽는 것은 없다.
서서히 괴롭히며 죽이는 것이다.
그래도 한 달 이상 살아남는 것은 어려워서, 그런 고객이 리피터가 되어준다고 한다.

최고다.

그야말로 최고다.

그토록 쌓였던 울분이 단번에 해소되었다.
나를 비웃던 튀기들은 전부 지옥에 떨어지고, 1번 튀기도 내 손에 돌아온다.
아무 문제도 없는 결말.

모든 것이 잘 풀려서 오늘부터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흐흐...."

"...응?"

상쾌한 기분에 젖어있는 내 옆에서 브로커 남자가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뭐야, 당신?"

"흐흐흐흐...!"

그 웃음은 점점 커져서... 참을 수 없게 되고....



"하하하하하...!!!"



"...뭐야? 뭐가 이상해?"

참지 못하게 된 남자는 소리 높여 웃는다.
마른 웃음소리로.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는 공원에 브로커의 웃음이 메아리친다.

"아니 뭐... 이상해서."

"뭐가 말인데...?"

"네가 그곳을 단순히 올렸다 내리기 시설이라든지, 튀기 전문 매춘 시설이라고 순진하게 믿는 것이 말이다!"

"...뭐?"

"그 시설의 진짜 목적은 그런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럼 뭔데?"


"그건...."

그러더니 남자는 마른 웃음을 멈추고 머리를 숙이고 말을 이었다.


"그 건물은... 튀기에게 인간의 자를 낳게 하는 장소다."


"...뭐어?"

그 말은 너무나도 심각한 표정으로 나왔다.
하지만 뜻밖의 내용에 나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튀기에게 자를 낳게해서 어쩌려고."

"...."

"그게 어떻다는 건데...?"

세상에는 실장석과 하는 것이 취미인 인간도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튀기가 존재하고, 그 튀기와 하면 결과적으로 자도 생길 것이다.
실제로 나도 그 건물 안에서 많은 자튀기를 목격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왜 이렇게까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가.

"네가 본 1층 플로어. 그곳에는 여러 곳에서 모은 튀기가 사육되고 있어."

잊을 수 없는 튀기투성이의 1층.
그곳에는 이 세상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얼빠진 녀석들의 모습이 있었다.
내가 넘긴 튀기들도 그 층에 있었다.

"그리고 튀기가 취향인 인간과 교배해서, 결과적으로 자가 태어나. 우리는 그것을 '제2세대'라고 불러."

"제2세대...?"

"...그래, 제2세대 튀기. 데려온 튀기들이 제1세대, 그 개체에서 태어났으니까 제2세대.
그리고 제2세대 튀기들은 2층으로 보내지지."

"2층...? 위는 평범한 아파트가 아니었어?"

"아니야, 그 시설 안은 전부 튀기 사육과 매춘에 쓰이고 있어."

브로커 남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2층에 보내진 튀기들도 때를 봐서 교배 상대인 인간 남자가 할당돼.
그렇게 태어난 혼혈 자는 제 3세대로서 3층에 보내져....
즉, 세대가 오를수록 위층으로 보내지는 시스템이야.
그런데... 그런데...."

거기서 남자는 머리를 감싸 쥐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게 어쨌다는 거야?"

"튀기와 인간이 교배를 거듭하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거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교배를 계속해서 세대가 오를수록 착상 확률은 격감해. 그동안 비교적 수월했던 임신도 지극히 어려워져."

그때, 나는 이 남자의 목소리에 분노가 담겨있는 것을 깨달았다.

"세대가 더 오를수록 튀기들의 지능이 상승해서 자신들의 환경에 의문을 가져.
왜 자신들은 이 건물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는지.... 왜 인간의 자를 낳아야 하는지 말이지...."

분노의 정도가 점점 올라간다.

"그렇게 다시 세대가 오르고, 튀기들은 인간과의 교배를 거부하게 돼."

"거부...?"

"그래. 만약 인간의 자를 배더라도 자신이나 자들에게 미래는 없다고 눈치채기 시작하는 거야.
평생 나갈 수 없는 생활을 보낼 정도면 낳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이야.
자에게 같은 괴로움을 맛보게 하지 않으려고 출산을 거부해.
그래서 인간 남자들이 아무리 구애해도 튀기들은 응하지 않게 돼."

"그럼 어떻게 하는데?"

"...그래도 낳게 하는 거야."

남자는 분한 듯이 내뱉었다.

"싫어하는 튀기를 덮쳐서 강제로 행위를 강요하는 거야....
울거나 소리 지르거나 그런 것은 상관없이.
하지만 그 정도로 세대가 오르면 착상 확률은 더욱 내려가.
그래서 착상할 때까지 튀기들은 끝없이 범해지는 거지...."

"호오...."

"그건 진짜 지옥도야. 튀기들은 울면서 계속 교대하는 인간 남자에게 억지로 범해져.
밤낮 구별 없이. 게다가 싫어하는 튀기는, 그런 취향인 놈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양이야.
때로는 몇 명이서 억지로 해. 그렇게 되면 교배라고 부를 수 없는, 그야말로 강간 아니면 윤간이지.
그리고 교배 상대인 남자들의 방식도 점점 심해져.
임신만 시키면 문제없으니까 난폭해져.
튀기들은 질릴 때까지 남자들의 성 처리 도구로 쓰이는 거야.
그 결과, 튀기는 대체로 정신이 이상해지고, 최종적으로 발광하는 개체도 적지 않아.
만약 가까스로 착상하더라도 모체의 상태는 최악이야.
유산, 가까스로 태어나는 자는 사산이거나 기형이거나....
아니면 모체가 출산을 거부하고 최종적으로 자살하거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일이 아니야."

"뭐야 그거... 최고잖아!"

무겁게 말하는 남자에 비해 나는 듣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튀기와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건 듣기만 해도 최고라고!
정신적으로 발광할 때까지 몰아넣고, 억지로 자를 배게 하는 건가!
쩔어...! 엄청 지독해...!! 학대파로서 진짜 존경스러워...!!!"


최고다.


그 행복한 낯짝을 하던 튀기들의 자손마저 최후는 생지옥.
학대파로서 이 정도로 통쾌한 이야기는 없다.

"...몰라."

"뭐...?"

"너는... 아무것도 몰라...."

"...뭐를 말야."

"너는 튀기에게 계속 자를 낳게 하는 행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몰라...."

"뭐?"

"튀기에게 계속 인간의 자를 낳게 한다.
...즉, 그 튀기의 자는 점점 인간에 가까워진다는 것이지."


"...어?"

"애초에 튀기는 실장석보다 인간에 가까워. 그 튀기에게 인간의 자를 낳게 하면 당연하지만 더 인간에 가까워져."

"당신,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사실을 정확히 말하는 것뿐이야.
세대가 올라갈 때마다 튀기는 보다 인간에 가까워져.
1층의 제1세대보다 2층의 제2세대가,
2층의 제2세대보다 3층의 제3세대가 인간에 가까워.
신체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사지는 길어지고 머리 색깔은 검은빛을 띄게 돼....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튀기는 인간에 가까워지는 거야."

"이봐...."

"그런데 이건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행위야.
착상률은 낮아지고 모체인 튀기들도 교배를 거부하지.
세대가 나아갈수록 정신과 육체에 큰 부담이 가고, 그 결과 혈통은 점점 끊어져.
처음에는 대량으로 사육되던 튀기들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왠지 몸이 떨렸다.
하지만 그것은 조금 전의 환희가 아닌, 표현할 길 없는... 무언가 별개의 섬뜩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체 수가 감소하는 반면, 아주 극소한 예외가 존재해.
터무니없이 낮은 확률... 이른바 기적적인 존재야.

우리의 일은... 그 한 줌의 기적을 쫓는 것이야...."





1층

층 내에 가득 모인 튀기들. 대부분 들생활 출신으로, 그곳이 낙원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층

시설에서 태어난 튀기들. 언제까지나 행복한 생활이 계속될 것이라 믿는다.


3층

지능이 높아진 튀기들. 다른 생활을 모르기에 시설 밖을 동경하기 시작한다.


4층

사지가 길어진 튀기들. 시설 안의 직원에게 밖에 나가고 싶다, 보고 싶다고 요청하기 시작한다.


5층

구애를 거부하기 시작하는 튀기들. 자신들이 왜 태어났는지, 그 환경에 의문을 갖는다.


6층

방에서 비명을 지르는 튀기들. 더욱 높은 지능과 이성을 갖춘 튀기들이 남자들의 욕망의 배출구가 된다.


7층

복도에서 괴성을 지르는 튀기들. 정신이 병들고 배가 커다란 튀기들이 시설 안을 방황한다.


8층

이틀에 한 마리는 자살하는 튀기들. 목을 맨 튀기들의 배는 예외 없이 크다.


9층

고요한 층내.

한때 소란스럽던 튀기들의 모습은 없다.

거주자가 없는 빈방.

아니... 단 한 마리가 있다.

널찍한 방 한가운데 의자가 하나.

언제나 변함이 없는 바깥의 풍경.

그 안에 이제 튀기라고 부를 수 없는 개체.

의자에 앉아 배를 쓰다듬고 있다.

흑발에 어렴풋한 아마색이 남은 모발.

눈은 크고 코는 오똑하다.

사지는 의자에 앉기에 충분한 길이.

배를 쓰다듬는 손에는 다섯 손가락.

그러나 홀쭉한 뺨.

생기 없는 창백한 얼굴.

이 개체는 자신의 자를 낳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 자신의 생명조차도.




"...그렇게 10년 이상의 세월이 소모되고 그동안 막대한 비용, 방대한 노동력이 투입되지.
그리고 더욱 셀 수 없는 튀기들의 희생.
하지만 그 까마득한 과정 끝에 태어나는, 수천의 혈통 중에서 단 하나만 낳아지는 기적적인 존재....
그것이 제10세대야."


남자는 바지 주머니를 더듬어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낸다.

사진을 보자마자 남자의 표정은 부드러워졌다.

조금 전까지의 분노는 순식간에 흐려진다.

하지만 동시에 애달프게 보이기도 한다.


내 위치에서는 무엇이 찍혀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진을 알고 있다.

예전에 나는 본 적이 있다.

남자가 바라보는 사진에 누가 찍혀있는가.

그렇다. 남자가 바라보던 것은....





"너는... 그 10층에서 사육되는 튀기가 어떤 모습인지 상상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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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이 마을에 온 것은 십수 년 전.

그동안 고향인 시골에서 보육사가 되는 공부를 하고 자격을 취득했다.
집안의 가업을 잇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남자는 꼭 보육사가 되고 싶었다.
남자는 아이들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일한다면 많은 아이를 돌보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고향에서는 일자리가 없어서 낯선 마을에 왔다.
이 마을이라면 어딘가에서 일하게 해줄 것이라고 한 가닥 희망을 품고.

하지만 그 희망은 간단히 부서졌다.

여기저기 다녔지만 받아주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자격을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고 경험도 아무것도 없는 남자를 고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눈 여겨둔 곳은 전부 거절당했다.
순순히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업을 이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 반쯤 포기하고 있던 남자에게 말을 건 사람이 있었다.

〈고지대에 있는 아파트 최상층에 보육시설을 만들었습니다.
그곳은 아파트 주민의 아이 전용인데 일손이 부족합니다.
괜찮으시다면 그곳에서 일하지 않겠습니까?〉

남자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꿈에 그리던 직업을 구할 수 있다면 환경이 다소 다른 정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두말없이 요청을 받아들였더니 남자는 고지대의 어느 건물로 안내받았다.

그중에서 많은 남자가 대기하고 있던 방에서 면접을 치렀다.
보육사라는 직종을 가볍게 여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 면접은 2시간 이상에 달하여 경력, 기호, 능력과 온갖 질문을 받아서,
단순한 보육사 면접치고는 너무 정성을 들인다고 느꼈다.

심지어 면접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아파트 안의 사정에 관해서는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서약서를 쓰게 만들었다.

'이 건물 안에서 보고 들은 것은 결코 발설해서는 안 된다.'

남자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동의했다.
그리고 제시된 급여를 보고 놀란다.
또래 보육사에 비하면 배 이상의 금액.
아마도 이 아파트는 지역 부유층이 많이 사는 건물이 아닐까 추측했다.

안내받은 곳은 엘리베이터가 최상층을 가리키는 10층.
그 10층에는 층 내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광대한 보육시설이 존재했다.
옥내임에도 그네와 미끄럼틀 등 다양한 놀이시설.
나뭇결이 선명한 책상과 형형색색의 나무 블록.
벽에는 풍요로운 색채의 사계절 그림이 붙어있고, 밖에서는 햇빛이 비치고 있다.
보육시설로서는 전혀 손색없는 장소.
그러나 남자는 고개를 기울인다.

〈왜 아이들이 없지?〉

이만한 규모의 아파트면 꽤 많은 세대가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보육시설에 맡겨진 아이는 없다.
아니,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아이를 돌봐주시기 바랍니다. 이곳 주민의 아이입니다.〉

소개받은 것은 여자아이 하나.

〈...다른 아이는 없는 겁니까?〉

돌볼 아이가 한 명뿐이었던 것이 불만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단순히 이만한 아파트에 아이가 한 명인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네, 지금은 여기에 맡기는 부모도 없어서... 나머지는 잘 부탁드립니다.〉

직원의 등 뒤에서 나타난 것은 겉모습은 평범한 여자아이.
나이로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쯤인가.
크고 둥근 눈과 긴 흑발이 인상적인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첫인사는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한 남자보다 빠르게 여자아이는 입을 열었다.

〈...아빠?〉

〈엇....〉

〈아빠 아니야...?〉

직원이 해준 설명으로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별거 중이라고 한다.
어릴 적에 아버지와는 이미 떨어졌고, 그 아이는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언젠가 자신을 만나러 와줄 것이라 믿고 있다.

어머니는 몸이 좋지 않아서 이 건물 안에서 요양하고 있으며, 이 아이에게 신경 써줄 수 없는 상태라고 듣는다.

〈달리 그 아이의 놀이 상대도 없어서요....〉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여자아이였다.
너무나도 솔직하고 밝고 씩씩한 소녀.
하지만 친구도 없고, 어머니도 몸져누운 상태.
그런 소녀의 처지가 딱했는지 남자는 가족처럼 정성껏 보살폈다.
보육사로서의 책무는 물론이고 때로는 그 이상의 뒷바라지도 했다.

그런데 남자는 어느 날 의문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이 여자아이는 지금까지 밖에 나간 적이 없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슨 농담인가 싶었지만 그것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때까지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아이는 왜 밖에 나간 적이 없습니까?〉

담당자는 부모가 간절히 희망했다고 알려주었다.
그 아이는 알레르기가 많아서 외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남자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일로 소녀를 더욱 가엾게 여겨 실내에서도 놀 수 있도록 궁리를 했다.

그런 어느 날, 일하러 가려는 남자를 직원 하나가 붙잡았다.

〈열심히 일하는 건 좋아.... 그런데 자네는 그 아이에게 너무 정을 붙였어.〉

그 말뜻을 남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지요? 그 아이는 불쌍한 아이입니다.... 적어도 우리가 기운을 북돋아 줘야지요.〉

〈...그렇지.〉

소녀를 생각하는 남자의 열성이 마음에 와닿았는지 직원은 선뜻 물러난다.
하지만 직원이 떠날 때 남긴 한마디가 언제까지나 귀에 남아있었다.

〈자네에겐 이 일은 안 맞을지도 몰라....〉

그 의미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예전 이상으로 소녀에게 마음을 쓰기로 했다.

첫 임금이 지급된 날.
전부터 생각했던 대로 무언가 선물해주기로 했다.
거리에 나가서 고심한 끝에 사 온 것은 밀짚모자.

〈고마워!〉

어지간히 기뻤는지 소녀는 한사코 모자를 쓴 채 떼어놓지 않았다.
언젠가 몸이 좋아져서 밖에서 놀 수 있는 날을 위해서 사준 것이다.
소녀 또한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세상을 뛰어다니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직원에게서 소녀를 떠나보내게 되었다고 통보받는다.

〈어머니는 치료 때문에 이 건물에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생활도 있고 해서 친척분이 데리러 오실 겁니다.〉

확실히 지금 상태는 고독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그 아이는 좀 더 또래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이곳은 아이가 적고 친구도 생기지 않지만, 가는 곳에서는 분명 많은 친구를 만들 것이다.

〈그럼 잘 지내.〉

〈응, 또 올게....〉

그 날은 문 앞에서 그녀를 배웅했다.
그런데 배웅받은 소녀는 시설을 올려다보고, 어머니가 있을 9층을 바라보았다.
역시 어머니와 헤어지는 것은 괴로울 것이다.
평소의 웃음은 없고, 모르는 사람에게 가는 것을 불안해하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자, 그렇게 어두운 얼굴 하면 안 되지.〉

〈응....〉

〈엄마는 또 만나러 오면 되고, 앞으로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지.〉

〈으, 응....〉

〈기운 내고... 안 웃으면 엄마가 걱정하신다?〉

〈응... 응!〉

〈하하... 그래, 그러면 되는 거야.〉

그러고 있자 여자아이를 데리러 온 차가 왔다.

〈어어...!?〉

한눈에 보아도 고급 차다.
자신의 월급으로는 그 범퍼 하나도 살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운전사도 있는 데다, 맞이하러 온 것은 집사로 보이는 초로의 인물.
그리고 다른 직원이 그 인물과 뭔가 대화를 시작했다.

(음... 그 아이, 저런 부자 친척이 있었구나.)

이렇게 데리러 올 때까지는 솔직한 심정으로 그 아이를 정말로 양육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
그러나 그 정도 되는 친척이면 경제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남은 것은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기를 바랄 뿐이다.

〈안녕!〉

헤어지면서 여자아이는 차 안에서 손을 흔들었다.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채.


눈부실 정도로 웃는 얼굴로.




10층의 보육시설에서는 유일한 아이가 없어졌다.

이래서야 일도 없고 자신도 면직일까 싶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윗선에서 계속 있어 달라고 부탁받았다.
달리 갈 곳도 없고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광활한 시설에 보육사인 자신이 한 명.
지루한 날들이 계속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언제 아이들이 와도 문제없도록 청소하고 정리하기로 했다.

층 내는 넓어서 자신 혼자서 청소하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시간은 충분히 있다.
쌓인 먼지를 털고 다양한 놀이도구를 정리 정돈하기 시작했다.

〈어...어라?〉

방 한구석에 놓인 밀짚모자.

〈하하, 곤란하네....〉

값싼 물건이니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 아이에게 잊혀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버리는 것도 견딜 수 없다.

이 모자를 어떻게 할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문득 어머니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이 아래, 9층에서 요양하고 있을 것이다.
아파트 보안상 업무 이외의 층에는 출입 금지라고 들었지만 잠깐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평소에는 1층에서 최상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직행이지만 그날은 계단을 쓰기로 했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그러나 계단으로 이어지는 문에 커다랗게 붙은 글자에 주저한다.
게다가 시설 직원에게서 다른 거주 구역에 가지 말라고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것이 떠오른다.

〈뭐, 나도 일단 관계자니까....〉

당혹감은 몇 초 정도.
평소에는 직원이 눈을 번득이고 있어서 다가가기만 해도 주의받는 문.
하지만 그동안 근무태도가 높이 평가된 탓인지 지금은 자신을 감시하는 직원은 없다.
뭔가 다른 일이 들어와서 자리를 비운 것 같다.

그렇게 밀짚모자를 손에 들고 문 쪽으로.
문을 열고 바로 앞에 보이는 계단을 내려갔다.



〈음... 여기는...?〉

9층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기질적인 공간이었다.
끝에서 끝까지 하염없이 이어지는 새하얀 벽과 복도, 그리고 각 방의 문.
벽에는 장식이 일절 없고 붉은 소화 시설 외에는 전부 흰색 일색.
유리창이 많아서 햇빛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역시 쓸쓸함은 감출 수 없다.
싫어도 소독 냄새가 병원을 떠올리게 한다.

〈어...어라?〉

더 이상한 것은 각 방의 문이었다.
문패도 아무것도 없는, 단지 번호표가 붙어있는 문.
그리고 귀를 기울여본다.

〈.......〉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가족이 여러 세대나 살고 있다면 무언가 생활 음이 있을 것이다.
텔레비전, 세탁기, 사람이 걷는 소리...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들리는 것은 이명뿐.
멈춰섰더니 층 안의 공기 자체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전혀 인적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었다.


  ......끼이......


〈응...?〉


  ......끼이......


무언가 들린다.
희미하게 귀에 닿는 소리.

그 어렴풋이 닿는 소리에 의지해 다시 걸음을 옮긴다.
도착한 곳은 층 내에서 가장 끝에 있는 방.

〈아....〉

봤더니 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시, 실례합니다.... 누구 안 계십니까...?〉

나는 작은 소리로 인사를 하며 문을 천천히 열고 방 안으로....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다.

가구도 도구도 전혀 없는 방.

있는 것은 벽과 커다란 창문.

바깥의 경치는 푸른 하늘.


그리고....




  ......끼이.........끼이......



방 중앙에는 흔들의자에 우두커니 있는 소녀의 뒷모습.

  ......끼이......

흔들릴 때마다 의자 다리의 휘어진 부분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처음에 인상 깊었던 것은 긴 머리와 새하얀 옷.


하얀 옷... 저것은 환자복?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 여자아이의 어머니.

요양 중이라면 눈앞의 여성이 틀림없는 것 같은데... 너무 젊다.

뒷모습만 보아서 모르겠지만 나이로는 15살 정도?

설마 중학생이...따위의 생각이 떠오른다.


〈...시, 실례했습니다.〉


  ......끼이......


〈함부로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끼이......


〈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끼이......


소녀는 들리지 않는지 이쪽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저 봤을 때부터 줄곧 의자에서 흔들리고 있을 뿐.

〈음... 할 수 없지.〉

조바심, 손목시계를 언뜻 본다.
빨리하지 않으면 10층에 직원이 돌아오기 때문에 조금 초조해졌다.
대답도 듣지 않고 갑자기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은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용서해다오.

뒤에서 다가가서 그 옆을 지나 돌아 들어가서....


〈저기요, 죄송합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그 9층에서 본 아이, 어떤 얼굴이었을 것 같아?"


브로커 남자는 사진을 손에 들고 나에게 두 번째 질문을.

그러나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아니, 대답할 수가 없다.

"볼이 홀쭉하고... 팔은 뼈와 가죽뿐이었어.
그리고 눈 주위는 눈물 자국이 있고, 눈 자체는 새빨갛게 부어있었어.
그리고 입을 뻐끔뻐끔 움직이고 있었는데... 귀를 기울이니까 들리는 거야."

"...뭐, 뭐가 말인데."


"쉰 목소리로... '내 아이... 내 아이를 구해줘.... 나쁜 일을 하지 말아줘....'라고 했어."


우리 주위를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간다.
지나간 비람이 가차 없이 우리의 체온을 빼앗아간 기분이 들었다.


"그 아이는... 자기 딸이 심한 일을 당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억지로 보게 되었던 거야."

"억지로...?"

"그래, 데려가진 자기 딸이 학대파에게 어떤 꼴을 당하고 있는지를...."

"하, 학대파라니... 어떤 꼴인데 그게...?"

"하...하하하...."

"뭐, 뭐야?"

"하하... 너 무슨 소리 하는 거냐...."

"뭐가 웃긴데...!?"


"학대파에게 끌려간 실장석이 어떻게 되는지는 네가 가장 잘 알잖아."


"다, 당신! 머리 이상한 거 아냐!?"

홧김에 나도 모르게 일어섰다.

"그 건물에 있는 건 튀기뿐이잖아! 그게 인간과 하게 해서 자를 낳게 하고 인간에 가까워져!?
무슨 미친 소리야 그게!? 애초에 왜 그런 짓을 해야 하는 건데!!"

"그것도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내려다보며 거세게 내려친 나의 고함 소리가 느리게 흐른다.

"처음에는 다들 평범한... 평범한 실장석 학대파였던 모양이야."

브로커 남자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실장석 학대파는 수없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어디까지나 실장석 이외에 학대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언한다.
표면적으로는 다른 생물을 결코 학대하지 않는다.
실장석만을 학대하는 동기나 이유는 학대파에 따라 다양하다.

'실장석은 언동이 상스러우니까.'
'실장석은 위생상 더러우니까.'
'실장석은 사람의 은혜를 모르니까.'
'실장석은 사회에 민폐니까.'
'실장석은 도덕이 없으니까.'

하지만 브로커 남자는 말한다.

그런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어떻게 해서든 정당한 이유를 내세우며 학대 그 자체를 정당화하려고 애쓴다.

이 얼마나 위선적인 변명인가.

다른 사람을 위해, 사회를 위해 실장석을 구축한다?


웃기지 마라.


어리석은 주장이다.
사회를 위해서라면 깡통 줍기라도 하면 된다.
봉사하고 싶다면 더러운 일이 얼마든지 있다.


적어도 좀 더 솔직해지면 좋을 것을.

학대파가 실장석을 학대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즐거우니까.'


과연 그 외에 합당한 이유가 존재할까?

'실장석을 괴롭히는 것이 즐거우니까.'

'실장석을 몰아붙이는 것이 즐거우니까.'

'실장석에게 비참한 죽음을 주는 것이 즐거우니까.'

  .
  .
  .

그렇다. 즐거운 것이다.

학대파에게 있어서 실장석을 학대, 학살하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인 것이다.

"그런데...."

브로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문다.

그들은 왜 실장석을 학대하는 것이 즐거운지 알고 있을까?
왜 자신들이 실장석을 학대할 때 더할 나위없을 정도로 유열에 차오르는 것인가.

나의 할아버지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즐거운 오락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늘이 생긴다.
더욱 과열된 학대를 실장석에게 가한다.
일단 과열되면 학대는 멈출 수 없다.

보다 더, 보다 더 과격한 학대를.

하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학대해도 학대해도 무언가가 부족하다.
물은 충분히 마셨을 텐데 목의 갈증은 커져가기만 한다.
처음 학대를 시작했을 당시의 신선한 감동이 없다.

그리고 어떤 존재를 떠올린다.

실장석에 가깝지만 실장석은 아닌 존재.
그렇다. 튀기라고 불리는 인간과 실장석의 혼혈이다.
그 이전에는 실장석 이외를 학대할 생각조차 한 적 없었다.

튀기들은 그럭저럭 인간의 피를 이어받았다.
그렇다면 학대할 수는 없다.
실제로 실장석을 학대해도 결코 튀기는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런 학대파가 대부분이다.
역시 누구나 정신적인 방파제가 안에 있다.


브로커는 이것이 선(線)이라고 했다.


선을 넘은 사람들은 예외 없이 환희에 휩싸인다고 한다.
그 시절의 신선한 학대의 감동이 다시 주어졌다.
튀기 학대의 상쾌함을 깨달았다.

게다가 이것은 인간이 아니다.
그렇다. 실장석과 인간의 혼혈이 아니다.
인간의 피가 약간 섞인 실장석이다.

자신이 지금 학대하는 것은 틀림없는 실장석인 것이다.

하지만 이 행위는 결코 다른 사람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역시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실장석 학대파라는 것만으로도 이해심 없는 일반인은 경멸할 것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인간과 실장석의 혼혈 학대라면 어떨까.

사회적으로는 완전히 아웃이다.

실장석 학대는 묵인하던 사람들도 역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남몰래,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튀기 학대가 벌어진다.

"그런데...."

남자는 다시 입을 다문다.

나는 모르겠지만 그것마저 명분에 불과하지 않을까?
본심은 지극히 단순하다.

다른 학대파가 튀기를 채가는 것이 아까우니까.

이렇게 즐거운 학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튀기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으랴.
게다가 튀기는 실장석에 비해 절대적으로 수가 적다.
또한 소모품이다.
수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실장석 학대보다 훨씬 비밀리에 열리는 튀기 학대 회원제 클럽.
공원 안에서 가끔 보이는 튀기들은 당연히 포획되어 보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누군가가 깨달은 듯하다.

왜 튀기 학대가 그렇게나 즐거운 것인가?
지금은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본질을 깨달은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그 남자는 생각을 기반으로 실행에 옮겼다.

'튀기에게 인간의 자를 낳게 하라.'

아무도 그 남자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남자는 실장석이 성벽인 사람들을 모아 튀기에 대한 성행위를 독려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제2세대 튀기들.
그것을 상급 회원에게 제공하고 그 감상을 들었다.

"역시 그랬던가."

확실한 반응을 느낀 남자는 조직적인 증산에 착수했다.
또한 그 확신을 바탕으로 제2세대 튀기에게 다시 인간의 자를 낳게 한다.
다시 제3세대로.
다시 제4세대로.

세대가 오를수록 그 양육 비용이 치솟는다.
하지만 남자는 반드시 회수할 수 있다고도 확신했다.

그 결과, 남자는 승리했다.

남자가 예상했던 이상으로 세대가 진행된 튀기들의 수요는 높았다.
그런 튀기들을 원하는 사람들이 왜 원하는지 당사자들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인간의 본질을.





"인간의... 본질?"

느닷없는 말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뭐야 그거. 그게 실장석이나 튀기 학대하고 무슨 연관이 있는데?"

"본질인지 아닌지는 몰라."

"뭐?"


"그저... 인간에게 있어서 최대의 오락은 같은 인간을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예상했어.
그것이 바로 인간의 본질.
...즉, 인간은 인간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거야.
그리고 그 남자는 그것을 알아채고 사업으로 정착시켰다는 거지."

"무...무슨 소리야 당신...?"

"그러니까 사실이야. 사업은 수요와 공급이 있어야 비로소 성립하지.
같은 인간을 학대하고 죽이고 싶은 소망의 소유자야말로, 실장석 학대 비즈니스에 제격인 고객이라는 거야."

"듣고 있을 수가 없네...."

"하지만 너도 튀기를 학대해서 즐겁지 않았어?
실장석보다도 인간에 가까운 존재인 튀기를 학대하고, 죽이고, 즐긴 것 아니야...?"





그리고 그 남자는 더욱 비즈니스를 진행했다.

튀기 학대 비즈니스는 파도를 타고, 욕망은 높아져 가기만 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해야 할까.
제1세대에 비해 제2세대가, 나아가 제2세대에 비해 제3세대가 학대의 '맛'이 다르다고 한다.
비유하자면 숙성한 와인과도 같다.
세대가 오름에 따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별미라고 한다.

거기서 남자는 보다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튀기는 인간에 가까운 존재다.
하지만 명백히 실장석의 잔재가 남아있다.
그렇다면 그 잔재를 완전히 없애면 어떨까?

더욱 번식을 행하고, 세대가 진행된다.
팔다리는 길어지고 손끝과 발끝에는 다섯 손가락, 다섯 발가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키가 자라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져 지극히 인간에 가까워져 간다.

그것이 제8세대 근처.

이 시점에서도 충분히 인간에 가깝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면 적어도 실장석으로 보일 일은 없을 것이다.
정면에서 봐도 그 외모에 위화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인간이라고 해도 통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눈이 높이진 고객은 희미한 결점도 놓치지 않았다.

검은 머리카락 속에 아마색이 섞여 있다.

겨우 몇 갈래의 아마색 머리카락이지만 고객은 불만을 제기했다.
이래서야 실장석 아니냐고 주장한다.
실장석의 잔재를 완전히 없앤 실장석은 아니라고 우긴다.
한눈에 봐서는 보통 인간과의 차이는 알 수 없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한두 세대 더 올리면 된다.


그렇게 하면 완벽한 흑발의 실장석이 탄생하리라.


그러나 거기까지 세대가 진행된 개체는 전부 예외 없이 한계가 왔다.
무리한 교배와 출산은 튀기들의 몸에 막대한 부담을 지운다.
생명의 법칙을 억지로 왜곡한 행위의 대가가 전부 튀기들에게 돌아왔다.
세대가 오를수록 신체 능력이 저하하고 단명하게 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흑발의 실장석이 실현될 것임에도.


그렇지만 아무리 해도 성공의 문턱에서 튀기들의 혈통은 끊어지고 말았다.
수백, 수천의 혈통을 시도한 결과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역시 그런 생각은 한낱 꿈이었을까.
흑발의 실장석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것이었을까.

그리고 십수 년.

문자 그대로 피나는 노력은 결실을 보지 못하고.
이제 그만 물러날 때인가 생각할 무렵에 기적이 일어났다.





"...그럼 여기서 너에게 물어볼까.
결국 완벽한 흑발의 실장석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을 것 같아?"

"음...."

"수천의 혈통의 튀기들은 이룰 수 없었지만, 그 혈통으로는 성공했다.
그 혈통의 튀기들과 다른 혈통의 튀기들의 차이는 무엇이었냐는 얘기야."

"우연 아닌가."

"응,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다른 것들과 다를 게 없는 튀기였어.
그런데 실제로 완벽한 개체를 탄생시켰어.
처음에는 몰랐는데... 딱 하나 큰 특징이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너는 알 거야.
왜냐하면 너는 짧은 시간이긴 해도 주인이었던 인물이니까."

"내가...? 도대체 무슨 소리야?"

"아직도 모르겠어?"

"뭐를... 어, 어라...? 혹시... 설마, 1호 튀기 말야?"

"그래, 그 튀기가 바로 흑발의 실장석을 산출할 가능성이 높은 개체야."

"그 녀석은 그런 대단한 녀석이 아니라고. 평범한 튀기야."


"아니, 실제로 네가 알아냈다고 말했잖아. 그 튀기는 애정을 받고 자란 개체라는 것을."


"뭐...뭐어!?"


"나중에 가서야 밝혀진 건데....
양친의 애정을 받고 자란 튀기의 혈통에서는 검은 머리 실장석이 태어날 가능설이 매우 높아."




튀기의 성장은 실장석의 영향으로 인간에 비해 현저하게 빠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9세대 탄생까지는 약 1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심신 모두 한계를 맞이한 제9세대 튀기.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는 혈통의 확립은 백에 한둘이라고 한다.
그리고 힘이 다하거나, 발광하거나, 자살하거나.

그런데 한 혈통의 개체만은 달랐다.


〈내 아이... 빨리 건강해져서 태어나주렴....〉

9층의 아무것도 없는 방.
다만 방 중앙에는 흔들의자에서 흔들리는 배가 커다란 소녀.
목소리는 쉬었다.
두 눈이 움푹 들어가고 볼은 홀쭉하고 그 몸에는 뼈와 가죽밖에 없다.
그럼에도 소녀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커진 배를 향해 말을 걸었다.
실장석 특유의 말투는 이미 없다.

〈빨리 태어나주렴. 그리고 태어나서 자라면, 꼭....〉

소녀의 표정에 힘껏 미소가 번졌다.


〈우리의 아빠가 꼭 데리러 와줄 거야....〉





"...그게 어쨌다는 거야?"

"모르겠어?"

"뭐를?"


"그 혈통의 튀기들은, 자신들이 축복받아 태어난 것을 정신적인 버팀목으로 삼는 거야."

"무슨 말이야."

"생각해봐. 튀기가 산출되는 이유는 뭐지?"

"이유는 없어. 그저 실장석과 하는 취향인 놈이 있을 뿐이지."

"그래, 그 말이 맞아. 세대가 올라가면 튀기들도 지능이 높아져서 그것을 자각하기 시작하는 거야."

이야기에 지친 듯 남자는 중간에 크게 호흡을 끼워 넣었다.

"결국 자신들의 엄마는 인간 남자에게 억지로 범해지고, 그 결과 태어나버렸어."

"으...응."

"그리고 평생 나갈 수 없는 감옥 같은 생활.... 자살하기엔 충분한 이유 아닌가?"





꿈도 희망도 없는 생활.
있는 것이라곤 남자들과의 성행위와 출산뿐.
그런 가운데 자신들의 최초 세대의 튀기로부터 구전되어온, 자신들의 아버지.
자신들은 실장석도 인간도 아닌 존재.
하지만 인간 아버지와 실장석 어머니가 서로 사랑하여 생명을 받았다.

그렇다. 언젠가 반드시 우리의 아버지가 데리러 올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은 그때까지 살아있을 수 없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자에게는.
자가 어렵다면 또 그 자에게는.... 그렇게 소원을 안고 자를 배고 낳는다.
정신이 나갈 듯한 환경에서 유일한 마음의 지주.

그것만을 믿고서 튀기는 자를 계속 낳는다.





"세상에는 실장석과 진지하게 사랑을 하고 튀기를 낳게 하는 남자도 있어."

아무 말도 못 하는 나에게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 앞에 있는 것은 파국뿐이지.
실장석에게 낳게 한 튀기, 누구에게 보일 수 있겠어?
부모 형제나 친구에게 뭐라고 설명하겠어...."

"...그럼 어떡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남자가 울면서 처분하는 거지."

한층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처분할 바에야 우리가 인수하고 싶지만.... 꼭 그런 놈들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어하지 않지.
적어도 마지막은 자기 손으로....
...그래서 애정을 받고 자란 튀기 입수는 상당히 어려워.
자기 딸로 생각하는 놈들도 많아서 좀처럼 포기해주지 않거든.
게다가 튀기라는 건 애정에 민감해서... 연기로는 잘 속지 않아."


"...그럼 왜 낳게 하는 건데?"

나는 핵심을 찔렀다.

"당신 말대로 애정을 받고 자란 튀기를 손에 넣는 건 간단하잖아!
게다가 엄청난 돈이 들 텐데!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그런 짓까지 해서 인간으로밖에 안 보이는 튀기를 낳는 건데!?"

거짓말이다. 거짓말인 게 분명하다.
이런 바보 같은 이야기가 있을 리 없다.

"하...하하, 너야말로 이제 와서 무슨 소리 하는 거냐?"

"뭐가!"


"당연히 죽이기 위해 낳게 하는 거지."


10년 이상의 세월에 걸쳐 산출된 제10세대는 인간 여자아이와 구분할 수 없다.

머리카락은 비쳐 보일 듯이 검고, 아마색은 전혀 섞이지 않았다.
팔다리는 길고, 길고 가는 손가락이 나 있다..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비는 실장석의 잔재가 전혀 남지 않았다.

그리고 이 소녀는... 제10세대 튀기는 엄청난 금액에 거래된다.

"그것이야말로 그 건물 유지관리비와 우리에게 고액의 급료를 주고도 남을 정도지."

브로커 남자는 다시 덧붙였다.
원래는 평범한 튀기 매춘이나 출산한 튀기 판매만으로는 건물 유지조차 어렵다고 한다.
오히려 그쪽은 덤에 불과하다.

진정한 목적은 제10세대 튀기, 통칭 '흑발의 실장석'이라는 것.

그런 제10세대 튀기를 손에 넣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자신의 학대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켜준다면 돈은 얼마든지 낸다고.


"그래서... 결국 그 애들은 죽는 거야?"

"그 애들?"

"당연히 당신이 말한 제10세대지!"

"...그 일에 대해서는 나도 정확히는 몰라.
실제로 학대받고 죽은 제10세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그것에 관해서는 네가 더 잘 알잖아?
학대파에 끌려간 실장석이 어떻게 되는지 너는 알고 있지 않아?"

"뭐가 실장석이야! 어딜 어떻게 봐도 인간이잖아!"

"...그래도 인간은 아니야."

남자는 냉정하게 쏘아붙였다.

"사회적으로 그 제10세대 튀기의 신분은 실장석일 뿐이야."

"!...."

한심하게도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비록 아무리 인간에 가까워도... 그 아이들은 실장석이야. 그리고 그 실장석을 보호하는 법률은 어디에도 없어...."

"...아니, 역시 당신 말은 이상해."

"...뭐가?"

"왜 그렇게까지 인간에 가까운 실장석을, 튀기를 낳을 필요가 있냐는 거야.
만약 정말로 인간을 학대하고 싶으면... 죽이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되잖아!"

스스로도 터무니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 이 일본에선 그런 짓을 할 수 없지. 그런데 외국은 얘기가 다르잖아.
거기까지 안 하더라도 나름 돈을 내면 살인도 하게 해주는 거 아니야?
그렇게 귀찮은 짓 안 해도 시간도 안 걸리고 할 수 있잖아!?"

어이없다.
왜 십 년이나 넘게 기다려야 하는 건가.
쉽고 빠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텐데 무슨 소리야.

"너야말로 뭘 이상한 소릴 하는 거냐."

"...어?"


"그런 짓 하면 살인이잖아."

"아...."

"너는 몰라. 그렇게까지 지극히 인간에 가까운 실장석을 학대하고 죽이고... 튀기를 죽여도, 그건 그저 실장석 학대일 뿐이야."

이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좋은 사람'으로 있고 싶은 거야."

남자는 자조하듯이 계속했다.

"영상만 본다면 인간 여자아이를 죽이는... 소위 말하는 스너프 필름으로밖에 안 보이겠지.
그래도, 그런데도 그들은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이건 단지 실장석을 학대하는 거라고 주장하는 거야.
그 정도까지 해놓고... 그들은 마지막 선만은 넘고 싶어 하지 않아.
즉, 좋은 사람, 선인으로 있고 싶어 해.
그런데 인간을 학대하고 죽이는 쾌감도 맛보고 싶지.

그래서 그런 일그러진 튀기들이 태어나는 것이지...."


바람이 불고 구름이 흐른다.
여전히 이 공원에는 우리 외에 사람 그림자가 없다.
피차 대화에 지친 탓도 있어서 구름만 바라보는 침묵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 너, 그 건물 안에서 소란 피웠지."

다시 말을 꺼낸 것은 브로커 쪽이었다.

"응, 그게 어쨌다고?"

"도중에 네가 시설 직원더러 애호파 위선자라고 했다면서?"

"아...으응."

"어느 쪽이 위선자지?"

"뭐...?"


"네가 말하는 애호파와 학대파, 어느 쪽이 위선자냐고 묻는 거야."


희미하지만 남자의 목소리에 분노가 스며있는 것이 느껴진다.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다.... 그게 학대파 아닌가?"

"...그런 거 아니야."

"뭐가 다르지? 내가 볼 때는 애호파나 학대파나 그게 그거야.
본인들의 사정으로 애호하거나 학대하거나... 결국 자신들의 욕망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 아닌가?
그런데 학대파는 위선자가 없어? ...농담은 그만뒀으면 한다.
사회를 위해서라는 둥 환경을 위해서라는 둥, 거창한 이유를 달아놓고 하는 일은 뭐냐?

단지 약자에게 스트레스 발산하는 거잖아!"

브로커 남자는 쌓인 울분을 풀려는 듯이 일어서며 나를 노려보고, 그리고 내뱉었다.


"위선자는 어느 쪽이지!?"













"거짓말... 분명 거짓말이야...."

버스 정류장을 나서서 나는 고지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자살이라도 하러 가는 표정이었을지도 모른다.

 〜〜♪ 〜〜♪

주머니 속의 핸드폰 벨 소리가 계속 울린다.
아마 두 친구에게서 온 연락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받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내 할아버지 얘기를 했던 것 기억나?〉


브로커 남자와 헤어지고 나서 1시간 후.
나는 그 건물 쪽을 향해 걷고 있었다.


〈포수였던 할아버지는... 원숭이만은 쏘고 싶지 않다고 했어.〉


헤어질 때 들었던 말이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 반복된다.


〈할아버지뿐만이 아니야. 대부분의 포수는 다들 원숭이만은 쏘고 싶어 하지 않아.〉


"거짓말, 속을까보냐...."


〈왜냐하면 원숭이를 쏘았을 때의 감촉이, 인간 아이를 쏘았을 때와 비슷하니까.〉


그 건물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래서 인간의 아이를 쏘는 것 같아서 쏘고 싶지 않은 건데... 할아버지는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


나는 그 옆의 건물로... 어두운 계단을 다시 오른다.


〈아니, 어쩌면 포수들은 두려웠던 것 아닐까...?〉


길다.... 길고 긴 계단이 이어진다.


〈사실은 원숭이를 쏘는 것을... 인간 아이를 쏘는 것을 기분 좋다고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옥상, 빛이 보인다.



〈포수들은 원숭이를 쏘는 경험으로 인해 인간을 쏘는... 인간을 죽이는 즐거움에 눈떴던 것일지도 몰라...〉




 탁

문을 열고 옥상으로 나가자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어둡고 침체된 공간이 아닌, 기분 좋은 바람이 불고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옆 건물 최상층을 보았다.


...있다.


전면 유리로 된 층에, 그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


여자아이도 내 모습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부른다.


나는 그에 응하여 손을 흔든다.

여자아이는 마주 흔들어준 것이 기쁜지 온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하하... 저 녀석, 뭐라고 하는 거야...."


나는 안 좋은 꿈을 꾼 것이라고 자신을 타일렀다.


"저 아이가 튀기라니... 실장석일 리가 없잖아...."


멍청하기는.


뭘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거야.


나중에 친구에게 말하면 틀림없이 웃을 것이다.


"하하하...."


나는 웃고 있었다.


소녀의 미소에 보답하여 안 좋은 꿈을 잊기 위해 웃고 있었다.








"...응?"


그러자 여자아이는 유리에 손가락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저번에 헤어질 때도 같은 일을 했었다.


이번에는 시간도 있다.


오늘은 끝까지 지켜봐 주자.


나는 여자아이가 나에게 무엇을 전하려는 것인지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  ... 'ㅇ' ...... 'ㅏ'  〉


아직 모르겠다.


〈  'ㅇ'...'ㅏ'......'ㅃ'  〉


아직 모르... 아니, 어쩌면....


"아............빠...."


떠오른 단어가 소리로 나왔다.


     아      빠



틀림없었다.


여자아이가 손가락을 움직이며 그 단어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


손이 멈추고 말았다.


웃음을 돌려주는 것도 잊어버렸다.


그리고 생각마저 멈추고 말았다.


  ...?


그런 나를 보고 여자아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손을 흔드는 것을 그만두었는지 이상하게 여기는 걸까.


"!......!..."


흔들던 손을 꽉 쥔다.


얼굴이 일그러져 더 이상은 웃어줄 수 없다.


"!......"


하지만 나는 북받치는 충동을 억누르며,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억누르며,


다시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


나의 그런 반응에 여자아이도 기쁜 것 같다.


나에게 보답하여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크고 씩씩하게 손을 계속 흔들었다.


눈부실 정도로 웃는 얼굴로.




앞으로는 매일 이 장소에 오도록 하자.


그리고 저 아이를 상대해주겠다.


언제까지 될진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웃게 해주자.


꿈도 희망도 미래도  아무것도 없는 저 아이를 위해.


"어떠냐. 봤냐고...!"


들을 사람도 없이 나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학대파인 나도... 나도 사람의 정쯤은 갖고 있단 말이다...!"


그러나 그 이상은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눈물이 넘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나도......나도......!"


손이 떨리고 목소리가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흔드는 손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런 처량하고 비참한 나에게


소녀는 활기차게 손을 흔들어주며




언제까지나 눈부신 미소를 보여주었다.




-끝

댓글 2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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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스이세이세키 어디까지 추락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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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와우... 중증가학증 환자들과 직스충의 환장의 조합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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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구더기는 이해할수없는 심오 레후네.......파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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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멘델이 울고갈 개똥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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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처음은 맛있었는데 끝맛이 별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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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진짜 원작 캐릭터 어디까지 망가지려나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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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인간의 악성을 잘 적었네
    인간이란 생물은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괴롭히고 죽이기를 즐기는 생물
    이라고 인간이란 생물은 맛을 위해 동물을
    사육하며 즐거움을 위해서 사냥을 즐기고
    자신의 우월성을 위하여 동족마저 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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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헐 씨발... 개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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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개똥철학이든 뭐든 소재 하나로 여기까지 끌고 오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대단하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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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실장석이 멍청하고 하는짓 더럽다고 까지만 결국 인간이 하는 짓을 왜곡하거나 극대화한것 뿐이지. 경쟁자를 족쳐서 도태시키는거랑 동족식이랑 본질적인 차이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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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내가 생각하는 실장석이란 컨텐츠의 정의와 너무 비슷한데수... 개인적으로 여태 본 실장 컨텐츠 중 탑인 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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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크큭.. 인간이란 원래 주저리너저리
    에에랭를위햐서 에레를 하고 크킄.. 동족을 죽이지
    이런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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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장황하게 썼지만 그래서 뭐 어쩌란거야? 뭐 있는 것처럼 씨부리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흔해빠진 인간 비판이냐? 이딴 개똥철학 결말보단 차라리 티파니가 더 재밌는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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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 주인공 지도 튀기학대 재밌게 해놓고는 결말가선 브로커한테 설명충 역할 시킨다고 갑자기 바보를 자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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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주인공이 새로운 고객이 될지도 모르는데 걍 내쫓은 이유는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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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시작은 그럴싸하다가 병신같은 개똥철학 논리로 흐지부지하게 끝나는게 딱 일본스크 수준이네 차라리 티파니나 사쿠라의 실장석이 이거보다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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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와 1편에서 단순하게 '그냥 딱봐도 직12스용이구만 주인공 눈치없네' 했는데 ㅓㅜㅑ..(실장석의 특징이 거의 없으면 번거롭게 저런 수고 들일거없이 그냥 신원불명의 사람 아무나 데려다 속이고 납품하면 훨간단한거 아닌가 생각도 했었는데 법적문제를 피해가기 위한 이유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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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우지챠는 너무 어려운레후 프니프니를 부탁하는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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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열도식 개똥 철학 맞네
    이해해봤자 별거 없고 불쾌감만 높아지는게 딱 음습한 좆본스크다 ㅇㅇ
    유독 좆본새끼들 창작물이 이렇게 불쾌해지는게 많음 괴담계열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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