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실장

그 공원에는 약간 머리가 안좋은 실장석이 있었다.

머리가 나쁜 실장석이라고 하면 분충이라고 연상되지만, 그렇지는 않다.

단순히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그 실장석은 바보였다.

학습을 하지않는 바보실장은, 언제나 자잘한 상처투성이인 모습이다.

공원에 오는 인간에게 다가가서 언제나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언제나 걷어차여버린다.


걷어차인 직후에는 아무래도 공포와 아픔을 느끼지만,

몇 초 지나면 어째서 걷어차인거지? 어째서 몸이 아픈거지? 조차 잊어버린다.

방금 걷어찬 인간에게 다시 다가가서, 음정도 안맞는 노래를 다시 부르는 것은 이 나쁜 머리 때문이다.

너덜너덜한 모습이 되어서도 다시 노래를 부르고, 몇 번이나 쫓아내도 다가가는 집념.

흥이 나면 춤까지 시작하는 그 모습에, 마지막에는 인간 쪽이 백기를 올린다.



실장석들의 천적인 학대파조차도 이 기분나쁜 바보실장에게는 관여하지 않는다.

언제나처럼 불쑥불쑥 나타나는 바보실장.

오늘도 언제나처럼 자랑하는 노래를 인간에게 들려주기 시작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일단 왼팔을 오드득 꺾는 학대파.

구부러지지 않는 방향으로 휘어진 팔이 덜렁덜렁 흔들린다.

얼마나 좋은 소리로 울어줄까 기대를 하지만,

한 번 열중하기 시작하면 아픔도 느끼지 않는지 웃는 얼굴로 데게롯게ー하고 노래를 계속하는 바보실장.

그 표정은 그저 단순히, 노래를 들어주기 원한다는 기개로 가득차있다.

억지로 짓는 웃음이라면 그대로 납짝쿵으로 만들어버릴 대목이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에 티없는 웃음을 짓고있는 바보실장을 학대파는 박살내지 못했다.



죽이는 것은 간단하지만, 죽인 후의 뒷맛이 나쁘다는 것을 오랜 경험이 경고하는 것이다.

기분좋자고 사냥을 나왔는데, 기분을 잡쳐버리는 것을 학대파는 우려했다.

데게로데게롱ー하며 변함없이 노래를 부르는 바보실장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건네고,

그 발치에 가져온 별사탕을 3개 뿌려준다.

학대파가 떠난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바보실장. 아직까지도 노래를 부른다.

발치에 있는 별사탕이 다가온 들실장에게 빼앗겨도 신경쓰지 않는다.

노래를 부를만큼 부른 후, 왼팔이 아프다는 것을 느끼고는

데에에엥 데에에에엥 하고 우는 것이었다…



위험한 존재인 인간에게 제발로 다가가서, 박수를 받고 때로는 걷어차이면서

하루종일 노래하고 춤추는 바보실장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는 한 마리의 들실장이 있다.

그 들실장은 꽤나 똑똑한 부류에 들어가는 실장석이었다.

그 바보실장과 같은 배에서 태어난 자매.

바보실장에게 가야할 똑똑함을 전부 빼앗아 태어난듯한 실장석인 그 들실장이

학습이라는 것을 전혀 하지않는 자매에게 경멸에 찬 시선을 보낸다.

독립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똑똑한 실장석은 이미 들실장들에게 중요한 골판지 하우스를 손에 넣었다.

먹이를 얻지 못하는 때를 생각해서 언제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비축의 식량을 준비할 정도의 두뇌의 소유주.

먹이찾기는 이른 아침에 하고, 인간이 있는 시간대에는 하우스에 틀어박힌다.

위험하다고 알고있는 것에는 절대로 다가가지 않는다.

그런 똑똑한 실장석의 눈에, 스스로 지뢰밭에 뛰어들기를 계속하는 바보실장의 모습이 비친다.

또다시 걷어차이는 모습을 보고있으니 헛웃음을 넘어 슬픔의 감정이 피어나는 모양이다.



걷어차여서인지, 코피를 흘리며 주저앉은 바보실장에게 먹이를 내미는 똑똑한 실장석.

그러자 바보실장이 데게롱ー뎃게로로로롱ー 하며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먹이를 받아서가 아니라, 동족이 다가와줬다는 것에 감동하여, 기쁨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자매가 온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런 모습에 질린 기색을 보이는 똑똑한 실장석.

바보실장은 노래할 뿐이고, 대화라는 것을 하지 않기에 어떻게 해야할지

똑똑한 실장석도 알 수가 없었다.

육친의 정으로 먹이만을 넘겨준다. 넘겨주고는 바로 하우스로 돌아가버리는 똑똑한 실장석.

바보실장은 그 모습을 배웅하며 노래했다.



의미불명의 행동만을 하는 바보실장은 공원의 들실장들에게도 기피되고 있었다.

구타를 받지 않는 대신에 아무도 다가가지 않는다.

정확히는, 무서워서 다가가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장난감이라며 괴롭히기도 했지만,

때려도 걷어차도 히죽히죽 웃으며 노래를 부르는 바보실장이었다.

똥을 발라도 신경쓰지 않는다.

놀랄 부분은 여기부터이다.

똥투성이인 모습으로 인간에게 돌격해버리는 것이다.

똥투성이 실장이 다가가니 인간이 격노한다.

말하자면 죽음이 무척 가까운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런 짓을 보통의 배짱으로는 무서워서 할 수 없다.

사람 앞에 나설 때에는, 깨끗하게 단장하고 가야하는 법이다.

더러운 꼴로 만나러 갔다가는 죽거나 크게 다치게 된다.

그런데도 이 바보실장은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인간의 곁에 달려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큰 비가 내리던 날, 비가 쏟아지는데도 바보실장은 역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 기분나쁘고 의미불명의 행동을 들실장들은 두려워했다.

자연히 바보실장은 고립되어 가고 있었다.



바보실장은 오늘도 노래한다.

방긋방긋 웃으며 노래한다. 그런 바보실장의 뺨에 서늘한 바람이 스치고 간다.

계절은 가을도 끝나고, 슬슬 겨울이 다가온다고 할만한 시기이다.

육친의 정을 완전히 끊어낸 똑똑한 실장석은 오늘도 도토리를 주워모으며 겨울준비를 하고있다.

저녀석은 죽게 될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많은 식량을 모아두기 위해, 한 번 흘겨보기만 하고 떠나가는 똑똑한 실장석.

겨울나기의 준비를 위해서는 좀 더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

봄이 오면 새끼를 낳자. 훌륭하게 키워내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부지런히 먹이찾기를 하는 것이었다.



겨울도 한창인, 2월 중순이다.

똑똑한 실장석은 골판지하우스 안에서 마른잎에 묻혀 몸을 떨고있다.

식량은 문제없다. 아직도 비축이 있다.

문제는 이 추위이다. 이럴거라면 새끼라도 낳아 함께 뭉쳐있는 쪽이 나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갑자기 골판지의 뚜껑이 열렸다.

차가운 외풍이 하우스 안에 불어들어온다.

날아온 것은 바람만이 아니었다.

빼빼 말라 앙상한 4,5마리의 들실장의 주먹이 날아드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구타에, 저항다운 저항도 하지못하고 두들겨맞는 똑똑한 실장석.

피투성이가 되어 밖에 내던져진 똑똑한 실장석의 귀에

저장해둔 비축식량을 들실장들이 아작아작 먹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겨울나기의 준비도 하지않은 들실장들이 식량을 강탈하러 온듯하다.



아직도 봄이 먼 이 시기, 먹이를 빼앗겨서는 살아가지 못한다.

똑똑한 실장석은 힘닿는대로 소리를 질렀다.

이것이 안좋았다. 비쩍 마른 들실장들은 성내고있는 똑똑한 실장석을 짓누르더니

그 고기를 씹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창자를 이빨로 뜯어내어 내용물을 줄줄 빨아댄다.

먹을수 없는 옷과 머리털을 마구잡이로 뜯어내고, 그 뺨을 물어뜯는다.

눈알을 도려내고, 뇌를 먹는다. 팔이 너덜너덜해진다.

피 한 방울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는 듯이 들실장들의 영양이 되어버리는 똑똑한 실장석.

모든 것을 먹어치운 비쩍 마른 들실장들은 유령처럼 휘적휘적 배회하기 시작한다.

주인이 없어진 골판지하우스가 겨울의 거센 바람에 흔들리더니

덜컥덜컥 소리를 내고는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데게롱데데롱데게롱♪

그 때, 그 바보실장은 난방이 되는 방 안에서 오늘도 힘차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사육실장이 되었는데도 들실장때와 변함이 없는 바보실장.

그도 그럴것이, 노래하고 있기만 하면 바보실장은 행복한 것이다.

이거 갖고싶다 저거갖고싶다, 이거 하고싶다 하는 데까지 머리가 돌지 않는다.

억지를 부리고싶어도 억지가 무엇인지 조차 떠올리지 못한다.

잠자고, 노래하고, 다시 잠든다.

거기에 노래를 들어주는 관객이 있다는것 만으로도 바보실장은 행복했다.

노래하고 있는 바보실장의 입 안에 별사탕을 던져넣어주는 인간.

데스? 하고 뒤늦게 반응을 하더니, 입안에 퍼져가는 단맛에 기뻐한다.

오늘은 기분이 좋은건지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춤을 추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노래하면서 춤추는 것은 꽤나 체력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할만큼 하고는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져 잠들어버리는 바보실장.



한 번 잠들면 수 십 시간은 눈을 눈을 뜨지 않는다. 그런 바보실장을 부드럽게 집어올려, 잠자리로 옮기는 사육주.

잘자라는 말을 건넨 후 떠나간다.



똑똑한 실장은 죽고, 바보실장은 사육실장이 되어 오래도록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현명함이란 살아남는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않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않고 노래하고 춤추는 바보실장에 있었고,

겨울나기의 준비까지 할 정도로 용의주도하던 똑똑한 실장석에 없었던 것.

그것은 단순히 운이었다.

운 앞에서는 똑똑한지 아닌지, 착한지 분충인지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명함을 어미 뱃속에 놓고 나온 바보실장은 그 대신에 행운을 가지고 태어난 모양이다.

운이 있었기에 어미에게 솎아내어지지 않았다.

운이 있었기에 부족하나마 공원에서 살아갈수 있었다.

운이 있었기에 사육실장이 되었다.



그러한 슬프고 희망없는 이야기이다.


-끝

댓글 7개:

  1. 운빨좆망겜인데샤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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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쩌면 다른 들실장처럼 간사하지 않았기에
    그 바보 스러움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인
    걸수도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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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렛샤아! 환호인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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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개역겹네
    후발주자는 이거 보지마라 존나병신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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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무렴 니새끼만큼 병신같고 역겨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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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겨울나기를 준비한 실장이 떠돌이 들실장한테 아무것도 못하고 털릴 것 같으면 겨울나기준비는 도대체 왜 하는 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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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와타시의 노래를 듣는데스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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