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교차로, 떼쓰는 자

-실장 교차로

점심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를 하는데 옆에 차가 섰다. 흔해 빠진 박스형 경차가 창문을 활짝 열고 음악을 크게 울리고 있다.
견딜 수 없어진 내가 창문을 닫으려고 했을 때, 그 차의 조수석에서 실장석이 얼굴을 내밀었다.

"데샤아앗!! 데샷!! 데샤아아아아!!"

두 눈을 크게 뜨고 미간을 찌푸리고서 내 옆자리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고함을 질러댄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했는데 곧 이해했다. 금방 산 프라이드치킨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데샤아아아아!!! 데샷!! 데샤!!"

실장석을 그것을 내놓으라며 침을 흘리면서 몸을 내민다. 차 사이의 간격은 1미터도 되지 않는다.
그 모습에 놀란 나는 무심코 차 창문을 닫았다. 그때...

"데갸아!!? 데기이이!!!!"

맛있는 것을 빼앗긴다고 여긴 실장석이 차 창문에서 뛰어내려버렸다. 거꾸로 되어서 땅바닥을 향하는 실장석.
그런데 머리부터 도로에 직격할 줄 알았던 실장석은 의외로 다리부터 깔끔하게 착지...한 것처럼 보였다.

실장석이 줄곧 앉아있던 좌석 헤드레스트에 목줄이 묶여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줄은 실장석의 목걸이에 단단히 매여있었다.








"!!!!!브!!!브기!!!브기이!!!!"

실장석은 필사적으로 돋움 발을 하고 도움을 청하려 했으나 목이 조여서 소리를 잘 내지 못하고 핏기가 오른 보랏빛 얼굴로 돼지처럼 코를 킁킁거릴 따름이다.
나는 열심히 주인을 불렀지만 주인은 핸드폰에 빠져서 알아차리지 못한다.

"!!!!뀌!!!뀌이잇!!!뀌이이이이이잇!!"

주인이 눈치를 못 채자 실장석은 피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다.


"!!!!!"

갑자기 차가 내달리는 바람에 실장석은 우회전 대기를 위해 일시 정지할 때까지 질질 끌려갔다.
신발을 잃고 피범벅이 된 다리로 일어선 모습까지는 보았지만,
나는 그대로 직진했기에 그 실장석을 본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실장석은 멀어지는 내 차를 끝까지 원망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시끄럽게 음악을 울리며 차는 달려간다.
처음에는 발버둥 치던 실장석도 금세 다리가 꼬여 줄칼 같은 아스팔트에 몸이 깎여나간다.
――왜 와타시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데스!! 미운 데스우!! 와타시의 음식을 빼앗은 그 똥닝겐 자식
――다음에 만나면 가만 두지 않는 데스우!! 후회하게 해주는 데스우!!!
다리는 깎이고 목은 졸린다. 뇌의 혈류는 이미 끊어졌다. 주인이 알아차리지 못하면 10분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핸드폰에 빠진 주인이 이상 사태를 깨달은 것은 15분 후, 파칭코 가게 주차장에서였다.








-떼쓰는 자

"갖고 싶은 테챠 갖고 싶은 테챠! 매지컬☆테치코챠의 매지컬 지팡이 갖고 싶은 테챠아아아!!"

떼쓰는 자실장의 얼굴은 추악하기 짝이 없다.

"어리광 부리면 안 되는 데스. 저번에 프리츄어 변신 브로치 사준 지 얼마 안 된 데스."

친실장 와카바가 달래보지만, 이름으로 부를 마음도 사라지게 만든 자실장은 말을 듣지 않는다.

"프리츄어랑 테치코챠는 다른 테챠! 와타치는 테치코챠 지팡이가 갖고 싶은 테챠아아아!!"

"데에에에......."

와카바는 이쪽을 보고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와카바 잘못은 아니다. 분충 개체 훈육은 전문 브리더에게도 어렵다.
회사에서 가져온 일을 중단하고 컴퓨터 앞을 벗어나서, 텔레비전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자실장을 집어 든다.

"텟...? 텟츄ㅡ웅♪"

손 안에서 아양을 떠는 자실장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고, 창가에 둔 수조 안에 살짝 내려놓는다.

"......테찌이이이!! 여기서는 텔레비전 볼 수 없는 테칫!! 바보 주인, 여기서 꺼내는 테칫!!"

"코노하, 작작 좀 하는 데스!!"

와카바에게 야단 맞은 자실장은 움찔하고 떨었다.
그러고 보니 코노하라는 이름을 지었지. 분충 자실장 때문이 아니라 와카바를 위해서.

"테에......테에에에......."

자실장은 동정을 일으킬 속셈인지 두 눈에 눈물을 흘린다. 투명한 것이 가소롭지만.
그리고 나서 울기 시작했다. 귀에 거슬리는 짜증 섞인 큰 소리로.

"테에에엥!! 테에에엥!! 테쟈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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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도 상대해주지 않자 부루퉁해진 자실장이 잠든 후, 와카바에게 말했다.

"너도 알잖아. 저 자실장은 무리야. 처음부터 무리였어."

"데에에에......."

와카바는 고개를 숙인다.

"주인님께는 감사하는 데스. 버려진 실장이었던 저희 친자를 오늘날까지 길러주신 데스."

"자가 갖고 싶으면 또 낳으면 돼. 꽃집에 데려가서 뭐든 마음에 드는 꽃을 사줄게."

"그 대신에...... 코노하를 버리라는 말씀인 데스?"

이쪽을 올려다 본 와카바에게 침묵으로 대답한다. 와카바는 눈을 내리깔았다.

"주인님은 왜 저희 친자를 거둬주신 데스?"

"처음에는 미아 사육실장인 줄 알았어. 몸도 깨끗했고 목걸이도 하고 있었고. 보상금 목적이었어."

"그런데 버려진 실장이란 걸 알고서도 그대로 집에 머물게 해주신 데스."

"관찰파의 변덕이지. 실장석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싶어졌어. 분충만 아니라면."

"새로 낳은 자 중에도 반드시 분충이 있을 것인 데스."

와카바는 말했다.

"실장석은 그런 것인 데스. 주인님은 또 그 자를 버리게 하실 것인 데스."

"분충이면 그러겠지. 그렇지만 평범한 자나 구더기는 그냥 집에 있게 해줄게."

"와타시는 틀려먹은 마마 데스. 취미로 브리더를 하던 전 주인님에게도 그래서 버려진 데스."

상품 가치가 없는 분충 자가 처분당하게 되자 저항했을 것이다.

"두 번 세 번이나 자를 버리는 것에 견딜 수 없는 데스."

결의를 품고서 와카바는 이쪽을 본다.

"코노하는 포기하는 데스. 하지만...... 이제 다음 자는 낳지 않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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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바와 자실장은 나란히 공원에 방생했다.
분충 자를 포기할지 말지 고뇌하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다.
무슨 생각으로 저 혼자 계속 길러달라는 제멋대로인 말을 떠올린 것일까.




-끝

댓글 4개:

  1. 병신같은 똥분충들에게 걸맞는 엔딩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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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메지컬테치카는 대체 누가 만든거지 다른데도 많이 나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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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 그림체 좋음..나름 귀여우면서도 학대욕구 물씬 풍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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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ㄹㅇ 역겹거나 기괴하지 않고 귀여우면서 은근 얄밉게 생겨서 괴롭히고싶은 묘한 그림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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