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규칙

「벌써 4시가 되어버렸구나. 슬슬 마칠 준비를 하거라」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땀투성이가 되어있는 나는 전정가위를 든 손을 멈추고, 그 자리에 앉았다.

실장홍들이 트윈테일에 붙은 가지와 잎을 깨끗이 털어내더니, 줄줄이 할아버지 곁으로 걸어간다.

이렇게 더운 날인데도 일을 열심히하고 터프하다. 그녀들은 언제나 저렇다.



「정말이지, 이 정도로 주저앉다니 참으로 몹쓸 하인인다와」




차밭 가운데에 앉은 내 앞에 실장홍이 한 마리.

다른 실장홍들은 다들 똑같은 얼굴로 보이지만, 이녀석만은 왠지 알아본다.

실장홍들의 리더로, 할아버지가 아끼는 녀석이다.



「시끄러워. 나는 너희처럼 연중 일하는게 아니라고」

「변명까지 하고 못쓰겠는다와. 정신차리는다와. 홍차가 식어버리는다와」

「알았어. 일어나면 되잖아, 일어나면」



나는 몸을 일으켜서 바지 뒤를 털고, 라디오카세트를 눕힌것같은 모양의 실장링갈을 짊어지고 저택을 향해 큰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 되는다와. 근성이 없는 사내는 실장석도 안 먹는다와」

「원래부터 실장석은 인간은 안 먹는데」

「그냥 돌려하는 말인다와」

「그래그래」



『우물쭈물하는 녀석에게는 실장석도 아첨 안하는다와』라든가,

『그런 싸구려 자존심, 실장석한테나 줘버리는다와』라든가,

그녀들이 돌려하는 말에는 실장석을 멸시하는 표현이 많다.

이것도 저것도, 이 마을의 실장홍과 인근 산기슭의 실장석의 사이가 극단적으로 안좋기 때문이지만.



할아버지의 집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역 사람들이 『홍차저택』이라고 부르는 집이다——









           「그녀들의 규칙」









할아버지가 실장홍들에게 홍차를 끓여준다.

일본식 저택에는 어울리지않는, 웨지로드인지 우드인지 하는 비싸보이는 티포트에서, 실장홍들이 들고있는 티컵 하나하나에 따라준다.



「오늘도 힘들게 일을 시켜서 미안하구나」

「아뇨, 할아버님이야말로 맛있는 홍차 감사한다와」

「토시아키도 고생했구나」

「하인 치고는, 오늘은 꽤 일을 해낸다와」

「처음에 왔을 때의 하인은 이런 시간이 되면 헉헉거리고 있었던다와」

「하인 나름대로 일에 익숙해졌다는 증거인다와」

「이ー놈ー도ー저ー놈ー도ー 하인 하인 시끄러워!!」



애시당초, 어째서 할아버지는 『할아버님』인데 손자인 나는 『하인』이라는거야. 납득할수 없어.

나는 과자를 먹으면서 뜨거운 홍차가 식는 것을 기다렸다.

실장홍은 뜨거운 홍차를 즐겨 마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계절에는 아이스티가 마시고싶다.



표준어를 쓰고있지만, 나는 이 지역 출신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도시쪽으로 다니고있다.

이유는…… 왠지 지역의 남자애들이랑 마음이 안 맞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로 가게되었다는 이유로

『점마 봐라 도시말 쓴다 빙시 아이가』

『문디자슥 도망치삔거 아이가ー?』

동리에 내려갈때마다 이런 식이다.

요즘에는 어지간한 이유가 없으면 할아버지의 저택 주변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인, 오늘은 잘 일해준다와. 내일도 잘 부탁하는다와」

「네이네이. 아가씨들을 위해 힘쓰겠습니다요」



동년배의 친구들보다 실장홍쪽이 오히려 대하기 쉽다고 생각하는건 이상한 것일까.

어쨌거나 오늘의 일은 끝났다. 할아버지가 수박을 잘라서 들고 오셨다.



「토시아키는 차가운게 좋겠지」

「고마워요, 할아버지」

「괜찮단다. 모두의 일을 도와주다니 대견하구나」

「그런거 아니라니까요. 잘먹겠습니다ー」



정말로 그런거 아니다.

여름방학동안 이 차밭에서 도와주고있긴 하지만, 이 부근의 교우관계가 전멸해서 놀러갈 데가 없다.

그러니까 실장홍의 일을 도와주거나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거나, 의외로 싹싹한 실장홍과 친구가 되거나,

숨겨줘서 고마운건 이쪽이다.

미지근해진 홍차와 수박의 맛을 즐긴다.

시원한 수박도, 문외한도 알아볼정도로 잘 만들어진 홍차도, 여기에서의 생활도.

나는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다.







「저기에 벌레가 있는다와」

「여기 나무는 병이 든다와」

「이쪽은 시들기 시작하는다와」



실장홍의 리더가 경험이 부족한 신인실장홍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벌레는 철저하게 털어내는다와

 병든 나무는 뿌리부터 잘라내고, 시드는 나무는 접목해서 나무의 생명력에 걸어보는다와」

「알겠는다와」

「바로 착수하겠는다와」

「나노다와」



여기에서 홍차의 원료가 되는 찻잎을 만들고있는 실장홍들은 『풍요豊饒』라는 집단이다.

전정가위 대신에 트윈테일을 솜씨좋게 다루어서 차나무를 관리하고있다.

키가 낮은 중국종 차나무라고는 해도 1미터 가까운 차나무에서 일심이엽一芯二葉으로 차를 따기때문에, 작은 발판 같은 것을 들고 걸어다니는 일이 많다.

말하자면, 발판을 들고있는 것은 『풍요』의 실장홍이다.



「이제 돌아온다와」

「딱히 이상은 없었던다와」

「우리들이 있는 만큼 당연한 평화인다와」



오호. 순찰하다가 지금 막 돌아온 실장홍들은 『방위防衛』.

마을과 차밭 주변을 둘러보며 실장석이나 작물도둑을 쫓아내는 것이 임무.

집단 안에서도 독자적인 전투훈련을 받고있기에, 그 강함은 『방위』의 실장홍 3마리로 실창석 1마리 몫의 움직임을 보일 정도이다.



지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렇다. 압도적인 전투능력을 가지고있고, 정원사로서도 우수한 실창석을 쓰면 되는거 아닌가?하는 의문.

나는 중학교때에 그런 질문을 리더에게 던졌다가 트윈테일로 뺨을 세게 얻어맞았다.

『홍차를 사랑하고 홍차를 양식으로 삼는 자가 아니면 정말로 맛있는 홍차는 못 만드는다와』

라는 모양이다.

그 오만할 정도의 자신감도, 이 홍차의 맛을 보면 납득이 간다.



『풍요』『방위』 그리고 나는 별로 본 적이 없지만, 육아와 의료, 훈련에 관여하는 『생명生命』.

이 세 개의 팀으로 나뉘어서, 실장홍들이 홍차를 만드는 집단 『제인・도ジェーン・ドゥ』가 만들어진다.

우리 집안인 후타바가문은 대대로 실장홍들이 만드는 찻잎으로 홍차를 만들고 실장홍들에게 대접해왔다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잇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내가 이 일을 이어줬으면 하시는듯하다.



「하인」

「음?」

「옆에, 앉아도 괜찮겠는다와?」

「아아. 괜찮아」



리더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홍차를 마시고있다.

방금 돌아온 『방위』의 실장홍들이 각자의 티컵으로 홍차를 마시고있다.

다들 땀투성이이다. 부채로 바람을 부쳐준다.



「시원한다와」

「하인치고는 눈치가 있는다와」

「고마운다와」



그렇게 더우면 아이스티를 마시면 괜찮을것을……



「그건 우리들의 규칙에 어긋나는다와」



어느샌가 입 밖으로 나와버린 모양이다.



「또 규칙이냐. 이런 더운날에 둘러보는데도 뜨거운 홍차를 마시는게 규칙이라고?」

「규칙인다와」



규칙. 그것은 그녀들의 입버릇이고, 자신들을 다스리는 규율이라고 한다.

완고하게 규칙을 말하는 리더격에게 부채를 팔랑팔랑 부쳐준다.



「……규칙…인다와. 절대로, 절대적인다와」



아, 지금 약간 흔들렸지.



「너희들의 규칙 중에는 이상한게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특히 이상해」

「규칙은 절대적인다와」



실장홍은 원래부터 프라이드가 높은 종족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제인・도』의 실장홍은 독자의 가치관을 가지고있다.

내 옆에서 홍차를 마시고있는 리더는 그런 경향이 현저하다.



내가 수박을 다 먹을 무렵, 리더를 향해 실장홍 한 마리가 달려온다.



「오네사마, 과일가게의 물건을 훔치려고 한 실장석을 잡아온다와」

「수고한다와. 하인, 언제나의 도구를 준비해주는다와」

「또 그거 하는거냐…」



달려온 것은 『방위』의 한 마리. 절도의 범인은 실장석.

그렇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도 우울한 시간이 시작된다.

나는 검댕이 묻은 등유깡통과 인두를 가지러 헛간에 갔다.









「놓는데스! 못생긴 것들이 아름다은 와타시를 상처입힐 생각인데스!?」



창고에 거꾸로 매달린 실장석이 허세를 부린다.

하지만 속옷에서 비져나온 똥이 바닥에 떨어지고있다. 저것을 청소하는 것도 내 일의 하나이다.

이 악취… 일거리가 추가되는 원인이 되고있는 실장석에게 한심하다는 눈길을 보내준다.



「뎃샤아아아!! 내리는데스!

 패거리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실장홍따위가 와타시를 만지려들다니 100억광년은 이른뎃스!!」

「혼자서 온 당신은 아무것도 못하는다와」

「그리고, 광년은 시간이 아니라 거리야」

「다, 닥치는데스! 바보들과 이야기해도 헛것인데스! 책임자 나오는데스!!」



리더가 한발짝 앞으로 나선다.



「내가 책임자인다와」

「흥, 꽤나 궁상맞은 낯짝인데스. 빨리 이녀석들에게 명해서 와타시를 자유롭게 하는데스」

「도둑질을 한 실장석은 두 번 다시 마을에 내려오지 않도록 벌을 주는다와. 그게 규칙인다와」



『방위』의 실장홍 두 마리가 실장석 앞에 다가간다.

고개를 흔들어 트윈테일을 채찍처럼 휘두르자 순식간에 실장석이 알몸이 된다.



「데데!? 와타시의 몸이 목적인데스?」

「때리는다와」



몸을 비틀어 스탭을 준 트윈테일이 실장석의 몸에 찢긴 상처를 만든다.



「데삐이!」

「태우는다와」



나는 목재를 태우고있는 깡통에서 인두를 꺼내들고,

재생하지 못하도록 실장석의 상처를 태운다.



「뎃갸아아아아아앗!!」



나는 학대파라 불리는 인종이 아니다.

그래서 이 비명과 피와 살이 타는 냄새도 좋아지지 않는다.



「때리는다와」

「데뺘아!」

「태우는다와」

「데쟈아아아아아아아오오!?」

「때리는다와」

「데히이이!」

「태우는다와」

「데히이… 데뺘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이 너무 커서 구형 실장링갈에서는 뒤틀린 목소리가 번역된다.

모든 상처를 태우고 날 즈음에는, 실장석도 숨이 끊어질랑 말랑하는 느낌이다.

땅에 떨어진 대량의 피와 똥과 토사물과…… 어쨌거나, 바닥을 청소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프다.



이 고문도 그녀들의 규칙이다.

밭과 차밭과 실장홍에 해를 끼친 실장석에게 본보기를 보인다.

그저 아프게 하는것만으로는 금방 재생하고 다음에는 집단으로 덤벼들기 때문에,

『방위』의 실장홍이 벤 상처를 인간(이번에는 나)이 태운다.

이 참혹한 모습을 실장석의 무리에 돌려보내면, 당분간은 협박이 먹혀들기에 인가에 내려오지 않는다.

효과적이지만 효율적인지는 알수없는 이 방식.

나는 이 규칙에도 의문을 품고있다.



두 마리의 『방위』가 축 처진 실장석을 끌고간다.

그대로 무리 근처에 상처투성이 실장석을 던져놓으면 두 마리의 실장홍의 일은 종료.

나중에 마을에서 보내는 답례로 과자를 받아들고, 티타임을 가진다.

나는 뭐하냐고 하면…… 대걸레로 하는 바닥청소가 끝나질 않았다.



「정말이지, 실장석이랑 공존은 안되는건가, 이 아가씨들은」

「무리인다와. 실장석과는 밑바닥부터 흐르고 있는 것이 다른다와」



윽. 혼자말을 흘려버렸다. 아직 실장홍이 남아있었나.

지금 말은 리더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하니, 『규칙이니까 보고할거인다와』라나.

나중에 리더격 실장홍에게 설교인지 잔소리인지를 들을 생각을 하니 나도 축 처진다.



이런 식으로 내 여름방학이 흘러간다. 바쁘지만 충실한 나날이라고 생각한다.……아마도.









「이봐ー, 12시야ー. 홍차 끓였으니 돌아와ー」

나는 차밭에서 일하는 『풍요』의 실장홍들에게 시간을 알렸다.

오늘은 할아버지가 몸이 안좋으셔서 내가 홍차를 끓였다.



「고마운다와. 그래도 찻잎이 제대로 열리지 않은 맛인다와」

「하인, 이쪽은 미지근한다와」

「하인은 정말로 홍차를 못 끓이는다와」



예상대로 대불평이다. 나도 할아버지처럼 잘 끓일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안했어.



「네이네이, 미안합니다 아가씨. 바꿔드리겠습니다」



몇 마리가 빈 티컵을 내민다. 결국은 먹는거잖아.

이번에는 내가 불만을 말하면서 홍차를 다시 끓인다.

한바탕 일이 끝나면 열기에다가 부엌과 오고가느라 숨이 차오른다.

이걸 매일 하고있다니. 역시 할아버지는 대단하셔.



툇마루에서 부채질을 하며 식히고있다보니, 발 아래에서 실장홍 두 마리가 커다란 포트를 둘이서 들고 서있다.

두 마리 팀인데다 키가 낮다는 것은……



「너희들, 『생명』조의 실장홍이지?」

「그런다와」

「할아버님은 어떠신다와?」

「몸이 안좋으셔서 오늘은 내가 대리. 그런가, 『생명』인가.

 맛없는 홍차를 자실장홍들에게 마시게 해버렸네ー」

「나노다와……」



급속히 침울해지는 얼굴을 보고, 리더격인 실장홍이 말을 건다.



「…오늘도, 유산이 많았던다와?」

「그런다와…… 기형과 위석이상인 아이들이 많았던다와…」

「전부, 저 아이보리ー건물이 검은 연기를 내면서부터인다와」



아이보리ー, 말하자면 상아색 건물. 산 위에 만들어진, 요츠비시ヨツビシ의 중화학인가 뭔가하는 공장이었는데.

할아버지도

『저 공장이 돌아가면서부터 찻잎도 몸도 영 좋지않아』

하면서 씁쓸한듯이 말씀하셨다.



실장홍의 탄생에는 수수께끼가 많다.

특히 이 마을의 『제인・도』에 관해서는 여러 의견이 뒤섞여있다.

마라실장홍이 있어서 생식한다는 설도 있고 분열시킨 자신의 위석을 땅에 심어서 증식한다는 설.

바위밭 깊은곳에 깨끗한 샘이 있어, 순결한 실장홍이 몸을 담그면 5〜8마리의 자실장홍이 태어난다는 설.

실장홍의 여왕, 『왕모王母』라고 불리는 인간크기의 실장홍이 모두의 어미라는 설.



뒤쪽 두 가지는 너무 오컬트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마을의 실장홍들의 고결함에는 그런 이야기를 하게되는 마을사람들의 기분도 알 법하다.

모든 것은 『생명』의 실장홍이 탄생부터 육아, 훈련까지 산속에서 행하기에 수수께끼인 그대로이다.

하지만…… 그 신비성도 화학의 앞에서는 깎여나가고 있다.



나는 괘사를 떨면서 『생명』의 두 마리에게 기운을 북돋으며, 포트 가득히 홍차를 부어주었다.

두 마리의 실장홍은 간단히 인사를 하더니, 포트를 힘겹게 산 쪽으로 가져갔다.

뭐일까. 유산과 기형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신경이 쓰인다.



「있지, 리더. 역시 찻잎도 자실장홍도 저 공장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해?」

「……적당히 그 리더라는 호칭은 그만두는다와」

「그래도 리더라는거 말고 이름은 없잖아? 할아버지한테 이름 받지않았어?」

「할아버님은, 그 전에… 하인에게 이름을 받으라고 말씀하신다와」

「음? 나? 내가 이름을 붙이라고?」

「할아버님의 명령에는 복종하는게 규칙인다와. 예쁜 이름을 붙이는다와」

「예쁜 이름, 이라」



갑작스러운 이야기이다.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이다. 금시초문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그런 이유로, 별로 좋은 생각이 떠오르질 않는다.



「실장홍이라. 짓소ー라는건 어때?」

「실장석과 실장등에도 붙이는다와」

「그러면, 빨간색이니까 루주rouge……아, 취소」

「어째서인다와? 하인이 생각한거 치고는 좋은 이름인다와」



도시에 타카시隆士라는 녀석이 있어서, 그녀석의 별명이 루주이다. 이미지가 남성적이라 폐기.



「빨강…적색……사과, 루비, 딸기, 빨간불전차, 우체통」

(* 赤電車: 그 날의 마지막 운행이라는 의미로 빨간 불을 켜고 다니는 전차)

「잠깐, 후반부터 이미지퀴즈가 되어있는다와!」

「빨간거 빨간거…… 그래! 아카赤로 하자!」

「나노다와?」

「네 이름은 아카야. 실장홍의 리더, 아카」

「다와…… 정말이지, 센스가 없는다와. 그래도, 이 이상으로 나쁜게 나오기 전에 결정해도 좋은다와」

「좋았어! 그러면 오늘부터 너는 아카야! 결정!」



왠지 이어없어하는 느낌도 들지만, 어쨌거나 정해져서 다행이네 다행이야.

이런, 순찰나간 실장홍들이 돌아오기 전에 홍차를 끓여야지.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려고 한 순간, 아카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어, 이봐, 괜찮아?」

「……괜찮은다와. 조금 현기증이 난것 뿐인다와」

「그러면 다행인데…」



아무것도 아니라는듯이 일어나서 치마에 묻은 먼지를 털고는,

아카는 담당하는 장소로 돌아갔다.









8월이 시작할 무렵, 누구의 눈으로 보아도 붕괴가 시작되었다.





실장홍들은 현기증과 기절 등의 증상을 일으키게 되었다.

피를 토하거나 여위어서 일을 만족스럽게 하지 못하게된 실장홍들은, 『생명』의 실장홍들이 산속으로 데려갔다.

적어도 나는 데려간 실장홍이 돌아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마을에서도 의문의 질병과 기형아의 탄생 따위로 시끄럽다.

아무리 보아도 저 화학공장이 문제인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화학공장에 직업을 가진 마을사람들이 많아서, 큰 소리로 말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바로 지금, 눈 앞에서 찻잎을 손질하던 실장홍이 쓰러졌다.

나와 아카가 바로 달려간다.



「이봐, 괜찮아!?」

「괜찮은……다와…조금 현기증이 난것 뿐인다와. 바로 작업으로 돌아가는다와」

「일이 문제가 아냐! 그늘에서 쉬어!」



쓰러져있는 실장홍의 뺨에 아카가 손을 얹는다.



「하인. 이 아이는 아직 일할수 있다고 말하고있는다와. 일할수 있으면 일하지 않으면 안되는다와」

「그것도 규칙이야?」

「그런다와, 규칙인다와」



나는 아카에게 쌓였던 불만을 토해냈다.



「이상하잖아!? 규칙입네 규칙입네 해도, 죽기 직전까지 일하게 하는게 너희들의 목숨을 쓰는 방법이냐!」

「이 아이는 『제인・도』의 실장홍인다와.

 자부심이 있는 한, 이 마을과 차밭을 지켜가는다와」

「자부심이 목숨보다도 무겁다고!?」

「적어도, 우리들 실장홍은 그런다와」



이야기가 되질 않는다. 나는 어께를 들썩이며 화내며서 집으로 돌아가 홍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그때 이후로 바닥에 누운 그대로이다. 할아버지도, 목숨이 깎여나가고있다.









막 싸움을 한터라 마음이 무겁지만, 『방위』의 실장홍에 결원이 생겼기에 나와 아카가 밤의 순찰을 하기로 했다.

회중전등으로 비추지않으면 시골의 밤길은 어둡다.



짊어진 실장링갈이 무거워서 내 쪽은 피로가 쌓여간다.

내가 짊어진 것은 구식이라 라디오카세트 크기, 할아버지의 집에 있는 신형은 사전 정도의 크기이다.

이래뵈도 로젠사의 과학력으로 작게 만든게 이정도이다.

오 년 정도 전에 만들어진 실장링갈은 급탕기에 전화 수화기가 달린것 같은 것이었다는 모양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하루종일 힘든 일로 지친 아카와, 현재진행형으로 지쳐가는 나.

낮의 싸움도 있었기에, 침묵이 이어진다.



「………」

「………」

「하인, 뭔가 말하는다와」

「그쪽이야말로,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거 아닌가」

「………」

「………」

「…조청엿 먹을래?」

「와타시들은 그런거 안먹는다와」

「………」



대화가 이어지질 않는다. 갑자기 아카가 눈을 내리깔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많은 동료가 죽은다와」

「……역시, 『생명』이 데려간 실장홍들은 살아나지 못한건가」

「어떤 치료도 효과가 없는다와. 산에서 내려온 독이, 물 자체를 못쓰게 만들고있는다와」

「…있지, 이젠 차밭을 버리고 내가 사는 도시로 오지 않을래?」

「………」

「물도 깨끗하진 않지만, 독은 아니야.

 똑똑하고 강한 실장홍이라고 알리면 키워줄 사람도 많이 있어.

 피난이라고 해야할까. 어쨌거나, 나도 학교에서 키워줄 사람을 찾아볼」

「안되는다와」



내 제안을, 아카가 가로막는다.



「마을과 차밭을 지키며 사는것인다와. 그것밖에 우리들에게는 길이 없는다와」

「하지만…」



도중에 아카가 기침을 시작한다. 아카의 등을 비춰보니, 회중전등의 빛으로 빨간 액체가 튄것이 보인다.

각혈… 아카의 몸도, 이미 중독된 것인가!?



「게다가… 이미 늦은다와」

「아카, 너……」



그때, 길 앞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젠장! 이럴때에!



「아카, 내가 상황을 보고올게. 너는 여기서 기다려」

「쿨…쿨럭……혼자 가면 위험한다와…콜록콜록」

「됐으니까 여기서 쉬고있어!」



나는 비명이 들리는 쪽으로 달려갔다.

젠장, 젠장. 대체 뭐가 어찌된거야!





나는 눈을 의심했다. 아니, 믿으려고 하지않은것 뿐이다.

가로등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을.



실장홍이, 마라실장들에게 집단강간당하고 있다.



두 다리가 없다. 트윈테일도 칼날같은 것으로 잘려나가있다.

왼손을 실장석이 씹고있다. 범해지고 있는 실장홍은 생기가 없는 눈으로 그저 눈물을 흘리고있다.



「데프프프프, 실장홍은 조임이 발군인뎃스! 몇 발이고 쌀수있는데스!」

「다음은 와타시랑 바꾸는데스! 순서인데스!」

「실장홍의 고기는 달콤한데스. 홍차의 맛이 나는데스. 고귀한 와타시에 어울리는뎃스」

「뎃퍄ー! 두들길때마다 조여드는데스! 쌀거같은데스!」

「목을 조르면 분명히 더 조일것인데스. 나중에 해보는데스」

「맛있는데스! 달콤한데스! 거만하고 못생긴 실장홍임에도 와타시의 배를 채우게 해주니까 감사하는데스!」



그 옆에는 낡은 밧줄로 목과 목을 연결한 세 마리의 실장홍이 벽에 줄서있다.

예외없이 두 팔을 부숴 으깨놓았고, 뼈가 살갗을 찢고 튀어나와있다.

원래는 강한 강도를 가지는 머리털도 왕창 잘려나간 다음이다.



「나노……다와…」



그 광경이, 고통에 일그러진 실장홍의 얼굴이, 미친 축제를 벌이는 실장석의 희열에 찬 목소리가.

그 모든것에 호응하는 것처럼, 심장이 머리에 쉴새없이 피를 밀어올린다.

나는 집 벽에 세워둔 부지깽이를 손에 쥐고, 최대한의 목소리로 외쳤다.



「무슨짓이냐 너희들!!」



마라실장 두 마리와 실장석 한 마리가 이쪽을 본다.



「닝겐인데스」

「문제없는데스. 이쪽에는 그녀석이 있는데스.

 여기는 그녀석에게 맡기고, 이녀석을 얼른 먹어치운 후 전리품을 가지고 돌아가는데스」

「데프프」



전리품……밧줄로 묶은 실장홍들 말인가…!

이녀석들, 그 얼굴을 짓이겨서 두 번 다시 웃지 못하게 만들어주지!

내가 부지깽이를 들어올리자, 그늘에서 가로등 아래로 털로 뒤덮인 생물이 나타났다.

먹고있던 실장홍의 사체를 질질 끌면서 나타난 그것은, 도감에서 보았던…



「수, 수장석!?」

「데쟈아아아아아!!」



『방위』의 실장홍이 패한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트윈테일이 잘려나간 것도 납득이 간다.

피가 묻은 입가에 게거품을 물며 위협하는 그 모습은, 옛날에 보았던 들개와 비슷했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앗」



가로등 아래에서 빛나는 발톱도, 피에 젖은 이빨도, 모든것이 두렵다.

나는 부지깽이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가벼운 발놀림으로 그것을 회피하는 수장석이 이쪽으로 뛰어든다…!



「데퍄앗!」



하지만, 내 눈앞에서 수장석은 트윈테일을 맞고 날아가, 지면을 구르는것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아카!」

「정말이지, 미덥잖은 하인인다와.

 힘은 우리들보다도 강하면서 쓰는 방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다와」

「그, 그보다 어떡하지! 수장석이야! 죽임당할지도 몰라!」

「정말이지 한심한 사내인다와. 도망이나 머뭇거리는건 실장석한테나 시키면 되는다와.

 바보같은 소리 하지말고, 빨리 무기를 쥐는다와.

 동료가 저런 꼴이 되었는데도 버리고 도망치는 것은 규칙에 어긋나는다와」



암흑속에서 수장석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명백하게 분노의 의지가 느껴진다.



「똑똑히 듣는다와. 내가 저 짐승의 발아래를 후릴테니, 뛰어오르는 순간을 노리는다와」

「아, 그래. 그래도 너 방금 피를 토했……」

「그 이야기는 나중인다와. 오고있는다와!」



목소리가 떨린다. 손도 땀투성이다. 나는 용기를 쥐어짜서 부지깽이를 세게 쥐었다.

젠장, 박살내주자! 피를 토하는 아카가 할수있는데 내가 못할리가 있겠냐!



「데쟈아앗!!」

「나노다와!!」



푸른 눈동자와 적녹의 오드아이가 어둠속에서 빛난다. 아카가 말한 대로, 수장석은 크게 뛰어올랐다.



「으랴아아아아압!」



공중의 수장석을 옆으로 후려친다. 느낌이 왔어!



「아직인다와!」



……? 앗…! 자세히 보니 부지깽이 끝을 수장석이 물고있다!

부지깽이를 막은 오른팔은 박살났지만, 왼팔의 발톱은 나를 향하고 있……으윽?

그 눈이 이쪽을 보면서 히죽 웃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수장석이 달린 채로 부지깽이를 땅에 내리쳤다.



「데쟈아아!?」

「우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 히이이이이익!!」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몇 번이고 부지깽이를 휘둘렀다.

무서워. 무서워. 아무렇지도 않게 팔을 희생하더니, 후려친 막대기도 물고있다니, 이 생물이 무서워!





정신을 차려보니, 털가죽이 약간 붙어있는 살덩어리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주변에는 적녹의 얼룩이 펼쳐져있다.

해치운……건가…



「데데엣!?」

「도, 도망치는데스우!」



수장석을 잃고 도망치려고 하는 마라실장 두 마리의 앞에, 실장홍이 세 마리.

갈길이 막힌 실장석이 달려가려는 다른 방향에는 실장홍이 네 마리.

정신을 차려보니 『방위』의 실장홍이 소음을 듣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괜찮냐!?」



나는 강간당하고 팔이 뜯어먹힌 실장홍에 달려간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빈사상태인 실장홍이 말한다.



「쿠……쿨럭…」

「뭐야! 어떻게 하면 되는거야?」

「나를…죽여주는다와……」



!? 무슨……무슨 말을 하는거야…?

마라실장을 사로잡은 『방위』의 실장홍들이 입을 연다.



「해방시켜주는다와」

「그게 규칙인다와」

「우리들로는 일격에 편하게 해주지 못하는다와」



뭐……



「무슨 말이야! 말도 안돼! 뭐가 규칙이야!

 이녀석을 치료해주는게 상식일텐데!」

「하인. 그 아이는 괴로워하고있는다와.

 자부심과 몸이 더럽혀져, 죽는 것보다 괴로운 상황에 놓인다와」

「아카……너까지…」

「그 무기로, 가슴을 찔러주기만 하면 되는다와.

 힘든 일을 시키게 되어서 너한테도 면목이 없다고 생각하는다와…」



반론을 하려고 한 순간, 빈사의 실장홍이 유일하게 남은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어서……해방…나노다와…」

「………!」



그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내 오른손의 부지깽이가 실장홍의 가슴에 박혔다.

그녀석은 마지막으로……입을 움직였다…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아카가 내 바지를 쥔다.



「하인. 너는 그 아이를 구해준다와. 마지막으로 고맙다고 말하겠는다와」

「뭐가 해방이야…… 뭐가 규칙이야… 뭐가 구해줬다는거야!!」



나는 부지깽이를 멀리 집어던졌다. 이딴거, 마무리를 지어준것 뿐이잖아!



「너희들은 이상해! 그렇게나 자부심이 중요한거야!」

「자부심과 규칙, 그리고 차밭은 지키는 것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방식인다와」

「규칙은 지겹게 들었어!!」



아카가 한숨을 쉰다. 그 푸른 눈에는, 지친 기색이 짙게 배어나온다.



「하인, 일거리가 기다리고있는다와.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불의 준비를 하는다와」

「………! 젠장」



땅을 걷어차는 소리가, 조용한 밤의 마을에 울렸다.



-----------


「…………」

나는 말없이 깡통에 나무 부스러기를 넣고, 불을 조정하고있다.

아카를 포함한 실장홍들은 실장석 세 마리(그 중 마라실장이 두 마리)를 거꾸로 매달아두고 노려보고있다.



「데에에… 끝장인데스. 온몸이 베이고 그 상처가 지져지는데스우…」



마라실장이 거꾸로 매달린 채 절망의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방금 내가 마무리를 지어버린, 무참한 모습이 되어버린 실장홍을 생각하는 것이리라.

장례식같은 무거운 공기를 깨면서, 마라실장의 기분나쁜 신난듯한 목소리가 울린다.



「데스우? 알겠는데스. 방금부터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는 것은,

 와타시들의 걸물을 보고 반해버린것인데스우」

「데프프, 그랬던 것이었던데스? 암컷만 있어서 불쌍한 녀석들인데스.

 관대한 와타시가 특별히 허락하는데스. 빨리 내려놓고, 일렬로 서서 엉덩이를 내보이는뎃수」

「「데퍄퍄퍄퍄!」」



이, 이녀석들… 죽여버린다……!

내가 인두로 혼쭐을 내주려고 한 순간, 그것을 알아챘다.

아카와 『방위』의 실장홍들이 이상한 분위기를 띄고있다는 것을.

예를 들자면, 새파란 불꽃이라고 해야할까.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방위』의 실장홍이 마라실장의 앞에 나선다.



「너희들이 강간한 아이는 와타시의 동생이었던다와…

 너희들을 지금 당장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스러운다와.

 그래도 규칙이 있으니까 그것은 안되는다와」

「데프프프. 오마에의 이모토는 조임이 좋았던데스ー」

「오마에도 해줄테니까 안심하고 가랑이 벌리는뎃스ー웅♪」



    휘잉



동생이 강간당한 실장홍의 트윈테일이 마라실장의 마라를 중간부터 베어 날렸다.



「데에에에!? 데데데, 뎃갸아아아아아!! 와타시의 걸물이데즈아아아아아!?」



적녹의 선혈이 뿜는다.

튕겨나온 장대한 마라는 색을 잃고, 지금은 그저 피가 흐르는 용수로의 플라스틱파이프같다.



「태우는다와」

「어……아, 응」



아카의 지시에 정신을 차린 나는, 잘려나간 마라의 상처에 인두를 갖다댄다.

귀를 막고싶어지는 절규에 또 한 마리의 마라실장이 떤다.



「데데데…와, 와타시의 마라는 극상품인데스!

 오마에들을 천국으로 보내줄수있는데스! 그러니까 자르지마는데」

「베는다와」

「뎃뺘아아아아아아아아아오오오오오!?」

「태우는다와」

「데히잇 그, 그만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이거나 강간을 행한 실장석은 몸의 곳곳을 『잘라내고』 무리에 돌려보내는다와. 그게 규칙인다와」



동생을 강간당한 실장홍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갑다.

그렇게해서, 실장석들에 있어서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멈추는데스멈추는데스멈추는데스멈추는뎃즈아아! 데삐이!!」



마라, 오른눈, 왼쪽귀, 두 팔을 베여나가고, 상처를 인두로 지져지는 마라실장의 비명이 울린다.

다른 두 마리도 비슷한 모습이다.

다만, 무리에 돌려보내기 위해 두 다리와 오드아이의 한 쪽은 남겨둘 것. 그것이 『규칙』이었다.



「데ー……와타시의 마라가 없어져버린데즈우… 데뺘앗 뎃갸아아아아악!!」



또 한 마리의 마라실장의 왼눈이 옆으로 베이고  옆구리에 상처가 새겨진다.

실장홍을  강간한 설명이 필요없는 쓰레기라는것은 나도 알고있었지만, 마음 어딘가에서는 동정했다.

동정한다해도 상처는 지지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가능하면 보지 않도록 하면서 왼눈과 옆구리의 상처를 태워 지진다.

너무 소리를 질러 쉬어버린 목소리가, 그럼에도 대음량으로 창고에 울려퍼진다.



이쪽의 실장석은 거꾸로 매달려있지 않다.

내가 개인적으로 듣고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는 마라가 아니니까 강간은 하지않았어.

 그저 수장석과 마라실장의 지휘를 하고있었지.

 마라실장들에 의한 실장홍 한 마리에의 강간살해사주. 수장석에 의한 실장홍 네 마리의 폭행살해사주.

 그리고 괴력의 수장석과 마라실장을 이용한 실장홍 세마리에 대한 폭행 및 유괴미수.

 네가 그녀석들의 목에 감고있던 밧줄의 상처는 아직 남아있고, 팔도 엉망진창이라 평생 낫지 않는다.

 너는 실장홍의 규칙에 따르면 저기 마라실장들보다도 중죄인 모양이야」

「……데스웃」



거짓말이다. 지금 생각해낸 엉터리이다.

죽을 각오를 마친 것인지, 완고하게 대화를 거부하는 지휘관실장.



「대답해. 내가 집행자다. 곱게 대답하면 상처를 태우지 않도록 해주지」



거짓말이다. 나는 이녀석을 용서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어째서 실장홍을 데려가려고 했나?

 밧줄따위를 준비해서 묶는 것도 훈련하지 않으면 무리지.

 그렇게까지 고생해서라도 평소의 원한을 풀고싶은거냐?

 그렇지 않으면, 산기슭의 실장석은 그렇게까지 식량이 부족한가?」



눈 앞에서 인두를 좌우로 흔든다.

그러자 실장링갈이 간신히 들리는 소리로 뭔가 말하기 시작한다.



「…무지한 닝겐인데스. 와타시들과 실장홍 돼지들과의 관계도 모르는데스?」



이쪽을 비웃는 것처럼 웃더니, 저주의 주문이라도 엮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를 낸다.



「실장홍은 분명히 아무리 고문해도 부족할 정도로 미운데스.

 하지만 진짜 목적은 따로 있는데스」

「진짜 목적?」

「데프프……오마에들 닝겐도 주체하지 못하는 수장석인데스.

 실장홍의 피를 마신 성체와 마라에서는 수장석이 태어나기 쉬운데스.

 지금까지도 끌고간 실장홍은 고문한 후, 한계까지 피를 쥐어짠 시체를 마라에게 범하게한뎃스우」

「………!?」



실장홍의, 피? 무슨 말을 하는거지?



「실장홍의 피를 마시면 강한 수장석이 태어나는데스.

 그 수장석을 이용해서 실장홍을 사로잡는데스.

 그것을 반복하면, 언젠가 닝겐들이 사는 곳도 와타시들이 손에 넣을수 있는데스.

 강한 수장석을 낳기 위해 정기적으로 실장홍을 잡아오는, 그것이 와타시들의 규칙인데스」



바보같은. 실장홍의 피를 마시면 수장석이 태어나기 쉽다니 들은 적도 없다.

이건 실장석들의 미신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실장홍의 피에 그런 작용이 있다고 한다면.

실장석을 베어넘기는 실장홍의 피를 마시고 태어나는 수장석이 실장홍을 사냥한다.



그런……그런 출구 없는 원한의 연쇄가 얼마나 옛날부터 이어져온것인가…

오래된 풍습. 잔혹한 배타성. 실장종에 있어서까지, 이 지역의 것과 같은 차가운 풍토가 뿌리박혀있었다는 것인가……



「바보닝겐은 이해하지 못하는데스.

 와타시들은 와타시들의 규칙에 따라, 실장홍을 근절시키는데벳」



나를 도발하고있던 지휘관실장의 혀가 잘려나가, 내 앞에 떨어진다.

아카와 『방위』의 실장홍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본다.

그 순간, 마음이 직시해버렸다.

눈을 돌리고 있었던 어딘가를 알아채어버렸다.

저 번뜩이는 파란 눈에……피의 냄새에…눈 앞의 참극에…

나는 토악질을 참지 못하고, 창고 밖에 뛰쳐나갔다.



도망쳐나온 창고로부터, 지휘관실장의 처절한 비명이 멀리까지 울려퍼졌다——





토했다. 위장 안에 남은 것이 없어져도, 또다시 토했다.

무서웠다. 실장홍들이, 무서웠다.

수장석과는 다른 무서움과 집단특유의 비정함. 나는 지금까지 저런 녀석들과 떠들고 있었던것인가…



「하인」

「……왜」



아카였다. 내 등을 쓸어주고있다.



「너는 충분히 해준다와. 이제 큰 일은 끝났으니까 집에 돌아가서 쉬는다와」



말할것도 없다. 분명히 이녀석들의 규칙에 『불을 만지면 안된다』라는게 있었다.

깡통 안에서 타고있는 불을 끄고나면, 집에 돌아가서 자자.



「하인…기다리는다와」



나는 아카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불을 끄러 갔다.

어께너머로 실장링갈의 스위치를 끄자,

아카가 부르는 목소리도, 창고에서 들려오는 실장석의 목숨구걸도, 나노다와와 데스우로밖에 들리지 않게 되었다.



불이 잦아드는 깡통에 대야의 물을 붓는다.

천정에 매달린 펌프를 눌러, 머리털에 묻은 피를 씻어내는 실장홍들을 바라보며, 나는 이렇게 내뱉었다.



「변하지 않는구나……강간하는 실장석도 고문하는 실장홍도, 그것을 돕고있는 나도」



링갈의 스위치를 끄고있는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것이다.

실장홍들이 하는 말도 나는 알수없다.

하지만 지금은 이대로면 된다……지금은…





아무리 인간적인 행동을 보인다해도, 역시 인간과 실장홍은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틀린 것이다.

아무리 자신에게 그렇게 들려주어도…그날 밤은 도통 잠이 들지 않았다.

피를 토하며 기침하는 약해진 아카와, 냉철한 눈으로 실장석을 괴롭히라는 지시를 하는 아카.

머리속에서 그 두 가지가 언제까지나 빙글빙글 돌았다.









실장홍들의 병징은 나날이 심해져갔다.

마을의 주민들에서도 의식의 혼탁과 피부의 짓무름, 점막의 염증 등의 병상이 나타났고,

노인과 아이들에 이르러서는 사망하는 단계까지 와버렸다.

공장의 정지를 요구하는 병자의 가족이 요츠비시 중화학공장에 매일같이 찾아가고 있다고 들었다.





물에 독이 섞여있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리라.

홍차를 양식으로 삼는 실장홍들은 병징의 진행이 빨랐다.

나 자신도, 오른팔 전체가 화상같은 짓무름이 펼쳐져있다.



……어쩌면 이것은 상처를 태워 지진 실장석들의 저주인지도 모른다.



그 실장석들은 병해에 강한데다 다산하기 때문에, 대단한 영향은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최근 약해진 『방위』의 실장홍에서도 희생자가 자주 나온다.







나는 집에서 차밭을 바라보았다. 8할이 시들어있고, 아무래도 팔수있는 물건이 되지않는다.

그럼에도 약간이나마 움직이고있는 『풍요』의 실장홍이 이런저런 관리를 하고있다.

아카도 그 가운데에서 어떻게든 차밭을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으려 하고있다.



실장홍이 한 마리, 쓰러졌다. 나는 그 장소에 달려갔다.

붉은 얼룩이 땅에 펼쳐져있다. 실장홍들에 있어 죽음의 상징, 각혈.



「괜찮아? 집으로 옮기자」

「…나노…다와……」

「……!」



의식의 혼탁. 의사도 실장홍도 아닌 나는 어떻게하면 좋을지 모른다.

뒤에서 바지를 잡아당기는 감촉이 있었다. 『생명』의 실장홍이 두 마리, 뒤에 있었다.



「이녀석을 데려가겠다고……?」

「규칙인다와」

「마지막은 그녀가 원하는 장소에서 맞게 해주지 않으면 안되는다와」



마지막……죽음…여기가 언제부터 전쟁터가 된거야?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스르륵 물들어간다.

나는 참지못하고 쓰러진 실장홍을 옮기는 『생명』의 실장홍들에게 말을 건넸다.



「잠깐, 기다려줘!」



그때, 나는 보아버렸다.

돌아본 『생명』의 실장홍의 한쪽 눈에… 파란 눈동자에 유백색의 탁함이 있다는 것을.

그녀들도……예외는 아니었다.



「……젠장!!」



나는 집에서 소리를 질렀다. 최대한의 목소리로, 시든 차밭을 향해 소리질렀다.



「이젠 그만둬! 수명을 줄이기까지 해야하는거냐!?」



그럼에도, 작업을 멈추려는 실장홍은 한 마리도 없다.

나는 아카에게 달려갔다.



「아카! 너, 실장홍들의 리더지!?

 어떻게든 모두를 쉬게할 수는 없는거야!」

「무리인다와. 『풍요』도 『방위』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있는다와.

 그것을 굽히라는 명령은, 나도 할 수 없는게 규칙인다와」

「또 규칙이라고!?」

「그런다와. 규칙은 절대적인다와」



잠깐……규칙…

『할아버님의 명령에는 복종하는 것이 규칙인다와』

그렇지! 할아버지의 말이라면, 다들 들어줄거야!

한 마디만, 할아버지의 입에서 『이 땅을 버리거라』라고 말씀하도록 한다면…

집의 현관을 향해 달려간다.

나는 신발을 난폭하게 벗어던지고 할아버지가 누워있는 방으로 갔다.



「…할아버지……?」



최근에는 거의 누워만 있던 할아버지가 없다. 어디에 가신걸까.

나는 창고와 헛간을 둘러보고, 홍차의 가공장에서 할아버지가 쇠망치를 들고 뭔가 작업을 하고있는 것을 찾았다.

유념기揉捻機, 말하자면 건조시킨 찻잎을 파쇄하는 기계 앞에 무언가를 붙이시고있다.



「할아버지, 왜 일어났어요! 그런 몸으로 움직이면 죽어버린다고요!」

「여어…토시아키냐.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있어서」

「중요한 일이라니 무슨……」



할아버지는 해골처럼 여윈 몸을 움직여, 유념기 앞에 목재로 계단같은 것을 만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작은 어린이가 키가 닿지않는 장소에 가는데에 필요한——



「할아버지……설마, 실장홍들에게 홍차 만들기까지 시킬 생각인가요…」

「나는 이제 곧 죽을거다. 내 몸은 내가 잘 알지.

 결국, 언젠가 썩은 물이 오지 않는 날이 올게다.

 그때까지, 이 땅을 지켜줄 『지킴이守り神』가 필요하지」



단번에 머리에 피가 치솟았다. 그건……실장홍들을 산제물로 삼는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뭐가 지킴이야! 죽은 땅에 묶어놓고 모두를 지옥으로 끌고갈 생각인가요!?」

「토시아키는……원망할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노인네! 자기가 죽을거라고? 죽으려면 혼자서 죽어요! 아카들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나도…그 아이들도…

 이 땅 이외에서는 살아갈수 없단다…알아달라고는 말하지 않으마……」

「알고싶지도 않아요…!」

「『아카』라…… 두령에게, 좋은 이름을 지어줘서 고맙구나…

 토시아키. 너는 이젠 마을을 나가라. 너까지 병에 걸릴필요는 없다.

 이, 계단은 마지막으로 만들어놓고싶구나……」



나는 말을 끝까지 듣지않고, 망할 영감 죽어버리라고 외치고 가공장을 뛰쳐나왔다.

그것이,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이별이 되었다.









다음날 낮이 지나도 가공장에서 소리가 멈추는 일은 없었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유념기만이 아닌 다른 기계 앞에도 발판을 만드는 모양이다.

나는 꾸린 짐을 배낭에 넣고, 마을을 떠날 준비를 한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물건이지만 오래된 쪽의 실장링갈을 어께끈으로 걸쳤다.

역시……마을을 떠나기 전에, 아카를 만나두고 싶었다.



아카는 정원의 나무그늘에 앉아있었다.



「옆에, 앉아도 될까?」

「하인인다와? 나는 상관없는다와」



시원함이 느껴지는 바람이 분다. 이제 곧 여름방학도 끝이다.



「나, 오늘 이 마을을 떠날거야」

「그런다와……쓸쓸해지겠는다와」

「아카. 나와 함께 도시로 가지 않을래?」

「………」



아카는 먼곳을 보는 채로 입을 다물었다.



「로젠사라는 곳에서, 위석강화제라는 약을 개발한 모양이야.

 아직 발매는 되지 않았지만, 어쩌면 네 몸에도 들을지도 몰라」

「나만……살아남는다와…?」

「할아버지한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삶의 보람을 찾는것도 좋지않을까?

 내가 말하긴 뭐하지만……이 땅은 이젠 글렀어. 물은 독에 물들고 흙은 죽었어」

「………」

「규칙도 자부심도, 차밭도 『제인・도』의 동료들도.

 너에게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조금은 스스로를 생각해보지 않겠어?」

「………」

「아카……?」



잠시동안 침묵이 흐른다.

지그시 먼곳을 보고있던 아카가 문득 입을 열었다.



「이 땅에서는 홍차를 만들지 못하는다와.

 독물때문에 자실장홍도 사지멀쩡히 태어나지 못하는다와.

 실장석을 이기는 힘을 가진 개체도, 당분간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는다와」

「그러면……」

「그럼에도, 나는 미래를 보는다와」

「미래?」

「그런다와.

 우리들은 독물에 죽어도, 실장석에 죽임당해도,

 다음 세대와 다음다음 세대가 분명히, 이 차밭을 원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려놓는다와」

「그래서야, 너희들이……네가 죽는거잖아!」



거기까지 말하고는, 아카는 미소지으며,



「토시아키. 권해줘서, 무척 기뻤던다와」



그렇게 말했다. 그 눈에는, 빛이 없다.

내 눈에서 눈물이 넘쳐났다.



「바보……너, 갑자기 이름으로 부르지 마…

 게다가 벌써, 눈이 보이지 않잖아……!」

「토시아키, 울고있는다와?」

「우는거 아냐!」



울고있었다. 이미 고집을 부릴 필요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울어도, 아카에게는 보이지 않을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 다시 눈물이 나온다.



미웠다. 아카를, 실장홍들을 괴롭히는 모두가. 어른의 더러움이.

슬펐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하지못하는 자신의 무력함이. 어린애의 약함이.

결국 나에게는 아무것도 할수없다. 짓무른 오른팔을 피가 날 정도로 긁었다.





발소리가 들려왔다. 『생명』의 실장홍이 두 마리 서있었다.

아카는, 아마도 한계까지 몸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제인・도』 전체의 통제를 하기 위해. 그리고 지금, 늦은 마중이 나왔다.



「나도 그런 시기인다와……?」

「사실은 더 빨리 요양을 취했어야하는다와」

「그런다해도…죽는것에 달라질것은 없는다와」

「알고있는다와. 그래도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생명』의 일인다와」

「그랬던다와…… 그래도, 조금만 기다려주는다와」



아카의 손이 힘없이 허공을 더듬는다. 나를 찾고있는 것이다.

나는 아카의 두 손을 잡는다.



「토시아키, 부탁이 있는다와. 밭이, 차밭이 내려보이는 장소로 나를 데려가주길 원하는다와」

「그래도, 너 이미 눈이…」

「부탁인다와」



………부탁. 처음으로, 아마도 마지막의.

나는 아카를 안아들었다.



「후후후, 홍차 끓이는것 말고도 숙녀를 다루는 법도 허섭한다와」

「……이상하다, 너. 죽는거 알고있으면서 웃음이 나오다니」

「토시아키도 언젠가 이해하는다와」

「…………」



마을 입구에 전체를 내려다보는 언덕이 있다.

배낭을 짊어지고, 아카를 안은 채 걸어갔다. 『생명』의 두 마리도 뒤를 따르고있다.

가볍다. 실장홍을 들어올린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아카는 무슨 농담처럼 가벼웠다.



비탈길을 올라 언덕에 아카를 내려놓을 즈음에는 이미 해가 지기 시작해있었다.

서서히 죽어가는 마을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놀.

아카가 『생명』의 실장홍 두 마리에게 양 옆을 부축받으며 빛이 없는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있다.



「보이는다와」

「뭐가말이야」

「파릇파릇한 잎사귀가 무성한 차밭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있는 실장홍들인다와」



여기에서 보이는 경관은, 시든 차나무와 삼림, 그리고 활기가 없는 거리 뿐이었다.



「……무리야. 이 마을은 이제 끝났어」

「금방 포기해버리는게 토시아키의 나쁜 버릇인다와. 실장석이 썩은것같은 근성인다와」

「실장석은 원래부터 근성이 썩은 놈이 많잖아」

「예를 들면 그렇다는 것인다와」

「…………」



석양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이 마을에도 평등하게 밤이 찾아온다.



「토시아키, 아직 있는다와……?」

「그래, 있어. 나는 여기에 있어」

「짧은 동안이었지만…너를 만나서 다행인다와……」

「바보야! 그런 끝내는것 같은 소리 하지마!」

「토시아키……어서, 마을을 나가는다와…」



심장이 뛰쳐올랐다. 할아버지가 했던 말과 같은 말이 아카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토시아키에게……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이고싶지는 않은다와…」

「아카……!」



무거운 링갈을 집어던지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는 것처럼 나는 달렸다.

아카가 죽는다. 그 현실을 받아들일 도량이 나에게는 없었다.

달리고, 휘청거리고, 넘어진다. 뒤돌아보니 아카의 양 옆을 『생명』의 실장홍들이 부축하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이번에는 돌아보지 않고, 숨이 차도록 마을 밖의 버스정류쟝을 향해 달렸다——









그 이후 조사가 시작되고, 요츠비시의 중화학공장에서 유독한 화학물질이 유출되었다는 것이 세간에 알려졌다.

가족의 죽음을 돈으로 바꾸기 위해, 유족들이 뛰어다닌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양친도 같은 행동을 취했다.

무엇이고 간에 연극같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집을 뛰쳐나왔고, 가족과는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몇 년의 세월이 지났을까.

나는 어느새 어린 시절에 멸시하던 더러운 어른이 되어있었다.

싫은 녀석에게도 웃는 얼굴로 고개를 숙일수 있게 되었다. 거짓웃음만이 능숙해졌다.

그런 삶의 방식을 가르쳐준 회사에게서, 갑자기 돈뭉치가 책상위에 올려지더니 모가지라는 소리를 들었다.

윗선의 불상사에 불똥이 튄 꼴이 되었다.

결국 내가 밥을 먹어온 회사도, 공해의 원인을 만든 요츠비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유가 생겼다. 언젠가 취직활동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당분간은 생활해갈 수 있는 저금도 있다.

『망할 영감 죽어버려!』

풋내나는 어린 시절의 내 목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그러고보면 한 번도 할아버지의 묘를 찾아가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그 마을과 차밭에 얽매이던 조부이다. 분명히 그 마을에 장사지냈을게 틀림없다.

……아직 오전중이니까, 지금 바로 무덤앞에서 그때의 말을 사과하러 가자.

지금까지 다니던 회사에 가는 것처럼 양복을 입고, 향과 양초를 사서 버스에 탄다.

조금 감상적이었는지도 모른다.









버스정류장에 내리자, 열기가 느껴졌다.

공기만은 그 여름과 다르지 않다.

『바보야! 그런 끝내는것 같은 소리 하지마!』

오늘은 왠지 과거의 자신이 시끄럽다. 이젠 얄팍한 드라마같은 정열은 갖고있지 않단 말이지.

나는 땀을 닦으며 마을을 향해 걸었다.



이 앞에 있는 것은 시든 나무들이 펼쳐져있을 뿐인것이다.

그럼에도 신록과 흙의 냄새가 뒤섞인듯한…… 어린 시절부터 익숙해진, 그 때의 마을의 냄새가 난다.

아니. 분명히 이것은 착각이다.

이 앞에는 공해로 황폐해진 땅이 펼쳐져있을 뿐이다.

그런 생각과는 반대로, 나는 조금씩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 실장홍들이 있을리가 없다.

아카는 죽고, 조부의 집착에 이용당한 『제인・도』는 전멸했을 터이다.

나는 이미 달리고있다. 재킷과 가방을 던지고, 언덕에 달려가는 자신에 놀란다.

그기어 마을 입구의 언덕에 오른다. 거기부터 펼쳐져있는 광경은——





「이건……」



파릇파릇한 차밭. 그 사이에 실장홍인듯한 빨간 그림자가 분주히 움직이고있다.

가공장에도 전기가 통하고 있는지, 여기까지 기계의 소리가 들려온다.

마을쪽에도 사람이 있고, 빨간 그림자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모양이다.



정신이 팔려있어 눈치채는게 늦었지만, 등뒤에 3마리, 실장홍이 서있었다.



나노다와나노다와 하면서 뭔가 말하고있다.

나는 서둘러 휴대전화의 실장링갈기능을 기동시켰다.



「양복의 인간인다와. 또 소문을 듣고 장사하러 온다와」

「이 차밭은 후타바가문의 땅으로, 이 마을 주민의 선의에 힘입어,

 우리들 실장홍들의 집단인 『제인・도』에 의해 관리되고있는다와」

「멋대로 이 차밭을 장사에 쓰려고 하는것이라면, 당장 쫓아내는 것이 규칙인다와」

「그래도 관광객이라면 지금까지 한 말을 사과하는다와」

「나노다와. 이 마을의 손님에게는 홍차를 대접하는 것이 규칙인다와」



온몸이 떨리며, 뜨거운 것이 복바쳐온다.

스스로는 실장홍들이 죽었다고 믿고있었다. 이 땅은 두 번 다시 녹색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눈 앞의 광경이 모든 환상을 두들겨 부쉈다.

실장홍들은 살아남았고, 차밭을 되살리고, 스스로 홍차를 만들면서 지금도 번성하고 있는 것이다.



「나노다와? 이 인간, 상태가 이상한다와」

「인간, 일단 이름을 듣겠는다와」

「에……아…토시아키. 후타바 토시아키라고 해」



내 이름을 들은 실장홍들이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한다.



「성이 후타바고, 이름이 토시아키인다와」

「오른손에 화상같은 상처가 있는다와」

「그래도 어디에나 흔한 이름인다와. 13명째인다와」

「일치하든 아니든간에 반드시 그것을 해보는게 규칙인다와」



그 중의 한 마리가 내 앞에 서고, 두 마리가 잰 걸음으로 저택에 달려간다.



「인간, 잠시 기다려주는다와」

「그래, 상관없는데…」



무슨 생각이었을까.

저택에서 다섯, 여섯 마리의 실장홍들이 언덕을 올라왔다.

뒤늦게 한 마리의 실장홍이 숨을 헐떡이며 언덕을 올라온다.



「미안한다와, 도둑실장석을 뒤쫓고있다가 늦은다와」

「놓쳐버린다와? 마을 사람들에게서 먹이는 충분히 받고있을터인다와.

 다음에는 반드시 잡아서 입안에 야채부스러기라도 쑤셔넣고 풀어주는다와.

 그건 어쨌거나, 지금은 『그것』을 하는다와」



모두가 내 앞에 늘어서서, 각자 눈을 맞추며 타이밍을 재는 모양이다.



「다들, 가는다와!」



한 마리의 실장홍이 언덕에서 보이는 풍경에 손을 향하고, 실장홍 전원이 같은 포즈를 취한다. 그리고…



「토시아키, 어떤다와. 우리들은 해낸다와!」



라고 일제히 말한다.

그 말투는, 마치……



「아카……너였구나…」



눈물이 계속 흘러나온다. 아카는 죽지 않았다.

실장홍들 속에서 살아숨쉬며, 계속해서 나를 기다려온 것이다.

아카가 그 날의 석양 속에서 보고있었을, 파릇파릇한 차밭의 광경이 눈물에 젖는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드디어 맞아떨어진 모양인다와」



실장홍들이 미소짓는다.

나는 울면서도, 자신 속에서 잊고있던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끝

댓글 9개:

  1. 개똥같은 글인 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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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데프프프... 멍청한 분충들인 데스. 수장석따위 쌓여봐야 학대파 한명도 상대 못하는 데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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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주 지랄같이 일본식 억지감동을 쥐어짠 글이구나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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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마을이 고향인데 차밭이 살아났다는 소식을 몰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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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씨발 실장홍 왜 안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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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실장홍...쥬지가 웅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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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병신같은 스크임.
    아니 씨발이런것들은 대체 왜 죄다 인간을 병신으로 쓰는거임? 존나 쪽바리가 쓴 티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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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애미 씨발 염병 니미럴 지랄도 운치 한바가지인 데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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